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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30. 13:38 내가 읽은 책들/2017년도

2017-012 이연주 시전집(1953-1992)

 

 

 

이연주

2016, 최측의농간

 

이연주

 

1953년  전라북도 군산 출생.

1985년  시 동인 '풀밭' 활동 시작.

1989년  「죽음을 소재로 한 두 가지의 개성 1」외 1편으로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

1991년  《작가세계》 가을호에 「가족사진」외 9편 발표. 정식 등단.

           첫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세계사) 출간.

 

1993년  유고 시집 『속죄양, 유다』(세계사) 출간.

 

차례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15 겨울 석양
16 길
18 집행자는 편지를 읽을 시간이 없다
19 사람의 고향
20 장마의 시
21 시외전화
22 지리한 대화
24 집단무의식에 관한 한 보고서
25 가나마이신에게
26 가족사진
27 추억 없는 4 19
29 유토피아는 없다
31 위험한 진단
33 눈뜬 장님
35 어떤 길에 대한 추측
37 유한 부인의 걱정
38 비극적 삼각관계
39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40 어떤 행려병자
41 매음녀 1
42 매음녀 3
43 매음녀 4
45 매음녀 5
46 매음녀 6
47 매음녀 7
48 고물상에서의 한때
49 쓸데없는 추억거리 중
50 방화범
51 바다로 가는 유언
52 좌판에 누워
53 네거리에서
54 그렇게, 그저 그렇게
55 누구의 탓도 아닌, 房
56 낙엽이 되기까지
58 헛구역질
59 유배지의 겨울
60 풀어진 길
62 발 작
63 열차는 어디로 가고
64 악몽의 낮과 밤
65 문 밖에서 문 밖으로
66 커피를 마시는 쓰디쓴 시간
67 얕은 무의식의 꿈
68 무꾸리 노래
69 여섯 알의 아티반과 가위눌림의 날들
70 윤 씨
71 모가 난 밤의 공기 속에서
72 잡 초
73 모음의 부드러운 지령 앞에서
74 허공에 매달린 시대
75 난쟁이를 웃다
76 아버지, 11월
77 죽음을 소재로 한 두 가지의 개성 1
78 무엇이 잘못
80 죽음을 소재로 한 두 가지의 개성 2
81 차용된 인생
82 송신탑이 흠씬 젖어버렸을까
83 신생아실 노트
84 외로운 한 증상
86 끌과 망치가 필요한 때
87 마지막 페이지
88 삼촌 편지
89 담배 한 개비처럼
90 라라라, 알 수 없어요
91 고압지대에서 흐리고 한때 비
92 연애에 있어서
93 혼자 가는 뿔
94 불행한 노트
95 다림질하는 여자
96 아름다운 음모
97 폐물놀이
98 이십세기 최고의 행위
100 인큐베이터에서의 휴일
101 현대사적 추억거리
102 욕망의 우환
103 파동의 꼭지점에 와서
105 잠꼬대
107 구덩이 속 아이들의 희미한 느낌
109 네거티브
111 밥통 같은 꿈
113 빵과 나
115 긴다리거미의 주검
117 초록등거미와 거미줄의 마이너스적 관계
119 백치여인의 노래
120 세모여자
121 우리는 끊임없이 주절거림을 완성한다
122 비인칭의 엔트로피
123 출산 에피소드
124 길, 그 십년 후 비 오는 날
125 삼류들의 건배
126 길, 그 십년 후 비 오는 날 다음날

속죄양, 유다

129 익명의 사랑
130 겨울나무가 내 속에서
132 적과의 이별
133 사랑은 햇빛을 엑기스로 뽑아
135 우리라는 합성어로의 환생
137 탄생의 머릿돌에 관한 회상
139 따뜻한 공간이동
140 속죄양, 유다, 그리고 외계인
142 봉숭아 꽃물 들일 때 주검 저 너머에서는
143 성자의 권리 序
144 성자의 권리 1
146 성자의 권리 2
147 성자의 권리 3
149 성자의 권리 4
151 성자의 권리 5
152 성자의 권리 6
154 성자의 권리 7
155 성자의 권리 8
156 성자의 권리 9
158 성자의 권리 10
160 서역
161 제3의 살에게
162 재의 굿놀이
163 함박눈을 훔치다
165 두 개의 나사못을 위하여
167 흡혈귀
168 매맞는 자들의 고도
169 독재자
171 흰 백합꽃
173 우렁달팽이의 꿈
174 몰락에의 사랑
175 만일 누군가가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면
176 최후 사랑법
177 얼음석
178 할머니의 바다
179 무정부주의적 미립자의 고뇌
181 봄날은 간다
182 간증하는 여자
183 점 선 면
185 밤꾀꼬리에게의 고마움
187 사랑의 용병
188 수박을 밑그림으로
189 안개 통과
190 벌레를 불쌍히 여김
191 무덤에서의 기침
194 충격요법을 실험중인 진료실
200 성 마리아의 분만기
204 돌아가는 길
205 즐거운 일기
206 행로와의 이별
207 終 身

동인지 발표작

211 불의 서시
212 물의 사도
213 밀알
214 이 ~ 아 ~ 오
225 남은, 그리고
217 쓰레기 처리장
218 정신
219 동행 일기
220 겨울 강
221 등대
222 詩說 36
223 다시 봄
224 해바라기
225 산을 내려온 배암 1
226 산을 내려온 배암 3
227 산을 내려온 배암 4
228 산을 내려온 배암 5
229 산을 내려온 배암 7
230 산을 내려온 배암 8
231 산을 내려온 배암 9
232 산을 내려온 배암 10
234 산을 내려온 배암 11
235 산을 내려온 배암 12
237 산을 내려온 배암 13

시극

239 끝없는 날의 사벽

 

 

매음녀 1

 

 

팔을 저어 허공을 후벼판다.

온몸으로 벽을 쳐댄다.

퉁, 퉁 ---

반응하는 모질은 소리

사방 벽 철근 뒤에 숨어

날짐승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그녀의 허벅지 밑으로 벌건 눈물이 고인다.

한번의 잠자리 끝에

이렇게 살 바엔, 너는 왜 사느냐고 물었던

사내도 있었다.

이렇게 살 바엔 ---

왜 살아야 하는지 그녀도 모른다.

쥐새끼들이 천장을 갉아댄다.

바퀴벌레와 옴벌레들이 옷가지들 속에서

자유롭게 죽어가거나 알을 깐다.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들추고 그녀는 매일 아침

자신의 시신을 내다버린다. 무서울 것이 없어져버린 세상.

철근 뒤에 숨어사는 날짐승이

그 시신을 먹는다.

정신병자가 되어 감금되는 일이 구원이라면

시궁창을 저벅거리는 다 떨어진 누더기의 삶은 ……

아으, 모질은 바람.

 

 

매음녀 4

 

 

함박눈 내린다.

소요산 기슭 하얀 벽돌 집으로

그녀는 관공서 지프에 실려서 간다.

 

달아오른 한 대의 석유 난로를 지나

진찰대 옆에서 익숙하게 아랫도리를 벗는다.

양다리가 벌려지고

고름 섞인 누런 체액이 면봉에 둘둘 감겨

유리관 속에 담아진다.

꽝꽝 얼어붙은 창 바깥에서

흠뻑 눈을 뒤집어쓴 나무 잔가지들이 키들키들

그녀를 웃는다.

 

반쯤 부서진 문짝을 박살내고 아버지가 집을 나가던 날

그날도 함박눈 내렸다.

 

검진실, 이층 계단을 오르며

그녀의 마르고 주린 손가락들은 호주머니 속에서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찾아 꼬물거린다.

한때는 검은 머리칼 찰지던 그녀.

 

 

바다로 가는 유언

 

 

모든 폐기물들이 나와 함께

하수구를 흘러 내려간다

수런거리는 날들을, 내가 나를 덮고

온갖 찌꺼기들에 뒤섞여 유언 하나를 남긴다

땅 위에서는 아득히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사람들의 아우성

벽을 쳐대는 희미한 혼령의 소리도 들려왔다

잃는다는 것을 모른다, 나는 이미

바다의 틈 사이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죽은 쥐들과 살육당한 동물들의 뼈다귀와

독한 냄새를 피우는 배설물들과

나는 강을 건널 것이며

물고기들은 바다로 흘러 들어온

지상의 폐기물들의 살을 먹는 것이다

바다는 요니의 자궁

 

문둥이가 와서 그 물에 손과 발을 씻었더니

그 병이 나았다 하더라.

 

 

낙엽이 되기까지

 

 

어젯밤에는 머리털이 한뭉치 빠졌다.

아침엔 잠에서 깨어보니 이가 하난 빠져 있다.

 

도둑고양이가 털갈이를 위해서

벌써 냉골의 나의 방

문짝을 발톱으로 긁고 있다.

 

나무 십자가를 내린다.

바삭거리는 종려가지에서 이파리들을 훑어내고

나는 잠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커튼은 잘 닫혀 있는지

 

어머니, 내 머리맡에서 유령처럼

여름날에 따두었던 탱자알로 즙을 만든다.

알레르기 돋은 살을 문지르고 있다.

「내 탓이었어요」

 

모두가 습관처럼 어깨를 들먹이고

등불에서 빛을 훔쳐낸 자들은 고해소로 간다.

몇십 알의 알약과 두어 병의 쥐약과

목걸대로 이용할 넥타이와, 유산으로 남기는

각자의 몫을 들고

 

바람은 액자의 틀을 벗긴다.

무수한 나뭇잎들이 떨어질 것이다.

엄숙한 햇살 한 점 밑에

나를 빠져나온 내가 뒹굴고 있다.

 

 

신생아실 노트

 

 

   방치된 탄생이 관 같은 요람 위에 누워 있다. 푸줏간의 비릿한 냄새, 온갖 경험을 거쳐 늙은이의 침묵에 이르기까지 누가 저것들을 그 먼 곳까지 인도할 수 있으리. 나는 세면대 가득 물을 받아 손을 씻는다.

   이곳은 불을 끄면 그대로 암흑이다. 어제 태어난 아이도 자궁 감자로 끄집어냈지 않나, 모두가 그렇다. 아니면 마취제를 전신에 걸고 절개수술로써 태어남의 시분초를 알리는 것이다. 전쟁터에 일개 보병으로 올려지는 시간이지. 나는 어린것 하나를 들어올려 벌써 노랗게 곪아가는 그 얼굴의 반점들을 지켜본다.

   이것 봐, 총과 칼로써 네 몸을 무장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 문제는 맨몸으로 기도문 한 구절 없이 버티는 용기와 저항의 힘이란다. 기도문이란 다만 죽은 자들을 위한 문장일 뿐이니까 …… 나는 알코올 솜으로 정성들여 손바닥을 문지른다. 제발 잊지 말아, 저 전깃불이 얼마나 큰 어둠을 감추고 있는지 ……

 

 

외로운 한 증상

 

 

   지하도 계단을 오르던 해직 근로자 오인환 씨는 갑자기 코끝을 찌르는 듯한 이상한 냄새 때문에 킁킁거리다가 무슨 냄새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두리번거리면서 지하도 계단을 빶나왔다.

   버스를 타고 덜그럭거리면서 종로통을 지날 때 그 역겨운 냄새가 다시 나는 듯하여 도대체 이놈의 냄새, 하며 눈살을 오므려 잡고 손바닥으로 쓱쓱 코를 문지르면서 돌아왔다.

   잠결에 또 그 냄새를 느낀 오인환 씨는 반쯤 꿈속에서 왜 그럴까, 이상도 하지, 어디서 나는 무슨 냄새일까, 마른 새우처럼 우등거린 채 다시 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옷장 뒤 어디 옴팡한 구석에서 나는 것 같은, 거리의 골목골목에서 무엇이 물컥물컥 썩고 있는 것 같은 냄새 때문에,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기분이 나빠 견딜 수가 없구나.

   술을 마시면 술잔에서 그 냄새가 나는 듯, 밥을 먹을 땐 구더기가 꼬물거리는 것 같아 숟가락을 던지듯 팽개치고 벌렁 드러누우면 요 때기와 이불에서, 그는 머리를 감싸쥐고 마루 위를 덜컹덜컹 서성거렸다.

   마침내 냉장고에서 야채들이 썩어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생선토막들이 줄줄 물을 흘리며 흐물텅 녹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후더분한 살 냄새가, 퀘퀘한 땀 냄새가 집안 곳곳에 배어가기 시작했다.

   옷장에서 옷가지들이 신발장에서 신발들이 살 아래 지방층 밑에 미세한 신경조직들이 늙은 창녀이 젖퉁이마냥 물컹거려 …… 냉장고를 열어보고 아, 호박이 썩고 잇구나, 냄비뚜껑을 열며 응, 생선이 썩고 있어, 오물더미 위에 앉아 오인환 씨는 젠장, 썩어가는 냄새는 정말 지독하군.

 

 

길, 그 십년 후 비 오는 날

 

 

빗물받이 홈통 속을 흘러 내려간다

날은 몹시 어둡고

「넌 끝장난 거야」

번개를 동반한 우뢰가 불안한 내일을 알린다

까딱하면 머리통이 깨질 수도

어깻죽 하나가 달아날 수도 있다

거꾸로 내리꽂히듯 나는 쿠당 쾅쾅 주르륵 죽,

몸을 가눌 수가 없구나

어쩐담,

혈액은 이미 늙었고 쓰다 만 기록물들

차갑게 식은 내 살을 떠나고 있다

빈대며 벼룩, 허연 서캐침들

이제 공짜의 내가 태어나는 시간이다

전도되어간다

주정뱅이에게로 장돌뱅이, 거렁뱅이에게로

한번은 방범창틀에 모가지 걸어 죽었었던 또 한번은

그 --- 다락방

오냐, 줄잣대를 버리마

요란한 눈물 피튀기듯 우릉, 우릉, 쾅! 쾅, 쾅,

빗줄기

허공에 매인 측량줄을 끊어 땅에 던진다.

 

 

posted by 황영찬
2017. 3. 23. 12:31 내가 읽은 책들/2017년도

2017-011 음악의 재발견

 

 

 

 

김형찬 지음

2016, score

 

대야도서관

SB112087

 

670.4

김94ㅇ

 

과학 + 인문학의 융합적 시각으로 본 음악이야기

 

지금껏 나를 가장 흥분하게 만드는 일 중의 하나는 바로 노래가 떠오를 때까지 아무데도 가지 않고 앉아서 기타나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내가 만약 물리학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음악가가되었을 거야.

나는 종종 음악 속에서 생각하고 음악 속 백일몽에서 살곤 하지.

