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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30. 11:34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54 萬人譜 20 사람과 사람들

 

高銀

2004, 창비

 

 

시흥시대야도서관

SB001808

 

811.6

고67만  20

 

창비전작시

 

시인 고은은 20여년 전부터 한국사에 드러나고 숨겨진, 스러지고 태어나는, 추앙받고 경멸당하는, 아름답고 추악한, 떳떳하고 비굴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붓 대신 언어로, 그림 대신 시로, 거대한 민족사적 벽화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는 한국인이라면, 아니 인간이라면 지을 수 있고 짓지 않을 수 없는 숱한 표정들이 늘어서 있고 그들의 천태만상의 갖가지 삶의 모습들이 벅적거리고 있으며 절망과 한(恨), 운명과 열정, 기구함과 서러움의 삼라만상적 인간상들이 복작거리고 있다. 그것은 삐까쏘의 「게르니까」보다 더 착잡하고 내가 멕시코씨티의 정부청사 안에서 보았던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보다 더욱 거창한 서사를 담은 우리 한민족의 벽화를 이루고 있다. 고은은 『만인보』라는 벽화-민족사를 통해 우리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되새김질하며 그 역사를 만들어오고 혹은 그것에 짓밟힌 만상의 인간들을 사랑하며 껴안고 뺨 비비며 삶의 진의와 세계의 진수를 손가락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고은이 그린 사람들에게서 한을 듣고 그가 그린 세계에서 향기를 맡으며 그의 만인화(萬人畵)에서 세계와 시대를 읽는다. 그리고 이제, 나는 여기 그가 그려준 거대한 벽화를 보며 분노와 치욕 그리고 운명과 사랑이 점철된 그의 '역사'를 듣고 오늘의 삶을 생각한다.

■ ■ ■ 김병익  문학평론가, 인하대 초빙교수

 

 

 

고  은  高  銀

1958년 처녀시를 발표한 이래 시 · 소설 · 평론 등에 걸쳐 130여권의 저서를 간행했다. 서사시 『백두산』『만인보』와 『고은시선집』 1 · 2 『고은전집』(전38권)을 출간했다. 현재 세계 시아카데미 회원(한국대표)이다.

 

차례

후백제 을구 / 임화 / K-8 미 공군기지 밖 / 미제 진달호 영감 / 안동환 / 광주 부자 현준호 / 탱자 / 나그네 / 현재 / 김상돈 / 장인 강문석 / 일곱살 남옥이 / 노천명 / 남한산 / 부산 갑부 몇사람 / 배성섭 상사 / 김낙중 / 해후 / 토월회 / 연숙자 / 강노식 대원 / 송길자 / 지덕 / 남두만 / 황성 옛터 / 현인 / 이난영 / 시골다방 미스 김 / 시베리아 언년이 / 만경강 / 남인수 / 김정구 / 의병 제대 허인호 / 초롱꽃 / 아버지와 딸 / 진주풍경 / 북간도 한곳 / 월천꾼 / 횡계 아이들 / 안설녀 / 원치수 / 별주부전 / 평양사람 이종기 / 성진이 / 9월의 섬 / 염동진 / 블루스 / 할렐루야 / 법랑 선사 / 적상산 관음암 / 유점순 / 밤 서울역 / 그 아이 / 지하련 / 박백 중위 / 남대문 도깨비시장 고사리 / 장작장수 / 옹점 / 그 노래들 / 의사 윤성주 / 세번째 출옥 / 도라무깡 술집 / 태껸 이보성 / 노천 사진사 / 삼강 주막 / 정운삼 / 대구 르네상스 / 이중섭 / 빈집 / 비담 / 박용구 / 요지경 / 그림 속의 아이들 / 구상 / 탄피종 / 따불 명순이 / 두 사람 / 진태 할아버지 / 명동 나정구 / 그 주검 / 이학구 / 홍사준 / 국민학교 운동장 / 두 젊은이 / 강물 / 좀도둑 유강철이 / 손두섭 영감 / 한강 빙판 강태공 / 박헌영 / 울릉도 벼랑 밑 / 하느님 / 지창수 / 방호산 / 왕십리 할멈 / 기억들 / 귀향죄인 / 뻥튀 할아버지 / 권진규 / 연인 / 한산선사 / 5학년 구만서 군 / 이쾌대 / 실존주의자 정찬형 / 이정이 가족 / 김달봉 / 공창렬 / 방순경 아내 / 윤영준 / 전봉건 / 최승희 / 변상희 옹 / 임창호 씨 제삿날 / 한라산 / 박두진 / 엄비 / 엄항섭의 눈물 / 누가 씨부렁댄다 / 변수자 / 김중업 / 홍문봉의 집 / 계일지와 오병탁 / 9연대장 김익렬 / 유해진 지사 / 이재명의 무덤 / 이해명 부인 / 휴전 직후 / 사의 찬미 / 억척 설옥순 / 헛소리 세상에서 / 이청일 / 늙은 기생 / 어머니의 날 / 좌달육 / 강경 갈숲 / 밀양 이른봄 / 김악 / DDT / 이재긍 중좌 / 감봉룡 대장 / 행주산성 / 금은 / 김명국 / 명동 / 실성한 사람

