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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7'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7.07 2015-066 萬人譜 23

2015-066 萬人譜 23

 

高銀

2006, 창비

 

 

시흥시대야도서관

SB001811

 

811.66

고667만  23

 

창비전작시

 

스웨덴 Svenska Dagbladet가 뽑은 '2005 올해의 책'

 

옛일은 참혹했던 일까지도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번 고은 선생의 『만인보』에 그려진 4 · 19도 그러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것은 지금의 눈에 비치는 당시의 일들이 어떤 순진성 또는 순수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령 신문팔이 소년의 용기가 계엄군을 돌아서게 하는 이야기는 그러한 순진성 또는 순수성을 드러내준다. 이것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시인의 시심이 그에 일치하기 때문이다. 『만인보』는 민족 또는 민중의 서사시이다. 서사시에는 영웅이 있게 마련이고, 이 시의 영웅은 민중이지만, 모든 것이 민중이데올로기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만인보』는 정치와 관련 없는 민중의 삶, 더 나아가 혁명의 적에게도 열려 있다. 여기에 실린 「어느 임종」은 죽음에 임하여, 독수리에게 자신의 주검을 내맡기며, 내생을 사절하는, 도인의 초탈을 읊고 있다. 『만인보』의 시심은 정치를 넘어, 이러한 초연함과 일치하고, 다시 한 없는 자비심과 일치한다. ● 김우창 문학평론가, 고려대 명예교수

 

『만인보』는 이번 세기 세계문학에서 가장 탁월한 기획 가운데 하나다. 그 시들은 더할나위 없이 감칠맛 나고, 사람들 삶의 세목으로 충만하다. ● 로버트 하스(Robert Hass)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서평

 

그는 무엇보다 시적 영감을 얻은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적, 정신사적 영향력을 지닌 백과사전이다. 통찰력과 풍자와 온정을 갖고 이 차가운 불빛 속에서 인간적 자연의 하약함과 유혹을 드러내 보여준다. ● 얀 칼손(Jan Karlsson) Kristianstadsbladet 서평

 

윤회하는 세속의 그의 인물들은 무아의 경지에서 가장 강하다. 시들 속의 이야기는 마술퍼럼 마을과 밭과 개들, 그리고 새들과 인간들과 시간의 흐름을 내포한다. ● 스웨덴 국영라디오 'P1' 서평

 

 

고  은 高  銀

1958년 처녀시를 발표한 이래 시 · 소설 · 평론 등에 걸쳐 140여권의 저서를 간행했다. 서사시 『백두산』『만인보』와 『고은시선집』 1 · 2 『고은전집』(전38권) 등을 출간했고, 전세계 10여개 언어로 50여권의 시집 · 시선집이 간행되어 큰 반향을 얻고 있다. 현재 세계 시아카데미 회원(한국대표)로 세계시단이 주목하는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어느날 밤 / 조상매 / 장영옥 / 최봉옥 / 지복수 / 어느 방 / 이흥수 / 국가보안법 위반 제1호 / 황규직 / 윤삼이 아버지 / 궁녀 길례 / 매린(買隣) / 재회 / 횃불데모 / 김태석이 / 금홍 / 임기택 / 지영헌 / 김태연 / 이수돌의 낙서 / 민병록 / 김영기 / 101세 광대 / 김용준 / 한정기 / 남재섭과 심혜옥 / 동굴대궐 / 조선관 / 이승만의 개 / 김영달의 막걸리 / 박종표 / 이강희 / 박찬원 / 송규석 / 전한승 / 노희두 / 어느 여중생 / 마누라의 일 / 이한광 / 쎄단 / 자매봉 / 천인복 / 양대춘 / 이연하 / 김영호 / 함장호 / 이성희 / 손경호 / 박춘봉 / 이상관 과장 / 그 3천여명 / 이현란 / 이장선 기자 / 임용학 / 국보 미륵반가사유상 / 장경근 / 박지수 / 유도 6단 / 이석제 / 김명시 / 윤건중 / 백남의 / 박마리아의 어머니 / 한정봉 / 신도환의 꿈 / 최경자 / 송시환 / 이기태 / 김종진 / 안정수 / 신경식 / 김용실 / 두 미루나무 / 이한수 / 이기태의 애인 / 강수영 / 임종 / 어느 사상범의 주술 / 약광 / 어느 인생역정 / 박기병 / 김철규 / 오성원 / 전무영 / 그 손녀 / 한성여중 진명숙 / 천막 대폿집 / 어린 고물장수의 꿈 / 인걸이 어머니께서는 / 김흥한 / 복취루 배달원 / 막내 오줌 / 김진호 당수 / 도둑 내외 / 김정보 영감 / 닭 / 김택수 / 그 골방 / 어느 석녀 / 거지 필남이 / 가짜 / 조용수의 마지막 / 한 노인의 나라 운수풀이 / 돈 사람 윤청일 / 여숙희 / 영옥이 / 청계천 판잣집 / 전순의 / 깡패 참회행진 / 갈치장수 / 우는 남자 / 가영훈의 아내 / 끄나풀 우만철 / 노점상 임태길 영감 쌍영감 / 황금찬의 9천 미터 / 전남편 / 엄진달 면장 / 1965년 11월 19일 저녁 / 남대문시장 입구 / 옥채금 / 해월의 따님 / 야반도주 / 변영태 / 꿈 / 송철원 / 술 한잔 여본걸 씨 / 길자 / 박벽하 스님 / 황태성 / 가수 한명숙 / 부활 / 6 · 3의 시대 개막 / 밤섬 윤옥녀 / 어린 종 견동이 / 머리칼 장미 / 천상병 / 박종홍 / 수번 710번의 죽음 / 강태원 원장 / 홍어배 임태섭이 / 그 갓난아기 / 구재학당의 밤


