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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1. 13:43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95 천사의 시 - 조광호 그리고, 정호승 쓰다

 

지은이 조광호, 정호승

2007, 대교베델스만

 

 

시흥시대야도서관

SB016290

 

811.6

정95ㅊ

 

나의 일상 깊숙이 자리한 천사를 만나다!

 

내가 그린 천사는 이 세상에서 언제 어디선가 내가 만난 사람들이다. 꽃의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모습을 닮은 날개 달린 천사도 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수천수만의 사람들, 그들 가운데 나의 천사들은 때로는 눈부신 빛과 바람, 또 때로는 황홀한 설렘으로 내 곁에 엄연히 존재했다. 나의 일상 가운데 그들은 마치 날개를 단 천사처럼 예기치 않은 순간에, 눈부신 지혜와 아름다움으로 나를 찾아왓다. ___조광호(신부, 화가)

 

돌이켜보면 나의 어머니는 나의 '어머니라는 천사'였으며, 나의 아이들은 '나의 아이들이라는 천사'였으며, 나의 꽃과 새들도 모두 나의 '꽃과 새라는 천사'였다. 그동안 천사가 늘 나를 찾아왔으나 나에겐 천사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없었다. 그동안 천사를 늘 만나면서도 나는 그가 천사인 줄 알지 못했다. 이제 내 귀에는 나를 찾아오는 천사의 말소리가 들린다. 나를 향해 미소 짓는 천사의 미소가 보이고,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엄마 같은 천사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___정호승(시인)

 

조광호 신부와 정호승 시인이 만난 천사는 바로 당신입니다.

 

조광호

1947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다. 1977년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과 같은 대학원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 198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여러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드물게 재료와 장르를 넘나들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회화, 판화, 이콘화, 유리화, 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왔다. 지금은 인천가톨릭대학교 종교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작품

부산 남천성당 유리화, 서울 당산철교 외벽의 벽화, 서소문 현양탑

 

펴낸 책

《그대 문의 안과 밖에서》, 《얼굴》, 《ANGEL》, 《꽃과 별과 바람과 시》

 

정호승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제3회 소월시문학상, 제10회 동서문학상, 제12회 정지용문학상, 제11회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펴낸 책

시집 |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 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산문집 | 《정호승의 위안》, 《항아리》, 《연인》, 《비목어》

 

▲ 꽃 피는 날에 찾아오는 천사

 

이 세상에 꽃이 피는 건

죽어서도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세상에 사람이 태어나는 건

죽어서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꽃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녕 그렇지 않다면

왜 꽃이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왜 사람들이 가끔 꽃에 물을 주는가

 

▲ 십자가와 천사

 

천사의 얼굴은 십자가로 만들었다

눈은 십자가에 걸친 양팔로

코는 십자가에 축 늘어진 무릎으로

입술은 그대들을 용서하고 바라보던 지평선으로

턱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던 절벽으로

귀는 슬피 울던 새들의 날개로 만들어져

보라

아름답고 순수하다

 

▲ 추락한 천사

 

날기 위해서는 떨어져야 한다

떨어지기 위해서는 날아올라야 한다

날개는 날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기 위해서도 있다

추락할 때에 내 상승의 기쁨이 더 크듯이

절망할 때에 내 희망의 기쁨 또한 더 크다

 

▲  선으로 악을 이긴 천사

 

모든 인간은 다 천사다

모든 천사는 다 인간이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천사가 아니다

선이 없으면

천사도 다 인간이 아니다

 

▲ 꿈꾸는 천사

 

천사의 얼굴을 보고 싶으면

잠든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아라

꿈꾸는 천사의 얼굴에 어리는 미소를 보고 싶으면

잠든 아기의 배냇웃음을 고요히 들여다보아라

 

▲ 꽃과 사랑과 천사

 

붉은 꽃 한 송이 너에게 주마

푸른 꽃 한 다발 너에게 주마

피는 꽃이 아름다움도 너에게 주마

지는 꽃의 아름다움도 너에게 주마

꽃피는 곳에 사랑이 있고

사랑이 머무는 곳에 천사가 있다

 

▲ 하늘을 나는 천사

 

나는 가끔 초승달 위에 앉아

당신을 내려다볼 때가 잇다

나는 가끔 은하수 사이로 손을 내밀고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때까 있다

당신의 가난한 어깨에

기도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서

 

▲ 꽃 속에 잠든 바람 같은 천사

 

나는 꽃 속에 바람이다

나는 그 바람을 타고 가는 향기다

나는 그대의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그대의 일생을 휘감고 돈다

 

▲ 모세의 숲속에서 만난 천사

 

당신이 버림받은 곳에 내가 있다

당신이 버려진 곳에 내가 잇다

당신이 쓰러진 곳에 내가 있다

당신이 통곡하는 곳에 내가 있다

그리하여

당신의 미소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미소의 눈물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기쁨의 눈물 속에 내가 있다

당신의 평화의 기도 속에 내가 있다

 

▲ 말할 때와 침묵할 때의 천사

 

그 어떠한 죽음이 다가와도

말해야 할 때는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는 침묵해야 한다

목숨을 내어놓고 말할 때는 말의 향기가

죽음을 기다리며 침묵할 때는 침묵의 향기가

세상을 골고루 어루만질 때

내 온몸이 다 입이요

내 영혼이 다 혀다

 

▲ 여성의 가슴에서 태어난 천사

 

그대는 지금까지

내 이름을 잘 몰라

나를 그냥

엄마라고 부르더구나

"엄마!"

 

▲ 상처받은 천사

 

내 사랑도 때로는 산산조각 날 때가 있다

내 가슴도 때로는 산산조각 난 사랑의 파편을 안고

밤새워 피 흘리며

상처의 구석진 자리를 들여다보며

흐느낄 때가 있다

누구든 교만해지지 마라

교만은 사랑의 적이다

 

▲ 관세음(觀世音) 천사

 

천사는 관세음

이 세상 모든 소리를 듣지 않고

본다

당신의 절규

당신의 분노

당신의 욕망의

아름다울 수 없는 소리를

듣지 않고 본다

오늘 밤은

인간의 소리를 너무 많이 보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 풍선을 든 천사

 

엄마 천사가

아기천사에게

풍선을 사주었구나

천사들이 날개 대신

팽팽한 풍선을 들고

바람 따라 하늘로

날아가는구나

▲ 5월의 하늘 같은 천사

 

풀이 돋는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들이 피어난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 빈손의 천사

 

나 그대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으나

나 그대에게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네

나 아무것도 지닌 게 없으나

이미 모든 것을 다 지니고 있네

그대 단 한순간만이라도 그대를 놓을 수 있다면

그대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그대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할 텐데

 

▲ 봄날의 천사

 

진달래 핀

어느 봄날에

돌멩이 하나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돌멩이가 처음에는

참새 한 마리 가쁜 숨을 몰아쉬듯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더니

차차 시간이 지나자 잠이라도 든 듯

고른 숨을 내쉬었다

내가 봄햇살을 맞으며

천사 품에 안겨

숨을 쉬듯이

 

 

posted by 황영찬
2015. 11. 12. 16:09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94 림비 LIMBI 뇌에 숨겨진 행복의 열쇠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지음, 한윤진 옮김

2015, 엘도라도

 

 

대야도서관

SB103891

 

199.1

퀴57ㄹ

 

행복한 삶을 위한 인생백과사전!

전작 《단순하게 살아라》를 통해 ‘단순한 삶이 곧 행복한 인생’임을 전파해 온 저자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가 이번 책 『림비』에서 기존 메시지에 과학적 근거를 결합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행복 공식’을 들려준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우리의 ‘뇌’이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모든 감정을 컨트롤하는 ‘대뇌변연계(림빅 시스템)’다. 책은 대뇌변연계를 의인화 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림비’를 등장시켰다. 행복, 불행, 기쁨, 슬픔, 쾌락, 고통 등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대뇌변연계, 즉 림비의 작용이라고 말하며 림비를 이해하면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 머릿속 림비의 역할을 잘 이해함으로써 인생을 단순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 그것이 림비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해주면서 해결 방안을 제시해준다. 사물, 시간, 돈, 몸, 타인, 사랑, 행복, 죽음의 8가지 테마로 구성된 이 책은 대화, 설득, 인간관계, 의사결정, PT 등의 비즈니스에서 돈, 건강, 쇼핑, 정리, 연애 등의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삶의 거의 모든 주제를 담고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목사, 저술가, 강연가, 칼럼니스트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탄생시킨 캐릭터 ‘림비’를 통해 책의 내용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림비가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하고, 림비가 불행하면 우리도 불행하다. 행복에 이르는 열쇠는 바로 우리의 머릿속에 숨겨져 있다. 이제 림비와 함께 머릿속 행복을 깨우는 즐거운 여행을 떠나보자.

 

저자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Werner Tiki K?stenmacher는 몇 마디 수식어로는 모자랄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개신교 목사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 강연가, 일러스트레이터, 칼럼니스트다. 최근에는 TV 및 라디오 MC 그리고 배우로도 외연을 넓히면서 대중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동안 《단순하게 살아라》《단순하게 사랑하라》《다섯 손가락의 행복》《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100가지 이야기》 등 수십여 권의 책을 펴내면서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글쓰기와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로 전세계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해왔다. 2009년에는 독일 강사협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단순하게 살아라》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40개 국 언어로 번역ㆍ출간돼 국내에서만 50만 부, 전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이 책 《림비(LIMBI)》를 통해서 “단순한 삶이 곧 행복한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심화하는 동시에 과학적 사실과 결합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행복 공식’을 완성시켰다. 또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탄생시킨 캐릭터 ‘림비’를 통해 책의 내용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전달함으로써, 지금껏 자기계발 분야에서 그 누구도 보이지 못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옮긴이 한윤진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면서 독일어권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왜 이런게 궁금할까》《유언-역사를 움직인 157인의 마지막 한마디》《미친 기후를 이해하는 짧지만 충분한 보고서》《체인지 잇》《보어아웃》《돌고래처럼 기뻐하고 보노보처럼 사랑하라》《내 행복에 꼭 타인의 희생이 필요할까》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행복에 이르는 길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림비를 이루는 것들

  림비는 얼마나 빠를까?

림비의 화학실험상자

이 책에 관하여

 

1. 림비와 사물

여기를 정리해야 해

  트리플 코드

  거북이도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

좋은 것은 냄비에, 나쁜 것은 모이주머니로

  ★ 림비 모드

기회는 백지 상태로부터

  쓰레기로 좋은 걸 만든다고?

도와줘요, 안토니우스!

2. 림비와 시간

인생은 림비의 순간들

  집집마다 티키와 림비

종달새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

멍때리는 법

  뇌의 공회전

결정의 기술

기분 좋게 나눠 일하기

집중은 늘 진심을 다해

  ★ 림비 모드

활기차게 시작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바라지만

운전은 나의 삶

3. 림비와 돈


크림도 넣어주세요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돈 안 드는 부자 꿈

  ★ 림비 모드

꼼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숫자의 마법

행복 브레이커

  경제적 행복은 어디까지



4. 림비와 몸

마음이 원하는 것

맛있고 감칠맛 나는 나쁜 것

가뿐하게 살빼볼까?

보약이 되는 잠자기

계속 움직여, 계속

  헬스클럽이 필요 없는 신체 단련 비법

통증아, 오지 마!

  림비와 플라세보 효과

냄새를 기억해

  ★ 림비 모드

  기억에서 거의 사라진 향기

매너 있게 딱 한 잔

불 있나요?



5. 림비와 타인

너에게 닿기를

좀 더 감정을 담아서

말 한마디 없어도

  ★ 림비 모드

위험한 만남

아이가 이상해졌어요

배움은 즐거워

  림비의 방식으로 숫자 외우기

부탁할 때는 명사로

두렵지 않을 용기

  대뇌피질과 림비로 사고 예방하기

회의의 제왕

감동적인 PT였어요

6. 림비와 사랑

사랑은 뇌를 타고

사랑의 삼각형

짙은 구름 속에서 걸러낸 이별

  ★ 림비 모드

분노의 해피엔딩

  림비와 스트레스 호르몬

우리 정말 끝난 걸까

  림비의 이별 5단계

 

7. 림비와 행복

행복하려면 함께

  행복과 소명의식

기억의 왕국에서

  아주 오래된 평온의 순간들

인내의 힘

행복한 놀이

  ★ 림비 모드

괴짜가 좋아

행복의 다른 말

반항하는 림비

행복한 삶을 위한 림비의 기도



8. 림비와 죽음

정신이 만든 사막

신앙과 미신

종교와 유머

아름다운 마무리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

마지막 인사

  ★ 림비 모드

림비와 함께하는 삶

 

1 림비와 사물

 

 

★ 림비의 핵심 포인트 ★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림비의 시각으로부터 다시 한번 관찰해보자.

그때 여러분의 감정에 변덕(또는 주변의 변덕)이 느껴지면

살며시 미소 짓거나 큰 목소리로 소리 내어 웃어보자.

유머는 사람과 물질, 남자와 여자, 대뇌피질과 림비 등

여러 관계에서 평화롭고 질서 잡힌 체계를 구축해주는

왕도 역할을 해준다.

 

2 림비와 시간

 

 

★ 림비의 핵심 포인트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하고 있는 그 일에만 집중하자. 다가올 미래나

지나간 과거를 전혀 떠올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건 참

으로 멋진 일이다. 대뇌피질과 림비가 절대적인 공조 아래 함께 협력

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기도 하다. 이런 순간을 저명한 심리학자 미

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플로우(flow)'라고 부른다. 그러나 대뇌피

질 또는 림비 하나만으로는 이런 플로우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여러분의 행동이 일치하려면, 그렇게 될 때까지

계속 연습을 해야 한다.

인내심을 갖자는 얘기다.

 

3 림비와 돈

 

 

 

림비의 마법  -  숫자

 

0

'제로(0)'란 둥근 원형 모양의 완전한 수이면서도 동시에 공허하면서 무의미한 숫자다. 이 제로가 들어간 말로 '무관용(zero tolerance)'이란 것이 있는데 림비에게는 위협 이상의, 거기에 도달하면 모든 다이내믹한 삶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을 준다. 제로는 알파벳 O와 혼돈하기 쉽기 때문에 전후 문맥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돈일 경우 림비는 기가 막히게 제로와 O를 구분한다. 어쨌든 제로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1

숫자 '1'은 독일에서 최고의 점수다. 누군가를 인정할 때 "1점 받았네"라고 말하고, 우승자나 업계 리도 또는 베스트 셀러를 표현할 때 '넘버원(No. 1)'이라고 부른다. 독일 연방공화국 공영방송국 연합체(제1TV 방송) ARD는 커다란 숫자 1을 심벌로 사용해 업계 넘버원임을 강조한다. 림비는 1을 어딘가 외로운 숫자로 인식하기도 한다. 또한 1은 싱글이자, 단순하고 간결한 것을 상징한다.

 

2

숫자 '2'는 관계 또는 사랑의 개념으로 꼭 껴안아 주고 싶은 둘을 상징한다.둘로 나뉜 것은 선과 악, 흑과 백처럼 서로 극성을 띠기도 하지만 음과 양, 하늘과 땅, 시작과 끝처럼 함께 어우러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2는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2차원적이다. 림비에게는 분명 1보다 나은 숫자지만 2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3

숫자 '3'은 성부-성자-성령의 성삼위일체에서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으로 이뤄진 논리적 인생의 법칙에 이르기까지 영적이고 조화로운 것을 상징한다. 기하학에서는 많은 요소들의 근원이 삼각형의 합법성에, 대수학에서는 비례법칙에 있다고 본다. "좋은 것은 전부 3이다"라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속설도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세 가지일 때 가장 쉽게 눈에 띄고 잘 파악된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3이란 숫자는 프레젠테이션과 생활 규칙에서 일종의 황금률로 간주한다. 둘은 뭔가 부족하고 넷은 너무 과하다. 따라서 림비는 숫자 3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4

숫자 '4'도 성스러운 숫자지만 3보다는 그 의미가 더 오래됐다. 이 숫자의 의미는 고대로부터 내려온다. 가령 여호와를 의미하는 신성한 테트라그램(Tetragram) JHWH는 구약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이름이다. 4는 정방향을 나타내며, 실용적이고 그 안에서 영면을 취하는 그런 숫자다. 반면 동양에서는 이 숫자가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험하고 불행을 몰고 온다고 믿었다. 서양에서도 네 모서리가 있는 십자가는 죽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도이체방크의 로고나 아우디의 원의 개수처럼 4를 이용한 표식은 우월함으로 그 상징성을 뽐낸다. 어쨌든 림비는 숫자 4를 집처럼 아늑하게 느끼지는 못한다.

 

5

숫자 '5'는 다섯 손가락처럼 림비가 신뢰하는 숫자다. 인간과 유사한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로봇의 이름처럼 5는 살아 숨 쉰다. "까다롭지 않게 굴기(Alle Funfe gerade sein lassen, 숫자 5가 들어가는 독일어 숙어로, 해석하면 "까다롭지 않게 굴기"라는 뜻을 가짐 - 옮긴이)" 또한 아주 멋진 림비 법칙이다. 그만큼 림비는 숫자 5와 사이가 매우 좋다.

 

6

숫자 '6'은 영국에서만큼이나 독일에서도 풍자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복근 식스팩도 그렇고 주사위도 6면으로 12의 절반이다. 물론 6과 12을 바탕으로 하는 숫자의 마법도 있지만, 숫자가 6일 때 림비는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한다. 어쩌면 독일 최저로 낮은 점수인 6점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7

반면 숫자 '7'은 순수하게 마법의 숫자다. 영광스런 숫자 7은 7일로 이뤄진 1주일, 7일 째 하늘, 내가 아끼는 7가지 물건 등 항상 긍정적인 것을 상징한다. 숫자 7은 늘 광채를 뿜어내고, 림비는 그 빛에 취한다.

