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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5'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1.05 2015-001 소쇄원

2015-001 소쇄원

 

글 / 정재훈●사진 / 김대벽

2000, 대원사

 

 

시흥시립도서관

SA002604

 

082

빛12ㄷ  232

 

빛깔있는 책들 232

 

정재훈-------------------------------------------------------------------------

단국대학교 상과와 한양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재관리국장, 문화체육부 생활문화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문화재위원, 문화재보호재단 문화재조사연구단장으로 있으며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전통원『한국의 옛조경』, 『보길도 부용동원림』 등이 있고 공저로 『동양조경사』, 『북한의 문화유산』이 있으며 논문으로 「창덕궁 후원에 대하여」, 「신라 궁원지인 안압지에 대하여」 등 다수가 있다.

 

김대벽-------------------------------------------------------------------------

함경북도 행영 출생으로 해라시아 문화연구소 연구원이며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국 가면 및 가면극』, 『문화재대관(무형문화재편, 민속자료편)』 등 중요민속자료 다수를 전담 촬영하였다. 

 

|차례|

 

머리말

조성 시기 및 배경

원에 담긴 사상

입지

원의 구성

맺는말

소쇄원과 관련된 문헌 및 그림

참고 문헌

원의 입구

 

작은 집 영롱하게 지어져 있어

앉아보니 숨어살 마음이 생긴다.

연못의 물고기는 대나무 그늘에서 노닐고

오동(梧桐)나무 밑으로는 폭포가 쏟아지네.

사랑스런 돌길을 바삐 돌아 걸으며

가련한 매화 보고 나도 몰래 한숨 지어

숨어 사는 깊은 뜻을 알고 싶어서

날지 않는 새집을 들여다보네.

小閣玲瓏起 坐來生隱心

池魚依竹影 山瀑瀉梧陰

愛石頻回步 憐梅累送吟

欲知幽意熟 看取近床禽

 

비탈따라 길 하나가 트여 잇고

계간의 사립문은 두 짝으로 닫혀 있네.

돌은 늙었는데 이끼가 깔려 있고

대숲으로 둘러싸인 정자는 깊어 보여

신선한 바람은 정자에 가득하나

계간에 걸린 다리엔 사람은 드물구나.

나 홀로 적적하게 꽃을 보고 있노라니

한가로운 구름 아래 석양은 푸르러라.

森崖開一逕 臨澗閉雙扉

石老苔平鋪 亭深竹亂圍

風來高枕滿 人到小橋稀

寂寂看花處 閑雲下翠微

 

우연히 방호(선경)의 경계에 들어오니

무단히 속세의 마음이 씻겨진다.

시내는 두 섬돌을 감돌아 올리고

대나무는 한 담장에 그늘을 덮었다.

깨끗한 땅에다가 침도 하마 못 뱉겠고

마루는 유현하여 노래가 절로 난다.

먼지 낀 관을 털기도 전에

높은 나무에서 새가 조롱을 한다.

偶八方壺境 無端洗俗心

溪圍雙砌響 竹覆一墻陰

地淨寧容唾 軒幽可着吟

塵冠彈未了 高樹有嘲禽

 

세고(世故) 때문에 좋은 약속 어기어

새봄이 다 지나서 사립문을 두드렸네.

담소를 하면서 작은 회포 풀어보고

쌓이고 쌓인 수심 깨트려 본다.

속세를 멀리하고 티끌 없는 이곳에는

마음만 한가하고 할 일은 많지 않네.

시냇가에 홀로 나와 달 뜨기를 기다리니

구름 밖의 저문 종이 은은히 들려온다.

世故違芳約 經春始叩扉

笑談開寸抱 愁恨破重圍

境遠塵常絶 心閑事亦稀

臨溪仍待月 雲外暮鍾微

 

송순(宋純, 1493~1583년)의 『면앙집(俛仰集)』 1권에 수록된 「외제양언진 소쇄정 사수 가정 갑오(外弟梁彦鎭瀟灑亭四首嘉靖甲午」

소쇄원 초정  소쇄원을 대표하는 정자인 초정은 1536년 정철이 태어나던 해에 지어졌다가 1985년 위교, 외나무다리와 함께 복원되었다.

