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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28. 09:04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12  버리고 떠나기

 

법정

2010, 샘터

 

 

시흥시대야도서관

SB042842

 

220.4

법74ㅂ c.2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일상의 소용돌이에서 한 생각 돌이켜,

선뜻 버리고 떠나는 일은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진다.

 

미련없이 자신을 떨치고

때가 되면 푸르게 잎을 틔우는 나무를 보라.

찌들고 퇴색해가는 삶에서 뛰쳐나오려면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법정法頂

 

70년대 후반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지어 홀로 20년을 사신 뒤 지금은 강원도 산골 작은 오두막에서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계신다.

자연의 벗이 된 후,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곧고 정갈한 글을 통해 세상에 나눠주고 계신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길상사' 회주를 맡아 가끔씩 산에서 내려오시는데 변하지 않는 침묵과 무소유의 철저함이 마치 자연을 닮은 곧은 나무를 보는 듯하다.

스님의 향기가 배어 있는 작품으로 <서 있는 사람들> <물소리 바람소리> <산방한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텅빈 충만> <무소유> <산에는 꽃이 피네> 등이 있다.

 

홀로 있고 싶을 때 나는 훌쩍 나그네길에 나선다.

 

차례

 

개정판을 내며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하여

 

생각을 씨앗으로 묻으라

화전민의 오두막에서 / 달 같은 해, 해 같은 달 / 생각을 씨앗으로 묻으라 / 묵은 편지 속에서 / 나의 휴식 시간 / 별밤 이야기 / 개울가에서 / 강변의 정자에서 /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 까치소리를 들으며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닦을 것인가

계의 공덕 / 윤달의 한국불교 / 도라지꽃 사연 / 잔인 무도해진 우리 인생 / 깨달음과 닦음 /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닦을 것인가 / 살아 있는 것은 다 한 목숨이다 / 입시에 낙방당한 부모들에게 / 무엇이 전쟁을 일으키는가 / 한국인의 맹렬성 /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라 / 우리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 화두선과 관법 / 어진 이를 가까이하라 / 선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 승가의 기초교육 / 그대가 곁에 있어도

 

소유의 굴레

소유의 굴레 / 통일을 생각하며 /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 / 녹스는 삶을 되돌아보라 / 자연은 커다란 생명체다 / 반바지 차림이 넘친다 / 닭벼슬만도 못한 중벼슬 / 가을이 오는 소리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여기 바로 이 자리 / 온화한 얼굴 상냥한 말씨 / 맑고 투명한 시간 / 누가 복을 주고 벌을 주는가 / 아름다움과 조화의 신비 / 겨울 하늘 아래서 /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버리고 떠나기

비오는 날에 / 운판 이야기 / 산승의 편지 / 단순하고 간소한 삶 / 버리고 떠나기 / 아가 아가 울지 마라 / 또 가을이네 / 아직 끝나지 않은 출가 / 인생을 낭비한 죄 / 어제 만난 사람들 / 그 일이 그 사람을 만든다 / 산에는 꽃이 피네 / 생명의 잔치에 동참하라 / 햇차를 들면서 /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 / 장마철 이야기 / 남의 삶과 비교하지 말라 / 초가을 나들이

 

별밤을 가까이 하라. 한낮에 닳아지고 상처받은 우리들의 심성을

별밤은 부드러운 눈짓으로 다스려 줄 것이다.

 

해가 뜨면 밖에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방에 들어가 쉬고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을 갈아 먹고 사니

누가 다스리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

 

이름 때문에 숨어 살기 어려워

마음 편히 쉴 곳이 없다.

지팡이 날리고 또 날려서

찾는 산이 깊지 않을까 두렵네.

- 휴정休靜 선사

 

산이야 나를 좋아할 리 없지만

내가 좋아서 산에서 사는데

한 산중에서 오래 머물다보니

번거로운 인연들이 나를 얽어매더라.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나 활자로 된 게 아니다.

펼쳐 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네.

- 선가禪家

 

삼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사람은 죽고 집은 허물어져

마을이 황량하게 변해 버렸다.

청산은 말이 없고 봄하늘 저문데

두견새 한소리 아득히 들려온다.

한때의 동네 아이들

창구멍으로 나그네를 엿보고

백발의 이웃 노인

내 이름을 묻는다.

어릴 적 이름 알자

서로 눈물짓나니

푸른 하늘 바다 같고

달은 삼경이어라.

- 법정

 

바람은 자도 꽃은 지고

새소리에 산은 더욱 그윽하다

새벽은 흰구름과 더불어 밝아오고

물은 밝은 달 따라 흘러간다.

- 휴정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모두가 꿈속의 일인 것을

저 강을 건너가면

누가 ㅓ이고 누가 나인가.

 

누구나 한번은 저 강을 건너야 한다

나 또한 다를 바 없어

곧 바람 멎고 불꺼지리라

꿈속의 한평생을 탐하고 성내면서

너니 나니 하고 다투기만 하는가.

- 경허 선사

 

바람 잦아 머루 다래 떨어지고

산 높아 달이 일찍 진다.

내 곁에는 사람 그림자 없고

창 밖에 흰구름만 자욱하다.

- 부휴浮休 선사

 

깨달음이 개인적인 체험이라면,

닦음은 사회적인 의무와 나누어 가짐[廻向]으로 이어진다.