 

8

숫자 '8'도 매우 위대한 형태로, 무한을 향해 쭉 뻗어나가는 것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예전에 마케팅에서는 숫자 8을 "풍만한 시장 아줌마"로 표현하며 가격 책정을 하는 데 애용했다. 그래서 .99로 끝나서 성질나게 만드는 1센트 할인법이 등장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책값은 7.8유로, 19.8유로 식으로 붙여졌다. 숫자 8에는 무엇보다 비상사태를 알리는 기능이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는 "조심하세요!"라고 외친다. 독일어로 숫자 '8(acht)'과 '조심(achtung)'은 어원이 같다. 그 순간 놀란 림비는 아마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9

숫자 '9'는 99센트 가격에 사용되기 전까지는 꼭 저렴한 것만을 뜻하지는 않았다. 9는 10의 직전 숫자이지만 온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림비는 이 숫자를 회피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일종의 수학 퍼즐인 스도쿠(sudoku)의 숫자 9개로 골머리를 썩기 때문만은 아니다.

 

★ 림비의 핵심 포인트

 

자연의 기본 섭리는 '번창'이다. 모든 식물과 동물은 번식하고 성장하

고 증식해 더 널리 퍼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여러분의 림비도 신

경의 한 가닥 한 가닥까지 그 사실을 직관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여러

분이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지나칠 정도로 풍부한 상황

에서도 여러분의 림비는 쌓아둔 물질적인 비축량이 부족하지 않은지

늘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는

이미 소유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4 림비와 몸

 

 

★ 림비의 핵심 포인트

 

림비의 신체 표식을 적극 활용하자. 건강하게 먹기, 의식적으로 냄새 맡기,

미소 지으며 잠들기, 휴식 시간에 근육 움직이기, 감사한 마음으로 심장박동

소리 듣기…,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여러분 내면에 살고 있는

림비는 소박한 원시 동물로, 여러분이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행복해한다.

그러면 여러분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쌓이면

원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 충분한 힘이 쌓인다.

이상적인 몸무게, 가벼운 폐, 강한 심장,

깨끗한 간이 여러분의 것이다.

 

5 림비와 타인

 

 

 

★ 림비의 핵심 포인트 ★

 

'빈 공간 찾기'는 인생의 다방면에 적용된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좋지 못한

소식을 듣거나, 미디어에서 살인 같은 범죄 뉴스처럼 갑자기 충격적인 나쁜 소식을

접하면 여러분의 림비는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무엇보다 위험 예방이 림비가 맡은 핵심

임무이다보니 이런 부정적인 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여러분

머릿속의 이성인 대뇌피질의 힘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려고 하는 림비를

도울 수 있다. 림비에게 여태껏 얼마나 잘 참아왔는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위험을 극복해왔는지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자.

 

6 림비와 사랑

 

 

★ 림비의 핵심 포인트 ★

 

달콤한 사랑에 관한 장을 쓰디쓴 이혼이라는 주제로 끝맺게 되다니,

만약 바로 앞의 내용이 여러분에게 전혀 필요 없었다면 정말 축하한다.

여러분도 상대방과 스스로에게 고맙다고 생각하자. 이로써 여러분과

상대의 관계 속에서 감정 충만한 림비가 이성적인 대뇌피질과 협력해

서로의 결속력을 훨씬 더 견고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느꼈기 바란다.

두 림비가 부부(연인)라는 관계의 토대를 형성한다는 것을

늘 명심하자.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헤어져보든지,

헤어질 짝은 있는가?

미안, 농담이다.

 

7 림비와 행복

 

 

★ 림비의 핵심 포인트

 

스스로 괴로워하고 세상에 좌절하는 데는 수천 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여러분이 지닌 똑똑한 이성이 조금만 돕는다면 림비는 여러

분 안에서 과도한 생각과 오해로 꽉 막힌 구름을 걷어내고 자신의 힘

의 원천, 즉 인생의 순수한 행복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러므로 늘

자신을 믿고 때때로 여러분 머릿속에 살고 있는 이 작은 동물의

능력을 마음껏 활용하자.

 

8 림비와 죽음

 

 

 

 

 

 

posted by 황영찬
2015. 11. 6. 10:51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93 포옹 당신을 안고 내가 물든다

 

문태준 엮음

2008, 해토

 

 

시흥시립대야도서관

SB022861

 

811.6

문883ㅍ

 

차례

 

제1부 그 처음에 사랑이 사랑을 만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낮은 목소리 · 장석남

사랑에게 · 정호승

부부 · 함민복

여백 · 도종환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 복효근

뒤편 · 천양희

옆모습 · 안도현

반듯하다 · 박철

강릉, 7번 국도 · 김소연

심경 11 · 이창기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 이문재

새가 먹고 벌레가 먹고 사람이 먹고 · 하종오

신생아 2 · 김기택

얼음나라 체류기 · 유홍준

 

제2부 기다림이라는 말의 대륙이여

 

소금인형 · 류시화

14K · 이시영

물을 뜨는 손 · 정끝별

종소리 · 서정춘

장도열차 · 이병률

두고 온 소반 · 이홍섭

첫눈 · 정양

오  리 · 우대식

그림자 · 최승호

의문 · 유승도

사랑이 올 때 · 신현림

옛날 국수 가게 · 정진규

나도 왕년에는 · 강연호

가는 길 · 허형만

손 털기 전 · 황동규

오리 한 줄 · 신현정

소사 가는 길, 잠시 · 신용목

이 시대의 변죽 · 배한봉

 

제3부 따뜻하고 넉넉하고 느슨하게

 

흑명 · 고재종

그랬다지요 · 김용택

산머루 · 고형렬

각축 · 문인수

문병 가서 · 유안진

슬픈 국 · 김영승

얼음 호수 · 손세실리아

대추 한 알 · 장석주

주인여자 · 윤제림

신혼 · 장철문

살가죽구두 · 손택수

양파 · 조정권

자주 한 생각 · 이기철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빗방울 셋이 · 강은교

비스듬히 · 정현종

게 · 권대웅

봄의 금기 사항 · 신달자

부자서신 · 고운기

누가 주인인가 · 홍신선

 

제4부 나는 수선화 핀 것을 보았네

 

쌀 · 정일근

동지 다음 날 · 전동균

톡  톡 · 류인서

허공장경 · 김사인

집 · 김명인

학생부군과의 밥상 · 박남준

뒷짐 · 이정록

내가 천사를 낳았다 · 이선영

화남풍경 · 박판식

군불 때는 저녁 · 김창균

있는 힘을 다해 · 이상국

섬들이 놀다 · 장대송

섬 · 고찬규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 나희덕

내린천을 지나 · 최하림

산수유나무의 농사 · 문태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이문재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도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일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물을 뜨는 손

정끝별

 

물만 보면

담가보다 어루만져보다

기어이 두 손을 모아 뜨고 싶어지는 손

 

무엇엔가 홀려 있곤 하던 친구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북한산 계곡 물을 보며

사랑도 이런 거야, 한다

 

물이 손바닥에 잠시 모였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물이 고였던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머물렀다

빠져나가는 순간 불붙는 것들의 힘

 

어떤 간절한 손바닥도

지나고 나면 다 새어 나가는 것이라고

무연히 떨고 있는 물비늘들

 

두 손 모아 떠본 적 언제였던가

 

오리 한 줄

신현정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末端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산머루

고형렬

 

강원도 부론면 어디쯤 멀리 가서

서울의 미운 사람들이 그리워졌으면.

옛날 서울을 처음 올 때처럼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 이름들

어느새 이렇게 미워지고 늙었다.

다시 진부 어디쯤 멀리 떨어져 살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싶게

시기와 욕심조차 아름다워졌으면.

가뭄 끝에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서울 어느 밤의 특설령처럼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 되었으면.

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

 

부자서신父子書信

고운기

 

   - 마흔 중반의 아들이 여든 가까운 아버지에게서 받은 편지의 일부분을 들려주었다. 내게도 느낌이 없을 수 없어 몇 자 적는다.

 

바다 가까운 마을에 사는 아버지는

아들의 머리맡에 아직도 바다를 두고 있다

가슴으로 앓았던

바다의 생리生理와, 부서지고 되돌아가는 파도와, 수평선에서 넘치지 않는 수위水位와

그래서 머리에 담겨진 바래지 않는 기억

 

사막에서 별을 헤는 아들의 편지는 끊겼다

 

답신 없는 편지가 몇 번이고 바닷물을 퍼다 날랐다

우편배달부의 가방이 하냥 물에 젖는다

바다가 그랬듯이

언젠가 사막이

사막의 모래가 그 가방을 채울지도 모른다.

 

정일근

 

서울은 나에게 쌀을 발음해보세요, 하고 까르르 웃는다

또 살을 발음해보세요, 하고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나에게는 쌀이 살이고 살이 쌀인데 서울은 웃는다

쌀이 열리는 쌀나무가 있는 줄만 알고 자란 그 서울이

농사짓는 일을 하늘의 일로 알고 살아온 우리의 농사가

쌀 한 톨 제 살점같이 귀중히 여겨온 줄 알지 못하고

제 몸의 살이 그 쌀로 만들어지는 줄도 모르고

그래서 쌀과 살이 동음동의어라는 비밀 까마득히 모른 채

서울은 웃는다

 

고찬규

 

섬을 섬이게 하는 바다와

바다를 바다이게 하는 섬은

서로를 서로이게 하는

어떤 말도 주고받지 않고

천 년을 천 년이라 생각지도 않고

 

 

 

posted by 황영찬
2015. 10. 29. 12:49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92 내시와 궁녀 제왕의 그림자

 

박상진 지음

2005, 가람기획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5874

 

911

박526내

 

갈밭마을(노전) 젊은 아낙 울음 그치지 못해 | 현문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네 | 전쟁에 나간 남편 못 돌아오는 일 있어도 | 스스로 남근 잘랐단 말 들어보지 못했네 | 시아버지 상에 소복 입고 갓난 아이 배냇물도 안 말랐거늘 | 조자손 삼대의 이름 군적에 올라있다오 | 관아에 호소하려니 범 같은 문지기 가로막고 | 이정은 호통치며 마굿간의 소를 빼았아갔네 | 칼 갈아 방에 드니 자리엔 선혈이 가득 | 아이 낳아 환란 만난 것 한스러워 한 일이네 | 잠실蠶室에서 궁형宮刑한 일 어찌 죄가 있어서랴 | 민뙤 지방의 자식 거세한 일 또한 슬픈 일일세 | 아들 딸 낳고 사는 것 하늘이 정한 이치기에 |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네 | 말 · 돼지 거세하는 것도 슬픈 일이거늘 | 하물며 백성들이야 말해 무엇하리오? | 부호들 해가 가도록 풍악만 울리면서 | 쌀 한 톨 베 한 치 세금내는 일 없으니 | 다 같은 백성인데 어찌 이리도 불공평한가 | 객창에서 두 번 세 번 시구편욘鸠篇을 읊어보네 |

우리 나라 내시와 궁녀만을 다룬 최초의 책

구중궁궐에서 요조숙녀를 생각하여 | 만리 밖에서 미인을 뽑는다 | 적불은 멀리 행하고 | 제잠은 점점 아득하여진다 | 부모를 하직하니 말이 끝나기 어렵고, | 눈물을 참자니 씻으면 도로 떨어진다. | 슬프고 섭섭하게 서로 떠나는 곳에 | 여러 산들이 꿈속에 들어와 푸르도다. |

 

조선사화사 총서 23

 

북한산에 우리 나라 최대의 내시묘가 있다.

여의도 샛강에 내시를 양산하던 시술소가 있었다.

궁녀들은 나라에 가뭄이 들기를 학수고대했다.

 

왕의 수족 역할을 했던 것이 내시와 궁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들의 세계는 제대로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절대적인 자료의 빈곤 속에서도 순수한 우리 나라 내시 · 궁녀 관련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의 내시 · 궁녀는 자료가 풍부했지만 이 작업에서는 제외하기로 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분의 향토사학자의 증언과 100여 종의 방대한 문헌, 약 2년간에 걸친 자료수집과 분석작업, 집필기간이 소요되었다. 필자는 내시 · 궁녀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전달과 아울러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책을 볼 수 있도록 여러 관련 사진과 소설형식을 구사한 많은 에피소드를 수록했다.

- 머리말에서

 

지은이 ●  박상진

1963년 예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한국철학(문학석사)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한국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서울시 사료조사 위원, 은평향토사학회 부회장, 사 · 법 서울문화사학회 회원으로 있으며, 꾸준히 우리 역사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짝짓기로 배우는 세계사》와 《한국의 로맨스》《에피소드로 본 한국사》《베일 속의 한국사》등이 있고, 역서로는《평성부원군 충렬공실기》《한성주보》《조선조 영의정 박원종 연구》등이 있다.

 

차례 | 제1편 왕의 남자 내시

머리말 


제1장 내시의 유래

제2장 삼국시대의 내시

제3장 고려시대의 내시

제4장 조선시대의 내시

제5장 일화

고려시대  행랑만 200여 칸의집에 산 정함 | 구리 부처 40개와 관음 보살 화상 40장을 만들게 한 백선연 | 사나운 아내로 인해 스스로 고자가 된 최세연 | 충선왕을 귀양 보낸 임빠이앤투그스 | 원나라 왕과 승상도 달려가 절한 고용보 | 왕과 얼굴이 닮아 대신 죽은 안도적 | 4,000묘의 토지를 소유한 방신우

 

조선시대  전하, 처용무를 중지하소서! - 김처선 | 고국을 향한 충정 - 윤봉 | 임금의 필법을 흉내낸 이봉정 | 연산군을 주색에 빠지게 한 김자원 | 유전을 답사한 내시 이효지 | 양반을 모함한 두 내시 | 세자빈을 사랑한 내시 | 고자 검사에 걸려 처형된 내시 |신분을 속이고 무과에 급제한 내시 | 과거 급제를 위해 환관의 아내를 찾는 사람들 | 자신의 시녀를 선비와 자게 한 내시 | 남편을 속인 내시 아애 | 목매어 자살한 내시 아내 | 바람난 내시 아내 |

제6장 내시의 가정 생활

내시의 거주지역 | 내시의 가족 | 문중 행사

제7장 내시 묘지

북한산 내시 묘역 | 쌍문동 곱산 내시 묘 | 매봉산 승극철 부부 묘 | 양주 효촌리 묘역 | 기타 내시 묘

 

제2편 왕의 여자 궁녀


제1장 궁녀의 역사

궁녀의 유래 | 궁녀의 선발과 입궁 과정 | 구중궁궐 속으로! | 이제는 나도 어엿한 궁녀 | 나도 상궁이 되었으면 | 출궁과 죽음 | 궁중문학과 양산자들 | 궁녀들의 성생활

 
제2장 일화

삼국시대  질투의 종말 - 관나 부인 | 기이한 인연으로 맺어진 주통촌녀

고려시대  원나라 조정을 뒤흔든 기황후

조선시대  조선을 건너온 명나라 궁녀 |명나라 궁궐의 조선 여인들 | 명나라로 간 두 처녀의 기막힌 운명 | 공신부인의 애환 | 의순공주의 애련 | 폐위된 광해군을 동경한 한보향 | 궁궐에서 쫓겨난 조상궁 | 무수리에서 빈으로 - 숙빈 최씨 | 인종의 목숨을 구한 김순아 | 쫓겨난 광해군을 박대한 궁녀| 일본의 조선인 궁녀 막센시아 | 신유교난의 성녀 문영인 

역대 왕실 세계표

참고문헌

 

| 제1편 |  왕의 남자 내시

 

갈밭마을(노전) 젊은 아낙 울음 그치지 못해

현문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네

전쟁에 나간 남편 못 돌아오는 일 있어도

스스로 남근 잘랐단 말 들어보지 못했네

시아버지 상에 소복 입고 갓난 아이 배냇물도 안 말랐거늘

조자손 삼대의 이름 군적에 올라있다오

관아에 호소하려니 범 같은 문지기 가로막고

이정은 호통치며 마굿간의 소를 빼았아갔네

 

 갈아 방에 드니 자리엔 선혈이 가득

아이 낳아 환란 만난 것 한스러워 한 일이네

잠실蠶室에서 궁형宮刑한 일 어찌 죄가 있어서랴

민뙤 지방의 자식 거세한 일 또한 슬픈 일일세

아들 딸 낳고 사는 것 하늘이 정한 이치기에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네

· 돼지 거세하는 것도 슬픈 일이거늘

하물며 백성들이야 말해 무엇하리오?

부호들 해가 가도록 풍악만 울리면서

쌀 한 톨 베 한 치 세금내는 일 없으니

다 같은 백성인데 어찌 이리도 불공평한가

객창에서 두 번 세 번 시구편욘鸠篇을 읊어보네

 

- 탐관오리의 횡포에 맞서 자신의 남근을 절단했다는 어느 백성의 슬픈 이야기를 듣고 정약용이 읊은 시

《다시시문집》에 실린 <애절양> 번역문

영조비 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 반차도 속의 내시 행차 모습.

은왕조의 내시 상형문자.

국내 유일의 내시 족보인 《양세계보》 서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고조 58 50 304'

내시 출신으로 무관벼슬에 오른 조순 유허비.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68호.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검암리 소재.

처용무. 중요무형문화재 39호.

연산군시대 금표비. 고양시 문화재자료 88호.

연산군 묘. 사적 362호. 도봉구 방학동 소재.