 

내가 태어나던 해에 이 정자를 세워

사람이 오고 가고 40년이 되었네.

시냇물은 서늘히 벽오동 아래로 흐르고

손님이 와서 취해도 깨지를 않네.

 

我生之歲立斯亭 아생지세립사정

人去人在四十齡 인거인재사십령

溪水泠泠碧梧下 계수령령벽오하

客來須醉不須醒 객래수취불수성

정철(鄭澈, 1536~1593년)의 시 瀟灑園題草亭 소쇄원제초정

 

「소쇄원도  1755년 목판으로 판각된 「소쇄원도」는 소쇄원의 「사십팔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소쇄원의 원형을 상고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소쇄원의 자연 경관  소쇄원은 현실에서 느낀 좌절감을 아름다운 자연에 의탁하여 시문을 짓고 대의를 지키며 절개를 지키고자 한 의도에서 조영된 것이다.

광풍각  성리학자 주돈이의 행동 양식을 따르고자 이름지어진 광풍각에는 조선의 선비 정신이 담겨 있다.

원 안의 낙락장송

「사십팔영」  제월당 마루 위에 있는 김인후의 「사십팔영」은 소쇄원이 수많은 선비의 교우처이자 시문의 산실이었음을 보여 준다.

식영정과 주변 건물들  정면 두 칸, 측면 두 칸에 팔각지붕을 한 간결한 정자 형태의 건물인 식영정은 노자암, 자미탄, 부용당 등과 어우러져 시정 어린 정취를 뽐내고 있다.

환벽당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에 팔작지붕을 한 기와집으로 양산보의 처남인 김윤제가 고향에 돌아와 세운 서재이다.

 

어떤 지날 손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의 주인아 내말 듣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 많건마는

어찌 한 강산을 그처럼 낫게 여겨

적막한 산중에 들고 아니 나시는고.

 

노자암 바라보며 자미탄 곁에 두고

장송을 차일(遮日)삼아 석경에 앉았으니

인간 6월이 여기는 삼추(三秋)로다.

 

창계(蒼溪)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렀으니

천손운금(天孫雲錦)을 그 누가 베어내어

이은 듯 펼친 듯 야단스런 경치로다.

산중에 달력 없어 사시를 모르더니

눈앞의 풍경이 사철따라 전개되니

듣고 보는 일이 모두 다 선계(仙界)로다.

 

짝 맞은 늙은 솔은 조대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버려 두니

홍료화(紅蓼花) 백빈주(白蘋洲)를 어느 사이 지나관저

환벽당 용의 소(沼)가 배 앞에 닿았구나.

 

「성산별곡(星山別曲)」

소쇄원 입구의 연못  호안을 자연석으로 축조한 연못으로 예전에는 물고기와 순채를 길렀다고 한다.

 

줄기는 눈 속에서도 곧고 의연한데

구름 실은 높은 마디는 가늘고도 연해

속대 솟고 겉껍질 벗으니

새줄기는 푸른 띠 풀고 나온다.

雪幹摐摐直  雲梢嫋嫋輕

扶藜落晩籜  解帶繞新莖

 

「사십팔영」 중 제29영 '오솔길의 왕대숲(夾路脩篁)'

 

위교  위태로운 다리란 뜻으로, 소쇄원을 찾아오는 손님은 이 다리를 건넌 다음 개울가에 선 버드나무 밑에서 주인을 불렀을 것이다.

 

장한(張翰)이 강동으로 돌아간 뒤

이 풍류를 아는 이 그 누구인가.

농어회를 미처 마련 못했으니

오래오래 물에 뜬 순채만 보소.

