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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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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9 모닥불

 

양태영 시집

2014, 도서출판 국보

 

 

국보현대시선 134

 

나의 고등학교 동창 양태영의 시집

 

양태영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 『모닥불』의 원고를 일별해보면 이와 같은 그의 정서와 사유(思惟)의 지향점이 바로 존재의 의미와 생명성에서 융합(融合)하는 시간(혹은 세월)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현실적 교감을 이해할 수 있는 점을 간과(看過)하지 못하게 된다.

일찍이 미국의 사상가이며 수필가인 R. W. 에머슨이 말하기를 '시는 단 하나의 진리이다.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건전한 마음의 표현이다.'라는 언지로 시의 진실은 현실보다는 이상(理想)에 대한 우리 마음의 향방(向方)에 따라서 진리와 진실이 보다 고차원으로 현현된다는 논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김송배(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작품해설 中에서 -

 

양태영 시인

· 梁太榮 아호 : 晶石, 법명 : 雲海

· 오현고등학교 졸업(1975)

· 한울문학 38기로 등단 청용문학대상 수상 / 시부문('08)

· 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대상수상('09)

· 사)한국문인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회원(현)

· 사)한국한울문인협회 회원(현)

· 사)대한민국국보문인협회 전국지회장 대표회장(현)

· 사)대한민국문화예술교류진흥회 회원(현)

· 사)귤림문학회 사무국장(현)

· 제주동초등학교 22회 회장(현)

· 제주특별자치도 절물생태관리사무소 절물휴양림담당(현)

 

E-mail : yhanghs1@hanmail.net

핸드폰 : 010-2663-9922

 

Contents

 

1부

思母曲

 

바다 / 思母曲 / 어머니 1 / 어머니 2 / 하늘은 말한다 / 당신에 사랑은 / 물처럼 / 少女여! / 부평초 / 바위 / 내 손녀 미소 / 당신에 의미 / 농부의 결실 / 고향 길 / 상사화 / 부러리에 둥지 틀고

 

2부

戀歌

 

연가 / 연민 / 편지 / 갈색 바람 속 석양 / 그리움 1 / 그리움 2 / 그리움 3 / 심안心眼 / 외로운 밤에는 / 일편단심 / 사연 / 종을 울려라 / 기다림 / 사랑하는 내 여인이여! / 사랑한다는 것은 / 하이얀 박꽃처럼

 

3부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모두가 잠든 밤 / 외로운 밤 / 계절이 바뀌어도 / 친구의 우정 /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 빛 / 보름달 / 새벽 종소리 / 회상 / 너 / 달밤 / 흐르는 강물 / 밤은 / 비 오던 날 / 계절을 따르는 因緣

 

4부

모닥불

 

우리는 지금 / 모닥불 / 마음 / 부평초 인생 / 흐르는 세월 / 겨울 회상 / 눈 / 하늘은 말 한다 / 하늘은 / 손끝에 남은향기 / 물소리 바람소리 / 그것(This that) / 청산가자 / 가을 하늘

 

5부

인생

 

별이 되렵니다 / 인생 1 / 인생 2 / 인생 3 / 돌 위에 앉아서 / 새벽 / 영실향기 / 山水 / 살다보면 안다 / 일출 / 비 · 바람 치던 날 / 그 마음 알길 없네 / 가는 곳 걷는 길 / 한순간의 기도 / 삶

 

6부

낭만편지

 

수각사愁覺史 / 인애 / 춘하추동 / 어느 봄날 / 내 스승은 누구인가 / 대성산 回想 / 영산瀛山 / 망양정望洋亭 / 산정山情 / 日出香 / 영주산 가을 / 무영산 / 고향이 좋아라 / 산지기 / 삼월의 민들레

 

작품해설

 

한순간의 기도

 

생명이 의미를 알았습니다

시간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당신에 표정을 알았습니다

당신에 음성을 들었습니다

울어도 좋고 웃어도 좋은

아무래도 좋은 황혼입니다

머물러도 좋고 떠나도 좋은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그러나 한순간도 놓을 수 없는 것도

애달픈 생에 집착을 놓아야 합니다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립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비바람이 불어도

이내 몸 무사하게 해달라고!

