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황영찬

Tag

Notice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Archive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221,893total
  • 209today
  • 299yesterday

2014-057 리씽킹 서울

 

김경민 박재민 지음

2013, 서해문집

 

 

대야도서관

SB093383

 

539.7091 16

김14ㄹ

 

Rethinking Seoul

 

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

 

서울에 남아 있는

오래된 가능성의 공간을 탐색하다

 

작은 개발, 착한 개발, 공정한 개발은 가능하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익선동 한옥집단지구

 

한강의 기적을 탄생시킨 근대 역사자원

가리봉동 쪽방촌

 

근대적 생산양식이 남아 있는 동대문패션타운 옆

창신동 봉제공장

 

대규모 철거 후 재개발의 시대는 저물었다!

전작 《도시개발, 길을 잃다를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실패를 예측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김경민의지역 커뮤니티 보존과 활성화의 균형전략

 

지 | 은 | 이

 

김경민

하버드대학교에서 도시계획/부동산 분야로 박사학위 취득 후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1년 《도시계발, 길을 잃다》라는 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주 연구 분야는 오피스와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 분석과 어반 컴퓨팅(Urban Computing)이나, 현재 사회적 기업과 공유가치 활성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비영리 커뮤니티 개발회사가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인들과 어반 하이브리드(Urban Hybrid)라는 소셜벤처를 설립했고, 현재는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창신동에 애착을 갖게 되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박재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장소기억으로 해석한 근대 산업경관>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지역주민의 집단 기억을 바탕으로 주민 관점의 경관 해석을 시도하였다. 근대 도시경관, 특히 산업유산의 개념과 역사적 가치, 시각화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2002~2005년 영등포 쪽방촌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역민과의 공생과 기억의 보전, 문화예술 공간 활용 등을 고민하고 있다.

 

Contents

 

프롤로그

서울의 잊힌 가능성의 장소들

 

제1장

서론 - 왜 디벨로퍼인가?

 

제2장

종로 익선동 한옥집단지구

 

제3장

구로공단 가리봉동 쪽방촌

 

제4장

동대문 창신동 봉제공장

 

제5장

보론 - 신텐디에서 티엔즈팡까지

 

에필로그

개발과 보존의 균형 그리고 전략

 

감사의 글

참고문헌

프루이트 아이고는 커다란 찬사를 받으며 탄생했다(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자료)

 

우리는 우리 도시의 중심부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새롭게 건설해야 합니다. 각종 병리현상들을 동반한 슬럼지역은 우리 모두의 잘못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슬럼지역 같은) 병리현상을 치유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 조세프 다스트 세인트루이스 시장(민주당), 1951년

프루이트 아이고의 폭파 장면(U.S. Dep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자료)

르코르뷔지에는 파리 중심지역을 고층 건물들로 가득 채울 계획을 구상하였다.

익선동 166번지 바로 앞 종로3가역 주변

지도로 본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위치

커뮤니티가 살아 숨 쉬는 익선동 풍경

 

"근래의 경향은 일반이 개량식을 요구하는 모양입니다마는, 개량이라면 별 것이 아니라, 종래 협착하던 정원을 좀 더 넓게 하여 양기가 바로 투입하고, 공기가 잘 유통하여, 한열건습의 관계 등을 잘 조절함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관도 미술적인 동시에 사용상으로도 견확하고, 활동에 편리하며, 건축비, 유지비와 생활비 등의 절약에 유의함이 본사의 사명인가 합니다. 재래식의 행랑방, 장독대, 창고의 위치 등을 특별히 개량하여 왔고, 또 한편으로 중류 이하의 주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년부, 월부의 판매제도까지 강구하여 주택난에 대해서는 다소의 공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세권

 

이 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의 주택난에 대해 우리 회사는 중산층 이하 서민을 위한 주택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주거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당시 서민들은 초가집에서 거주했을 뿐이다.) 서민들도 업그레이드된 주거환경인 새로운 스타일의 개량된 한옥에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퓨전 한옥에는 상류층 한옥이 갖고 잇는 특징의 하나인 정원, 물론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의 정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민 주택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100% 전통적인 양식의 고전 주택이기보다는 개량형 주택이 더 적합할 듯합니다. 또한 우리는 그 주택을 분양하지만, 입주 시점에 주택대금을 모두 받지 않고, 다양한 금융기법을 이용하여 연 또는 월 단위로 분양금을 받고 있습니다."

 

"나는 그(정세권)의 소유인 가회동 가옥을 전세로 빌어서 3, 4개월 살았지만, 그가 어떠한 인물인 줄을 잘 몰랐다. 다만 가끔 그가 토목 두루마기를 입고 의복도 모두 조선산으로 지어 입고 다니는 것과 머리를 바짝 깎고, 좀 검고 뚱뚱한 영남 사투리를 쓰고 말이 적은 사람인 것만 보았었다. (중략) 조선물산장려를 몸소 실행할 뿐더러 장산사라는 조선물산을 판매하는 상점을 탑골공원 뒤에 두고 조선산 의복과 양복을 장려하고 《실생활(實生活)》이라는 잡지를 발행하여 조선물산장려를 선전하는 인물인 줄을 알았다. (중략) 조선식 가옥의 개량을 위하야 항상 연구하여 이익보다는 이 점에 더 힘을 쓰는 희한한 사람인 줄도 알았다. (중략) 기타 설계 변소, 마루, 토역재료(土役材料) 등 내가 안 것만 하여도 정씨의 개량한 점이 실로 적지 아니하다. 미닫이 밑에 굳은 목재를 붙이는 것도 아마 씨(氏)의 창의(創意)라고 믿는다. (중략) 나는 더욱 정씨의 인격을 존경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중략) 한 사람의 인격의 힘이 이처럼 영향이 큰가를 느꼈다. 이것도 내 집 성조에서 얻은 큰 소득 중에 하나다."

- 이광수

1946년 조선어학회 동지회 사진. 앞줄 왼쪽 2번째가 정세권이다.

새로운 피맛길 풍경

 

"한국이 (생각하는)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최상의 방법은 피맛골과 같은 역사적인 랜드마크를 파괴하고 서구에서도 볼 수 있는 똑같은 모양의 영혼 없는 현대적인 고층 건물들을 세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적 랜드마크를 부수고 현대적 고층건물을 세우는 것이) 외국 관광객들을 떼를 지어 불러들이는 확실한 방법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 스콧 버거슨

익선동 피맛길

 

"최근 수년 사이에 국악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대략 이틀에 한 팀 정도 와요. 보통 오후 5시 넘어서 오시는데, 어떤 분들은 공연 마치고 한복을 입고 상모를 쓴 채 이곳에 오세요. TV에 나오는 유명한 분들도 오십니다."

- 익선동 피맛골 ○○식당 주인 인터뷰, 2013년 4월 23일

연한 선은 과거 피맛길이 존재했던 곳이고 짙은 선이 익선동 166번지의 피맛길이다.

고려와 조선시대 골목길

익선동을 중심으로 본 주변 지역

종묘 옆으로 이어진 순라길

정비된 순라길에서는 옛 모습을 찾기 힘들다.

 

"예전에 순라길 주변에는 한옥들이 엄청 많았어요. 그리고 순라길은 지금과 달리 좁디좁은 골목이었죠. 아이들은 밤에는 무서워서 못 갔어요.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고."

- 과거 순라길 인근 한옥 거주자 인터뷰, 2013년 5월 10일

철거 중인 오진암 ⓒ 연합뉴스

오진암의 지붕기와가 뜯긴 모습 ⓒ 연합뉴스

익선동 한옥지구에서 바라본 비즈니스호텔

 

"지역주민 입장에서 오진암 내부를 가볼 일은 없었죠. 기생관광하던 곳을 서민들이 어떻게 가보겠어요? 하지만 제가 사는 집에서 오진암을 내려다보면 오진암에 있었던 매화나무들이 정말 멋있었어요. 그리고 오진암 담벼락의 매화가 너무도 탐스럽게 열렸고 향도 좋았어요. 오진암 지붕 기와가 하나하나 뜯겨나갈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 익선동 주민 인터뷰, 2013년 5월 10일

오진암 자리에 들어선 짙은 회색의 비즈니스호텔

 

"저 호텔 벽돌이 진짜 비싼 거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도대체 주변하고 어울리지 않아요. 주민들은 벽돌 색깔에 불만이 많아요."

- 익선동 소재 ○○카페 사장 인터뷰, 2013년 4월 20일

기존의 커뮤니티에 다양한 문화예술 기능이 융합된 티엔즈팡

지역 커뮤니티의 삶이 잘 보존된 티엔즈팡

 

"서울시가 지난 1985년부터 2년여에 걸쳐 마련한 도시설계안 …… 장기적으로 낙원상가아파트를 철거하고 낙원상가와 파고다공원 사이의 환경불량지구를 재개발사업지구로 추가 지정하는 한편, 낙원상가 서쪽의 재개발구역은 주차 및 상업복합용도건물로 사업계획을 변경……"

- 1987년 《매일경제》 기사

아름다운 부조물이 새겨진 낙원상가, 낙원빌딩 ⓒ 서자민

당시 서울시가 제시한 청사진

 

"그때 서울시에서 이 청사진을 보여주면서, 근대적인 건축물인 낙원상가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고, 그래서 이 청사진 보고 상가 주민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지. 그러고 나서 잘되는가 싶었는데, 서울시가 토지를 기부 체납하라고 하는 거야. 시장 사람들이 토지 기부 체납은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 우리나라 사람한테 토지는 의미가 다르잖아? 그래서 그때 서울시가 양보해서 토지의 기부 체납은 하지 않고, 대신 1층 도로는 서울시가 무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조정한 거야."

- 낙원상가 주식회사 대표이사 ○○○ 인터뷰, 2013년 4월 23일

낙원상가 지하 재래시장 풍경

 

"최근에는 중국, 일본 관광객들이 단체로 낙원상가 지하 재래시장에 자주 와요. 사실 우리가게에서는 우리 농산물과 외국 것 모두를 취급합니다. 하지만 저도 그렇고 외국손님들도 오면 우리 콩과 고추 등을 사갑니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적인 것을 맛보고 싶겠죠."

- 낙원상가 재래시장 상인 인터뷰, 2013년 4월 30일

 

"또 하나의 문화가 사라진다. 50년대 중반부터 종로2, 3가에 하나둘 생겨난 악기점들이 거대한 상가를 이루어 우리 음악문화의 막강함을 세계에 과시했는데, (낙원상가가) 사라진다니 안타깝다."

- 가수 신중현 인터뷰

 

"교동초등학교 주변 지역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는 낙원아파트와 운현아파트에요. 특히 낙원아파트는 방음도 잘 되고, 층간소음도 별로 없고, 잘 지어진 아파트에요."

- 낙원상가 재래시장 상인 인터뷰

북쪽에서 바라본 15층 낙원상가와 24층 프레이져 스위츠 호텔

낙원빌딩 5층에서 북쪽을 바라본 풍경(왼쪽)과 매우 넓은 5층 발코니(오른쪽)

왼쪽의 큰 건물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왼쪽), 특이하게도 호텔 꼭대기층에 수영장이 있다.(오른쪽)

 

"지금이야 북촌이 세련되어 보이지, 2000년대 초 이전(북촌이 정비되기 전)에는 북촌 한옥이나 여기 익선동이나 한옥 보존 상태에 별 차이가 없었어요. 오히려 지하철 접근성이 좋다고 익선동 한옥이 더 비쌌습니다."

- 익선동 소재 ○○부동산 대표 인터뷰, 2012년 11월 12일

2000년 당시 북촌의 모습(서울시 홈페이지 자료)

익선동 인근의 한복집과 전통 공방, 국악인 사무실

익선동 소재 전통찻집 뜰안의 내부 모습

 

"어느 날 일본인 기자가 와서 한참 앉아 있다가 갔어요. 그리고 얼마 후, 일본 영화관계자가 찾아와서 영화 촬영장소로 쓰게 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한 달에 걸쳐서 영화를 찍었고, 이후부터 영화 때문에 일본인 여성들이 자주 찾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골이 되어 찾아오고 있고,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오고 잇어요."

- 익선동 소재 전통찻집 '뜰안' 대표 인터뷰, 2012년 10월 20일

부결된 2010년 10월 익선동 도시환경정비계획 조감도(서울특별시 종로구 의회 제203회 제2차 본회의 <익선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지정 안에 관한 의견 청취 심사 보고서> 자료)

 

"저는 익선동내 비교적 큰 한옥에 오래 살았습니다. 부모님 세대부터 결혼해서 중학생 자식을 둔 현재까지 살고 있으니까요. 재개발이 될 거라는 소문이 있었던 십수 년 전에는 저도 사실 재개발에 찬성했어요. 그리고 재개발이 곧 된다고 하기에 집수리도 제대로 안 했죠. 지붕 고치는 데 천만 원이 들어가는데, 재개발이 곧 된다면 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그게 벌써 20년이 됩니다. 서울시가 재개발한다고 지역 묶어놓은 뒤에 지역이 완전히 쇠퇴했어요. 20년 전에는 익선동 한옥의 상태가 북촌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농담으로 북촌 한옥은 할머니 떡볶이 살 돈 아끼면 살 수 있다고 할 정도였어요."

- 익선동 주민 인터뷰, 2013년 5월 10일

 

"재개발로 한 20년이 흐르면서 뉴타운 개발의 잘못된 점도 뉴스로 알게 되고, 재개발 찬성이었다가 중립이나 반대로 돌아선 분들도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제가 원하는 것은 한옥을 보존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이 존재하고, 미래의 익선동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한옥에서 살고 싶어요. 한옥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보여요."

- 익선동 주민 인터뷰, 2013년 5월 10일

보스턴 자유의 길

미국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던 보스턴의 옛 주의사당(왼쪽)과 보스턴 자유의 길을 나타내는 길 위의 표식(오른쪽)

미래에 원형을 다시 복원한다는 가정 아래 3 ·1 독립의 길의 주요 동선

첨단 오피스 건물과 쇼핑몰이 들어선 구로공단의 현재

2013년 현재 구로구 아파트단지 현황(왼쪽)과 1970년대 공장 위치(오른쪽)

신도림과 목동의 아파트 가격 변화(부동산114 REPS 자료)

구로공단의 고용자와 업체 수 변화

2000~07년에 구로단지로 이주해온 벤처 인증업체의 이동경로(<구로공단 부활의 의미>, 《CEO Information》 제608호)

서울 시내 디자이너는 공간적으로 강남과 장안동, 구로지역에 몰려 있다.(왼쪽) 서울 시내 패션 생산인력(미싱사)은 동대문 주변, 장안동, 구로지역에 몰려 있다.(오른쪽)

옛 구로공단 지역에 남아 있는 1970년대 건축물

아울렛이 있는 가산동 거리 사이의 낡은 건물

가산동 까르뜨니트 물류센터

뒤스부르크노드 파크 거리(왼쪽)와 뒤스부르크노드 파크 전경(오른쪽)

졸퍼라인 탄광 지역 전경(왼쪽)과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남겨둔 졸퍼라인의 공장(오른쪽)

삼우창고 전경(위)과 2011년 12월 삼우창고 철거 당시 모습(아래)

삼우창고 부지의 위치(왼쪽)와 삼우창고 부지에 들어설 건물 조감도(해안건축 홈페이지 자료)

2013년 초 대림창고에서 열렸던 BMW의 신차발표회 모습(BMW KOREA 자료)

오피스 건물로 둘러싸인 공원 전경(왼쪽)과 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도서관(오른쪽)

간단한 미팅과 모임을 위한 공간(위)과 공원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아래)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내부(왼쪽)와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 전경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다."

- 카페 사장 인터뷰

창고를 재활용해 만든 카페

카페 내부 풍경

과거 공장이었던 곳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Forever21

뉴욕 미트패킹 지구 전경 ⓒ 박호근

과거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의 원형을 보존한 채, 내부에 레스토랑과 가게를 입점시킨 샌프란시스코의 기라델리 스퀘어

 

"저는 다운타운 (쇼핑시설) 개발에 한 푼도 투자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운타운은 너무나) 후져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황폐화된) 다운타운에 왜 오겠습니까? 사람들은 무질서한 지역, 그리고 위험한 지역에 가기 싫어합니다."

- 1970년대 당시 가장 성공적인 쇼핑몰 디벨로퍼였던 에드워드 드발토로 인터뷰, <Downtown, Inc>에서 재인용

문래동 창작예술촌 풍경

조선영단주택 위치

2012년 발표된 구로구 문래동 정비구역(안)

쪽방의 내부 구조

벌집의 1층과 2층 구조

벌집의 지하. 통로를 사이에 두고 '외딴 방'이 10여 채 있다.

쪽방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부엌(왼쪽)과 건물 밖에 있는 공용 화장실(오른쪽)

벌집과 비슷한 형태의 19세기 맨체스터 주택 단면

가리봉동 소재 벌집의 1층 단면 구조

영국의회에 제출된 1842년 광산 및 제조업조사위원회 공식보고서의 삽화. 여자아이가 광산에서 석탄통을 끌고 있다.

 

"서울 구로공단 주변에는 '닭장'이라는 이름의 공원들 월세 자취방이 있다. 아마도 그들 스스로가 지어낸 자학적인 이름일 성싶다. 한두 평짜리 비좁은 방을 대개 6~8명이 공동으로 세를 얻은 다음 서로 번갈아가며 숙소로 이용한다고 한다.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하는 수출공단의 공장들은 흔히 3교대 근무로 공원들이 일을 하기 때문에, 가령 1조와 3조가 각각 4명씩 조를 짜면 근무조가 아닌 4명이 그들이 말하는 닭장에서 잠을 잘 수 있다.

이들은 닭장에서의 잠을 또 '칼잠'이라는 색다른 말로 부른다. 방이 너무 좁아 두 사람씩 머리의 방향을 반대로 한 채 다리를 서로 포개고 누워야 한대서 생긴 이름인 모양이다."

- <직업병에 우는 근로자들>, 1984년 2월 6일, 《동아일보》

 

"나는 그 뒤 89년 2월 가리봉동에 이른바 '닭장집'이라는 월셋방을 마련해 '지옥' 같던 기숙사에서 해방됐다. 나는 '14호'라는 호칭으로 통했다. 내 방은 가로 180cm 세로 200cm인데, 책상과 비키니 옷장을 들여놓으니 세로가 140cm로 줄어 대각선으로 누워 자야 했다……. 아침에는 한 칸밖에 없는 화장실 앞에 남녀 구분도 없이 길게 줄을 선다. 대문을 들어서면 '현금과 귀중품은 집에 두지 마시오'라는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 <르포 호화빌라촌 원인 규명 미흡, 닭장 전전하는 노동자 삶 서글퍼>, 1991년 7월 20일, 《한겨레》

 

"형과 함께 벌집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이군은 '세든 지 2개월이 넘었지만 옆방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며 '처음 상경했을 때 가끔 만나던 고향친구들도 이제는 거의 만나지 못하고 있으며 고작 직장동료 3~4명과 어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 이군은 야근을 마치고 오전에 집에 돌아와 연탄불이 꺼진 것을 발견한 경우가 많으나 이웃 방에서 탄불을 얻으려 해도 모두 문이 굳게 잠겨 있어 …… 이웃 없는 이웃을 이루며 살고 있다. 집주인은 보증금 낼 때 한 번 보고 본 적이 없어 탄불을 빌러 갈 생각조차 않는다며 이때는 도대체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고 때로는 두렵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이군은 말했다. ……

지난 76년 여관을 팔아 가리봉동의 방 30개짜리 벌집을 구입,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세든 사람의 얼굴조차 모른다'며 '매달 각 호실 별로 방세와 전기료 수도료만 받고 있을 뿐 다른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각 방마다 연탄불을 봐주는 등 세든 공원들에게 신경을 썼으나 금방 떠나 버리는 경우가 많고 나중에는 일일이 세든 사람을 알고 지내는 것이 오히려 귀찮을 때가 많아 요즈음은 말도 않고 지낸다는 것……."

- <공단 주변 단칸방 벌집>, 1987년 1월 8일, 《동아일보》

 

가리봉동 시장 내 조선족 가게

가리봉동을 철거하고 아파트 복합단지로 건설하려는 카이브시티 조감도 (2011년 구로구 구정화보집 자료)

오피스 건물의 주차벽으로 격리된 쪽방촌(왼쪽)과 오피스 건물 주변의 쪽방 건물(오른쪽)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 사무실 외부와 내부 모습

공유공간을 활용한 쉐어하우스 전략을 기초로 한 요코하마 호스텔

장소성 기억 : 불과 15년 안팎의 역사를 지닌 성수동 수제화 공장지대에 위치한 옥상의 조형물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56 나를 찾아 떠난 길 - 홀로서기 · 4

 

서정윤 시집 

1996, 문학수첩

 

시흥시대야도서관

EM003904

 

811.6

서74ㄴ

 

문학수첩신작시집

 

인간적 성숙을 위한

자아 탐구 여행

 

우리가 진정한 독자라면

서정윤 시인에게 눈여겨볼 것은 시의 우열이 아니고

그가 얼마만큼 시의 깊이와 넓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하는 고난의 몸짓일 것이다.

그것은 그가 아직까지는 끊임없이 시세계의

변용을 기할 수 있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자아탐구를 위해

고난의 몸짓을 보이고 있는 이번 시집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박호영(문학평론가 · 한성대 교수)

 

서정윤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홀로서기 · 1」「홀로서기 · 2」「홀로서기 · 3」 등이 있으며, 특히 이 시집들은 한국 신시 80여년 동안 최고 · 최대의 경이적인 판매 부수로 독자를 사로잡은 애송시집들로서, 전국 여론조사 "내가 좋아하는 시"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서시>, 서정윤의 <홀로서기> 순으로 자리매김된 국내 초유의 베스트셀러 시집이다.