張翰江東後  風流識者誰

不須和玉膾  要看長冰絲

 

「사십팔영」 중 제41영 '못에 흩어진 순채싹(散池蒪芽)'

 

큰 대숲을 뚫고 골짜기에 걸쳐 놓아

우뚝하기가 허공에 뜬 것 같다.

숲과 못은 워낙 아름답지만

다리가 놓이니 더욱 그윽하네.

架壑穿脩竹    臨危似欲浮

林塘元自勝    得此更淸幽

 

「사십팔영」 중 제9영 '대숲 사이에 위태로이 걸친 다리(透竹危橋)'

 

 

 

광풍각 옆 느티나무  개울가 버드나무 밑은 소쇄원 주인과 손님이 만나던 곳으로 손님이 작대기를 두두리면 주인에게까지 들리게 되어 있었다.

 

손님이 와서 대막대기를 두드리니

몇 번 소리에 놀라 낮잠을 깨어

의관을 갖추고 맞으러 가니

벌써 말을 매고 개울가에 서 있네.

有客來敲竹  數聲驚晝眠

扶冠謝不及  繫馬立汀邊

 

「사십팔영」 중 제39영 '버드나무 개울가에서 손님을 맞으니(柳汀迎客)'

 

소쇄원 입구의 긴 담과 오곡문  소쇄원 입구에서 높이 2미터, 길이 약 5미터의 긴 담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오곡문이라고 쓴 담을 만날 수 있다.

대봉대의 초정과 작은 연못  오곡문 담 안에 있는 방형의 작은 연못 옆 대봉대에는 초정이 건립되어 있다.

애양단과 동백나무  겨울에도 볕이 따뜻하게 드는 곳 애양단 담장 안에는 동백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오곡류의 계류에 설치되어 있는 나무홈대

 

소쇄원의 가운데 경치가

소쇄정에 통틀어 모였네.

쳐다보면 시원한 바람 나부끼고

귀기울이면 영롱한 물소리 들리네.

瀟灑園中景  渾成瀟灑亭

擡眸輪颯爽  側耳聽瓏玲

 

「사십팔영」 중 제1영 '자그마한 정자 난간에 기대어(小亭憑欄)'

 

바위 벼랑에 늙은 가지 드리웠고

이슬과 비를 맞아 언제나 맑고 시원해.

태평성대 누리며 오래 살아서

남녘 바람 지금까지 불어오누나.

巖崖承老幹  雨露長淸陰

舜日明千古  南風吹至今

 

「사십팔영」 중 제37영 '오동나무 대에 드리운 여름 그늘(桐臺夏陰)'

초정  소쇄원 계원의 중심에 있는 초정은 한 칸짜리로, 이 정자에 앉으면 소쇄원의 온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돌 위의 대나무 두어 그루는

상비(湘妃)의 눈물자국 아롱졌구려.

산새는 그 한을 알지 못하고

저물 무렵 스스로 돌아올 줄 안다.

石上數叢竹  湘妃餘淚斑

山禽不識恨  薄暮自知還

 

「사십팔영」 중 제32영 '해 저문 대밭에 날아든 새(叢筠暮鳥)'

 

한 이랑이 못 되는 방지(方池)

애오라지 맑은 물이 잔잔히 놀이 치네.

주인의 그림자를 물고기가 희롱하니

낚싯줄 드리울 맘이 없구나.

方塘未一畝  聊足貯淸漪

魚戱主人影  無心垂釣絲

 

「사십팔영」 중 제6영 '작은 못에 물고기 노닌다(小塘魚泳)'

 

샘물이 졸졸 흘러들어

높낮은 대숲 아래 못으로 흘러내려

떨어지는 물줄긴 물방아를 돌리는데

온갖 물고기가 흩어지며 노네.

委曲通泉脉  高低竹下池

飛流分水碓  鱗甲細參差

 

「사십팔영」 중 제7영 '나무홈대를 통하여 흐르는 물(刳木通流)'

 

온종일 졸졸 흐르는 물의 힘으로

방아는 저절로 공을 세우네.

