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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0. 19:22 내가 읽은 책들/2014년도

2014-118 만인보

 

高銀

2006, 창작과비평사

 

 

시흥시대야도서관

SB001790

 

811.6

고67만 2

 

창비전작시---------------------------------------------------------------------

 

"우선 내 어린시절의 기초환경으로부터 나아간다"고 한 작자의 말대로, 이번 세 권은 주로 어릴 때 알던 고향사람들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들을 제대로 논하려면 마땅히 따로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로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당장의 뿌듯한 감회는, 어떠한 가난이나 고난 속에서도 끊길 줄 모르고  이어져온 이땅 위 삶의 기쁨과 보람이다. 또한 이 기쁨과 보람을 담은 시인의 말, 겨레의 말에 대한 자랑스러움이며, 작자 자신도 이야기한 바 그 말 앞에서 삼가는 마음이다.

『만인보』의 서사적 풍요는 차라리 소설문학의 성취를 떠올린다. 그리고 고은 자신의 『전원시편』에 비해서도 "첫가을에 백리가 트인다"는 그의 시구대로 무언가 툭 트였다. 더러 장황하던 대목이 크게 가셨고 농사꾼의 일하는 기쁨을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어떤 착심 같은 것도 자취를 감추었다.

- 백낙청(발문 중에서)

 

고  은  高  銀

1958년 처녀시를 발표한 이래 시 · 소설 · 평론 등에 걸쳐 130여권의 저서를 간행했다. 서사시 『백두산』『만인보』와 『고은시선집』 1 · 2 『고은전집』(전38권)을 출간했다. 현재 세계 시아카데미 회원(한국대표)이다.

 

차례

 

죽은 개 / 조무래기들 / 대보름 뒤 / 안 부 / 아기바위 개바위 / 깽매기 소리 / 걸인독립단 / 백제 성왕 / 이야기 할아범 / 병옥이 / 병술이 동생 / 가사메댁 / 꼬부랑 종증조할머니 / 기생독립단 / 미제 진필수 / 옥 배 / 김인규 / 이 황 / 봉 태 / 수동이 어머니 / 을지문덕 / 이빨 빠진 노장군 / 달 밤 / 시인 정지상 / 김부식 / 미제 대장장이 / 똥가래 밭가래 / 재숙이 /원당리 홍성구 / 우 물 / 문개평 / 여자 이홍광 / 조필우 부자 / 재술이네 헛청 / 만순이 / 편 지 / 황진이 / 동수네 5형제 / 반남 박씨네 무덤 / 미제 두 복동이 / 서문 밖 한약방 / 김창숙 / 쌍동이 어머니 / 옥정골 고중돈 / 아우 충조 / 함박눈 / 용술이 삼촌 /김일태란 놈 / 나 철 / 중복날 / 지 붕 / 개사리 개장수 / 문수원 / 기마상 / 벌 초 / 지렁이 /오촌 종식이 / 육손이 / 양증조할아버지 / 은적사 어린 중 / 피서방 내외 / 당고모 / 화엄 의상 / 어린 은태 / 홍어 한 마리 / 화양동 서원 / 종조부 / 황소바람 / 단지결사대 / 함덕리 백씨 / 화양댁 / 연장 무덤 / 황 희 / 권학자님 / 판섭이 오촌 / 어떤 어머니 / 검둥이 / 진안이 / 장덕곤이 / 상구두쇠 / 관여산 복술이 / 재문이 아저씨 / 솔잎 향내 / 다릿집 / 선제리 멋장이 / 영감마누라 / 죽은 나무 / 김백선 / 새터 한서울댁 / 돼지 오줌깨 / 병만이 할아버지 / 고구려 보덕 / 김 구 / 신촌 조남현 / 개똥이 할아버지 / 좋은 날 / 앵두꽃 / 밀양 백중놀이 / 고행덕이네 집 / 그 네 / 죽었다 깨어난 사람

 

백제 성왕

 