 

차례

 

1. 수채화로 그린 절망

만종의 시 / 그대를 사랑하는 /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다 / 꽃씨 / 작은 소리 / 아빠의 기도 / 동화책의 세상 / 수채화로 그린 절망 1 / 수채화로 그린 절망 2 / 수채화로 그린 절망 3 / 수채화로 그린 절망 4 / 사랑한다는 말은 / 노을 스러지는 그 뒤로 / 겨울 귀가 / 돌아보면 / 변명 - 나무 아래서 / 침묵의 새 / 눈오는 날의 환상

 

2. 나로 돌아와서

가끔은 / 욕심 / 소의 환상 / 촛불 명상 / 화두 / 그림 그리기 / 탑을 돌며 / 꿈속 기행 / 나를 찾아 떠난 길 1 / 나를 찾아 떠난 길 2 / 절망의 빛깔 / 마음에서 / 꿈 아닌 얼굴로 / 나로 돌아와서 / 버린 후 / 노스님 / 허상 / 새 1 / 새 2

 

3. 나무 이야기

나무 이야기 / 나의 나무 / 손을 펴고 / 믿음의 나무 / 나무와 풍경 / 꽃 속에 서면 / 바위 눈빛으로 / 물 속에 숨어 / 성(城) / 그의 환상 / 비 오기를 소원하며 / 겨울나기 / 문에 대한 기억 1 / 문에 대한 기억 2 / 문에 대한 기억 3 / 말에 대한 기억

 

4. 부르지 않는 노래

편지 / 천사에게 / 노을, 살아 있는 / 변화를 위한 시도 / 개 / 무당벌레 / 강가에서 / 운동장 사설 /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 여름날 오후 / 바다에 갈 때가 되어 / 구름 뒤 얼굴 / 소리 / 노을 그림자 / 부르지 않는 노래 / 낚시 / 밤낚시 / 물위의 그림

 

해설  인간적 성숙을 위한 자아탐구

        --- 박호영(문학평론가, 한성대 교수)

 

돌아보면

 

내가 맑고 고요한 강을 노래하고

돌아서면, 강은

붉은 홍수의 강이 되어 웃고 있다.

 

내가 절망의 시를 쓰고

돌아서면, 시는

맑은 별빛이 되어 나를 보고 있다.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건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기 때문

나 아닌 나와의 다툼에서

찾을 수 있는 나,

힘겹게 걸어온 걸음들이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스스로 만든 틀 속에 자세를 잡고

돌아보면, 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저만큼 가고 있다.

 

작은 소리

 

고독한 사람에게만 계시가 있다.

아직도 자신의 삶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방황 속에서

낯선 돌에 몸을 의지하여 고개 숙일 때

그대는 비로소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금방 울음이 터져버릴 지경이 되어

마음이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데

고개를 저으며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자신을

달래며 다독인다.

기다림은 오래된 그림보다 바래져

그대 눈빛조차 잃어버리면

이제야 그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위대한 자를 기다리며

믿음은 점점 작아져 보이지 않고

남은 건 확실하지 않은 시간

죽음이 즐기는 유희들만

모여 서성이는 들판에서

소리들은 순례자로 떠돌고 잇다.

 

나는 그들만큼도 고독하지 못하다.

더 많은 죽음의 경험을 쌓으려

떠난 내 속의 어둠

낯선 돌무더기 곁에서

모든 소중한 것들을 위해 절망하는 날

내 귀에도 작은 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노을 스러지는 그 뒤로

 

산 뒤로 노을이

아직 해가 남았다고 말할 때

나무들은 점점 검은 눈으로 살아나고

허무한 바람소리 백야처럼

능선만 선명하게

하늘과 다른, 땅을 표시한다.

 

고통 속에서만 꽃은 피어난다.

사랑 또한 고통으로 해방될 수 있음을

무수히 자신을 찢으며 깨달아가는 것이다.

노을 스러지는 그 뒤로

바람마저 지나가 버리는 내 마음의 간이역에는

아직도 기다리는 엽서 사연들이

오래된 낙엽으로 밟히고

먼저 잠든 자의 표정에서

내 슬픈 방황 먼 흐름의 물길을 찾는다.

 

창에 비치는 풍경이 눈앞에서 맴돌고

긴 흔들림에 영혼이 지쳐

내 속의 장미 시들어 가시만 남는다.

귀가를 서두르며 나는

스러지는 노을, 그 뒤로 따라가고 있다.

 

마음에서

 

마음에서 시작된 방황

배는 결국 뭍에서 닻을 내리고

번뇌와의 싸움 또한

내 속에서 사라져야 함을 알지만

마음을 깨달을 때

나는 말할 수 있었다.

빗방울은 연꽃에 맺힐 뿐

꽃잎을 적시지 않는다.

 

소의 환상

---심우도(尋牛圖)를 보고

 

우거진 수풀 속에서

내 찾던 소가 울고 있다.

 

하나를 얻어 모두를 잃어버리고

다시 돌아와 소를 보니

내 무심턴 그 자리였다.

 

눈을 뜨고 본다.

쥔 손을 펴기가 힘들지만

남은 해가 풀섶 사이에 뒹군다.

소는 이슬 속에 있는데

나는 그림 밖에도 없다.

 

버린 후

 

내 집착하여 찾는 것 버린 후

버릴 수 있는 것 다 버리고

버릴 수 없는 것마저 버리고 나면

소나무 숲길에 흰 눈이 쌓여

발자국이 보이지 않아도

마음이 가는 길은 무심하다.

 

가끔은

 

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대 속에 빠져

그대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그대를 찾기에 지쳐 있다.

 

하나는 이미 둘을 포함하고

둘이 되면 비로소

열림과 닫힘이 생긴다.

내가 그대 속에서 움직이면

서로를 느낄 수는 있어도

그대가 어디에서 나를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해 허둥댄다.

 

이제 나는 그대를 벗어나

저만큼 서서 보고 있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노스님

 

마음을 잊어버리면

불 속에 핀 꽃이 보이고

그물을 뚫고 나온 고기는

다시 물 속에 머문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같다면

불이 어디 있고

그물이 어디 있는가

돌아서서 가리키는 손끝에

구름이 맺힌다.

 

나를 찾아 떠난 길 1

 

빛과 어둠은 둘이 아니었다.

가지도 오지도 않으면서

허공 밖에 있는 허공

머물지 않는 것들은

애초부터 없었다.

나를 찾아 떠난 길에서

아무도 따라가주질 않는다.

 

나를 찾아 떠난 길 2

 

바람에 흩날리는 재는

할 일 다하고 등 돌리는

오래된 영혼

아쉬움 없이 멀리 날릴 때

비로소 나를 찾아

떠날 수 있다면

그 떠남은 살아 있는 길이다.

 

탑을 돌며

 

진흙이 물을 담고

옹기가 되어 서 있다.

모든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는

침묵을 보고 잇으면

세상은 찬란하게 빛난다.

아름다움 속에 죽음이 숨어 있다.

삶의 흰 이빨을 보인다.

 

수채화로 그린 절망 1

 

내가 묻기도 전에 해는 서산에 진다.

시간의 질문들이 줄지어 따라간다.

결국 그대는 흑백사진의 한 장면으로

기억의 한쪽 면을 차지할 것이다.

 

영혼을 학대하기 위해 육신을

팽개쳐 버린 모습으로

내 앞에 섰을 때 나는

그대의 고통을 읽기에 앞서

가슴 아리는 절망으로 빠져들었다.

내 짊어져야 할 그 점들을

그대에게만 맡겨두고, 나는

잘도 잠을 잤구나. 그대 지친 몸으로

잠 이루지 못해 뒤척일 때도

나는 어줍잖은 낱말이나 맞추며,

싸구려 추억에 잠겨 잔을 들었구나.

내 앞에서 말없이 흐르는 그 흔적들과

함께 추락하며

여기쯤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억겁 윤회로 인해 나 여기 서 있다면

앞 생의 어떤 인연의 끈으로 나는 그대에게

이만큼의 고통을 안겨 주었나.

시간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고

이미 예액된 다음 생을 느끼면서도

구름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나를 본다.

 

수채화로 그린 절망 2

 

이제 강가에는 아무도 없고

아직 그대의 절망은 끝나지 않아

나의 가장 아픈 곳에 남아 있다.

어쩌면 바람으로 흩어지고 싶어도

흙의 일을 흙으로 돌리는 일과

하늘에 노을 그리는 일이 남았다는 핑계로

조금만 더 참아 달라고

지친 그대를 힘들게 한다.

 

강가에 선 나무들은

철새의 약속을 믿지 않지만

흐르는 강물을 보며 기다린다.

기다릴 수밖에 다른 일은 없다고

어린 나무들을 돌아보며

타이르고 있다.

 

수채화로 그린 절망 3

 

우리는 전생에 어떤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았나.

말로도 남의 가슴에 상처주지 않고

미소로 그들을 도우며

그들의 고통으로 밤을 새웠다면,

 

다른 누가 우리의 다정함에

시기하는 말을 하늘에다 했는가.

그로 인해 이 생을 받았다면

자랑하지 말아야 했어.

내 삶이 남과 다름을 말하지 말아야 했다.

 

이번 생에 이 고통 다 지나면

이젠 윤회의 테두리 벗어나

바람으로 흩어지고 싶다.

이 욕심 다시 씨앗이 된다면

다음 생엔 아주 조그만 절망으로

마무리 지으며 살고 싶다.

 

수채화로 그린 절망 4

 

자신을 잊기 위해 애쓰던

차가운 바람의 날들

말 못하고 돌아서던 순간이 있었다.

가슴속 수많은 단어들이

서로 먼저 나오려고 부딪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초라하지 말라고

하늘의 푸른 절망이

먼저 손을 내민다.

내 가진 건 그대의 맑은 웃음,

고통스런 변명은

건너뛰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히 말했다.

아니 충분히 비참했다.

이제는 시간이 낯설게 느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 절망의 끝이 보인다.

 

나로 돌아와서

 

마음 밖으로만 다니던 길에서

이젠 돌아와 동네 어귀에 선다.

빈손으로 들어선 집이

나를 제한하지 않으면

뜰에 핀 꽃이 반갑다.

구름이 자신의 길을 가도록

버려둘 수 있다.

 

나무 이야기

 

가장 안타까운 건

믿음의 나무가 흔들리는 일

아직 견고하지 못한 뿌리로

작은 바람에도 견디지 못하고

온몸으로 휘청일 때

달려오는 수많은 유혹의 소문들

진실의 순간조차 유린당하며 침몰한다.

 

내 가진 건 오직 허무

그것조차 놓고 돌아갈 준비를 한다.

 

부르지 않는 노래

 

내 안에 부르지 않는 노래가 있다.

어린 목동의 시절

들판에서 부르던 노래가

이제 내 안 나무 뒤에 숨어

아무리 달래어도 나오지 않는다.

 

그를 만나면 나는 반가워도

그는 내가 낯설다고,

누렇게 변한 내 얼굴을 알지 못하고

그저 달아나고만 있다.

 

그는 내 변화를 인정할 수 없어

그 어린 시절 능금나무 아래서

수없이 함께 손잡고 돌아오던

양철지붕의 집

탱자나무 울타리 주위로만 서성인다.

내 안의 부르지 못하는 노래가 되어.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55 주왕산

 

글 / 김규봉●사진 / 손재식

1998,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3134

 

082

빛12ㄷ  212

 

빛깔있는 책들 212

 

김규봉-------------------------------------------------------------------------

1956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났다. 향토사 연구가이자 산악인이며 저서로는 『주왕사적의 연구』가 있다. 현재 청송군청에 근무하고 잇다.

 

손재식-------------------------------------------------------------------------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신구전문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불교 문화와 자연을 소재로 하는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된 심여 권의 빛깔있는 책들에 사진을 실었고 웅진출판사의 『한국의 자연탐험』 작업에 참여했다. 현재 『사람과 산』의 객원편집위원이다.

 

|차례|

 

전설과 모성의 주왕산

전설과 절경이 어우러진 국립공원

불연이 깊은 주왕산의 역사

천년을 내려온 비기, 주왕사적

주왕산 가는 길

천년 전설의 실체를 찾아

주왕사적 관련 연대표

참고 문헌

주왕산의 대명사 기암과 대전사  주왕산 입구에 잇으며 주왕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 가운데 하나이다.

내원동의 아침  밤새 반짝이던 반딧불이 사라지고 소쩍새의 울음 소리가 그치면 새벽닭 우는 소리와 함께 내원동의 아침이 밝아 온다.

아들을 낳게 해주는 아들 바위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얹히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하는 바위로 아들 못 낳는 여인들의 한을 풀어준다.

시루봉  시루처럼 생겨서 시루봉이라 한다. 나그네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정경 가운데 하나이다.

주왕굴  김병문이 아버지 김헌창을 피신시키기 위해 효심으로 판 바위굴이다. 내부에는 석상이 있어 그 앞에 늘 촛불을 밝히며(위) 주왕굴 입구에서는 폭포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아래)

무장굴  주왕의 군사가 무기를 숨겨 놓았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급수대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깎아지른 바위 뒤에는 김헌창이 피란하였던 궁터가 있다. 주왕이 피란할 때 물을 길러 올랐다는 전설이 있다.

제2폭포  사창동 입구에 있는 폭포로 처마처럼 생긴 바위에서 떨어져 절구처럼 생긴 바위에 담겼다가 다시 낮은 바위로 흘러내린다.

제3폭포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폭포로 금방이라도 물 속에서 용의 머리가 솟아오를 듯하다.

달기폭포  월외폭포라고도 불리는 주왕산 제일의 폭포로 물이 떨어지는 힘과 소리, 모습이 보는 이의 넋을 빼앗는다.

대전사 부도전  대전사 한 켠에 아담하게 위치하고 있다. 스님의 영혼이 부도 위에 핀 한떨기 꽃이 되어 나그네들에게 이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니라……."

대전사 삼층석탑  금강탑이라는 쌍탑이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 탑신 조각만 쌓여 잇다. 탑신 조각에는 사천왕상이 정교하게 돋을새김되어 있다.

금동여래입상  7점이 출토되었으나 5.5센티미터부터 15.2센티미터까지 다양한 크기이다. 국립대구박물관 소장.

금동이불병좌상  대좌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높이 6.3, 아래 너비 9.6센티미터. 국립대구박물관 소장.

이여송 친필 목판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사명 대사에게 보낸 편지이다.

 

의승도대장(義僧都大將) 사명 대사 귀하

의로운 승장 사명 대사의 장도(壯途)에 삼가 보냅니다.

세상의 명예와 지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불도(佛道)와 선도(仙道)만을 배우십니까?

지금 나라의 일이 위급하다 하오니 의승병(義僧兵)을 모두 데리고 산을 내려오기 바랍니다.

명나라 장수 태자소부 이여송 삼가 씀

주왕암  낭공 대사가 김헌창의 명복을 빌기 위해 대전사보다 먼저 창건한 암자로 대사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백련암과 그곳에 보관되어 있는 사명 대사의 영정

도유림 청송 사업소  1933년 도유림으로 지정되면서 대전사 앞에 도유림 청송 사업소가 설치되었다.

주왕산 참나무의 참상  일제 때는 목탄 생산을 위해 벌채하였고 해방이 되자 다시 표고버섯 생산을 위해 벌채하였다. (1968년, 내원동)

대전사 보광전에 그려진 동쪽 벽화  아래 그림은 급수대 뒤에 있는 김헌창을, 위의 그림은 김범문을 그린 것 같다.

청송 대전사 신중탱화

왕위다툼상황도  김주원이 보탑을 받으려 하자 김경신이 눈을 부릅뜨고 보탑을 가로채는 장면을 그려 놓았다.

청송 대전사 지장 시왕탱화

반란의 당위성을 설명한 명복기원도  역대 왕조들이 모두 예를 갖추어 명복을 빌고 있다.

연당동석불좌상  석상 등에 있는 명문은 영양군 일대에 세워진 탑과 석상에 관한 사실을 비기로 새긴 것이다.

봉감모전오층석탑  국보 제187호로 높이가 11미터에 이른다. 진성의 격전지에 세워진 석탑들 가운데 하나로 탑의 규모로 보아 가장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던 곳이다.

해인사 「목조희랑조사상」  보물 제99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희랑조사상은 김범문을 백록대인 선생이라고 부른 기록으로 보아 김범문을 조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인사 농산정 주변 바위에 새겨진 명문  진철 대사가 희랑대에서 수도하던 스승 김범문을 제2석굴암으로 보내면서 쓴 비기 형식의 글이다. 이 명문은 송시열이 다시 새겨 놓았다.

군위삼존석굴과 삼존석굴모전석탑  삼존석굴 정면 마당에 모전석탑이 있는데 이 탑 속에는 3층으로 된 탑 모양의 사리봉안구가 있다고 한다.

백원첩  군위삼존석굴과 삼존석굴모전석탑의 관계를 입증하는 기록이다.

 

주왕전고기(周王殿古基)

 

풀을 헤치고 산 궁궐을 찾으니

능선에 나직이 해가 지네

층계는 이미 평지가 되었고

기와는 풀어져 흙이 되었네

모양새가 좁으니 높은 사람의 집은 아닌 것 같고

숲이 울창하니 차라리 새집이라 할 것 같구나

흥망이 천고의 한이 되니

휘파람 길게 불며 서쪽 계곡을 지나간다

- 작자미상

 

주왕전고기(周王殿古基)

 

절벽은 하늘을 받쳐 솟아 있고

뜬구름은 개울물에 잠기네

왕의 위풍 덩굴 풀에 남아 있고

왕궁은 이미 무너졌네

큰 사건은 자취가 없고

천년 세월 학이 살아 있네

한마디 노래 부르고자 오래도록 앉았더니

가을해가 서쪽 산으로 기우네

- 작자미상

 

주왕산 노래

 

1. 만고불명 주왕산을 찾아보려고 험한 산길 굽이굽이 돌아서 간다 좌우의 층암절벽 웅장도 하고 낮은 골에 시냇물은 맑기도 하다

2. 첫째로 들를 곳은 왕거암이라 임금님이 험한 산길 다니시다가 피곤한 다리를 쉴 곳이 없어 굳은 바위자리에 쉬어 섰다네

3. 둘째산경 어드메뇨 용추폭포수 비단물결 떨어져서 백옥이 되면 빙빙 도는 수파는 고요히 흘러 말없이 넓은 바다 길을 떠나네

4. 셋째산경 어드메뇨 학소대로세 천년만에 꿈을 꾸는 청학백학이 비바람에 그 자취 변함이 없이 오고가는 사람의 눈을 끈다

5. 넷째산경 어드메뇨 청학봉이라 학소대에 길들여진 청학백학이 떼를 지어 이 골로 왕래할 적에 허다산곡 다 버리고 오직 이 골뿐

6. 제5산경 어드메뇨 향로봉이라 옛날에 어떤 성왕 불공드릴 때 돌 향로에 불 담아 정성 드리니 오늘날 향로는 간 곳이 없네

7. 여섯째 들를 곳은 급수암이라 사정없이 타는 목을 적실 수 없어 이 봉 허리 줄을 매어 맑은 물 길러 해갈하고 숨을 쉬던 급수암이라

8. 일곱째 들를 곳은 취선암이라 백옥 같은 흰 골에 취함이 잇어 세상에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지금부터 몇 해 몇 달 몇 날이 되나

9. 여덟째 들를 곳은 주왕굴이라 몸을 뛰어 이곳을 찾았건마는 운명이 다하여도 뜻 못 이루고 굴속에 천추의 한을 남겼네

10. 아홉째 들를 곳은 연화봉이라 춘하추동 변함없는 연꽃송이는 임자 없는 강산에 외롭게 피어 오고가는 사람의 눈을 끈다

11. 열째로 들를 곳은 자하성이라 주인 잃은 자하성을 찾아 부르며 옛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엾고 애처로워 처량도 하다

12. 그 다음 들를 곳은 연화굴이라 굴속에 연꽃이 피어 있으면 향기도 날 듯한데 향기는 없고 서늘한 바람만 낯을 스친다

13. 기암에 기를 꼽던 장하신 어른 지금은 어디 가고 기 없는 바위 우뚝 서서 그 이름은 변치 않고서 천추에 맺히도록 기암이라네

14. 그 다음 보일 곳은 옥녀봉이라 하늘의 선녀들이 이 봉에 내려 춤을 추며 노래 불러 즐겨 놀다가 주왕이 한번 간 후 이름만 있네

15. 이리저리 주왕산경 구경 다하고 서산낙일 지는 해는 황혼이 되어 대전사에 잠깐 들러 피곤한 몸을 하룻밤 쉬어 가리라

- 작자연대 미상

기암 연봉  기암에 기를 꼽던 장하신 어른 지금은 어디 가고 기 없는 바위 우뚝 서서 그 이름은 변치 않고서 천추에 맺히도록 기암이라네.

가을빛으로 물든 주산지

 

 

 

 

저작자 표시

'내가 읽은 책들 > 2014년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57 리씽킹 서울  (0) 2014/05/27
2014-056 나를 찾아 떠난 길 - 홀로서기 · 4  (0) 2014/05/27
2014-055 주왕산  (0) 2014/05/26
2014-054 프로이트 - 20세기의 해몽가  (0) 2014/05/19
2014-053 뮤지컬 감상법  (0) 2014/05/16
2014-052 모닥불  (0) 2014/05/14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54 프로이트 - 20세기의 해몽가

 

Pierre Babin 지음, 이재형 옮김

1995, 시공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07200

 

082

시156ㅅ 8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008

 

자신의 환상과 인류의 환상을

파괴하느라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고백한

영혼의 발생학자 프로이트, 그는 정신분석을 통해

20세기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꿈의 방언을 해석하고 성의 가면을

벗겨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세계로 들어올린 그의 업적은

혹독한 비난과 부정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최고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삽화가인

랠프 스테드먼은 1979년에

삽화가 들어 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펴냈다.

 

"유대인들의 옛 우스갯소리를 삽화로

그려 보겠다는 욕심을 가진 얼마 후, 1905년에

프로이트가 펴낸 <재치 있는 말, 그리고 그것과

무의식의 관계>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이 책은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저서에서 프로이트가

논의하고 분석하는 재담을 삽화로 그리기로

결심한 나는 그 그림들이 자연스럽게

일관성을 가지며 프로이트의 삶을 보여 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여러분은 이 책 속에서 재담의

본질에 관해서 대단한 발견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러분의 입장이라면

그 점에 신경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재담을 음미할 줄만 안다면, 이 책은

20세기가 낳은 가장 훌륭한 사상가에 대하여

한두 가지 정도는 배울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랠프 스테드먼

 

차례

 

제1장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제2장 전환점

제3장 진리의 왕국

제4장 끝없는 운동

제5장 그것은 가능한 일인가?

기록과 증언

그림목록

찾아보기

 

피에르 바뱅 Pierre Babin

1947년 렌에서 태어났으며 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정신 장애 때문에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아동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희생적인 삶을 살고 있다. 15년 전부터 정신분석가로 일했으며, 프로이트 학파가 해체된 이후에는 새로이 결성된 정신분석 집단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옮긴이 : 이재형

1956년 전라북도 부안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세계 여성사> <지구는 우리의 조국> <레이스 뜨는 여자> <세월의 거품> <연애 소설 읽는 노인> <눈 이야기> <20세기 문학 비평> <프로이트 성 이론> 등이 있다.

 

제1장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비평가도 그 같은 문제와 내가 그 문제에 제시하는 해답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을 나보다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그에 따른 당연한 벌이겠지만, 내가 누구보다 가장 먼저 뚫고 들어갔던 미답(未踏)의 심리적 영역 중 그 어느것도 내 이름을 갖거나 나의 법칙에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1900년 5월, 플리에스에게

누가 감히 인간존재의 어두운 영역을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겠는가? 누가 감히 모세처럼 계율을 정하겠는가?