김병호 고가(구한말 내시의 집). 시도 민속자료 5호. 양평균 용문면 오촌리 181번지 소재.

연산군의 모친 폐비 윤씨의 회묘 전경. 숙의에서 왕비로 승격되었다가 폐비되었다. 고양시 삼송동 서삼릉 경내 미공개 지역.

삼일유가 모습.

운당여관. 구한말 내시가 살던 집으로 과거 바둑대회로 유명했던 곳이다. 현재 서울 영화촬영소로 옮겨져 사극 영화 세트로 사용되고 있다.

청도 임당리 김씨 고택. 400년간 내려온 내시 집으로 7동 중 안채의 모습이다. 2005년 1월 31일 중요민속자료 제245호로 지정되었다. 경상북도 청도군 금천면 임당리 631 소재.

철종조에 경릉(헌종릉) 시릉관을 지낸 송회영의 신도비. 남양주시 수동면 입석리 소재.

국내 유일의 내시 족보인 《양세계보》.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고조 58 50 304'

북한산 내시 묘역. 은평구 진관내동 중골마을 백화사 뒤편.

북한산 내시 묘 중 상선 김충영의 묘표. 1715년(숙종 41)에 세운 비.

쌍문동 내시 묘 근경. 묘표는 없으며, 거대한 상석으로 그 위세를 가늠할 수 있다.

내시부 상세 승극철 부부 묘. 노원구 월계 2동 매봉산 정상 소재.

세조조 좌익 · 정난공신 판내시부사 전균 부부 묘역.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 소재.

 

| 제2편 | 왕의 여자 궁녀

구중궁궐에서 요조숙녀를 생각하여

만리 밖에서 미인을 뽑는다.

적불은 멀리 행하고

제잠은 점점 아득하여진다.

부모를 하직하니 말이 끝나기 어렵고,

눈물을 참자니 씻으면 도로 떨어진다.

슬프고 섭섭하게 서로 떠나는 곳에

여러 산들이 꿈속에 들어와 푸르도다.

 

- 태종 8년(1408) 명나라로 공녀들을 데려가던 길창군吉昌君 권근權近이 그들의슬픔을 달래주고자 지은 시에서

 

삼천궁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낙화암 전경.

백마강 백화정.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산 4번지 소재.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은 삼천궁녀의 원혼을 추모하기 위해 1929년에 지은 정자.

구한말 상궁 모습.

장희빈의 묘.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서오릉 내.

상궁 김해김씨 묘. 은평구 진관외동 폭포동 마을 뒷산.

임상궁 묘비. 서울시 은평구 진관외동 제각말.

성장을 한 최송설당의 생전 모습.

굴씨 묘. 고양시 덕양구 대자2동 간촌 마을 일풍군 탄의 묘 맞은편에 위치.

광해군 때 상궁이 입던 자주색 저고리(중요민속자료 3-4호). 합천 해인사 소장.

청암사 보광전(문화재 자료 288호). 경상북도 김천시 중산면 평촌리 685. 이곳 보광전은 숙종비 인현왕후가 폐비되자, 복위를 세운 것. 왕후는 이곳 극락전에 은거했다.

숙빈 최씨의 소령원(사적 358호).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267번지.

왕을 낳은 7명의 후궁을 모신 칠궁. 종로구 궁정동 소재.

여들을  |

 

 

 

posted by 황영찬
2015. 10. 23. 13:54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91 강은교의 시에 전화하기

 

강은교 지음

2005, 문학세계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5218

 

811.6

강6719시

 

토요일에 읽는 시

 

시는 확실히 삶에서 온다. 그 삶에서 온 이미지가 시인에게 포착되는 순간
보다 선명한 하나의 언어의 그림이 되어 우리에게 제시되는 것이다.
시인은 그 그림을 자연스레 우리들의 삶에 대입한다.
삶에서 온 그 그림에 또하나의 삶이 안겨드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시는 안는 시이다. 시의 언어에 삶의 한 얼굴을 껴안는 시이다.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우리의 갈 수도 있고 안갈 수도 있는 길......
내일은 언제나 월요일이다.

시적 인식의 순간의 공간, 우리는 우리의 존재가 별로 가득 차는 것을 본다.
당신을 결코 사라지는 별이 아니다. 다시 뜨는 저 구름 뒤에 있는 별이다. 부재하므로 존재하는 얼
굴들. 시에는 분명 '그런 것'이 있다. 그런 상상의 내밀한 커튼이.
그 커튼이 있으므로 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류類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시적 인식의 순간, 당신도 당신의 사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이 토요일,

잎 넓은 저녁으로 가는 따뜻한 희망 한 송이들이다.

한 편의 시에는 예언자적 기능도 있고,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기능도 있고, 고단한

인생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기능도 있어, 우리에게 자꾸 시를 읽고 싶게 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우리의 혼탁해진 정신을 깨끗하게 해주는 시 치료적인 기능도 한다.

시를 읽으면서 새삼 인생을, 마음의 결의를 담아오라.

그 시, 짧은 몇 구절엔 시인의 마음의 결의가 담겨 있으니,

그리고 그동안 닳아져 버린 마음의 배터리들을 충전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셋방에서도 깊은 연못을 보는 사람, 사소함 속에서도 깊은 상상력을 펴는 사람.

그래서 혼자 있으면서 '도통'하려는 것이 아니라, 호젓한 산 속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려 하는 사람-그 사람이 시인이다. 그것은 돈 안 드는 '상상'이라는 꿈을

꿀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시인은 꿈꾸는 리얼리스트이다. 시 읽는 이도 그렇다.

시 한 편 읽으면서 꿈꾸자. 꿈꾸는 리얼리스트가 되자.

짧은 시 한 편 무심히 읽는 순간, 그러나 그 시의 주인공, 꽃은 이 세계의

투명한 뼈대가 된다. 그 푸른 줄기 위에 모든 산 것들의 사회는 서 있다.

지는 것을 고민하는 사회는 서 있다.

세계는 간다. 지는 꽃과 피는 꽃 사잇길로.

 

강은교

1945년 함남 홍원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성장함.

연세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시집 『시간은 주머니에 별 하나 넣고 다녔다』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어느 별 위에서의 하루』

『벽 속의 편지』 『소리집』 『빈자일기』 『풀잎』

『허무집』 육필시집 『가장 큰 하늘은 그대 등뒤에 있다』

100인 시선 『그대는 깊디깊은 강』 등.

시창작론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산문집 『사랑법-그 담쟁이가 말했다』 『허무수첩』

『잠들면서 참으로 잠들지 못하면서』 『그물 사이로』

『추억제』 등.

번역서 『예언자』 『소로우의 노래』 외에 동화 등이 있음.

현재 동아대학교 문창과 교수.

 

토요일에 읽는 시 * 차례

 

시에 전화하기

 

☎ 시에 전화하기___1월 첫째주  고정희  성스러운 밥그릇

☎ 시에 전화하기___1월 둘째주  윤중호 시는 어디 있는가

☎ 시에 전화하기___1월 셋째주  이경림 껴안기

☎ 시에 전화하기___1월 넷째주  천양희 단추의 말

☎ 시에 전화하기___2월 첫째주  김완하 새벽이 없으니까 새벽을 본다

☎ 시에 전화하기___2월 둘째주  이영식 북어 한 토막

☎ 시에 전화하기___2월 셋째주  손택수 김치국물의 깨우기

☎ 시에 전화하기___2월 넷째주  최영철 가끔 떠나고 싶다

☎ 시에 전화하기___3월 첫째주  최승자 숨가쁜 언어

☎ 시에 전화하기___3월 둘째주  박정만 언어의 꽃초롱에 얹힌 불빛

☎ 시에 전화하기___3월 셋째주  이희중 가위의 입술

☎ 시에 전화하기___3월 넷째주  이기철 희망 한 송이들

☎ 시에 전화하기___4월 첫째주  최정례 꽃구경

☎ 시에 전화하기___4월 둘째주  복효근 상처의 연속화

☎ 시에 전화하기___4월 셋째주  김정환 참, 큰 계란

☎ 시에 전화하기___4월 넷째주  김용택 언어의 화가

☎ 시에 전화하기___5월 첫째주  오장환 가끔 떠나는 것들을 배웅해 보시오

☎ 시에 전화하기___5월 둘째주  나태주 허공에 기대다

☎ 시에 전화하기___5월 셋째주  김광섭 별의 눈썹들

☎ 시에 전화하기___5월 넷째주  이수익 눈부신 그늘

☎ 시에 전화하기___6월 첫째주  임영조 다면형 시각의 비누

☎ 시에 전화하기___6월 둘째주  김광규 '낙'가 '너'가 되는 기적의 순간

☎ 시에 전화하기___6월 셋째주  정복여 꿈꾸는 리얼리스트

☎ 시에 전화하기___6월 넷째주  김종해 시인만의 고독

☎ 시에 전화하기___7월 첫째주  이육사 꿈의 혈관

☎ 시에 전화하기___7월 둘째주  문병란 은빛 소리

☎ 시에 전화하기___7월 셋째주  정일근 생각의 틀

☎ 시에 전화하기___7월 넷째주  김준태 바보 같은 질문

☎ 시에 전화하기___8월 첫째주  김기택 삶의 해답, 누운 혀

☎ 시에 전화하기___8월 둘째주  이준관 눈의 확장

☎ 시에 전화하기___8월 셋째주  오세영 지혜의 바람

☎ 시에 전화하기___8월 넷째주  이홍섭 당나귀 푸른 눈망울

☎ 시에 전화하기___9월 첫째주  이정록 포도송이가 걸어오는 소리

☎ 시에 전화하기___9월 둘째주  함민복 쌀과 시

☎ 시에 전화하기___9월 셋째주  최영미 지는 꽃 피는 꽃 사잇길로

☎ 시에 전화하기___9월 넷째주  이하석 못의 이야기 듣기

☎ 시에 전화하기___10월 첫째주  이성부 내일은 언제나 월요일

☎ 시에 전화하기___10월 둘째주  이성선 갑자기 절하며

☎ 시에 전화하기___10월 셋째주  황지우 정신의 순간적 운동장

☎ 시에 전화하기___10월 넷째주  곽재구 희망을 학습시켜 주는 시

☎ 시에 전화하기___11월 첫째주  노향림 닿을 수 없는 하늘가

☎ 시에 전화하기___11월 둘째주  이규리 모든 암호의 운명은 풀어지는 것이다

☎ 시에 전화하기___11월 셋째주  나희덕 작고-적게, 크게-많이 말하자

☎ 시에 전화하기___11월 넷째주  김혜순 매월 마지막 토요일

☎ 시에 전화하기___12월 첫째주  전다형 가시의 아름다움

☎ 시에 전화하기___12월 둘째주  이대흠 보편성의 새우깡

☎ 시에 전화하기___12월 셋째주  이윤택 변신의 연기들

☎ 시에 전화하기___12월 넷째주  이해인 당신의 마음표는?

 

詩人 시인에게 전화하기

☎ 질문과 대답 중에서

곽재구 김광규 김기택 김완하 김용택 김종해 김준태 김혜순 나태주 나희덕 노향림 문병란 복효근 손택수 오세영 윤중호 이경림 이규리 이기철 이대흠 이성부 이수익 이정록 이준관 이하석 이해인 이희중 전다형 정복여 정일근 천양희 최영미 최영철 최정례 함민복 황지우

 

임영조

이 시대의 희한한 성자聖者

친수성 체질인 그는

성품이 워낙 미끄럽고 쾌활해

누구와도 군말없이 친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온몸을 풀어 우리 죄를 사하듯

더러운 손을 씻어 주었다.

밖에서 묻혀오는 온갖 불순을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었다.

 

그는 성역聖職도 잊고 거리로 나와

냄새 나는 주인을 성토하거나

얼룩진 과거를 청산하라고

외치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들의 가장 부끄러운 곳

숨겨온 약점을 말없이 닦아 줄 뿐

비밀은 결코 발설하지 않았다.

 

살면 살수록 때가 타는 세상에

뒤끝이 깨끗한 소모消耗는

언제나 아름답고 아쉽듯

헌신적인 보혈로 생을 마치는

이 시대의 희한한 성자聖者,

 

나는 오늘

그에게 안수按手를 받듯

손발을 씻고 세수를 하고

속죄를 하는 기분으로 몸을 씻었다.

- 임영조 「비누」

 

정복여

 

내가 세들어 사는 이곳에 아주 오래된 연못 하나 있었다

계약서에는 없던 무수한 물방울들이 처음 발을 들여놓자

사각의 방 모서리를 허물며 둥글게 안으로 흘러들었다

내 호흡의 울림으로 연못은 여러 개의 둥근 원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둥글게 흔들린 물방울들이 놀라 서로의 몸을 바라보면

그 빛에 잠을 깬 물개암 나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수면 위에는 오래된 연잎이 몇몇 모여 아직 오지 않은

꽃을 기다린다고 말하였다

몸 기울여 연잎의 깊은 뿌리를 들여다보았을 때

그곳에 나 이전의 어떤 빛이 나를 보고 있었다

흰 달의 그림자 같기도 한 그 빛은 내게

무슨 말을 하는 듯

못의 한가운데에 솟은 작은 산 하나 보여주었다

산은 연못보다 더 오래된 깊이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사자처럼 생긴 바위는 연잎의 뿌리에 닿아

그 뿌리에 사는 빛의 그림자를 안고 있었다

나는 그 바위 아래서 잠이 들었다

내가 눕자 연못도 함께 누웠다

그러곤 보일 듯 말 듯한 바닥을 내게 주었다

그 이후 나는 날마다 내 열쇠 하나로

어떻게 이 연못을 잠가두고 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였다

- 정복여 「깊은 방」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말,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 김종해 「바람부는 날」

 

김기택

 

수박을 우적우적 씹어삼키고 난 그의 입에서

대여섯 개의 수박씨가 차례로 튀어나왔다.

벙어리장갑처럼 뭉툭한 혀는

이빨 사이에서 힘차게 으깨지는 수박 속에서

정확하게 씨를 골라내고 있었던 것이다.

수박을 먹으며 그는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그가 수박씨 다음으로 내뱉는 말들이

수박 파편들을 피해가며 정확한 발음을 내도록

혀는 쉴새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 작은 입으로 갈비와 맥주와 냉면이 들어가고

수박까지 남김없이 다 들어간 것은

입구멍 안에 어둡게 숨어 있는 혀 탓일 것이다.

먹을 만큼 먹어 더 먹을 마음이 없어진 혀는

수고했다고 등 두드려주는 두툼한 손바닥처럼

이와 입술을 오랫동안 정성껏 핥아주었다.

실컷 먹고 마시고 떠들고 난 그는

개고기 끝내주는 집이 있는데 다음엔 거기 가자고

차만 안 막히면 한 시간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중복 점심에는 다른 약속 하지 말라고

혀로 입맛을 다시며 내게 다짐을 받아두었다.

- 김기택 「혀」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 오세영 「바닷가에서」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익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종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 곽재구 「은행나무」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 나희덕 「천장호에서」

 

이해인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물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맑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 이해인 「빨래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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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6. 13:15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89 열하일기 3

 

박지원 지음 | 김혈조 옮김

2013, 돌베개

 

 

대야도서관

SB100895

 

816.5

박78ㅇ  3

 

새 번역 완역 결정판

 

이날 나는 홍려시 소경少卿인 조광련과 의자를 나란히 하고 앉아서 요술을 구경했다. 내가 그에게 "눈을 달고 잇으면서도 시비를 분변하지 못하고, 참과 거짓을 살피지 못한다면 눈이 없다고 해도 옳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항시 요술쟁이에게 현혹되는 것을 보면, 이는 눈이 함부로 허망하게 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보려고 하는 것이 도리어 탈이 된 것입니다" 하자 조광련이 "아무리 요술을 잘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장님을 현혹시킬 수 없으니, 눈이라는 게 과연 고정불변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다.

 

생김새가 사뭇 다르고 옷차림이 다른 사방의 외국인들, 칼과 불을 입으로 삼키는 요술쟁이들, 라마불교와 그 승려 반선班禪, 난장이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비록 괴상망측하게 생긴 사람들이지만, 『장자』에서 말하는 도깨비나 물귀신과 같은 그런 부류는 아니다. 『열하일기』 안에는 진기한 새나 짐승, 아름답고 특이한 나무에 대해서도 그 생긴 모습과 특징을 완벽하게 묘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등 길이가 천 리가 되는 새, 8천 년 묵은 신령한 참죽나무 등과 같은 『장자』의 황당한 과장이나 거짓말을 어찌 이야기했으랴!

이제야 알겠다! 장자가 지은 외전外傳에는 실제도 있고 거짓도 있지만, 연암씨가 지은 외전에는 실제만 있고 거짓이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언을 겸하면서도 끝내 이치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귀결시킨 방법은 서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

 

중국의 노래나 가요에 관한 것, 풍습에 관한 기록도 사실은 나라의 치란에 관련된 것들이고, 성곽과 궁실에 대한 묘사라든지, 농사짓고 목축하며 도자기 굽고 쇠를 다루는 것들에 대한 내용은, 그 일체가 기구를 과학적으로 편리하게 사용하여 민생을 두텁게 하자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길이 되는 내용으로서, 모두 『열하일기』 안에 들어 잇다. 그리하여 『열하일기』라는 책은 글을 써서 교훈을 남기려는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되었다.