 

 

어둠 속에 잠들어 버린 공간

허망한 순간들의 이음

텅 빈 가슴

한 공간을 스치는  바람 소리

차가운 입김으로 가슴에 온다

거울을 바라보며

일상의 괴로움과 설움

눈물의 절규로도 떨어 버릴 수 없는

인생의 사치와 향락

빛이 없는 비애 속의 삶보다는

차라리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다만 순간의 망각만의 영원하도록

세월이여!

이대로 돌이 되게 하여라

천 년의

비바람에 시달린

고통의 참맛을 맛볼 수 있도록

바람이여 이대로 돌이 되게 하여라

빗방울 치고 바람이 스쳐도

마침내 먼 날

하늘이 한 조각

떨어져나와

새가 되어 날아

내 단단한 어깨 위에 찬란한

벗이 되게 하라.

 

인생 1

 

너와 나의 행복은

웃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인생의 즐거움은

마음이 아니던가

마음속에 무지개가 있으면

아름다운 즐거움이 있고

마음속에 고뇌가 있으면

번뇌하는 괴로움이 따른다

아침 이슬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내 생의 즐거움은

소가 되어야 한다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생이 즐거움을 노래하고

웃음으로 살아가는

인생길을 거북이처럼

소처럼 살아가자.

 

인생 2

 

언젠가 나도 저 나무들처럼

모두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비우면 가벼운 줄 알면서도

내려놓으면 가벼울 줄 알면서

마지막 남은 한 잎 담쟁이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본들

시간이 가면

어차피 너와 나는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잠속으로 인생길을 걷고 있는 것

언젠가 숯덩이 되기 위해

지금도 나는 마음을

용광로처럼 활활 태우고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가 아니기에.

 

* 항룡유회亢龍有悔 : 꼭대기에 오른 용은 자칫 후회하기 쉽다는 말이니 목표를 이룬 사람은 더 이상 오를 수 있는 길도 없으니 쇠퇴한다는 말.

 

돌 위에 앉아서

 

시작도 끝도 없는

세월의 강

당신의 존재를 보고

나의 의미를 깨달으며

영혼을 달린다

달리다 지쳐서 돌 위에 앉은

내 사랑이여!

시간아, 멈춰다오!

달도 함께 태양도 함께

떠오른 태양이여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왜 너는 대답이 없는가?

세월의 강은 흘러가는데

내 사랑은 돌 위에서

움직일 줄을 모르니

망부석인가!

뜬구름 같은 부평초인가!

 

살다보면 안다

 

잠시 왔다 가는 세상 소유함이 무엇인가

욕심부려 얻어본들 살다 보면 알게 되네

이 몸 죽어 흙이 되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인생 삶이 백 년 살까 천 년 살까 생각하라

바람 힘에 구름 타고 높이 올라 세상 본들

부귀영화 많은 재산 천년만년 못 가진다

 

신생자원 발굴하고 애정 꽃에 향을 피워

세세연년 정진하며 오대양을 항해하세

가정위탁 지원센터 무궁 발전 탑을 쌓아

 

오가는 이 정을 붙여 삶의 터전 마련하여

봄가을에 화려한 꽃 모두모두 볼 수 있게

아름다운 제주도에 정신터전 마련하고

향기 좋은 아름나무 아주 많이 심어보세

 

더운 여름 그늘 되는 아름드리 천년송과

국보 일호 재목되는 금강송을 심어보세

봄 되기 전 피어나는 백설 속에 매화처럼

소리없는 향기 꽆을 모두 함께 피워보세.

 

가는 곳 걷는 길

 

가는 곳 우여곡절 뉘라서 없었던가!

창파에 배 띄워서 정처 없이 흘러가는

아름다운 꿈을 찾아 쉼 없이 걸어가네

 

산 넘고 물 건너서 부상나무 보이는 곳

꿈을 안고 걷고 걸어 반세기가 흘렀건만

세월 흐름 인생 길 가는 길 알 수 없네

 

전설 속에 살아나는 그때가 언제련가

오현학원 굽이돌아 별도천에 정착하고

증주벽립 현인정신 지역마다 자리했네

 

인생은 구름처럼 떠도는 바람 속에

흐르는 세월에다 글과 함께 상념하네

머무르려 하는 곳 그 곳이 어드메냐

 

우리가 사는 세상 혼자 걷는 길이 아닌

모두 함께 사랑하고 웃으면서

손잡고 걸어 나가야 할 곳인 것을.