경치는 천손(직녀)의 비단인 양 곱고

찧는 소리에 책장이 넘어가네.

永日潺湲力  舂來自見功

天孫機上錦  舒卷擣聲中

 

「사십팔영」 중 제8영 '구름 위로 절구질하는 물레방아(舂雲水碓)'

 

세상에 모든 꽃이

도무지 열흘 가는 향기가 없네.

어찌하여 시냇가의 저 백일홍은

백날이나 붉게 아름다운가.

世上閒花卉  都無十日香

何如臨澗樹  百夕對紅芳

 

「사십팔영」 중 제42영 '골짜기 시냇가에 핀 백일홍(櫬澗紫薇)'

 

깨끗이 심어져 범연치 않은 꽃

고운 자태는 멀리서 볼 만하네.

향기로운 바람이 골을 가로질러

방안에 스며드니 지란(芝蘭)보다 더 좋구나.

淨植非凡卉  閒姿可遠觀

香風橫度壑  入室勝芝蘭

 

「사십팔영」 중 제40영 '개울 건너 핀 연꽃(隔澗芙蕖)'

 

단 앞 개울은 아직 얼었으나

단 위의 눈은 모두 녹았네.

팔 베고 길게 누워 볕든 경치를 바라보니

한낮의 닭 울음은 다리까지 들리네.

壇前溪尙凍  壇上雪全消

枕臂迎陽景  鷄聲到午橋

 

「사십팔영」 중 제47영 '볕이 든 단의 겨울낮(陽壇冬午)'

 

티끌 많은 세상의 잡념을 버리려

자유로이 계단 위를 거닐었다네.

한가로운 마음을 시로 읊으니

읊으면서 속된 일을 잊게 되구나.

澹蕩出塵想    逍遙階上行

吟成閒箇意    吟了亦忘情

 

「사십팔영」 중 제23영 '긴 계단을 거니노라면(脩階散步)'

 

걸음마다 흘러가는 물결을 보며

거닐면서 시를 읊으니 생각이 더욱 그윽해.

물의 근원이 어디인지 아직 모르고

한갓 담장을 통해 흐르는 물만 바라본다.

步步看波去  行吟思轉幽

眞源人未沂  空見透墻流

 

「사십팔영」 중 제14영 '담장 밑을 통해 흐르는 물(垣竅透流)'

 

지척에서 졸졸 흐르는 물

분명 다섯 굽이로 흘러내리네.

그해 물가에서 말씀한 뜻을

오늘 은행나무 아래서 찾아보는구나.

咫尺潺湲池  分明五曲流

當年川上意  今日杏邊求

 

「사십팔영」 중 제15영 '은행나무 그늘 아래 굽어치는 물(杏陰曲流)'

거대한 암반  담장 밑을 통하여 흘러든 물은 경사가 급한 암반에서 세찬 폭포가 되어 떨어지기도 하고, 소 같은 웅덩이나 조담을 형성하는 등 변화무쌍한 풍경을 형성한다.

수구  장원봉 골짜기에서부터 흘러내린 물은 오고문 옆 담 아래에 뚫려 있는 수구를 총해 소쇄원 내 계곡으로 흘러내린다.

수구문  장대석 같은 자연석으로 담 밑을 받치고 개울 중앙에 자연석을 위태롭게 포개 쌓아서 양쪽으로 도랑이 흐르게 하였다.

밖에서 본 수구  위태롭게 쌓은 자연석이 장대석을 받치고 있다.

 

계류는 바위를 씻어 흐르는데

한 바위가 온 골짜기를 덮고 있구나.

흰 것을 중간에 편 듯이

비스듬한 벼랑은 하늘이 깎은 바로다.

溪流漱石來  一石通全壑

匹練展中間  傾崖天所削

 

「사십팔영」 중 제3영 '가파른 바위에 흐르는 물(危巖展流)'

 

못 물은 깊고 맑아 바닥이 보이는데

멱감고 나도 여전히 푸르구나.

