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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4. 16:20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21 만인보 


高銀

1996, 창작과비평사



시흥시대야도서관

SB001799


811.6

고67만  11


창비전작시----------------------------------------------------------------------


큰 명제에 대한 시대적 일탈이 여기저기서 눈여겨지는 때에 시와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있어야겠다. 그것은 근원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뜨겁게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접어두고 나서 나는 그 이념의 혐의와 상관없이 먼저 인간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이나 사회 · 역사 · 문명 전반에 대한 통합적 인식이 인간의 문제로 귀결되는 사실에 새삼 눈떠야 했다. 인간의 실존적 정화 내지 승화만이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고비들을 넘기는 일의 시작이라는 것도 거기에 포함된다.

세상에 어디 '시적 인간'의 가능성이 그 싹수마저 보이고 있느냐라고 고개를 젓지 말기 바란다. 바로 이런 판에서 시인보다 먼저 시적 인간이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므로.

다만 그런 인간에게서 메시아적이기보다 연인적이기까지 한 친화를 경험하는 것이 창조의 축복과도 닿아 있을 터이다.

「머리말」에서


고은(高銀)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1958년 『현대문학』에 시 「봄밤의 말씀」「눈길」「천은사운」 등을 추천받아 등단.

1960년 첫시집 『피안감성』 간행. 이후 시 · 소설 · 수필 · 평론 등에 걸쳐 100여 권의 저서 간행.

1984년 『고은시선집』 간행.

1986년 『만인보』 간행 시작

1987 ~ 94년 서사시 『백두산』 간행.

제3회 만해문학상, 제1회 대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등 수상.


차례


박정희 / 오  윤 / 오  준 / 문익환 / 조지송 / 이창복 / 무교동 목포집 / 캠프 레이건 입구 / 김관석 / 성내운 / 사  슴 / 전우(田愚) / 강만길 / 장만철 / 김영초 / 이철구 / 장홍주 / 김천수 / 이범렬 / 시노트 신부 / 서해의 썰물 밀물 / 김부자 / 김부자 영감 / 김재준 / 안재웅 / 최민화 / 오태순 / JP / 나병식 / 유인태 / 김성재 / 정  붕 / 이선영 / 구창완 / 청계천 뚝방 홍씨 마누라 / 박도연 / 엉터리 사주쟁이 / 장영달 / 민주화운동의 어떤 영감 / 한명회 / 이  철 / 서경보 / 부광석 / 임재경 / 이현배 / 법  정 / 김형욱 / 셋째딸 성숙이 / 신나무 / 정문화 / 신승원 / 이건영 / 송건호 / 강구철 / 정명기 / 강신옥 / 홍성엽 / 이  강 / 중앙시장 과부 / 유달영 / 이름 숨기기 / 공주 느림보 / 부완혁 / 이효재 / 이남덕 / 백두진 / 강수(强首) / 탑골공원 그 사람 / 이철승 / 아버지와 아들 / 요정 종업원 임도빈 / 서광선 / 정화암 / 정일형 / 이태영 / 양일동 / 똥  가 / 박석무 / 달  밤 / 정석해 / 다동 다복여관 장기투숙객 / 조재천 / 장용학 / 오풍류 교수 / 이헌구 / 한산 주창길 / 썩은 새끼 서 발 / 신정식 / 무교동의 밤 / 남재희 / 신라 진흥왕 / 조향록 / 어린 장선광 / 오줌 싸는 시간 / 이동화 / 정회성 / 최원식 / 윤형중 / 관철동 밤 피리소리 / 신경림 / 그 노파 / 늙은 교도관 / 조요한 / 김용구 / 김성식 / 정수동(鄭壽銅) / 이  인 / 백낙준 / 서대문경찰서 유치장 담당 / 조용철 / 윤제술 / 심우성 · 전성우 / 송시열의 종 / 김성우


박정희


그가 태어난 고장

선산 도리사 밑 밭두렁에는

캐내지 못한 바위가 박혀

혼자 거무튀튀하다

그 바위를 닮아야 했던가

여름 햇볕이 쨍 !