 

우리는 지금

 

우리는 지금 숲에 와 있다

간밤에 달맞이꽃 싹에서

이슬을 털어주고 받던 말 속에 와있다

말하지 않아도 흐르는 강물

뜻하지 않아도 몸짓하는 새들

가장 아픈 곳으로 이 시간

새들은 눈떠 새우고 긴긴 밤을 밝혀 새운다

참으로 강한 적 앞에 참으로 강한 자는 말이 없다

우리는 지금 숲에 와있다

늘 푸른 향 인생은 숲을 안다

때가 낀 화살을 닦으며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빛내고 있다

숲 속에 서서 있는 자리를 빛내고 있다

숲 속에 서서 아픔도 게시인양

푸른 잎사귀로 가리고

우리는 지금 숲에 와서

강한 자의 맥을 담아 일어서며

빛으로 부신 눈을 닦는다

 

흐르는 세월

 

내일을 볼 수가 없어서

오늘 여기에 주저앉아

청춘을 뒤돌아 봅니다

세월은 흘러만 가고

사연은 남았는데

자연은 꽃과 나비를

멀리하고 바람만 불어옵니다

사랑을 알고

마음을 이해하고

세상을 안다지만

겨울에 내리쬐는 햇살은

차갑기만 합니다

늙은 고목은

겨울 찬바람에 허리 굽혀도

보는 사람 반기는 이 없으니

세 봄 오는 춘삼월 새싹과 함께

강남 제비 물어다 주는

소식 기다리다가 나 오늘 여기에

주저앉아 잠들었구려.

 

그 마음 알길 없네

 

술에 취하고

꽃에 취하고

봄바람에 취하여

나이도 깜박한 채

청춘인양

착각하고 살아간다네

 

마음아

너는

언제나 젊었느냐?

꽃 보면 반갑고

술잔 들면 웃음난다

 

봄바람에

꽃향기 품어본들

너에 늘음이야 어찌 감출 손가

계절 멈추지 않으니

내 늙음 감출 수 없고

물이 깊고 산이 높다 해도

한 치밖에 안 되는

그 마음은 알길 없네.

 

밤은

 

내게만 차갑게

향을 켜 대는 산은

묵향내음 이고서

손을 내밀어 보면

불어 올것만 같은

당신의 숨결

오늘과 내일의

겹으로 이어지는

고독이 포함된 이밤에

영원한 숨결은 끝나리니.

 

모두가 잠든 밤

 

보름달 떠오를 때

환한 미소 거느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주우려고

밤차를 탄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하루의 일과가 끊어진 다리 위에서

서성이고 있는 까마득한 회상을 보며

모두가 잠이 든 세상

찢어지는듯한 기적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를 향하여 앉아도 떠오르는 달

마음이 배가 고픈 이여!

보름달이 떠오르거들랑

잃어버린 시간을 줍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너의 마음을

중천에 달이 보일 때

모두가 잠든 밤에

저 세상에 묻어 두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라.

 

외로운 밤

 

외로운 밤에는

자꾸만 별을 보고 싶다

더 외로운 밤에는

찬란한 유성이 되고 싶었다

 

곱게 타다가

낭자하게 뿌려지는

내 심장 가까운 곳에

운석처럼 묻히고 싶었다

 

노란 개나리 밭에서

나비 호호 날고

초록 바다에선

바람 따라 파도 일어나는

자운영 붉은 돌담 넘어선 그곳

 

한 쌍의 기러기 울며 가는 영주산

내 심장 태우는 찬란한 유성이여!

외로운 밤에만 빛나는 유성이여!

 

달밤

 

등불을 끄고 자려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아

 

문을 열고 내다보니

달은 예쁜 선녀 같이

내 뜰위에 찾아온다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이 한밤을

이야기 하고 싶구나.

 

별이 되렵니다

 

별이 되렵니다

누가 가지려 하겠습니까?

 

별이 되렵니다

누가 빼앗으려 하겠습니까?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만의 주어진 아무에게도

넘겨줄 수도 없는

 

빼앗길 수도 없는

자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묵묵히 자리 잡은

웅장하고 장엄한 별이 되렵니다

 

무늬와 향기를 마음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별이 되렵니다.

 

어머니 2

 

어머니!

설움이 북받칠 때면

당신을 그리면서 좋았던 그때를 그리고

가슴이 아플 때엔 쓰다듬어 주시던

손길이 생각 납니다

 

어머니!

