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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11. 16:02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28 혼자 가는 미술관


박현정 미술 산문집

2014, 한권의 책



대야도서관

SB101485


609

박94ㅎ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비로소 혼자가 되는 시간 그리고 그림


"미술관에 혼자 간 적이 있습니까?"


학생이나 시민들에게 미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제나 '교양주의'의 벽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갖추어야 할 '교양'의 하나로서 미술과 마주하려고 한다. "이 그림은 무슨 파에 속해요?"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나요?" "유명한 화가의 그림인 가요?" "가격은 얼마나 됩니까?" 이러한 질문은 모두 미술과 대화할 때 생기는 방해물이다. 미술을 본다는 행위는 말하자면 맨몸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어떤 그림 앞에 서서 지인에게 "이 그림, 좋은데…"라고 말했을 때 "이런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어?"라고 질문을 받으면 당혹스러움을 넘어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나 자신의 고유한 감각이 부정되는 듯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따분하다고 느껴지는 그림 앞에서 친구가 한참을 떠나지 못하면 빨리 다른 그림을 보러 가고 싶어 애가 타기도 한다.

그래서 미술관은 혼자 가는 편이 좋다. 조용히 작품과 대면하고, 마음을 울리는 그림이 있다면 반나절 넘게 그 앞에서 머물러도 좋으며, 지루한 그림은 10초 정도만 바라보고 떠나도 상관없다. 요컨대 자유로워지면 되는 것이다. 자유롭게 미술과 마주할 때,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작품을 만든 작가는 물론, 그 작품과 관련된 외국인이건, 과거의 사람이건, 인사 한번 나눈 적 없는 사람과도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마음속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그로써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 이런 만남이야말로 작품을 마주할 때의 커다란 기쁨이자 경이로움이다. 화가와 시대배경에 대한 조사는 진짜 흥미가 일어난 후에 시작해도 좋다.

이 책은 현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한 여성이 혼자서 미술과 나누는 대화의 기록이자 그녀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ㅘ며, 그녀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풍경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미술이란 갖추어야 할 교양이라기보다 이렇듯 자연스레 마주하며 이야기하고 싶은 대상이다.

-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


박현정

서울에서 태어났다. 삼십 년 가까이 삼선교에서 살다가 2003년부터 일본 지바 현에 거주했으며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쿄미술관 기행서 『아트, 도쿄』(공저)를 냈고 번역한 책으로는 『앙리 드 툴루즈 로드레크』, 『처음 읽는 서양미술사』 등이 있다.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이론 석사 과정을 거쳐 도쿄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차례


01 천경자 | 아무도 탐내지 않을 고독한 사막의 여왕 되기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02 배영환 | 황금의 링-아름다운 지옥

⊙ 삼성미술관 플라토

03 오얏꽃 문양 | 서울 종로구 세종로 142-3번지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04 닭모양 토기 | 이 세상 어디에도 사랑은 없고

⊙ 호림아트센터


05 서용선 | 1456년 그해 초여름, 사육신

⊙ 학고재

06 윤석남 | 모성의 진화

⊙ 아르코 미술관

07 정재호 | 시간이 사는 집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08 십장생도 | 아희야 무릉이 어디오

⊙ 국립고궁박물관


09 프란시스 베이컨 | 그녀들의 방, 리스 뮤스 7번지

⊙ 삼성미술관 리움

10 빌 비올라 | 시간 속에 머무르기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1 야나기 미와 | 대학 동의 B양에게

⊙ 서울대학교미술관

12 강덕경 |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가 겪은 일을 다 알았으면 좋겠어

⊙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01 천경자

Chun, Kyung-ja

생태 1951


아무도 탐내지 않을

고독한 사막의 여왕 되기


그녀는 고독하거나 절망스러울 때면 늘 뱀을 그리고 싶어했다.


"나는 홀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걷잡을 수 없는 고독이 거울을 치면서 나를 울게 했다."

- 천경자

⊙ 천경자 「누가 울어 2」

1989, color on paper, 79×99cm

⊙ 천경자 「생태」

1951, color on paper, 51.5×87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그렇다. 사막의 여왕이 되자. 오직 모래와 태양과 바람, 그리고 죽음의 세계뿐인 곳에서, 아무도 탐내지 않을 고독한 사막의 여왕이 되자."

