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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1. 13:43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95 천사의 시 - 조광호 그리고, 정호승 쓰다

 

지은이 조광호, 정호승

2007, 대교베델스만

 

 

시흥시대야도서관

SB016290

 

811.6

정95ㅊ

 

나의 일상 깊숙이 자리한 천사를 만나다!

 

내가 그린 천사는 이 세상에서 언제 어디선가 내가 만난 사람들이다. 꽃의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모습을 닮은 날개 달린 천사도 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수천수만의 사람들, 그들 가운데 나의 천사들은 때로는 눈부신 빛과 바람, 또 때로는 황홀한 설렘으로 내 곁에 엄연히 존재했다. 나의 일상 가운데 그들은 마치 날개를 단 천사처럼 예기치 않은 순간에, 눈부신 지혜와 아름다움으로 나를 찾아왓다. ___조광호(신부, 화가)

 

돌이켜보면 나의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라는 천사'였으며, 나의 아이들은 '나의 아이들이라는 천사'였으며, 나의 꽃과 새들도 모두 나의 '꽃과 새라는 천사'였다. 그동안 천사가 늘 나를 찾아왔으나 나에겐 천사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없었다. 그동안 천사를 늘 만나면서도 나는 그가 천사인 줄 알지 못했다. 이제 내 귀에는 나를 찾아오는 천사의 말소리가 들린다. 나를 향해 미소 짓는 천사의 미소가 보이고,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엄마 같은 천사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___정호승(시인)

 

조광호 신부와 정호승 시인이 만난 천사는 바로 당신입니다.

 

조광호

1947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다. 1977년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과 같은 대학원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 198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여러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드물게 재료와 장르를 넘나들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회화, 판화, 이콘화, 유리화, 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왔다. 지금은 인천가톨릭대학교 종교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작품

부산 남천성당 유리화, 서울 당산철교 외벽의 벽화, 서소문 현양탑

 

펴낸 책

《그대 문의 안과 밖에서》, 《얼굴》, 《ANGEL》, 《꽃과 별과 바람과 시》

 

정호승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제3회 소월시문학상, 제10회 동서문학상, 제12회 정지용문학상, 제11회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펴낸 책

시집 |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 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산문집 | 《정호승의 위안》, 《항아리》, 《연인》, 《비목어》

 

▲ 꽃 피는 날에 찾아오는 천사

 

이 세상에 꽃이 피는 건

죽어서도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세상에 사람이 태어나는 건

죽어서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꽃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녕 그렇지 않다면

왜 꽃이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왜 사람들이 가끔 꽃에 물을 주는가

 

▲ 십자가와 천사

 

천사의 얼굴은 십자가로 만들었다

눈은 십자가에 걸친 양팔로

코는 십자가에 축 늘어진 무릎으로

입술은 그대들을 용서하고 바라보던 지평선으로

턱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던 절벽으로

귀는 슬피 울던 새들의 날개로 만들어져

보라

아름답고 순수하다

 

▲ 추락한 천사

 

날기 위해서는 떨어져야 한다

떨어지기 위해서는 날아올라야 한다

날개는 날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기 위해서도 있다

추락할 때에 내 상승의 기쁨이 더 크듯이

절망할 때에 내 희망의 기쁨 또한 더 크다

 

▲  선으로 악을 이긴 천사

 

모든 인간은 다 천사다

모든 천사는 다 인간이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천사가 아니다

선이 없으면

천사도 다 인간이 아니다

 

▲ 꿈꾸는 천사

 

천사의 얼굴을 보고 싶으면

잠든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아라

꿈꾸는 천사의 얼굴에 어리는 미소를 보고 싶으면

잠든 아기의 배냇웃음을 고요히 들여다보아라

 

▲ 꽃과 사랑과 천사

 

붉은 꽃 한 송이 너에게 주마

푸른 꽃 한 다발 너에게 주마

피는 꽃이 아름다움도 너에게 주마

지는 꽃의 아름다움도 너에게 주마

꽃피는 곳에 사랑이 있고

사랑이 머무는 곳에 천사가 있다

 

▲ 하늘을 나는 천사

 

나는 가끔 초승달 위에 앉아

당신을 내려다볼 때가 잇다

나는 가끔 은하수 사이로 손을 내밀고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때까 있다

당신의 가난한 어깨에

기도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서

 

▲ 꽃 속에 잠든 바람 같은 천사

 

나는 꽃 속에 바람이다

나는 그 바람을 타고 가는 향기다

나는 그대의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그대의 일생을 휘감고 돈다

 

▲ 모세의 숲속에서 만난 천사

 

당신이 버림받은 곳에 내가 있다

당신이 버려진 곳에 내가 잇다

당신이 쓰러진 곳에 내가 있다

당신이 통곡하는 곳에 내가 있다

그리하여

당신의 미소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미소의 눈물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기쁨의 눈물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평화의 기도 속에 내가 있다

 

▲ 말할 때와 침묵할 때의 천사

 

그 어떠한 죽음이 다가와도

말해야 할 때는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는 침묵해야 한다

목숨을 내어놓고 말할 때는 말의 향기가

죽음을 기다리며 침묵할 때는 침묵의 향기가

세상을 골고루 어루만질 때

내 온몸이 다 입이요

내 영혼이 다 혀다

 

▲ 여성의 가슴에서 태어난 천사

 

그대는 지금까지

내 이름을 잘 몰라

나를 그냥

엄마라고 부르더구나

"엄마!"

 

▲ 상처받은 천사

 

내 사랑도 때로는 산산조각 날 때가 있다

내 가슴도 때로는 산산조각 난 사랑의 파편을 안고

밤새워 피 흘리며

상처의 구석진 자리를 들여다보며

흐느낄 때가 있다

누구든 교만해지지 마라

교만은 사랑의 적이다

 

▲ 관세음(觀世音) 천사

 

천사는 관세음

이 세상 모든 소리를 듣지 않고

본다

당신의 절규

당신의 분노

당신의 욕망의

아름다울 수 없는 소리를

듣지 않고 본다

오늘 밤은

인간의 소리를 너무 많이 보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 풍선을 든 천사

 

엄마 천사가

아기천사에게

풍선을 사주었구나

천사들이 날개 대신

팽팽한 풍선을 들고

바람 따라 하늘로

날아가는구나

▲ 5월의 하늘 같은 천사

 

풀이 돋는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들이 피어난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 빈손의 천사

 

나 그대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으나

나 그대에게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네

나 아무것도 지닌 게 없으나

이미 모든 것을 다 지니고 있네

그대 단 한순간만이라도 그대를 놓을 수 있다면

그대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그대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할 텐데

 

▲ 봄날의 천사

 

진달래 핀

어느 봄날에

돌멩이 하나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돌멩이가 처음에는

참새 한 마리 가쁜 숨을 몰아쉬듯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더니

차차 시간이 지나자 잠이라도 든 듯

고른 숨을 내쉬었다

내가 봄햇살을 맞으며

천사 품에 안겨

숨을 쉬듯이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