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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8 우물을 파는 사람

 

이어령 말모음

2012, 두란노

 

 

제수씨가 준 책

 

창조, 배고픔과 목마름의 끝없는 갈구

 

절망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영성을 얻을 수 없다.

자기 파괴라는 극적인 경험이 없이는 영성을 갖기 힘들다.

영성의 세계는 이해하거나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그저 땅을 팔 곡괭이만 있으면 족합니다.

황무지라도 가 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 있으면 됩니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땅이 나를 유혹합니다.

비록 그곳이 모래땅이라고 하더라도 그 밑에 파란 수맥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

그 모래의 밑바닥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 심한 갈증이 나의 목을 태워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유이고

아직도 곡괭이를 든 손을 놓지 못하는 욕망입니다.

아마 내가 기독교에 입문하게 된 것도 그런 우물파기의 하나일 것입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내가 목을 축일 수 있는

최종의 우물파기가 되어 달라는 기도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어디 글쓰기가 그렇게 쉽게 기도의 언어로 바뀔 수 있겠습니까.

잘해야 또 부스러기의 말들을 몇 개 남기는 것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 엮어진 언어들, 완성되지 못한 이 쪼가리 글귀들이 바로 내 우물파기의 흔적들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세처럼 지팡이로 바위를 쳐 사막의 갈증을 채워 보고도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디 내가 그런 성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누가 압니까.

언젠가 내가 판 우물물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솟고 그 물을 이 글을 읽어 주실 여러분과 함께 마시는 기적 같은 날들이 찾아오게 될는지. 그때가 되면 우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으로 변신해 곡괭이보다는 빈 표주박을 들고 생명수를 마시기 위해 여러분이 늘어서 있는 긴 줄 뒷자리에 서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어령

1934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2000년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 · 폐회식 식전과 문화 행사, 1993년 대전엑스포의 문화 행사와 리사이클관을 주도했고,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2010년 '디지로그 사물놀이'를 기획하고 공연했으며, 2011년 새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생명자본주의'를 선언했다. 현재 중앙일보 상임고문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생각』,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이 있고, 소설 『장군의 수염』, 『암살자』, 『환각의 다리』, 『무익조』 외 다수와 전집 『한국과 한국인』(전6권), 『이어령 전집』(전20권), 『생각에 날개를 달자』(전12권), 『이어령 라이브러리』(전30권)가 있다. 이 중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중국어 · 프랑스어 · 영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황영찬 아주버님께

 

가을이다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계절

 

한 겨울 깊은 밤

사박사박 내리는 함박눈처럼

내 마음 깊은 곳

몽글몽글 쌓이는 계절의 지층

 

그렇게 가을은 이유도 없이

누군가가 오롯이 그립다

- 도요새의 눈물 중에서 -

 

가을입니다.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둘째 송옥란

 

목차

Contents

 

프롤로그

 

제1부

우물을 파는 사람

01 나는 창조의 힘을 믿는다

02 상상력이란 여름에 겨울옷을 꺼내 입는 것

03 호기심은 보이지 않는 밧줄처럼 우리를 묶는다

04 문화가 우리 삶을 지배한다

 

제2부

우물을 찾는 사람

05 인간의 온갖 고생은 강보에서 수의까지다

06 허무를 아는 자만이 진정한 모험을 한다

07 지성은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다

08 바깥세상이 폐쇄되면 내부의 세계가 넓어진다

09 눈물은 영혼의 무지개다

10 가난한 사람은 '꿈의 부자'다

11 모든 병病 속에는 종교의 광맥이 묻혀 있다

12 황금은 캐내었을 때만이 황금이 된다

13 사랑은 마음으로 속살을 만지는 것이다

14 무릎이 성한 사람은 값어치가 없다

15 단 1초라도 더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 주고 싶다

16 메마른 영혼이 찾아갈 곳은 교회다

17 영원히 죽지 않을 빵을 만들어야 한다

18 백지의 공포

19 현대인에게 행복은 잃어버린 숙제장

 

제3부

영원히 마르지 않을 우물

20 나는 독실한 딸을 보고 질투가 났다

21 남을 찌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막의 전갈 같은 슬픈 운명

22 죽음에 대한 의식意識 없이는 생명을 느낄 수 없다

23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를 때

24 하나님은 우리 곁에 있다

25 누구에게나 영성의 수맥이 흐르고 있다

26 배고픔과 목마름의 끝없는 갈구

27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극적 포인트

28 영생의 집으로 통하는 돌

29 내 언어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

30 사람의 가슴에서 사랑을 보게 하소서!

31 영혼은 끝없는 맑은 하늘에 속해 있다

 

일러두기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 창세기 1장 3절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 - 창세기 1장 31절

 

어제와 똑같은 발상은 감동이 없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발상이 찬란한 세상을 만든다.

 

창조란

투표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그것이 여론이고

그것이 모든 것을 정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창조란

천 사람이 앉아 있어도

혼자 걸어갈 수 있는 것이고

천 사람이 가도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상상력이란

여름에

겨울옷을

꺼내 입는 것 같은

일이다.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도리어 호기심에 부채질을 한다.

 

호기심은 보이지 않는 밧줄처럼

우리를 묶어 끌어들인다.

 

참된 비극은 슬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감추려는 그 행위 속에 있다.

 

이 세상에는 천재도 없고 바보도 없다.

천재도 만들어지고 바보도 만들어진다.

 

"너희들은 세상의 소금이니" - 마태복음 5장 13절

 

평생을 두고 빌고 빌어도 다 이루지 못할 소망, 비록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 해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 가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여자가 신부의 옷을 입으면 모든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 사람이 수인의 옷을 입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스 새로움을 느끼는 마음이 신부의 그것과 다를 뿐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마태복음 11장 28절

"너희가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 마가복음 13장 13절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며,

예술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되는 것을 설명한다.

종교적 현상은 체험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영성이다. 신앙은 경험하는 것이다.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다" - 마테복음 19장 30절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