지크문트가 태어났을 때 그에게는 마흔한 살 된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을 나이인 스물세 살짜리 이복형이 있었고, 이복형에게는 지크문트보다 한 살 더 많은 아들 욘이 있었다. 지크문트는 욘의 나이 어린 삼촌이었다. 그리고 스무 살 먹은 또 한 명의 이복형. 이렇게 지크문트의 요람 주위에는 세 남자가 모여 있었던 셈이다. 프라이베르크에서 지크문트의 어머니인 아말리아는 8개월 만에 죽은 율리우스와 안나를 낳았다. 철물공 자지크의 집에 있는 방 하나에서 가족이 함께 살았다. 후일 빈에서는 또 다른 네 명의 여자형제들이 지크문트와 욘과 막내 알렉산더 사이에 끼어든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는 강한 여성이었다. 프로이트는 어머니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형이상학적 요리(料理)를 가하여 표현하곤 했다.

 

"내가 여섯 살이 되자 어머니는 나를 처음으로 가르치시면서 만물이 흙으로 만들어졌으며, 우리는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말씀은 나를 설득시키지 못했고, 믿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걸 본 어머니는 양손바닥을 문지르셨다. 손바닥에 거무스름한 표피가 밀려 나타났는데, 그것은 우리가 흙으로 빚너졌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증거가 눈앞에 나타나자 나는 놀랄 뿐이었다."

《꿈의 해석》

 

유대인 하나가 "목욕했어?(As-tu pris un bain?)"라고 물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왜? 하나가 부족한가?(il en manque un?)" (이것은 동사 prendre와 명사 bain의 해석이 다른 결과이다. prendre는 '목욕하다' '탈취하다'는 뜻을 동시에 가지며, bain은 목욕과 욕조의 뜻을 함께 가진다. 후자는 전자가 '욕조를 가져갔느냐?'고 묻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 역주)

《재치 있는 말, 그리고 그것과 무의식의 관계》

"철학이 세계의 운행을 담당할 정도가 될 때까지 자연은 배고픔과 사랑을 통해서 기계와 같은 세계를 유지한다."

실러

1876년도에 찍은 가족사진. 아버지 야콥은 61세, 어머니 아밀리아는 41세, 지크문트는 20세.

그는 누이동생인 안나와 이복형인 에마누엘 사이에 서 있다. 그의 팔은 부모가 앉아 있는 긴 의자의 등받이에 놓여 있다.

1885년도의 프로이트와 마르타 베르나이스.

 

제2장

전환점

 

결혼계획과 실험실 연구의 포기, 그에 따른 삶의 방향변경을 분명히 보여 주기 위해 프로이트는 1885년에 자신의 서류를 전부 불태워 버렸다. 그러나 위대한 인간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직감은 자신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회의감과 뒤섞였다. 자신의 운명과 맞섰던 파리 종합병원에서의 체류 아후 그는 마르타에게 이렇게 써 보냈다.

"언젠가는 사르코와 어깨를 겨룰 수 있을 것이오."

"배우겠다는 욕망과 야망으로 똘똘 뭉쳐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자연이 내 이마 위에 재능의 흔적을 새겨 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날마다 괴로워했소. 그러나 오래 전에 나는 천재가 아님을 받아들였소. 나는 재능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오."

1886년 2월 마르타에게

'경련성 발작'은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소재였다. 샤르코를 포함한 몇몇 정신병 의사들은 경련성 발작에서 '도덕적 감정'의 영향을 식별해 냈다.

 

"저는 히스테리 환자들의 장골통(腸骨痛)이 주로 발생하는 특정 지점이 난소(卵巢) 부위와 일치한다는 점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그것을 밝혀 냄으로써 우발적으로든 자극에 의해서든 히스테리 전구증세(前駒症勢)가 시작되는 난자체(卵子體)가 바로 난소 자체라는 사실을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샤르코 <두번째 강의>

"무엇이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자세히 이야기하겠소. 가장 위대한 의사로 판단력과 재능을 골고루 갖춘 샤르코가 나의 생각과 계획을 몽땅 무너뜨리고 있다오. 마치 노트르담 성당을 빠져 나오듯 완벽함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득 안고서 그의 강의 도중에 빠져 나온 적도 있었지만, 그는 결국 나를 녹초로 만들고, 나 또한 그의 곁을 떠나면 모든 일이 너무나 하찮게 여겨져 의욕을 깡그리 잃어버리고 마오. 아무 일도 안 한 지가 벌써 사흘째인데 전혀 후회가 안 되오. 연극에서 야회가 끝났을 때처럼 나의 정신은 포만상태에 있는 것 같소. 씨앗은 열매를 맺게 될까? 모르겠소. 내가 아는 건 그 어떤 사람도 영향을 준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오."

1885년 11월 마르타에게

샤르코를 좋아했고, 샤르코에게서 너무나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프로이트가 그로 인해 가장 격렬한 형태의 긍정적인 전이(轉移)를 경험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학생들 앞에서 진찰하고 잇는 샤르코를 그린 앙드레 부루이예의 그림은 빈에서도 런던에서도 프로이트의 사무실을 떠난 적이 없었다. 역시 이 그림에 매혹당한 큰딸 마틸데는 그림 속의 부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 달라고 늘 아버지를 조르곤 했다. 프로이트는 으레 "너무 꽉 끼는 옷을 입어서 그래."하고 대답했다.

 

"샤르코는 너무나 생생해 나를 흥분케 하는데, 내가 당신 곁에 머물렀던 열흘 동안에도 그는 계속해서 내 뇌리레 남아 잇었소. 누구도 내게서 빼앗아 갈 수 없을 아름다운 일을 겪은 듯한 느낌이오."

1886년 3월 마르타에게

프로이트는 1886년 7월부터 1891년 8월까지 쥔하우스에서 살며 환자를 진찰했다. "대체로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빈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파트도 샀고,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결혼도 한데다가 사람들이 나를 무슨 일이든지 서슴지 않고 해치울 수 잇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어 놓앗으니까 말이야."(1886년 8월에 처제 민나 베르나이스에게 보낸 편지). 우울하고 지친 중부 유럽 태생 사나이가 이제 화려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눈을 내리깔지 않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얼마 후 이사를 가야 했다.

브로이어에게 헌정한 논문 <실어증의 이해>의 표지.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언어중추의 집중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브로이어와 공동저술한 《히스테리 연구》(위)가 출판된 1895년 둘 사이의 관계는 악화되어 있었다. 안나 O.(아래)

브로이어(위)의 충고에 따라 플리에스(아래)는 프로이트가 신경체계에 관해 발표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즉시 프로이트에게 공감했다.

 

제3장

진리의 왕국

 

지크문트 프로이트 박사는 서른한 살이다. 그는 결혼을 해서 가장이 되었으며, 부유하지는 않지만 빈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택에서 살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그는 자신을 혼란에 빠뜨릴, 자신을 신화적 영웅으로 희생시킬 연구에 빠질 것이다. 그는 인류역사상 가장 먼저 정신을 마주한 인물이 될 것이며, 거기에서 얼굴을 돌리지 않으리라.

"사람들은 처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순간도 혼자 놔두지 않았다. 그녀들이 읽는 모든 책들을 검열했고, 무엇보다도 처녀들은 자신들을 공격할 지 모르는 위험한 생각에 관심이 쏠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무언가에 열중했다."

슈테판 츠바이크 《회고록》

역사적인 긴 의자. 정신분석학의 토대를 세우는 데 기여한 긴 의자. 프로이트는 환자가 정신분석학자를 보지 않는 것이 분석치료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누운 자세는 최면방법의 잔존물이었다.

빈의 카페는 만남의 장소였다. 그곳은 문화와 사회분위기를 중개하는 장소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그리엔슈타이들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시간을 죽이는 한량들의 무신경과 무관심'을 비난하는 의미에서 '각하들의 광증(狂症)'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두 개의 머리와 하나의 몸. 프로이트와 플리에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두 사람은 모두 의사였고 유대인의 아들이었으며, 과학적 탐구에 몰두했다. 그리고 둘은 환자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작업과 고고학의 유사성에 관하여 자주 강조했다. 두 경우 모두 묻혀 있는 것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 자신도 1899년부터 골동품을 수집하기 시작햇다. "골동품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들며, 먼 시간, 먼 나라와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벨뷔성(城)에 머무르면서 프로이트는 "꿈이란 욕망의 실현이다."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1900년 6월 12일 플리에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언젠가는 '1895년 7월 24일. 이 집에서 꿈의 신비가 지크문트 프로이트 박사에게 계시되었다.' 라고 새긴 대리석판이 이 집에 세워지리라고 생각하십니까?"

꿈속에서는 한 요소가 다른 요소를 감춘다. 전혀 뜻밖의 이미지 뒤에도 언제나 어떤 의미가 감추어져 있다.

위험하다고 얘기했지. 이 건방진 녀석아! 난 내려가겠어.

어떻게 내려가려고? 제발 그냥 있어!

꿈의 영상

고전적인 그림은 그림은 꿈꾸는 사람을 꿈속에 집어 넣는다.(위는 슈빈트의 <죄수의 꿈.인데, 프로이트는 이 그림을 욕망실현의 전형적인 예로 해석했다. 아래에 보이는 '음몽마녀(淫夢魔女, 자고 있는 남자와 성교한다는 악령 : 역주)는 퓌슬리가 그린 <악몽>의 세부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꿈의 부조화한 요소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마그리트의 <태평스럽게 잠을 자는 남자>(위)와 막스 에른스트의 <비틀거리는 여인>(아래)이다.

플리에스에게 보낸 편지는 정신분석학의 역사와 발전을 증언해 준다. 편지를 통해 프로이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데, 왼쪽은 그가 매년 빠지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갔던 여름휴가에서 아들 에른스트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1901년도).

"툼제는 작은 천국이며,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 물고기들은 이미 나를 영락없는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1901년 8월 플리에스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저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은 그저 막막합니다."

1896년 11월 플리에스에게

 

제4장

끝없는 운동

 

"1902년부터 몇몇 젊은 의사들이 정신분석학을 배우고 실천하고 전파시키겠다는 매우 확고한 의도를 가지고 내 주위에 모여들었다. …… 우리는 날을 정해 우리 집에 모여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토론을 하고, 아직은 갈피를 잡기가 힘든 이 분야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지를 모색하며, 우리의 관심사를 함께 나누도록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기로 합의를 보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마리아, 아기 예수, 성 안나>(위). 프로이트는 1910년도에 출판된 '정신분석 소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의 신비로운 인격을 밝혀 냈다. 아래는 미국 여행에 참가했을 때 클라크 대학 교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

1906년의 지크문트 프로이트. "나는 관청 앞에서 처음으로 절을 하였고, 그랬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을 바랄 수가 있었다."

사춘기 때 성에 눈을 뜬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유아기부터 성에 눈을 뜬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베르크가 19번지에 잇는 건물의 두 층을 사용했다. 그것은 베르크가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그렇듯이 19세기에 지은 장중한 건물이었다. 1층은 진찰실과 사무실이었고, 2층은 가족들의 주거공간이었다. 그는 1층과 2층 사이의 계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했고, 진찰실과 사무실도 자주 왔다갔다 했다.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산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담배를 사러 가거나 링 위를 걷느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계의 모습을 파악하는 시선으로

제국의 몰락으로 야기된 불안에 직면한 빈 사람들은 보수적인 위선을 완고하게 고수하거나 무도회와 오페레타로 기분전환을 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한 엘리트 계층의 반응은 내면으로 몸을 웅크리는 것이었다. 프로이트는 프시케를 탐험하고 정신분석학을 창시했다. 회화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분리퍄(1897년 빈에서 시작된 미술양식 : 역주) 화가들이 외관과 진실 사이의 비극적인 부조화를 표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형식을 추구했다. 그림은 <프리제 베토벤(Frise Beethoven)>의 부분인 '적대적인 힘'이다. 여기서 화가는 악의 힘 때문에 결코 충만에 도달할 수 없는 인간존재를 그려내고 있다. 몇 년 뒤에 에곤 시엘레는 <앉아 있는 여인>(1917)을 통해 자신 속에 감추어져 있는 정열, 욕망, 꿈, 고통, 환희, 등을 거칠게 드러내는 육체를 화폭에 담았다.

"결국에는 나를 점유한 채 낯선 사람들 속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나와 내 목소리에 대답하기를 기다리라고 내게 말하곤 했던 그완화된 확실성에 관해서 당신에게 말하고 싶소."

1907년 6월 융(위)에게

평생동안 프로이트를 둘러싸고 있던 골동품은 그의 호기심과 취미의 결실만은 아니었다. 골동품은 이렇게 말한다. "저 세상을 잊지 말라."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종교적 장소가 아니라 시간을 통한 인간의 전달관계를 규정함으로써, 프로이트는 모든 것은 아득한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1938년 5월. 나치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못한 프로이트가 빈을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유대인 사진작가 에트문트 엥겔만은 프로이트의 아파트와 사무실을 사진에 담기로 결심했다. 촬영은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서 플래시나 조명 없이--게슈타포는 프로이트의 집을 감시하고 있었다--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졌다. 위험한 작업 덕택에 소중하고 감동적인 사진자료들이 남겨질 수 있었다. 이 사진에는 <현관 쪽에서 본 진찰실>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환자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석진찰실이 이집트, 그리스, 로마, 아시아로부터 온 골동품들의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말은 없지만 과거의 조상(彫像)들은 자신의 기원과 묻혀진 역사를 다시 발견하려고 이곳을 찾아온 환자들과 웅변적으로 마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리타 란조호프 <사진의 전설>

빈의 제자들이 프로이트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증정한 메달의 뒷면. 메달에 새겨진 "저 유명한 수수께끼를 풀고 막강한 권력을 획득하게 된 자."라는 그리스어 문장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서 인용했다. 앞면에는 프로이트의 옆모습이 새겨져 있다.

마르타는 프로이트가 젊었을 때 열정을 바친 대상이었다. 상호 헌신과 완벽한 우의는 이 두 사람의 부부관계를 특정지었다. 그래서 어니스트 존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들의 53년에 걸친 부부생활에서 기록할 만한 '갈등'이란 버섯의 밑동을 자르고 요리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요리해야 하는지 하는 따위였다." 1911년에 은혼식을 맞은 지크문트와 마르타.

프로이트와 융, 페렌치, 브릴이 그들을 클라크 대학에 초빙한 스탠리 홀 총장을 둘러싸고 있다. "우리들의 노력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인정."

 

"멀고먼 미국의 보스턴에서도 기차로 한 시간 들어가는 곳에서 존경받는 한 노신사가 《정신분석연보》를 기다리고, 읽고, 전부 이해하고, 자기 고유의 용어를 사용하여 자기 생각을 말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겠습니까?

1909년 10월 피스터에게

바이마르 회의(1911년 9월 21일과 22일) 참가자들이 프로이트와 융(서 있다)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깃이 모피로 되어 있는 옷을 입고 중앙에 앉아 있는 여성은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친구인 루 살로메이다. 이들은 프로이트의 사상을 전유럽에 확산시켰다.

그들의 우호관계가 시작될 무렵 융은 프로이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저자가 쓴 소책자 한 권을 소개했다. 그것은 엔센의 <그라비다(앞으로 걸어가는 여인)>였다. 한 처녀--고고학자는 그녀가 폼페이에 묻힌 그리스 처녀라고 상상한다--의 가벼운 발걸음에 관한 어떤 고고학자의 환상을 중심으로 해서 꾸며진 이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보인 프로이트는 그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해설을 써서 1907년 작자에게 보내 주었다. 평생 동안 그는 이 얕은 부조(위)의 우아함과, 돌 속에 갇혀 있는 처녀의 공기처럼 가벼운 움직임에 애착을 느꼈다. 석고로 얕은 부조의 복제품을 떠서 서재에 걸어 놓기도 했다.(아래)

 

제5장

그것은 가능한 일인가?

 

"사실 저의 주장이 모든 영역을 점령했지만, 당신은 내가 거기서 얻는 즐거움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분석이 개인적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가져다 줄 수 있는 것, 나는 내가 혼자였을 때 이미 그것을 가졌고, 다른 사람들이 나와 합류한 이후로는 즐거워할 기회보다는 권태로울 기회가 많았습니다."

1920년 12월, 피스터에게

파리행 기차에 오른 프로이트와 딸 안나.

타나토스에게 패배한 에로스? "모든 생명의 목표는 죽음이다. …… 비생명체는 생명체에 앞서 존재한다. 1925년 5월, 프로이트는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에게 이렇게 썼다. "공명(共鳴)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의 내부에서 움직이던 충동이라든가 욕구, 활기가 단절되었음이 나타난 문구이다.

프로이트와 딸 소피. 소피의 죽음은 참기 힘든 가혹함이었다고 프로이트는 술회했다.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중대하며 나르시스적인 죄입니다." 상(喪)의 슬픔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다음인 듯하다. 소피의 막내아들 하이넬레도 네 살 반이 되던 3년 뒤 세상을 떠났다.

니체와 릴케의 친구였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는 1911년에 프로이트를 만났고, 그녀 자신이 직접 정신분석을 행했다. 그녀는 특히 나르시시즘에 관해 작업했다. 프로이트는 "살로메는 정신분석의 시인이다."라고 칭찬했다.

전쟁중에 휴가를 나온 두 아들과 찍은 사진. 에른스트는 앉아 있고, 마르틴은 서 있다. 전쟁 초기인 1914년 12월에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신경증 환자들의 증상과 마찬가지로 정상인의 꿈이나 실수는, 정신분석학으로 하여금, 인류의 원시적이고 야만적이며 나쁜 충동이 그들 모두에게서 사라지지 않은 채 무의식 속에 억압된 상태로 존속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만들었다."

난폭해 보이는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는 프로이트 사상의 가장 기묘하고 가장 불안한 신화의 일부를 얼핏 보여 준다. 이것은 토템적 의미의 식사이다. 아버지를 먹는 식인행위로 아들들은 아버지와 동일시되며 아버지가 구현하는 힘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확실한 전달의 책임은 안나 프로이트에게 돌아갔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 그녀는 정신분석학의 가장 공식적인 인물이 된다.

도스토예프스키.

풍자화는 명성이 지표일 것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모를 수가 있겟지만, 언론에서 별명을 붙인 것처럼 '사랑의 전문가'인 의사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32년에 프로이트는 국제연맹에서 청탁한 <왜 전쟁인가?>라는 글을 아인슈타인과 함께 썼다.

1912년, 프로이트는 자신의 가장 충실한 제자들 가운데서 몇 명의 정신분석학자들(랑크, 아브라함, 아이팅온, 존스, 페렌치, 자호스)을 은밀히 불러 반지를 하나씩 건네주었다. 사랑이 담긴 이 과학의 결합체는 위원회라고 불렸다. 그러나 1924년 랑크가 떠나고 1925년에는 아브라함이 사망함으로써 반지의 마법이 풀렸고, 위원회는 해산되었다. 가운데 사진은 슈테판 츠바이크, 아래 사진은 로맹 롤랑이다.

서재에 앉아 있는 프로이트. 랍비의 손자였던 그는 수백 명의 환자에게서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유대 민족과, 그 우두머리의 수수께끼 같은 정체에 대한 질문을 다시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모세가 유대인이 아니라 이집트인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당시 그의 집 문에는 나치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고, 게슈타포가 느닷없이 들이닥쳐서 가택수색을 하는가 하면, 그의 딸 안나가 소환당하기도 했다.

유대인이 황금소를 숭배하고 있음을 목격한 순간 벌을 내리려는 동작을 취했던 모세는 십계명을 떨어뜨릴 것 같자 분노를 거두었다. 미켈란젤로의 조상은 분노를 참는 네번째 동작을 묘사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위의 스케치를 사용했다.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 입구

 

 

런던 집 정원에서의 평화스러운 한때, 프로이트는 죽음을 향해 서서히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해야만 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계속할 차례이다.

 

삶이 다시 한번 가져다 준 '뜻하지 않은 선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서글픔. 이것이 말년을 맞은 프로이트의 태도였다. 여든번째 생일을 맞아 치자나무 꽃다발을 보내준 옛날 여자 환자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에서 그러한 점을 엿볼 수 있다.

 

"당신의 흰 양떼가 무사히 도착해서 어제까지 방을 아름답게 빛냈습니다. 나는 내가 칭찬과 비난에 무관심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당신의 정다운 글을 읽고 글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잘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게 준 것, 그것은 칭찬이 아니라 애정이었으며, 나는 내가 이렇게 만족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내 나이 때의 삶은 수월하지 않지만, 봄은 눈부시게 아름다우며, 바로 이런 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빨간 모자>.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70세 때인 1926년의 프로이트. 막스

발바리 요피와 함께 자기 사무실에 앉아 있는 프로이트.

1938년의 프로이트. 

카를 크라우스가 발행하는 《횃불》지의 속표지. 1899년

1938년 6월 6일자 《데일리 헤럴드》지의 일부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53 뮤지컬 감상법

 

글, 사진 / 박용재

1998,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3133

 

082

빛12ㄷ  211

 

빛깔있는 책들 211

 

박용재-------------------------------------------------------------------------

1960년 강릉 출생.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을 전공하였으며 시인 ·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따뜻한 길 위의 편지』『조그만 꿈꾸기』『우리들의 숙객』『불안하다, 서 있는 것들』 등이 있으며, 「'97 고래사냥」「담배 피우는 여자」 등의 희곡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스포츠조선 문화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차례|

 

머리말

뮤지컬이란 무엇인가

뮤지컬 감상을 위하여

뮤지컬의 역사

한국 전통의 음악극 양식

뮤지컬에 대하여

뮤지컬의 명소를 찾아서

세계 걸작 뮤지컬

문화 상품으로서의 뮤지컬

부록-배우 지망생을 위한 가이드

참고 문헌

오페라 하우스  우리나라에는 아직 뮤지컬 전용 극장이 없다. 최근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오페라 외에 대규모의 뮤지컬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거지 오페라」  영국의 초기 뮤지컬은 1728년 존 게이의 발라드 오페라인 이 작품으로 시작되었다. 볼 거리를 정치적인 풍자와 함께 그려낸 희가극의 형태이다.

오페라 부파  귀족 취향인 오페라 세리아에 반해 오페라에 대중적이고 해학적인 요소를 가미한 초기 뮤지컬의 형태이다. 「군함 피나포어(H. M. S. Pinafore)」의 공연 포스터.

「살짜기 옵서예」  1966년에 공연되어 본격적인 우리 뮤지컬의 효시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스타가 모여 화려하게 한국 뮤지컬의 시작을 알렸다. 예그린 악단.

「명성황후」 피날레 장면  부활한 명성황후의 장엄한 코러스가 어우러진 이 장면은 세계적인 작품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에이콤.