 

                                                                     김형찬

글쓴이  김형찬 한겨레 기자는 한겨레 스페셜콘텐츠 + '앱으로 여는 음악 세상' 필자, 네이버 전문기자칼럼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필자로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음악치료특강 15주 과정 이수 뒤 음악치료 상담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정규 음반 1집 '기억해', 2집 '연애의 고고학'을 발표한 작사가, 작곡가, 가수로서 음악을 통해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CONTENTS

 

  1 >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작곡가, 비틀즈 넘어설까?
  2 >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두 얼굴
  3 > 음악의 주파수와 사람의 주파수
  4 > 음악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5 > 우리 몸 속에도 음악들이 있다
  6 > 물과 모래도 음악에 맞춰 표정 짓고 춤을 춘다
  7 > 최고의 물리학자를 움직인 최고의 음악가
  8 > 스티브 잡스를 자극한 음악들
  9 > 70세 한참 넘은 폴 매카트니가 '뇌섹남'인 이유
10 > '악보문맹' 폴 매카트니의 작곡법은?
11 > 우주 블랙홀들이 부르는 '3중창 음악'
12 > 별 사이 공간에도 '음악'이 흐른다
13 > 대통령들의 악기와 '음악과학 신화'
14 > 대통령의 노래 취향, 정치색과 얼마나 닮았을까?
15 > 음치라도 가수, 아니 래퍼가 충분히 될 수 있는 이유
16 > 랩은 음악적 말하기일까, 말로 하는 음악일까
17 > '창조적 소음'을 들으면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18 > 뇌과학으로 본 시와 음악의 '혈연관계'
19 > 미술+음악 '투잡' 지드래곤의 창조성 높일까?
20 > 박태환 등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 음악을 듣는 이유는?
21 > 합창과 혼자 부르는 노래는 효과가 다르다
22 > 음계는 개성이다
23 > 불한당들의 세계사와 불온한 대리코드들
24 > 노래와 시와 아름다움의 인식론
25 > 시인의 자작곡 들으면서 식물처럼 자라볼까
26 > 시인이 사랑한 식물들은 그의 시와 노래를 들을 청력이 있었다?
27 > 우범지역에서 클래식을 틀면 범죄가 줄어든다고?
28 > 들리는 음악에 따라 사람 인상도 달라진다?
29 > 음의 반복이 없으면 음악도 없는 것일까?
30 > '아리랑 정신'과 리메이크
31 > 요즘 히트곡들의 가사가 형편없는(?) 까닭은
32 > 신해철의 '음악 유산'
33 > 사이먼 앤 가펑클이 정치적 노래를 불렀다?
34 > 유재하의 '애드 나인(add9) 코드'와 문화 융합
35 > 오바마 대통령과 '어메이징 뮤직'
36 > 사람을 감동하게 만드는 '음악의 법칙'
37 > 크리스마스 캐롤과 그 무엇들의 역사
38 > 새해맞이 노래들과 그 어떤 것들의 역사
39 > '퍼퓸'의 3D 음악공연과 예술철학
40 > 가사냐 멜로디냐
41 > 기타는 도대체 왜 치려고 하는 걸까요?
42 > 음악과 시와 무정부주의적 인식론
43 > 노래하는 우뇌와 말하는 좌뇌
44 > '제2의 강남스타일' 만들 방법은?
45 > 한 음으로만 노래하기, 한 음으로만 말하기,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
46 > 음악과학으로 본 '토토가'의 인기
47 > 사라 브라이트만과 '실험미학'
48 > 존 레논처럼 자신의 목소리가 듣기 싫다구요?
49 > 음악과 다윈의 진화론
50 > 가상악기(VSTi)에 담는 '국악 한류'와 문화상대주의
51 > 아베 조롱한 일본 밴드의 '러브 코리아'
52 > 우연과 필연의 음악
53 > 사람과 동물의 '음악적 말하기'
54 > 서태지의 신비주의와 종교적 신비주의
55 > 한대수의 '물 좀 주소'와 음악과학 실험
56 > 코끼리도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좋아한다
57 > 푸틴의 아스퍼거 증후군(?)과 음악
58 > '국악 교가' 학생들 뇌에 어떤 영향 줄까?
59 > '운동권 출신' 밥 딜런이 36번째 앨범서 '보수'의 노래를 부른 까닭
60 > '소리의 프레임' 가지고 휴가 떠나볼까
61 > '썸' 타는 목소리의 과학
62 > '개인적 민간 음악과학'으로 감동 만들어볼까
63 > 록, 헤비메탈 광팬들이 위험한 존재라고?
64 > 광복 70돌의 숫자와 음악상징
65 > 완전히 완벽하지 않아서 음악은 아름답다
66 > '싸이'의 노래 리듬에 맞춰 춤추는 앵무새
67 > 내림 마장조의 뇌과학으로 본 '우리의 소원'
68 > 안치환의 부부애와 '과학 민주주의'
69 > 박치를 위한 '음악의 신'은 죽지 않았다

 

"날 붙들어 매어놓을 줄이 없다네

나를 안달복달하게 할 수도, 얼굴 찡그리게 할 수도 없지

한때는 그런 줄이 있었지만, 지금 난 자유의 몸이라네

나는 줄에 묶여 있지 않다네"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인공지능 울트론이 부른 피노키오의 노래

 

2015년 '우주 중력파 패턴'인 것으로 발표되었다가 '우주 먼지'로 인한 오류라는 것이 안정된 이미지.(출처 :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1)바흐, 모짜르트, 그리고 옛날 이탈리아와 영국의 작곡가들을 좋아한다.슈베르트도 좋지만 베토벤은 그들에 비해 조금 덜하다.

(1) Bach, Mozart, and some old Italian and English composers are my favorites in music. Beethoven considerably less -- but certainly Schubert.

 

(2)바흐와 모짜르트 중 누가 더 내게 의미 있는지 말하기는 불가능하다.난 음악에서 논리를 추구하진 않는다. 난 음악 전체에 대해 상당히 직관적이다. 음악 이론은 모른다.난 직관적으로 그 내부의 통일성을 파악할 수 없는 작품은 좋아하지 않는다.

(2) It is impossible for me to say whether Bach or Mozart means more to me. In music I do not look for logic. I am quite intuitive on the whole and know no theories. I never like a work if I cannot intuitively grasp its inner unity (architecture).

 

(3)난 항상 헨델이 훌륭하고 심지어 완벽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에게 어떤 종류의 피상적인 점도 느낀다.베토벤은 너무 개인적이고 내게 너무 드라마틱 하다.

 

(3) I always feel that Handel is good -- even perfect -- but that he has a certain shallowness. Beethoven is for me too dramatic and too personal.

 

(4)슈베르트는 감정을 표현하는 최상의 능력 때문에 좋아한다.멜로디를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하지만 그의 다른 대작들에서는 구성적 매력이 부족해 몰입에 방해를 받는다.

 

(4) Schubert is one of my favorites because of his superlative ability to express emotion and his enormous powers of melodic invention. But in his larger works I am disturbed by a certain lack of architectonics [German: "Architektonik"].

 

(5)슈만의 소품들은 독창성과 감정이 풍부해서 매우 매혹적이다.하지만 커다란 형식미가 부족한 점은 좀 아쉽다. 멘델스존은 상당한 재능이 있지만 종종 식상함을 주는 규정하기 힘든 피상성이 있다.

(5) Schumann is attractive to me in his smaller works because of their originality and richness of feeling, but his lack of formal greatness prevents my full enjoyment. In Mendelssohn I perceive considerable talent but an indefinable lack of depth that often leads to banality.

 

(6)브람스의 독일가곡과 실내악들에는 아주 중요한 구조미가 있다.하지만 그의 대부분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속깊은 호소력을 느끼지 못한다. 왜 그렇게 작곡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6) I find a few lieder and chamber works by Brahms truly signficant, also in their structure. But most of his works have for me no inner persuasiveness. I do not understand why it was necessary to write them.

 

(7)바그너의 독창성을 존경한다.하지만 데카당스로서의 구조미가 결핍돼 있다.거기에 더해 그의 음악적인 개성은 내겐 형언할 수 없이 너무 공격적이어서, 그의 작품 대부분을 들을때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7) I admire Wagner's inventiveness, but I see his lack of architectural structure as decadence. Moreover, to me his musical personality is indescribably offensive so that for the most part I can listen to him only with disgust.

 

(8)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축복받았다.하지만 내부의 진실성이 없이 외부 효과에만 관심이 있다. 내가 일반적인 근대음악에 애정이 없다고 얘기할 순 없다. 드뷔시는 섬세한 색채를 가지고 있지만 구조미가 부족하다. 난 그런 종류에 대해선 열광하지 못한다.

 

(8) I feel that [Richard] Strauss is gifted, but without inner truth and concerned only with outside effects. I cannot say that I care nothing for modern music in general. I feel that Debussy is delicately colorful but shows a poverty of structure. I cannot work up great enthusiasm for something of that sort.

 

"내 사업의 롤모델은 바로 비틀즈다. 네 명으로 이뤄진 비틀즈는 각자 다른 성향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서로간의 균형을 아주 잘 맞췄기 때문에 비틀즈라는 그룹 전체는 단순히 그들 개개인들을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더 위대햇다. 이게 바로 내가 사업을 보는 관점이다. 사업에서 위대한 일은 결코 한 사람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위대한 일을 이루는 것은 바로 팀이다."

- 스티브 잡스

 

"나의 롤모델 중 하나는 밥 딜런이다. 나는 커가면서 그의 노래와 가사들을 배웠고 그가 단 한 번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보아왔다. 실패를 계속 감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가이다. 딜런은 항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길이 바로 애플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 스티브 잡스

 

"종교란 어떤 특별한 가르침이 아니다. 종교는 어디에나 있다. 특별한 가르침에 관한 모든 것들을 잊어버려라.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 묻지 말라. 가르침은 매순간 속에 있다. 모든 존재 안에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르침이다."

- 슌류 스즈키

 

지금껏 나를 가장 흥분하게 만드는 일 중의 하나는 바로 노래가 떠오를 때까지 아무데도 가지 않고 앉아서 기타나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 폴 매카트니

 

"테크놀로지는 계속해서 발전해갑니다. 테크놀로지 덕분에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더 편하게 그리고,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더 쉽게 말할 수 잇게 되는 것입니다."

- 조지 루카스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엄마 아빠 두 누나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그날의 나를 기억하네

"양화대교"                                                             기억하네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행복하자

별사탕에 라면땅에                                                 우리 행복하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주머니를 기다리던                                                 행복하자 행복하자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 자이언티 '양화대교' 중에서

 

"오동나무 꽆으로 불 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리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소근거리는구나

모처럼만에 날아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어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하략)"

- 정지용의 시 '오월 소식' 중에서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것입니다

홀로 외로니

그리고 모든 즐거움을 떠나서

나는 높은 하늘 저쪽을 바라다봅니다

아!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는 이는 먼 곳에 있네

눈앞이 어지럽습니다, 애간장이 타들어갑니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것입니다"

- 독일 작곡가 슈베르트, 슈만, 볼프가 가곡으로 만든 괴테의 시 '미뇽의 노래' 중에서

 

"내 불쌍한 심장은 한 마리 올빼미

사람들이 못을 박고 빼고 또 못을 박네

피, 열정, 올빼미는 한계점에 이르네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나는 그들을 고용하네"

- 프랑스 작곡가 루이 뒤레가 곡을 붙인 아폴리네르의 초현실주의 시 '올빼미'

 

"아름다운 5월에,

나의 눈물에서 피어나는 것은,

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

나 그대의 눈을 바라보면,

내 영혼을 담고 싶네

(하략)"

- 독일 작곡가 슈만이 하이네의 시 '노래의 책'에서 16편의 시를 가사로 뽑아 작곡한 연가곡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중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주얼은 쇼크

내 감각은 소문난 꾼 앞서가는 촉

남들보다는 빠른 걸음

차원이 다른 젊음 얼음얼음얼음

홀드 업(HOLD UP) 나나나나나

네 심장 소리에 맞게 뛰기 시작해

막이 끝날 때까지 예(YEAH)

아이 캔트 베이비 돈트 스탑 디스(I CAN'T BABY DON'T STOP THIS)"

- 지드래곤 작사 · 빅뱅 노래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중에서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 대중음악스타 기획전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 원'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거울을 배경으로 창을 든 천사와 밑에 깔린 악마의 상으로 지드래곤의 이중적 면모를 형상화한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상(한겨레 자료사진)

 

"오 친구여, 이런 음색이 아니라

좀 더 유쾌하고 기쁜 음색들로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네

노래하지 않으려나                                    그대의 부드러운 날갯짓이

환희! 환희!                                               반짝이는 곳

환희, 신들의 아름다운 불꽃,                      친구의 친구가 된 자들이여

낙원 '엘리시움'의 딸이여                          사랑스런 여인을 얻은 자들이여

우리는 불꽃에 취해                                   다 함께 기뻐하세"

천국 같은 신성한 곳으로 가네

그대의 신비로운 힘은

관습이 엄격히 나눠놓은 것들을

다시 하나로 합쳐놓네

-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합창' 중에서

 

"노래 속으로 날 제대로 인도한 것은 엄마였습니다. 엄마는 내 목소리에 뭔가 있다는 것을 아셨죠. 내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느끼셨으니까요. 그 몇 년 전 내가 12살이었을 때 합창단에 들어가라고 등 떠민 사람도 엄마였죠. 합창단과 함께 시작해라. 그리고 너를 사로잡는 지점을 바라보아라 말씀하신 엄마의 말씀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 수전 보일(Susan Boyle) - 자폐 증상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딛고 세계적인 가수가 된 사람

 

"아주 추운 밤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해바라기 씨앗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서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가계(家系)를.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저 동지9冬至)의 불빛 불빛 불빛."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의 시 '빈집'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 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겅러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 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 기형도의 시 '안개'

 

"이제는 돌아와 조용히 살으리

지난날 괴로움 모두 잊고 살으리

아아아 아아 고목나무 가지에

흐르는 얼굴 위에 바람이 분다

아아아아

아무도 없이 살으리..."

- 기형도 시인이 작사 · 작곡한 노래 '고목' 중에서

 

"허리케인의 눈, 네 자신의 휘감아도는 소리를 들어라.

세상은 제 자신의 필요에 봉사한다. 네 자신의 욕구를 잘못 대하지 말라."

- 미국의 록밴드 R.E.M의 노래 '잇츠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에즈 위 노우 잇' 중에서

 

"레레 레레레옹

레레레 레레레옹 레레레옹

레레 레레레 레레

눈에 띄게 흰 피부에 입술은 피빨강

꼿꼿하게 핀 허리에 새침한 똑단발  (중략)

쉐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

난 나잇값을 떼먹은 남자

콜미(Call Me) 레옹 Call Me 레옹 Call Me 레옹

Call Me Call Call Call Call Call Call Me   (중략)

왜 그렇게 무뚝뚝하나요

상냥하게 좀 해줄래요, 마이(my) 레옹?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아

내 초이스(Choice)는 틀리지 않아

아임(I'm) 마, 마틸다 I'm 마, 마 마틸다

I'm 마, 마틸다 I'm 마 I'm I'm 마 I'm 마     (하략)"

- 2015년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명수, 아이유가 부른 노래 '레옹' 중에서

 

"조선인들에게 아리랑은 쌀과 같은 것입니다. 다른 노래들은 이 노래에 비하면 드물게 불리는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이 아리랑을 들을 수 있습니다."

 

"조선인들은 즉흥곡의 명수입니다. 완성된 곡이나 음계 없이도 노래를 아주 잘합니다."

- 1896년 '한국의 목소리 음악'이란 논문에 아리랑의 한 종류인 '문경새재아리랑'을 서양식 악보로 처음 채보해 실은 미국인 선교사 H. B. 허버트 박사의 말 중에서

 

윤도현밴드가 2002년 9월 평양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아리랑'을 부르던 윤씨가 눈물을 보이자, 평양 시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정을 나눴다. (한겨레 자료사진)

 

"기브 미 댓, 드롭 댓(Give MMe That, Drop That)

기브 미 댓(Give Me That) 맙소사

아이 러브 잇(I Love It) Love It Love It 맙소사

유 러브 잇(You Love It) Love It Love It

예 아임 레디(eah I'm Ready) 맙소사

씬스(Since) 88 태어날 때부터

에브리데이(Everyday)가 우린 버쓰데이(Birthday)

아이 고 하드(I Go Hard) 신이 날 땐 아무도 날 심판하지 못해 절대

양, 옆, 앞, 뒤 다 줄 맞춰 내가 지휘할 테니까

교양 없이 듣는 예능 심포니(Symphony) 오늘은 토요일

무한대를 그려봐 렛츠고(Let's Go)

붐(Boom) Boom Boom 무슨 말이 필요해

셧 업 앤드(Shut Up Annd)

드롭(Drop) Drop Drop 더 베이스(The Bass)

-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에서 황광희, 태양, 지드래곤이 노래한 '맙소사' 중에서

 

"당신은 춤출 수 있죠 자이브를 출 수 있어요

당신의 인생에서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저 소녀를 봐요 저 모습을

춤추는 여왕에 빠져 보세요

금요일 밤 불빛은 낮게 비추는데

갈 곳을 찾아봐요

누군가 신나는 음악을 틀고 있는 곳,

스윙춤을 추는 곳

당신은 왕을 찾으려 들어옵니다

누구라도 왕이 될 수 있어요

(하략)"

- 아바 '댄싱 퀸' 중에서

 

"놀라운 은총은 이 얼마나 감미롭게 들리는지

그 소리는 나와 같은 몹쓸 사람도 구원하였습니다.

나는 볼 수 없었지만 이제 볼 수 있게 되었고

그 은총은 나의 마음에 두려움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의 모든 두려움을 걷어내 주었죠"

- 영국 성공회 사제 존 뉴턴이 과거 흑인 노예 학대를 참회하며 가사를 쓴 것으로 알려진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 중에서

 

"행복한 새해가 되길

행복한 새해가 되길

우리 모두가 꿈을 갖게 해주길

모든 이웃이 친구인 세상이 올 거라는

행복한 새해가 되길

행복한 새해가 되길

우리 모두 희망을 갖고

우리의 뜻이 시도될 수 있기를

그렇지 않으면 우린 누워 죽은 것과 같아요"

- 아바의 노래 '해피 뉴 이어' 중에서

 

"바로 어제 파티에 갔었지

새해를 제대로 맞이하려 간 거였지

오늘 아침 깨어보니

어제 저녁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네

하지만 아직도 그 기분 그대로 느끼네

이제 곧 신나는 새해가 오네

멋진 새해

오, 멋진 새해가 틀림없어

신나는 새해"

- 이글스의 노래 '펑키 뉴 이어' 중에서

 

"새해에는 모든 것이 조용하네

하얀 세상엔 뭔가 이뤄지고 있네

난 그대와 함께이고 싶어

밤이나 낮이나 그대와 있고 싶어

새해엔 그 무엇도 변치 않네

새해에는

난 그대와 다시 있게 될 거야

난 그대와 다시 있게 될 거야

(중략)

신문은 말하고, 말하지

이것이 진실, 진실이라고...