- 천경자

⊙ 「화가의 방」

'천경자의 혼' 전시실 내부


02 배영환

Bae, Young-whan

황금의 링-아름다운 지옥 2012


황금의 링

- 아름다운 지옥


그때 우린 분명 함께 링에 올랐다.


"유행가만큼 우리를 위로해주는 것도 없다."

- 배영환

◎ 배영환 「황금의 링 - 아름다운 지옥 Golden Ring - A Beautiful Hell」

2012, gold paint on wood and steel, 350×350×150cm

◎ 배영환 「젊은미소 Young Smile」

1997, print on paper, 22×29cm

 

03 오얏꽃 문양

李花文樣

19세기말 무렵

 

서울 종로구 세종로

142-3번지

 

일단 제가 관심을 기울이자 오얏꽃은 서울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고종 즉위 40년 청경기념비(서울 종로구 세종로 142-3번지)

◎ 덕수궁 석조전

◎ 덕수궁 중화전 마당의 품계석

◎ 덕수궁 정관헌

 

04 닭모양 토기

鷄形土器

원삼국 3세기

 

이 세상 어디에도

사랑은 없고

 

기억에서 건져 올린 것은 귀여운 병아리의 눈이 아니라

이제 막 닭이 된 병아리의 길고 뾰족한 눈이었다.

◎ 호림아트센터

◎ 호림아트센터

◎ 「닭모양 토기」

원삼국 3세기, 높이 42.6cm

호림박물관 소장

 

사랑은 떠나갔네

이 세상 어디에도 사랑은 없고

다만 내 맘 속에

 

생각이 꼬리를 무네

앙금이 쌓이고 쌓여

거대한 탑처럼 솟아올라

 

쿠쿠루쿠쿠 팔로마 아야야야야 비둘기

쿠쿠루쿠쿠 팔로마 잿빛 구름 속 사라져

 

미움의 술이 흐르고

슬픔이 흥건할 때

오래된 기억의

가시넝쿨이

치렁치렁 날 감싸

어때요, 내 목에 걸린

피 흐른 심장을 쪼아 먹네

- 3호선버터플라이, 쿠쿠루쿠쿠 비둘기

 

05 서용선

Suh Yong-sun

심문, 노량진, 매월당 1987-1990

 

1456년 그해 초여름,

사육신

 

26년 전 그림 속에서 사육신과 만난 순간이 있었다.

화면 속에 묶여 있는 당신은 박팽년인지도 모른다.

◎ 학고재 學古齋

◎ 서용선 「심문, 노량진, 매월당」

1987-1990, oil on canvas, 180×2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봄 골짝에 토한 피가 흘러 꽃 붉게 떨어지는구나.

하늘은 귀 먹어서 저 하소연 못 듣는데

어쩌다 서러운 이 몸 귀만 홀로 밝았는고.

- 단종

 

"우리가 역사와 신화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거나

우리와 상관없는 아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데 비극이 있다.

망각은 인간에게 치유와 동시에 불행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서용선

◎ 서용선 「소음」

1991, acrylic on canvas, 181.5×226.5cm.

개인 소장

◎ 학고재

 

06 윤석남

Yun, Suk-nam

핑크룸 Ⅳ 1995

 

모성의 진화

 

계절이 바뀌어도 취업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엄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왔다.

 

"나는 정말이지 어깨동무하는 것처럼 신체가 길게 늘어나서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 그러나 삶 속에선 같은 여성들끼리도 잘 닿아지지 않는다."

- 윤석남

◎ 윤석남 「핑크룸 Ⅳ」

1995, mixed media, installation view, variable size

Edition 4 piece_ Queensland Art Gallery, Brisbane, Australia / Taipei city Museum /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nsan, Korea / artist's collection

◎ 윤석남 「손이 열이라도」

1985, acrylic on paper, 105×75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 윤석남 「허난설헌」

2005, mixed media, 115×170×10cm

작가 소장

 

"나는 제 자식만 아는 사람들이 싫다. 그건 모성이 아니라 이기심일 뿐이다. 자식을 사랑하다 보니 주변까지 아우르게 되는 것. 자기의 사랑을 사회로 확장하는 것. 가령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거나 하는 것이 모성이다."