「개똥이」  우리 뮤지컬의 주제도 다양해지고 잇다. 뮤지컬로 만들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여겨지던 환경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도 나오게 되었다. 학전.

레오너드 번스타인  뮤지컬, 교향곡, 실내악곡,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고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코러스 라인」  일반 연극보다 훨씬 더 많은 공동 작업이 필요한 뮤지컬 연출가는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로 형상화하는 총감독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레 미제라블」이 공연중인 임페리얼 극장.

오페라 같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중인 마제스틱 극장

카메론 매킨토시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인 그는 유명한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레 미제라블」을 제작하였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함께 세계 뮤지컬계를 움직이는 거물이다.

「캐츠」가 공연되고 잇는 윈터가든 극장  언제나 불을 밝히고 있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극장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런던 뮤지컬의 진수인 「레 미제라블」의 로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로 20세기의 모차르트라는 별명을 가진 뮤지컬의 황제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캐츠」「오페라의 유령」 등이 그의 작품이다.

팔레스 극장  8년 동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공연하여 온 극장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소유이다.

빅톨 위고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사회에서 소외받은 자들의 삶을 그린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왕과 나」  대머리에 빛나는 눈빛이 인상적인 율 브린너의 열정적인 연기가 유명하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만남을 주제로 하는 특색 있는 작품이다.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52 모닥불

 

백석시선집, 이동순 엮음

1998, 솔

 

시흥시대야도서관

EM015968

 

811.6

백541모

 

분단 이후 북쪽 고향에 남아 있던 이유로 한국 문학사에서 잊혀야 했던 백석의 시를 읽는 것은 또한 우리의 문학사를 온전하게 읽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백석 시의 특징으로 꼽히는 향토색 짙은 민속어는 단순한 북방 정서를 담은 풍물에 머물지 않는다. 겉으로는 향토성을 지닌 지방어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 안에는 질박하고 정감 있는 우리의 일상과 민족혼을 담아내고 잇다. 백석의 시에서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잇는 뭇사람들과 오리, 망아지, 토끼를 비롯한 동물, 곤충 등 유난히 작고 가냘프고 여린 것, 외롭고 못난 사물과 소외된 가여운 생명들이 한데 어우러져 생명 공동체를 이룬다. 이 어울림은 식민 통치자들의 제국주의적 규범화와 규격화, 구별화의 강압에 반대하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온갖 개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로 자연과의 화해 속에 이루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배어 잇는 삶의 따스함을 노래한다.

 

백석(白石, 1912~?)

본명 백기행(白夔行).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하여 오산고보를 졸업한 백석은 학창 시절부터 문학과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고향에서 문학 공부를 하던 1930년, 『조선일보』 작품 공모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문단에 데뷔했으나, 1935년에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시인의 길로 들어섰으며, 1936년 첫시집 『사슴』을 200부 한정판으로 출간했다. 일제 말 창씨개명의 깅요와 강제 징용을 피해 만주로 가 그곳에서 해방을 맞았다.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 주옥 같은 시를 썼으나 곧 이어진 조국의 분단은 그의 이름과 그의 시들을 우리 문학사에서 너무도 오랜 시간 어둠 속에 매몰시켰다. 짙은 향토적 서정성 속에 북방 정서와 함께 우리 민족의 유구한 정서를 가득 담고 있는 그의 시가 해금됨으로써, 한국 문학은 활발한 연구와 함께 그의 깊은 시세계를 체험하고 있다.

 

이번에 간행되는 『모닥불』은 1988년 해금을 전후로 시작된 백석 시에 대한 활발한 연구의 결과물로, 남과 북에 흩어져 있던 시편들을 발굴, 한자리에 총망랑한 명실공한 백석 시전집이다. 특히 백석 특유의 향토성 짙은 시어들에 대한 엮은이의 풀이와 해석은 시인 백석에 대한 엮은이의 오랜 애정과 연구의 산물로 백석 시읽기의 참조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자료적 가치로서의 의도도 크다.

 

엮은이 이동순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와 문학 평론이 당선되었으며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봄의 설법』, 『꿈에 오신 그대』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민족시의 정신사』, 『백석시전집』(편저) 등이 잇다.

현재 영남대학교 국문과 교수이다.

도쿄의 아오야마(靑山)학원 시절의 백석(1931)

시인 김동명과 함께 영생고보 지육부(문예반)에서 교지 편집 중인 백석(1937년경)

939년 7월 『문장』지의 삽화로 화가 정현웅(鄭玄雄)이 스린 백석의 캐리커처

백석이 사랑했던 김자야(金子夜)

궁중무 「춘앵전」을 추고 있는 김자야(장발 화백이 그린 1930년대 엽서)

영생고보의 지육부와 미술부 지도 교사 시절 미술부원들과 교정에서(1937)

영생고보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1937)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부분

친구 정현웅 화백이 북에서 그린 1957년경의 백석(46세)

 

차례

 

1935~1936

정주성(定州城) / 산지(山地) / 주막 / 비 / 나와 지렝이 / 여우난골족(族) / 통영(統營) / 흰 밥 / 고야(古夜) / 가즈랑집 / 고방 / 모닥불 / 오리 망아지 토끼 / 초동일(初冬日) / 하답(夏畓) / 적경(寂境) / 미명계(未明界) / 성외(城外) / 추일산조(秋日山朝) / 광원(曠原) / 청시(靑枾) / 산비 / 쓸쓸한 길 / 자류(柘榴) / 머루밤 / 여승(女僧) / 수라(修羅) / 노루 / 절간의 소 이야기 / 오금덩이라는 곳 / 가키사키(柿崎)의 바다 / 창의문외(彰義門外) / 정문촌(旌門村) / 여우난골 / 삼방

 

1936~1940

 

통영(統營) / 오리 / 연자간 / 황일(黃日) / 탕약(湯藥) / 이즈 고쿠슈 가도(伊豆國溱街道) / 창원도(昌原道) / 통영(統營) / 고성가도(固城街道) / 삼천포(三千浦) / 북관(北關) / 노루 / 고사(古寺) / 선우사(膳友辭) / 산곡(山谷) / 바다 / 단풍 / 추야일경(秋夜一景) / 산숙(山宿) / 향락(饗樂) 야반(夜半) / 백화(白樺)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석양 / 고향 / 절망 / 외갓집 / 개 / 내가 생각하는 것은 /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 삼호(三湖) / 물계리(物界里) / 대산동(大山洞) 남향(南鄕) / 야우소회(夜雨小懷) / 꼴두기 / 가무래기의 악(樂) / 멧새 소리 / 박각시 오는 저녁 /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 / 동뇨부(童尿賦) / 함남 도안(咸南道安) / 구장로(球場路) / 북신(北新) / 팔원(八院) / 월림(月林)장 / 목구(木具)

 

1940~1960

 

북방(北方)에서 / 수박씨, 호박씨 / 안동(安東) / 허준(許俊) / 귀농(歸農) / 국수 / 흰 바람벽이 있어 / 촌에서 온 아이 / 조당(澡塘)에서 / 두보나 이백같이 / 『호박꽃 초롱』 서시 / 산 / 적막강산 / 칠월 백중 /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 남신주의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이른 봄 / 공무여인숙 / 갓나물 / 동식당 / 축복 / 하늘 아래 첫 종축 기지에서 / 돈사의 불 / 전별 / 눈 / 탑이 서는 거리 / 돌아온 사람 / 손뼉을 침은 / 제3 인공 위성

 

『집게네 네 형제』

집게네 네 형제 / 쫓기달래 / 오징어와 한솥밥 / 귀머거리 너구리 / 산골 총각 / 어리석은 메기 / 가재미와 넙치 / 나무 동무 일곱 동무 / 말똥굴이 / 배꾼과 새 세 마리 / 준치 가시

 

해설 · 이동순/백석의 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연보

 

모닥불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헌겊 조

   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 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

   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

   사가 있다.

---------------------------------------------------------------------------------갓신창 : 옛날의 소가죽으로 만든 신의 밑창.

개니빠디 : 개의 이빨.

 

박각시 오는 저녁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하늘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박각시 : 박각시나방.

주락시 : 주락시나방.

돌우래 : 도루래. 땅강아지.

팟중이 : 팥중이. 메뚜기의 한 가지.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았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두레방석 : 도래방석. 짚으로 엮어 짠 둥그스름한 방석.

 

청시(靑枾)

 

별 많은 밤

하늬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즞는다

 

산비

 

산뽕잎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들기가 닐ㄴ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들기 켠을 본다

---------------------------------------------------------------------------------자벌기 : 자벌레.

 

초동일(初冬日)

 

흙담벽에 별이 따사하니

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돌덜구에 천상수(天上水)가 차게

복숭아남ㄱ에 시라리타래가 말러갔다

---------------------------------------------------------------------------------돌덜구 : 돌절구.

복숭아남ㄱ : 복숭아나무. 남ㄱ은 나무의 옛 표기.

시라리타래 : 시래기를 길게 엮은 타래.

 

황일(黃日)

 

한 십리 더 가면 절간이 있을 듯한 마을이다 낮 기울은 볕이 장글장글하니 따사하다 흙은 젖이 커서

   살같이 깨서 아지랑이 낀 속이 안타까운가보다 뒤울안에 복사꽃 핀 집엔 아무도 없나보다 뷔인 집

   에 꿩이 날어와 다니나보다 울밖 늙은 들매남ㄱ에 튀튀새 한불 앉었다 흰구름 따러가며 딱장벌레

   잡다가 연두빛 잎새가 좋아 올라왔나보다 밭머리에도 복사꽃 피었다 새악시도 피였다 새악시 복

   사꽃이다 복사꽃 새악시다 어데서 송아지 매--- 하고 운다 골갯논드렁에서 미나리 밟고 서서 운

   다 복사나무 아래 가 흙작난하며 놀지 왜 우노 자개밭둑에 엄지 어데 안 가고 누었다 아릇동리선

   가 말 웃은 소리 무서운가 아릇동리 망아지 네 소리 무서울라 담모도리 바윗잔등에 다람쥐 해바라

   기하다 조은다 토끼잠 한잠 자고 나서 세수한다 흰구름 건넌산으로 가는 길에 복사꽃 바라노라 섰

   다 다람쥐 건넌산 보고 부르는 푸념이 간지럽다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담모도리 : 담 모서리.

 

연자간

 

달빛도 거지도 도적개도 모다 즐겁다

풍구재도 얼럭소도 쇠드랑볕도 모다 즐겁다

 

도적괭이 새끼락이 나고

살진 쪽제비 트는 기지개 길고

 

홰냥닭은 알을 낳고 소리치고

강아지는 겨를 먹고 오줌 싸고

 

개들은 게모이고 쌈지거리하고

놓여난 도야지 둥구재벼 오고

 

송아지 잘도 놀고

까치 보해 짖고

 

신영길 말이 울고 가고

장돌림 당나귀도 울고 가고

 

대들보 우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도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

---------------------------------------------------------------------------------풍구재 : 풍구. 곡물에서 쭉정이, 겨, 먼지 등을 제거하는 농구.

쇠드랑볕 : 쇠스랑 볕. 창살로 들어온 햇빛.

새끼락 : 커지며 나오는 손톱. 발톱.

홰냥닭 : 홰에 올라앉은 닭.

쌈지거리 : 짐짓 싸우는 시늉을 하면서 흥겨워하는 것.

보해 짖고 : 줄곧 짖어대고.

채일 : 차일(遮日)

토리개 : 목화의 씨를 빼는 기구.

후치 : 홀칭이. 극쟁이. 쟁기와 비슷하나 보습 끝이 무디고 술이 곧게 내려감. 쟁기로 갈아놓은 논밭에 골을 타거나 흙이 얕은 논밭을 가는 데 씀.

보십 : 보습. 쟁기나 극쟁이의 솥.

 

바다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이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지중지중 : 지정지정. 곧장 나아가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

쇠리쇠리하야 : 눈이 부셔. 눈이 시려.

깨웃듬이 : 돌출되어 기우뚱히 살짝 모습을 보이는 모양.

 

대산동(大山洞)

--- 물닭의 소리 3

 

비얘고지 비얘고지는

제비야 네 말이다

저 건너 노루섬에 노루 없드란 말이지

신미도 삼각산엔 가무래기만 나드란 말이지

 

비얘고지 비얘고지는

제비야 네 말이다

푸른 바다 흰 하늘이 좋기도 좋단 말이지

해밝은 모래장변에 돌비 하나 섰단 말이지

 

비얘고지 비얘고지는

제비야 네 말이다

눈빨갱이 갈매기 빨갱이 갈매기 가란 말이지

승냥이처럼 우는 갈매기

무서워 가란 말이지

---------------------------------------------------------------------------------가무래기 : 새까맣고 둥그란 조개.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

 

황토 마루 수무남ㄱ에 얼럭궁 덜럭궁 색동헌겊 뜯개 조박 뵈짜배기 걸리고 오쟁이 끼애리 달리고 소

   삼은 엄신 같은 딥세기도 열린 국수당고개를 몇 번이고 튀튀 춤을 뱉고 넘어가면 골안에 아늑히

   묵은 영동이 무겁기도 할 집이 한채 안기었는데

 

집에는 언제나 센개 같은 게사니가 벽작궁 고아내고 말 같은 개들이 떠들석 짖어대고 그리고 소거름

   내음새 구수한 속에 엇송아지 히물쩍 너들씨는데

 

집에는 아배에 삼춘에 오마니에 오마니가 있어서 젖먹이를 마을 청눙 그늘 밑에 삿갓을 씌워 한종일

   애 뉘어두고 김을 매러 다녔고 아이들이 큰 마누래에 작은 마누래에 제구실을 할 때면 종아지물본

   도 모르고 행길에 아이 송장이 거적뙈기에 말려나가면 속으로 얼마나 부러워하였고 그리고 끼때

   에는 부뚜막에 박아지를 아이덜 수대로 주룬히 늘어놓고 밥 한덩이 질게 한술 들여 트려서는 먹었

   다는 소리를 언제나 두고두고 하는데

 

일가들이 모두 범같이 무서워하는 이 노큰마니는 구덕살이같이 욱실욱실하는 손자 증손자를 방구석

   에 들매나무 회채리를 단으로 져다 두고 따리고 싸리갱이에 갓신창을 매여놓고 따리는데

 

내가 엄매등에 업혀가서 상사말같이 향약에 야기를 쓰면 한창 퓌는 함박꽃을 밑가지채 꺾어주고 종

   대에 달린 제물배도 가지채 쪄주고 그리고 그 애끼는 게사니알도 두 손에 쥐어주곤 하는데

 

우리 엄매가 나를 가지는 때 이 노큰마니는 어늬 밤 크나큰 범이 한마리 우리 선산으로 들어오는 꿈

   을 꾼 것을 우리 엄매가 서울서 시집을 온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 노큰마니의 당조카의

   맏손자로 난 것을 대견하니 알뜰하니 기꺼히 여기는 것이었다

---------------------------------------------------------------------------------끼애리 : 짚꾸러미.

소삼은 : 엉성하게 짠.

엄신 : 엉성하게 만든 짚신. 또는 상제가 졸곡(卒哭)전에 신는 짚신.

센개 : 털빛이 흰 개.

게사니 : 거위.

벅작궁 : 법석대는 모양.

너들씨는데 : 한가히 왔다갔다하며 주위를 맴도는 것을 나타냄.

청눙 : 청랭(淸冷). 시원한 곳.

구덕살이 : 구더기.

싸리갱이 : 싸리나무의 마른 줄기.

상사말 : 야생마.

항약 : 악을 쓰며 대드는 것.

야기 : 어린아이들이 억지쓰고 떼쓰는 짓.

 

안동(安東)

 

이방(異邦) 거리는

비오듯 안개가 나리는 속에

안개 같은 비가 나리는 속에

 

이방 거리는

콩기름 쪼리는 내음새 속에

섭누에번디 삶는 내음새 속에

 

이방 거리는

도끼날 벼르는 돌물레 소리 속에

되광대 켜는 되양금 소리 속에

 

손톱을 시펄하니 기르고 기나긴 창꽈쯔를 즐즐 끌고 싶었다

만두(饅頭)꼬깔을 눌러쓰고 곰방대를 물고 가고 싶었다

이왕이면 향(香)내 높은 취향리(梨) 돌배 움퍽움퍽 씹으며 머리채 츠렁츠렁 발굽을 차는 꾸냥과 가

   즈런히 쌍마차 몰아가고 싶었다

---------------------------------------------------------------------------------섭누에번디 : 벌레집에 잇는 누에의 번데기.

돌물레 : 칼, 도끼, 가위 등의 무뎌진 날을 벼리는 회전숫돌.

창꽈쯔 : 長掛子. 중국식의 긴 저고리.

꾸냥 : 고랑(姑娘). 중국 처녀.

 

목구(木具)

 

오대(五代)나 나린다는 크나큰 집 다 찌그러진 들지고방 어득시근한 구석에서 쌀독과 말쿠지와 숫

   돌과 신뚝과 그리고 옛적과 또 열두 데석님과 친하니 살으면서

 

한 해에 몇번 매연지난 먼 조상들의 최방등 제사에는 컴컴한 고방 구석을 나와서 대멀머리에 외얏맹

   건을 지르터 맨 늙은 제관의 손에 정갈히 몸을 씻고 교의 우에 모신 신주 앞에 환한 촛불 밑에 피

   나무 소담한 제상 위에 떡 보탕 식혜 산적 나물지짐 반봉 과일들을 공손하니 받들고 먼 후손들의

   공경스러운 절과 잔을 굽어보고 또 애끊는 통곡과 축을 귀애하고 그리고 합문 뒤에는 흠향 오는

   구신들과 호호히 접하는 것

 

구신과 사람과 넋과 목숨과 있는 것과 없는 것과 한줌 흙과 한점 살과 먼 옛조상과 먼 훗자손의 거룩

   한 아득한 슬픔을 담는 것

 

내 손자의 손자와 손자와 나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와…… 수원 백씨(水原白氏) 정주 백촌(定州白村)의 힘세고 꿋꿋하나 어질고 정 많은 호랑이 같은

   곰 같은 소 같은 피의 비 같은 밤 같은 달 같은 슬픔을 담는 것 아 슬픔을 담는 것

---------------------------------------------------------------------------------들지고방 : 들문만 나 있는 고방. 즉 가을걷이나 세간 따위를 넣어두는 광.

말쿠지 : 벽에 옷 따위를 걸기 위해 박아놓은 큰 나무못.

데석님 : 제석신(帝釋神). 무당이 받는 가신제(家神祭)의 대상인 열두신. 한 집안사람들의 수명, 곡물, 의류, 화복 등에 관한 일을 맡아본다 함.

최방등 제사 : 정주 지방의 전통적인 제사풍속인 차방등 제사로 5대째부터는 차손(次孫)이 지내는 특이한 제사.

대멀머리 : 아무것도 쓰지 않은 맨머리.

외얏맹건 : 오얏망건. 망건을 잘 눌러 쓴 폼이 오얏꽃같이 단정하게 보이는 데서 온 말.

교의 : 제사 때 신의를 모시는 의자.

보탕 : 몸을 보(補)한다는 탕국.

반봉 : 제물에 쓰는 생선 종류의 통칭.

합문(閤門) : 제사 때에 유식(侑食)하는 차례에서 문을 닫거나 병풍으로 가리어 막는 일.

흠향(歆饗) : 제사 때에 신명(神明)이 제물을 받아서 먹는 것.

 

수박씨, 호박씨

 

어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 와서

어진 사람의 짓을 어진 사람의 마음을 배워서

수박씨 닦은 것을 호박씨 닦은 것을 입으로 앞니빨로 밝는다

 

수박씨 호박씨를 입에 넣는 마음은

참으로 철없고 어리석고 게으른 마음이나

이것은 또 참으로 밝고 그윽하고 깊고 무거운 마음이라

이 마음 안에 아득하니 오랜 세월이 아득하니 오랜 지혜가 또 아득하니 오랜 인정이 깃들인 것이다

태산(泰山)의 구름도 황하(黃河)의 물도 옛님군의 땅과 나무의 덕도 이 마음 안에 아득하니 뵈이는

   것이다

 

이 적고 가부엽고 갤족한 희고 까만 씨가

조용하니 또 도고하니 손에서 입으로 입에서 손으로 오르나리는 때

벌에 우는 새소리도 듣고 싶고 거문고도 한 곡조 뜯고 싶고 한 오천 말 남기고 함곡관(函谷關)도 넘

   어가고 싶고

기쁨이 마음에 뜨는 때는 희고 까만 씨를 앞니로 까서 잔나비가 되고

근심이 마음에 앉는 때는 희고 까만 씨를 혀끝에 물어 까막까치가 되고

 

어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오두미(五斗米)를 버리고 버드나무 아래로 돌아온 사람도

그 옆차개에 수박씨 닦은 것은 호박씨 닦은 것은 있었을 것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벼개하고 누었든 사람도

그 머리맡에 수박씨 닦은 것은 호박씨 닦은 것은 있었을 것이다

---------------------------------------------------------------------------------닦은 : 덖은. 씨앗 따위를 불에서 볶아낸. 중국의 연길 지역에서 거주하는 조선족들은 지금도 이 말을 쓰고 있다.

밝는다 : '바르다'의 방언.

도고하니 : 짐짓 의젓하니.

함곡관 : 요동반도에서 북경으로 가는 길목. 교통의 요지.

오두미 : 오두미도(五斗米道). 중국 민간 종교의 하나. 후한말에 노자로부터 부수주법(符水呪法)을 받았다고 하는 장릉(張陵)에 의하여 사천 지방에서 시작된 요병(療病)을 중심으로 하는 교법. 요병이 보수로 쌀 다섯 말을 거둔 데서 이렇게 일컬었음. 천사도(天師道).

옆차개 : 호주머니.

 

적막강산

 

오이밭에 벌배채 통이 지는 때는

산에 오면 산 소리

벌로 오면 벌 소리

 

산에 오면

큰솔밭에 뻐꾸기 소리

잔솔밭에 덜거기 소리

 

벌로 오면

논두렁에 물닭의 소리

갈밭에 갈새 소리

 

산으로 오면 산이 들썩 산 소리 속에 나 홀로

벌로 오면 벌이 들썩 벌 소리 속에 나 홀로

 

정주(定州) 동림(東林) 구십여 리 긴긴 하로 길에

산에 오면 산 소리 벌에 오면 벌 소리

적막강산에 나는 있노라

---------------------------------------------------------------------------------벌배채 : 들의 배추.