그는 그렇게 고독했다


일본 육군의 모범장교였다가

육군 소장이었다가

쿠데타 이래


녹슨 쇳소리

그의 목소리의 파쇼는 바윗덩어리였다

탄압과 건설이

행여 뒤질세라


모든 곡선들은

거듭된 5개년계획과 함께

새마을 슬레이트지붕

고속도로의 직선으로 교체되었다


남부동해안 울산공업단지

포항제철

그가 태어난 고장도 공장의 도시로 교체되었다


1970년 초 서울에는

쉬쉬쉬 소문이 떠돌았다

박정희 육영수는

총 맞아 죽을 운명이라는 것


어느덧 춘궁기 보릿고개가 사라졌고

전란 이후

휴전선 이남의 산야는

개발의 나라

성장의 나라였다

그런 어느 날

쉬쉬쉬 소문이 떠돌았다

감옥 지붕의 비둘기들이 우르르 날아오르며


나병식


전봇대 키

도수 높은 안경이면 되었다

거기다가

숨차며 말 이어가면 되었다


서울대 사학과 학생이었다가

민청학련 사건 사형짜리


몇차례나 감옥에서 나오면

마늘장수도 하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도 속인다는

꿀장사도 하고

그러다가

양복점 풀빛도 차려보았다


그러다가

출판사 풀빛 차려

이 책

저 책을 내어

그 책더미 속에서

숨차며 말 이어가면 되었다


나병식

그는 광주가 고향이기 전에 조국이었다

황사바람 펄럭이는데


이  철


민청학련 사건 주동자인

그 대학생은

차라리 고교생처럼 풋풋하였다

사직동 거리에서

현상수배자로 잡혀보니

키도 낮았다


진주 남강가에서 자라나

울림 없는 토막진 말 몇마디

서울로 온 이래

아버지는 박정희의 아들 지만을 가르치는 교사였고

아들은 박정희 독재에 맞선 대학생이었다


이미 다 검거되었는데

나중에야

고교생으로 변장한 채 잡혔다


그는 유인태 나병식 김병곤 들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 사형선고도 엄포였을 뿐

몇개월 뒤에 내보냈다


그 뒤 일체 재야에서 떠났다

시대를 오래오래 씹어야 했던가

쓴 것이 단 것으로 되는 것이 씹는 일이므로


신승원


민청학련 사건 169명 가운데는

아서라 고교생 둘이 들어 있다


4월혁명 치닫을 때였던가

전국의 고교생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이래


부산고등학교 소년이

여드름 하나를 달고

부산대 언니들 따라

유신체제 반대를 위하여 나섰으니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1심에서 풀려나왔으나


오륙도 바다 위

일찍 뜬 별 왠지 안쓰러워


저문 바다 위 바람 불었다


정명기


민청학련 사건 뒤로도

다시 감옥에 갔다

다시 감옥에 갔다

그런 뒤에야

감옥 대신

도시빈민에 다가가


이른바 달동네에 판잣집 교회를 개척했다

젊은 목사가 되어

함께 싸웠던 여학생이

어느덧 목사 부인이 되어

초라한 십자가를 달았다


서울의 밤

한국 각처의 밤

시뻘건 십자가가 난립하는 것이 아닌

초라한 십자가를 달았다


언젠가는 그런 십자가조차도 달지 말아야 할 때가 오리라


강신옥


1974년 7월 4일

용산 보통군법회의

민청학련 사건 담당 변호인 강신옥

긴급조치 4호 위반

피고인 169명 중 9명 재판이 시작되었다


강신옥

피고인을 변론하다가


이 애국학생들에게 중형을 구형하는 것은

사법살인이다

직업상 이 자리에서 변호하고 있으나

차라리 피고인들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고 싶다고 외쳤다


바로 이 변론요지로

긴급조치 4호 위반 피고인이 되었다

그의 말대로

변호인이 아니라 피고인이 되었다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


군 법무관 시절

그의 후배들 홍성우 황인철 들과 함께

이미 뜻을 맞췄던 일이

70년대 내내

그 뒤로도 내내 이어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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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