해설 「아, 4 · 19」 / 김윤식


장영옥


자동차 운전사였다

그날

거리에 있었다

그날

거리에서 쓰러졌다


차주는 다른 운전사를 구했다


누군가가 이 반생의 생이야말로 허무가 아니라 한다


이흥수


아버지가 야당 민주당원이었다


서울대 문리대 3학년 중퇴

육사 8기

국방부 정보과

김종필 동기


그러나 그는 육군소위로 제대한 뒤

을지로

종이가게에 다니고 있다


평범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평범한 낮

평범한 밤


아내

두 아들


4월혁명의 거리에 평범하게 몸 바쳤다

어디에나 평범하게 아니 평범하지 않게 생과 사 있다


궁녀 길례


고려 만월대의 새벽이야

닭이 울어서 연다

고려 만월대 충렬왕의 새벽이야

닭이 울어서 연다


마마께서는

아직 눈을 뜨지 않으셨으나

간밤 부름받은

궁녀 길례는 성은 입은 몸으로 깨어나서

꿈인가

생시인가

제 옷 속의 몸 여기저기 손대어보았다


이로부터 길례의 시대 연다


고려 만월대 궐내에서는 때를 알리는

수탉 일곱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진한 운우지정 뒤

닭 우는 소리 시끄럽다고

그 닭들을 다 없애는 길례의 시대 연다


더이상 고려 만월대의 새벽은 없다 긴 긴 밤 있다


재회


강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달이 없었다면

국자별 북두칠성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아 이 세상에 포옹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전란 때 헤어진 뒤