오늘 불현듯 생각나는 그 얼굴

당신이 생전 모습 생각납니다

오직 아들이 건강만을 위해

정성으로 빌고 빌어주던 어머니

 

어머니!

그때가 그립습니다

자난 깨나 당신 자식 걱정으로

두 손을 모아

당신 자식 잘 되기만을

지극 정성 빌고 빌던 어머니

 

어머니!

기쁨 속에서는

당신을 잊고 있었습니다

지쳐버린 삶에서

미소를 찾고

뒤돌아보니 떠오르는 얼굴

나의 어머니

어디에 게시나이까!

 

어머니!

따스한 손길로

배가 아프다 하면

이내 어루만져 주시던 어머니

영원히 영원히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서럽도록

북받치는 한 아름의 사랑을

쉰다섯 넘어서고 서야

당신에 사랑을

느끼고 알았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영원히 영원히

그대만을 사랑합니다

어머니에 마음 고이고이

간직하여 마음속 깊이깊이

새기며 후회 없이 살으렵니다.

 

상사화

 

어여쁜 꽃보다

당신의 따스한 눈동자가

더 좋았습니다

우수에 찬 그대의 눈동자가

차리리 더 좋았습니다

꽃잎과 순결이 교차하여

갈대가 된 나의 마음

당신의 붉은 정열과

푸른 희망이 서로 엉키어

아스라한 당신에 환상의

점점 더 짗어질 때쯤엔

드디어 미움을 낳게 하였습니다

다시는 연약한 모래성을

쌓지 않기를 바라면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을 피우렵니다.

 

갈색 바람 속 석양

 

갈색바람 불어오는 길목에서

푸른색 대문을 달아놓고

새로 단장한 사립문 속 정원에서

이름 모를 여름꽃들의 향연

벌, 나비 새들 노랫소리에

계절 바뀌는 줄 잊은 채

갈색 바람 맞이하는구나

계절 바뀜에 새로 단장한 대문

새로 달아서 맞이하는 추분의 절기를

기다리며 찬 바람 맞이하는 초저녁에

지는 석양빛 바라보니 노을 속에 영롱하게

피오오는 빛바랜 무지개 하나가

가을비 재촉하며 새 생명 드리운다

불볕더위 삼복더위 내내 산들바람 찾아

풍류를 타고 있던 너

쓸개 빠진 넋이 되어

줏대 없이 허우적거리던 여름

그래도 꺾이지 않는 너의 맘에

혼을 빼앗겨 가을 계절 맞이하며

곧은 절개 자랑 서슴지 않는구나

태양은 또다시 떠오르고

온 누리에 빛을 주는데

가슴속에 품은 빛은 촛불과 같아

바람 불면 꺼질라 노심초사

비가 오면 초롱 달아 근심 걱정하는 너에게

오늘 태양빛 보지 못하면

내일 다시 태양은 떠오르니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눈이 오고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바위 되어 앉아 있구나

갈색바람 맞으며 새로 단장한 새 대문

계절이 바뀌면 정원에 아름다운 꽃

다시 피워 벌과 나비 새들 노랫소리

옛 시인의 노랫소리 듣고 싶어라.

 

사연

 

종이를 가지고 사심을 그리다

눈감고 굽어본 고향

천릿길 낭떠러지 밑에도 한발이면

건너는 마음이 사연

사시절 한시로 빼어 버릴 수 없는

서로 떨어지면 알고 싶어 하는

민족에 크나큰 시련에 사연도

언젠가 굽어보고 잇지만

인제는 바라보아야 한다

대망을 품고 우리는

속력을 내어서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에

기나긴 옛 사연을 바라보아야 한다

높고 깊은 사연도 하늘 밑 사연이련만

언제 이루어지려나?

우리에 사연은.