- 유득공의 '머리말' 중에서

 

지은이 박지원朴趾源(1737~1805)

조선 후기의 저명한 문학가이고 실학파 학자로, 자는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이다. 명문 양반가 출신으로 약관의 나이에 문명을 떨침으로서 장래 나라의 문운文運을 잡을 인물로 촉망을 받았다. 그러나 타락한 정치 현실과 속물적 사회 풍기를 혐오하여 과거 시험을 통한 출세를 진작 포기하고, 창조적 글쓰기와 학문에 몰두하였다. 재야의 양심적 지식인으로서 당파와 신분을 초월하여 인간관계를 형성하였으며, 특히 선비 곧 지식인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일생 동안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였다. 그의 산문은 중세적 사유의식을 떨쳐버리는 참신한 작품이 대부분으로, 그를 민족문학사의 최고의 경지에 끌어올렸다. 특히 44세에(1780년) 중국을 여행하고 지은 『열하일기』는 당시 문단에 큰 영향력을 끼쳤을 뿐 아니라, 민족과 세계의 고전에 값하는 기념비적 저술이 되었다. 50세에 음직으로 벼슬에 나아가 이후 안의현감, 면천군수, 양양부사 등을 역임하며, 주체적 벼슬아치 혹은 부모 같은 목민관으로서의 훌륭한 치적을 남겼다. 문집 『연암집』을 남겼는바, 주옥과 같은 시와 산문, 『열하일기』, 『과농소초』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옮긴이 김혈조金血祚

1954년 경북 선산에서 출생하였다. 성균관대 한문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한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이래 영남대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며 공부하고 있다. 한국한문학의 산문 문학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으며, 특히 연암 박지원의 산문 문학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연암의 산문 작품을 연구한 『박지원의 산문문학』이라는 저서와, 산문을 가려 뽑아 번역한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라는 역서가 있다. 연암체의 성립과 정조의 문체반정이라는 논문 이외에 연암의 문학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요술놀이 이야기 환희기幻戱記

■ 머리말 「환희기서」

 

피서산장에서 쓴 시화 피서록避署綠

■ 머리말 「피서록서」

 

장성 밖에서 들은 신기한 이야기 구외이문口外異聞

■ 반양 ◎ 알록달록한 매와 푸른 날개의 나비 ◎ 고려주 ◎ 숭정 연간의 재상 ◎ 재상 이상아와 서혁덕 ◎ 왕진의 무덤 ◎ 조조의 수중 무덤 ◎ 위충현 ◎ 양귀비 사당 ◎ 『초사』 ◎ 고라니 뿔이 빠지는 달 ◎ 네덜란드 사슴 ◎ 타조 알 ◎ 참선에 든 중 ◎ 비공식 보고서, 별단 ◎ 돌도 붙이는 등나무 즙 ◎ 조라치 ◎ 원나라 천자의 이름 ◎ 중국 남방 언어 ◎ '리' · '등'이라는 중국 발음 ◎ 설날 아침의 일식 ◎ 승덕 주변의 여섯 지역 ◎ 삼학사가 살신성인한 날짜 ◎ 지금의 중국 명사들 ◎ 명련의 아들이 왕으로 봉해지다 ◎ 고아마홍 ◎ 『동의보감』 ◎ 선비의 옷, 심의 ◎ 나약국의 국서 ◎ 불경 ◎ 명나라 마패 ◎ 합밀왕 ◎ 서화담 문집 ◎ 장흥루판 ◎ 주한과 주앙 ◎ 열하에서 바로 조선으로 돌아가는 길 ◎ 옹노후 ◎ 사 ◎ 순제묘 ◎ 해인사 ◎ 초파일 방등 ◎ 다섯 현의 비파 ◎ 사자 ◎ 강선루 ◎ 이영현 ◎ 왕월의 과시 답안지 ◎ 과거 시험장에 난 화재 ◎ 신라호 ◎ 『고려사』로 증명하는 중국 역사 ◎ 조선목단 ◎ 쑥으로 만든 호랑이 ◎ 열 가지 가소로운 일 ◎ 접동새 ◎ 경수사의 대장경 비석 ◎ 황량대 ◎ 오랑캐 원나라의 성대한 유학 ◎ 가시나무에 절하다 ◎ 환향하 ◎ 『계원필경』 ◎ 천불사

 

옥갑에서의 밤 이야기 옥갑야화玉匣夜話

■ 옥갑에서의 밤 이야기 「옥갑야화」

 

북경의 이곳저곳 황도기략黃圖紀略

■ 북경의 아홉 개 성문 ◎ 사신의 숙소 서관 ◎ 금오교 ◎ 경화도 ◎ 토원산 ◎ 만수산 ◎ 태화전 ◎ 체인각 ◎ 문화전 ◎ 문연각 ◎ 무영전 ◎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경천주 ◎ 황제의 마구간 ◎ 오문 ◎ 종묘와 사직 ◎ 전성문 ◎ 오봉루 ◎ 천단 ◎ 호랑이 우리 ◎ 파이프 오르간, 풍금 ◎ 서양화 ◎ 코끼리 우리 ◎ 황금대 ◎ 황금대 이야기 「황금대기」 ◎ 옹화궁 ◎ 대광명전 ◎ 개 우리 ◎ 공작포 ◎ 오룡정 ◎ 구룡벽 ◎ 태액지 ◎ 자광각 ◎ 만불루 ◎ 극락 세계 ◎ 영대 ◎ 남해자 ◎ 회자관 ◎ 유리창 ◎ 새 파는 점포 ◎ 화초 파는 점포

 

공자 사당을 참배하고 알성퇴술謁聖退述

■ 순천부학 ◎ 태학 ◎ 학사 ◎ 역대의 비석들 ◎ 명나라 진사의 이름을 새긴 비석 ◎ 돌로 만든 북, 석고 ◎ 문천상의 사당 ◎ 문 승상 사당 이야기 「문승상사당기」 ◎ 관상대 ◎ 과거 시험장 ◎ 조선관

 

적바림 모음 앙엽기盎葉記

■ 머리말 「앙엽기서」 ◎ 홍인사 ◎ 보국사 ◎ 천녕사 ◎ 백운관 ◎ 법장사 ◎ 태양궁 ◎ 안국사 ◎ 약왕묘 ◎ 천경사 ◎ 두모궁 ◎ 융복사 ◎ 석조사 ◎ 관제묘 ◎ 명인사 ◎ 대륭선호국사 ◎ 화신묘 ◎ 북약왕묘 ◎ 숭복사 ◎ 진각사 ◎ 마테오리치의 무덤

 

동란재에서 쓰다 동란섭필銅蘭涉筆

■ 머리말 「동란섭필서」

 

의약 처방 기록 금료소초金蓼小抄

■ 머리말 「금료소초서」

 

찾아보기

Illustration Credits

 

요술놀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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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기

幻戱記

 

◎ --- 환희기

'환희기'는 환幻, 즉 마술의 연희를 보고 그 구체적인 모습을 기록한 글이다. 황제의 생일에 맞추어 열하로 모여든 마술사들은 제각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자랑했는데, 연암은 그중에 자신이 본 스무 가지 마술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마술놀이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록한다는 연암의 말처럼, 여기 마술의 연희 과정은 매우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그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연암의 관찰력을 볼 수 있거니와, 특히 한문 원문은 모두 4자씩 토吐를 끊을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연암의 탁월한 솜씨가 절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본편의 머리말에서는 마술의 사회적 기능이나 의의를 언급하고 있으며, 특히 덧붙이는 말에서 제시하는 메시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화담과 장님의 이야기는 인식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일화이거니와, 충성과 덕행을 가장한 점잖음이야말로 천하에 가장 무서운 요술이라는 말은 사람이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경고이다.

『산해경』에 나오는 제강의 모습

 

피서산장에서 쓴 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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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록

避署錄

 

◎ --- 피서록

본편의 제목을 '피서록'이라고붙였으나, 그 내용은 대부분 시화이다. 중국인과 관련이 있는 조선 시인의 작품, 조선과 관계된 중국 시인의 작품, 연암이 사행길에서 직접 목도한 중국인의 시 작품, 연암에게 사행의 전별시로 지어 준 지우의 작품 등을 수록하고 그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은 것이 본편의 내용이다. 열하 피서산장 밖 태학관 회나무 아래의 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면서 이러한 내용을 적었다는 의미에서 그 제목을 피서록이라고 달았다.

본편에 수록된 시화를 통해 시에 대한 연암의 비평 의식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연암 자신이 직접 창작한 시에서는 산문과는 또 다른 시의 높은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여기 수록된 심상한 시화 하나라도 주목해서 보아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예컨대 명나라 말기에 창작된 한시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한족 지식인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 까닭은 의도가 있을 터이다.

피서산장 36경의 하나인 원근천성遠近泉聲

아극돈의 글씨

척계광

건륭 황제가 강녀묘의 바위에 쓴 한시

절풍건

연파치상 궁전의 내부

남구만

제말의 무덤

백휘가 쓴 망부석 글씨

이제현

소식

황정견의 시첩(부분)

왕유, <망천도>

 

장성 밖에서 들은 신기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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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외이문

口外異聞

 

◎ --- 구외이문

'구외이문'이란 구외口外에서 들은 특이한 이야기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구외는 고북구 장성 밖이라는 뜻으로, 열하를 지칭한다. 곧, '구외이문'은 열하에서 들은 신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본편에 수록된 내용은 연암이 직접 목겨하고 느낀 소감을 적은 것도 있고, 중국인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기록한 것도 있다. 일정한 체계나 순서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들은 대로 기록한, 그야말로 잡록의 형태를 띠고 있다. 뒤에 나오는 '동란섭필'과 그 성격이 같다.

이런 잡록 속에는 처음으로 목겨하는 신기한 물건이나 다시 생각해 볼 역사적 사건 등을 기록한 흥미 위주의 내용이 많이 있다. 이 신이한 내용을 통해 잡록이 주는 흥미와 지적 정보를 십분 맛볼 수 있지만, 한편 잡록 속에서도 눈여겨 볼 내용이 더러 있다. 삶에 교훈이 되는 내용, 외교적으로 중요한 정책이나 지혜를 촉구한 내용,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내용, 조선의 현실을 비판한 내용, 고루한 선비들의 식견에 대한 풍자 등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그중에 중국판 『동의보감』이 워낙 비싼 탓에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 서문 전문만이라도 그대로 옮겨 적어 후일의 연구 자료로 삼겠다는 연암의 발언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향산 벽운사에 있는 탑

양귀비

즉위하던 해의 건륭 황제  이탈리아 선교사 · 화가인 주세페 카스틸리오네(郞世寧)가 그린 그림.

삼학사 비석 심양 발해대학에 있는 비석으로, 1935년에 세운 중수비가 파손되어 2005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심의

회족의 전통복장

신강성 합밀왕부哈密王府

홍도 석경

오현비파

미만종이 옮겼던 돌

하포목단

애호

경수사의 쌍탑

장춘 진인

 

옥갑에서의 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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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갑야화

玉匣夜話

 

 

◎ --- 옥갑야화

본편은 북경에서 돌아오는 길에 옥갑이라는 곳에 묵으며 여러 비장들과 밤새 나눈 이야기를 옮겨 적은 것이다. 역관과 그들의 무역에 대한 것이 그날 밤의 주된 화제였다. 여러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연암이 허생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는데, 사실 앞의 이야기는 허생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도입부에 해당한다.

허생 이야기는 연암 자신이 젊은 시절 윤영이란 인물에게서 제보를 받은 내용이거니와, 연암은 당시 윤영에게 허생에 대한 전을 짓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허생 관련 일화는 연암의 뇌리에서 적어도 이십여 년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던 창작의 소재였는데, 그 약속이 『열하일기』를 총해 지켜진 셈이었다. 이는 허생에 대한 이야기가 한밤ㅈㅇ의 한담으로 그칠 성질의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에서 허생이 제시한 소위 시사時事 삼난三難은 북벌의 허구성을 통렬하게 폭로한 것이며, 진보 세력의 국제적 결속을 통해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전망할 수 있다는 허생의 생각은 연암의 그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이완 장군의 무덤

변발의 변천

송시열

손승종

 

북경의 이곳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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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기략

黃圖紀略

 

◎ --- 황도기략

황도黃圖란 본래 수도를 의미하는 말로, 여기에선 북경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였다. '황도기략'이란 북경의 명승지와 건물의 모습과 내력, 위치 등을 요약하여 정리한 기록이다. 연암이 북경성의 여러 곳을 직접 답사하고 기록한 내용이므로, 이를 통해 북경에서 연암이 다녔던 동선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 기록된 명승지와 건축물은 현전하는 것도 있고, 없어진 것도 있어서 오늘날의 북경이 실제 모습과는 다른 부분도 있다. 또한 그 명칭이나, 건축물의 유래, 위치에 대한 착오가 있는 내용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짧은 여정에 직접 답사하고 이 정도의 기록을 남긴다는 일은 지금으로서도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연암의 기록은 예리한 관찰력의 소산이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정양문

자금성의 각루

금오옥동교  금오 옥동패방의 옛 모습.

백탑사의 백탑

경화도의 패루와 정상에 있는 백탑

만수산(유홍관劉洪寬, 《천구단궐》天衢丹闕 부분)

의종 순국처

태화전의 학(위)과 (아래)

태화전 월대의 이무기

태화전

체인각

문화전

문연각

무영전

경천주

오문

종묘(태묘)

건천궁에 있는 정대광명 편액

오봉루

오봉루 앞에서 거행된 광서제光緖帝의 혼인 의례

영성문

천단 안에 있는 원구

천단의 기년전祈年殿

정양문 앞의 적루

동천주당(위)과 남천주당(아래) 연암이 당시 가 본 천주당은 남천주당이다.

황금대 석조비夕照碑 건륭 연간에 옛 황금대 터에 비친 석양의 모습을 북경팔경의 하나로 꼽고, 이를 기념하여 세운 비석이다. 조양문 밖 관동점關東店에 있다.

옹화궁 대불(위)과 옹화궁의 전경(아래)

옹화궁의 대사전(대웅전)

대광명전(19세기 말경)

오룡정 정자 다섯 개가 물 위로 연결되어 있다.

구룡벽 오룡정 주변의 구룡벽. 이것과 꼭 같은 구룡벽이 자금성 안에도 있다.

태액지

빙희도冰嬉圖

영훈정

유리창

조길趙佶, <금계도>

 

공자 사당을 참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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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성퇴술

謁聖退述

 

◎ --- 알성퇴술

성인 공자를 알현하고 물러나 서술한다는 의미의 '알성퇴술'에는 북경의 학교 유적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순천부학과 태학인 국자감의 시설, 위치, 제도, 그 안의 유물 유적 등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그밖에 문천상 사당, 관상대, 과거 시험장, 조선관 등의 위치와 시설, 제도 등을 소개하였다.

본편은 주로 유교, 유학과 관련된 항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에 나올 '앙엽기'와는 정반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앙엽기'에는 유교에서 이단이라고 칭하는 불교와 도교, 야소교 등과 관련된 유물 유적을 다루고 있다. 유학에 대해서는 '성인'이라는 표현을 한 데 비해서, 이단에 대해서는 '쪽지'라고 표현했는데, 연암이 제목을 다는 문제에서조차 세심하게 배려했음을 알 수 있다.

이 편에 실린 「문승상사당기」는 송나라 충신 문천상에 대한 가문으로, 선비 혹은 벼슬아치가 역사 변혁기에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자기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순천부학

공묘 입구

태학의 이륜당 편액

명조진사제명비

석고 모형과 진품  지금 태학에 있는 것은 모형이고, 진품은 고궁박물관에 있다.

문천상 사당

교충방

 

문천상의 모습을 조각한 비석

문천상의 글씨

북경에 있는 관상대(위)와 천문 관측기구들(아래)  오늘날에도 연암이 묘사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과거시험장  7,500개의 방이 있는 과거 시험장. 1873년경.

과거시험장의 모습

 

적바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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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엽기

盎葉記

 

 

◎ --- 앙엽기

나뭇잎에 글자를 써서 항아리에 넣어 보관했다가 기록한다는 의미의 '앙엽기'는 일종의 기록 쪽지인 적바림과 통하는 말이다. 본편에는 북경성 안팎에 있는 사찰과 도교 사원, 기타 민간 신앙과 관련된 건물, 야소교와 관련된 유적을 소개하고 있다. 본편은 유교에서 이단이라고 불리는 종교나 학문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앞에 나온 '알성퇴술'과는 정반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 내용은 연암이 현장에 가서 직접 관련 유적을 답사하고, 그곳 소재의 비석 등과 같은 유물의 내용을 직접 베껴왔다는 점에서 그 제목도 '앙엽기'라고 하였거니와, 건축물의 조성 연대 등과 같은 사실 관계에 약간의 오류가 있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1차 자료의 오류에 의한 것이고, 오히려 그 점이 기록의 직접성을 느끼게 해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 '적바림'이란 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간단히 적어 둠, 또는 그런 기록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보국사(위)와 보국사 경내의 골동 시장(아래)

천녕사 탑과 표면 부조

백운관 패루

백운관

법장사 탑

융복사 비석

관휴의 나한도

진각사

마테오 리치 무덤

 

동란재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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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란섭필

銅蘭涉筆

 

◎ --- 동란섭필

동란섭필이란 동란재에서 붓으로 썼다는 의미이고, 동란은 구리로 만든 난초를 가리킨다. 연암은 이 구리로 된 난초를 중국인에게 빌려서 자신이 거처하는 방에 두고 방의 이름을 동란재라고 했는데, 본편은 여기 동란재에서 기록한 잡다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 나온 '구외이문'과 같은 성격의 글로, 연암이 직접 듣고 본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구외이문'에는 연암이 처음으로 목격한 신기한 사물에 관한 내용이 많은 데 비해, 이 편에는 중국과 조선의 역사, 문학, 문화, 지리, 음악에서 역사적으로 특이한 문제를 중심으로 그 유래나 진실을 밝힌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내용 중에는 흥미를 끄는 새로운 이야기도 있다. 특히 강희, 옹정, 건륭 등 중국 황제의 치세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부분과, 충선왕, 전겸익 등 역사 인물에 대한 비판적 관점 등은 학술사적 측면에서 주목해 볼 부분이다.

