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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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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28. 09:39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116 크로노스는 카이로스를 이기지 못하고

 

장달식 시집

2004, 그림과 책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2258

 

811.6

2229크

 

장달식

시인 / 공학박사(Dr. -Ing.)

 

한국시사랑문인협회 회원

월간 시사문단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카이로스" (글모음, 1988) 출간

한국기독대학인회(ESF) 주최 제1회 문학상 수상 ;

시 부문 최고상인 "사랑상" 수상

(대표시 - 사랑하기 위하여), 1998년

백두산 문학 9월호를 통해 [아버지 외 5편] 등단(2004)

시사문단 작가

 

1961년 남원 산, 전주고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설계학과 졸업

독일 아흐엔(Aachen) 대 공학박사

대우종합기계 중앙연구소 수석 연구원

한국유공압 시스템 학회(KFPS) 기술이사 및 편집위원

ISO 전문위원

한국기독대학인회(ESF) 이사

문래동 성결교회 집사

 

홈페이지 : http://www.jds.zio.to

 

차례

 

1부

사랑하기 위하여 / 그대 잠들기 전에 / 너에게 / 기다리는 것은 / 아버지 / 오래된 시계 / 주인 없는 은행나무 / 아내의 병상에서 / 소나기 / 매미 / 옷을 벗으며 / 그대가 절망을 이야기할 때 / 사랑하는 것을 / 마지막 기도 / 아직도 흔들리는 사랑의 흔적 / 연민 - 깨달음을 전하고 / 연민 - 두 칼날 / 연민 - 저당 잡힌 누이들 / 님의 곡조 / 작은 사랑을 모으며 / 고향이 그리운 산책로에서 / 마음을 조각하는 사람들 / 그대 고운 사랑으로 / 아름다운 이별 / 늘 푸른 솔잎이 그리운 시간에

 

2부

살아있음의 그림자 / 어떤 순리 / 삶의 자리 / 그대 마음속 깊은 밤중에 / 알 수 없는 이름으로 / 가을을 위하여 / 텅 빈 들녘에서 / 새벽 이미지 / 핏 빛 / 생명의 춤 / 그 날의 크리스마스 / 따스한 숨결 / 삼십 삼의 미학 / 서 있는 자에게 앉아있음을 말 할 필요는 없다 / 아직도 흔들리는 그대의 그림자 / 껍질을 벗으며 / 가을 새벽 / 크로노스는 카이로스를 이기지 못하고 /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고 / 장미의 유혹 / 섭리의 암호를 해독하며 / 행복한 기억으로 / 너, 건강한 아이여 / 어떤 아픔 / 인생의 멀미 / 가을 친구 / 농부의 지혜를 배우며

 

3부

홍대 전철역에서 / 파스칼 / 꽃이 지는 이유 / 남원 가는 길 / 사랑은 / 행복한 비둘기 / 가을 소식 / 나무와 사람 / 사랑받기 위하여 / 사랑하기에 / 둥지 / 아침 이슬 / DNA / 봉이 김선달 / 1984년 / 기인 백남준 / 샘 / 그대의 젖은 가슴으로 / 어머님의 병상에서 / 어머님의 병상에서 2 / 생명 사랑 / 가지 잘린 플라타너스 / 표독한 표범 / 팔구 년 아침의 소묘 / 코스모스의 서정 / 바닷가에서 / 석양에 지는 노을을 그리워하는 것은 / 나그네의 노래 / 산골짜기 사람들 / 배반의 시스템

 

4부

독 초 / 어느 소녀의 고백 / 하얀 포말 / 고 백 / 우리들의 누이여 /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에서 / 오늘은 / 이번 크리스마스엔 / 만남과 헤어짐 / Die Asthetik Der Dreiunddrei Big

 

작품해설

 

님의 곡조

 

지루한 내 삶의 가락 뒤에 숨겨진

당신의 미소를 보고파

저녁 들판에 나아가

조금 열린 구름 구멍 사이로 물었습니다

 

잠깐 스친 찬란한 하늘은

새 삶을 위한 연한 걸음을

다시 시작하게 하였습니다

 

내 맘으로 정한 장마는

그침이란 단어를 모독하듯

또 오늘도 이어지고

당신이 그려준 악보는

저녁 개울가 수면 위에

희미한 그림자로 떠있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더 불어버리면

평온한 수면은 거울을 잃어버려

가락이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채워야 할 날들 위에 붙여질

당신의 곡조를 배우게 하소서

이 작은 영혼은 당신과 함께 부르는

더없이 진한 합창이 되고 싶습니다

 