 

흐르는 강물

 

보라! 강은 흐르고 있다

숲과 초원을 해쳐가며

빛 아래서도 그늘에서도 흐르고 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론 느리게

산과 계곡과 하천과 평지를 돌면서

물결은 물결을 따르면서

가는 길 그 길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긴 대로를 가고 있다

마치 오대양에 큰길을 연결한 것처럼

끝없는 잠의 세계로 강은 흘러간다

새로운 발견을 위하여 강은 흐르고 있다

흰 조각 검게 물들이기는 쉽지만

검은 조각 희게 만들기 어려우니

흐르는 물 맑게 흐르도록 뚝 쌓지 말고

꽃이 시들지 말도록 껴안지 말고

등불이 바람에 꺼질까 외투로 덮지 마라

힘차게 노래 부르면 거문고줄 끊어지나니

스스로 흘러가는 저 강에 뚝 쌓지 마라

강물은 천년이 지나도

흐르고 흘러 쉬지 않으며

태산은 만년이 지나도

높고 높아 움직이지 않으니

성품과 마음 저기 높은 산

움직이지 않음을 본 받으라

하늘에 맑게 비추는 달 갖지 못하니

거울에 비치는 너의 모습 생각하라.

 

모닥불

 

임이여

당신이 가슴이 깃든 품안에

나는 꿈으로 젖어 있습니다

이제 들국화 피는 마을에서

임에 아름다운 꽃으로 단장하고

당신의 조그마한 집을 지었습니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마음속 깊은 터전을 일궈

무지개 꿈 피울 둥지를 마련하였습니다

대리석에 쓰일 글을 생각하며

죽어서 석상이 될 때까지

강과 산을 누비는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임이여!

당신의 꽃은 탐스럽습니다

당신의 향기는

내 가슴 구석구석에 베어들어

정의에 분노를 지키는

아름다운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이 한 몸

임의 뜻을 이어받는

아름다운 자유에 금강송이 되렵니다

날아가는 산새 다 불러 모아

활활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을

노래하게 하렵니다

이 나라에 가슴에 핀

자랑스러운 꽃이 되도록

노래 부르렵니다.

 

마음

 

그대 마음 홀로

녹음방초 위에 앉아서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길을 따라

동경의 세계를 그리다

그만 잠이 들어 꿈속에서

님을 만나 속삭였다

꿈속이 생시 인양

잊히지 않을 추억 속에

융화된 한 마리 학으로

혼자만 서 있구나

새싹이 나고 녹음방초가 져도

단풍이 채색되고

눈이 펑펑 꼳아져도

마음은 항상 둥근 보름달과 같이

수정을 그리다 그만 잠이 들었어라

하얀 백지를 그리다 잊혀버린

추억 속에 사라진 조각달

오늘 산 중턱에 걸렸구나

바람이 불어와 데리고 가도

남아있는 전설 위에 홀로 가득하여라.

 

思母曲

 

갈대 한 잎으로 여자로 태어나

칼날 위로 손을 얹어

세상을 다스려

두고 갈말은 없어도

손끝에 남은 흔적

당신을 위하여

언제나 노래 부르렵니다.

 

어머니 1

 

어둡고 긴 폭풍이 밤을

침묵으로 밝히 우고

이제 또 여명을 맞는 오늘

그 험한 세파 에도

묵묵히 외면 할 줄 아는 당신

인간도 따르지 못하는

인고의 꿈을 머금고

번득이는 굽이 사이로

세월에 시달린 잔주름이 아프다

말을 할 순 없어도

하늘을 열수 없어도

항상 미소로움은

내 깊음이 무한함을 말해주고

천 년을 하루같이 살면서

침묵할 줄 아는 당신이기에

이렇게도 부드러운가 보다.

 

바다

 

어머니

당신의 나라는 정말 고요 하였습니다

단 한 뼘의 깊이에도

스스럼없이 밀려오는 파도

구름은 갈매기처럼 하늘을 엽니다

 

어머니

해맑은 생각의 뒤안길에는

마음 넓은 바다 입니다

 

언제나 제 마음 안에서

철철 넘쳐 나는

사랑의 꽃이람니다

 

자유이옵니다

굳센 약속이며

애정이 됩니다

 

끝내는 헤어져서 생명이 됩니다

다시는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부서지는 아픔으로 질서가 됩니다

 

어머니!

당신은

항상 가슴 앓는 바다입니다.

 

그리움 1

 

차가운 달빛 속에 너의 미소

아스라이 떠오르는 한줄기 그리움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여운 속에

겹겹이 쌓여가는 내 진실이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섭리 앞에

나래를 연 나의 사랑은

누구를 위한 바램인가

누구를 위한 그리움인가?

 

그리움 2

 

그리움이 없이 꽃이 피고 지겠는가?

가뭄 없이 꽃이 지겠는가?

사랑 없이 꽃이 피겠는가?

한밤에 내리는 비가

무지개 꽃 피우는 것을 보았는가?