공후

주립

이탁오

구라칠현금(앙금)

서광계

김상헌 묘소

용의 아홉 새끼

비희, 폐간, 이문(치문), 초도, 수우, 포뇌, 도철, 산예, 애자(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옥천서원 뒤에 있는 충렬사

전겸익

옹정 황제

 

의약 처방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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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료소초

金蓼小抄

 

◎ --- 금료소초

본편은 의학에 관한 이러저러한 처방을 특별한 체계 없이 기록한 것이다. 편의 이름을 '금료소초'라고 붙인 것은 왕사정의 저서인 『향조필기』에 인용된 서목인 『금릉쇄사』와 『요주만록』의 첫 글자를 따고, 인용된 처방을 가려 뽑아 베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부록에는 연암 자신이 직접 경험해서 알게 된 몇 가지 처방을 수록하였다.

본편에 수록된 처방 중에는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미신적이고 대단히 황당한 것도 있으나, 민간의 응급처방으로서 여전히 중요하게 쓰일 부분도 없지 않다. 사실 이러한 기록은 연암의 독서의 산물이다. 따라서 연행기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긴 하나, 『열하일기』 끝에 수록된 것이므로 그대로 번역하여 함께 실었다.

 

 

 

posted by 황영찬
2015. 10. 3. 12:03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88 빛 속으로

 

사진/천종욱 · 글/하태무

2001, 우리글

 

대야도서관

SB104178

 

668.4

천75ㅂ

 

● 언제나 시작 - 사진과 시, 에세이로 쓴 두번째 이야기

 

그들은 삶이나 사랑의 보람을

소유, 즉 물질적 순탄이나 행운에다 찾지 않고,

존재, 즉 삶이나 사랑 자체가 지니는

신비하고 무한한 생명의

개성, 지식, 재능, 흥미, 기쁨이나 슬픔까지를

서로 주고 나눔으로써

삶의 보람을 지닌다는 그 사실이

모든 이에게 큰 빛이 되리라고 나는 믿는 바이다.

구상 (시인. 예술원 회원)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고차원의 하모니의 산물이다.

……

어울림이 자연스럽게 잘된 것일수록

높은 품격의 예술이라고 하겠다.

이 두 분이 이룩한 가정은 그대로 예술작품이다.

류달영 (성천아카데미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천종욱

사진가, 서예가.

부산교육대학 졸업 후,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한문 연구과정, 성천아카데미,

성균관 한림원에서 동양 고전을 연구했고,

W. W. M. E.에서 아내 하태무와 봉사하고 있으며,

'사진예술', '우리 얼 밝히는 사람들', '동방연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태무

시인, 수필가.

진주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서 한국사상사 전공,

석사학위 논문 '매월당의 성리학'으로 대학총장상,

1993년 '문예한국'지에서 신인상, 동화 '집배원과

호랑나비'로 체신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작품집으로 '언제나 시작'이 있습니다.

 

천동혁

미국 조지아주 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컴퓨터 아트를 전공했으며,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소 : 인천시 서구 마전동 영남 탑스빌 A. 117-102

전화 : 032-277-2007

E-mail : cheonhabubu@hananet.net

 

차례

 

추천의 글 … 구상

축하의 글 … 류달영

빛을 따라서 … 천종욱

'언제나 시작' 두번째 이야기를 펴내며 … 하태무

부모님, 고맙습니다 … 천동혁

 

 

풀숲의 교향악

새 생명

꽃밭

청매화

푸르른 속삭임

연꽃 동동, 연잎 동동

선운사 상사초

숲에 담긴 이야기

산사의 가을

계산무진谿山無盡

 

2부 맑고 따뜻한 세상

연전마을 전설

타버린 미련

빛의 미학

맑고 따뜻한 세상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감잎의 노래

산 넘고 물 건너

아름다움에 관하여

 

3부 흙집을 꿈꾸다가

물안개가 있는 풍경

삶의 신비

상선약수上善若水

거울같은 호수

안식처

침묵의 메시지

흙집을 꿈꾸다가

문턱에서

물지게

 

4부 시간의 흔적

시간의 흔적

작은 풀잎

화쟁和諍의 의미

부석사 안양루

고풍古風

남한산성 나리꽃

목어

연자방아

좁은 문

그리운 옛 풍경 하나

 

푸르른 속삭임

 

이름 모를 풀들의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몰래 숨어 피던

산딸기 몇 송이도

빠알갛게 얼굴을 내밀며

 

이 푸른 세상에서는

가만히 눈을 감고

가슴부터 크게 열어야 합니다

따뜻한 속삭임이

우리네 세상에도 전해질 수 있도록

 

고 따뜻한 세상

 

그저 얻은 선물입니다

숲과 들녘의

이 청정한 바다

 

까치 후두둑

머물다 간 자리

 

잔가지 흔들림마저

절대 고요 속에

이내 숨을 죽이고

 

하늘 마저

낮게 머리 숙여

온 천지가

바다로 열리는

 

산골마을에서는

사람도 작은

풀 한 포기입니다

 

흙집을 꿈꾸다가

 

어디서

태어났습니까

 

마지막날 편히

누울 곳 또한 어디입니까

 

시골집 흙벽에

고단한 몸을 기댑니다

 

햇살 한 올과 싸아한 바람 한 가닥이

벽속에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시간의 흔적

 

-첫날 밤, 신랑은 문고리에 옷이 걸린 걸 모르고 정숙하지 못한 신부가 신랑을 먼저 잡아끄는 줄 알았습니다. 비밀스런 신방에서 신부는 억울하게 소박을 맞았습니다. 부정한 신부! 문고리가 죄인인줄 모른 신랑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돌아왔습니다. 억울한 죄인이 된 착한 신부는 첫날밤 모습으로 앉아 죽었습니다. 신랑이 오자마자 그 숨결소리에 재가 되어 무너졌습니다.-

 

문고리가 죄였습니다

 

너덜거리는 창호지 문풍지에

바람이 되어버린

시간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자르르 손때 묻은 문고리에

또 한 켜 나이테가

깊이 패입니다

 

비껴 가버린 세월이

이제사 덜미잡혀

고스란히 그 속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posted by 황영찬
2015. 10. 2. 10:23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87 몰입이 시작이다

 

스티븐 스나이더, 티나 라무쎈 지음 / 정준영 옮김

2015, 불광출판사

 

 

대야도서관

SB104119

 

224.3

스192ㅁ

 

파욱 스님에게 배우는 선정(禪定) 수행

 

어떤 수행이든

몰입이

기본이다

 

미얀마 최고의 수행자 파욱 스님에게 배우는

미국인 엘리트 제자들의 생생한 선정(禪定) 체험기

 

2,00여 년 동안, 불교 수행의 지도자들은 선정이라 불리는

몰입집중의 귀중한 명상적 실천을 공들여서 보존해왔다.

선정 수행은 마음을 투명하게 정화시키는 자기 강화 훈련이다.

마음의 불순물을 제거해 몰입의 근육이 만들어지면

번뇌를 처리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괴로움 없이 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아주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 지은이

 

스티븐 스나이더(Stephen Snyder)

아시아를 여행한 후 19살이 되던 1976년부터 불교수행을 시작했다. 미국 남성 가운데 파욱 사야도로부터 지도권한을 부여받은 첫 번째 사람으로, 여러 차례의 집중수행과정을 완전하게 이수한 후 매일 명상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전문코치로서 수행자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티나 라무쎈(Tina Rasmussen)

13살이 되던 1976년부터 명상을 시작했다. 파욱 사야도로부터 수계를 받았으며, 지도권한을 부여받은 첫 번째 서양 여성이다. 현재 조직 개발 컨설턴트로 25년 이상의 경력을 쌓고 있으며, 박사학위를 받고 다양한 경영서적도 출판하고 있다.

*저자들의 웹사이트(www.JhanasAdvice.com)를 방문하면 더 많은 정보와 추천자료들이 있다.

 

◎ 옮긴이

 

정준영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아대학교에서 초기불교와 위빠사나 수행을 주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전연구소 상임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명상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얀마의 마하시, 순룬, 쉐우민 명상센터, 스리랑카의 칸두보다, 니싸라나와나야, 나우야나, 그리고 태국과 캐나다 등에서 수행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위빠사나』, 『다른 사람 다른 명상』, 『어려울 때 힘이 되는 8가지 명상』, 『깨달음, 궁극인가 과정인가』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의미와 쓰임에 대한 일고찰」, 「상수멸정의 성취에 관한 일고찰」, 「명상의 부작용과 불교적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등이 있다.

 

목차

 

                                                                    ◎ 파욱 사야도의 서문

                                                                    ◎ 머리말

                                                                    ◎ 감사의 말

                                                                    ◎ 추천의 글

 

1 선정의 역사

2 사마타 수행 : 마음의 청정

3 기초적인 이해

4 첫 번째 좌선에서 첫 번째 선정에 이르는 바른 정진

5 첫 번째로부터 네 번째 색계선정 그리고 연관된 수행들

6 다섯 번째부터 여덟 번째 무색계 선정 그리고 연관된 수행들

7 범주와 보호 명상

8 네 가지 요소 명상

9 우리의 역할 모델인 붓다

 

                                                                        ◎ 에필로그

                                                                        ◎ 옮긴이 후기

 

그때 존귀한 분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에게 이르니, 모든 형성된 것들은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마음에 새겨야 할 일을 성취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다. 그런 다음 존귀하신 분은 첫 번째 선정에 들었다.

 

해탈을 위한 세 가지 단계

1 윤리적 행위 혹은 도덕성(sila)

2 집중 혹은 고요함(samatha)

3 내적통찰(vipassana)

 

(집중수행과정의 사용을 위한) 여덟 가지 계[八戒]

1 나는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2 나는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3 나는 모든 성적 행위를 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4 나는 바르지 않은 말을 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5 나는 중독성 약물이나 술을 마시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6 나는 금지된 시간에 음식을 먹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즉, 정오 12시 이후)

7 나는 춤과 노래, 음악 듣기, 공연 보러 가기, 꽃 장식, 향수 사용 그리고 화장품으로 몸을 치장하는 것 등을 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8 나는 높거나 화려한 의자 혹은 침대에 눕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현대불자들의 사용을 위한) 다섯 가지 계[五戒]

1 나는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2 나는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3 나는 성적 행위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4 나는 바르지 않은 말을 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5 나는 정신을 흐리게 하는 중독성 약물이나 부주의하게 만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

1 삶에 괴로움과 불만족이 있다는 사실

2 괴로움의 원인

3 괴로움의 소멸

4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

 

여덟 겹의 길[八正道]

1 바른 견해

2 바른 의도

3 바른 언어

4 바른 행위

5 바른 생활

6 바른 정진

7 바른 마음챙김

8 바른 집중

 

아나빠나사띠 명상에 대한 설명

수행자는 숲 속으로 들어가거나 나무 아래 또는 빈 공간에 다리를 포개고 앉는다. 몸을 바로 세우고 명상의 대상에 마음챙김(mindfulness)을 확립한다. 한 번의 들숨에 온전히 마음을 모으고, 다시 한 번의 날숨에 온전히 마음을 모은다.

1 길게 숨을 들이 쉬면서, '나는 길게 숨을 들이쉰다'라고 분명히 안다. 또는 길게 숨을 내쉬면서, '나는 길게 숨을 내쉰다'라고 분명히 안다.

2 짧게 숨을 들이 쉬면서, '나는 짧게 숨을 들이쉰다'라고 분명히 안다. 짧게 숨을 내쉬면서 '나는 짧게 숨을 들이쉰다'라고 분명히 안다.

3 '호흡의 전체를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고 하면서 수행한다. 그리고 '내쉬는 호흡의 전체를 경험하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라고 하면서 수행한다.

4 호흡의 전체를 고요하게 하면서 나는 숨을 들이쉰다'라고 하면서 수행한다. 그리고 '호흡의 전체를 고요하게 하면서 나는 숨을 내쉰다'라고 하면서 수행한다.

 

수행의 장애

1 감각적 욕망

2 성냄과 혐오

3 게으름과 혼침

4 들뜸과 후회

5 의심

 

선정의 요소

1 일으킨 주의(vitakka)

2 머무는 주의(vicara)

3 기쁨(piti)

4 행복(sukha)

5 한 정점(ekaggata)

 

각 선정의 요소는 다음과 같이 장애의 특성을 무력화시킨다

1 일으킨 주의(vitakka)는 감각적 욕망을 잠재운다.

2 머무는 주의(vicara)는 성냄과 혐오를 가라앉힌다.

3 기쁨(piti)은 게으름과 혼침을 억제한다.

4 행복(sukha)은 들뜸과 회한을 제거한다.

5 한 정점(ekaggata)은 의심을 극복한다.

 

수행자들은 사마타 수행에서 세 가지 유형의 집중을 만난다

1 찰나집중

2 근접집중

3 몰입집중

 

나는 두 번째 성스러운 진리인 번뇌를 볼 수 있었다. 마침내 내 자신의 망상과 굴복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이다. 뜨거운 숯을 보았고 진정으로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까달았다. 시간이 지난 후 내 손을 펴 그것들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나 자신과 함께 명상과 생활 모두에 있어서 진리에 가깝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무엇이 다가오든지 그것과 함께 더 잘 해낼 수 있다.

 

집중수행을 하는 데 있어 좋지 않은 동기들

1 성과 추구

2 기쁨에 탐닉

3 신비한 정신적 능력의 계발

4 사마타를 마지막 수행으로 생각하기

 

첫 번째 좌선에서 첫 번째 선정에 이르는 여덟 가지 경계

1 처음 좌선하다.

2 니밋따(nimitta)가 시작되다.

3 니밋따가 강화되다.

4 니밋따가 안정되다.

5 니밋따가 견고하고 활력 있게 되다.

6 니밋따가 입출식 지점과 동화되는 쪽으로 움직이다.

7 니밋따와 입출식 지점이 합쳐져서 '입출식 니밋따'가 되다.

8 입출식 니밋따는 의식을 첫 번째 선정으로 이끈다.

 

네 가지 색계선정 그리고 연관된 선정의 요소들

1 첫 번째 선정 : 기울인 주의, 머무는 주의, 기쁨, 행복, 한 정점

2 두 번째 선정 : 기쁨, 행복, 한 정점

3 세 번째 선정 : 행복, 한 정점

4 네 번째 선정 : 한 정점, 평정

 

다섯 가지 선정의 숙련

1 선정의 요소들로 주의를 돌리다(주의를 일깨우거나 향하게 하다).

2 언제든지 원할 때 선정에 들어가다.

3 정해진 시간 동안 선정에 머물기를 결의하고 시간적 결의를 지키다.

4 원하는 시간에 선정에서 나오다.

5 선정의 요소들을 반조하다.

 

색계선정과 함께하는 수행법들

1 32가지 몸의 부분에 대한 명상

2 해골 명상

3 흰색 까시나(kasina)

4 닐라(갈색 · 검은색 · 푸른색) 까시나

5 노란색 까시나

6 빨간색 까시나

7 땅 까시나

8 물 까시나

9 불 까시나

10 바람 까시나

11 빛 까시나

12 공간 까시나處定

 

네 가지 무색계선정

1 무한한 공간의 영역(다섯 번째 선정, 空無邊處定)

2 무한한 의식의 영역(여섯 번째 선정, 識無邊處定)

3 아무것도 없음의 영역(일곱 번째 선정, 無所有處定)

4 지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영역(여덟 번째 선정, 非想非非想處定)

 

네 가지 범주[四梵住, 四無量心, Bramaviharas]

1 자애[慈, Metta]

2 연민[悲, Karuna]

3 기뻐함[喜, Mudita]

4 평정[捨, Upekkha]

 

네 가지 보호 명상

1 자애(사랑)

2 붓다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3 부정(不淨) 명상

4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회상)

 

 

posted by 황영찬
2015. 9. 18. 12:28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86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곽재구 시집

1999, 열림원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0186

 

811.6

곽73ㄲ

 

섬진강과

그의 사랑스러운 연인 보성강에게

75년 이후 그곳 모래 위에 발자욱을 남긴 모든 추억들에게

 

차례

 

1

산수유꽃 필 무렵

두 사람

밤 편지

큰눈 내리는 날

돌점 치는 여자

얼음주사위

따뜻한 편지

눈오는 밤에 춘향전을 읽다

얼음 풀린 봄 강물

칠석날

묵언 1

묵언 2

사월의 노래

배꽃

자장가

 

2. 연화리 시편

나무

누란

나뭇잎 배

계단

사마르칸트

하늘의 춤

산수유나무 아래서

민들레 꽃씨들은 어디로

기다림

고등어장수

수제비죽

분수

雪蓮

그리운 폭우

꽃을 드리는 이유

타클라마칸 사막

무지개를 위하여

참으로 오만하고 우아한 열정

쟈스민차

노란 꽃

하늘의 나무

촛불

소나기

가을의 시

백합

소년

타지크스탄

연꽃잎 우산

설해목

쓸쓸한 날의 춤

 

3

수선화 핀 언덕

겨울 시집

첫눈 오는 날

마음

가거도 편지

연기암에 올라

도문장터

선유도

낮달

용흥리 석불

0.75평

봉정리에서

모래톱이야기

바람소리

花心里에서

 

□ 시인의 말 / 강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날들

 

산수유꽃 필 무렵

- 산동에서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깊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 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눈오는 밤에 춘향전을 읽다

 

눈오는 밤에

完版本 춘향전을 읽는다

찹쌀떡 사시오

찹쌀떡 사시오

거칠게 새겨진 목판활자

사이로 스며든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풀피리소리만 같다

날이 새면 경칩

옥문에서 풀려난 춘향이 앞장세우고

조선팔도 금수강산 유람 나서리.