무령왕의 아들로 즉위하자마자

북녘 패수의 고구려 치고 신라와 교빙하였다

즉위 15년 웅진을 버리고

백마강 사비성으로 도읍을 옮겨

국호도 남부여로 고쳤다

큰 땅 부여의 기상이었다

비로소 중앙 22부 지방 5부 5방의 틀이 잡혔다

그러나 그의 만년

오랜 나제동맹 깨어지고

속임수 많은 신라 치려고

왕자 여창을 데리고 나가 싸웠으나

신라 신주군주에게 크게 패하여

관산성 싸움에서 전사하였다

그 성왕의 시체

신라 군대가 끌고 가서

서라벌 중앙정청 문 밖에 묻으니

신라 벼슬아치들 출근 퇴근 때마다

성왕 시체를 밟아댄 것이다

이 짐승만도 못한 죄악이여 죄악이여

이런 죄로

어찌 아미타세계 서방정토 찾는단 말인가

사천왕 도리 도솔천 찾는단 말인가

아 고대사의 야만이여

 

이    황

 

조선 양반의 자랑이거니와

해동 주자이거니와

이는 조선 만백성의 허깨비였느니라

 

퇴계 성리학은 뭔가

오 성학도

해와 달 누렇게 도는데

백성은 도탄에 푹 빠졌는데

사단이발칠정기발설이 뭔가

배고파

애기 먹은 에미나이

종년이야

서방이 담 안에 열 담 밖에 열

이런 양반의 지랄에

여봐라

여봐라

도산 열두 굽이 막막하구나

 

을지문덕

 

고구려 하호 출신이라 상놈이라

왕족 건무의 모욕도 받았으나

 

장수 을지문덕이 돌아올 때는

평양성 백성이 우르르 나와 맞아들였다

시아버지처럼

서방님처럼

시아재비처럼

단내 나며 맞아들였다

그의 뒤 따라 돌아오는 장한 군사 맞아들였다

을지문덕! 이 이름 부르면

녹은 개울물이 잘 흐르고 하는 일도 잘 되었다

복사꽃 피었다

수나라 수군 삼십만 백만 없애고

겨우 2천 7백 명 남겨 쫓아보낸 장수인지라

백성과 하나 된 장수인지라

금으로 옷을 덮고

귀인이 엎드려야

그 등 밟고 말 타는 개소문 아닌지라

백성들 숨어버리는 개소문 아닌지라

고구려 동맹 잔치 참된 장수인지라

싸우는 자와

뒤에 있는 자 하나일 때

그 싸움 이기고 오는 장수인지라

 

김부식

 

송나라 동파거사는

고려 사절 따위 내쫓아버렸다

고렷놈들 이 천한 오랑캐들! 하고

 

그런 동파거사 흠모하여

제 이름을 동파 소식의 식자 따서

부식이라 고치고

그걸로 성이 안 차

제 아우의 이름도 소식의 아우 소철의 철자 따서

부철이라 고쳐주고

만약 동파거사께오서

손위 형들이 있었다면

부필 부일마저 그 이름자로 고쳐야 했것다

시와 학문에 뒤진 것으로

정지상 윤언이 죽여버리더니

묘청 역적이라 들씌우더니

어찌 이뿐이겠는가

늙어 써 올린 삼국사기 가로되

거기에는

고구려 승전고도 울리지 않고

발해도 없고

오로지 신라가 제일 먼저 세워진 듯이

세발 네발 가로되

 

황진이

 

송도 달밤

갈보 하나이 이 나라 사랑을 도맡아버렸구나

한심한 사내들아 계집아

이불 차고 나오너라 너훌너훌 춤추어라

 

김창숙

 

싸가지 없는 이승만 꼬라지

진작부터 알았다

상해 임정 때도

이승만 노는 것 미워했다 싸웠다

이 싸움 내내 시들지 않아서

1950년대 성균관 관장 자리도 쫓겨나게 되었다 

긴 세월

16년 감옥살이

고문으로 다리병신 되어

제 걸음 걷지 못하는 세월

 

조선 유교

이만한 사람 있기 위하여

5백 년 수작 헛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사나이 눈물이 있고

사나이 노기 있고

사나이 쓰라린 기상 잇다

 

저기 저 사이비 군사들

맹세코 이 땅에서 쓸어버리리

길에서 죽기로니 무슨 한이리

 

나   철

 