세상 사람들은 이 좋은 곳을 믿지 않지만

뜨거워진 바위에 오르니 발에 티끌 하나 없구나.

潭淸深見底  浴罷碧粼粼

不信人間世  炎程脚沒塵

 

「사십팔영」 중 제25영 '조담에서 멱감다(槽潭放浴)'

 

드문드문 푸른 잎 그늘 아래로

어젯밤 시냇가에 비가 내렸네.

성난 폭포수가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니

마치 흰 봉황이 춤추는 것 같구나.

扶踈綠葉陰  昨夜溪邊雨

亂瀑瀉枝間  還疑白鳳舞

 

「사십팔영」 중 제38영 '오동나무 그늘 아래로 쏟아지는 물살(梧陰瀉瀑)'

 

물이 도는 바윗가에 둘러앉으면

소반의 채소 안주라도 흡족하다.

소용돌이 물결에 절로 오가니

띄운 술잔 한가로이 주고받거나.

列坐石渦邊  盤蔬隨意足

洄波自去來  盞斝閒相屬

 

「사십팔영」 중 제21영 '스며 흐르는 물길따라 술잔을 돌리니(洑流傳盃)'

상암  폭포의 서쪽 평평한 암반 위에는 두 사람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는 그림과 함게 상석이란 글씨가 쓰여 있다.

달을 쳐다보면 바위 광석  조담 서쪽의 평평한 바위에는 광석이라 쓰고 사람이 반듯이 누워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밝은 하늘 달 아래 이슬 받으며

너럭바위 돗자리 대신이로세.

긴 숲이 흩날리는 맑은 그림자

밤이 깊어도 잠을 이룰 수 없네.

露臥靑天月  端將石作筵

長林散淸影  深夜未能眠

 

 

「사십팔영」 중 제13영 '광석에 누워 달을 보니(廣石臥月)'

 

바위 기슭의 넓고 평평한 곳에

대숲이 그 절반을 차지했구나.

손님이 와서 바둑을 두는데

어지러운 우박이 허공에 흩어지네.

石岸稍寬平  竹林居一半

賓來一局碁  亂雹空中散

 

「사십팔영」 중 제22영 '평상바위 위에서 바둑을 두니(床巖對棋)'

 

거문고 타기가 쉽지 않으니

온 세상을 찾아도 종자기(鐘子期)가 없구나.

한 곡조가 물 속 깊이 메아리치니

마음과 귀가 서로 알더라.

瑤琴不易彈    擧世無鍾子

一曲響泓澄    相知心與耳

 

「사십팔영」 중 제20영 '맑은 물가에서 거문고를 비껴 안고(玉湫橫琴)'

 

산을 만듦에 사람의 힘을 들이지 않고

만든 산을 가산이라 하더라.

형세를 따라 수림이 되고

의연한 산야인 것을.

爲山不費人  造物還爲假

隨勢起叢林  依然是山野

 

「사십팔영」 중 제16영 '가산의 풀과 나무(假山草樹)'

 

가을이 오니 바위 골짜기 서늘도 하고

단풍잎은 이른 서리에 놀랐구나.

고요하게 노을빛이 흔들리는 속에

춤추는 듯 그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秋來巖壑冷  楓葉早驚霜

寂歷搖霞彩  婆娑照鏡光

 

「사십팔영」 중 제44영 '골짜기에 비치는 단풍(暎壑丹楓)'

 

전하여 듣자니 시냇가의 풀은

아홉 가지 향기를 머금었다고

여울물도 날마다 뿜어 올려져

한가로이 더위를 삭히어 주네.

聞說溪傍草  能含九節香

飛湍日噴薄  一色貫炎凉

 

「사십팔영」 중 제34영 '세찬 여울가에 핀 창포(激湍菖蒲)'

 

하늘은 신선의 계교와 부합하며

맑고 찬 한 줄기 산골 도랑

하류에선 서로 섞여 흐르네.

오리들이 한가로이 졸고 있구나.