 

오리 망아지 토끼

 

오리치를 놓으려 아배는 논으로 나려간 지 오래다

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에서 강아지처럼 아배를 부르며 울다

   가

시악이 나서는 등뒤 개울물에 아배의 신짝과 버선목과 대님오리를 모다 던져버린다

 

장날 아침에 앞 행길로 엄지 따러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는 조르면

아배는 행길을 향해서 크다란 소리로

--- 매지야 오나라

--- 매지야 오나라

 

새하려 가는 아배의 지게에 지워 나는 산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

 

맞구멍난 토끼굴을 내가 막아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리 아래로 달어났다

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동말랭이 : 산꼭대기.

시악 : 공연히 심술을 내어 화를 냄.

새하려 : 땔나무를 장만하러.

 

오금덩이라는 곳

 

어스름저녁 국수당 돌각담의 수무나무가지에 녀귀의 탱을 걸고 나물매 갖추어놓고 비난수를 하는

   젊은 새악시들

--- 잘 먹고 가라 서리서리 물러가라 네 소원 풀었으니 다시 침노 말아라

 

벌개늪녘에서 바리깨를 뚜드리는 쇳소리가 나면

누가 눈을 앓어서 부증이 나서 찰거머리를 부르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피성한 눈슭에 저런 팔다리에 거마리를 붙인다

 

여우가 우는 밤이면

잠 없는 노친네들은 일어나 팥을 깔이며 방뇨를 한다

여우가 주둥이를 향하고 우는 집에서는 다음날 으례히 흉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녀귀 : 못된 돌림병에 죽은 사람의 귀신 즉 제사를 받지 못하는 귀신.

탱 : 탱화. 벽에 걸린 불화(佛畵).

나물매 : 나물과 밥.

비난수 : 귀신의 원혼을 달래주며 비는 말과 행위.

벌개늪 : 들판에 잇는 벌레가 많은 늪.

바리깨 : 주발 뚜껑.

 

동뇨부(童尿賦)

 

봄철날 한종일내 노곤하니 벌불 장난을 한 날 밤이면 으례히 싸개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어 싸

   는 오줌이 넙적다리를 흐르는 따근따근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

 

첫여름 일은 저녁을 해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앞에 나와서 물외포기에 당콩포기에 오줌을 주는 때

   터앞에 밭마당에 샛길에 떠도는 오줌의 매캐한 재릿한 내음새

 

긴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밤중에 나 혼자 일어나서 머리맡 쥐발 같은 새끼 요강에

   한없이 누는 잘 매럽던 오줌의 스르릉 쪼로록 하는 소리

 

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르던 때 살갗 퍼런 막내고무가 잘도 받어 세수를 하였

   다는 내 오줌빛은 이슬같이 샛말갛기도 샛맑았다는 것이다

---------------------------------------------------------------------------------벌불 : 들불.

싸개동당 : 싸개동장. 오줌싸개의 왕 내지는 오줌을 기어코 싸는 장소. 즉, 방안에서 오줌 싸는 통과제의.

잘망하니 : 질박하게. 얕은 물이나 진창을 밟거나 치는 소리가 나는 모양.

 

북관(北關)

--- 함주시초(咸州詩抄) 1

 

명태 창남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비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 백성의 향수도 맛본다

---------------------------------------------------------------------------------끼밀고 있노라면 : 어떤 물건을 끼고 앉아 얼굴 가까이 들이밀고 자세히 보며 느끼고 있노라면.

배척한 : 배척지근한. 양념을 친 무우 등이 덜 익어 비린내가 나는.

가느슥히 : 가느스름하게. 희미하게.

 

가키사키(柿崎)의 바다

 

저녁밥때 비가 들어서

바다엔 배와 사람이 흥성하다

 

참대창에 바다보다 푸른 고기가 께우며 섬돌에 곱조개가 붙는 집의 복도에서는 배창에 고기 떨어지

   는 소리가 들렸다

 

이슥하니 물기에 누긋이 젖은 왕구새자리에서 저녁상을 받은 가슴앓는 사람은 참치회를 먹지 못하

   고 눈물겨웠다

 

어득한 기슭의 행길에 얼굴이 해쓱한 처녀가 새벽 달같이

아 아즈내인데 병인(病人)은 미역 냄새 나는 덧문을 닫고 버러지같이 누었다

---------------------------------------------------------------------------------가키사키(柿崎) : 일본 이즈반도의 최남단에 있는 항구.

배창 : 배안의 바닥.

왕구새자리 : 왕골 자리.

아즈내 : 아지내. 초저녁.

 

삼천포(三千浦)

--- 남행시초 4

 

졸레졸레 도야지새끼들이 간다

귀밑이 재릿재릿하니 볕이 담복 따사로운 거리다

 

잿더미에 까치 오르고 아이 오르고 아지랑이 오르고

 

해바라기하기 좋을 볏곡간 마당에

볏짚같이 누우런 사람들이 둘러서서

어늬 눈 오신 날 눈을 치고 생긴 듯한 말다툼 소리도 누우려니

 

소는 기르매 지고 조은다

 

아 모도들 따사로히 가난하니

---------------------------------------------------------------------------------기르매 : 소의 등에 얹는 안장.

 

-------------------------

작가연보

------------------------

 

1912   7월 1일 평안북도 정주군 갈산면 익성동에서 부친 백시박(白時璞)과 모친 이봉우(李鳳宇)의

          장남으로 태어남. 본명은 기행(夔行). 필명은 백석(白石, 白奭). 부친은 한국 사진계의 초기

          인물로 『조선일보』의 사진반장을 지냈으나, 퇴임 후에는 귀향하여 정주에서 하숙을 침.

1918   오산소학교 입학.

1924   오산고보 입학. 동문들의 회고에 의하면 재학 시절 선배 시인인 김소월을 매우 선망했고, 문

          학과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함.

1929   오산고보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문학 수업에 정진함.

1930   『조선일보』의 작품 공모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을 응모, 당선하여 소설가로 문단

          에 데뷔. 조선일보사 후원 장학생 선발에 뽑혀 일본으로 유학. 도쿄의 아오야마(靑山)학원 영

          어 사범과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전공.

1934   아오야마학원 졸업. 귀국 후 조선일보사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서울 생활을 시작함. 출판부

          일을 보면서 계열 잡지인 『여성(女性)』지의 편집을 맡음.

1935   8월 31일 시 「정주성(定州城)」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면서 이후 시 작품에 더욱 정진.

         『조광(朝光)』지 편집부 일을 봄.

          1936   1월 20일. 시집 『사슴』을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200부 한정판으로 발간. 1월 29일,

          서울 태서관(太西館)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짐. 출판기념회의 발기인으로 안석영, 함대훈, 홍

          기문, 김규택, 이원조, 이갑섭, 문동표, 김해균, 신현중, 허준, 김기림이 참여함.

          같은 해 4월에 조선일보사를 사직하고 함경남도 함흥 영생고보의 영어 교사로 옮겨감. 이때

          의 생활 소감을 수필 「가재미, 나귀」(『동아일보』)로 발표함.

          이 무렵, 함흥에 와 있던 조선 권번 출신의 기생 김진향을 만나 사랑에 빠짐. 이때 김진향에게

          '자야(子夜)'라는 아호를 지어줌.

1938   교직원을 사임하고 서울로 돌아옴.

1939   조선일보에 재입사하여 『여성』지의 편집을 돌보다가 다시 사임함.

1940   만주의 신찡(新京, 지금의 長春)으로 옮겨가서 '신경시 동삼마로 시영주택 35번지'의 중국인

          황씨 집에 거처를 정함. 만주국 국무원 경제부에서 6개월 가량 근무하다가 창씨개명 강요로

          곧 사직하고, 북만주의 산간오지를 기행함.

          평론 『슬픔과 진실』을 만선일보에 발표함. 함께 신경에 와 있던 시인 박팔양이 발간한 『여

          수시초(麗水詩抄)』의 출판기념회에 발기인으로 참가함.

          토마스 하디의 장편 소설 『테스』를 서울 조광사에서 번역 출간함. 이 책의 출판 관계로 서

          울을 잠시 다녀감.

1941  생계 유지를 위해 측량 보조원, 측량 서기, 중국인 토지의 소작인 생활까지 하면서 고생함.

1942   만주의 안동에서 세관 업무에 종사함. 러시아 작가 바이코프의 작품 「밀림유정」 등을 번역

          함.

1944   일제의 강제징용을 피하기 위해 산간 오지의 광산에 숨어서 일함.

1945   해방과 더불어 귀국, 신의주에서 잠시 거주하다 고향 정주로 돌아와 남의 집 과수원에서 일

          함.

1946   고당 조만식 선생의 요청으로 평양으로 나와 고당 선생의 통역비서로 조선 민주당의 일을 돌

          봄.

1947   시 「적막강산」이 그의 벗 허준에 의해 『신천지』에 발표됨. 분단 이후 그의 모든 분학적 성

          과와 활동이 한국의 문학사에서 완전히 매몰됨.

1948   김일성대학에서 영어와 러시아어를 강의했다고 전해짐.

1949   숄로호프의 소설 『고요한 돈강』을 번역 출간.

1950   국군이 평안도를 수복했을 때 주민들이 그를 정주 군수로 추대했다고 전함.

1953   파블렌코의 『행복』을 번역 출간.

1954   러시아의 농민시인 이사코프스키의 시선집을 연변교육출판사에서 번역 출간.

1956   아동 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동화 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등의 평론을 발표.

1957   동화 시집 『집게네 네 형제』 발간.

1958   시평 「사회주의적 도덕에 대한 단상」을 발표.

1959   시 「이른 봄」 등 7편을 『조선문학』에 발표.

1960   이해 12월 북한의 『조선문학』지에 시 「전별」 등 2편을 발표.

1961   12월에 그의 마지막 시작품 「돌아온 사람」 등 3편을 『조선문학』지에 발표함. 그 이후의

          생사는 전혀 확인되지 않으며, 아마도 숙청된 것으로 짐작됨.

1963   이해에 사망했다는 설이 있음.

1987   첫 시집 『사슴』 이후에 발표된 시와 산문 94편을 정리한 『백석시선집』(이동순 엮음)이 서

         울의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됨. 이후 월북문인에 대한 해금조치가 단행됨. 그로부터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그의 작품이 아낌과 사랑을 받음.

         시집 『가즈랑집 할머니』(김학동 엮음)와 『백석전집』이 새문사에서 출간됨.

1988   김자야 여사의 회고록 「백석, 내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창작과비평』지에 발

          표됨.

1990   시선집 『맷새소리』가 미래사에서 출간됨.

1994   『백석일대기 1 · 2』(송준 엮음)가 도서출판 지나에서 출간됨.

1995   『백석시전집』(송준 엮음)이 학영사에서 출간됨.

          『내 사랑 백석』(김자야 지음)이 문학동네사에서 발간됨.

1996   『백석』(정효구 엮음)이 문학세계사에서 간행됨.

         『여우난골족』(이동순 엮음)이 솔출판사에서 간행됨.

         『백석』(고형진 엮음)이 도서출판 새미에서 출간됨.

1997   동화 시집 『집게네 네 형제』와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도서출판 시와사회에

         서 출간됨.

       『백석전집』(김재용 엮음)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됨. 창작과비평사 주간으로 '백석시문학

        상'이 제정됨.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51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셔윈 B. 뉴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2003, 세종서적

 

 

시흥시립도서관

SA027052

 

511.169

뉴293ㅅ c. 2

 

HOW WE DIE

 

삶의 아름다운 매듭은 불가능한가?

 

40여 년간 무수한 죽음을 접해온 의사가 던지는

충격과 감동의 메디컬 에세이!

 

"내가 지금껏 들었던 불가사의 중 제일로 이상한 것은 인간이 죽음을,

때가 되어 찾아드는 필연적 종지부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세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중에서

 

누구나 한번은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

그러나 우리는 지나친 두려움으로 우리 삶의 아름다운 종착역,

나와 내 가족의 값진 마지막 시간을 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모든 죽음이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생의 마지막으로 인도하는 병의 실체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또 하나의 자연일 뿐.

죽음의 진실을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죽음에 이르는 6가지 대표적 질병과 저자 주변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참된 희망을 가르쳐주는 감동의 에세이!

셔윈 B. 뉴랜드

   Sherwin B. Nuland

예일 대학 의과대 교수로 현재 진료 일선에서 물러나 의료윤리학과 의학사를 강의하고 있다. 또한 『코네티컷 메디신』의 편집장이자 Journal of the History of Medicine and Allied Sciences의 사장으로 『Doctors : The Biography of Medicine』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특히 그의 또 다른 책 『The Origins of Anesthesia』는 의학계에 명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는 40여 년간 무수한 죽음을 지켜보아온 의사가 수많은 환자들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이 각종 질병으로 죽어가는 과정을 관찰한 소중한 기록이다. 이 책에서 뉴랜드는 죽음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가 가져야 할 마지막 희망 그리고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살아내야 할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현재 가족들과 함께 코네티컷에서 살고 있다.

 

■ 명희진

영어권과 불어권의 다양한 양서들을 우리말로 옮겨왔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죽음에는 수만 개의 출구가 있다."

- 존 웹스터의 『말피 공작부인』 중에서, 1612년

 

차례

 

감사의 말

책머리에

 

Chapter 1

  발렌타인의 몰락 - 심장질환

의사가 된다는 것

일찍 발견된 병은 인생의 보험

맥카티의 심장이 박동을 멈춘 이유

죽었다가 살아난 사나이

적(敵)으로 돌변한 심장의 절친한 친구

혈관 안의 장애물이 심장을 무너뜨린다

심장마비는 새로운 심장마비를 낳는다

기든스와 만성 심장병

심실에 이상이 있는 심장은 결국 멈춘다

응급팀의 투쟁

 

Chapter 2

  인생이란 - 늙음과 죽음

내 할머니의 인생

나이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낡은 심장은 세월과 함께 죽어간다

뇌졸중과 신체의 하향 곡선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죽음은 산소부족으로부터 온다

폐렴균의 진격 작전

왜 나이가 드는가?

일곱 악당들의 노인 사냥

병의 공통된 원인은 영양부족과 산소부족이다

우리는 결국 늙기 때문에 죽는다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Chapter 3

  가족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병 - 알츠하이머 질환

공공의 적, 치매

남편의 정신이 무너지고 잇다

환자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감정

치매를 극복하는 방법

 

Chapter 4

  살인과 평화

단말마의고통

코네티컷 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창조주의 선물, 엔도르핀

죽은 나사로의 부활

 

Chapter 5

   사고, 자살 그리고 안락사

생의 종착역으로 가는 길

자살의 두 가지 모습

마지막 출구에 대한 잘못된 환상

 

Chapter 6

  죽음의 사신 에이즈

이스마엘의 헛된 희망

기회주의적인 침입자, 에이즈

공격의 기회를 노리는 세균들

켄트의 죽음과 인간의 존엄성

 

Chapter 7

  암의 독기 - 희망 그리고 암 환자

꼬마 굴뚝 청소부 톰의 슬픈 이야기

세포 사회의 비행청소년

침묵의 살인자

근거 없는 희망을 품다

밥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캐럴

 

Chapter 8

  죽음이 주는 교훈

축복 속에 기억되게 하소서

웰치의 선택

아르스 모리엔디, 아름다운 끝맺음을 준비하라

 

에필로그

루크 필데스 경의 <더 닥터>(The Doctor)

고야의 <엘 가로티요>(El Garrotillo)

 

주여, 우리에게 각자 알맞은 죽음을 허락하소서.

당신의 사랑과 뜻과 절망이 있는 삶으로부터

죽음이 나올 수 있게 도와주소서!

- 릴케

 

그렇게 살아라, 죽음의 조용한 홀 속에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신비한 왕국을 향해 나아가는 수많은 마차가, 그대를 오라 부를 때 즐거움으로 가듯, 지하감방으로 끌려가는 밤의 노예가 아니라, 위로와 위안과 변할 수 없는 신뢰감을 품은 채 그대의 무덤을 향해 다가가라. 그분 곁에 있는 침상 위에 모포를 덮고 누워 편안히 꿈을 꾸는 자처럼.

 

 

 

저작자 표시

'내가 읽은 책들 > 2014년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53 뮤지컬 감상법  (0) 2014/05/16
2014-052 모닥불  (0) 2014/05/14
2014-051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0) 2014/05/13
2014-050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0) 2014/05/09
2014-049 모닥불  (0) 2014/05/08
2014-048 우물을 파는 사람  (0) 2014/05/07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50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어령 바이블시학

2012, 열림원

 

 

제수씨가 준 책

 

"성경은 모든 사람들의 책이다"

 

 

밥이나 떡은 알아도 빵과 케이크가 무엇인지 몰랐던 사람,

학은 알아도 비둘기는 모르고 소리개는 봤어도 독수리는 말로만 들었던 사람,

염소와 소를 쳐본 적은 있으나 양을 몰고 낙타를 타본 적은 없는 사람,

진달래, 찔레꽃은 좋아해도 백합과 장미 향기는 맡아본 적이 없는 사람,

보리밭, 콩밭에서 일해본 적은 잇어도 포도원, 올리브 동산에서 땀 흘린 적은 없는 사람,

험한 산에서 길을 잃었어도 광야를 헤매면서 목타본 적은 없는 사람,

정화수 떠놓고 빈 적은 있지만 피 흐르는 번제를 드린 일은 없는 사람,

이렇게 생활과 문화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성경을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생각을 적은 것이 바로 이 작은 책입니다.

 

 

이어령

1934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2000년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 · 폐회식 식전과 문화 행사, 1993년 대전엑스포의 문화 행사와 리사이클관을 주도했고,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 중앙일보 상임고문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생각』,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이 있고, 소설 『장군의 수염』, 『암살자』, 『환각의 다리』, 『무익조』 외 다수와 전집 『한국과 한국인』(전6권), 『이어령 전집』(전20권), 『생각에 날개를 달자』(전12권), 『이어령 라이브러리』(전30권)가 있다. 이 중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중국어 · 프랑스어 · 영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2010년 '디지로그 사물놀이'를 기획하고 공연했으며, 2011년 새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생명자본주의'를 선언했다.

 

김병종  1953년 전북 남원에서 출생했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동양철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앗다. 국내외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피악FIAC, 바젤BASEL 등 국제 아트페어에 초대 작가로 참가했다. 서울대 미술대학 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민국미술상, 선미술상, 미술기자상,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 등을 받앗고, 국내외 저명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황영찬 아주버님께

 

봄길    詩人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잇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봄길같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송옥란 드림.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완성된 문장처럼 보이지만 그 뒤가 비어 있습니다

빵만으로 살 수 없다면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 그 빈칸을 찾아 채워줘야만 합니다

 

차례

 

서문 빵이냐 떡이냐

 

제1부

01 꽃이 밥 먹여주느냐

02 하늘로 상승하는 빵

03 눈물과 함께 먹는 빵

04 새의 자유, 꽃의 영광

05 아버지의 이름으로

06 탕자 돌아오다

 

제2부

07 영혼으로 지어지는 집

08 버린 돌로 집을 세우는 목수

09 접속하라 열릴 것이다

10 낙타와 바늘귀

 

제3부

11 신 포도가 포도주로 변할 때

12 나중 온 일꾼

13 제비가 준 믿음의 박 씨

14 평화의 전령 비둘기

15 까마귀의 소망

16 독수리의 거듭나기

 

제4부

17 '그래도'라는 한마디 말

18 양을 모는 지팡이

19 잃고 또 잃어버려도

20 누가 정말 우리의 이웃인가

21 예수님과 십자가

 

책 뒤에 붙이는 남은 말

 

제1부

 

하나님을 떠난 인간, 죄를 짓고 에덴을 떠난 인간은

눈물 없이는 빵을 먹지 못합니다.

가시덤불과 엉겅퀴의 땅을 갈아 밭을 만드는 땀 없이는,

노동 없이는 한시도 이 지상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인간의 모습이지요.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 시험하는 자가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이 떡덩이가 되게 하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 마태복음 4 : 2-4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 신명기 8장 3절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 - 요한복음 3 : 3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 - 요한복음 3 : 4

 

이것을 비유로 너희에게 일렀거니와 때가 이르면 다시는 비유로 너희에게 이르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것을 밝히 이르리라 그날에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할 것이요 내가 너희를 위하여 아버지께 구하겠다 하는 말이 아니니 - 요한복음 16 : 25-26

샤론의 꽃 ⓒ김병종

 

꽃과 빵

 

꽃은 먹을 수 없지만

빵을 씹는 것보다는 오래 남는다.

향기로 배부를 수는 없지만

향로의 연기처럼

수직으로 올라가

하늘에 닿는다.

 

들에 핀 백합은 밤이슬에 시들지만

성모 마리아의 순결한 살을 닮은

흰빛이 대낮보다 밝다.

붉은 튤립은 화덕 속의 빵보다

뜨겁게 부풀어 속죄의 피보다 더 짙다.

 

짐승처럼 허기진 날에도

꽃은 아무 데서나 핀다.

들에도 산에도

먹지 못하는 꽃이지만

그 씨가 말씀이 되어 땅에 떨어지면

나는 가장 향기로운 보리처럼

내 허기진 영혼을 채운다.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 마태복음 26 : 26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 마태복음 26 : 28

 

달리다굼 - 마가복음 5 : 41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 - 마가복음 5 : 43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 야고보서 2 : 15-16

 

생명의 빵I am that bread of life - 요한복음 6 : 48

나자로야 나오너라 ⓒ김병종

 

야곱의 우물물이 눈물이 되던 날

 

대낮에 홀로 물을 길러 왔다가

사마리아의 여인은 알았네

지금까지 대대손손 사람과 가축을 먹인

저 야곱의 우물이 제일인 줄 알았는데

 

다섯 남자를 잃고 이제 눈물도 마른 날

야곱의 우물터에 물 길러 왔다가

천 길 보이지 않는 우물 바닥에서

길어 올려야 할 물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네

 

물 한 모금 떠달라고 했는데

본 체도 하지 않던 사마리아의 여인은

두레박줄도 없이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낯선 이방의 나그네를 보고 무릎 꿇었네

 

기다리던 분이 오셨다

천년을 찾던 분이 오셨다

맨발로 달려가 동네방네 외칠 때

사마리아 여인이 떠난 그 자리에 앉아

이방의 나그네는 울고 있었네

 

조용한 대낮 야곱의 우물가에서

낯선 이방의 나그네는

우물물이 고이듯 눈물 흘렸네

 

그 눈물이 사마리아 여인의 가슴을 적시고

동네 사람들 불타는 갈증을 식혀준 것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네

 

야곱의 우물터에서 흘린 눈물이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의 물

십자가에서 흘린 붉은 피였음을

아주 먼 뒷날에서야 알았다네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네게 먹지 말라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아담이 그의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불렀으니 그는 모든 산 자의 어머니가 됨이더라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 창세기 3 : 17-21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 시편 56 : 8

 

남진 죽고 우는 눈물 두 젖에 내리 흘러

젖맛이 짜다 하고 자식은 보채거든

저놈아 어내 안으로 계집 되라 하느냐

- 정철

 

마리아가 예수 계신 곳에 가서 뵈옵고 그 발 앞에 엎드리어 이르되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하더라 예수께서 그가 우는 것과 또 함께 온 유대인들이 우는 것을 보시고 심령에 비통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기사 이르시되 그를 어디에 두었느냐 이르되 주여 와서 보옵소서 하니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 요한복음 11 : 32-35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이 숨겨졌도다 날이 이를지라 네 원수들이 토둔을 쌓고 너를 둘러 사면으로 가두고 - 누가복음 19 : 42-43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 - 요엘 2 : 13

 

눈물 없이 먹을 수 없는 빵

 

내 눈물이 진주라면 내 손에 든 빵은

바다.