 

칠석날

 

우리 할머니

채송화 꽃밭에서

손금 다 닳아진 손으로

꽃씨 받으시다가

 

이승길 구경 나온

낮달 동무 삼아

하늘길 갔다

 

반닫이 속

쪽물 고운 모시적삼도

할머니 따라

하늘길 갔다.

 

묵언 1

- 소금밭에서

 

한 고독이

한 고독을 눌러 죽이고

새로운 고독이 태어납니다

그러한 때

나는 패배자가 된

고독의 옆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승리자가 된 고독의

빛나는 웃음도 볼 수 없습니다

 

한 고독이

한 고독을 눌러 죽이고

서러운 고독이 태어납니다

그 빛나는 탄생의 신비 앞에서

한 햇빛이

다른 햇빛을 돌로 쳐 죽이는

끔찍한 모습을 만나기도 합니다.

 

나무

- 연화리 시편 1

 

숲속에는

내가 잘 아는

나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나무들 만나러

날마다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키 큰 나무와

제일 키 작은 나무에게

나는 차례로 인사를 합니다

먼 훗날 당신도

이 숲길로 오겠지요

내가 동무 삼은 나무들을 보며

그때 당신은 말할 겁니다

이렇게 등이 굽지 않은

言語들은 처음 보겠구나

이렇게 사납지 않은

마음의 길들은 처음 보겠구나.

 

누란

- 연화리 시편 3

 

내가 처음 그대를 만난 곳은

사막 한가운데였습니다

돈황 버스 정류장 대합실에서

뜨거운 쟈스민차 한 잔에 마른 빵을 찍어 먹었습니다

바로 그때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났지요

 

네가 찾는 것은 이 세상에 단 한 군데밖에 없지

 

사랑하는 이여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이 얼마나 설레였는지

당신은 모릅니다

삶과 죽음이 영원히 교차되지 않는 땅

영혼과 육체의 핍박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는 곳

사랑하는 이여 오늘도 나는

樓蘭으로 가는 모래밭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뭇잎 배

- 연화리 시편 4

 

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매일 나뭇잎 배

하나씩을 띄웠습니다

 

나뭇잎 배에

나는 내 이름이나

영혼의 흔적 같은 것을

새기지 않습니다

 

어쩌다

당신이 내 배를 발견하곤

말하겠지요

난 너를 알아

네가 만든 이 작은 배도.

 

하늘의 춤

- 연화리 시편 7

 

당신으로부터

초록빛 만년필과

초록 빛깔의 잉크 한 병

선물 받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樹液이 적신

들판 저 멀리

눈부신 초록빛의 시 한 편

쓰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원고지를 남길 적마다

내게 하늘의 손을 주겠지요

그 손을 잡고 싶어요

당신이 내게 보낸 깃털 같은 그리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아늑하고 크낙한 하늘의 춤을 추고 싶어요.

 

산수유나무 아래서

- 연화리 시편 8

 

꽃뱀 한 마리가

우리들의 시간을 몰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바람이 보라색과 흰색의 도라지 꽃망울을 차례로 흔드는 동안

꼭 그만큼의 설레임으로 당신의 머리칼에 입맞춤했습니다

그 순간, 내 가슴 안에 얼마나 넓은 평원이 펼쳐지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는지……

사랑하는 이여, 나 가만히 노 저어

그대에게 가는 시간의 강물 위에 내 마음 띄웁니다

바로 곁에 앉아 있지만

너무나 멀어서 먹먹한 그리움 같은

언제나 함께 있지만 언제나 함께 없는

사랑하는 이여,

꽃뱀 한 마리 우리들의 시간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져 돌아오지 않습니다.

 

민들레 꽃씨들은 어디로

- 연화리 시편 9

 

그날

당신이 높은 산을

오르던 도중

후,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하릴없이

무너지는 내 마음이

파,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그 많은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기다림

- 연화리 시편 10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고등어장수

- 연화리 시편 11

 

어느 날

강변 내 오두막집 앞에

한 고등어장수가 닿았습니다

먼 바다에서 온 그의 고등어들은

소금에 잘 절어 파랗게 빛났습니다

고등어 값은 너무 비쌌답니다

난 이렇게 말했지요

왜 고등어 값이 쌌다가 비쌌다가 그러지요?

먼 바다에서 온 고등어장수가

내게 말했답니다

당신 제일 가까운 곳의 사람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면서

먼 바다 고등어의 값을 어떻게 셈하겠소?

 

수제비죽

- 연화리 시편 12

 

어제 저녁엔 수제비죽을 쑤었습니다

내 작은 오막살이 가득 멸치국 내음 가득 찼습니다

이 맛있는 내음 함께 맡아줄 이 없어 조금 서운했습니다

그때 한 나그네가 집 앞에 이르렀습니다

마중을 나간 내게 나그네가 말했답니다

"이 집에서 나는 향기는 처음 맡는 것입니다"

나는 그를 상석에 앉히고 한 대접 수제비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는 그에게 말했지요

"神이시여, 이 모든 향기가 그대의 은총입니다"

그가 나에게 물었답니다

"그대는 어떻게 나의 이름을 부르는 이

이 지상엔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神이시여, 내 그리운 그 사람 외에

또 다른 이름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 이름입니다."

 

雪蓮

- 연화리 시편 15

 

히말라야 산맥에 오르면

눈 속에 피는 연꽃이 있습니다

나 그대 위하여

그 연꽃이 되겠습니다.

 

그리운 폭우

- 연화리 시편 16

 

어젠 참 많은 비가 왔습니다

강물이 불어 강폭이 두 배도 더 넓어졌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금세라도 줄이 끊길 듯 흔들렸지요

그런데도 난 나룻배에 올라탔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흙탕물 속으로 달렸습니다

아, 참 한 가지 빠트린 게 있습니다

내 나룻배의 뱃머리는 지금 온통 칡꽃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폭우 속에서 나는 종일 꽃장식을 했답니다

날이 새면 내 낡은 나룻배는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요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의 지름길은 얼마나 멀고 또 험한 지……

사랑하는 이여,

어느 河上엔가 칡꽃으로 뒤덮인 한 나룻배가 얹혀 있거든

한 그리움의 폭우가 이 지상 어딘가에 있었노라

가만히 눈감아줘요.

 

꽃을 드리는 이유

- 연화리 시편 17

 

끝없이

정말 끝없이

여기가 천국의 끝이기나

한 것처럼

오만해질 것

 

그리하여

어느 날

눈 화안하게 트여 오는

순정한 지평 하나를 볼 것.

 

타클라마칸 사막

- 연화리 시편 18

 

버스를 타고 끝없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달리다 보면

차창 밖 어디에고 신기루 피어납니다 오아시스 마을

지나온 지 불과 이십 리 지도에는 앞으로 하룻길 더

달려야 새 오아시스 마을에 이른다고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평선 어디에건 오아시스 마을 자리하지

않은 곳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대 향한 내 마음이

신기루와 다를 바 전혀 없습니다 저 광활한 사막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그 어디에도 그대 향한 내

그리움 스며들지 않은 곳 없습니다.

 

무지개를 위하여

- 연화리 시편 19

 

영혼은 어디에 있어요?

영혼의 강은 찾을 수 있어요?

영혼도 숨을 쉬나요?

영혼의 날개를 본 적 있어요?

그걸 좀 보여주세요

 

당신의 가슴에서

내 가슴에 이르는 저 기나긴

다리의 이름은 무엇인지요?

색색의 꿈으로 빚어놓은

저 섬세한 바람의 술렁거림은 무엇인지요?

 

한 번도 본 일이 없고

한 번도 꿈꾼 적 없으면서

그냥 그렇게 가슴에 와 부서지는

저 그리운 빛들의 축제는 또

무어라고 부르지요?

 

참으로 오만하고 우아한 열정

- 연화리 시편 20

 

빛살 터지는

강변을 거슬러 오르며

나는 내 언어의

금속세공업자가 됩니다

 

밟히는

모래 한 알 한 알마다

참으로 오만하고 우아한 열정이라

새겨 넣을 겁니다

떨어지는 빛살 한 올 한 올마다

꼭 그렇게 새겨 넣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하늘의 찬란한 기술을

다 익혔을 때

당신이 벗은 발로 내게 찾아오던

그날의 긴 설레임과 환희를

금빛의 강물 위에 새길 것입니다.

 

쟈스민차

- 연화리 시편 21

 

내가 처음 쟈스민차를 마신 곳은

돈황의 사막이었습니다

나는 돈황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쟈스민차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미 당신을 깊게 사랑한 것은 아니었던지요

돈황

그 이름 속에 쟈스민 향기와 같은

당신의 향기가 스며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정말 알 수 없었답니다.

 

노란 꽃

- 연화리 시편 22

 

그 꽃의 이름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높은 산으로 가는 길목에 앉아

호박죽 하나로 그리운 허기를 지우고 있을 때

우리 눈앞에 그 노란 꽃들 나타났습니다

산뻐꾸기가 울고 어디선가

하얀 나비떼들이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깊게

당신의 무릎 위에

내 영혼을 눕히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일고

노란 꽃들이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하얀 나비떼들이 팔랑팔랑

바람 속을 날았습니다

내 가슴속에

함께 춤추고 싶은 꽃의 이름이 있습니다

눈부시게 노오란 그 꽃의 이름은 당신에게조차

말할 수 없습니다.

 

하늘의 나무

- 연화리 시편 23

 

긴 여행 끝에

우리는 한 포구에 닿았습니다

마실 물과 먹을 것이 다 떨어진

우리들의 낡은 배는

포구의 잔 불빛에도 자꾸만 흔들렸습니다

마을의 불빛과 고깃배들의 불빛이

싸리꽃처럼 곱고 아름다웠으므로

우리는 배고픔도 잊고

그 꽃송이들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한 차례 흔들면 우수수 쏟아질 듯

하늘의 나무에 무수한 별들이 매달렸습니다

인간의 한 사랑이

8만 4천 년을 적신다는

그 땅의 이름은 무엇인지요?

얼마나 더 깊은 사랑을 만나야

그리운 그 바닷가에 닿을 수 있나요?

 

촛불

- 연화리 시편 24

 

사랑하는 이여

 

그대 산 너머 떠날 때

내게 촛불 하나 주었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밝히라는 따뜻한 言語인가요

사랑하는 이여 오늘밤

은하수 너머 당신이 사는 먼 마을까지

촛불 하나 들고 끝없는 하늘길 오르내리는

사내 하나 있습니다.

 

소나기

- 연화리 시편 25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가을의 시

- 연화리 시편 26

 

오후 내내

나룻배를 타고

강기슭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당신이 너무 좋아하는 칡꽃 송이들이

푸른 강기슭을 따라 한없이 피어 있었습니다

하늘이 젖은 꿈처럼 수면 위에 잠기고

수면 위에 내려온 칡꽃들이

水深 한가운데서

부끄러운 옷을 벗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어가고

지천으로 흩날리는 꽃향기 속에서

내 작은 나룻배는

그만 길을 잃고 맙니다.

 

백합

- 연화리 시편 27

 

당신이 고통으로 흔들리는 그 순간마다

내 마음의 깊은 골짜기에서

백합 한 송이 피어납니다

 

당신이 주체할 수 없는 정신의 방황으로

아름다운 긴 머리칼마저 흐트러뜨릴 때

내 마음의 뜨거운 골짜기에서

진실로 순결한 백합 한 송이 피어납니다

 

어느 날

당신은 나를 떠나겠지요

내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찬란한 바다

모든 파도가 슬픔으로 술렁이는

그날도 내 마음의 깊은 골짜기에

백합 한 송이 피어납니다.

 

소년

- 연화리 시편 28

 

소라껍질을 귀에 대면

큰 도시의 시장이나 지하철 안에서도

바다 소리가 들려

어느 날 당신이 내게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 바다 소리 들으러

소라고둥 하나 들고

마음의 먼 도시로 떠나가는

소년 하나 있습니다.

 

타지크스탄

- 연화리 시편 29

 

낡은 라다 승용차를 타고

나는 눈 덮인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밤은 먼 도시의 불빛들을

페르가나산 보석으로 치장하여 줍니다

지금부터 2,600년 전 한 인도 사내는

6년 동안 이 지상의 불빛들을

雪山 위에서 헤아렸습니다

그대여

내가 그대를 위하여

오르는 산의 높이는 불과 5,400미터입니다

그런데도 오르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오르다가, 산 아래 불빛들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는 그만 그 중의 하나를 붙잡고

잠이 들고 싶기도 하답니다.

 

- 복종, 연화리 시편 30

 

밥을 먹다가

바로 앞 당신 생각으로

밥알 몇 개를 흘렸답니다

왜 흘려요?

당신이 내게 물었지요

난 속으로 가만히 대답했답니다

당신이 주워 먹으라 하신다면 얼른

주워 먹으려구요.

 

연꽃잎 우산

- 연화리 시편 31

 

강물이 고요한 목소리로 흐릅니다

바람이 산비탈을 따라 느릿느릿 내려오는 모습도 보입니다

뱃사공은 어느 산자락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날개가 하얀 큰 새가 모래사장을 따라 내려가고 있습니다

작은 빗방울들이 강물 위에 꽃맨드라미를 지피고 갑니다

이러한 날 당신은 중앙아시아의

어느 도시를 연둣빛 우산과 함께 걷고 있겠지요

즐거워하며 팔짱을 끼고 인도의 어느 꽃가게 앞이나

이집트의 古樂器店 앞도 기웃거리겠지요

난 당신의 그런 모습도 보기 좋답니다

언젠가 당신이 내게 찾아오는 날

난 당신에게 연꽃잎으로 만든 우산 하나 펼쳐 드릴 겁니다

그때 당신이 내게 어떤 표정을 지을 건지

가만히 생각해보는 산자락에 비는 그대로 내립니다

 

수선화 핀 언덕

 

내 나이

스물한 살이었을 때

 

강가의

나무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새

 

수선화 핀

언덕을 넘어가자고

 

수선화 핀

언덕을 차마 넘어가자고.

 

선유도

 

섬과

섬 사이

새가 날아갔다

보라색의 햇살로 묶은

편지 한 통을 물고

 

섬이 섬에게

편지를 썼나 보다.

 

posted by 황영찬
2015. 9. 17. 09:11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85 Andy Warhol 앤디워홀

 

지은이 | 이자벨 쿨, 옮긴이 | 정연진

2008, 예경

 

 

시흥시대야도서관

SB0401661

 

650.8

아887ㅇ  7

 

ART SPECIAL 7

 

Andy Warhol |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의 표면을 관찰하면 된다.

그 표면 밑으로 숨겨진 건 아무것도 없다."

-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은 살아 있는 동안에 '살아 있는' 신화였고, 세상을 떠난 지금 역시 '살아 있는 신화'이다. 워홀에 의해 수프 캔, 세탁 세제 박스 같은 일상용품은 처음으로 예술의 주제가 되었으며, '공장(팩토리)'이라고 불리는 그의 작업실은 뉴욕 보헤미안의 집결지가 되었다. 이 책은 워홀이 활동한 1960년대 자본주의의 수도 뉴욕으로부터 팩토리와 그의 사랑을 비롯한 삶과 예술, 오늘날 앤디 워홀의 위상 등을 한꺼번에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은이 | 이자벨 쿨 Isabel Kuhl은 미술사가이며 편집자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다.

 

옮긴이 | 정연진은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슈투트가르트 예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국제회의통역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대학원에서 통번역학 박사과정 재학 중에 있고, 동대학원 및 서강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앤디 워홀 | Andy Warhol(1928-87)

 

가난한 이민가정에서 태어난 앤디 워홀은 카네기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단돈 200달러를 들고 뉴욕으로 향한다. 뉴욕에서 워홀은 잡지나 신문 삽화, 광고 그림을 그려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흔히 먹던 캠벨 수프, 코카콜라병을 작품소재로 삼아 뉴욕 미술계에 파장을 일으킨다. 이후 공장에서 찍어내듯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미술품을 대량생산해내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앤디 워홀은 자신의 작업실인 팩토리에서 조각품, 실크스크린뿐만 아니라 실험영화까지 제작했다. 그는 영화에 그치지 않고 유명인과의 인터뷰를 실은 잡지를 창간하고, TV 쇼를 진행하고, 광고에 출연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워홀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비판이 커질수록 더욱 높은 유명세를 탔다.

 

1928-44

 

세계사

 

>> 1929년 토마스 만, 《부덴부르크 일가》로 노벨문학상 수상. 10월 24일, 뉴욕 증시 급락으로 '검은 금요일' 이후로 세계경제에 위기가 도래.

>> 1933년 아돌프 히틀러, 독일 제 3제국 총리로 취임.

>> 1936년 스페인 내전 발발.

>>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 1941년 콘라드 추제가 최초의 컴퓨터 발명.

 

앤디 워홀의 예술세계

 

>> 1928년 8월 6일 피츠버그에서 워홀 출생함. 당시 이름은 '앤드류 워홀라'

>> 1934-36년까지 초등학교, 그 후에는 중고등학교에 진학함.

>> 1942년 아버지 온드레이 워홀라 사망.

 

1945-49

 

>> 19455년 제2차 세계대전 종결.

>> 1946년 첫 UN 총회가 열림.