우린 헤쳐나갈 수 있어

비록 둘로 나뉘었어도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어"

- U2의 노래 '뉴 이어스 데이' 중에서

 

"주중에 만약 너를 못 본다면

창문으로 네 모습을 볼 수 없다면

다음에 전화로 얘기 나눌 수 없다면

늦가을에도 널 보지 못한다면

길에서라도 널 보고 싶구나

왜 돌아오지 않니? 물어본다

널 꼭 보고 싶구나 내 사랑

왜 켈트의 새해에 돌아오지 않니?

켈트의 새해에"

- 밴 모리슨의 노래 '켈틱 뉴 아이' 중에서

 

"저 멀리 있는 너에게 보내고 싶어

그래, 이건 틀림없는 하나의 이야기

내 기도와도 같은

이리 와, 별빛 켜진 하늘을 보며 가슴을 열어

기도하듯 노래하자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

- 퍼퓸 '스토리' 중에서

 

"거의 천국 같은 웨스트 버지니아 / 푸르른 리즈 산맥 / 쉐난도어 강 / 그 곳의 삶은 오래됐어요 / 하지만 산보다는 어리죠 / 산들바람처럼 자라고 있어요 / 나를 시골길 집으로 데려다 줘요 / 내가 있어야 할 그곳으로 / 웨스트 버지니아 엄마 같은 산 / 집으로 데려다 줘요 시골길로 / 나의 모든 추억들은 그녀 곁을 맴돌고 있어요"

- 존 덴버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Take me home country road)' 중에서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 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아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빛이 잇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중에서

 

나는 별아저씨                                             어머니이신 침묵

별아 나를 삼촌이라 불러다오                       언어의 하느님이신 침묵의

별아 나는 너의 삼촌                                    돔(Dome) 아래서

나는 별아저씨                                             나는 예배한다

나는 바람남편                                             우리의 生은 침묵

바람아 나를 서방이라고 불러다오                 우리의 죽음은 말의 시작

너와 나는 마음이 아주 잘 맞아                      이 천하 못된 사랑을 보아라

나는 바람남편이지                                       나는 별아저씨

나는 그리고 침묵의 아들                              바람남편이지

- 정현종의 시 '나는 별아저씨'

 

A는 흑색, E는 백색, I는 홍색, U는 녹색, O는 남색

모음이며 네 잠재의 탄생을 언젠가는 말하리라

A, 악취 냄새 나는 둘레를 소리내어 나르는

눈부신 파리의 털 섞인 검은 코르셋

그늘진 항구, E, 안개와 천막의 백색

거만한 얼음의 창날, 하이얀 왕자, 꽃 모습의 떨림

I, 주홍색, 토해낸 피, 회개의 도취련가

아니면 분노 속의 아름다운 입술의 웃음이런가

U, 천체의 주기, 한바다의 푸른 요람

가축들이 흩어져 있는 목장의 평화

연금술을 연구하는 넓은 이마에 그어지는 잔주름살

O, 기괴한 날카로운 비명이 찬 나팔소리려니

온 누리와 천사들을 꿰뚫는 침묵

오오, 오메가! 신의 시선의 보랏빛 광선

- 아르튀르 랭보의 시 '모음(母音)'

 

"지치면 지는 겁니다

미치면 이기는 겁니다."

 

"삼독해야 이루어집니다.

삼독이란 지독, 중독, 고독입니다.

지독하게 중독되어 고독한 길을 가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오게 됩니다."

 

"시대와 타이밍이 절묘하게 합쳐진 느낌이죠.

저의 성공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타이밍을 잡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기회를 후배 가수들에게 나눠줄 겁니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위해서요."

- '국제가수' 싸이의 말들 중에서

 

"여기 있는 이 작은 삼바는 한 개의 음만으로 만들어졌죠

다른 음들도 나올 거지만 베이스는 하나뿐이죠

(중략)

이제 나는 내 음으로 돌아왔어요

마치 내가 그대에게 돌아가듯이

이 한 음만 가지고 이야기 할 거예요

마치 내가 한결같이 그대를 좋아하듯이"

-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원 노트 삼바(one-note samba。 한 개의 음으로 만든 삼바)'

 

"누구나 민간 부문에서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합니다.

저는 분명히 음악인이고 또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실험'들 중의 하나가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고 또 할 수 있다는 그 생각에 스스로

도움을 받는다고 나는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내가 무중력 상태에서

어떻게 노래하는 지 보게 될 것입니다."

- 사라 브라이트만

 

서울시 정신보건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음터치(http://mindspa.kr/)' 프로그램

 

문화는 시공간에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이 다양성은 인류를 구성하는 집단과

사회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구현한다. 생태다양성이 자연에 필요한 것처럼

교류, 혁신, 창조성의 근원으로서 문화다양성은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다양성은 인류의 공동 유산이며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혜택으로서 인식하고 확인해야 한다

- 2001년 11월 2일 프랑스 파리 제3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 제1조

 

"(이 괄호 안의 진술은 증명할 수 없다)

만약에 위 문장이 옳다면, 그것은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되므로, 그 체계는 완전한 것일 수 없다.

이 문장이 거짓이라면, 그것은 거짓이지만 증명할 수 있는 명제가 되므로, 그 체계는 모순이 된다."

- '수학의 세계' / 박세희 / 서울대학교출판부 인용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국악(Gugak)' 앱들

'국악' 앱 중 해금

'국악' 앱 중 편경

 

"우리 집에서 '치게(찌개를 일본식으로 발음) 안주에 완인 한 잔

김치의 맛은 '오모니'(어머니를 일본식으로 발음)의 상징

근사하잖아, 그렇지 않아?

정겹잖아, 그렇지

왜 그럴까, 고향 같은 느낌

'쵸고리'(저고리를 일본식으로 발음) 소매의 멋진 선

(중략)

자, '오모니'가 말씀하신 아름다운 러브 코리아

(중략)

브루코기(불고기를 일본식으로 발음) 향기 나느 네온사인

(중략)

자, '아보지'(아버지를 일본식으로 발음)도 우셨던 언젠가의 러브 코리아

(중략)

'한그루'(한글을 일본식으로 발음)도 읽는 성모 마리아

(중략)

사랑을 위하여 마이 베이비

안뇬하세요(안녕하세요를 일본식으로 발음)"

- 사잔 오루 스타즈의 노래 '러브 코리아' 중에서

 

"이 나라가 평화롭다고 누가 단정했나

사람들의 눈물이 미르지도 않았는데

미국의 우산 아래

꿈에서도 보았네

국민들을 내팽개친 전쟁 뒤에

푸른 달이 울고 있네

잊어서는 안 될 것들도 있네

사랑을 심어보자 이 섬에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이 나라가 평화롭다고 누가 단정했나

더렵혀진 내가 몸의 죄를 없애기 위해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어째서 거부하나?

이웃해 있는 군인이여

(하략)"

- 서잔 오루 스타즈의 노래 '평화의 류큐' 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본 뉴스에서             그걸 제일 알고 싶은데

이웃나라 사람이 화를 냈다               왜 그렇게 돼버리나

지금까지 아무리 대화를 해도            (중략)

서로서로의 주장은 바뀌지 않는다     이 훌륭한 지구에 태어나

(중략)                                             슬픈 과거도 어리석은 행위도

교과서는 현대사로                           인간은 왜 잊어버리나

넘어가기 전에 수업 끝                      사랑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요"

- 사잔 오루 스타즈의 '평화와 하이라이트' 중에서

 

"지금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가슴을 데우는 어머니의 말씀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자장가를 부르면서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

굳게 맹세한 그 여름날

아직 아물지 않는 상처를 품고

먼 길을 같이 걸어가보자

슬프게 푸른 하늘

잊기 힘든 얼굴과 얼굴

평화의 종이 울린다

그 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건 바로 그대"

- 사잔 오루 스타즈의 '평화의 종이 울린다' 중에서

 

저 드높이 빼어난 이여

개울 소리는 법문이 되고 산은 법신이 되어

비로자나불의 게송을 누설하니

돌사람이 이 소식을 세상에 전해주네

- 서산 청허 스님의 선시 '선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람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아! 가겠소 난 가겠소 저 언덕 위로 넘어가겠소

여행 도중에 처녀 만나본다면 난 살겟소 같이 살겠소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요 물 좀 주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오네"

- 한대수 '물 좀 주소'

 

"프레임은 생각의 구조입니다. 우리 두뇌 속에 있는 물질적인 것으로, 뇌 속 신경회로가 프레임의 구조이며, 거기에는 프레임을 규정하는 다양한 언어 의미적 규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가면 음식, 서비스, 웨이터, 계산서 등 한 묶음으로 짜여진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 구조가 프레임을 이룹니다. 야자수나 버스 등은 그 식당 프레임에 들어올 수 없죠. 프레임 속에는 특정한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언어 속에 있는 단어는 어떤 프레임의 범위 속에서 의미가 규정됩니다. 두뇌 속에는 물리적으로 경험이 만들어낸 수만 가지 프레임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이해한다는 것은 뇌 속에 있는 어떤 프레임 속으로 맞춰 들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프레임은 각각의 단어가 아니라, 단어가 활성화시키는 사고입니다."

-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도덕, 정치를 말하다' '프레임 전쟁'을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프레임(frame)' 이론의 권위자 조지 레이코프 UC버클리대 교수의 말 중에서

 

"나는 어머니 대자연의 아들

시골에서 가난하게 태어나

하루 종일 이곳에 앉아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네

계곡 옆에서 물이 솟구쳐오르는 걸 바라보고

그녀들이 날아가며 만드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듣는다네

나는 어머니 대자연의 아들

나의 푸른 초원에 앉아 나 자신을 발견하지

한들거리는 데이지 꽃들은 태양 아래에서 나른한 노래를 불러준다네"

- 비틀즈의 '마더 네이처스 선'(Mother Nature's son)

 

"확실한 표현을 원하지만

너의 미소 띈 표정에 잊어버리지 난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순진한 척 웃지만 말고 그만 좀 해

너 솔직하게 좀 굴어봐

니 맘 속에 날 놔두고 한눈 팔지 마

너야말로 다 알면서 딴청 피우지 마

피곤하게 힘 빼지 말고 어서 말해줘

사랑한단 말야"

- 소유, 정기고가 부른 노래 '썸' 중에서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 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하늘 닿게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 정인보 작사 · 윤용하 작곡 '광복절 노래'

 

"허구의 가면을 쓰고서라면 당신은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다."

- 200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 소설가 가오싱젠의 말 중에서

 

"우리의 소원은 독립 꿈에도 소원은

이 정성 다해서 독립 독립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독립 이 나라 살리는 독립

독립이여 어서 오라 독립이여 오라"

- 안석주 작사 · 안병원 작곡 동요 '우리의 소원'

 

 

"당신과 내가 만나

운명처럼 사랑을 하고

눈부신 젊은 날은

꿈결처럼 지나가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나는 병상에

당신은 조그만 소파에 누워

낯설고 두려운 길을

서로 기대며 담담하게

새벽을 맞이하는구나

어디까지 온 걸까

당신과 나의 짧은 여행길은

어디까지 온 걸까

우리의 이 먼 여행길은"

- 안치환 11집 앨범 '50' 수록곡 '병상에 누워' 중에서

 

 

 

 

posted by 황영찬
2017. 3. 20. 12:18 내가 읽은 책들/2017년도

2017-010 52주 여행 남몰래 아껴둔 서울경기 214

 

 

 

 

로리로리와 그 남자(김미정, 손준우) 지음

2016, 책밥

 

대야도서관

SB112111

 

981.102

로298ㅇ

 

서 울  경 기 를  즐 기 는  214 가지  방 법

 

우유부단 귀차니즘 여행자를 위한

시기적절 취향저격 여행지 안내서

 

‘52주 여행

 

여행도 다 때가 있다

실패 없는 매주 1코스 여행!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거나 초록초록한 산과 들을 보고 싶을 때, 도심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쉬어갈 때도 그날그날의 감성에 맞춰 떠날 수 있다. 헉 소리 날 만한 첨단 신도시와 여기저기 숨은 맛집 총정리! 카페도 조용히 숨어 있기 좋은 곳과 전망 좋은 곳으로 분류해 원하는 분위기를 맘껏 누린다.

아날로그 감성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서울 구석구석, 느리게 걸어야 좋은 작은 골목길, 익숙한 곳에서 발견한 이색적인 풍경과 로맨틱한 천문대 여행까지! 가깝지만 잘 몰랐던 서울경기의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그 외에도 162개의 스팟과 52개의 여행 코스를 계절별, 지역&동네별, 감성별로 분류해 그날의 날씨와 계절, 감성에 따라, 혹은 동선을 고려해 마음껏 여행할 수 있다.

 

· 사진 로리로리와 그 남자(김미경, 손준우)


여행과 글쓰기를 즐기는 아내,
여행과 사진 찍기를 즐기는 남편.
국문학을 전공한 아내, 수학을 전공한 남편.
이성 제로의 감성주의자인 아내,
이성 충만한 사고 소유자인 남편.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욱하는 다혈질 B형 아내,
몇 날 며칠 옆집 개가 짖어도초지일관 선비 자세 유지하는 초식남 A형 남편.

감성도, 성격도, 정반대인 부부는 ‘여행’이라는 공통 취미를 평화조약 삼아 살고 있다.

‘처녀총각 시절 남들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둘이 함께 가는 것이 처음인 그곳을 여행하자!’라는 목표로, 달랑 카메라만 들고 매주 밖으로 쏘다니며 결혼을 연애하듯, 오늘을 여행하듯 산다.

 

알차고 소소한 감성 여행과 착한 살림, 건강 식탁으로 대표되는 로리로리와 그 남자의 이야기는 'blog.naver.com/samanka80'에서 마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CONTENTS|

 

1월의 서울ㆍ경기도
뻔한 여행 코스가 지겨울 땐

이색 콘셉트로 색다르게 떠나기


1 week

골목골목 동네 책방 순례


Spot 1 그림 읽는 책방 베로니카이펙트
Spot 2 노홍철이 차린 해방촌의 작은 여행 서점 철든책방
Spot 3 책과 술을 파는 책방 퇴근길 책 한잔

|추천코스| 홍대로 떠나는 책방 순례

2 week

한겨울 밤의 빛축제


Spot 1 오색별빛정원 아침고요수목원
Spot 2 전 세계의 야경을 한곳에 부천 아인스월드 빛축제
Spot 3 거대한 식물원 같은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라이프숍 대림창고

|추천코스| 로맨틱 가평



3 week

별 헤기 좋은 겨울밤

Spot 1 서울 근교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중미산천문대
Spot 2 최첨단, 일대일 체험 천문대 포천아트밸리 천문과학관
Spot 3 까칠한 마나님의 인공조미료 출입 금지 레시피 계동마나님

|추천코스| 양평에서의 한나절



4 week

겨울 바다의 진수 서해 바닷길 여행

Spot 1 서해의 해넘이 명소 궁평항
Spot 2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겨울 바다 전곡항
Spot 3 탄도항의 푸짐한 회 썰기 달인의 집 와인 주는 회집

|추천코스| 원껏 즐기는 서해 바다



5 week

서울에서 쌩쌩 즐기는 스케이트장&눈썰매장

Spot 1 서울의 스케이트장 중 가성비 최고!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
Spot 2 어린이들의 겨울왕국 어린이회관 눈썰매장
Spot 3 포항에서 망원동으로 입성한 전설의 일본식 라면 라멘 베라보
|추천코스| 온 가족이 동심 속으로!