天付幽人計  淸冷一澗泉

下流渾不管  分與鴨閒眠

 

「사십팔영」 중 제33영 '산골 물가에서 졸고 있는 오리(壑底眠鴨)'

 

숲 끝의 매대는 그대로 넓은데

달이 떠오를 때엔 더욱 좋아라.

엷은 구름도 흩어지고

차가운 밤 얼음에 비치는 그 자태.

林斷臺仍豁  偏宜月上時

最憐雲散盡  寒夜映冰姿

 

「사십팔영」 중 제12영 '매대에 올라 달을 맞으니(梅臺邀月)'

 

매화의 빼어남을 곧바로 말하자면

돌에 내린 뿌리가 볼 만하구나.

맑고 잔잔한 물가에

성긴 그림자 황혼에 더 곱다.

直欲論奇絶  須看揷石根

兼將淸淺水  踈影入黃昏

 

「사십팔영」 중 제28영 '돌받침 위에 외롭게 핀 매화(石趺孤梅)'

화계  경사진 언덕에 자연석으로 쌓은 네 단의 축대 가운데 밑의 단은 원로이고 위의 두 단은 화계로 계류의 서쪽 산비탈 담 밑에 조성되어 있다.

 

북녘재(서울쪽)는 층층이 푸르고

동녘 울밑에 군데군데 누런 국화

벼랑가에 마구 심어 놓은 것들이

늦가을 서리 속에 어울리구나.

北嶺層層碧  東籬點點黃

緣崖雜亂植  歲晩倚風霜

 

「사십팔영」 중 제27영 '비탈길에 흩어진 솔과 국화(散崖松菊)'

 

몸소 느티나무 옆의 바위를 쓸고

아무도 없이 홀로 앉아서

졸다가 문뜩 놀라 일어나니

개미왕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自掃槐邊石  無人獨坐時

睡來驚起立  恐被蟻王知

 

「사십팔영」 중 제24영 '느티나무 옆의 바위에 기대어 졸다(倚睡槐石)'

소쇄원의 식생 현황도.

 

등뒤엔 겹겹의 청산이요,

머리를 돌리면 푸른 옥류(玉流)라.

긴긴 세월 편히 앉아 움직이지 않고

대(매대)와 각(광풍각)이 영주산보다 낫구나.

背負靑山重  頭回碧玉流

長年安不抃  臺閣勝瀛州

 

「사십팔영」 중 제4영 '산을 지고 앉은 자자바위(負山鼇巖)'

 

일찍이 여섯 잎 꽃이 피더니

향기가 가득하다 야단들이네.

붉은 열매 푸른 잎새 숨어 있더니

맑고 고와 눈서리가 사뿐 앉았네.

曾聞花六出  人道滿林香

絳實交靑葉  淸姸在雪霜

 

「사십팔영」 중 제46영 '흰 눈을 인 붉은 치자(帶雪紅梔)'

 

길은 하나련만 삼익우(三益友)가 잇달아

오르는 사이에 위태로움 느끼지 못하네.

워낙 세속의 인간은 근접을 못하는 곳

이끼 색은 밟혀도 또다시 푸르구나.

一逕連三益    攀閒不見危

塵蹤元自絶    苔色踐還滋

 

「사십팔영」 중 제5영 '돌길을 위태로이 오르니(石逕攀危)'

 

늙은 돌에 촉촉한 구름이 자욱하니

푸르디 푸른 이끼가 꽃인 양 하여라.

다른 언덕과 골짜기마다

번화함이 없이 그 뜻이 고절하다.

石老雲烟濕  蒼蒼蘚作花

一般丘壑性  絶意向繁華

 

「사십팔영」 중 제18영 '돌에 두루 덮인 푸른 이끼(遍石蒼蘚)'

광풍각  오곡류가 흐르는 계간의 하류에 위치한 광풍각은 정면과 측면이 세 칸, 팔작지붕으로 된 정자형 건물이다.

 

창이 밝으면 책을 읽으니

물 속 바위에 책이 어리 비치네.