 

해설 만인의 얼굴, 그 민족사적 벽화/김병익

 

황성 옛터

 

1932년 서울 단성사 무대에 이애리수가 섰다

처연한

투명한

가을 처녀의 목소리

「황성 옛터」가 퍼졌다

 

눈물 가슴에 차고

등뒤에서 비가 퍼부었다

 

한 노래를 세번 불러야 했다

청중은 울고불고

울부짖었다

 

고향 개성

망한 고려 만월대를 노래한 것

 

일본인 코가 마사오의

「술은 눈물이냐 한숨이냐」가

이 노래의 표절이라는 소문이 났다

 

「황성 옛터」를 학생에게 가르친

대구의 한 교사는 파면당했다

 

작곡자 전수린과 코가는

서울 소공동에서 어린 시절 소꿉동무였다

 

늘 이애리수의 뒤 형사가 따라다녔다

늘 전수린의 집 형사가 찾아왔다

노래 하나에도 자유는 불가능했다

 

현인

 

동경 우에노 음악학교 성악도

징용 피해

중국 상해로 건너갔다

 

상해에서

천진에서

바다 건너

고국을 그리워했다

 

샹송과 깐쪼네를 불렀다

 

위엄 있다

매혹 있다

 

해방 뒤 멋쟁이로 돌아왔다

「신라의 달밤」을 불렀다

「비 내리는 고모령」을 불렀다

건달같이 「베사메무초」를 불렀다

 

전쟁이 일어났다

군가 1번

「전우야 잘 가거라」를 불렀다

피난가요 1번

「굳세어라 금순아」를 불렀다

 

휴전 뒤

자작 작사 작곡 「서울야곡」을 불렀다

자작 작곡 「추억의 꽃다발」을 불렀다

 

음절 파괴 대담했다

육중하고

기름진

바이브레이션

3음절이 7음절이 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휘감았다

'고요한'은

'고호호요호하한'이 되었다 건달 황홀!

 

이난영

 

긴 목 가는 허리

 

남편 김해송이 북에 납치되었다

납치된 자의 가족조차

반공세상에 어긋났다

남편이 경영하던

KPK쇼단도 해체당했다

 

어린 다섯 남매의 엄마 이난영

 

딸들

숙자 애자 그리고 조카 민자로

'김시스터즈'를 만들어

미8군 무대 환호성을 차지했다

'김보이즈' 영조 상호 태성으로

미8군 무대 박수갈채를 받았다

 

시스터즈

보이즈 미국으로 갔다

 

엄마 이난영 가지 않았다

「목포의 눈물」은 겨레붙이 모두의 노래였다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님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임진왜란은 아직도 한으로 애끓이며 살아 있었다

 

남인수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을 부르며 자라났습니다

「울며 헤진 부산항」을 부르며 자라났습니다

'이 강산 낙화유수……'를 부르고

「서귀포 칠십리」를 부르며 자라났습니다

해방 뒤

'달도 하나 해도 하나 사람도 하나'를 불렀습니다

아 「가거라 삼팔선」을 부르며 분단을 알았습니다

 

임시수도 부산을 떠나며

「이별의 부산 정거장」을 부르며

휴전 뒤의 삶을 살았습니다

 

리라꽃도 피었습니다

쌍고동도 울었습니다

이 산유화도 피고 졌습니다

 

남인수

식민지 말기 일제 찬양의 노래도 불렀습니다

 

기생들 몰려들었습니다

폐결핵을 앓았습니다

본명 최문수

강씨 문중에 입적 강문수가 되었습니다

18세 이후

그는 반도의 목소리였습니다

해맑은 색깔

넓은 음역

그리고 간드러진 굽이굽이

그의 나비넥타이는 퍼덕여 곧장 나비로 날아올랐습니다

 

김정구

 

신문도 팔았다

달걀장수였다

달걀꾸러미 한 줄 떨어뜨려

길바닥 깨어진 달걀 보고 울기도 했다

 

원산 덕원목장

양치기 노릇도 했다

 

책방 점원으로 책을 꽂고 책을 팔았다

활동사진 음악사로

바이올린도 제법 연주했다

 

그런 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을 불렀다

세상이 그의 노래 따라불렀다

 

김정구의 무대

갈 수 없는 두만강

잊지 못할 두만강

그의 노래에서 언제까지나 흐르고 흘러갔다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