한낮에 내리는 비가

무지개 꽃 피우는 것을 보았는가?

가는 길 멀다 말고

가는 길 좁다 말고

가는 길 어둡다 말고

한 길로 걸어가면서

그리움 노래 부르노라면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이 변화 속에서

우리는 쉬이 늙어가고

먼 잠의 나라로 한 발자국 씩 다가선다

그리움과 함께

피고 지는 꽃과 함께

너와 나는 그리움을 담아

사랑을 나누고 있구나.

 

연가

 

어쩌다가 지나가는 밤에만

만나는 당신은

한 줌에 구름이요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련가!

높은 산에서 오는지

깊은 바다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그리움 따라

밤마다 그려 봅니다

모두가 잠이 들면

만나고 싶은 여인

꿈속에서라도 한번만 꼭 만나고 싶은

향기로운 임이여!

달 밝은 밤에 들려오는 피리소리

달빛 속 한줄기 가락

흰 구름 속에

바람 따라 가고 싶은 포근한 숲길

임에 마음 열어 그대 품속에서

흰 구름 되어 가슴속 슬픔까지

깨끗하게 씻어주는 한줄기 소나기처럼

닫힌 창문에라도 소리 내어 뿌려다오

우리 서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안개가 되어 새벽녘에 떨어져 내리는

한 방울 이슬이 될지라도.

 

사랑하는 내 여인이여!

 

내가 사랑해야 할

단 한 사람

나의 여인아!

밤에만 나와 내 얼굴을 부비는

내 여인이여!

복사꽃 향기 좋아

꿈속에서 웃음 지며

사랑한다 말하면 저만치 멀어지는

아름다운 나의 연인아!

한 번 만이라도

사랑한다 말해주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며

이생이 다하도록

복사꽃 향기를 품고

살아가도록

운해의 가슴속에 들어와

영원토록 함께해주오

사랑하는 내 여인이여.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하여

극진한 관심을 갖는 것이요

 

깊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요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요

 

내가 가진 것을

아까와 하지 않고

주는 것이요

깊은 이해심을 갖는 것이다.

 

기다림

 

무었을 기다립니까?

오는 곳 어디 메인지 알 수 없어도

한나절 그리움에 한숨 지움니다

 

서러운 가슴으로 이어온 지금

공허한 마음엔

메이는 듯한 황홀감

하얀 잎 눈꽃 되어 떨어지는 춘삼월

현란한 그 빛에 눈을 못 뜨고

한나절 기다림에 한숨 지움니다

 

올래길 따라 이어지는 발길들

목마른 가슴에 물 한 모금 삼키며

수월봉 앞 바다 가슴속에 품고

인면상 한번보고 차귀도 바라보며

뒤 따르는 그 여인 생각에

한나절 사랑으로 마음 잠 재움니다.

 

일편단심

 

어여쁜 꽃보다

당신의 따스한 눈동자가

더 좋았습니다

우수에 찬 그대의 눈동자가

차라리 더 좋았습니다

꽃잎과 순결이 교차하여

갈대가 된 나의 마음

당신의 붉은 정열과

푸른 희망을 서로 엉키어

아스라한 당신에 환상의 점점

더 짙어질 때쯤엔

드디어 미움을 낳게 하였습니다

다시는 연약한 모래성을

쌓지 않기를 바라며

충실히 역군 할 것을 다짐합니다.

 

 

흐르는 눈망울로

쌩긋 웃는 너에게

벙어리 되어

고운 내 손 꼭 잡으며

고개만 마냥 끄덕였지

흐르는 세월 속에

숨길 같은 그 정성

난 무엇으로 답하리

칠천만의 파수꾼

그늘진 자유인 심정으로

저무는 내 육신을 굳게 다짐하며

넓은 너의 품안에서

영원히 너를 지켜 주리라.

 

보름달

 

한 달에 한 번씩 너의 창을 비추는 달

검은 구름 가리어도 달은 창을 뚫고 비추나니

해 맑은 당신의 얼굴 또 떠오르는 구려

 

고요한 마음 위로 흐느끼는 얼굴 읽었구려

물 굽이쳐 쌓는 추억 굽이 따라 묻혔소

차면 또 기우는 물에 떠오르기만 하는구려

 

억새밭 위로 떠서 맨발로 걸어가요

풀 이슬고 떨어져서 님이 꿈 밭 적시는가

꿈길은 밤을 지새우고 떠나 갈 줄 몰랐구려

 

세상이 다 잠이 들면 호숫가로 나오구려

이랑 일군 잔물결에 보름달이 떨어지면

님의 가슴에 씨앗 싹터서 달이 곱게 떠오른다오.