조선말기에 태어난 사람 역마살 한 짐 지고 나왔다

나철 선생이 누구인고

을사조약 체결되자

그 조약 주도했던 매국노 암살에 나선 사람

벼슬이고 뭐고 버리고

테러리스트로 나선 사람

그 뒤로 섬 귀양살이에서 돌아와

왜국 조야에 담판하러

현해탄 돛배 타고 건너갔다 돌아와

그로부터 백두산 백봉도사 만나

이 땅 역대의 그늘 속으로 이어진 단군 종교로

대종교 새로 연 사람

그 사람이 나철이라

조선땅 곳곳이요 방방곡곡이요

만주벌판 드넓은 산과 들이요

백두산을 한복판으로

화룡현 청파호 물가에

대종교 총본사 두어

단군 고토 9만리 신국이라

동서남북 4도교구 두어

대종교도 30만으로 불어났다

조선동포 8할이었다

게다가 김동삼 김규식 이시영 김좌진

이동휘 신채호 조소앙을 망라하고

이상설 이동녕 신규식 서일 강석화로

교구를 맡게 하여

대종교 사람으로 조직을 삼고

대종교 돈으로 총포 사들여서

청산리 큰 싸움 앞서 크고 작은 싸움으로

대종교가 이렇게 떨치는데

왜적이 그저 두고 볼 일인가

대종교 해체를 명령하자

1916년 국내로 돌아와

구월산 삼성사에서

추석날 북으로 백두산에 절하고

남으로 고향 벌교 선영에 절하고

폐기법으로 숨 끊어 자결하였다

사 없이

공으로 살고 공으로 죽은 사람

조선땅 좁아라 하고

고조선 드넓은 땅 달린 사람

그가 죽자

대종교 비밀교단

발해 상경 동경성에 총본사 두고

제자 김헌 윤세복 서일이 이끌어가다가

그들 역시

독립군 거덜나면서 바닥났다

간도 의병과 독립군 시대 지나서

그 뒤로 유격전 시대 들어서자

나철의 고토노선 고조선노선이

새 노선으로 돌아섰다

이 싸움의 전환에 나철 선생이 달려온 것이다

대종교 나철 !

그냥 나철 !

첫째 그는 도덕 자체였다 꿈 자체였다

 

화엄 의상

 

서라벌 귀족의 자식으로

스무 살에 중이 되어

서른 살에 원효를 형으로 섬긴다

원효는 바다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효하고 의상이

당나라 들어가기를 작정하는데

고구려땅 육로를 잡아 나섰다

그러나 그들은 신라 간첩 혐의로 잡혔다가

신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백제땅 당진 나루 뱃길을 잡아 나섰다

나루에 이르러

원효는 아무래도 당나라까지 갈 까닭이 없었던지

깜깜절벽 밤중에

해골바가지 물 마시고

다음날 아침

이 세상 마음이 짓는다 깨치고 돌아가고

의상 혼자 바다 건넜다

의상은 바다를 좋아했다

그가 뒤에 돌아와 동해 낙산사에 산 것도 그 때문이다

의상은 중국 등주땅 처녀 선묘와 눈이 맞았다

그 중국 처녀가

의상의 옷 지어주고 쓸 물건도 대주었다

종남산 지상사 화엄대가 지엄의 제자 되어

지엄과 도선의 인가 받고

현수법장과 함께 큰제자가 되었다

의상의 화엄가는 신묘하구나

한번 읊으면

마음 가득 우주가 찬다 법이 찬다고 자자했다

그러나 이 당나라 화엄학이 귀족의 것인지라

만백성에게는 도대체 허깨비이다

당나라가 백제 고구려를 멸한 뒤

신라까지 멸하려 할 때

그때 화엄 의상  황급히 돌아왔다

애인 선묘도 두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신라 귀족사회에 몸을 두지 않고

혼자 동해의 고독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동해 이후 그의 화엄학 펴기 위하여