2월의 서울ㆍ경기도
서울을 잊게 하는

골목 탐방


6 week

골목과 골목 사이 백 년의 시간 여행 북촌 계동길&북촌 8경

Spot 1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학교, <겨울연가> 촬영지 서울중앙고등학교
Spot 2 단 한 장의 사진을 찍는 아날로그 정통 흑백사진관 물나무사진관
Spot 3 현대와 과거의 조우 북촌 8경 여행

|추천코스| 구석구석 북촌
|SPECIAL| 계동 골목길 산책



7 week

골목 공동체 마을 인사동, 감고당길, 소격동 골목길

Spot 1 인사동 유랑 일번지 인사동 쌈지길
Spot 2 산책로, 볼거리, 먹거리 3박자를 모두 갖춘 감고당길
Spot 3 6개의 마당을 간직한 도심 속 문화공간 국립현대미술관 경복궁 마당
Spot 4 집고추장으로 만든 집떡볶이와 떡꼬치 풍년쌀농산

|추천코스| 삼청동&인사동 데이트 단골 코스



8 week

꼬불꼬불 미로 같은 골목 염리동 소금길

Spot 1 식물의 공간 식물성
Spot 2 언뜻 보면 식당인 듯, 카페인 듯, 술집인 듯 언뜻가게
Spot 3 가장 높은 소금언덕에서 만나는 착한 커피 카페 솔티

|추천코스| 염리동 맛집
|SPECIAL|특별한 스토리를 품은 염리동 소금길 이야기



9 week

서울의 브루클린을 걷다 성수동 아틀리에길

Spot 1 앤디 워홀의 ‘팩토리’ 같은 베란다 인더스트리얼
Spot 2 수제 구두 장인들의 메카 프롬에스에스&수제화거리
Spot 3 순하고 착한 빵집 보난자 베이커리

|추천코스| 성수동 카페 탐색
|SPECIAL| 성수동 아틀리에길 주변 볼거리, 먹거리

 

3월의 서울ㆍ경기도
느릿느릿 산책하기 좋은

예쁜 서울 동네



10 week

시간이 멈춘 곳, 서촌


Spot 1 화가의 집 박노수미술관
Spot 2 예술가들이 사랑한 산 인왕산 수성동 계곡
Spot 3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 대오서점

|추천코스| 서촌의 잡화점 산책
|SPECIAL| 서촌의 명물, 통인시장 100퍼센트 즐기기



11 week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 익선동

Spot 1 카페, 바, 복합문화공간 카페&바 식물
Spot 2 조미료를 쓰지 않는 익선동 수제 맛집 익선동121
Spot 3 연탄불 먹태가 예술인 가맥집 거북이슈퍼

|추천코스| 경복궁부터 익선동까지 산책



12 week

소소히 걷기 좋은 동화 같은 서울 속 전원마을, 부암동

Spot 1 시인의 영혼의 가압장 윤동주문학관
Spot 2 천천히 가도 괜찮아 백사실계곡
Spot 3 도심 속 산꼭대기의 풍유도원 산모퉁이 카페

|추천코스| 사부작사부작 부암동 즐기기
|SRECIAL| 산책하기 좋은 동네 부암동



13 week

젊은 예술가들의 취향, 문래예술창작촌

Spot 1 골목골목 예술꽃이 피어나다 문래예술창작촌 골목길 아트
Spot 2 철공단지 옥상에 일군 도시공동체 텃밭 문래도시텃밭
Spot 3 정갈한 가정식을 선보이는 문래동의 원조 맛집 쉼표말랑

|추천코스| 문래예술창작촌에서 놓치기 쉬운 곳들



4월의 서울ㆍ경기도
꽃 따라 떠나는

봄으로의 여행

 

 


14 week

사찰을 감싸는 진한 홍매화

Spot 1 천년 고찰 마당에 가득 내려앉은 봄의 정령들 봉은사
Spot 2 세계의 우연을 수집하는 잡화점 우연수집
Spot 3 낮에는 우동집, 밤에는 심야주점! 4.5평 우동집

|추천코스| 보고, 걷고, 먹는 경복궁 나들이



15 week

물길 따라 걷기 좋은 벚꽃길


Spot 1 로맨틱한 천변 벚꽃터널 안양천 벚꽃길
Spot 2 자전거 벚꽃 데이트로 딱! 불광천 벚꽃길
Spot 3 콘서트 선율이 울려 퍼지는 심야 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추천코스| 지하철 3호선 여행



16 week

붐비지 않는 서울의 비밀 벚꽃 화원


Spot 1 숲길 따라 이어진 벚나무 언덕 서대문구 안산자락 벚꽃길
Spot 2 국내 유일의 수양벚꽃 향연 국립서울현충원
Spot 3 뉴욕 느낌 충만한 송도의 수제 버거 맛집 버거룸181

|추천코스| 미처 몰랐던 호젓한 서대문 여행



17 week

핑크핑크한 진달래와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Spot 1 15만 그루의 진달래로 붉게 물들다 원미산 진달래동산
Spot 2 핑크빛 복숭아꽃의 유혹 춘덕산 복숭아꽃 축제
Spot 3 짜지 않고 담백한 게장정식 봉순게장

|추천코스| 부천 당일 여행



18 week

벚꽃 엔딩


Spot 1 꽃비 맞으며 걷다 당인리발전소 벚꽃길
Spot 2 구름 위의 산책 아차산 생태공원~워커힐 벚꽃길
Spot 3 서울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 자하미술관

|추천코스| 합정역 7번 출구 따라 벚꽃비 여행



5월의 서울ㆍ경기도
연초록의 싱그러운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



19 week

지하철 3호선 타고 떠나는 여행


Spot 1 서울에서 30분이면 뚜벅뚜벅 거닐 수 있는 초원길 원당종마공원
Spot 2 꽃 선물할 때는 무조건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
Spot 3 삼청동의 소문난 맛집 조선김밥

|추천코스| 걷고, 먹고, 마시는 하루



20 week

사진 찍기 좋은 그림 같은 자연경관


Spot 1 제주도 유채꽃만큼이나 황홀한 황금빛 물결 구리 유채꽃 축제
Spot 2 서울의 센트럴파크 서울숲
Spot 3 홍대의 인도 정통 커리 시타라

|추천코스| 천년 사찰 봉은사로 가는 길



21 week

서울에서 30분, 파주 여행


Spot 1 바람과 평화 속에 가만히 머물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Spot 2 365일 24시간 개방, 50만 권의 책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Spot 3 무항생제 토종 장어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 갈릴리농원

|추천코스| 파주에서의 한나절



22 week

걷고 싶은 서울의 공원


Spot 1 도심의 황금빛 보리밭 반포한강공원 서래섬 청보리밭
Spot 2 온 가족이 나들이하기 좋은 양재 시민의숲
Spot 3 소소한 동네 골목에서 만난 알찬 퓨전 가정식 소소한 풍경

|추천코스| 서울의 섬 여행



6월의 서울ㆍ경기도
느리게 걸어야

볼 수 있는 것들



23 week

서울에서 가장 매력적인 길


Spot 1 서울 안에 이보다 더 낭만적인 출사지는 없다 항동철길
Spot 2 은밀하게 호젓한 숲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 숲길
Spot 3 신발공장을 재활용한 커피공장 앤트러사이트

|추천코스| 항동철길 일주



24 week

도시 여행자가 도시 위의 길을 여행하는 방법


Spot 1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하는 도시형 농부장터 마르쉐@혜화
Spot 2 거리의 미술관 상암동 MBC광장
Spot 3 3대째 MSG 제로! 차이니즈 레스토랑 러시안

|추천코스| 월드컵공원 산책



25 week

파주부터 일산까지 먹고, 보고, 걷고, 쉬다


Spot 1 예술가의 마을에서 보낸 한나절 헤이리 예술마을
Spot 2 천년 한옥에서 만나는 빛의 향연 일산한옥마을 정와빛축제
Spot 3 킨포크 감성 원테이블 양지미식당

|추천코스| 책들의 도시 파주출판도시에서 일산까지



26 week

과거로의 타임머신 인천 여행


Spot 1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수 배다리 헌책방 골목

|SPECIAL| 배다리역사문화마을


Spot 2 이곳에 가면 행복해진다 송월동 동화마을
Spot 3 하루 종일 먹방 여행 인천 차이나타운

|추천코스| 느릿느릿 배다리 여행



7월의 서울ㆍ경기도
물, 바람, 나무가 있는

숲으로 숲으로



27 week

피톤치드 가득한 포천의 숲에서 보낸 시간


Spot 1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 최대 수목원 광릉국립수목원
Spot 2 폐석장에서 복합문화예술공원으로 포천아트밸리
Spot 3 만화 <식객>의 첫 페이지를 연 그곳의 집밥 무명식당

|추천코스| 물과 나무의 도시 포천



28 week

자연 속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


Spot 1 붓꽃이 수놓인 친환경생태공원 서울창포원
Spot 2 산속의 우물 산정호수
Spot 3 초여름의 보양식 주점 이파리

|추천코스| 연트럴파크에서 즐기다



29 week

꽃 따라 즐기는 여름


Spot 1 한여름의 노란 수채화 무왕리 해바라기 마을
Spot 2 갖가지 연꽃이 만개하는 테마파크 관곡지
Spot 3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유럽 풍경을 품은 카페 더그림

|추천코스| 로맨틱 양평



30 week

초여름의 무더위를 피하는 실내 쇼핑 여행


Spot 1 착한 가격으로 즐기는 스웨덴 감성 IKEA
Spot 2 SNS에서 더 핫한 팝업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
Spot 3 좋은 재료, 좋은 음식, 좋은 마음 소녀방앗간

|추천코스| 성수동 찍고 커먼그라운드



8월의 서울ㆍ경기도
뜨거운 햇빛 피해

안에서 놀자!



31 week

그릇이 좋아!


Spot 1 코리안 레트로 감성 리리키친
Spot 2 북유럽 키친웨어 편집숍 커먼키친
Spot 3 이태원의 작은 폴란드 그릇 가게 노바 NOBA
Spot 4 이촌 사기막골도예촌의 30년 터줏대감 현대공예
Spot 5 이태원 뒷골목의 이색적인 발효 음료&디저트 카페 장고네 프루티즘

|추천코스| 이태원에서 만난 신세계



32 week

가구 갤러리 카페 투어


Spot 1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카페 파주 호메오
Spot 2 착한 목수의 가구공방 카페, ghgm 카페
Spot 3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그곳! 카페발로

|추천코스| 먹고, 보고, 즐기는 파주 여행



33 week

생활에 플러스를 더하는 라이프스타일 숍 투어


Spot 1 내추럴한 원목가구와 다양한 소품 숍 마켓엠
Spot 2 현명한 소비의 시작 오브젝트
Spot 3 박노해 시인의 생명, 평화, 나눔의 카페 라 갤러리

|추천코스| 경복궁과 서촌 사이



34 week

아날로그 감성 돋는 빈티지 여행


Spot 1 과거로 가는 어른들의 타임머신 국립민속박물관 추억의 거리
Spot 2 동심과 추억이 방울방울 솟는 상상마당 한국만화박물관
Spot 3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이 장기 두던 그곳! 대학로 학림다방

|추천코스| 낮부터 밤까지 즐기는 부천



9월의 서울ㆍ경기도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문턱



35 week

낭만적인 대부도 해안길 올레


Spot 1 제주도 올레길 못지않은 대부도 해솔길 1코스 트레킹
Spot 2 화려한 낙조, 탄도항
Spot 3 터키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앤조이터키

|추천코스| 대부도의 낭만 해솔길



36 week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얼굴


Spot 1 궁궐 달빛 산책 경복궁 야간 개장
Spot 2 노을과 바람이 맞닿는 곳 월드컵공원 노을광장&바람의 광장
Spot 3 통유리 너머 푸른 산자락 그리고 정갈한 한 끼 소격동 장진우식당

|추천코스| 이화동에서 동대문까지



37 week

밤에 더욱 환상적인 신세계로의 여행


Spot 1 밤이 깊을수록 더욱 화려해지는 도시 송도 센트럴파크&트라이볼 야경
Spot 2 DDP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동대문DDP&장미언덕
Spot 3 새우 양식장에서 직접 키운 싱싱한 가을 대하의 맛 해운정

|추천코스| 송도 센트럴파크



38 week

플리마켓 투어


Spot 1 띵굴마님이 차린 생활잡화 마켓 띵굴시장
Spot 2 북한강변 따라 펼쳐지는 문호리 리버마켓
Spot 3 너른 마당에서 즐기는 우리통밀쌈 너른마당

|추천코스| 물길 따라 서종



10월의 서울ㆍ경기도
깊은

가을의 정취



39 week

서울의 첫가을을 만나다 길상사로 가는 길


Spot 1 도심 속 일상의 고요 길상사
Spot 2 만해 한용운의 유택 심우장
Spot 3 문인들의 산속 작은 찻집 수연산방

|추천코스| 길상사 데이트



40 week

춤추는 은빛 억새


Spot 1 거대한 억새 바람 하늘공원 억새축제
Spot 2 은빛 억새의 명소 명성산 억새꽃축제
Spot 3 감성 충만한 취향과 안목 아베크엘

|추천코스| 해방촌 가는 길



41 week

가을 속을 걷다


Spot 1 풍차와 갈대밭의 낭만 풍경 소래습지생태공원
Spot 2 추억의 보물 창고 서울풍물시장 청춘1번가
Spot 3 LP판과 책이 가득한 나무 다락방 카페 싸리재

|추천코스| 막 퍼주는 시장 여행



42 week

수원 화성에서의 가을 달빛 산책


Spot 1 아름다운 낮과 밤의 절경 방화수류정
Spot 2 이국적인 가을 정취 월화원
Spot 3 낮보다 황홀한 밤의 산책 광교호수공원
Spot 4 그린 라이프스타일 농장과 정원이 있는 카페 마이알레

|추천코스| 수원 역사 여행



43 week

지하철 타고 떠나는 단풍 여행


Spot 1 한국 최고의 단풍 명원 창덕궁 후원
Spot 2 천년의 황금빛 가을을 간직한 한국의 마테호른 용문사&천년의 은행나무
Spot 3 일명 마약갈비 터갈비

|추천코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11월의 서울ㆍ경기도
가을을

보내며



44 week

안성 여행, 가을 당일 코스로 안성맞춤!


Spot 1 목가적인 풍경이 일품인 전원목장 안성팜랜드
Spot 2 몽환적인 물안개 피어오르는 고삼호수
Spot 3 2천 개의 항아리가 빚어내는 식객들의 만찬 서일농원

|추천코스| TV 혹은 영화 속 그곳!



45 week

단풍 엔딩


Spot 1 남미의 풍경 속에서 즐기는 늦가을의 정취 중남미문화원
Spot 2 호젓한 가을 산책 명소 벽초지문화수목원
Spot 3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장단콩 전문점 통일동산두부마을

|추천코스| 푸른 녹지와 이국적 경치가 가득한 삼송역 여행



46 week

이색적인 가을 풍경을 찾아서, 화성 여행


Spot 1 푸른 하늘과 맞닿은 고독 우음도
Spot 2 가을 충만한 갈대섬 어섬
Spot 3 경복궁 곁의 남도음식 전문점 포도나무

|추천코스| 우음도에서 오이도까지



47 week

서울의 동쪽 구석구석 여행


Spot 1 사계절 내내 멋지다 올림픽 공원 9경
Spot 2 만화를 찢고 나온 동네 강풀만화거리
Spot 3 33가지 정갈한 상차림 진진반상

|추천코스| 올림픽공원 9경 여행 후 필수



12월의 서울ㆍ경기도
혹한을 피하는

실내 투어



48 week

여행도 예술처럼


Spot 1 영화 읽는 도서관 CGV 씨네 라이브러리
Spot 2 산과 강과 예술이 흐르는 그림 한 점 갤러리 서종
Spot 3 커피 향기 가득한 북유럽 문화원 양평 테라로사

|추천코스| 명동 제대로 즐기기



49 week

신분당선 타고 떠나는 겨울 실내 여행


Spot 1 도자기 굽는 가게 화소반
Spot 2 아름다운 녹색 도서관 네이버 라이브러리
Spot 3 운치 있고 고즈넉한 겨울 산중 찻집 새소리물소리

|추천코스| 분당의 구석구석 숨은 스팟



50 week

문화공간이 된 서울의 다방들


Spot 1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약다방 봄동
Spot 2 건축가의 다방 제비다방
Spot 3 버려진 찻집의 문화공간 정다방 프로젝트

|추천코스| 반짝반짝 빛나는 문래예술창작촌 탐색



51 week

알찬 하루의 힐링, 이천 여행


Spot 1 한국 최초의 독일식 천연온천 테르메덴
Spot 2 그녀의 시골 낭만 생활 가마가 텅빈 날
Spot 3 이천 쌀밥 한정식 청목

|추천코스| 쉼표, 이천 여행



52 week

혹한을 피하는 실내 투어의 메카


Spot 1 모든 것이 다 있다 파르나스몰부터 코엑스몰까지
Spot 2 원더풀 겨울 실내 여행 여의도 IFC몰
Spot 3 20년 동안 오로지 우유식빵 하나만 파는 전설의 식빵 장인 김진환제과점

|추천코스| 여의도에서 보낸 슬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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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
2017. 3. 14. 13:22 내가 읽은 책들/2017년도

2017-009 건축이 건네는 말

 

 

최준석 지음

2016, 아트북스

 

대야도서관

SB112125

 

540.04

최76ㄱ

 

건축이라는 근엄한 성곽 주변에 흩어진

소소하고 인간적인 이야기

 

어느 건축가의 시선 끝에 맞닿은 길 위의 공간들

각자의 사연과 이야깃거리를 담은 그곳에서

때로는 영화처럼 때로는 그림처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감동을 마주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늘 만나는 건축을 미술이나 조각, 소설이나 영화처럼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할 목적으로 썼다. 요리로 치면 에피타이저다. 책을 통해 독자들이 건축에 대한 조금 다른 관점을 갖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건축은 삶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고 일상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우리 주변에 빼곡히 들어찬 건물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다양한 상상과 사연이 있는지, 건축을 친구처럼 느끼고 싶은 분들께 부족하나마 작고 만만한 책 한 권을 드린다.