>> 1947년 인도 독립.

>> 1949년 나토 설립. 마오쩌둥,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선포. 윌렘 드쿠닝, 잭슨 폴락 같은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이 뉴욕에서 예술가 동맹인 '성마른자들(The Irascibles)' 결성.

 

>> 1945년 피츠버그 카네기 공대에서 산업디자인 전공으로 학업을 시작함.

>> 1949년 졸업과 동시에 뉴욕으로 이사 · 광고 디자이너로 취업함.

 

1950-55

 

>> 1953년엘비스 프레슬리의 첫 앨범 발매.

>> 1954년 제1차 베트남 전 종결. 미국 상원의원 매카시의 시대가 막을 내림.

>> 1955년 독일 카셀에서 제1회 도쿠멘타 전시회 열림. 제임스 딘이 차 사고로 사망. 바르샤바 조약 체결.

 

>> 1950년 어머니 줄리아, 뉴욕 워홀의 집으로 이사 옴.

>> 1952년 뉴욕 휴고 화랑에서 드로잉 작품으로 첫 개인전이 열림.

>> 1954년 '미국 그래픽 아트 협회'가 수여하는 상업디자인 분야 최우수상 수상.

>> 1955년 처음으로 조수를 기용함.

 

1956-62

 

>> 1957년 영화배우 험프리 보거트 사망. 구소련,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지구궤도에 쏘아 올림.

>> 1958년, 미국 첫 인공위성 발사.

>> 1959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개관.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 장악함.

>> 1952년 배우 마릴린 먼로 사망.

 

>> 1956년 '아트 디렉터스 클럽 어워드'에서 '디스팅티브 메리트' 메달 수상.

>> 1957년 앤디 워홀 엔터프라이즈 사(社) 설립.

>> 1960년 만화를 모티브로 한 첫 작품을 선보임.

>> 1962년 할리우드 스타와 캠벨 수프 깡통 모티브의 실크스크린 작품을 선보임.

 

1963-64

 

>> 1963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 상영.

>> 1964년 초반 베트남 전 발발. 제3회 카셀 도쿠멘타 열림. 장폴 사르트르가 노벨문학상 거부함.

 

>> 1963년 작업실을 '팩토리'로 명명함. 첫 영화 <슬리프>를 제작함.

>> 1964년 파리 일리아나 소나벤드 화랑에서 유럽 첫 전시회 열림.

 

1965-68

 

>> 1965년, 말콤 X 피살됨. 밥 딜런, 노래 <라이크 어 롤링 스톤> 발표.

>> 1966년 중국 문화혁명이 일어남.

>> 1967년 체 게바라의 사형이 집행됨. <섬머 오브 러브> 행사로 히피문화가 절정에 다다름. 뮤지컬 <헤어> 초연됨. 르네 마그리트 사망.

>> 1968년 마틴 루터 킹이 암살됨. 파리에서는 대학생들이 소르본 대학을 점거하고, 무력진압이 벌어짐.

 

 

 

>> 1966년 해프닝 예술인 <익스플로딩 플레스틱 인에비터블>을 연출함.

>> 1967년 록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앨범커버를 디자인함.

>> 1968년 제2 팩토리로 이사. 7월 3일 여성권리주의자 발레리 솔라나스의 총격에 의해 중상을 입음.

 

1969-72

 

>>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

>> 1970년 점보제트 여객기 첫 출항.

>> 1971년 이집트에서 아스완 댐 준공. 가수 루이 암스트롱 사망. 빌리 브란트, 노벨평화상 수상.

>> 1972년 로마 클럽에서 《성장의 한계》 보고서 발표.

 

 

>> 1969년 《인터뷰》지 창간.

>> 1971년 뉴욕의 라마마 실험극장과 런던의 라운드하우스 극장에서 <포크>를 상연. 워홀의 슈퍼스타 중 한 명인 에디 세즈웍 사망.

>> 1972년 피츠버그에서 어머니 줄리아 사망.

 

1973-75

 

>> 1973년 베트남전 휴전. 1차 오일파동이 일어남. 파블로 피카소 사망.

>> 1974년 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하야함. 요셉 보이스가 뉴욕에서 <나는 미국을 좋아하며, 미국은 나를 좋아한다>라는 제목 하에 행위예술을 펼침.

>> 1975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社) 설립.

 

 

>> 1974년 제3 팩토리로 이사함.

>> 1975년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 출간으로 큰 성공을 거둠.

 

1976-80

 

>>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 사를 공동설립함. 화가 만 레이 사망.

>> 1977년 한스마틴 슐라이어 독일경영자연맹 회장이 테러단체 '적군파(RAF)'에 의해 납치되어 살해됨. '독일의 가을'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독일 테러리즘이 최고조에 달함.

>> 1978년 첫 시험관아기 탄생. 요한 바오로 2세 즉위.

 

 

>> 1978년 <산화> 연작을 선보임.

>> 1980년 《파피즘》 출간, 요셉 보이스의 초상화를 작업함.

 

1981-85

 

>>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이 제40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 IBM 사가 첫 개인컴퓨터(PC)를 시장에 선보임.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스펜서의 결혼식이 열림.

>>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에 포크랜드 전쟁 발발. 배우 로미 슈나이더 사망.

>>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공산당 서기장으로 선출됨.

 

>> 1981년 제4 팩토리로 이사함.

>> 1982년 뉴욕 지역방송사에서 <앤디 워홀 TV>가 방영됨.

>> 1984년 장 미셸 바스키아,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와 공동작업을 시작함.

 

1986-87

 

>>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참사가 일어남. 요셉 보이스 사망.

>> 1987년 마티아스 루스트가 세스나기(機)로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착륙함.

 

>> 1986년 MTV에서 <앤디 워홀의 15분>이 방영됨.

>> 1987년 2월 22일 수술 합병증으로 워홀 사망함.

 

차례

 

그때 그 시절

모든 길은 빅애플로……

 

최고가 되기까지

높이, 더 높이

 

예술

일상을 그리는 화가

 

파티도 좋지만 일 먼저

 

사랑

슈퍼스타의 조용한 사랑

 

지금도 우리 곁에

뒤늦은 명성

 

그때 그 시절

 

"뉴욕은 어떤 도시와도 다르다.

뉴욕은 추하고, 지저분하다.

탁한 공기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뉴욕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다른 어떤 도시도 뉴욕만큼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을……."

헨리 제임스

 

거대한 사과!

 

빅애플은 20세기가 흐르는 동안 국제적인 예술, 미디어,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잠들지 않는 도시'인 뉴욕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었다. 앤디 워홀도 그 수혜자 중 한 사람이었다.

클래스 올덴버그는 생활소품들을 커다랗게 확대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미술품에 현실성을 부여하려면 그것을 현실 세계의 일부분으로 만들어야 한다."

- 로버트 라우센버그

 

"예술은 박물관에 쳐박혀 있는 것 그 이상의 것을 행해야 한다."

- 클래스 올덴버그

워싱턴 스퀘어 광장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비트족 시인 앨런 긴즈버그, 그레고리 코르소, 언론인 바니 로셋, 1957년.

맨해튼에 있는 낡은 모자공장을 개조해 만든 앤디 워홀의 첫 '팩토리'.

안무가 머스 커닝엄이 공연한 발레극 <레인 포레스트>, 1968년.

팝 예술가인 톰 웨슬만은 일상생활의 소품을 나체 여성과 함께 구성했다.

액션 페인팅 | 잭슨 폴록은 자신만의 예술세계와 더불어 새로운 회화기법도 함께 발견했다. '드리핑' 기법이 그것으로, 거대한 캔버스에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뿌려대는 방식이다. 캔버스가 큰 경우에는 캔버스를 눕혀 놓고 그 위를 돌아다니며 작업했다고 하니, '액션 페인팅'이라는 며ㅛㅇ칭이 어색하지 않다.

표현주의 | 잭슨 폴록이 사망한 뒤 웰렘 드 쿠닝이 추상표현주의 예술의 선두주자로 나선다. 드 쿠닝이 살던 곳의 지명을 딴 1957년 작품 <팰리세이드>는 제목만 보고는 감상자가 모티브의 지형을 가늠하기 어렵다. 푸른색으로 가득 찬 캔버스를 휘저은 넓은 붓터치가 인상적이다.

발견자 | 앤디 워홀의 초상화에 나타난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스트인 그는 1960년대 뉴욕을 휘저었던 최고의 예술 기획자였다. 재스퍼 존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등 팝 예술가들의 전시회를 기획하고, 이들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 인물이다.

젊은 야성 | 앤디 워홀과 키스 해링을 알기 전, 장 미셸 바스키아는 맨해튼의 벽이란 벽은 모두 그래피티 낙서로 채우고 다녔다. 그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최고의 예술가로 급부상한다. 바스키아는 27세로 요절했지만 100점이 넘는 유화 및 오브제 그리고 2천 점이 넘는 습작을 남겼다.

 

최고가 되기까지

 

"물론 앤디 워홀이 재능이

없다은 아니오.

…… 다만 천재적인

자기홍보 능력외에

그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모르겠단 말이오."

트루먼 카포티

 

"사업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이는 워홀이 뉴욕 광고계에 몸담았던 초기에 터득한 신조이다. 예술계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워홀에 대한 관심은 불꽃처럼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1980년 독일 뮌헨에서 함께한 앤디 워홀과 요셉 보이스.

 

극장에 이름을 걸다

 

1968년 여름, 앤디 워홀은 여성운동가 발레리 솔라나스의 총격으로 큰 부상을 입는다. 그가 입원한 병원에 문안편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중에서 예전에 워홀의 영화를 상영했던 그리니치 빌리지 개릭 극장에서 보내온 편지는 특이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워홀을 기리는 뜻에서 1968년 7월 15일, 극장 이름을 '더 앤디 워홀 개릭 극장'으로 개명한다는 내용이었다.

 

"앤디 워홀에 대한 심리분석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네. 그를 너무 사랑하니까."

- 요셉 보이스

워홀의 끊임없는 노력과 야망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워홀은 생전에 여러 유명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여는 명예를 누렸을 뿐 아니라 국제전시회를 통해 엄청난 부도 거머쥐었다.

1949년, 사회 초년생인 워홀이 맡은 일은 여성지 《글래머》에 실린 '뉴욕 직장에서 성공하기'라는 기사에 삽화를 그리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

- 앤디 워홀

1961년, 워홀은 자신의 작품을 쇼윈도 장식에 활용한다.

1964년 레오 커스텔리 화랑에 전시되었던 <브릴로 박스>.

1964년 동료 화가들과 함께한 워홀. 왼쪽부터 톰 웨슬만,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임스 로젠퀴스트, 앤디 워홀, 클래스 올덴버그.

위조지폐 혹은 예술지폐 | "난 돈이 벽에 걸려 있는 게 좋다. 어차피 20만 달러를 주고 그림을 살 거라면, 그냥 돈을 벽에 거는 게 더 낫다." 워홀은 자신의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가 그린 위조지폐들은 진짜 지폐의 가치를 훌쩍 넘어서버렸다.

돈의 예술 | <달러 사인>은 평단과 관람객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갤러리스트 레오 카스텔리가 1982년에 기획한 대규모 전시회는 실패로 끝나버린다.

화제 바꾸기 | 작품 <꽃>은 워홀이 <전기의자>의 예처럼 죽음과 연관지어 기획한 시리즈 이후에 탄생한 작품이다. 워홀이 이처럼 친근한 모티브를 선택하게된 데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현대미술 담당인 헨리 겔트잘러의 역할이 컸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 워홀의 <꽃> 시리즈는 1964년 카스텔리 화랑 전시회에서 전 작품 매진이라는 커다란 성공을 거둔다. <꽃> 시리즈는 워홀이 처음으로 자연에서 모티브를 구한 작품으로, 위에서 내려다본 꽃밭을 사진에 담아 작업에 활용했다.

친구, 그리고 적 | 워홀은 독일 출신 예술가인 요셉 보이스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친구만 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사진작가인 프레데릭 에버슈타트는 1960년대 워홀에 대해 "은색 가발을 뒤집어 쓴 역겨운 말라깽이"라는 서슴지 않았다.

동료 예술가 | 워홀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유명인사라면 누구든 초상화의 모티브로 삼았는데, 동료 예술가였던 요셉 보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워홀은 초상화 모델의 사진을 찍을 때, 그림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얼굴을 하얗게 화장시키곤 했다고 한다.

 

예술

 

"착한 워홀은 워홀이 아니지.

사람이 이보다 짖궂을 수 있을까?

워홀은 예술사학자들에게

아주 골칫거리다.

워홀이 일부러 예술사를 무시하는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는 것인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그가 폭발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거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달러 지폐, 자동차 사고,

연쇄살인범, 수프 깡통……

 

워홀의 작품에 등장한 모티브들을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그가 찾는 대상은 일상적이고, 진부한 것들이었다. 미술계가 이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아직은 추상표현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팝 예술가인 재스퍼 존스 또한 제품 포장 디자인에 매혹을 느꼈다. 다만 그가 고른 소재는 수프가 아닌 맥주 깡통이었을 뿐.

 

 

"팝아트란 사물을 좋아하는 것을 의미한다."

- 앤디 워홀

 

 

 

워홀은 20년간 캠벨 수프가 자신의 점심 메뉴에서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가까운 대상이었으니 작품의 모티브로 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980년대에는 거꾸로 캠벨 회사에서 워홀에게 광고 포스터 제작을 의뢰했다.

 

"말이 없는 작품일수록 완벽한 작품이기 마련이다."

- 앤디 워홀

아크릴과 파스텔로 캔버스에 그린 <슈퍼맨>. 1960년 작품.

깡통의 활약은 계속된다. 캠벨 수프 깡통은 워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모티브가 된다.

1966년, 워홀은 카스텔리의 화랑에서 벽지와 방석 디자인을 선보인다.

슈퍼스타 제인 홀저와 함께 한 앤디 워홀. 1966년.

번진 선 | 워홀의 드로잉 기법은 '블로티드 라인' 즉 '선 번짐'이라고 불린다. 번진 점이 이어져 선 모양이 되는데, 잉크로 그림을 그린 후 종이를 덮어 찍어내면, 거울 반대방향으로 드문드문 끊어진 선이 생겨난다. 이러한 인쇄기법은 워홀의 오프셋 인쇄 작품들을 한층 다양하게 해주었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신발 | 워홀은 구두라면 가리지 않고 그렸다. 1956년 작품인 금장식 구두 그림은 조금 특별하다. 제목이 가수이자 배우인 <주디 갈런드>였기 때문이다. 워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꼬불꼬불한 글씨는 워홀의 어머니인 줄리아의 필적이다.

스텝을 따라서 | 워홀은 스텝 순서를 그림으로 옮기면서 깨끗한 흑백으로 처리했다. 이 1962년 작품은 2분의 2박자 또는 4분의 4박자의 경쾌한 리듬에 맞추어 추는 폭스트롯 스텝을 보여준다. 이 연작의 다른 그림을 감상하면 또 다른 춤들을 배울 수 있다.

30명의 모나리자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르네상스 시대의 미녀 모나리자에 워홀은 홀딱 반했다. 워홀은 결국 이 신비한 미소를 복제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림의 제목은 <서른 개가 한 개보다 낫다>이다.

실험정신 | 워홀의 영화 <이트>에서 주인공 로버트 인디애나가 버섯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다. 조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45분. 뻔한 장면이 계속되는 것을 감안하면 꽤 긴 작품이다. 1960년대 워홀 영화의 키워드는 '디테일'이었다.

인내심 | 1964년 영화 <앰파이어>에서 워홀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이 영화를 감상하려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7시간 동안 한 각도만을 응시해야 한다.

산화작용 | 이 작품의 기법에 대한 점잖은 표현은 '금속성 킬러에 혼합재료' 정도가 되겠다. 워홀의 팩토리에선 금속 함유 물감을 칠하고 오줌으로 산화처리한 이 기법을 '오줌 페인팅"이라고 불렀다.

미스터리 | <그림자> 시리즈는 크기가 매우 큰 추상화이다. 이 비밀스러운 작품을 보면 도무지 이전 작품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워홀은 이 그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이건 살 수 있는 그림이 아니오"라고.

그림자 극장 | 팩토리에 들어찬 물건들이 만들어내는 이런저런 모양의 그림자는 워홀의 그림자 시리즈 제작에 많은 영감을 주었으리라,  <산화>와 마찬가지로 워홀은 이 작품에서도 구매자들에게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앤디는 다른 인간들과는

완전히 달라요. 냐고요?

세계 최초로 제작된 플라스틱

인간이니까요."

울트라 바이올렛(본명 이자벨 뒤프렌)

 

"수줍고, 말이 없고

때론 배타적인 사람."

 

워홀 작품의 모델이 되었던 지인들의 평가다. 수많은 사진 속의 웃는 모습이 많지 않다. 워홀은 하루의 대부분을 창작에 매달렸고 시간이 생기면 파티 장소를 돌아다니는 데 썼다. 어김없이 카메라, 녹음기 그리고 그를 따르는 '슈퍼스타'들을 대동하고 말이다.

스튜디오 54에서 파티를 즐기는 앤디 워홀과 모델 제리 홀.

 

"내가 결혼한 건 1964년. 내 생애 첫 녹음기를 손에 넣었을 때다. 그 녹음기가 내 아내가 되었지. 내가 보통 '우리'라는 인칭을 쓰면, 그건 '나와 내 녹음기'를 지칭한 거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여기에선 어딘가 항상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지하실 아니면 지붕 위에서, 지하철 아니면 버스에서, 배 위에서 아니면 자유의 여신상에서."