우선 소백산 밑 영주땅에 절을 지으려는데

그때 바다 건너 임 찾아온 선묘가

돌을 날라다 주어

뜬 돌의 가람 세웠다

하필 일본 고산사 그림에

화엄조사 그림이 전해오는데

화엄 의상과 아름다운 선묘의 사랑 전해오는데

아 2백 10자의 해인삼매 법성계 한번 읽어보건대

신묘하구나 신묘하구나

평생 한 벌 옷 한 개의 병

한 벌 밥그릇밖에 가진 것 없이

문무왕이 주는 논밭도 노비도 다 돌려보내고

오로지 불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고

사람의 귀천이 본디 맞지 않은데

어찌 나에게 종이 있을까보나 재물을 독차지할까보냐

무엇에 쓰리 무엇에 쓰리

중이야 법계 우주를 집으로 하고

밥그릇 한 벌 차려 농사지어 살아감이여

쇠로 성을 쌓더라도 재앙이 그치지 않음이여

추운 늦가을밤 달빛의 차가움이여

그 차가움에 화엄 의상의 흔들릴 줄 모르는 눈빛 있음이여

 

황   희

 

영의정 황희는

노비 새끼들이 수염을 잡아다리고

옷자락 잡아다리고

등때기도 볼따귀도 치기도 해도

그냥 아프다 아프다 할 따름이었다

술상 차려 가면

지지리 못생긴 여종마저

버르장머리 없이

술상 차려 탕 내려놓으면

그나마 안주 뿌시러기 그 새끼들이 먹어치운다

한평생을 관운이 들어 재상노릇만 한 사람

한평생을 가랑이 찢어지게 가난노릇만 한 사람

그러나 그는 노비 풀고

평민 풀어

한줌도 안 되는 양반노릇 그만두고

새 세상 하나 열 줄 몰랐다

다만 잉어 한 마리 흐를 데 없는 물 속에서

홀로 인자하였구나

홀로 한빈하였구나

애석하구나 궁 딱 ! 딱 !

 

김백선

 

을미 참변에 이 땅의 노여움 치솟아

위정척사 패거리

양반 패거리 들고일어서는데

천하 상놈 여기저기 들고일어서는데

두메산골 지평땅에서

의병 5백을 거느리고

제천땅 유인석 휘하에 들어간 사람

그 사람 용맹 떨치니

선봉장이 되었구나

상놈 김백선이

빛나는 선봉장이 되었구나

충주싸움 가흥싸움 가는 데마다

왜병을 무찌르니

그 기상 왜병은 물론 관군도 물러섰구나

그러다가 제천 독송정 본진에 달려가

머뭇거리는 의병장 유인석에게

왜 한양 진격을 감행하지 않느냐고

꾸짖으며

칼 빼들었다가

감히 양반에게

상전에게 거역하였다 하여

의병 군율 총살형으로 총맞아 죽었다

1895년

이때부터 양반 의병과

백성 의병이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백성의 반봉건과

양반의 위정척사가 맞서기 시작하였다

 

실로 역사의 벼랑인지고

앗흐 ! 찬바람 치솟아오르는 천 길 벼랑인지고

 

고구려 보덕

 

고구려 용강고을에 태어나

성으로 가는 길

그 길 꺾고

대보산 깎아지른 벼랑 아래

벼랑의 중이 되어

젊은 보덕화상

고구려 불법 널리널리 펴는데

그놈의 보장왕 도교에 파묻혀

불법 보기를 연생이 보듯 내치기 시작하였다

에라 뜨리라

고구려 보덕 백제땅으로 내려와

백제 완산주 고대산 허리에 절 짓고

불법을 널리 펴니

그 소문에

원효가 되기 전의 서당도 어린 의상도 찾아왔다

삼국의 밝은 젊은이 모여들어

고대산 보덕굴 불때지 않은 방도 추운 적 없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삼국의 까마귀들도 모여들어

고대산 일대의 겨울은 까마귀로 가득찼다

보덕화상 그 까마귀 불러

삼계에 두루 걸리는 바 없음이여

너 까마귀로다

 

김   구

 

백범 김구 !

이 사람 있어

이 땅이 사람 태어나는 곳이구나

남에도

북에도

우선 이 사람 있어

이 땅이 사람 죽는 곳이구나

8 · 15 이후 돌아와 70 평생 그 걸음으로

윤봉길 댁 찾아가서

윤봉길 아내한테

넓죽 큰절 드리는 사람

오늘 따라 그리운 곳이구나

이 땅이 그리운 사람 있는 곳이구나

험한 오늘과 내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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