- 「시작하며」에서

 

최준석

 

건축가. 건축사사무소 NAAU를 운영하면서 주택, 어린이집, 기숙사, 기업사옥 등 다양한 건축설계를 진행 중이다. 서른여덟 살 때 집이나 글이나 ‘짓는’ 건 매한가지라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은 후, 본업인 건축설계 틈틈이 글짓기에도 즐겁게 공을 들이고 있다.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정의를 여전히 신뢰하기에 겉모양이 현란한 외향적 건축보다는 삶을 위해 소소한 배경으로 존재하는 내성적 건축을 좋은 건축이라 믿는다. 『파운드』 『노블레스』 『싱글스』 『루엘』 『에스콰이어』 『모터스라인』 『월간 에세이』 『좋은생각』 『포스코신문』 『LG하우시스』 『현대엠코』 『쌍용자동차』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축구 관람, 아침 조깅, 심야영화를 사랑한다. 엄마 같은 아내, 애인 같은 두 딸과 화목하게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서울의 건축, 좋아하세요?』 『서울 건축 만담』이 있다.

홈페이지 www.naau.co.kr

이메일 room713@naver.com

 

차례

 

책을 내며

 
1부 건축의 기억

       지난 시간을 살려내는 것, 선유도 공원
       골목의 기억, 쌈지길
       바다를 그리워하는 집, 빌라 사부아
       어떤 상상력, 료안지
       세한도의 마음, 추사고택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마음, 소쇄원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김옥길 기념관
       집의 이름은 사람을 닮고, 선교장
       어린 날의 판타지, 상상사진관
       그 장소는 어디로 갔을까? 종로타워
       한국인의 서정, 국회의사당

        건축 이야기 1

        낡은 장소의 새로움을 입히다, 리노베이션

2부 예술의 가장 좋은 친구

       어느 구도자의 삶, 구엘 공원
       맞잡은 두 손이 되어, 롱샹 성당
       백자와 여자,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게르니카와 유대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느림의 공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얇은 막 안의 시민들, 플라토 갤러리
       세 개의 시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황홀한 빛의 캔버스, 산크리스토발 주거단지
       여행하는 공간, SJ 쿤스트할레

       건축 이야기 2

       생활의 여백, 계단



3부 도시의 삶, 도시의 건축

       괴물, 예술이 되다, 에펠탑
       나무로부터 나무에게로, 토즈 빌딩
       건축으로 광고하기, SKT 타워
       거리의 추상화, 아이파크 사옥
       그 시대의 민낯, 세종로
       사각형에 대하여, 서초삼성타운
       어디서 무엇이 되어, 아파트
       걷는 즐거움, 서울역 고가공원
       구보 씨의 일일, 문화역서울 284
       육지가 된 섬, 잠실

        건축 이야기 3

        높이를 욕망하다, 마천루

 

지난 시간을 살려내는 것

선유도 공원

 

무슨 물품이나 쓰지 못하게 된 것을 흔히 골동품이라 한다. 이런 말은 물품에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쓴다. 현대와 원거리의 사람, 그의 고졸古拙한 티를 사람들은 골동품이라 농한다. 골동이란 말은 마치 무용, 무가치의 대용어같이 쓰인다.

_이태준, 『무서록』(범우사, 1999)

 

기좌이몽이도

과거 정수장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선유도 공원.

정선, 「선유봉」, 비단에 담채, 33.3 × 24.7cm, 1742년, 개인 소장.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기억을 덧입혀주는 듯한 식물등.

 

골목의 기억

쌈지길

 

인사동은 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_로버트 프로스트

 

쌈지길은 오래된 골목이 살아남는 방식을 제시한 좋은 실험이다.

쌈지길의 골목과 너른 마당.

 

 

바다를 그리워하는 집

빌라 사부아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거리에 흐르는 사람들 물결에 흘러가고 있네.

_동물원, 「유리로 만든 배」

 

귀스타브 카유보트, 「비 오는 파리」, 캔버스에 유채, 212.2 × 276.2cm, 1877년,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보라, 저 운하에서

잠자는 배들을,

그들의 기질이야 떠도는 나그네.

세상의 끝에서

그들이 오는 것은

네 자잘한 욕망까지 채워주기 위해서지.

- 저무는 태양이

보랏빛, 금빛으로

들판을 덮고, 운하를 덮고,

온 도시를 덮고,

세상은 잠든다.

따사로운 노을빛 속에서.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_샤를 보들레르, 「여행에이 초대」,

황현산 옮김(『파리의 우울』ㅅ록, 문학동네, 2015)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빌라 십야이 전경.

 

모래 언덕 위에 선박처럼 고안된 저택은 거대한 노르망디 식 지붕보다 더욱 잘 어눌릴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사람들은 이것이 바다와 관련된 양식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있을 것이다.

_르 코르뷔지에 

 

빌라 시부아의 내부와 외부를 들여다보면 독특한 상상력과 자유로운 감성이 느껴진다.

 

 

어떤 상상력

료안지

 

료안지 내의 모래 정원.

료안지 정원 모습.

 

 

세한도의 마음

추사고택
       

 

김정희, 「세한도」, 종이에 수묵, 27.2 × 69.2cm, 1844년, 개인 소장, 국보 제180호.

추사고택 내부.

추사 묘 앞의 백송.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마음

소쇄원


       

1990년대 통신사 광고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소쇄원의 대나무 숲.

소쇄원 전경과 광풍각.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김옥길 기념관

 

1962년 베니스 비에날레에서의 자코메티.

김옥길 기념관의 외관.

밖에서 보면 어떤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김옥길 기념관의 내부.

 

 

집의 이름은 사람을 닮고

선교장

 

강릉 선교장의 연속된 문.

 

       

어린 날의 판타지

상상사진관

 

어린 시절의 로봇 판타지를 되새기게 만드는 상상사진관의 전면과 후면.

상상사진관의 꼭대기. 항공모함이 대기 중인 것만 같은 모양새다.

 

       

그 장소는 어디로 갔을까?

종로타워

 

지금의 종로타워 자리에 있던 화신백화점은 일제시대 순수 우리 자본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백화점이었다.

그 옛날 화신백화점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종로타워.

 

 

한국인의 서정

국회의사당

 

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어느 구도자의 삶

구엘 공원

 

현재까지 공사가 끝나지 않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모습.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건축 철학을 반영해, 험한 입지를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채 조성되었다.

 

인간은 크게 두 부류가 있습니다.

언어의 인간과 행동의 인간이지요.

언어의 인간은 말하며 행동의 인간은 실천합니다.

저는 두 번째 부류의 인간입니다.

_안토니 가우디

 

       

 

맞잡은 두 손이 되어

롱샹 성당

 

 

장프랑수아 밀레, 「만종, 캔버스에 유채, 55.5 × 66cm, 1857~59년, 파리 오르세미술관.

 

 

나는 이 성당을 건축하면서 침묵, 기도, 평화, 영적 기쁨의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_르 코르뷔지에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롱샹 성당의 모습.

견고하고 독특한 구조를 지닌 롱샹 성당의 외부와 내부.

      

 

백자와 여자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동서를 막론하고 시대가 갈수록 기교가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예외를 조선의 백자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아름다움은 단순으로의 복귀다. 자연에 대한 신뢰야말로 조선 말기 예술의 놀라운 예외가 아니겠는가?

_야나기 무네요시, 조선과 예술(범우사, 1989)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우아한 나선 형태로 건축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부와 내부.

 

당신의 집이 그것의 장소로부터 쉽게 확장될 수 있고, 그곳의 자연이 근사하다면 그곳의 환경과 호흡을 같이 하도록 하게 하라.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집이 마치 처음부터 그러한 기회를 가졌던 것처럼 그 장소에서 조용하게 자리 잡게 하라.

_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유기적 건축」

 

 

게르니카와 유대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파블로 피카소, 「게르니카」 , 캔버스에 유체, 349 × 777cm, 1937년, 마드리드 국립소피아왕비예술센터.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전경.

 

나는 건물이 건물처럼 보이는 것에 반대한다.

나는 그것이 특별한 오브제이길 원한다.

_프랭크 게리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세부와 측면.

 

 

느림의 공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인간이 제 신체의 에너지만으로 움직이는 속도를 멸시하고 기계에 전적으로 그것을 위임해버렸을 때, 효율성의 일방적인 척도에 의해 한가로움을 반윤리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삶에서 추방해버렸을 때, 느림은 우리 삶에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느림을 악덕으로 간주하고, 느림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규정해버린다. (……) 우리는 '빠르게'라는 주문에 걸려 '현재들'을 놓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귀중한 '현재'의 시간들을, 그 시간의 켜켜이 가득 차 있는 의미와 기쁨, 영혼의 빛과 위안들을 지나쳐 버려야만 했다.

_장석주, 『추억의 속도』(들녘, 2001)

 

 

과천 현대미술관 전경.

빌 비올라, 「의식Observance」, 플라즈마 디스플레이에 고화질 컬러 비디오, 120.7 × 72.4 × 10.2cm, 10분 14초, 2002년, Photo : Kira Perov.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설치된 미술관 내부.

 

 

얇은 막 안의 시민들

플라토 갤러리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오뎅과 군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잇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트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그날 밤, 우리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_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무진기행』 수록, 문학동네, 2004)

 

 

알뜰꾼 신씨가 눌러 앉히고 한 병 두 병 더할수록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

좆같은 노무과장, 상무새끼, 쪽발이 사장놈.,

노사협의회 놈들 때려 엎자고

꼭 닫아둔 울화통들이 터져 나온다.

_박노해, 「포장마차」(『노동의 새벽』 수록, 느린걸음, 2014)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_「마태복음」7장 13절

 

 

「지옥의 문」과 작품 세부.

 

플라토 갤러리의 외부와 내부.

 

 

세 개의 시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나는 나의 과거를 싫어하고 다른 누구의 과거도 싫어한다.

나는 의무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감정을 혐오한다.

_르네 마그리트

 

르네 마그리트, 「데칼코마니」, 캔버스에 유채, 81 × 100cm, 1966년, 개인 소장.

'공간'의 신사옥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좁은 계단과 낮은 천장은 예술품을 전시하기에 적당하지 않지만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황홀한 빛의 캔버스

산크리스토발 주거단지

 

조르주 쇠라,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캔버스에 유채, 207.6 × 308cm, 1884~86년,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나는 감성적인 건축을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며, 건축은 그것의 미에 의해서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사용자에게 미의 메시지와 감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바로 그것이 건축일 것입니다.

_루이스 바라간

 

 

강렬한 색을 담은 루이스 바라간의 건축물.

바라간에게 영향을 준 인디언 토속주택의 모습.

사진은 미국 뉴멕시코의 푸에블로다.

 

 

여행하는 공간

SJ 쿤스트할레

 

항구에 가득 쌓인 컨테이너.

SJ 쿤스트할레.

SJ 쿤스트할레 컨테이너의 내부.

 

 

괴물, 예술이 되다

에펠탑

 

로베르 들로네, 「에펠탑」, 캔버스에 유채, 202 × 138.4cm, 1911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에펠탑은 건설 당시 거대하고 기괴한 구조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상징물로 새롭게 태어난 에펠탑.

 

 

나무로부터 나무에게로

토즈 빌딩

 

 

내 일은 내가 하고, 당신 일은 당신이 하는 것.

내가 당신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당신 또한 나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우연히 서로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못할 땐 어쩔 수 없는 일.

_프리츠 펄스

 

 

나무는 사람보다 사람을 더 닮았다.

 

 

그 긴 세월을 온전히 바위 위에서 버티어온 것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경이였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우리들과는 달리 오직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이처럼 우람할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고 경이였습니다.

_신영복, 「소광리 소나무숲」(『나무야 나무야』 수록, 돌베개, 1996)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캔버스에 유채, 130 × 89cm, 1962년.

나무의 형상을 추상화하여 건축한 도쿄 오모테산도의 토즈 빌딩.

토즈 빌딩의 입구.

 

 

건축으로 광고하기

SKT 타워

 

1915년 최초로 만들어진 컨투어 병.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_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정영목 옮김(청미래, 2011)

영화 속 디지털 코드처럼 잘게 쪼개진 SKT 타워의 외벽.

SK 텔레콤 본사 사옥의 외관.

 

 

거리의 추상화

아이파크 사옥

 

 

바실리 칸딘스키, 「구성 8」, 캔버스에 유채, 140 × 201cm, 1923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바실리 칸딘스키, 「원속의 원」, 캔버스에 유채, 98.7 × 95.6cm, 1923년, 필라델피아미술관.

칸딘스키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의 외관.

 

 

그 시대의 민낯

세종로

 

세종로 광화문 광장의 현재 모습. 과연 이곳이 시민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사각형에 대하여

서초삼성타운

 

카지미르 말레비치, 「검은 사각형」, 리넨 캔버스에 유채, 79.5 × 79.5cm, 1915년,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미술관.

사각형의 절대적 존재감을 뽐내는 서초 삼성타운의 위용.

 

어디서 무엇이 되어

아파트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_김광섭, 「저녁에」(『성북동 비둘기』 수록, 미래사, 2003)

 

 

김환기, 「10-Ⅷ-70-#185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 코튼에 유채, 296 × 216cm, 1970년.

아파트 숲은, 서울을 이루는 이미지의 큰 조각이 되었다.

 

 

처음 이 아파트촌을 먼발치에서 보고는 무슨 공장들이 저렇게 한군데에 빽빽이 몰려있을까 싶었다. (……) 사람이 사는 '아파트'라는 이름의 집인 것을 알고 그만 깜짝 놀랐던 것이다. 1 · 2층도 아닌 5층이나 6층의 높은 건물에 층층이 사람이 산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살림을 하고 산다는 것이었다. 머리 위에서 불을 때고 그 머리 위에서 또 불을 때고, 오줌똥을 싸고, 그 아래에서 밥을 먹고, 그러면서 자식을 낳고, 또 자식을 키우고, 사람이 사람 위에 포개지고 그 위에 또 얹혀서 살림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_조정래, 『비탈진 음지』(해냄, 2011)

 

 

걷는 즐거움

서울역 고가공원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이 공간도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될까.

 

구보 씨의 일일

문화역서울 284

 

화륜거의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차의 굴뚝 연기는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라. 차창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움직이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다.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서울역 구 역사의 모습.

 

육지가 된 섬

잠실

 

 

1960년대 잠실의 항공사진.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후의 잠실 모습.

 

 

 

 

posted by 황영찬

2017-008 조선의 아버지들

 

 

백승종 지음

2016, 사우

 

대야도서관

SB112273

 

911.05

백57ㅈ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

 

아버지 노릇이 힘겨운 이들에게 들려주는

의연하고 뭉클하고 속 깊은 이야기!

 


조선의 아버지들이 애써 추구한 인생의 가치는 상당 부분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들은 힘써 현실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려 했고, 매사에 성실한 태도를 견지하였다. 성별과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을 존중하였으며, 비상한 인내심과 자상함으로 끝까지 가족을 보살피고 사랑하였다.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날 12명의 아버지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와 계층 곧 시대의 고뇌를 반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피와 땀으로 역사에 아로새긴 발자취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개인의 삶 자체인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버지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 내 단순한 질문에 대한 그들의 뜻 깊은 답변이다.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인생의 좌표 하나를 만날 수 잇기를 바란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아버지한테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시대.

월급 때문에 아버지라는 이름이 유지되는 시대에

역사학자 백승종이 조선시대 12명 아버지에게 묻는다.

 

"어떻게 해야 자식을 크게 키울 수 있는가?"

"어떻게 자식에게 그토록 깊은 존경을 받았는가?"

"아버지로서 세상에 기여하는 길은 무엇인가?"


 

백승종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중국 및 한국학과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임시학과장, 보훔대학교 한국학과장 대리,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 및 독일 막스플랑크역사연구소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 과학기술교육대학교 대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미시사 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신문, 방송, 공개 강연을 통해 일반 시민들과 함께 역사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으며, 수년째 서당에서 제자들과 더불어 고전을 읽고 있다.