거칠게 파도치고 때로는 해일처럼

효모균을 뿌린 것처럼 부풀어 오르지만

그 바다는 작은 진주알을 키운다.

 

눈물 없이는 먹을 수 없는 빵

무슨 열매가 이리도 매워 고추 먹은 듯

뜨거운 입김

한 조각 빵을 먹기 위해

나는 유다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판다

너를 찌르지 않고서는 내가 먹을

빵을 얻을 수 없다

이마에 땀이 흐르지 않으면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으면

야윈 정강이에 피가 흐르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빵

 

내 눈물이 진주라면 내 손에 든 빵은

바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보라 - 마태복음 6 : 2-28

 

하늘의 새, 들의 백합꽃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지 말라 하시지만

나는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없습니다.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 하시지만

백합처럼 비단을 짜 제 몸을 치장할 줄 모릅니다.

 

당신이 아니 계시면 추워서 떨고

배고파 울었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하늘을 나는 새

들찬에 피는 백합도

부럽지 않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부터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날고

배틀이 없어도 베를 짭니다.

 

그래도 근심 걱정이 남아 있어요.

당신이 너무 먼 곳에 있어

보이지 않을까 봐서.

 

예수께서 그 묻고자 함을 아시고 이르시되 내 말이 조금 잇으면 나를 보지 못하겠고 또 조금 있으면 나를 보리라 하므로 서로 문의하느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는 곡하고 애통하겠으나 세상은 기뻐하리라 너희는 근심하겠으나 너희 근심이 도리어 기쁨이 되리라 여자가 해산하게 되면 그때가 이르렀으므로 근심하나 아기를 낳으면 세상에 사람 난 기쁨으로 말미암아 그 고통을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느니라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 내가 다시 너희를 보리니 너희 마음이 기쁠 것이오 너희 기쁨을 빼앗을 자가 없으리라 그날에는 너희가 아무것도 내게 묻지 아니하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무엇이든지 아버지께 구하는 것을 내 이름으로 주시리라 지금까지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 이것을 비유로 너희에게 일렀거니와 때에 이르면 다시는 비유로 너희에게 이르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것을 밝히 이르리라 - 요한복음 16 : 19-25

 

도끼 한 자루

 

보아라. 파라니 정맥만 남은 아버지의 두 손에는

도끼가 없다.

지금 분노의 눈을 뜨고 대문을 지키고 섰지만

너희들을 지킬 도끼가 없다.

 

어둠 속에서 너희들을 끌어안는 팔뚝에 힘이 없다고

겁먹지 말라.

사냥감을 놓치고 몰래 돌아와 훌쩍거리는

아버지를 비웃지 말라.

다시 한 번 도끼를 잡는 날을 볼 것이다.

 

2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을 때

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던 최초의 돌도끼.

멧돼지를 잡던 그 도끼날로 이제 너희들을 묶는

이념의 칡넝쿨을 찍어 새 길을 열 것이다.

 

컸다고 아버지의 손을 놓지 말거라

옛날 나들이길에서처럼 마디 굵은 내 손을 잡아라.

그래야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가 차린 저녁상 앞에 앉을 수 있다.

 

등불을 켜놓고 보자

너희 얼굴 너희 어머니 그 옆 빈자리에

아버지가 앉는다.

수염 기르고 돌아온 너희 아버지

도끼 한 자루.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아홉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 - 누가복음 15 : 7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 기쁨이 되느니라 - 누가복음 15 : 10

 

아버지가 이르되 얘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내 것이 다 네 것이로되 이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니라 - 누가복음 15 : 31-32

 

탕자의 가출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1875~1926)

 

뒤얽혀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닌 것

옛 우물의 고여 있는 물처럼

흔들리며 내 모습을 비춰주는

그 그림자를 부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엉겅퀴가 내 몸에 달라붙는 것처럼

다시 나를 에워싸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니

그래, 나간다는 것.

정해져 잇지 않은 어디엔가로

멀리 낯선 곳이면 다 좋은 그 땅으로……

 

(……)

 

이러한 모든 것들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아마도 그동안 부질없이 간직해두었던 것들을 버리고

왠지 몰라도 혼자 죽기 위해서

이것이 삶의 입구인 것인가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 마태복음 9 : 13

흑색 예수 ⓒ김병종

 

탕자의 노래

 

내가 지금 방황하고 있는 까닭은

사랑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헤매고 있는 까닭은

진실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멀리 떠나고 있는 까닭은

아름다운 순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사랑을 알고 진실을 배우고

아름다움은 보았지만

나에게 믿음이 없는 까닭입니다.

 

나의 작은 집이 방황의 길 끝에 있습니다.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줘요. 집으로 갈 수 있게

믿음의 빛을 주어요.

개미구멍만 한 내 집이 있기에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어요.

 

제2부

 

우리의 몸집이 집으로,

그 집이 점점 더 넓어져서 영원의 집이 되고

그것이 성전, 성막이 되어가려면

우리 몸집 하나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먼저 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돼지 집이라도

'영원의 집', 하나님의 집이 됩니다.

상처난 얼굴 ⓒ김병종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숟가락 두 개만 놓을 수 있는

식탁만 한 집이면 족합니다.

밤중에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구름이 보이는

구멍만 한 창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비가 오면 작은 우산만 한 지붕을

바람이 불면 외투 자락만 한 벽을

저녁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놓을 때

작은 댓돌 하나만 잇으면 족합니다.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당신을 맞이할 때 부끄럽지 않을

정갈한 집 한 채를 짓게 하소서

그리고 또 오래오래

당신이 머무실 수 있도록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게 하소서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너희가 성경에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 마가복음 12 : 10

 

이 예수는 너희 건축자들의 버린 돌로써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느니라 - 사도행전 4 : 11

 

누가 그것의 도량법을 정하였는지, 누가 그 줄을 그것의 위에 띄웠는지 네가 아느냐, 그것의 주추는 무엇 위에 세웠으며 그 모퉁이 돌을 누가 놓았느냐 - 욥기 38 : 5-6

 

건축자가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 시편 118 : 22

육은 메마르고 ⓒ김병종

 

길가에 버려진 돌

 

길가에 버려진 돌

잊혀진 돌

비가 오면 풀보다 먼저 젖는 돌

서리가 내리면 강물보다 먼저 어는 돌

 

바람 부는 날에는 풀도 일어서 외치지만

나는 길가에 버려진 돌

조용히 눈 감고 입 다문 돌

 

가끔 나그네의 발부리에 차여

노여움과 아픔을 주는 돌

걸림돌

 

그러나 어느 날 나는 보았네

먼 곳에서 온 길손이 지나다 걸음을 멈추고

여기 귓돌이 있다 하셨네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해 집을 지을

귀한 귓돌이 여기 있다 하셨네

 

그 길손이 지나고 난 뒤부터

나는 일어섰네

눈을 부릅뜨고

입 열고 일어선 돌이 되었네

 

아침 해가 뜰 때

제일 먼저 번쩍이는

일어서 외치는 돌이 되었네

 

이는 그로 말미암아 우리 둘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감을 얻게 하려 하심이다 - 에베소서 2 : 18

For through Him we both have access by one Sprit to the Father.

 

또한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은혜에 들어감을 얻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하느니라 - 로마서 5 : 2

through whom also we have access by faith into this grace in which we stand and rejoice in hope of the glory of God.

큰 못 ⓒ김병종

 

기도는 접속이다

 

친구와 말하고 싶을 때 나는 컴퓨터나

호주머니 스마트폰으로 접속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그가 있어도

들리지 않는 곳에 그녀가 있어도

나는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와 그녀의 아이디만 알면.

 

기도를 드릴 때에는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읍니다.

자판을 건드리는 엄지손이 아닙니다.

아이디는 주 예수, 암호는 할렐루야와 아멘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 빛과 소리는 내 가슴의 판넬 위에

떠오릅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 것이다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혹은 터치 스크린을 애무하듯 손끝으로 건드립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듯

이제 두 손만 모으면 성령의 공간으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아주 가까이 오늘 나는 기도를 드립니다.

저 영원한 빛과 소리에 접속하기 위해서

주님의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서

손을 모읍니다.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 - 마태복음 19 : 24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화향과 근채의 십일조를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의와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 - 마태복음 23 : 23

나귀 탄 남자 ⓒ김병종

 

내가 아는 것은 다만

 

남들은 같은 동족이 로마 군사에게 짓밟힐 때

당신은 갑옷을 입고 그들과 싸우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들은 당신께서 이웃들이 세리에게 쫓길 때

그들과 함께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안식일 때 일하시고 손 씻지 않고 음식을 나눴다고

분노합니다.

 

남들은 그 비싼 향유면 굶는 사람 수십 수백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헛되이 당신 발에 뿌리게 놔두었다고 합니다.

고귀한 레위족 제사장들을

가짜 포도원지기라고 하셨습니까.

겉으로만 일하러 나간다고 하고

온종일 노는 아들이라고 하셨습니까.

 

남들은 죄지은 자에게 돌을 던지듯이

당신께 돌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보세요.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내 아는 것은 당신을 핍박하던 대 로마가

당신께 무릎 꿇고 그들의 깃발 대신 십자가를

세운 것밖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소돔의 성이 무너지듯이

네로의 궁전이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내 어머니 한 분으로 모든 세상의 어머니들을

성스러운 어머니로 만드시고

아들 하나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사랑받는 아들로 만드신 것을 우리는 압니다.

이제 당신 이름만 부르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열리고

포도밭에 포도가

열립니다.

 

압니다. 육신보다 오래 사는 생명

당신께서 맨발로 걸어가신 발자국마다

새 새끼들이 일제히 알을 까고 나오는

생명의 깃을 봅니다.

내 아는 것은 이 지상에 빵보다 귀한 것

육신보다 더 피가 짙은 영혼이 있다는 것

나는 당신에 대해 그것밖에는 모릅니다.

 

제3부

 

과학이라는 건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라도

설명할 수 있는 것만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블랙홀이니 뭐니 하는 것은

다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자꾸 설명하려 드는 것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 - 마태복음 9 : 17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더라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또 이와 같이 한 레위인도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주니라 그 이튼날 그가 주막 주인에게 데나리온 둘을 내어주며 이르되 이 사람을 돌보아 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에 갚으리라 하였으니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 - 누가복음 10 : 30-37

 

그러나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이제부터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것으로 너희와 함께 마시는 날까지 마시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 마태복음 26 : 29

 

그가 또 이 비유로 백성에게 말씀하시기 시작하시니라 한 사람이 포도원을 만들어 농부들에게 세를 주고 타국에 가서 오래 있다가 때가 이르매 포도원 소출 얼마를 바치게 하려고 한 종을 농부들에게 보내니 농부들이 종을 몹시 때리고 거저 보내었거늘 다시 다른 종을 보내니 그도 몹시 때리고 능욕하고 거저 보내었거늘 다시 세 번째 종을 보내니 이 종도 상하게 하고 내쫓은지라 포도원 주인이 이르되 어찌할까 내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리니 그들이 혹 그는 존대하리라 하였더니 농부들이 그를 보고 의논하여 이르되 이는 상속자니 죽이고 그 유산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자 하고 포도원 밖에 내쫓아 죽였느니라 그런 즉 포도원 주인이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와서 그 농부들을 진멸하고 포도원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리라 하시니 사람들이 듣고 이르되 그렇게 되지 말아지니다 하거늘 - 누가복음 20 : 9-16

성자 ⓒ김병종

 

맹물이 포도주로 변할 때

 

기억은

시간의 저장소가 아닙니다.

 

휘파람 소리같이 지나가는 시간과 사건들을

욕망의 참나무통 안에 가두어 발효시키는 것

 

철 지난 포도알들이 노을처럼 불타다가 터지면

그때 당신은 내 일상의 기억들을 발효시키는

지하실의 어둠이 되어 찾아오십니다.

 

당신은 거기에서 오래 침묵하는 법과

아픔을 참는 법과 눈물 없이 망각하는 법을

일러주십니다.

 

이제는 늙어 마지막 내 한 방울의 젊음이

가을 벌판에 쏟아지는 찬비가 되는 날

비로소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따르라 빈 잔에

눈물처럼 고이게 하지 말고

희열의 샘물처럼

사랑의 잔을 넘치게 하라.

 

맹물의 기억은 오로지

당신의 지하 창고의 어둠 속에서만

진한 향기의 포도주가 됩니다.

 

그러나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는데 맏아들에게 가서 이르되 얘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 하니 대답하여 이르되 아버지 가겠나이다 하더니 가지 아니하고 둘째 아들에게 가서 또 그와 같이 말하니 대답하여 이르되 싫소이다 하였다가 그 후에 뉘우치고 갔으니 그 둘 중의 누가 아버지의 뜻대로 하였느냐 이르되 둘째 아들이니이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리들과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리라 - 마태복음 21 : 28-31

 

이스라엘은 열매 맺는 무성한 포도나무라 그 열매가 많을수록 제단을 많게 하며 그 땅이 번영할수록 주상을 아름답게 하도다 - 호세아 10 : 1

 

주께서 한 포도나무를 애굽에서 가져다가 민족들을 쫓아내시고 그것을 심으셨나이다 주께서 그 앞서 가꾸셨으므로 그 뿌리가 깊이 박혀서 땅에 가득하며 그 그늘이 산들을 가리고 그 가지는 하나님의 백향목 같으며 그 가지가 바다까지 뻗고 넝쿨이 강까지 미쳤거늘 주께서 어찌하여 그 담을 허시사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그것을 따게 하셨나이까 숲 속의 멧돼지들이 상해하며 들짐승들이 먹나이다 만군의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돌아오소서 하늘에서 굽어보시고 이 포도나무를 돌보소서 주의 오른손으로 심으신 줄기요 주를 위하여 힘 있게 하신 가지니이다 - 시편 80 : 8-15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 마가복음 14 : 24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 - 요한복음 2 : 15

 

예수께서 나무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를 듣더라 - 마가복음 11 : 14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나니 내가 곧 생명의 떡(빵)이로다 - 요한복음 6 : 47-48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 마태복음 20 : 16

 

포도밭에서 일할 때

 

포도는 잡초도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자란다고 하더라

그 목마름이 얼마나 타올랐기에

물을 찾는 뿌리가 수십 척 땅속

암반수巖盤水에 이른다고 하더라

포도나무 가지에 움이 트고

작은 꽃들이 피어날 때

님이 와서 말한다고 하더라

너를 사랑한다고

 

그 갈증의 뿌리가 나뭇가지마다

포도송이를 영글게 할 때

포도원지기는 이마의 땀을 씻고 말한다 하더라

이 포도원은 당신의 것

당신이 이 포도밭 주인이라고

 

그분이 목말라할 때 신 포도주가 되지 않도록

사람들은 새벽에 포도를 딴다 하더라

알알이 소망의 빛이 배인 포도송이를 따다 술을 빚고

말한다고 하더라

 

여기 지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술이 있나이다

말한다고 하더라

내가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요

오직 한 분의 입술을 적시기 위해서라고

말한다고 하더라

 

포도로 빚은 술은 사람의 피보다

더 붉다 하더라

여름 태양빛이 노을로 불탈 때보다

더욱 붉다 하더라

 

내가 포도밭에서 일할 때

그런다고 하더라

 

나는 제비같이, 학같이 지저귀며 비둘기같이 슬피 울며 내 눈이 쇠하도록 앙망하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압제를 받사오니 나의 중보가 되옵소서 - 이사야 38 : 14

 

나의 왕, 나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여 주의 제단에서 참새도 제 집을 얻고 제비도 새끼 둘 보금자리를 얻었나이다 - 시편 84 : 3

 

공중의 학은 그 정한 시기를 알고, 산비둘기와 제비와 두루미는 그들이 올 때를 지키거늘 내 백성은 여호와의 규례를 알지 못하도다 - 예레미야 8 : 7

큰 성(城) 서울아 ⓒ김병종

 

제비

 

제비가 빨리 나는 것은

먹이를 잡기 위해서이다.

하늘을 나는 어떤 벌레보다도 빨라야

생존할 수 있다.

 

제비가 한곳에 모이는 것은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강남으로

날아가기 위해서이다.

무리에서 떨어지면

생존할 수 없다.

 

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가난한 흥부네 집 처마라 해도

사람의 마음을 믿기 때문이다.

믿음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사람들은 제비의 속도를 배워

비행기를 만들고

제비의 항해술을 배워

나침반과 레이더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것은

제비의 믿음을 배워야 산다는 것.

 

제비처럼 우리는 하늘을 믿고

그곳에 둥지를 튼다.

오직 믿음이 있을 때만이 영원히 산다.

 

물이 점점 줄어들어 열째 달 곧 그달 초하룻날에 산들의 봉우리가 보였더라. 사십 일을 지나서 노아가 그 방주에 낸 창문을 열고 까마귀를 내놓으매 까마귀가 물이 땅에서 마르기까지 날아 왕래하였더라 그가 또 비둘기를 내놓아 지면에서 물이 줄어들었는지를알고자 하매 온 지면에 물이 있으므로 비둘기가 발 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방주로 돌아와 그에게로 오는지라 그가 손을 내밀어 방주 안 자기에게로 받아들이고 또 칠 일을 기다려 다시 비둘기를 방주에서 내놓으매 저녁때에 비둘기가 그에게로 돌아왔는데 그 입에 감람나무 새 잎사귀가 있는지라 이에 노아가 땅에 물이 줄어든 줄을 알았으며 또 칠 일을 기다려 비둘기를 내놓으매 다시는 그에게로 돌아오지 아니하였더라 육백일 년 첫째 달 곧 그달 초하룻날에 땅 위에서 물이 걷힌지라 노아가 방주 뚜껑을 젖히고 본즉 지면에서 물이 걷혔더니 - 창세기 8 : 5-13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 마태복음 10 : 16

 

아버지 저희들을 사하여주옵소서 자기의 하는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 누가복음 23 : 34

 

백성이 다 세례를 받을새 예소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하실 때에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의 위에 강림하시더니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 누가복음 3 : 21-22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고 하시고 - 마태복음 16 : 19

성자 ⓒ김병종

 

비둘기

 

비둘기의 아름다움은 눈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둘기의 순결은 흰 날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둘기의 평화는 서로 싸우지 않고

먹이를 나누어 먹는 부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름답고 순결하고 평화로운 비둘기보다

우리가 사랑하는 비둘기는

언제나 먼 곳에서 날아와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 비둘기.

 

사랑과 희망을 올리브 잎처럼 입에 물고

표류하는 우리에게 돌아오는 비둘기이다.

천상의 정보를 전해주는 비둘기이다.

 

새 중에 너희가 가증히 여길 것은 이것이라 이것들이 가증한즉 먹지 말지니 곧 독수리와 솔개와 물수리와 말똥가리와 말똥가리 종류와 까마귀 종류와 타조와 타흐마스와 갈매기와 새매 종류와 올빼미와 가마우지와 부엉이와 흰 올빼미와 사다새와 너새와 황새와 백로 종류와 오디새와 박쥐니라 - 레위기 11 : 13-19

 

여호와의 말씀이 엘리야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너는 여기서 떠나 동쪽으로 가서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숨고 그 시냇물을 마시라 내가 까마귀들에게 명령하여 거기서 너를 먹이게 하리라 그가 여호와의 말씀과 같이 하여 곧 가서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머물매 까마귀들이 아침에도 떡과 고기를, 저녁에도 떡과 고기를 가져왔고 그가 시냇물을 마셨으나 - 열왕기상 17 : 2-6

 

까마귀를 생각하라 심지도 아니하고 거두지도 아니하며 골방도 없고 창고도 없으되 하나님이 기르시나니 너희는 새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 누가복음 12 : 24

바보 예수 ⓒ김병종

 

까마귀의 노래

 

내 검은 날개를

첫눈이 내린 아침만큼

희게 하소서

그리고

노아의 방주에서

다시 한 번 날아가게 하소서

 

풀이 있고 꽃이 피는 땅

흙탕물 속에 젖어 있던

것들이 솟아나 몸을 말리는

새로운 땅을 보게 하소서

 

나의 부리를 고드름처럼

투명하게 하소서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와

고하게 하소서

 

빗살 속에서 마른땅을 보고 온

기쁜 소식을

카나리아처럼 꾀꼬리처럼

아름다운 소리로 고할 수 있는

피리처럼 잘 울리는

목청을 주소서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 - 요한복음 8 : 7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 - 이사야 10 : 31

바보 예수 ⓒ김병종

 

독수리의 눈

 

높은 곳에서도 아주 작은 짐승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래를 편다. 독수리는

하늘을 날지만 눈은 언제나 이 지상을 향한다.

 

하나님은 지극히 높은 구름 위에 계시지만

나를 지켜보신다. 하나님은

먹잇감이 아니라 나의

작은 상처 피멍이 든 곳을 알아채시고

빛으로 바람으로 어루만져주기 위해서

 

나도 언젠가 바위 동굴 속으로 들어가

털을 뽑고 다시 젊어지리라.

밝은 눈으로 작은 생명들의 상처를 보기 위새서

먹잇감이 아니라

보듬어 안을 작은 생명들을 찾기 위해서

비상한다.

 

제4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끝없이 뻗어나가는 수직선과 수평선은

오로지 딱 한 번 만날 뿐입니다.

그것처럼 지구상에서 딱 한 번만 일어나는 일,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었던 것입니다.

이게 정말 십자가의 의미이지요.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누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 하박국 3 : 17-18

 

 

무엇이든 힘든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당신 앞에

기도합니다.

 

돌같이 무거운 짐을

대신 져달라고 하고

쇠처럼 단단한 성벽을

부숴달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작은 가시에도 피 흘리시는 이마

창끝에 찔리신 옆구리의 아픔

타는 목마름을 견디시다 못해

신 포도주를 마셨던 것을.

 

순수한 것은 흰 눈처럼 무력하고

참된 것은 어린양처럼 늘 굴종합니다.

 

그러나 압니다.

 

우리가 사랑할 때 하나님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고

죽음 앞의 순간에 하나님의 힘이

얼마나 무한한가를 압니다.

 

바다를 가르고 산을 쪼갭니다.