- 앤디 워홀

워홀라 형제들. 왼쪽으로부터 폴, 앤드류, 존. 1942년 피츠버그 추정.

어머니 줄리아, 형 존과 함께한 앤디 워홀. 1931년 추정.

말끔하게 양복을 입은 앤디 워홀. 17세 추정.

인테리어 디자이너 수지 프랭크퍼트와 공동으로 펴낸 코믹 요리책 《와일드 라즈베리》 중 가장 많이 추천받은 래시피.

거울 속의 나 | 앤디 워홀은 앤드류 워홀라로 불리던 고등학생 시절에 이미 자화상 그리기를 좋아했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알게 된 1942년까지는 연필을 주로 사용했다.

클로즈업 | "앤디 워홀은 예술가와 사회 사이, 그리고 문명, 예술, 소비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소외감을 지워버리고 싶어했다. 그는 갈등 없는, 그리고 의미 없이도 아름다운,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예술적 삶을 꿈꾸어왔다. 그는 쓸데없는 공산주의 따위가 아니라 이러한 삶이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고, 또 '행복한 소비기계'로 만든다고 했다." 1982년, 에두아르 보캉의 말.

캔버스에 만화 | 앤디 워홀은 어린 시절 만화를 무척 좋아했는데, 커서도 그 취향이 크게 바뀌지 않았던 모양이다. 워홀은 1961년, 시금치를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 '뽀빠이'를 캔버스로 불러냈다.

컬트 캐릭터 | 만화 캐릭터가 무조건 어린이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재치 있는 소녀 낸시의 일상과 모험을 그린 만화 <낸시>는 각종 신문에 연재되었고, 20세기에 가장 오래 연재된 만화 중 하나다.

색채의 향연 | 워홀은 1974년에 그린 영국 화가 데이비스 호크니 초상화에서 배경을 푸른 물빛으로 가득 채웠는데, 그냥 사용한 것은 아닌 듯하다. 호크니는 로스앤젤레스의 수영장들을 그린 유화로 유명해진 화가이기 때문이다.

동질감 | 1961년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카스텔리 화랑에서 선보인 거대한 만화 컷들은 워홀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1976년, 워홀은 존경하는 리히텐슈타인의 모습을 초상화에 담는다.

영화산업의 여신 | 노란 배경에 보라색, 검은 배경에 연두색……, 워홀이 만들어낸 수십 개의 틀 속에서 마릴린 먼로가 미소 짓고 있다. 워홀은 영화 <나이애가라>(1953)에 나온 먼로의 모습을 작품 소재로 택했다.

여신의 신화 | 먼로가 196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망했을 때의 나이는 36세였다. 먼로의 죽음에 관한 억측이 쏟아져나오면서 그녀는 점차 신화로 자리매김해갔다. 끊임없이 먼로에 대해 '찍어내고' 싶어하는 마음은 언론이나 워홀이나 매한가지였다.

1975년에 출간된 《앤디 워홀의 철학》 표지.

워홀 사망 후 출판된 《앤디 워홀의 일기》.

1968년 6월 4일자 《뉴욕 포스트》지에 앤디 워홀과 저격범인 발레리 솔라니스(오른쪽)의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

뉴욕에서 워홀과 촬영작업 중인 프레드 휴즈, 테일러 미드, 패트릭 틸든클로즈, 1967년 12월.

조 달레산드로가 출연한 1968년 워홀 영화 <플레시>의 포스터.

워홀이 발간한 잡지 《인터뷰》의 창간호 표지. 1969년.

1987년 2월 23일 《데일리 뉴스》에 실린 워홀의 사망 소식.

황제 | 워홀의 스타 시리즈에 '로큰롤의 황제'가 빠질 리가 없다. 워홀은 가수로, 또 배우로 성공을 거듭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열광했다. 1963년 작품 <더블 엘비스>에서 워홀은 은빛 배경에 자동차 도장용 래커 한 통을 모두 사용했다.

재키 | 1963년 11월 케네디 암살 당시 재클린 케네디는 옆에서 남편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 역사적 사건은 수 주가 흐른 뒤에도 미디어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언론매체에 실린 재키의 다양한 모습은 워홀에게 영감을 주었다. <열여섯 명의 재키>에서 워홀은 패션 아이콘 재키와 미망인 재키의 모습을 상반되게 보여준다.

초고속 작품 | 팩토리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에는 '초고속'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듯하다. 당시에 제작된 연작 중 하나도 이러한 특성에 걸맞게 교통사고를 모티브로 했다. 하지만 미술시장은 아직 도발적인 예술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재난 | 워홀은 비극적 문구의 헤드라인이 지니는 흡인력에 대해 일찌감치 간파하고 이를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다. 전기의자, 연쇄살인범, 해골, 재난사고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그것이다. 위의 작품은 <열 번의 초록빛 재난>.

진부함의 아름다움 |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 워홀은 이러한 신조를 내걸고 진부한 대상까지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독일의 저명 출판업자인 지크프리트 운젤트가 앤디 워홀에 대해 평가한 1991년의 편지 내용이다. 달걀 그림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형태의 최소화 | 때론 흑백으로, 때론 요란한 색깔로 캔버스를 가득 메운 달걀 그림은 간략한 모티브와는 달리 규모가 어머어마하다. 캔버스 길이가 자그마치 180cm, 작품 수는 230점이나 되었다. 1982년 워홀이 부활절 기념으로 제작한 이 연작에서 추상화풍이 살짝 엿보인다.

워홀의 안목 | 워홀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워홀이 이 작품을 어떤 시선으로 봤는지가 중요하다. 1987년 워홀 사망 후 그의 <최후의 만찬> 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경매에서 17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빈정거림의 진실 | 화가 자니스 쿠넬리스는 1985년 요셉 보이스와 나눈 대화에서 워홀의 무지함에 대해 성토한다. "5년 전, 앤디 워홀이라는 작자가 이탈리아에 왔어요. 사람들이 이 멍청이를 우리 테이블에 앉혔죠. 테이블에는 모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명의 작가가 있었는데, 이탈리아 예술가 중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워홀이 글쎄 '이탈리아에 관해선 스파게티밖에 아는 게 없다'고 하지 않겠어요." "빈정거린 것이었겠지." "빈정거린 게 아니었어요! 워홀은 앉아서 줄곧 모욕적인 말만 늘어놓았다구요. 그는 재능도 없고, 예술가는 더더욱 아니에요!"

 

사랑

 

 

"세상본인

직접 참여해야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섹스와 파티."

 

앤디 워홀

 

변화의 물결 속에서

 

미국 산업화시대의 수시민적 삶에서 시작하여 폭풍우 같던 1968년 히피시대를 거쳐 1980년대 피트니스 열풍과 첫 에이즈 공포를 겪기까지 워홀이 살아온 시대는 빠른 변화를 겪었고, 워홀은 그 물결을 따라 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코르키(랄프 T. 워드)와 앤디 워홀이 1953년 함께 펴낸 시집 《사랑은 핑크 케이크 같은 것》의 표지.

 

"가십과 스타들을 그토록 좋아하는 앤디가 자신의 개인사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내보이기 싫어했다는 건 매우 모순된 일이다."

- 헨리 겔트잘러

워홀은 그림, 영화, 사진을 통해 보여주었던 자유분방함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애정사에 관해서는 매우 폐쇄적인 태도를 보였다.

워홀이 1955년에 《내 정원의 바닥에서의 책 표지에 그린 연인의 형상.

 

"앤디 워홀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내 그림, 내 영화, 내 모습에서 보이는 표면을 관찰하면 된다. 그 표면이 바로 나다. 그 밑으로 숨겨진 건 아무것도 없다."

- 앤디 워홀

워홀은 오랜 세월 어머니와 한집에서 살았다. 1974년 작 <줄리아 워홀라>.

앤디 워홀과 그림자. 1981년에 그려진 자화상 연작 중 하나이다.

골드북 | 《골드북》에서 보이는 인체 드로잉 및 초상화에서도 워홀은 특유의 부드럽고 드문드문 이어지는 곡선을 사용했다. 사진을 근거로 드로잉을 그렸는데, 후기 초상화에는 상상력이 많이 추가되었다. 18점의 그림이 담긴 《골드북》은 하드커버로 100권이 제작되었다.

초기 작품 | 1957년 출판된 《골드북》의 드로잉은 워홀이 서른 살 때 선보인 작품이다. 당시 워홀은 상업디자이너로 성공을 거둔 지 십 년이 흘렀지만 그의 금빛 드로잉들이 순수미술로 인정받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Do It Yourself!" | "직접 꾸며보세요!" 워홀이 작품에 곁들인 친절한 설명이다. <두 잇 유어셀프> 연작에서 워홀은 일부만 색칠하고, 나머지 작업은 구매자들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이러한 '색칠공부'식 콘셉트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색칠공부 | 워홀의 <두 잇 유너셀프> 연작에서는 숫자 칸이 모두 비거나, 모두 채워지는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거대한 캔버스에 펼쳐진 바닷가 풍경 속에 색을 지시하는 번호들이 흩어져 있다.

권태 | 워홀은 1976년 동료인 글렌 오브라이언이 "요즘은 왜 자주 그림을 그리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떨어졌어. 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도 않고, 난 오래 전부터 그리기를 포기하려고 했어. 매일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건 정말 지루한 일이야……."

토르소 | <토르소> 연작은 워홀이 회화를 포기하고 영화제작에 전념하겠노라고 선언한 후에 탄생했다. 팩토리에 넘쳐나는 모티브들이 그를 새로운 영감으로 이끌었나 보다.

카무플라주 | 워홀은 카무플라주 무늬에 애착심을 보이면서, 자화상에까지 이 무늬를 사용했다. 위의 작품은 세로 3m, 가로 10m가 넘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1986년에 제작된 <카무플라주> 연작은 여러 가지 색으로 제작되었다.

칭찬 혹은 견제 | 워홀은 자신의 추상작품 개인전의 개막식에 온 관람객에게 다른 예술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제 전시회 길 건너에 더 뛰어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면 그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로르샤흐 검사법 | 환자가 잉크얼룩을 보고 연상되는 것을 근거로 심리분석을 하는 검사법이다. 이것을 고안한 스위스 심리학자 헤르만 로르샤흐는 화가가 꿈이었지만 의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미궁 속의 내면 | 워홀이 1984년에 완성한 <로르샤흐> 연작은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린 작품으로, 400×280cm의 어마어마한 크기다. 워홀이 이 그림을 연상시키려 했던 내면의 비밀은 무엇일까?

 

지금도 우리 곁에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

"워홀의 예술세계에서

보이는 반복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예술에는

어떠한 반복없다는 것이다"

 

존 케이지, 워홀에 대해 말하며

 

끝없는 유산

 

워홀이 남긴 자료들은 오늘날까지도 그 규모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워홀은 작품 수량뿐 아니라, 수집품도 엄청난 양을 자랑했다. 이 모든 것을 보고 싶다면, 워홀의 고향 피츠버그행 비행기를 타라.

 

"앤디 워홀은 당대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거울이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예술가였다."

- 칼 앙드레

이제 워홀의 명성은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시대가 왔다. 2004년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관에서 '앤디 워홀의 후기 작품'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대규모 전시회에는 7만 5천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찾아와 워홀의 예술인생 후반에 만들어진 비디오, 영화, 유화 들을 감상했다. 위는 마오쩌둥의 초상화.

1982년, 갤러리스트 레오 카스텔리는 워홀의 <달러 사인>을 자신의 화랑에 전시하기로 마음 먹는다.

 

"나는 죽으면 어떤 잔재도 남기고 싶지 않고, 스스로도 어떤 잔재가 되고 싶지 않다. …… 나라는 기계가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 앤디 워홀

뉴욕 소더비 사에서 제작한 앤디 워홀 경매 카탈로그. 방대한 수집품 때문에 6권이나 되었다.

소더비 사 직원들이 워홀의 소장품을 분류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사진은 워홀의 부엌.

팀워크 | 바스키아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미술가로 꼽히면서 그의 작품들이 경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래피티, 만화, 아프리카 가면, 토템상, 동물, 문자 등……. 모티브의 다양함에 있어서도 워홀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두 화가가 공동작업한 작품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토끼 | 마이클 잭슨과 애완원숭이 버블스의 모습을 도자기로 굽고, 금속 재질로 싸구려 슈퍼마켓 토끼 풍선을 흉내 낸 제프 쿤스의 작품들은 항상 논란을 몰고다녔다. 쿤스 역시 워홀과 마찬가지로 소비문화와 대중문화 속에서 작품 모티브를 찾았다.

도자기 마을 | 워홀은 1980년 독일 방문 중에 유명 도자기회사인 로젠탈 사를 방문햇다. 워홀은 공장 방문을 기념하여 사장인 필립 로젠탈의 초상화를 그려준다. 이런 인연으로 로젠탈 사는 워홀 시리즈 제품을 기획, 판매하게 되었다. 위의 사진은 캠벨 수프 깡통 모양의 머그잔이다.

바스키아 | 워홀은 영화 속에서도 살아 있었다. 줄리앙 슈나벨 감독은 1996년 그래피티 예술가인 장 미셸 바스키아를 기리는 영화를 제작한다. 바스키아에 제프리 라이트, 워홀 역은 데이비드 보위가 맡았다. 그리고 개리 올드먼, 데니스 호퍼 같은 스타들이 대거 조연으로 출연했다.

영화 주인공 | <오스틴 파워-제로>(1997)는 스윙 문화가 극에 달한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 1960년대라면 워홀이 빠질 수 없다. 마크 브링글슨이 은빛 가발을 쓰고 분한 워홀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 파티장에서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앤디 워홀의 친구들

 

앤디 워홀은 생전에 어딜 가나 혼자 다니는 법이 없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워홀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던 이들 그룹은 낮에는 그의 조수, 모델, 배우이었고, 밤에는 그의 파티 친구들이었다. 팩토리를 드나드는 이들은 누구나 이 그룹에 속하길 열망했으며, 그만큼 그의 측근 자리를 꿰차기 위한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워홀은 지인들에 대한 호감을 순식간에 비호감으로 바꾸어버리기로 유명했다. 이들 중 몇몇은 워홀과의 관계를 발판 삼아 경력을 쌓는 데 성공했지만, 대부분은 팩토리 시절의 영광을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대로 시들어버린다.

 

네이션 글럭

1955년부터 워홀의 조수로 일했다. 그의 인맥관리 능력과 창의력은 50년대 워홀이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베이비 제인 홀저

본명은 제인 홀저. 뉴욕 상류사회를 주름잡던 여성으로, 《뉴욕 매거진》이 선정한 '1964년을 빛낸 여성'에 뽑힌 바 있다. 워홀의 첫 영화인 <키스>(1963) 출연으로 워홀의 슈퍼스타 계보의 초시가 되었다.

 

프레데릭 휴즈

텍사스 휴스턴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휴즈는 1964년에 워홀을 알게 되었다. 휴즈는 미국 최대 규모의 미술품 소장으로 유명한 메닐가(家) 사람을 자신의 후견인으로 두었기 때문에, 워홀을 위해 자신의 인맥을 적극 활용한다. 휴즈는 후에 앤디 워홀 엔터프라이즈 사(社)의 자회사인 앤디 워홀 영화사의 회장직을 맡는 동시에 워홀의 유산관리자 역할을 담당하였다.

 

제드 존슨

제드 존슨은 1968년 팩토리 직원으로 고용된 이래로 80년대까지 애인으로서 워홀의 옆자리를 지켰다. 존슨은 워홀의 마지막 영화인 <앤디 워홀의 배드>(1976)에서 연출을 담당하기도 했다. 워홀 사망 후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제라드 말랑가

말랑가는 1963년 20세에 워홀의 조수로 기용된 이후로 그의 곁을 가장 오래 지킨 동료이다. 말랑가는 워홀의 영화에 몇 번 출연했고, 《인터뷰》지 창간 당시 공동출판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폴 모리세이

본래 직업은 사회복지사였다가 1965년에 워홀의 팩토리 팀에 합류햇다. 그는 주로 워홀의 영화제작에 참여했는데, 워홀의 말기 영화에서는 연출을 맡기도 했다.

 

빌리 네임

본명은 빌리 리니치. 전에는 미용사이자 조명기사로 일하다가, 1960년 워홀과 알게 되고 나서 첫 팩토리의 공식 사진기사로 탈바꿈했다. 그는 1970년 어느 날 갑자기 "난 간다. 내 걱정은 마."라는 짧은 메모를 남긴 채 작업 도중에 잠적해버린다.

 

온딘

본명은 빌리 올리비오. 마약에 찌든 이성복장착용자로, 1963년부터 팩토리를 드나들었다. 워홀의 영화 <첼시 걸스>에서는 '그리니치빌리지의 교황' 역을 맡았다.

 

브리짓 포크

본명은 브리짓 벌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반항심과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워홀의 영화에도 다수 출연했던 포크는 1963년 처음 워홀을 알게 된 후로부터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줄곧 그의 최측근 자리를 지켰다.

 

에디 세즈윅

본명은 에디스 민턴 세즈윅. 워홀과는 1965년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고, 워홀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익스플로딩 플래스틱 인에비터블>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에도 출연했다. 세즈윅은 1960년대 뉴욕의 패션 아이콘이었다. 세즈윅 사망 1년 후인 1971년에는 그녀를 기리는 전기영화 <차오, 맨해튼>이 나오기도 했다.

 

비바!

본명은 재닛 수잔 메리 호프먼. 1960년대 워홀의 슈퍼스타가 되면서 '비바'라는 예명을 얻었다. 비바는 <첼시 걸스>, <론섬 카우보이>, <블루 무비> 등의 워홀 영화에 출연했다.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