저서로 《한국 사회사 연구》, 《동독 도편수 레셀의 북한 추억》, 《그 나라의 역사와 말》,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한국의 예언문화사》,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정감록 미스터리》,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금서, 시대를 읽다》(한국출판학술상), 《역설》 외 여러 권이 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아버지의 길을 묻는 우리에게 그들이 들려주는 뜻 깊은 답변

01유배지의 아버지 정약용

“벼슬길에 오른 사람처럼 당당하라”

아내의 낡은 치마폭에 써 보낸 편지/인생의 봄날이 열리는 듯하였으나/하루아침에 폐족의 위기에 직면하여/“저쪽에서 돌을 던지면 옥돌로 보답하라”/“절대 서울을 떠나지 마라”/아들에게 권한 공부법/오랜 세월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 마음/유배라는 형벌은 하늘이 주신 기회/흙수저 아들의 재기

02 | 한 시대의 아버지 이황

잔소리 대신 편지로 아들을 일깨우다

부부관계의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살림살이와 공부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말 것/종이든 양반이든 귀하지 않은 목숨이 없으니/애써 가르쳐도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부귀영화란 뜬구름 같은 것

03 | 세상에 저항한 가난한 아버지 박세당

“독서와 글씨 연습으로 근심을 잊어라”

예법보다 자식의 건강이 먼저/아무리 가난해도 탐심에 휘둘릴 수는 없는 일/아들이 마음을 낼 때까지 강요하지 않고 기다렸다가/대학자가 아들에게 가르친 글쓰기 요령/금쪽같은 둘째 아들을 잃고/뜻을 굽히지 않는 학자의 용기



04 | 불법 이혼남 김숙자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다

이혼, 인생의 굴레가 되다/운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경전의 가르침이 곧 일상생활/하찮은 직책이라도 정성을 다하라/바보 같고, 존경스러운 어른/마침내 사림파의 기틀을 세우다



05 | 알뜰한 살림꾼 이익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너그러웠던

단정하고 꼿꼿한 풍모에 공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아버지와 형을 잃고/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애쓴 남다른 선비/절약하지 않으면 방도가 없다/콩죽 한 그릇으로도 풍족해/세상을 구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꼭 핏줄이 통해야만 아버지일까



06 | 사화도 꺾지 못한 기개 유계린

위기를 기회로 바꿔준 열 가지 교훈

해남 성내에 숨어 산 사연/개인적 욕심을 차단하려면/거가십훈의 네 가지 요체/늘 마음을 공정하게 하라/아들의 무한한 존경을 받은 아버지/사림파의 찬란한 부활

07 | 스승이자 친구이자 아버지 김장생

부자간에 서로 공경하고 예를 다하다

《소학》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 산 아버지와 아들/인생의 파도, 시대의 격랑에 맞서/뜻이 높아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처지/이름조차 직접 부르기 어려운 성덕군자/예학은 조선을 살릴 실천 학문/예학의 본질에서 벗어난 예송논쟁/이 무례한 세상에서 예를 생각하니

08 | 천재 예술가 김정희

위로와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쓰고 또 쓰다

서자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서예의 네 가지 비법/글 읽기를 중지하지 마라/아내에게 투정도 부리고 세심하게 챙기기도 하고/“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이오”

09 | 거룩한 영웅 이순신

유달리 깊고 큰 사랑

최고의 경영자였던 변방의 장수/탁월한 문장가이자 예리한 지식인/영웅의 사생활/가족들이 그립고 외롭구나/통곡하고 또 통곡했다

10 | 딸바보 김인후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했던 큰 선비

의리를 위해 벼슬도 마다하고/자식 잃은 슬픔 어이 견디리/시가에 홀로 남을 딸 걱정에/사위 웃음소리에 번뇌와 병이 한꺼번에 물러가네/선비가 조심해야 할 세 가지

11 | 청백리 이항복

의를 위해 죽음으로 맞서다

재치와 기개가 넘치는 소년/고지식한 장인, 기민한 사위/‘오성과 한음’ 이야기에 담긴 민중의 꿈/노련한 선배 같은 아버지/손자 교육에 열성인 ‘꼰대’ 할아버지/어찌 가족의 안위를 위해 뜻을 굽히랴

12 | 비극의 주인공 영조

그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휘령전 앞에서 아들을 죽인 이유/누구의 책임인가/아버지의 기대와 실망/아버지 영조의 불안한 심리/맹자가 말하는 좋은 부자관계의 비결/사도제사의 정신병/엽기적인 사건의 원인

참고문헌

 

01 | 유배지의 아버지 | 정약용

 

병든 아내 낡은 치마를 보내, 천리 먼 길에 애틋한 마음 전해 왔네.

오랜 세월에 붉은빛은 이미 바래, 늘그막에 드는 마음 서글픔뿐이네.

마름질하여 작은 서첩으로 꾸며, 자식들 일깨우는 글귀를 적었다오.

부디 어버이 마음 헤아려 오래도록 가슴 깊이 새겼으면 좋겠소.

- 《하피첩》(보물 제1683-2호)

 

나는 이것(아내의 활옷)을 잘라내어 조그만 첩자(帖子)를 만들고, 붓끝이 가는 대로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들에게 전해주었다. 훗날 그들은 내 글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양친 부모의 손때 묻은 자취를 바라보면 그리운 마음이 뭉클 솟아날 것이 아닌가.

- '하피첩(霞帔帖)에 제함'(《다산시문집》 제14권)

 

용(정약용)이 이에 기중가도설(起重架圖說)을 지어 올렸다. 활차(滑車)와 고륜(鼓輪)은 작은 힘을 이용해서 큰 무게를 옮길 수 있었다. 성을 짓는 일을 마치자 주상(정조)께서 말씀하셨다. "다행히 기중가(起重架)를 써서 돈 4만 냥의 비용을 줄였다."

-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금정역은 홍주 땅에 있다. 그 역(驛)에서 일하는 아전과 하인들 중에는 서교(西敎)를 믿는 사람이 많았다. 주상(정조)께서는 용으로 하여금 그들을 깨우치게 하여 서교를 금지하게 하려 하신 것이었다. (<자찬묘지명>)

 

(정약)용의 형 약전, 약종 및 이기양, 권철신, 오석충, 홍낙민, 김건순, 김백순 등이 차례로 옥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의) 문서들 가운데는 도리어 (정약)용의 누명을 밝게 벗게 해줄 만한 증거가 많이 있었다. 그리하여 (정약용에게는) 형틀을 벗기고 의금부 안에서 자유를 허락했다. (<자찬묘지명>)

 

무진년 봄에 다산(茶山)으로 옮겼다. 대(臺)를 쌓고 못을 파서 꽃과 나무를 심어놓고, 물을 끌어들여 비류폭포(飛流瀑布)를 만들었다. 그리고 동암(東庵)과 서암(西庵)의 두 암자를 수리해서 1천여 권을 비치해두고 글을 지으면서 스스로 즐겼다." (<자찬묘지명>)

 

지금은 내 이름이 죄인 명부에 적혀 있으므로, 너희에게 시골집에 숨어 지내라고 하였다. 그러나 미래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10리 이내에 살라. 가세가 쇠락하여 도성 안에 들어갈 형편이 못 되면, 근교에 터를 잡고 과일나무를 심고 채소를 가꾸며 생계를 유지하라. 그리하여 재산이 조금 모이면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라.

 

우리 집안은 선대로부터 붕당(朋黨) 문제에 관계하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가) 곤경에 처하자 그때부터는 괴롭게도 옛 친구들이 (우리 집안을) 연못에 밀어넣고 돌을 던지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너희들은 이런 내 말을 명심하라. 당파의 사사로운 마음을 부디 깨끗이 청산해버려야 한다.

 

내가 지난번에도 거듭 말하였듯이, 청족(淸族, 죄를 입지 않은 양반 집안)은 독서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존경을 받는 법이다. 하지만 (너희처럼 가문이) 폐족이 된 처지라면 학문에 힘쓰지 않으면 (그 형편이) 더욱 가증스럽게 되고 만다. 지금 너희들은 스스로를 천시하고 비루하게 여기지만, 그런 태도야말로 너희 스스로를 비통하게 만드는 꼴이다. 너희들이 끝끝내 공부를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고 만다면, 나의 저술이며 내가 간추려 뽑은 글들은 장차 누가 책으로 엮고 교정해서 보존하겠느냐?

- <두 아들에게 부침>

 

근래에 나이 젊은 소년들이 원나라와 명나라의 경박한 사람들이 지은 보잘것없는 문장을 모방해서 절구(絶句)나 단율(短律)을 짓고, 건방지게도 당세에 뛰어난 문장이라고 자부한다.

 

문장은 우선 경학(經學)으로 근기(根基)를 확고히 세운 뒤에 사서(史書)를 섭렵해서 정치의 득실과 치란(治亂)의 근원을 밝혀야 한다. 또 실용 학문에 마음을 두어 옛사람들이 지은 경제(經濟)에 관한 서적을 즐겨 읽어야 한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항상 만백성을 윤택하게 하고 만물을 기르려는 마음을 세웠으면 좋겠다. 비로소 독서하는 군자가 되는 방법이 그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괴이한 주장이 횡행한 나머지 우리나라의 지적 성과를 우습게 알아, 선현의 문집을 읽지 않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큰 병통이다. 사대부의 자제가 국조(國朝, 조선 왕조)의 고사(故事)를 알지 못하고 선배의 문집을 읽지 않는다면, 그의 학문이 설사 고금을 꿰뚫었다 할지라도 조잡할 뿐이다. 시집(詩集) 따위를 읽는 것은 급하지 않다. (선배들의) 상소문, 차자(箚子), 묘문(墓文), 편지(書牘) 등을 읽어 모름지기 안목을 넓히라.

 

(유교 경전 공부의) 여가에 《고려사(高麗史)》·《반계수록(磻溪隨錄)》(유형원의 저서), 《서애집(西厓集)》(유성룡의 문집), 《징비록(懲毖錄)》(유성룡이 임진왜란 때의 실상을 회고한 글), 《성호사설(星湖僿說)》(이익의 저서), 《문헌통고(文獻通考)》(송나라의 문물과 제도를 기록한 일종의 백과사전) 등의 서적을 읽으면서 그 요점을 초록하는 일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설사 부득이하게 시를 쓰더라도) 모름지기 《삼국사(三國史)》, 《고려사》, 《국조보감(國朝寶鑑)》, 《여지승람(輿地勝覽)》, 《징비록》,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여러 문헌을 구해서 역사적 사실을 채집하고, (관련이 있는) 지역을 고찰해서 시어로 활용해라. 그렇게 해야 세상에 이름을 얻을 수 있고, 후세에 남을 작품이 될 것이다.

- <연아(淵兒)에게 부침>

 

지금 생각으로는 경오년(1810) 봄에 네 아우를 돌려보내려 한다. 그전까지 너는 세월을 허송하려 하느냐? 여러모로 잘 생각해서, 집에 있으면서도 공부할 가망이 있거든 네 아우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생과 교대하게 이곳으로 오라. 만일 사정상 (집에서 공부가 될) 가망이 전혀 없거든, 내년(1809) 봄에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만사를 제쳐두고 이리 내려와서 함께 공부하도록 해라.

 

첫째로, 나날이 네 마음씨가 나빠지고 행동이 비루해져가기 때문에 여기 와서 가르침을 받아야 하겠다. 둘째로, 네 안목이 좁아지고 지기(志氣)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이곳에 와서 배워야 하겠다. 셋째로 너의 경학(經學)이 조잡해지고 식견이 텅 비어가는 것도 걱정이다. 그러니까 여기 와서 공부를 해야겠다. 소소한 사정들은 돌아볼 필요도 없다.

 

소싯적에는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지난 20년 동안 세상맛에 빠져 선왕(先王)의 가르침을 잊고 지냈다. 이제 마침 여가를 얻었도다!(<자찬묘지명>)

 

이공가환(李公家煥)이 문학으로 한세상에 명성을 떨쳤고, 자부(姊夫) 이승훈(李承薰)도 몸을 단속하고 뜻을 가다듬었다. 그들은 모두 성호 이 선생(李先生) 익(瀷)의 학문을 조술(祖述)하였다. 용(鏞, 정약용)도 성호의 유저(遺著)를 읽고 나서 기뻐하며 배우기로 결심하였다. )<자찬묘지명>)

 

내가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천명이요,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천명이다. 그러므로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닦지 않고, 천명만을 기다린다면 이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리라. 나는 사람으로서 닦아야 할 도리를 다했다. 사람이 닦아야 할 도리를 이미 다했는데도 만약 끝끝내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 또한 천명인 것이다.

- <연아(淵兒)에게 답함>

 

유림(儒林)의 대업(大業)은 (주자가 죽은 뒤로) 크게 떨치지 못하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적막한 천 년이 지난 오늘날, 학문의 전통이 취약한 구이(九夷, 동쪽의 오랑캐로 불리던 동이족, 여기서는 조선인을 뜻함) 가운데서 이처럼 뛰어난 기이한 일(즉 정약용이 이룬 학문적 위업)이 일어났도다.

- 김매순(金邁淳)

 

아버지 정약용의 가르침

 

● 배려하고 양보하여 가족 해체를 막아라.

● 서울 부근에 살며 높은 문화 수준을 유지하라.

● 늘 심기(心氣)를 화평하게 하고 진취적인 태도를 가져라.

 

 

02 | 한 시대의 아버지 | 이황

 

서당이 반이나 지어져 절로 기쁘구나(自喜山堂半已成).

산속에서 살면서도 몸소 밭갈이는 하지 않았지(山居猶得免躬耕).

책을 하나씩 옮기고 보니 상자가 다 비어간다(移書稍稍舊龕盡).

대나무 심자 죽순 새로 돋는구나(植竹看看新箏生).

샘물 소리, 밤의 정적 깨는 줄도 모르겠네(未覺泉聲妨夜靜).

산 빛 아름다운 맑은 아침, 더더욱 좋아라(更憐山色好朝晴).

예부터 숲 속 선비는 만사를 잊고(方知自古中林士).

이름 숨긴 뜻을 이제야 알겠네(萬事渾忘欲晦名).

- <도산에서 뜻을 말하다>

 

이황의 시는 맑고 엄하며 간결하고 담박하였다. 그는 젊어서 두보의 시를 배웠고, 노년에는 주자의 시를 사랑하였다. 선생의 시는 마치 그분들의 붓끝에서 나온 것처럼 품격이 높았다.

- 제자 정유일(鄭惟一)의 시평

 

나는 두 번 장가들었지만 늘 불행했습니다. 그래도 아내를 탓하는 야박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지낸 날이 수십 년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몹시 괴롭고 심란해, 참지 못할 지경이 된 적도 있었지요.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대륜(大倫)을 가볍게 여겨(즉 이혼해서), 홀로 계신 어머님께 근심을 끼칠 수야 있었겠습니까.

- 제자에게 보낸 편지(<이평숙에게 주다>)

 

안으로는 글공부에 전념하고, 밖으로는 살림살이를 살펴야 한다. 그러면 사풍(士風)이 퇴락되지 않아 (명성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공부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어놓고 살림살이에 정신을 판다면, 농부와 다를 것이 없다. 시골의 속된 사람들이나 그렇게 하는 법이다.

 

가난과 궁핍은 선비의 다반사다. 어찌 마음에 거리낄 것이 있겠느냐. 너의 아비도 평생 이로 인해, 남의 비웃음거리가 된 일이 많았다. 그러나 꿋꿋이 참고 순리로 처세(處世)하며 자신을 수양해야 한다. 그러면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옳다.

 

너는 의탁할 곳이 없이 (처가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으니 궁색하기 짝이 없다. 네 편지를 받아 읽으면, 여러 날 동안 내 마음이 불편하다.

 

부디 괴로움을 참고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저 분수대로 주어진 천명을 기다릴 뿐이다. 가난을 너무 슬퍼하거나 원망하다가 실수를 저질러 남의 웃음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

 

듣건대, 네가 젖어미로 선택한 여종은 아직 3~4개월밖에 안 되는 자기 아이를 두고 (네가 있는) 서울로 올라간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그 아이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근사록(近思錄)》에 이런 구절이 있느니라.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 자식을 살리는 짓은 매우 옳지 않은 일이다." 배운 대로 행하지 않으면 어찌 선비라고 할 수 있겠느냐. 그래도 젖어미를 원하거든 그 아이까지 데려가서 두 아이를 함께 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 없이 곧바로 자기 아이를 버리게 하는 것은 어진 사람이 차마 하지 못할 일이며, 또 지극히 편치 않은 일이기도 하니 이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거라.

 

너는 본래부터 공부에 뜻이 독실하지 못하다. 집에 머물면서 일없이 세월만 보낸다면, 더더욱 공부를 망치게 될 것이다. 모름지기 서둘러서 조카 완(完)이나 아니면 독실한 뜻을 품은 친구와 더불어 책을 짊어지고 절에 올라가거라. 한겨울 동안 부지런히 공부하여라. 지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세월은 유수 같아 한번 흘러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우니라. 내 말을 천만번 마음에 새겨 소홀히 하지 마라. 소홀히 하지 마라.

 

들으니, 몽아(蒙兒, 이안도의 아명)는 아직 집 안에 있다고 한다. 《예기(禮記)》에 따르면, "남자는 열 살이 되면 집을 떠나 스승에게 배우고 바깥에서 거처한다"고 했다. 이제 아이가 벌써 열서너 살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바깥에 나가지 않으니 될 일이냐.

 

또 내가 들으니, 무당이 자주 집을 드나든다는구나. 가법(家法)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나의 어머니 때부터는 전혀 무당을 섬기지 않았다. 나 역시 언제나 그것을 금지해서 무당이 드나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단순히 옛 어른의 가르침대로 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가법이 무너지면 안 되는 법이다. 어찌하여 너는 이런 뜻도 모르고, 경솔히 고치려 드느냐.