그것은 쓰나미의 힘이 아니라

화산이 폭발하는 힘이 아니라

가장 부드럽고 섬세한 봄바람 같은 힘

생명을 일으키는 숨결의 힘이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나의 살과 가죽을 쇠하게 하시며 나의 뼈들을 꺾으셨고 고통과 수고를 쌓아 나를 에우셨으며 나를 어둠 속에 살게 하시기를 죽은 지 오랜 자 같게 하셨도다 - 예레미야애가 3 : 4-6

 

내가 부르짖어 도움을 구하나 내 기도를 물리치시며 다듬은 돌을 쌓아 내 길을 막으사 내 첩경을 굽게 하셨도다 - 예레미야애가 3 : 8-9

 

활을 당겨 나를 화살의 과녁으로 삼으심이여 화살통의 화살들로 내 허리를 맞추셨도다 - 예레미야애가 3 : 12-13

 

내가 말할 때마다 외치며 파멸과 멸망을 선포하므로 여호와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내가 종일토록 치욕과 모욕거리가 됨이니이다. 내가 다시는 여호와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 하면 나의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 예레미야 20 : 8-9

 

그는 내게 대하여 엎드려 기다리는 곰과 은밀한 곳에 사자 같으사 - 예레미야애가 3 : 10

 

나의 길들로 치우치게 하시며 내 몸을 찢으시며 나를 적막하게 하셨도다 - 예레미야애가 3 : 11

 

지팡이를 드신 분

-예레미야애가

 

양羊은

앞에서 이끌어갈 수도 있고

뒤에서 몰아갈 수도 있다.

 

늑대를 만나면 지팡이로 쫓고

무리를 떠난 양이 잇으면

지팡이로 길을 인도한다.

 

사람은

앞에서 이끌어도 따라오지 않고

뒤에서 몰아도 멈춰 서지 않는다.

지팡이를 세우고 휘두르면

덤벼들거나 풀이 죽어 주저앉은다

 

양을 이끌어가듯이 몰아가듯이

늑대를 쫓고 길을 찾아주시는 분

여기 계시다. 아론의 지팡이처럼 죽은 막대에서 생명의 잎을 피우는

사람의 가슴에 양의 순종을 심는

지팡이를 드신 분이 여기 계시다.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자라 - 욥기 1 : 3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 - 욥기 1 : 1

 

욥이 어찌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리까 주께서 그와 그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물을 울타리로 두르심 때문이 아니니이까 - 욥기 1 : 9-10

 

내가 난 날이 멸망하였더라면, 사내아이를 배었다 하던 그 밤도 그러하였더라면, 그날이 캄캄하였더라면, 하나님이 위에서 돌아보지 않으셨더라면, 빛도 그날을 비추지 않았더라면, 어둠과 죽음의 그늘이 그날을 자기의 것이라 주장하였더라면, 구름이 그 위에 덮였더라면, 흑암이 그날을 덮었더라면, 그 밤이 캄캄한 어둠에 잡혔더라면, 해의 날수와 달의 수에 들지 않았더라면 그 밤에 자식을 배지 못하였더러면, 그 밤에 들거운 소리가 나지 않았더라면…… 그 밤에 새벽 별들이 어두웠더라면, 그 밤이 광명을 바랄지라도 얻지 못하며 동틈을 보지 못하였더러면 좋았을 것을 - 용기 3 : 3-9

 

어찌하여 고난 당하는 자에게 빛을 주셨으며 마음이 아픈 자에게 생명을 주셨는고 - 욥기 3 : 20

 

나는 음식 앞에서도 탄식이 나며, 내가 앓는 소리는 물이 쏟아지는 소리 같구나 - 욥기 3 : 24

 

낙심한 자가 비록 전능자를 경외하기를 져버릴지라도 그의 친구로부터 동정을 받느니라 - 욥기 6 : 14-15

 

너희는 고아를 제비 뽑으며 너희 친구를 팔아넘기는구나 - 욥기 6 : 27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크게 만드사 그에게 마음을 두시고 아침마다 권징하시며 순간마다 단련하시나이까…… 사람을 감찰하시는 이여 내가 범죄하였던들 주께 무슨 해가 되오리이까… - 욥기 7 : 17-20

 

주께서 그의 막대기를 내게서 떠나게 하시고 그의 위엄이 나를 두렵게 하지 아니하시기를…… 내가 두려움 없이 말하리라…… - 욥기 9 : 34-35

 

땅(세계)은 어두워서 흑암 같고, 죽음의 그늘이 져서 아무 구별이 없고, 광명도 흑암 같으니이다 - 욥기 10 : 22

 

나를 정죄하지 마시옵고 무슨 까닭으로 나와 더불어 변론하시는지 내게 알게 하옵소서 - 욥기 10 : 2

 

나무는 희망이 있나니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며 그 뿌리가 땅에서 늙고 줄기가 흙에서 죽을지라도 - 욥기 14 : 7-8

 

밭에서 남의 꼴을 베며, 악인이 남겨둔 포도를 따며, 의복이 없어 벗은 몸으로 밤을 지새며, 추위에 덮을 것이 없으며, 산중에서 만난 소나기에 젖으며, 가리울 것이 없어 바위를 안고 있느니라. 어떤 사람은 고아를 어머니 품에서 빼앗으며, 가난한 자의 옷을 볼모 잡으므로 그들이 옷이 없어 벌거벗고 다니며, 곡식 이삭을 나르나 굶주리고, 그 사람들의 담 사이에서 기름을 짜며, 목말라하면서 술틀을 밟느니라 성중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신음하며 상한 자가 부르짖으나 하나님이 그들의 참상을 보지 아니하시느니라 - 욥기 24 : 6-12

 

나의 형제들이 나를 멀리 떠나게 하시니 나를 아는 사람이 내게 낯선 사람이 되었구나 내 친척은 나를 버렸으며 가까운 친지들은 나를 잊었구나…… 내 아내도 내 숨결을 싫어하며 내 허리의 자식들도 나를 가련히 여기는구나 어린아이들까지도 나를 업신여기고 내가 일어나면 나를 조롱하는구나…… 나의 친구야 너희는 나를 불쌍히 여겨다오 나를 불쌍히 여겨다오 하나님의 손이 나를 치셨구나 너희가 어찌하여 하나님처럼 나를 박해하느냐 내 살로도 부족하냐 - 욥기 19 : 13-22

 

나의 원망이 사람을 향하여 하는 것이냐 내 마음이 어찌 조급하지 아니하겠느냐 너희가 나를 보면 놀라리라 손으로 입을 가리리라 - 욥기 21 : 4-5

 

나의 말이 곧 기록되었으면, 책에 씌어졌으면, 철필과 납으로 영원히 돌에 새겨졌으면 좋겠노라 - 욥기 19 : 23-24

우는 신 ⓒ김병종

 

욥의 노래

 

당신께서

하늘과 땅을 만드실 때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께서

꽃과 나무의 생명으로

땅을 덮고

 

고기 떼와

해초들이 헤엄치는

바다를 생명의 파도로

움직이게 하실 때

나는 그때 없었습니다.

 

악어를 만드실 때

나는 그 자리에서 보지 못해 알지 못합니다.

무슨 마음으로 무슨 잣대로

흉하거나 곱거나

그것들을 만드셨는지 나는 모릅니다.

 

내가 아는 것은 내가 흘리는 눈물

내가 외치는 아픈 기억들입니다.

그러다 당신 곁을 떠날 뻔했습니다.

당신이 없는 어느 음달에서

영원히 묻혀 있을 뻔했습니다.

 

한 발짝만 더 나가면 햇빛이 있는데

굴속 음달에서 슬픈 날을 보냈습니다.

이제 다시 햇볕 아래로 나가

내 마음만큼 열린 하늘을 더 넓게 보고

내 생각만큼 깊은 바다를 더 깊이 느끼는

아침을 맞이하겠습니다.

 

이제 압니다. 당신께서 처음 하늘과

땅을 만드시던 마음 한구석에

내가 있었음을

이제야 눈물 끝자리에서 알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법에 무엇이라 기록되었으며 네가 어떻게 읽었느냐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며 너의 주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내 이웃이 누구오니이까? - 누가복음 10 : 25-37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더라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또 이와 같이 한 레위인도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주니라 그 이튼날에 데나리온 둘을 내어 주막 주인에게 주며 가로되 이 사람을 돌보아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에 깊으리라 하였으니 네 생각에는 이 세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배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 - 누가복음 10 : 30-37

 

거기 또 야곱의 우물이 있더라 예수께서 길 가시다가 피곤하여 우물 곁에 그대로 앉으시니 때가 여섯 시쯤 되었더라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 하시니 이는 제자들이 먹을 것을 사러 그 동네에 들어갔음이리라 사마리아 여자가 이르되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 하나이까 하니 이는 유대인이 사마리아인과 상종하지 아니함이리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 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 - 요한복음 4 : 6-10

 

당신이 이 우물을 준 우리 조상 야곱보다 큽니까?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 요한복음 4 : 13-14

목수의 얼굴 ⓒ김병종

 

생물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천의 물결로 빛나는 강물이거나

천의 이파리가 흔들리는 수풀이거나

 

움직이고 있는 것은 모두 다 아름답다

 

살아서 소리 나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천의 지저귀는 새소리거나

천의 갈래로 쏟아지는 빗소리거나

 

소리 나는 것은 모두 다 즐겁다

 

손으로 만지고 토로 냄새 맡고

그리고 이슬에 젖은 포도 알을 터뜨리는

여름 아침

 

살아서 어금니로 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 마가복음 15 : 34

붉은 예수 ⓒ김병종

 

십자가

 

세상에는 많은 십자가 모양이 있다.

창문 살에도 있고

거리마다 길이 교차되는

십자로에도 있다.

척추를 세우고 양팔을 벌려도

당장 십자가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세상에는 많은 십자가가 있지만

우리가 찾는 것은 오직 하나만의 십자가

계절의 비바람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도시의 먼지, 소음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그러나 하나의 십자가가 있다.

 

피 묻은 형틀이, 태양이 다시 솟아오르듯

빛으로 살아나 어둠을 불사르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십자가가 있다.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리

생명의 싹이 움트는 이 세상 십자가는

단 하나밖에 없다.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49 모닥불

 

양태영 시집

2014, 도서출판 국보

 

 

국보현대시선 134

 

나의 고등학교 동창 양태영의 시집

 

양태영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 『모닥불』의 원고를 일별해보면 이와 같은 그의 정서와 사유(思惟)의 지향점이 바로 존재의 의미와 생명성에서 융합(融合)하는 시간(혹은 세월)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현실적 교감을 이해할 수 있는 점을 간과(看過)하지 못하게 된다.

일찍이 미국의 사상가이며 수필가인 R. W. 에머슨이 말하기를 '시는 단 하나의 진리이다.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건전한 마음의 표현이다.'라는 언지로 시의 진실은 현실보다는 이상(理想)에 대한 우리 마음의 향방(向方)에 따라서 진리와 진실이 보다 고차원으로 현현된다는 논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김송배(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작품해설 中에서 -

 

양태영 시인

· 梁太榮 아호 : 晶石, 법명 : 雲海

· 오현고등학교 졸업(1975)

· 한울문학 38기로 등단 청용문학대상 수상 / 시부문('08)

· 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대상수상('09)

· 사)한국문인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회원(현)

· 사)한국한울문인협회 회원(현)

· 사)대한민국국보문인협회 전국지회장 대표회장(현)

· 사)대한민국문화예술교류진흥회 회원(현)

· 사)귤림문학회 사무국장(현)

· 제주동초등학교 22회 회장(현)

· 제주특별자치도 절물생태관리사무소 절물휴양림담당(현)

 

E-mail : yhanghs1@hanmail.net

핸드폰 : 010-2663-9922

 

Contents

 

1부

思母曲

 

바다 / 思母曲 / 어머니 1 / 어머니 2 / 하늘은 말한다 / 당신에 사랑은 / 물처럼 / 少女여! / 부평초 / 바위 / 내 손녀 미소 / 당신에 의미 / 농부의 결실 / 고향 길 / 상사화 / 부러리에 둥지 틀고

 

2부

戀歌

 

연가 / 연민 / 편지 / 갈색 바람 속 석양 / 그리움 1 / 그리움 2 / 그리움 3 / 심안心眼 / 외로운 밤에는 / 일편단심 / 사연 / 종을 울려라 / 기다림 / 사랑하는 내 여인이여! / 사랑한다는 것은 / 하이얀 박꽃처럼

 

3부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모두가 잠든 밤 / 외로운 밤 / 계절이 바뀌어도 / 친구의 우정 /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 빛 / 보름달 / 새벽 종소리 / 회상 / 너 / 달밤 / 흐르는 강물 / 밤은 / 비 오던 날 / 계절을 따르는 因緣

 

4부

모닥불

 

우리는 지금 / 모닥불 / 마음 / 부평초 인생 / 흐르는 세월 / 겨울 회상 / 눈 / 하늘은 말 한다 / 하늘은 / 손끝에 남은향기 / 물소리 바람소리 / 그것(This that) / 청산가자 / 가을 하늘

 

5부

인생

 

별이 되렵니다 / 인생 1 / 인생 2 / 인생 3 / 돌 위에 앉아서 / 새벽 / 영실향기 / 山水 / 살다보면 안다 / 일출 / 비 · 바람 치던 날 / 그 마음 알길 없네 / 가는 곳 걷는 길 / 한순간의 기도 / 삶

 

6부

낭만편지

 

수각사愁覺史 / 인애 / 춘하추동 / 어느 봄날 / 내 스승은 누구인가 / 대성산 回想 / 영산瀛山 / 망양정望洋亭 / 산정山情 / 日出香 / 영주산 가을 / 무영산 / 고향이 좋아라 / 산지기 / 삼월의 민들레

 

작품해설

 

한순간의 기도

 

생명이 의미를 알았습니다

시간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당신에 표정을 알았습니다

당신에 음성을 들었습니다

울어도 좋고 웃어도 좋은

아무래도 좋은 황혼입니다

머물러도 좋고 떠나도 좋은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그러나 한순간도 놓을 수 없는 것도

애달픈 생에 집착을 놓아야 합니다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립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비바람이 불어도

이내 몸 무사하게 해달라고!

 

 

어둠 속에 잠들어 버린 공간

허망한 순간들의 이음

텅 빈 가슴

한 공간을 스치는  바람 소리

차가운 입김으로 가슴에 온다

거울을 바라보며

일상의 괴로움과 설움

눈물의 절규로도 떨어 버릴 수 없는

인생의 사치와 향락

빛이 없는 비애 속의 삶보다는

차라리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다만 순간의 망각만의 영원하도록

세월이여!

이대로 돌이 되게 하여라

천 년의

비바람에 시달린

고통의 참맛을 맛볼 수 있도록

바람이여 이대로 돌이 되게 하여라

빗방울 치고 바람이 스쳐도

마침내 먼 날

하늘이 한 조각

떨어져나와

새가 되어 날아

내 단단한 어깨 위에 찬란한

벗이 되게 하라.

 

인생 1

 

너와 나의 행복은

웃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인생의 즐거움은

마음이 아니던가

마음속에 무지개가 있으면

아름다운 즐거움이 있고

마음속에 고뇌가 있으면

번뇌하는 괴로움이 따른다

아침 이슬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내 생의 즐거움은

소가 되어야 한다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생이 즐거움을 노래하고

웃음으로 살아가는

인생길을 거북이처럼

소처럼 살아가자.

 

인생 2

 

언젠가 나도 저 나무들처럼

모두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비우면 가벼운 줄 알면서도

내려놓으면 가벼울 줄 알면서

마지막 남은 한 잎 담쟁이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본들

시간이 가면

어차피 너와 나는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잠속으로 인생길을 걷고 있는 것

언젠가 숯덩이 되기 위해

지금도 나는 마음을

용광로처럼 활활 태우고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가 아니기에.

 

* 항룡유회亢龍有悔 : 꼭대기에 오른 용은 자칫 후회하기 쉽다는 말이니 목표를 이룬 사람은 더 이상 오를 수 있는 길도 없으니 쇠퇴한다는 말.

 

돌 위에 앉아서

 

시작도 끝도 없는

세월의 강

당신의 존재를 보고

나의 의미를 깨달으며

영혼을 달린다

달리다 지쳐서 돌 위에 앉은

내 사랑이여!

시간아, 멈춰다오!

달도 함께 태양도 함께

떠오른 태양이여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왜 너는 대답이 없는가?

세월의 강은 흘러가는데

내 사랑은 돌 위에서

움직일 줄을 모르니

망부석인가!

뜬구름 같은 부평초인가!

 

살다보면 안다

 

잠시 왔다 가는 세상 소유함이 무엇인가

욕심부려 얻어본들 살다 보면 알게 되네

이 몸 죽어 흙이 되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인생 삶이 백 년 살까 천 년 살까 생각하라

바람 힘에 구름 타고 높이 올라 세상 본들

부귀영화 많은 재산 천년만년 못 가진다

 

신생자원 발굴하고 애정 꽃에 향을 피워

세세연년 정진하며 오대양을 항해하세

가정위탁 지원센터 무궁 발전 탑을 쌓아

 

오가는 이 정을 붙여 삶의 터전 마련하여

봄가을에 화려한 꽃 모두모두 볼 수 있게

아름다운 제주도에 정신터전 마련하고

향기 좋은 아름나무 아주 많이 심어보세

 

더운 여름 그늘 되는 아름드리 천년송과

국보 일호 재목되는 금강송을 심어보세

봄 되기 전 피어나는 백설 속에 매화처럼

소리없는 향기 꽆을 모두 함께 피워보세.

 

가는 곳 걷는 길

 

가는 곳 우여곡절 뉘라서 없었던가!

창파에 배 띄워서 정처 없이 흘러가는

아름다운 꿈을 찾아 쉼 없이 걸어가네

 

산 넘고 물 건너서 부상나무 보이는 곳

꿈을 안고 걷고 걸어 반세기가 흘렀건만

세월 흐름 인생 길 가는 길 알 수 없네

 

전설 속에 살아나는 그때가 언제련가

오현학원 굽이돌아 별도천에 정착하고

증주벽립 현인정신 지역마다 자리했네

 

인생은 구름처럼 떠도는 바람 속에

흐르는 세월에다 글과 함께 상념하네

머무르려 하는 곳 그 곳이 어드메냐

 

우리가 사는 세상 혼자 걷는 길이 아닌

모두 함께 사랑하고 웃으면서

손잡고 걸어 나가야 할 곳인 것을.

 

우리는 지금

 

우리는 지금 숲에 와 있다

간밤에 달맞이꽃 싹에서

이슬을 털어주고 받던 말 속에 와있다

말하지 않아도 흐르는 강물

뜻하지 않아도 몸짓하는 새들

가장 아픈 곳으로 이 시간

새들은 눈떠 새우고 긴긴 밤을 밝혀 새운다

참으로 강한 적 앞에 참으로 강한 자는 말이 없다

우리는 지금 숲에 와있다

늘 푸른 향 인생은 숲을 안다

때가 낀 화살을 닦으며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빛내고 있다

숲 속에 서서 있는 자리를 빛내고 있다

숲 속에 서서 아픔도 게시인양

푸른 잎사귀로 가리고

우리는 지금 숲에 와서

강한 자의 맥을 담아 일어서며

빛으로 부신 눈을 닦는다

 

흐르는 세월

 

내일을 볼 수가 없어서

오늘 여기에 주저앉아

청춘을 뒤돌아 봅니다

세월은 흘러만 가고

사연은 남았는데

자연은 꽃과 나비를

멀리하고 바람만 불어옵니다

사랑을 알고

마음을 이해하고

세상을 안다지만

겨울에 내리쬐는 햇살은

차갑기만 합니다

늙은 고목은

겨울 찬바람에 허리 굽혀도

보는 사람 반기는 이 없으니

세 봄 오는 춘삼월 새싹과 함께

강남 제비 물어다 주는

소식 기다리다가 나 오늘 여기에

주저앉아 잠들었구려.

 

그 마음 알길 없네

 

술에 취하고

꽃에 취하고

봄바람에 취하여

나이도 깜박한 채

청춘인양

착각하고 살아간다네

 

마음아

너는

언제나 젊었느냐?

꽃 보면 반갑고

술잔 들면 웃음난다

 

봄바람에

꽃향기 품어본들

너에 늘음이야 어찌 감출 손가

계절 멈추지 않으니

내 늙음 감출 수 없고

물이 깊고 산이 높다 해도

한 치밖에 안 되는

그 마음은 알길 없네.

 

밤은

 

내게만 차갑게

향을 켜 대는 산은

묵향내음 이고서

손을 내밀어 보면

불어 올것만 같은

당신의 숨결

오늘과 내일의

겹으로 이어지는

고독이 포함된 이밤에

영원한 숨결은 끝나리니.

 

모두가 잠든 밤

 

보름달 떠오를 때

환한 미소 거느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주우려고

밤차를 탄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하루의 일과가 끊어진 다리 위에서

서성이고 있는 까마득한 회상을 보며

모두가 잠이 든 세상

찢어지는듯한 기적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를 향하여 앉아도 떠오르는 달

마음이 배가 고픈 이여!

보름달이 떠오르거들랑

잃어버린 시간을 줍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너의 마음을

중천에 달이 보일 때

모두가 잠든 밤에

저 세상에 묻어 두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라.

 

외로운 밤

 

외로운 밤에는

자꾸만 별을 보고 싶다

더 외로운 밤에는

찬란한 유성이 되고 싶었다

 

곱게 타다가

낭자하게 뿌려지는

내 심장 가까운 곳에

운석처럼 묻히고 싶었다

 

노란 개나리 밭에서

나비 호호 날고

초록 바다에선

바람 따라 파도 일어나는

자운영 붉은 돌담 넘어선 그곳

 

한 쌍의 기러기 울며 가는 영주산

내 심장 태우는 찬란한 유성이여!

외로운 밤에만 빛나는 유성이여!

 

달밤

 

등불을 끄고 자려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아

 

문을 열고 내다보니

달은 예쁜 선녀 같이

내 뜰위에 찾아온다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이 한밤을

이야기 하고 싶구나.

 

별이 되렵니다

 

별이 되렵니다

누가 가지려 하겠습니까?

 

별이 되렵니다

누가 빼앗으려 하겠습니까?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만의 주어진 아무에게도

넘겨줄 수도 없는

 

빼앗길 수도 없는

자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묵묵히 자리 잡은

웅장하고 장엄한 별이 되렵니다

 

무늬와 향기를 마음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별이 되렵니다.

 

어머니 2

 

어머니!

설움이 북받칠 때면

당신을 그리면서 좋았던 그때를 그리고

가슴이 아플 때엔 쓰다듬어 주시던

손길이 생각 납니다

 

어머니!

