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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18. 13:03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30 만인보  - 70년대사람들

 

高銀

1997, 창작과비평사


 

시흥시대야도서관

SB001802

 

811.6

고67만  14

 

창비전작시---------------------------------------------------------------------

 

인간이 인간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다. 그런데 인간 혹은 인간적인 것의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면 이제까지의 인간이 아닌 다른 인간의 얼굴을 그려야 하는 예상치 못한 표현의 의무에 부딪쳐야 할 것이다.

인간의 얼굴은 어제의 얼굴이라는 것을 어느 경우이든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일의 인간은 어떤 얼굴일 것인가. 그것은 어제의 그것과 아주 많이 동떨어진 것인지 아닌지 쉽사리 판단할 노릇은 될 수 없겠다.

하지만 내일의 새로운 얼굴은 분명코 그 내일의 진실을 위해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놀라운 현실일 것이다. 이런 사실이야 말로 한 세기를 보내고 또 하나의 세기를 맞이하는 오늘을 가슴 설레게 한다.

여기서 내 의식의 전환기라는 점에서 나에게 고향이 되어준 70년대의 그 원시공동체적인 인간군상이야말로 그것이 박정희라는 반대쪽의 사람이든 함석헌이라는 동지쪽의 사람이든 나를 키워준 육친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머리말」에서


고은(高銀)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1958년 『현대문학』에 시 「봄밤의 말씀」「눈길」「천은사운」 등을 추천받아 등단.

1960년 첫시집 『피안감성』 간행. 이후 시 · 소설 · 수필 · 평론 등에 걸쳐 100여 권의 저서 간행.

1984년 『고은시선집』 간행.

1986년 『만인보』 간행 시작

1987 ~ 94년 서사시 『백두산』 간행.

제3회 만해문학상, 제1회 대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등 수상.

 

차례

 

이우재 / 유영모 / 강희남 / 황한식 / 천영초 / 이호웅 / 민종덕 / 한  신 / 최권행 / 어느 고등학생 / 박희범 / 백작부인 이옥경 / 백영서 / 성남옥 / 안성열 / 박한상 / 김진홍 / 서임수 / 이위종 / 서경원 / 신인령 / 이양구 / 김영준 / 김  형 / 군부대신 이근택 / 정진동과 더불어 / 양  홍 / 권근술 / 손창섭 / 대전역 보선원 임씨 / 창신동 노파 / 고흥의 한 영감 / 오대영 / 권오헌 / 박영록 / 이이화 / 조승혁 / 박광서 / 은명기 / 김덕생 / 최정순 / 이을호 / 박지동 / 금호동 김씨 / 이경배 / 예  종 / 이종욱 / 음력 정월 명동성당 앞길 / 욕쟁이 아저씨 / 조정하 / 원  택 / 성  철 / 김사형 / 성  종 / 이직형 / 박종만 / 최민석 / 임중빈 / 문병란 / 지철로왕 / 한창기 / 이상신 / 조세희 / 이낙호라는 사람 / 스승들 / 삼  대 / 윤필용 / 윤구병 / 박완서 / 월산 선사 / 한경남 / 최장학 / 박재봉 / 김중배 / 어린이의 날 / 성한표 / 강문규 / 김지길 / 양관수 / 신라말 경명왕 / 제  칼 / 김도연 / 심재택 심재원 형제 / 정신 이상의 아내 / 권영빈 / 홍지영 / 정창렬 / 두 청소부 / 최  동 / 오직 '물러가라 !' / 신석초 / 송언형 / 김동우 / 이태복 / 함윤식 / 1971년 4월 19일 / 해남 일지암터 / 차옥숭 / 이근후 / 서중석 / 해부루 / 아브라함 집안 / 김상철 / 민주회복국민회의 / 조선 중종의 눈 / 김규동 / 김도현 / 이중한 / 최병서 김선주 / 조춘구 / 유인택 / 신직수 / 함병춘 / 이범석 / 안양노 / 박범진 / 박종태 / 김종규 / 안병직 / 김민기 / 양희은 / 재수생 / 단계벼루 / 김영환 / 박인배 / 양호민 / 윤걸이

 

조세희

 

우툴두툴한 마른 유자껍질 얼굴의 젊은 작가

갈색의 작가

막 건져올린

남대천 귀향의 연어이기도 한 작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것이 70년대 현실과 상징 사이

끈질긴 문학의 암초일 줄이야

 

그렇다 모두 다 난장이었다

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누구인가

 

조세희는 그것을 쓰고 시대의 잠수부가 되어

늘 물위에 떠오르지 않은 채

물속의 중세 근세를 헤험치다 솟아올라

물위의 오늘을 보았다

 

그는 끝내 글을 버리고 사진을 찍고 찍었다

 

박완서

 

개성 가는 길

개성 못 미쳐

개풍 있다

서울역에서 거기까지만 가도

경의선 살아나겠다

 

박완서

딸 여섯

아들 하나 출무성히 길러

시집 보낸 딸도 있는데

 

그 오랜 주부노릇 끝에 소설을 시작했다

 

저 50년대

전쟁과 전쟁 이후의 폐허에서

그 폐허의 순정이던

화가 박수근을 기억했다가 소설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가장 부지런한 소설가였다

때로는 인간에 대해서

무자비하리만큼 후벼내어

 

마치 고깔쓴 이승의 승무인 양 날렵하고

입안에 장수(長壽) 이빨이 다른 사람보다 많다

그 눈은 순하건만

세상을 볼 때는 칼날이기도 한가

 

그가 본 세상의 한 귀퉁이 피가 난다

 

이범석

 

놀랍다 그에게는 문학이 가능했다

어린 시절 경성고보 다니다가

그 길로 뛰쳐나가

대륙의 혁명가가 되었다

말 달리던 시절

그는 말 탄 전사가 되었다

그의 문학적 기질

그의 무용담(武勇談)의 주역이 되게 했다

 

청산리전투의 일선 지휘관

 

소만 국경

중국 오지

그리고 해방 후 돌아와

초대 국무총리였다

 

국가지상

민족지상

 

그러나 그의 민족청년단 계보는 무너졌다

어느 만큼 그의 우등불에는 허구가 깃들였고

어느만큼 그의 무골에는 낭만이 서려 있다

 

오로지 말 한필과

지난날의 벌판을 기억햇다

그러다가

말 남겨두고

그가 떠났다

철기 이범석

그의 이름 뒤에는 반드시 장군이었다


김민기


그 시절 비 오는 날

맨발로

도시의 거리를 헤매기도 하였지


어두운 시대

그가 지은 노래들은

국가(國歌)였지

독재의 나날

대학생에게도

제적생에게도


정작 그는 미행당하며

어디 가서 농사도 지었지


그러나 그의 노래는 한 시대의 광장과 골목에서 마음껏 퍼져나갔지


양희은


60년대 청년문화 그리고 통기타

서강대 사학과 여학생인데

이미 한 가족을 꾸려가는 가장이었다

양희은


그의 당당한 목소리에 와서

몇십년의 청승인 이난영 황금실 이미자가 아니었다

김추자가 나왔다


그런 노래 저쪽에서

70년대 「아침이슬」이 새로 들려왔다

응혈의 음색

투원반의 음향

슬픔도 슬픔이 아닌 의지


겨울공화국 나뭇가지들에 바람이 걸려 울었다


양희은과

양희은의 비겁할 줄 모르는 통기타


치사할 줄 모르는 노래

이 셋이 시대의 자유를 꿈꾸었다 모두와 함께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