 

03 | 세상에 저항한 가난한 아버지 | 박세당

 

태보(泰輔)는 두통으로 자주 고생하고, 너(큰 아들 박태유)는 또 목이 쉬는 실음증(失音症)과숨이 가쁘고 헐떡거리는 데다 기침을 계속하는 천촉증(喘促症)에 시달린다 하니, 내 걱정이 끝도 없다. 실음증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천촉증은 상중인 네 건강을 몹시 걱정하게 하는 증세가 틀림없다. 무리하게 책을 읽지 마라. 그리고 네 원기가 부족하니, 아침저녁으로 소리 내어 울고 곡하는 것도 그만두어라.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곡하고 우는 데 달려 있지 않다. 너는 이 점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 1666년(현종 7)에 박세당이 상중(喪中)의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

 

생계가 곤란해서 매우 염려스럽다. 하지만 걱정해도 소용없는 일인 줄 알고 있다. 더는 아무 생각도 않으려 한다.

 

종이 돌아오는 편에 가져온 편지를 잘 받았다. 네가 (새어머니를) 시봉(侍奉)하며 잘 지내고 있는 줄 알게 되어, 내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생계의 곤란함은 너나 나나 마찬가지라서 몹시 걱정스럽고 또 걱정스럽구나. 이 세상의 이러한 근심거리가 과연 언제쯤이면 사라질꼬, 머나먼 상고시대, 평화롭게 살며 초가집 처마 밑에서 배를 두드리며 사시던 분들이야 우리처럼 쓸데없는 생각때문에 마음을 어지럽히실 일이 없었으리라.

- 1677년(숙종 3) 10월 12일, 49세의 박세당이 큰아들 박태유에게 보낸 편지

 

네가 역사책을 읽겠다고 말했느냐. 이 부분이야말로 전부터 네게는 몹시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네가 그쪽에 뜻을 둔다면 필경 크게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위안이 되고, 위안이 되는 일이구나.

그런데 말이다. 네가 역사책 읽는 법을 아느냐? 한꺼번에 죽 읽기만 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마음속에 간직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단다. 낮 동안에 읽은 내용을 그날 밤중이나 이튿날 아침에 조용히 앉아 곰곰이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또 네가 읽으면서 마음에 흐뭇해했던 대목도 그렇거니와 역사 속 인물의 언행 가운데서 본받을  만한 점 또는 경계할 일을 찾아 내어 가슴 깊이 간직하기를 바란다. 이런 방법으로 역사책을 읽는다면, 금방 잊어버리지도 않게 되고 네 자신의 언행에 보탬이 적지 않을 줄로 믿는다.

역사책을 읽을 때는 이런 점을 유념해야 하느니라.

- 1666년(현종 7) 12월 9일, 박세당이 큰아들에게 보낸 편지

 

밤새 평안했느냐? 특별히 다른 일이 없으면, (선비는) 책을 읽고 글씨 쓰기를 연습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되느니라. 이 두 가지가 네게는 마치 농부가 호미와 쟁기를 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스스로를 엄히 타일러서 날마다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만약 이를 중지하고 말면, 장차는 남의 도움을 비는 처지가 되고 말 것이다.

 

- 1675년(숙종 1) 둘째 아들 박태보에게 보낸 편지

 

과거시험 볼 날이 멀지 않았구나. 공부에 힘을 쏟아야 할 텐데, 네 몸이 아프다니 어찌 마음대로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 글짓기를 할 때는 결코 생소하고 괴상한 문체를 쓰는 병통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문맥이 평이하고도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면 문체가 절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특히 글의 앞뒤(首尾)를 상세히 잘 따져서 귀결점이 있게 해야, 맥락을 잃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글짓기의 요체다.

 

네가 작성한 시권(試卷, 과거 시험답안)의 글씨도 문제더구나. 비록 아주 거칠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도 서툰 점이 없지 않다. 글짓기를 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화담비(花潭碑)>나 <조아비(曺娥碑)>를 보고 베껴라. 그 일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글씨를 쓸 때는 크게만 쓰려고 하지 말고, 시권의 크기에 맞게 쓰는 연습을 하기 바란다. 과거에 익힌 글씨체는 일단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글짓기를 할 때는 간략하게만 쓰려 하지 말고 (표현과 내용을) 풍부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04 | 불법 이혼남 | 김숙자

 

 

김숙자는 자기 자식을 망령되게도 서얼(庶孼)이라 일컫고, 조강지처(糟糠之妻)를 이유도 없이 내버렸습니다. 형법에 따라 그에게 곤장 80대를 치고, 이미 버린 아내를 데려다가 다시 살게 해야 합니다. (《세종실록》, 세종 5년 7월 4일)

 

아, 선공(김숙자)의 평생은 그 관직이 그 덕(德)에 못 미쳤다. 31세로 문과에 급제한 뒤 13년 동안 시골에 묻혀 지내셨다. 벼슬은 참외(參外, 7~9품의 하급관리)로 시작하여 대부(大夫, 4품 이상의 고위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28년 동안이었다. 그 사이 여섯 번 주부(主簿)의 벼슬을 지냈고, 부령(部令)은 두 번, 현감은 세 번, 교수관, 교리(校理), 부정(副正), 사예가 각 한 번씩이었다. 역임하신 관직은 모두 당대의 흔한 벼슬자리일 뿐이었다. (이혼 문제 때문에) 불우하고 영락하여 끝내 큰 업적을 이루지 못하셨다. (……) 아, 이것이 타고난 운명이셨던가. 아니면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고야 만 것인가.

 

아들을 장가들이고 딸을 시집보낼 때면, 반드시 상대방이 세족(世族)인지, 그리고 가훈(家訓)이 있는 집안인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혼인하기로 약속한 다음에는 누구도 이간질하지 못하게 막았다.

 

정축년(丁丑年, 세조 3) 10월 밀양에서 경산으로 가다가 나(김종직)는 답계역(踏溪驛)에서 잠을 잤다. 꿈속에 신선이 나타나서, "나는 초나라 회왕(懷王, 의제) 손심이다. 서초(西楚) 패왕(覇王, 항우)에게 살해되어 빈강(彬江)에 버려진 사람이다"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나 생각해보니, 회왕은 중국 초나라 사람이요, 나는 동국의 사람이라. 서로 거리가 만 리나 떨어져 있는데, 내 꿈에 나타난 까닭이 무엇일까? 역사를 살펴보면 그 시신을 강물에 버렸다는 기록은 없다. 아마도 항우가 회왕을 죽이게 한 다음, 시신을 강물에 내버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야 이 글을 지어 의제를 조문한다." (《연산군일기》, 연산군 4년 7월 17일)

 

05 | 알뜰한 살림꾼 | 이익

 

경기지방의 관찰사가 되어 여러 군현(郡縣)을 순행하게 되자 나는, 길을 돌아서 첨성리(瞻星里, 지금의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선생의 댁을 방문했다. 당시 선생은 81세였다는데, 처마가 낮은 허름한 지붕 아래 단정히 앉아 계셨다. 선생의 눈빛은 형형하여 쏘는 듯했고, 성긴 수염은 길게 늘어져 허리띠까지 닿을 듯했다.

절을 올리기도 전에 내 마음속에는 공경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가까이 다가가서 모습을 뵈었더니, 화평하고 너그러우셨다. 경전에 관해 설명하실 때는 고금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내가 전에 알지 못한 말씀을 해주셨다.

- 채제공의 방문기

 

내가 선생의 문하에 수십 년을 출입하였지만, 노복을 꾸짖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선생은 노복을 형제나 친척과 똑같이 어루만지고 보살펴주었다. 부지런히 일하고 충성을 다한 노복이 죽자, 찾아가서 곡을 하셨다. 또 집에서 기르던 개가 죽으면, 묻어주게 하셨다. 매사에 내 마음의 인(仁)을 확대하여 남에게까지 닿게 하시는 법이 이와 같으셨다.

- 이병휴 <가장>

 

벼슬 없는 선비는 어려서부터 익힌 일이 책에 적힌 문자에 불과하다. 농사짓거나 장사를 하려 해도 힘이 감당하지 못한다. (이익, <삼두회서>)

 

일생 동안 밭을 갈지도 풀을 매지도 않았네(生平不耕亦不耘).

배를 두드리며 지내지만 그 방법이 남다르다오(鼓腹含哺計甚差).

하느님이 오곡을 내려주셨거니와 그 가운데 하나가 콩이라오(天生五穀菽居一).

그 가운데서도 빨간 것이 으뜸이라네(就中赤色尤稱嘉).

붉은 빛깔 불이 성하면 죽은 것도 살아나고, 검은색 물이 성하면 죽는 법이라오(火旺方生水旺死).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사치가 심한 것이라(甜滑輕輭味更奢).

가난한 집안 재물이 부족하면 좋은 방편이 있거니(貧家乏財善方便)

헐값에 이것(콩)을 많이 바꾸어보시오(賤價易辦此亦多).

- <반숙가(半菽歌)>(콩을 반으로 쪼개며 부르는 노래)

 

<자식을 훈계하는 여덟 가지 조목(訓子八條)>

① 항상 마음이 몸을 떠나 있는지를 잘 살펴라.

② 온유함으로 백성을 사랑하라. 작은 잘못을 용서하고, 정말 잘못이 있는지를 잘 살피라.

③ 함부로 성내지 마라. 하리(下吏, 아전이나 관청의 노비)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너그럽게 대하라.

④ 부로(父老, 고을의 어른)들을 불러 고충을 들어보라.

⑤ 상관을 부형(父兄)처럼 섬기라.

⑥ 소송이 있을 때는 반드시 거짓말하는 사람의 이름을 기록해 두라.

⑦ 고을의 실무를 맡은 아전의 잘못이 명백하지 않을 때는 함부로 꾸짓지 마라. 조용히 관찰해보라.

⑧ 백성을 잘 다스리는 데 마음을 써라. 집안일은 걱정하지 마라. 나라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 효자다.

 

백성에게 물건을 거두는 것은 열에 여덟아홉이 그릇된 것이다. 이것으로 어버이를 봉양하다니 안 될 말이다. 나는 고향 집에 남아서 제철에 내 밭을 경작해서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수 있다.

 

06 | 사화도 꺾지 못한 기개 | 유계린

 

선친(유계린)의 나이 23세 되던 경신년(1500), 할아버지께서 작고하셨다. 선친은 순천에서 여막(廬幕)을 지키며 애통해하고 사모함이 지극하였다. 소상(小祥)을 마치고 일이 있어, 부득이 해남을 왕래하셨다. 그때 어머니(탐진 최씨)와 한 방에서 13일을 같이 지내셨으나, 예(禮)로써 멀리하셨다.

작별할 때가 되자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셨다. "열흘 넘게 머무셨으나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으니, 더욱 슬픕니다." 선친은 민망히 여기며 (조부의 묘소를 향해) 길을 재촉하셨다.

우리 빔 여종 눌비가 그때 그 방 안에 함께 있었던 관계로 전후 사정을 잘 알았다. 눌비는 늙을 때까지도 그때 일을 자주 말하곤 하였다. "앞뒤로 듣고 보아도, 우리 주인님(유셰린)만큼 공경할 만한 분이 안 계십니다."

 

선친은 부부 사이에도 서로 공경하기를 손님같이 예를 갖추었다. 그러나 애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 35년간 함께 사셨는데, 한 번도 첩을 사랑하신 적이 없으셨다.

 

하나뿐인 아우 계근(桂近, 유희춘의 숙부)과는 서로 우애가 깊으셨다. (……) 올벼가 나오는 논(早稻田)을 그에게 다 주었다. (선친에게는) 누이가 두 명 있었는데, 조모께서 생전에 몹시 사랑했다. 그 점을 고려하여 선친은 동기간에 재물을 나눌 적에 좋은 전답과 노비는 다 그들에게 양보하셨다.

자식 사랑도 고르게 하여 편애함이 없으셨다. 새끼에게 먹이를 고루 나눠주는 뻐꾸기의 사랑이 계셨다.

 

노비들도 아끼셨다. 그들의 나쁜 점은 미워하셨지만 장점을 알려고 노력하셨다. 자상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몸에 배셨다. 그런 선친이 작고하시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노비들이 넋을 놓고 곡성을 터뜨려 마치 자기네 친부모가 돌아가신 것처럼 하였다. 마을에 사는 백성들 중에도 우리 집을 드나들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한숨을 내쉬고 탄식하며, '덕인(德人)이 돌아가셨다'고들 하였다.

 

고을의 여러 자제들이 와서 (선친께) 수업을 받았다. 십수 년 동안 그들을 지도하는 데 조금도 게으름이 없으셨다. 아동에게 글을 가르침에 반드시 먼저 강령(綱領), 즉 대의를 알려주고 그 문맥과 이치를 펼쳤다. 그런 가르침 덕분에 작고한 형님(유성춘)도 어릴 적부터 문의(文義)에 밝았고, 글 또한 잘 지었다.

 

거가십훈

 

① 사람의 기상은 단정하고 정중해야 한다. 경솔하지 마라. 깊이 가라앉은 듯 침착하여 꼭 필요한 말만 하도록 하라.

② 재물과 여색 따위를 탐하면 잘못된 사람이 되고 만다. 너희는 이를 깊이 경계해야 한다.

③ 어버이를 정성껏 섬겨라. 부모님의 편지는 잘 간수해서 한 장이라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④ 가정생활에서는 마음을 공정하게 가져야 한다. 편애하면 사이가 어긋나고 윤리가 무너진다.

⑤ 결코 남에게 아부하여 자신의 절개를 굽히지 마라.

⑥ 일을 처리할 때는 순리에 맞는가를 따지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마라.

⑦ 편파적이고 아첨하는 사람은 삿되다. 질박하고 진실하여 변함이 없고 신의가 있는 사람이 옳다. 너희는 마땅히 이를 기억하라.

⑧ 아첨으로 스스로를 더럽히지 말며,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사물을 극진하게 대하라.

⑨ 벼슬의 어려움이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험하다. 먹고살 만하다면 전원으로 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 명예와 이익만 추구하다 풍파를 맞으면 무슨 소용이 잇으랴.

⑩ 《강목(綱目)》에 관한 윤씨(尹氏)의 주석을 읽다가 저절로 춤을 추었다. 뜻이 좋은 글은 반드시 적어두고 마음의 지향을 삼으라.

 

07 | 스승이자 친구이자 아버지 | 김장생

 

침실이나 서재에 훼손된 곳이 잇으면, 신독재 선생이 손수 살펴 보고 수리하였는데 흙손질도 직접 하였다. (……) 선생(김장생)께서는 준치(준眞魚), 식혜, 메밀국수를 즐기셨다. (김집은) 식혜를 끼니마다 챙겨 그릇에 가득 담아 올리고, 국수는 사흘마다 한 번 올리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당시 선생의 집이 매우 가난했다. 그러나 신독재가 음식 일체를 미리미리 준비하여 부족하지 않게 하였다. 만일 상에 올릴 고기가 없으면 몸소 그물을 들고 서당 앞 시냇가로 가서 물고기를 잡아왔다. 밭 갈고 김매고 수확하는 일이며 요역(徭役)을 바치는 일 등 집안의 모든 일을 손수 다 맡아서 어버이께 걱정을 끼치지 않았다. 그는 선생이 타시는 말도 살찌게 잘 보살폈고, 안장과 굴레 등도 항상 빈틈없이 손질하였다. 다니시는 길까지도 항상 깨끗이 쓸었다. 울타리 밑까지도 항상 손을 보았다. 이처럼 보통 사람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온갖 일을 묵묵히 차분하게 다 하면서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사계 선생은 덕성이 얼굴에 넘치고, 기상이 온화하고 단아하셨다. 가까이 모시도 있노라면, 마치 봄바람 속에 있는 것과 같았다.

 

선생(김집)이 서제(庶弟)와 함께 노선생(김장생)을 모시고 계셨다. 마침 서제는 참봉 윤재(尹材)에게 답장을 쓰고 있었는데, 상대를 '존형(尊兄)'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선생은, '세상 풍속이 그렇지 않다'라고 말씀하셨다. 서제가 고쳐 쓸 때까지 (선생은) 온화한 말로 거듭 타이르셨다. 노선생께서는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보시더니 빙그레 웃으셨다.