크로노스는 카이로스를 이기지 못하고

 

옛 즈믄 해를 보내고 새로운 천년을 맞는

시끄러운 반짝임도

아무런 변화 없이 또 떠오르는 태양 앞에

조용히 머리를 숙이면서 어제의 바람 속으로 사라져 갔다

 

어제의 체온이 아직 그대로이고

그립던 그대의 소식이 아직 이르지 않았는데

디지털 시계의 숫자가 바뀌었다 하여

유전자의 암호가 바뀔 수 있을까

 

차라리 한없이 울어

한 천년이 다하도록 울어준다면

채우지 못하여 멍들어버린 어설픈 가슴들이

그 눈물로 심장을 씻을 때

억누르던 익지 못할 욕망들이

찾아왔던 귀와 눈을 지나 돌아가리라

 

책상 위에 놓인 크로노스 시계는

어린 풍선들을 부풀게 하나

가슴속에 묻힌 카이로스 시계는

그저 조용히 웃고 있다

 

꽃이 지는 이유

 

꽃이 지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

 

귀여움의 시간대를 벗어나

사춘기의 열병을 앓아야만

어른이 될 수 있는 어린 아이처럼

 

눈을 멀게 하던 사랑의 안개가

이슬이 되어 눈가를 스쳐야만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어린 소녀처럼

 

나그네는

아픔이 아름다움으로 변하기 위한

암호를 풀어내기 위해

화사한 꽃들의 빛깔과

지는 아픔을 태워 타오르는 불꽃을

프리즘을 통해 자세히 나누어 본다.

 

만남과 헤어짐

 

만남과 헤어짐을 위하여

또 하나의 만남과 헤어짐을 마련하는 것은

때로는 어리석은 생각 같아

조용히 기쁨과 눈물로 메우고 싶어도,

기나긴 여정 중에 이런 일들이

우리가 하나임을 확인해 주고,

진정 이것이

우리의 헤어짐이 아니란 것을

가슴속에 새겨주는 까닭입니다.

 

잠시 아픔을 맛보는 것은

님께서 더 큰 만남의 광장을 주시려고

눈으론 바라볼 수 없는 공간으로

좁은 가슴들 사이를 메워 놓으신 까닭입니다.

 

텅 빈 들녘에서

 

지금은 나부끼는 낙엽이라도 좋다

 

한 때는 너를 사랑했고

또한 멀리하려 하던 날이 있었기에

기름지지 않은 고독한 들판에

한 조각 잎사귀가 되어

아직은 타오르지 않은

텅 빈 이 들녘을 지키리라

 

사람들의 가벼운 발자국에

사르륵 하고 쉬이 부서지지만

바람을 벗 삼아 저 높이 날아가 보면

이 공간은 향내를 담을 터로 보일 것만 같다

 

오늘은 훗날을 위한 호흡을 배우려는

한 흔적이고만 싶다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흘러가는 것이

강물만은 아니었다

 

소리 없이 흘러버린 시간 사이로

아이들이 커가고

바라보는 눈도 바뀌어만 간다

 

몽당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쓰고 있는 딸아이가

더욱 예뻐 보이는 것은 아계 쓰는 모습이 아니라

아직도 사용되어지는 연필에 대한 연민 때문이다

 

이렇게 몇 차례 느끼고 나면

어느새 바뀌어버린 삶의 자리에서

흔들거리는 나를 발견하겠지

 

춥다고 이 겨울을 쉽게 보낸 후

새봄을 재촉한다면

그 봄이 다 가는 그 날에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겨울이 되어 하루해가 더욱 짧게 느껴지는 오후

양지 녘에 다가온 따사로운 햇살이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이 추위와 겨루는 오늘도

내 인생의 소중한 한 조각임을 이제 알기에

 

장미의 유혹

 

오는 여름을 한 번 더 재촉하듯

검붉은 녹음 사이로

장미는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어지럽게 흐트러진 골목길도

압도하는 그 빛으로 인해

더 이상 추하게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들은

자기가 있음을 말하는 것을 넘어

남이 없음을 말하려 한다

 

장미는 그를 유혹하고

그는 장미가 되어 가는데

사람들은 그저 아름답다고만 한다

꽃이 지면 다시 추하다고 하겠지만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