오늘 불현듯 생각나는 그 얼굴

당신이 생전 모습 생각납니다

오직 아들이 건강만을 위해

정성으로 빌고 빌어주던 어머니

 

어머니!

그때가 그립습니다

자난 깨나 당신 자식 걱정으로

두 손을 모아

당신 자식 잘 되기만을

지극 정성 빌고 빌던 어머니

 

어머니!

기쁨 속에서는

당신을 잊고 있었습니다

지쳐버린 삶에서

미소를 찾고

뒤돌아보니 떠오르는 얼굴

나의 어머니

어디에 게시나이까!

 

어머니!

따스한 손길로

배가 아프다 하면

이내 어루만져 주시던 어머니

영원히 영원히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서럽도록

북받치는 한 아름의 사랑을

쉰다섯 넘어서고 서야

당신에 사랑을

느끼고 알았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영원히 영원히

그대만을 사랑합니다

어머니에 마음 고이고이

간직하여 마음속 깊이깊이

새기며 후회 없이 살으렵니다.

 

상사화

 

어여쁜 꽃보다

당신의 따스한 눈동자가

더 좋았습니다

우수에 찬 그대의 눈동자가

차리리 더 좋았습니다

꽃잎과 순결이 교차하여

갈대가 된 나의 마음

당신의 붉은 정열과

푸른 희망이 서로 엉키어

아스라한 당신에 환상의

점점 더 짗어질 때쯤엔

드디어 미움을 낳게 하였습니다

다시는 연약한 모래성을

쌓지 않기를 바라면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을 피우렵니다.

 

갈색 바람 속 석양

 

갈색바람 불어오는 길목에서

푸른색 대문을 달아놓고

새로 단장한 사립문 속 정원에서

이름 모를 여름꽃들의 향연

벌, 나비 새들 노랫소리에

계절 바뀌는 줄 잊은 채

갈색 바람 맞이하는구나

계절 바뀜에 새로 단장한 대문

새로 달아서 맞이하는 추분의 절기를

기다리며 찬 바람 맞이하는 초저녁에

지는 석양빛 바라보니 노을 속에 영롱하게

피오오는 빛바랜 무지개 하나가

가을비 재촉하며 새 생명 드리운다

불볕더위 삼복더위 내내 산들바람 찾아

풍류를 타고 있던 너

쓸개 빠진 넋이 되어

줏대 없이 허우적거리던 여름

그래도 꺾이지 않는 너의 맘에

혼을 빼앗겨 가을 계절 맞이하며

곧은 절개 자랑 서슴지 않는구나

태양은 또다시 떠오르고

온 누리에 빛을 주는데

가슴속에 품은 빛은 촛불과 같아

바람 불면 꺼질라 노심초사

비가 오면 초롱 달아 근심 걱정하는 너에게

오늘 태양빛 보지 못하면

내일 다시 태양은 떠오르니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눈이 오고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바위 되어 앉아 있구나

갈색바람 맞으며 새로 단장한 새 대문

계절이 바뀌면 정원에 아름다운 꽃

다시 피워 벌과 나비 새들 노랫소리

옛 시인의 노랫소리 듣고 싶어라.

 

사연

 

종이를 가지고 사심을 그리다

눈감고 굽어본 고향

천릿길 낭떠러지 밑에도 한발이면

건너는 마음이 사연

사시절 한시로 빼어 버릴 수 없는

서로 떨어지면 알고 싶어 하는

민족에 크나큰 시련에 사연도

언젠가 굽어보고 잇지만

인제는 바라보아야 한다

대망을 품고 우리는

속력을 내어서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에

기나긴 옛 사연을 바라보아야 한다

높고 깊은 사연도 하늘 밑 사연이련만

언제 이루어지려나?

우리에 사연은.

 

흐르는 강물

 

보라! 강은 흐르고 있다

숲과 초원을 해쳐가며

빛 아래서도 그늘에서도 흐르고 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론 느리게

산과 계곡과 하천과 평지를 돌면서

물결은 물결을 따르면서

가는 길 그 길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긴 대로를 가고 있다

마치 오대양에 큰길을 연결한 것처럼

끝없는 잠의 세계로 강은 흘러간다

새로운 발견을 위하여 강은 흐르고 있다

흰 조각 검게 물들이기는 쉽지만

검은 조각 희게 만들기 어려우니

흐르는 물 맑게 흐르도록 뚝 쌓지 말고

꽃이 시들지 말도록 껴안지 말고

등불이 바람에 꺼질까 외투로 덮지 마라

힘차게 노래 부르면 거문고줄 끊어지나니

스스로 흘러가는 저 강에 뚝 쌓지 마라

강물은 천년이 지나도

흐르고 흘러 쉬지 않으며

태산은 만년이 지나도

높고 높아 움직이지 않으니

성품과 마음 저기 높은 산

움직이지 않음을 본 받으라

하늘에 맑게 비추는 달 갖지 못하니

거울에 비치는 너의 모습 생각하라.

 

모닥불

 

임이여

당신이 가슴이 깃든 품안에

나는 꿈으로 젖어 있습니다

이제 들국화 피는 마을에서

임에 아름다운 꽃으로 단장하고

당신의 조그마한 집을 지었습니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마음속 깊은 터전을 일궈

무지개 꿈 피울 둥지를 마련하였습니다

대리석에 쓰일 글을 생각하며

죽어서 석상이 될 때까지

강과 산을 누비는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임이여!

당신의 꽃은 탐스럽습니다

당신의 향기는

내 가슴 구석구석에 베어들어

정의에 분노를 지키는

아름다운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이 한 몸

임의 뜻을 이어받는

아름다운 자유에 금강송이 되렵니다

날아가는 산새 다 불러 모아

활활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을

노래하게 하렵니다

이 나라에 가슴에 핀

자랑스러운 꽃이 되도록

노래 부르렵니다.

 

마음

 

그대 마음 홀로

녹음방초 위에 앉아서

아카시아 향기 그윽한 길을 따라

동경의 세계를 그리다

그만 잠이 들어 꿈속에서

님을 만나 속삭였다

꿈속이 생시 인양

잊히지 않을 추억 속에

융화된 한 마리 학으로

혼자만 서 있구나

새싹이 나고 녹음방초가 져도

단풍이 채색되고

눈이 펑펑 꼳아져도

마음은 항상 둥근 보름달과 같이

수정을 그리다 그만 잠이 들었어라

하얀 백지를 그리다 잊혀버린

추억 속에 사라진 조각달

오늘 산 중턱에 걸렸구나

바람이 불어와 데리고 가도

남아있는 전설 위에 홀로 가득하여라.

 

思母曲

 

갈대 한 잎으로 여자로 태어나

칼날 위로 손을 얹어

세상을 다스려

두고 갈말은 없어도

손끝에 남은 흔적

당신을 위하여

언제나 노래 부르렵니다.

 

어머니 1

 

어둡고 긴 폭풍이 밤을

침묵으로 밝히 우고

이제 또 여명을 맞는 오늘

그 험한 세파 에도

묵묵히 외면 할 줄 아는 당신

인간도 따르지 못하는

인고의 꿈을 머금고

번득이는 굽이 사이로

세월에 시달린 잔주름이 아프다

말을 할 순 없어도

하늘을 열수 없어도

항상 미소로움은

내 깊음이 무한함을 말해주고

천 년을 하루같이 살면서

침묵할 줄 아는 당신이기에

이렇게도 부드러운가 보다.

 

바다

 

어머니

당신의 나라는 정말 고요 하였습니다

단 한 뼘의 깊이에도

스스럼없이 밀려오는 파도

구름은 갈매기처럼 하늘을 엽니다

 

어머니

해맑은 생각의 뒤안길에는

마음 넓은 바다 입니다

 

언제나 제 마음 안에서

철철 넘쳐 나는

사랑의 꽃이람니다

 

자유이옵니다

굳센 약속이며

애정이 됩니다

 

끝내는 헤어져서 생명이 됩니다

다시는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부서지는 아픔으로 질서가 됩니다

 

어머니!

당신은

항상 가슴 앓는 바다입니다.

 

그리움 1

 

차가운 달빛 속에 너의 미소

아스라이 떠오르는 한줄기 그리움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여운 속에

겹겹이 쌓여가는 내 진실이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섭리 앞에

나래를 연 나의 사랑은

누구를 위한 바램인가

누구를 위한 그리움인가?

 

그리움 2

 

그리움이 없이 꽃이 피고 지겠는가?

가뭄 없이 꽃이 지겠는가?

사랑 없이 꽃이 피겠는가?

한밤에 내리는 비가

무지개 꽃 피우는 것을 보았는가?

한낮에 내리는 비가

무지개 꽃 피우는 것을 보았는가?

가는 길 멀다 말고

가는 길 좁다 말고

가는 길 어둡다 말고

한 길로 걸어가면서

그리움 노래 부르노라면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이 변화 속에서

우리는 쉬이 늙어가고

먼 잠의 나라로 한 발자국 씩 다가선다

그리움과 함께

피고 지는 꽃과 함께

너와 나는 그리움을 담아

사랑을 나누고 있구나.

 

연가

 

어쩌다가 지나가는 밤에만

만나는 당신은

한 줌에 구름이요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련가!

높은 산에서 오는지

깊은 바다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그리움 따라

밤마다 그려 봅니다

모두가 잠이 들면

만나고 싶은 여인

꿈속에서라도 한번만 꼭 만나고 싶은

향기로운 임이여!

달 밝은 밤에 들려오는 피리소리

달빛 속 한줄기 가락

흰 구름 속에

바람 따라 가고 싶은 포근한 숲길

임에 마음 열어 그대 품속에서

흰 구름 되어 가슴속 슬픔까지

깨끗하게 씻어주는 한줄기 소나기처럼

닫힌 창문에라도 소리 내어 뿌려다오

우리 서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안개가 되어 새벽녘에 떨어져 내리는

한 방울 이슬이 될지라도.

 

사랑하는 내 여인이여!

 

내가 사랑해야 할

단 한 사람

나의 여인아!

밤에만 나와 내 얼굴을 부비는

내 여인이여!

복사꽃 향기 좋아

꿈속에서 웃음 지며

사랑한다 말하면 저만치 멀어지는

아름다운 나의 연인아!

한 번 만이라도

사랑한다 말해주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며

이생이 다하도록

복사꽃 향기를 품고

살아가도록

운해의 가슴속에 들어와

영원토록 함께해주오

사랑하는 내 여인이여.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하여

극진한 관심을 갖는 것이요

 

깊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요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요

 

내가 가진 것을

아까와 하지 않고

주는 것이요

깊은 이해심을 갖는 것이다.

 

기다림

 

무었을 기다립니까?

오는 곳 어디 메인지 알 수 없어도

한나절 그리움에 한숨 지움니다

 

서러운 가슴으로 이어온 지금

공허한 마음엔

메이는 듯한 황홀감

하얀 잎 눈꽃 되어 떨어지는 춘삼월

현란한 그 빛에 눈을 못 뜨고

한나절 기다림에 한숨 지움니다

 

올래길 따라 이어지는 발길들

목마른 가슴에 물 한 모금 삼키며

수월봉 앞 바다 가슴속에 품고

인면상 한번보고 차귀도 바라보며

뒤 따르는 그 여인 생각에

한나절 사랑으로 마음 잠 재움니다.

 

일편단심

 

어여쁜 꽃보다

당신의 따스한 눈동자가

더 좋았습니다

우수에 찬 그대의 눈동자가

차라리 더 좋았습니다

꽃잎과 순결이 교차하여

갈대가 된 나의 마음

당신의 붉은 정열과

푸른 희망을 서로 엉키어

아스라한 당신에 환상의 점점

더 짙어질 때쯤엔

드디어 미움을 낳게 하였습니다

다시는 연약한 모래성을

쌓지 않기를 바라며

충실히 역군 할 것을 다짐합니다.

 

 

흐르는 눈망울로

쌩긋 웃는 너에게

벙어리 되어

고운 내 손 꼭 잡으며

고개만 마냥 끄덕였지

흐르는 세월 속에

숨길 같은 그 정성

난 무엇으로 답하리

칠천만의 파수꾼

그늘진 자유인 심정으로

저무는 내 육신을 굳게 다짐하며

넓은 너의 품안에서

영원히 너를 지켜 주리라.

 

보름달

 

한 달에 한 번씩 너의 창을 비추는 달

검은 구름 가리어도 달은 창을 뚫고 비추나니

해 맑은 당신의 얼굴 또 떠오르는 구려

 

고요한 마음 위로 흐느끼는 얼굴 읽었구려

물 굽이쳐 쌓는 추억 굽이 따라 묻혔소

차면 또 기우는 물에 떠오르기만 하는구려

 

억새밭 위로 떠서 맨발로 걸어가요

풀 이슬고 떨어져서 님이 꿈 밭 적시는가

꿈길은 밤을 지새우고 떠나 갈 줄 몰랐구려

 

세상이 다 잠이 들면 호숫가로 나오구려

이랑 일군 잔물결에 보름달이 떨어지면

님의 가슴에 씨앗 싹터서 달이 곱게 떠오른다오.

 

회상

 

고개 숙이는 아카시아 잎 세에

청자 빛 태양이 나부끼면

쑥 내음 가득한 삼복이 한나절

바다 위에서 뵈려 하던 나의 심경은

불현듯 유년이 시절로 돌아가는

노을이 은은한 남녘이 어린 해변

마음속에 담아주렴

너와 나의 고운 진실

나의사랑 그대는 지금

어느 능선에서 잠자고 있을까?

외로운 마음으로 내일로 돌아설 때

유월을 반주하는 회상이 창가에서 담은 묵념

사선을 달리며 변신의 의미를 담는다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버린

푸르른 숲에서 심서의 정기를

유월의 신록에 잠재우리.

 

하이얀 박꽃처럼

 

하이얀 박꽃처럼

피어오르는 그림자

저녁노을에 쌓인 모습인양

어둠진 빛 희미하다

깊은 산속 샘물 옆에 피어있는

한 송이 꽃향기가

내 가슴 속에서 타는듯

그리움은 밀려오는데

한마음 되는 무지개는

파란 하늘을 덮은채

남아있다.

 

가을 하늘

 

빗속 하늘

새벽 가지 흔드는 바람 소리에

몸을 뒤척이면서

새벽 창가에 앉아 강가를 바라본다

강 언덕 위를 오르던 날

날아오르던 산비둘기 푸드덕

날갯짓하는 소리에

햇살은 구름에 가리고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던 날

맑은 가을 하늘은 수재의 먹물로 뿌려져

수심愁心을 달래었고

가을 하늘은 여물어 가는 가지가지마다

오곡백과를 찾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비가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들어

잔잔한 바다 된 옥빛 물소리는

가을 바람곁을 따라 뜰을 채운다.

 

산정山情

 

조락(凋落)이 서러워 차라리 하늘로 불타버리는

가을의 山情은 그러나 우리에게 맑은 예지(銳智)와

생명(生命)의 충일감(充溢感)을 준다

봄철의 산들은 선으로 말한다

봄 산의 능선은 어느 계절보다

여리고 멀고 부드럽다

여름철의 그것처럼 주리지 않고

가을의 그것처럼 날카롭지 않고

겨울철의 그것처럼 흐리지 않다

그것은 여인의 젖가슴처럼 여리고

그립도록 멀고

졸립도록 부드럽다

그래서 우리는 봄 산의 능선에서

졸면서 휴식하는 여인의 젖가슴 같은

위안과 오래도록 잃어버린 향수를 되찾는 것이다

또한, 봄의 산은 오만스럽게 위압하지 않고

차갑지 않으며, 침묵하지 않고

험상 굳게 우리를 시험하지 않는다

봄은 너그러운 기다림의 계절

그것은 여름으로 가는 길섶 위에 너그럽고

덧없는 축복의 계절일 뿐이다

바위 그늘에 남아있는 전설

아직도 노란 잔디 위로 솟아오르는 할미꽃 봉우리

푸른 초원 위에 흔적없는 작은 산새의 날개소리

졸졸졸 바위를 돌아 흘러내리는 차가운 시냇물 소리

내리는 듯 마는 듯 머리칼을 적시는 가는 이슬비

그리고 좀 더 늦게는 온산을 물들이는

진달래꽃 무리와 무성하게 부풀어 오른

보리밭 위를 굴러가는 여린 바람결인걸.

 

춘하추동

 

봄이 오면 꽃이 피어 즐겁고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땀 흘리지 않으려고

시원한 그늘을 찾누나

무더위 지나

가을이 오면 수확 된 열매 보면서

마음에 위안을 삼고

겨울 되면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과 함께

대지위에 쌓인 눈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다가 올 봄을 기다리며

삶의 노래를 부른다.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이유도 까닭도 없이

밤은 모든 것을 낳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生에서 없어질 때까지

밤은

그저 낳는다

괴로운 건 人生일 뿐

밤은 그냥

밤은 그냥 아픔을 낳는다

어둠을 밝게 낳는

밤은 너와 나의 생각을

같이 하여 준다.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드무 황영찬

2014-048 우물을 파는 사람

 

이어령 말모음

2012, 두란노

 

 

제수씨가 준 책

 

창조, 배고픔과 목마름의 끝없는 갈구

 

절망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영성을 얻을 수 없다.

자기 파괴라는 극적인 경험이 없이는 영성을 갖기 힘들다.

영성의 세계는 이해하거나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그저 땅을 팔 곡괭이만 있으면 족합니다.

황무지라도 가 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 있으면 됩니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땅이 나를 유혹합니다.

비록 그곳이 모래땅이라고 하더라도 그 밑에 파란 수맥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

그 모래의 밑바닥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 심한 갈증이 나의 목을 태워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유이고

아직도 곡괭이를 든 손을 놓지 못하는 욕망입니다.

아마 내가 기독교에 입문하게 된 것도 그런 우물파기의 하나일 것입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내가 목을 축일 수 있는

최종의 우물파기가 되어 달라는 기도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어디 글쓰기가 그렇게 쉽게 기도의 언어로 바뀔 수 있겠습니까.

잘해야 또 부스러기의 말들을 몇 개 남기는 것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 엮어진 언어들, 완성되지 못한 이 쪼가리 글귀들이 바로 내 우물파기의 흔적들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세처럼 지팡이로 바위를 쳐 사막의 갈증을 채워 보고도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디 내가 그런 성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누가 압니까.

언젠가 내가 판 우물물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솟고 그 물을 이 글을 읽어 주실 여러분과 함께 마시는 기적 같은 날들이 찾아오게 될는지. 그때가 되면 우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으로 변신해 곡괭이보다는 빈 표주박을 들고 생명수를 마시기 위해 여러분이 늘어서 있는 긴 줄 뒷자리에 서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어령

1934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2000년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 · 폐회식 식전과 문화 행사, 1993년 대전엑스포의 문화 행사와 리사이클관을 주도했고,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2010년 '디지로그 사물놀이'를 기획하고 공연했으며, 2011년 새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생명자본주의'를 선언했다. 현재 중앙일보 상임고문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생각』,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이 있고, 소설 『장군의 수염』, 『암살자』, 『환각의 다리』, 『무익조』 외 다수와 전집 『한국과 한국인』(전6권), 『이어령 전집』(전20권), 『생각에 날개를 달자』(전12권), 『이어령 라이브러리』(전30권)가 있다. 이 중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중국어 · 프랑스어 · 영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황영찬 아주버님께

 

가을이다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계절

 

한 겨울 깊은 밤

사박사박 내리는 함박눈처럼

내 마음 깊은 곳

몽글몽글 쌓이는 계절의 지층

 

그렇게 가을은 이유도 없이

누군가가 오롯이 그립다

- 도요새의 눈물 중에서 -

 

가을입니다.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둘째 송옥란

 

목차

Contents

 

프롤로그

 

제1부

우물을 파는 사람

01 나는 창조의 힘을 믿는다

02 상상력이란 여름에 겨울옷을 꺼내 입는 것

03 호기심은 보이지 않는 밧줄처럼 우리를 묶는다

04 문화가 우리 삶을 지배한다

 

제2부

우물을 찾는 사람

05 인간의 온갖 고생은 강보에서 수의까지다

06 허무를 아는 자만이 진정한 모험을 한다

07 지성은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다

08 바깥세상이 폐쇄되면 내부의 세계가 넓어진다

09 눈물은 영혼의 무지개다

10 가난한 사람은 '꿈의 부자'다

11 모든 병病 속에는 종교의 광맥이 묻혀 있다

12 황금은 캐내었을 때만이 황금이 된다

13 사랑은 마음으로 속살을 만지는 것이다

14 무릎이 성한 사람은 값어치가 없다

15 단 1초라도 더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 주고 싶다

16 메마른 영혼이 찾아갈 곳은 교회다

17 영원히 죽지 않을 빵을 만들어야 한다

18 백지의 공포

19 현대인에게 행복은 잃어버린 숙제장

 

제3부

영원히 마르지 않을 우물

20 나는 독실한 딸을 보고 질투가 났다

21 남을 찌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막의 전갈 같은 슬픈 운명

22 죽음에 대한 의식意識 없이는 생명을 느낄 수 없다

23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를 때

24 하나님은 우리 곁에 있다

25 누구에게나 영성의 수맥이 흐르고 있다

26 배고픔과 목마름의 끝없는 갈구

27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극적 포인트

28 영생의 집으로 통하는 돌

29 내 언어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

30 사람의 가슴에서 사랑을 보게 하소서!

31 영혼은 끝없는 맑은 하늘에 속해 있다

 

일러두기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 창세기 1장 3절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 - 창세기 1장 31절

 

어제와 똑같은 발상은 감동이 없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발상이 찬란한 세상을 만든다.

 

창조란

투표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그것이 여론이고

그것이 모든 것을 정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창조란

천 사람이 앉아 있어도

혼자 걸어갈 수 있는 것이고

천 사람이 가도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상상력이란

여름에

겨울옷을

꺼내 입는 것 같은

일이다.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도리어 호기심에 부채질을 한다.

 

호기심은 보이지 않는 밧줄처럼

우리를 묶어 끌어들인다.

 

참된 비극은 슬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감추려는 그 행위 속에 있다.

 

이 세상에는 천재도 없고 바보도 없다.

천재도 만들어지고 바보도 만들어진다.

 

"너희들은 세상의 소금이니" - 마태복음 5장 13절

 

평생을 두고 빌고 빌어도 다 이루지 못할 소망, 비록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 해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 가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여자가 신부의 옷을 입으면 모든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 사람이 수인의 옷을 입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스 새로움을 느끼는 마음이 신부의 그것과 다를 뿐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마태복음 11장 28절

"너희가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 마가복음 13장 13절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며,

예술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되는 것을 설명한다.

종교적 현상은 체험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영성이다. 신앙은 경험하는 것이다.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다" - 마테복음 19장 30절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드무 황영찬
 <PREV 1 2 3 4 5 6 7 8 9 ... 153    NEX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