 

조정에는 특별히 긴요한 일이 없다. (……) 요즈음 사대부들을 보면, 견고한 뜻은 없고 물러날 생각들만 한다. 반정을 일으킨 사람들끼리만 마음을 함께하니, 한 나라의 일을 과연 두서너 사람끼리 다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제가) 서울 가는 일에 관해 말씀드립니다. (올라오라는) 혹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간다 해도) 지금 가는 것은, 임금을 위로하기 위해서일 뿐입니다. (……) 더구나 진언(進言)하는 도리는 자기 생각을 그대로 아뢰는 것뿐일 터입니다. (……) 형편을 보아서 진퇴를 결정하여고 합니다. 7일이나 8일 사이에 그리 가서 (아버님을) 모시고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방백(方伯, 관찰사)의 회신이 아직 오지 않았고, 관청사무 또한 너무 많습니다. 9일 전에는 이곳을 떠날 수 없을 듯합니다. (아버님) 말씀대로 여기서 하회를 기다리겠습니다. 혹시 중간에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08 | 천재 예술가 | 김정희

 

모름지기 난을 치는 묘리를 터득해야만 한다. 반드시 붓을 세 번 굴리는(三轉) 방식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네가 그려서 보낸 난초를 살펴보니, 붓을 한 번에 죽 긋고는 말았구나. 붓을 세 번 굴리는 방법을 깊이 연구하여라. 요즘 난을 좀 친다고 하는 이들 가운데는 세 번 굴리는 묘법을 아는 이가 없다. 그들은 제멋대로 먹칠을 하고 있다.!

 

(난을 치는 것은) 한낱 작은 기예에 지나지 않소. 그러나 전력을 기울여 공부한다는 점에서 성인(聖人)의 격물지치 공부와 다를 것이 없소. (……) 이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상스러운 서화가나 마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오. '가슴속의 책 5천 권'이니 '팔 아래 금강(金剛)'과 같은 문자는 모두 여기서 비롯된 말이라오." (<석파(石坡)에게>, 《완당전집》권2)

 

네가 편지에서 고백한 말, "겨우 두어 글자를 쓰면 글자 글자가 따로 놀아, 결국은 귀일(歸一)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깨침이 귀하다. 네가 (서법의) 문에 들어갈 수 있는 진경(進境)이 거기서 시작되느니라. 잠심(潛心)하고 힘써야 한다. 괴로움을 참고 이 한 관문을 넘어서야 통쾌한 깨달음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깨침을 이루기가 지극히 어렵더라도 절대로 물러나지 마라. (……) 나는 지금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도 귀일됨을 찾니 못하였다. 너놔 같은 초학자야 말해 무엇하랴. 너의 그 한탄소리를 들으니 나는 도리어 기쁘구나, 장래에 있을 너의 성공이 그 한마디에서 시작되리라.

 

등잔불 아래 일과로 글 읽는 것은 중지하지 않았느냐? 늙은 나는 잠이 없다. 너희들의 글 읽는 소리가 어슴푸레 귓가에 늘 들리는 듯하니, 이 마음이 참으로 괴롭다.

 

지난번 가는 도중에 보낸 편지는 받아보셨지요 (……) 그사이 인편이 있었는데도 답장을 못 받았습니다. 부끄러워 아니 하셨던 가요. 나는 마음이 몹시 섭섭했다오.

 

부인이 먼저 세상을 뜨고 말았소. 먼저 줒는 것이 무에 유쾌하고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나로 하여금 두 눈 빤히 뜨고 홀로 살게 한단 말이오. 푸른 바다도 같고 먼 하늘도 같은 원한이 끝도 없습니다. (<부인예안이씨애서문(夫人禮安李氏哀逝文>)

 

젊어서부터 영특한 이름을 드날렸다. 그러나 중간에 가화(家禍)를 만나 남쪽으로 귀양 가고 북쪽으로 유배 가서 갖은 풍상에 시달렸다. 세상에 쓰이기도 하였지만 버림을 받기도 하였다. (……) 세상 사람들은 그를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와 같다고 말한다. (《철종실록》, 철종 7년 10월 10일)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이오(大烹豆腐瓜薑菜).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면 족하다(高會夫妻兒女孫).

 

09 | 거룩한 영웅 | 이순신

 

상으로 받은 물건들도 그는 휘하 장수들에게 모두 주었다. 사사로이 차지한 것이라곤 없었다. 또 백성들을 어루만져 편안하게 했다. 부하들에게 농사를 가르쳐 식량을 저축하고, 어업과 소금 제조에 힘써 진중의 생계를 꾸렸다. 덕분에 군량이 넉넉하여 끊어진 적이 없었다. 남도의 백성들도 이것으로 먹고산 이가 수만 집이었다. (윤휴, 《통제사이충무공유사》)

 

혼자 다락 위에 기대 앉아 나라의 형편을 생각하니 아침 이슬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그러나 안으로는 정책을 결정할 인재가 없고, 밖으로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 같은 인물이 없다. 사직이 장차 어찌 될는지 모르겠다. (《난중일기》, 1595년 7월 1일)

 

촛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 나라 일을 생각하니,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다. (《난중일기》, 1595년 1월 1일)

 

몸이 몹시 불편하여 홀로 봉창 아래 앉아 있었다. 온갖 회포가 다 일어난다. 이경복에게 장계를 지니고 가라고 보냈다. 경(庚)의 어미에게 줄 노자를 문서에 넣어 보냈다. (《난중일기》, 1593년 8월 13일)

 

탐후선이 들어왔는데, 아내의 병이 몹시 위독하다고 한다. 벌써 죽고 사는 것이 결딴 나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라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다른 일은 생각이 미칠 수 없다. 허나 (아내가 죽는다면) 세 아들과 딸 하나는 장차 어떻게 살까.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 마음이 심란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홀로 배 위에 앉아 잇었다. 그리운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세상에 어찌 나 같은 사람이 있겠는가! 아들 회는 내 심정을 알고 심히 언짢아하였다. (《난중일기》, 1597년 9월 11일)

 

밤 두 시쯤 꿈속에서 나는 말을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가는데, 말이 발을 헛디뎌 냇물 속으로 떨어졌다. 쓰러지지는 않았으나, 막 내아들 면이 끌어안은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 저녁 때 천안에서 온 사람이 집안 편지를 가져왔다. 봉투를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떨리고 정신이 아찔하며 어지러웠다. 대강 겉봉을 뜯고 열(예와 동일인)의 편지를 꺼냈다. 겉면에 '통곡' 두 글자가 있었다. 면이 전사했음을 직감했다. (《난중일기》, 1597년 10월 14일))

 

새벽꿈에 고향의 남자 종 진이가 왔다. 나는 죽은 아들을 생각하여 통곡하였다. (……) 저녁 때 코피를 한 되가량 쏟았다. 밤에 앉아서 생각하다 눈물이 절로 났다. 이 아픔을 어찌 말로 다하랴! (……) 비통한 가슴 찢어질 듯하여 참지 못하겠다. (《난중일기》, 1597년 10월 19일)

 

어느새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하고 또 통곡했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신가. (……)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다니, 이런 어그러진 일이 어디 있느냐. 천지가 깜깜하고 태양조차 빛이 변햇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 너를 따라가 지하에서라도 같이 지내며 같이 울고 싶구나. 그리하면 네 형들과 네 누이, 네 어머니가 의지할 곳이 없을 테지. 아직 참고 살기야 한다마는 마음으로는 이미 죽고 껍데기만 이렇게 남아 울부짖는다. 이렇게 울부짖는다. 오늘 하룻밤을 보내기가 1년 같구나. (《난중일기》, 1597년 10월 14일)

 

 

 

만사 하릴 없다, 관 뚜껑 덮고 누워 괴로워했네.

병의 뿌리 깊었든가, 여러 해 동안 약을 구하기 어려웠네.

거센 바람 궂은 비, 처음 염하던 그날,

처진 나물 찬 과일로 넋 보내는 상 차렸다네.

훨훨 타는 매운 불꽃, 집에 뻗쳐 놀랐다오.

이후로 이 내 몸엔 온갖 병 더하기만.

 

내 딸이여 내 딸이여, 마음과 몸 맑았도다.

심기조차 아름다웠어, 단아하고 성실했지.

갓 자란 난초, 티 없는 구슬

빈산에 널 묻다니,

봄이 와도 모르겠네.

죄 없는 너 보내놓고 이 지경이 되었구나.

백 년이 가도 원통치

내 억장이 무너지네.

어허라! 세 번 노래하니

노래도 구슬프네.

하늘 보고 목 놓아 울건마는

하늘은 묵묵부답이시네.

 

내 딸 세상 뜬 지 어느덧 3년,

해 넘겨 다시 오니 비참하기 그지없어라.

무덤가의 가벼운 바람, 얼굴을 스치네.

내 딸의 넋, 정녕코 바람 속에 엉겨 잇으리.

 

석 자 키에 두어 치 관 두께라니.

북망산 바라보니 눈이 늘 젖도다.

가련할손 사람의 일, 슬퍼한들 무엇 하랴.

야속한 하늘의 뜻, 믿기조차 어렵네.

동야의 울음소리 목메어 차마 못 듣겠네.

퇴지의 재상 차림 헛되고 처량해라.

책상머리 저 서책은 평일의 흔적일래.

그림자라도 부질없는 꿈길에 나타나주렴.

 

내 친구 북방에 갇혀 있구나.

네 지아비는 만리 길 멀다 않고 따라갔다 하니.

가을바람 으슬으슬 끝없는 (내) 걱정.

들국화 술잔에 어리어 비치누나.

 

이것은 스승이신 하서 김 부자(부자는 큰 스승, 곧 김인후)께서 소자에게 주신 것이다. 평생 그 은혜에 보답하지는 못할망정 사모하는 마음 가눌 길 없어 (이 벼루를) 보배처럼 간직해왔노라. 어느 날 일재 (이항) 선생이 벼루를 보시고, 부러워하며 말씀하셨다. "이 벼루는 벼루가 아니라, 바로 발우(불가에서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공양그릇)이거니, 그대는 명심하시게."

 

산 늙은이 잠깨어 일어나네.

창포 앞에 세수한다네.

동상(사위 조희문)의 웃음소리, 기쁘게 들려오네.

잠깐 사이에 내 번뇌와 병, 한꺼번에 물러간다오.

 

하늘 위 그대(김인후의 벗) 살고, 나는 만산 가운데 누워 있다네.

(……) 시골 살림은 마을마다 해마다 곤궁하기 그지없다오.

(……)평생 두고 먹을 약을 (그대에게) 부탁하노니, 조자(사위 조희문)로 말미암아 그게 될는지요.

 

뿌리와 가지는 기운이 서로 통한다네. 얼마나 근고하여 이 가풍을 세웠던고. 너희들은 공부하고 몸을 닦아 이어가야 하느니라! 백공(온갖 기술자)도 대대로 기궁한다(부자가 이어나감)더라.

 

정지운은 <천명도>에서, "사단(四端)은 이(理)에서 일어나고, 칠정(七情)은 기(氣)에서 일어난다(四端 發於理 七情 發於氣)"라고 하였다. 사단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실마리가 되는 네 가지 마음을 가리킨다. 정지운은 이것이 '이(理)', 곧 하늘의 이치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그에 비해 칠정, 즉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 기쁨 · 성냄 · 슬픔 · 두려움 · 사랑 · 미움 · 욕심)의 기분은 그때 그때의 사정에 따라 변하는 기운에서 일어난다고 이해했다.

퇴계의 견해는 약간 달랐다. "사단은 이가 일어난 것이고, 칠정은 기가 일어난 것이다(四端 理之發 七情 氣之發)"라고 했다. 사단과 칠정은 각기 '이'와 '기'로 인하여 이미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당시 선비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후일에 퇴계는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에게 보낸 편지에서 과거 자신의 주장을 보완했다. "사단이 일어남은 순수한 이치를 따른 것이라 불선(不善)이 없다. 하지만 칠정의 일어남에는 모두 기가 작용했으므로 선약이 있다(四端之發純理 故無不善 七情之發兼氣 故有善惡)." 간단히 풀이하면, 사단은 절대 객관이요 최고선(最高善)이지만, 칠정은 그렇지 않아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기대승은 이렇게 응답했다. "성(性)은 무불선(無不善, 악이 없음)이요, 정(情)은 유선악(有善惡, 선도 있고 악도 있음)임을 인정합니다. 다만 칠정 외에 사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단도 칠정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요컨대 기대승은 사단으로 표현되는 인간 본성과 칠정으로 요약되는 인간의 감정에 관한 퇴계의 정의에는 동의하면서도, 사단과 칠정을 '기'의 소관으로 인식했다. 이로써 두 학자 사이에는 사단과 칠정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이 거듭될수록 두 사람의 입장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마침내 퇴계는 기대승과 자신의 견해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선언했다. '동본이말(同本異末)', 곧 근원은 같으나 지엽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평가였다. 두 사람의 주장이 인간 본성의 표현을 사단으로 인식하고, 이를 절대선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근원이 같다는 것이다. 다만 칠정의 성격에 관해서는 두 사람이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엽적인 문제가 남은 것으로 판단했다.

본래 기대승은 사단칠정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고향 선배 김인후에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김인후가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다. 결국 고봉은 하서 김인후와 쌍벽을 이루었던 대학자 퇴계를 상대하여 역사적인 논쟁을 펼치게 되었다.

 

 

11 | 청백리 | 이항복

 

이항복은 호걸이었다. 그 성품도 시원시원하였다. (……) 그는 젊은 시절부터 이덕형과 나란히 이름을 떨쳤는데, 둘 다 문장가로 성공하여 높은 벼슬에 이르렀다. 일찍이 정철은 이 두 사람을 상서로운 기린과 봉에 견주어 칭송했다. (《광해군일기》의 <이항복 졸기>)

 

네 죄가 수사를 받고 있는 지금, 벼슬을 그만둔다면 네가 허약하고 겁쟁이로 보여 다들 가소롭게 여길 것이다. 일의 형세로 보아도 마땅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한다.

만일 관찰사가 너를 처벌하려고 조정에 건의할 경우에는 말이다, 체포를 하건 파직을 하건 서울의 대간(臺諫)들이 죄를 고발하여 파직에 이를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처리하든지 아무 걱정 말고 맡겨두어라.

결국 이 사건이 무사히 종결되면, 그때는 관찰사에게 이렇게 아뢰면 좋겠다.

"역졸도 백성인데, 비록 가벼운 매질을 하기는 했지만 저로 말미암아 죽었습니다. 제 마음이 몹시 불편합니다. 다시는 백성들을 볼 면복이 없습니다. 이 일로 수개월 동안 하명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무죄 처분을 받아 더더욱 송구합니다."

이런 글을 올리고, 조정의 법에 따라 벼슬을 버리고 돌아오라. 그러면 이 일이 조용히 마무리될 것이다.

 

내가 듣건대, 양구현 아전들이 네게 원망을 품고 처벌을 바란다고 하는구나. 극히 무례한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사정상 더는 그곳에 머물지 못할 형편이거든 말이다, 설사 도주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서둘러서 꼭 빠져나와야 한다. 알겠느냐? 이 결정은 현장에서 직접 형편을 판단할 수 있는, 네 스스로가 알아서 처리할 일이다.

 

시아(時兒)가 곧 《사략(史略)》을 뗀다고 하던데 내 마음이 흡족하고 다행스럽구나. 그런데 책은 한 번 쓱 보아 넘기기만 하면 안 되느니라. 숙독하지 않으면 읽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손자가 그 책을 다 뗐다 해도, 다른 책을 펼치게 하지 말고 두고두고 되풀이 읽게 하여라. 50~60번을 반복하여 읽은 뒤라야 다른 책을 봐도 괜찮다.

 

만일 《사략》을 숙독했다면, 《통감(通鑑)》은 굳이 읽힐 필요가 없다. 그러면 《논어(論語)》를 읽어야 할 텐데, 그 공부는 또 그 나름으로 주의점이 있을 것이다.

 

시아가 일곱 권이나 되는 책(《사략》)을 읽었으면, 문리는 조금 트였겠ㄱ나. 당장 시사(時詞)ㄹㄹ 읽힉, 글쓰기(述作)를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리는 있어도 글쓰기에 서툴러, 결국 서궤(書櫃, 책장)처럼 쓸데없는 공부로 끝나고 말 것이다. 절실히 경계하고 경계하라.

 

《사략》을 숙독하고 나면, 시아를 데려와야 하겠다. 여기서 내가 시도 가르치고 글쓰기도 가르칠 것이다. 다른 대가(大家)들의 책도 다 가르치고 싶다. 한 가지 책을 끝내면, 네게 보내 시아가 ㅂ모를 만나고 여기서 배운 것을 숙족하게 하자. 숙독이 끝나면, 또 이리로 와서 다른 책을 배우게 하리라. 절반은 서울에 머물고, 절반은 시골에 있게 하는 것이 시아에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소인배가 기세를 떨쳐 다가올 재앙을 예측할 수 없었다. 두 명의 대신이 밤에 공(이항복)을 찾아와 회유하고 협박하였다. 그래도 공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들가 조카들이 눈물을 흘리며, "가족의 안위부터 살펴줏서!"라며 애원하자, 공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훈계하였다. "나는 선조 임금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재상이 되었다. 이제 늙어 죽을 목숨에 불과하다. 어찌 뜻을 굽히고 임금을 저버려, 스스로 명의(名義)를 무너뜨릴까 보냐. 내 뜻이 이미 정해졌으니, 너희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12 | 비극의 주인공 | 영조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