 

회상

 

고개 숙이는 아카시아 잎 세에

청자 빛 태양이 나부끼면

쑥 내음 가득한 삼복이 한나절

바다 위에서 뵈려 하던 나의 심경은

불현듯 유년이 시절로 돌아가는

노을이 은은한 남녘이 어린 해변

마음속에 담아주렴

너와 나의 고운 진실

나의사랑 그대는 지금

어느 능선에서 잠자고 있을까?

외로운 마음으로 내일로 돌아설 때

유월을 반주하는 회상이 창가에서 담은 묵념

사선을 달리며 변신의 의미를 담는다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버린

푸르른 숲에서 심서의 정기를

유월의 신록에 잠재우리.

 

하이얀 박꽃처럼

 

하이얀 박꽃처럼

피어오르는 그림자

저녁노을에 쌓인 모습인양

어둠진 빛 희미하다

깊은 산속 샘물 옆에 피어있는

한 송이 꽃향기가

내 가슴 속에서 타는듯

그리움은 밀려오는데

한마음 되는 무지개는

파란 하늘을 덮은채

남아있다.

 

가을 하늘

 

빗속 하늘

새벽 가지 흔드는 바람 소리에

몸을 뒤척이면서

새벽 창가에 앉아 강가를 바라본다

강 언덕 위를 오르던 날

날아오르던 산비둘기 푸드덕

날갯짓하는 소리에

햇살은 구름에 가리고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던 날

맑은 가을 하늘은 수재의 먹물로 뿌려져

수심愁心을 달래었고

가을 하늘은 여물어 가는 가지가지마다

오곡백과를 찾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비가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들어

잔잔한 바다 된 옥빛 물소리는

가을 바람곁을 따라 뜰을 채운다.

 

산정山情

 

조락(凋落)이 서러워 차라리 하늘로 불타버리는

가을의 山情은 그러나 우리에게 맑은 예지(銳智)와

생명(生命)의 충일감(充溢感)을 준다

봄철의 산들은 선으로 말한다

봄 산의 능선은 어느 계절보다

여리고 멀고 부드럽다

여름철의 그것처럼 주리지 않고

가을의 그것처럼 날카롭지 않고

겨울철의 그것처럼 흐리지 않다

그것은 여인의 젖가슴처럼 여리고

그립도록 멀고

졸립도록 부드럽다

그래서 우리는 봄 산의 능선에서

졸면서 휴식하는 여인의 젖가슴 같은

위안과 오래도록 잃어버린 향수를 되찾는 것이다

또한, 봄의 산은 오만스럽게 위압하지 않고

차갑지 않으며, 침묵하지 않고

험상 굳게 우리를 시험하지 않는다

봄은 너그러운 기다림의 계절

그것은 여름으로 가는 길섶 위에 너그럽고

덧없는 축복의 계절일 뿐이다

바위 그늘에 남아있는 전설

아직도 노란 잔디 위로 솟아오르는 할미꽃 봉우리

푸른 초원 위에 흔적없는 작은 산새의 날개소리

졸졸졸 바위를 돌아 흘러내리는 차가운 시냇물 소리

내리는 듯 마는 듯 머리칼을 적시는 가는 이슬비

그리고 좀 더 늦게는 온산을 물들이는

진달래꽃 무리와 무성하게 부풀어 오른

보리밭 위를 굴러가는 여린 바람결인걸.

 

춘하추동

 

봄이 오면 꽃이 피어 즐겁고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땀 흘리지 않으려고

시원한 그늘을 찾누나

무더위 지나

가을이 오면 수확 된 열매 보면서

마음에 위안을 삼고

겨울 되면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과 함께

대지위에 쌓인 눈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다가 올 봄을 기다리며

삶의 노래를 부른다.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이유도 까닭도 없이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生에서 없어질 때까지

밤은

그저 낳는다

괴로운 건 人生일 뿐

밤은 그냥

밤은 그냥 아픔을 낳는다

어둠을 밝게 낳는

밤은 너와 나의 생각을

같이 하여 준다.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