한가함을 따라서 생각은 깊어지고

솔개와 물고기인 양 떠돈다.

窓明籤軸淨  水石映圖書

精思隨偃仰  竗契入鳶魚

 

「사십팔영」 중 제2영 '개울가에 누운 글방(枕溪文房)'

광풍각과 정원  광풍각은 소쇄원의 아름다운 경치가 정자 속으로 들어오게 만든 집이다.

 

봄이 복사꽃 밭에 찾아드니

붉은빛이 새벽 안개 속에 낮게 퍼진다.

바윗골 속에 취해 있으니

마치 무릉도원을 거니는 것 같구나.

春入桃花塢  繁紅曉霧低

依迷巖洞裡  如涉武陵溪

 

「사십팔영」 중 제36영 '복사밭에 봄이 찾아드니(桃塢春曉)'

광풍각 마루에서 바라본 원의 전경

광풍각 후원과 복숭아나무  고암정사와 부훤당이 있던 지역과는 낮은 담으로 분할되었으며(위), 담에는 작은 협문이 있고, 담장 안에는 복숭아나무가 심어져 있다.(아래)

광풍각  소쇄원에서 가장 중요한 글방 건물인 광풍각은 터진 사방으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소쇄원의 아름다운 경치가 정자 속으로 들어오게 만든 집이다.

제월당  소쇄원 서쪽 가장 높은 단 위에 건립되어 있으며 정면 세 칸, 측면 한 칸에 팔작지붕으로 된 간결한 집이다.

제월당  좌측 한 칸 방의 문짝을 들어올리면 전면과 측면이 개방되면서 탁 트인 시원한 공간이 된다.

 

빗방울이 은화살같이 쏟아지니

너울거리며 푸른 비단 춤을 추네.

향수 어린 고향 소리엔 비할 수 없어

그냥 안타까워라, 고요한 마음만 깨다니.

錯落投銀箭  低昻舞翠綃

不比思鄕聽  還憐破寂寥

 

「사십팔영」 중 제43영 '빗방울이 두드리는 파초(滴雨芭蕉)'

 

저 아득한 곳으로 사라졌는데

다시 이 고요한 곳으로 불어오니

무정한 바람은 대나무와 더불어

밤낮 생황을 분다네.

已向空邊滅  還從靜處呼

無情風與竹  日夕奏笙篁

 

「사십팔영」 중 제10영 '대숲에 부는 바람소리(千竿風響)'

제월당 마루 위에 걸린 「사십팔영」

소쇄원의 담  자연석과 황토흙을 섞어 쌓은 운치 있는 토석담은 원내와 원외를 분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쇄원의 담은 서쪽 경사진 산록(산기슭)을 내려오면서 직각으로 수없이 꺾어지는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데, 이 담은 소쇄원 입구에서 북북동쪽에 위치한 애양단까지 이른다.

오곡문에서 매대까지 이르는 담의 바깥쪽(위)과 안쪽(아래)

매대에서 제월당까지 이르는 담과 고사목  송시열이 쓴 '소쇄처사양공지려'라는 글자가 붙은 서쪽 담 옆에는 고사목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다.


어렴풋이 삼파(三巴, 중국 사천성(泗川省) 동부에 있는 세 고을 파군(巴郡), 파동(巴東), 파서(巴西)를 말한다. 이 세 고을이 서로 어울려 잘 살았다고 하는데 '오곡문'이란 잘 어우러져 있다는 말이다)의 글자를 시늉낸 듯

아마도 구곡(九曲, 주자의 무이구곡을 의미한다)의 여울에서 나누어온 듯

진원(眞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곧바로 행단으로 통해지리라.

宛學三巴字  應分九曲灘

眞源知有泝  直透杏邊壇

양산보의 4대손 양진태가 쓴 「오곡문」


긴 담이 백 자[百尺]나 가로 뻗었는데

일일이 신시(新詩)를 베껴  놨더니

마치 병풍을 두른 것 같네.