다시 만난

두 사람


눈 맞으며 오래오래 포옹을 풀지 않는다

눈 내리는 날 없다면

어쩔 뻔했는가


진오식과 현상희


남재섭과 심혜옥


제주도 산지포


밤 뱃고동소리 들으면서

잠든 너를 바라본다


멀리 도망쳐와서 너는 이제 어엿이 내 아내이구나


돌아가지 않으리

돌아가지 않으리


구름 쓴 한라산 밑 귤꽃 피어 있구나

두 몸 꽁꽁 묶어 여기 살리 곧 아기 낳으리


천인복


너 포항 영일만

가슴 넓은 바다를 두고 온


서울 을지로 그 궤짝 같은 방

서울프린트사 등사원


너 가슴 뜨거운

4월의 거리로 나선


처음으로 경무대 앞 당당히 앞서가다

거꾸러진


네 어머니의 통곡 속의


박춘봉


남산동 산동네 판잣집

스물일곱살

스물일곱살이면 뭘 해

스물아홉살이면 뭘 해

소금가마니

어깨에 저나르는 하루 저물면

어깨가

욱신욱신

스물일곱살이면 뭘 해

스물아홉살이면 뭘 해


4월 26일 낮 1시

영등포 연흥극장 앞 데모 속에 있었다

일 나가지 않고

데모 속에 있었다


영등포 연흥극장 앞 데모 속에 있었다

일 나가지 않고

데모 속에 있었다


영등포연합의원에 실려와 눈감았다

여기저기 몽둥이자국

가슴팍 칼자국


스물일곱살이면 뭘 해

이제사 죽어 파리 들끓는 판잣집 지전(紙錢)도 없이 싹 벗어났다


임용학


쉰살은 넘은 듯

막일꾼인 듯


4월 26일 밤

세브란스병원에 실려온 주검

다른 주검의 가족들 울음소리로

덩달아 외롭지 않았다

며칠 뒤

누가 와서 임용학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었다


아직 그 주검 누가 찾아가지 않았다

시시한 무관심

시시한 관심

시시껄렁한 타인들이 이 세상 한쪽이었다


바람 왜 부노


김종진


문리고등공민학교 1학년

고학생

자취방에는

담요 한 장

왜간장 두홉들이 절반

양재기 하나

밥그릇은 있고

국그릇은 없다


4월 26일

중학생

고등학생 데모


문리고등공민학교를 대표해서

스물두살

늙은 1학년 야간학교 학생 김종진도 나아갔다


머리 관통상


그날 밤9시경 병원 임시 안치실 시신번호가 붙었다

18번 김종진


안정수


소년은 열여덟살

소년은 부모가 없다

소년은 학생이 아니다

소년은 다니는 공장도 없다 처음부터 빈털터리였다


동대문경찰서 앞에서 즉사

M1 소총 총탄이

소년의 빈털터리 생을 뚫었다


누가 찾아가지도 않는 주검


어쩌다 이 세상에 제 이름 하나 붙어 있었다

안정수


이한수


남대문 아래에 죽어 있더라

열아홉살

용산고 졸업하고

사범대 가려던

죽어 아무 말 없더라


쉬파리가

네 주검 알아보고 와 있더라


혁명이란 너의 죽음을 지나가는 행렬이더라


이기태의 애인


오늘도 기태씨가 걸었던 길을 걸었어요

경희대 벚나무길

정문 앞

제일다방에 가서

기태씨가 마시던

모닝커피를 시켜서 마셨어요

지금 이대통령은

하와이로 떠났어요


기태씨가 숨 거둔

수도의대부속병원에는

이제 혁명 사망자와 부상자 하나도 누워 있지 않아요


오늘도 나는 기태씨가 달려가던 길

종로5가

종로3가를

시내버스로 지나왔어요

이제 나는 4 · 19묘지에 가지 않을 거예요

이제 나는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예요 사랑하던 당신이여 안녕


강수영


사과꽃 졌다

경남고 3학년이

이 세상의 끝


할 수 없구나

네 시작은

다음 세상


이 세상의 행로는 네 시작도 끝도 바로 지워버렸다

개가 짖는 밤 이슥하구나


임종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 둘이 살고 있었다

그 오막살이

처마에는 참새 몇 마리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 오래 누워 있었다

어린 손자가

오릿길 약방에 가서 약 지어왔다

숨찬 손자


할아버지 전세중 손자 전대양


할아버지 약 지어갔어요

하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눈떠

이놈 대양아 약 지어갔어요가 아니라

약 지어왔어요라고 다시 말해라


할아버지 약 지어왔어요

하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음 진 모습 이미 숨졌다


오성원


1939년

경남 창원에서 첫울음 울다

1960년 3월 15일 그날

경남 마산에서 숨지다


살아 있을 때

국숫집 지나가면 국수가 먹고 싶었다 구름을 보면 구름이 되고 싶었다


한성여중 진명숙


한성여중 2학년 진명숙


   시간이 없는 관계로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위하는 길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모든 학우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가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어머니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요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하여주세요


열다섯살 소녀는 이 유서를 남기고

미아리고개 시위에 참가

총알을 맞고 쓰러졌다

얼굴 명중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피투성이 얼굴

눈도 코도 없어진 얼굴


갈치장수


하루 내내 갈치 쉰 마리 예순 마리 받아다

팔러 다니는 아낙

갈치 다라 이고

이 마을 저 마을 팔러 다니는 아낙


날 저물어 돌아가면


하루 내내 누웠다 앉았다 하던 사내

아이들 잠자기를 기다렸다가

지친 마누라 벌렁 눕혀

천상의 낙을 베푸누나


어흐

어흐

어흐


끝난 뒤

진땀 비지땀 알몸뚱이 이대로

사내 담배 빼앗아 연기 한 모금 뿜어내는 마누라


아이고 당신 없으면 나 못 살아


노점상 임태길 영감 썅영감


무허가 노점상

단속반이 납시는 날

오늘도 썅

아까부터 주전자에 담아온 막걸리

오로지 그것만이

이 세상의 벗이었다


재작년에

마누라

망우리 무덤으로 가고

오로지 막걸리 한 주전자

그것만이

이 세상의 벗


내일은 국군의 날이라 한다

아들은 빽 없어

강원도 화천 일선부대에 있다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