- 윤석남

◎ '윤석남 1,025 : 사람과 사람 없이 전'

◎ 윤석남 「어머니 Ⅱ - 딸과 아들」

1992, acrylic on wood, pastel, 170×180cm, variable size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07 정재호

Jung, Jae-ho

리버사이드 호텔 2005

 

시간이 사는 집

 

'도시의 흉물'로 불리며,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건물들이 여기서는 주인공이다.

◎ 서울시립 남서울 생활미술관

◎ 정재호 「리버사이드 호텔」

2005, mixed media on paper, 182×227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여기는 시간이 머무는 집인 것 같아.

도시에는 시간이 다 도망가버렸는데……"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08 십장생도 10폭 병뭉

十長生圖

19-20세기 초

 

아희야

무릉이 어디오

 

그때 화면 좌우를 메운, 주렁주렁 매달린 연분홍색 복숭아가 내 시선을 끌었다.

◎ 국립고궁박물관 國立古宮博物館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 십장생도 10폭 병풍

19-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병풍 전체 209.0×385.0cm, 화면 전체 152.5×376.6cm

창덕 6447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겼어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오, 나는 옌가 하노라

- 조식

 

09 프란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방안에 있는 인물1962

 

그녀들의 방,

리스 뮤스 7번지

 

절벽에서 유일하게 꽃을 피운 나무는

마치 굵은 철창살을 가리기 위해 태어난 듯 한껏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 삼성미술관 리움

MUSEUM 1 - Rotunda 2_ⓟHanKoo Lee

 

"나는 진심으로 질서 있는 혼돈을 믿는다."

- 프란시스 베이컨

 

"나는 푸줏간에 갈 때마다 짐승 대신에

내가 거기에 걸려 있지 않음을 알고는 늘 놀라곤 하지요."

- 프란시스 베이컨

◎ 리스 뮤스 7번지(프란시스 베이컨의 작업실)

 

나는 언젠가 문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단 한 번 돌아가는 소리

각자 자기 감방에서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한다.

열쇠를 생각하며 각자 감옥을 확인한다.

- 엘리엇, 「황무지」

◎ 프란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방 안에 있는 인물 Figure in a Room」

1962, oil on canvas, 198.8×144.7cm

리움 소장

ⓒ The Estate of Francis Bacon. All rights reserved. DACS 2014.

◎ 삼성미술관 리움

Museum 1 - exterior

 

10 빌 비올라

Bill Viola

트리스탄 프로젝트 2005

 

시간 속에 머무르기

 

자주는 아니지만 어떤 시각적인 이미지는 육체를 공격하기도 한다.

◎ BILL VIOLA Tristan's Ascension

(The Sound of a Mountain Under a Waterfall), 2005

Color High-Definition video projection ; four channels of sound with subwoofer (4.1)

Screen size : 580×326cm

Performer : John Hay

10 : 16 minutes

Photo : Kira Petov

◎ BILL VIOLA Fire Woman

2005

Color High -Definition video projection ; four channels of sound with subwoofer (4.1)

Screen size : 580×326cm ; room dimensions variable

Performer : Robin Bonaccorsi

11 : 12 minutes

Photo : Kira Petov

◎ 조나단 보로프스키 「노래하는 사람」

×160×10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1 야나기 미와

Yanagi Miwa

천국의 파라다이스 Ⅱ 1995

 

대학동의 B양에게

 

직장 이야기를 할 때와는 달라진 음색으로 미. 술. 관.을 발음하던 그녀는

올봄에 열릴 전시가 특히 기대된다고 했다.

◎ 서울대학교 미술관

◎ 야나기 미와 「천국의 파라다이스 Ⅱ」

1995, type C-print, 200×100cm each (3pcs)

국립국제미술관 소장(오사카)

◎ 야나기 미와 「My Grandmothers/ MIWA」

2001, type C-print, 100×120cm

도쿄도사진미술관 소장

 

12 강덕경

Kang Deok-gyung

빼앗긴 순정, 1995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가 겪은 일을

다 알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두어야 한다."

-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위안부였던 사실을 알린 김학순의 말.

◎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 강덕경 「빼앗긴 순정」

1995, acrylic on canvas, 130×87cm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소장

◎ 김순덕 「끌려감」

1995, acrylic on canvas, 114.5×154cm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소장

◎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입구계단

역사관 내부 위안소모형

◎ 윤석남 「빛의 아름다움, 생명의 존귀함」

1998, acrylic on wood, installation view, variable size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소장

◎ 고 강덕경 할머니 1주기 추모비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