비바람의 장난일랑 일지 말아라.

長垣橫百尺  一一寫新詩

有似列屛障  勿爲風雨欺


「사십팔영」 중 제48영 '긴 담에 걸려 있는 노래(長垣題詠)'

소쇄원 종단면도

「소쇄원도」  입면도와 평면도가 혼합된 그림으로 사방으로 돌려보면 보는 방향에 따라 건너다 보이는 공간이 정면으로 나타나게 그려져 있다.

 

남녘의 더위가 괴로운데

오직 이곳만은 서늘한 가을이네.

바람이 흔드는 누대 곁의 대숲

연못물은 나뉘어 돌 위로 흐르네.

南州炎熱苦  獨此占凉秋

風動臺邊竹  池分石上流

 

「사십팔영」 중 제11영 '연못가에서 더위를 식히니(池臺納凉)'

 

높은 묏부리에서 굴러온 바위에

몇 자 안 되는 솔이 뿌리를 내리네.

송화(松花) 몸에 만발하며

기세는 하늘의 푸르름을 지녔고녀.

片石來崇岡  結根松數尺

萬年花滿身  勢縮參天碧

 

「사십팔영」 중 제17영 '하늘이 이룬 솔과 돌(松石天成)'

 

벼랑 끝에 빈 마음으로 오래 앉으니

말끔히 씻어 주는 계곡의 바람 불어

무릎 상할까 두렵지 않고

한갓 구경만 하는 늙은이로다.

懸崖虛坐久  淨掃有溪風

不怕穿當膝  偏宜觀物翁

 

「사십팔영」 중 제19영 '걸상바위에 고요히 앉아(榻巖靜坐)'

 

콸콸 물은 층계진 돌을 돌아 흐르는데

다릿가의 두 그루 솔이 섰구려.

남전[藍田, 중국 섬서성 서안시 동남방에 있는 고을 이름으로 당나라 문장가 한유(韓愈)가 「남전현승청벽기(藍田縣丞聽壁記)」를 지은 것이 있는데 이를 인용하여 오히려 남전보다 여기가 더 유유자적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엔 오히려 일이 있어서

다툼이 이 조용한 곳에도 이르겠네.

㶁㶁循除水  橋邊樹二松

藍田猶有事  爭及此從容

 

「사십팔영」 중 제26영 '가로지른 다릿가의 두 소나무(斷橋雙松)'

 

서리맞은 뿌리가 속세를 싫어하나

자꾸만 돌 위로 드러나네.

몇 해나 길렀더냐 어린 자손처럼

곧은 속은 갈수록 굳어간다네.

霜根耻染塵  石上時時露

幾歲長兒孫  貞心老更苦

 

「사십팔영」 중 제30영 ''돌 틈에 서려 뻗은 대 뿌리(迸石竹根)'

 

벼랑가에 펄펄 나는 새들

때로는 물 속에 내려 놀고

마음대로 마시고 쪼으면서

잊다마다 백구(갈매기)에 값하는 것을.

翩翩崖際鳥  時下水中遊

飮啄隨心性  相忘抵白鷗

 

「사십팔영」 중 제31영 '벼랑에 깃들인 새(絶崖巢禽)'

 

정작 꽃 중의 꽃은

청화(淸和) 함이 사시에 갖추어 있는

띠집의 비스듬한 처마가 다시 좋아하고

매화와 대나무가 이 서로 아는 꽃.

定自花中聖  淸和備四時

茅塹斜更好  梅竹是相知

 

「사십팔영」 중 제35영 '처마에 비스듬히 핀 사계화(斜簷四季)'

 

어둑하여 산과 구름 알 수가 없네

창을 여니 동산에 눈이 가득하구나.

계단도 구별 없이 멀리까지 하야니

부귀가 여기까지 이르다마다.

不覺山雲暗  開窗雪滿園

階平鋪遠白  富貴到閒門

 

「사십팔영」 중 제45영 '넓은 뜰에 깔린 눈(平園鋪雪)'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