종교가 어느 문화 현상보다도 값질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체험에 그치지 않고 되돌리고 나누어 가지는

대사회적인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花落花開又一年

人生幾見月常圓

 

꽃이 피고 지기 또 한해

평생에 몇 번이나 둥근 달 볼까

 

빛의 비가 내리네

보이지 않는 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질문과 대답이 이루어지고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없네

여기 환희의 비가 내리네

하늘 한복판에서 활짝 핀 연꽃처럼

한번 빛의 비에 젖은 이는 더는 젖지 않으리

누가 이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

- 까비르(인도의 성자)

 

그대, 진정으로 원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

무엇을 하든 무엇을 꿈꾸든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라.

- 랄프 트라인(미국의 사상가)

 

물 속의 물고기가 목말라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웃는다

진리란 바로 그대의 집 안에 있다

그러나 그대 자신은 이걸 알지 못한 채

이 숲에서 저 숲으로 쉴 새 없이 헤매고 있네

여기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진리를 보라!

그대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보라

이 도시로 저 산 속으로

그대 영혼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여전히 환상에 지나지 않으리.

- 까비르(인도의 시인)

 

눈길을 걸을 때

함부로 밟지 말라

내가 걷는 이 발자국

뒷사람의 길잡이 되리니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사람들이 방안에 모여 별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문 밖으로 나와서 풀줄기를 흔들며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를 구경했다.

까만 벌레의 눈에 별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는

벌레를 방 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어느새 별들은 사라지고

벌레의 눈에 방 안의 전등불만 비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벌레를 풀섶으로 데려다 주었다.

별들이 일제히 벌레의 몸 안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 류시화 <벌레의 별> 

 

우리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한편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그만큼 부자유해지는 것이다.

우리들의 정신은 그만큼 부담스러우며

이웃에게 시기심과 질투와 대립을 불러일으킨다.

 

萬里靑天

雲起雨來

空山無人

水流花開

 

구만리 장천에

구름 일고 비 내린다

사람이 없는 텅 빈 산에

시냇물 흐르고 꽆 피더라.

- 황산곡黃山谷 (중국 송대의 시인, 서예가)

 

홀로 있는 시간은 참으로 가치 있는 삶이다.

홀로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

그렇지 못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맹목적인 겉치레의 흐름에 표류하고 만다.

홀로 있어야만 벌거벗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성찰할 수 있다.

 

벗이여, 어디 가서 '나'를 찾는가

나는 그대 곁에 있다

내 어깨가 그대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절이나 교회에서 나를 찾으려 하지 말라

그런 곳에 나는 없다

인도의 성ㅅ러운 불탑들 속에도

ㅚ교의 찬란한 사원에도

나는 없다

어떠한 종교의식 속에서도

나를 찾아낼 수 없으리라

다리를 꼬고 앉아 요가수행을 할지라도

채식주의를 엄격히 지킨다 할지라도

그대는 나를 찾아내지 못하리라

그대가 진정으로 나를 찾고자 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벗이여, 나에게 말해 다오

무엇이 신인가를

신은 숨 속의 숨이니라.

- 까비르

 

산중무일력 부지하세월  山中無日曆 不知何歲月

 

꽃을 보러 정원으로 나가지 말라

그럴 필요는 없다

그대 몸 안에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 있다

거기 연꽃 한 송이가

수천의 꽃잎을 달고 있다

그 수천의 꽃잎 위에 앉아서

정원 안에서나

정원 밖에서도

늘 피어 있는 그 아름다움을 보라.

- 까비르

 

여섯 살 때 나는 내가 일곱 살을 향해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이 되자 나는 언제나 학교를 향해서 가고 있었으며, 그것은 보다 나은 인가니 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보다 나은 인간이 되었다기보다 나는 현실적이고 영리한 인간이 되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늘 성공을 향해서, 행복한 미래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 나이 쉰이 되고 보니, 때로 나는 내 자신이 무덤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참담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순간마다 내 자신에게 이렇게 묻느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스와미 묵타난다(인도의 성자)

 

잎이 말끔히 져버린 후박나무와 은행나무는

그 빈 자리에 내년에 틔울 싹을 벌써부터 마련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바로 생태계의 자연스런 리듬일 것이다.

이런 리듬이 없으면 삶은 지루하고 무료하고 무의미해진다.

이래서 자연은 우리에게 위대한 교사다.

 

현자의 눈에는 하늘은 남자이고 땅은 여자다. 땅은 하늘이 떨어뜨린 것을 키운다.

땅에 열이 없으면 하늘은 열을 보내고, 땅이 생기를 잃고 메마르면 하늘은 비를 내린다.

하늘은 아내를 위해 식량을 찾아 헤매는 남편처럼 땅 위를 맴돌고, 땅은 주부처럼 노상 바쁘고 자식을 낳아 젖을 먹인다.

땅과 하늘은 지혜롭게 일하므로 거기에도 지혜가 잇다고 생각하라.

땅과 하늘이 서로 기쁨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째서 애인들처럼 마주보고 끌어안고 있겠는가.

땅이 없으면 어떻게 꽃이 피고 나무들이 자랄 수 있으리. 하늘은 또 무엇을 위해 물과 열을 만들어낼 것인가.

 

낮과 밤은 겉으로는 적이지만 같은 목적에 이바지하고 있다.

서로의 일을 완성하기 위해 밤과 낮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밤이 없으면 인간의 본성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하고, 따라서 낮에 소비할 것도 없으리라.

- R. A. 니콜슨 루미(회교의 시인이며 신비주의자)

 

잔 들고 혼자 안자 먼뫼흘 바라보니

그리던 임이 오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삼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 하노라

- 고산孤山 윤선도 《산중신곡山中新曲

 

이 종소리 듣는 이마다 번뇌를 끊고

지혜 기르고 보리심을 발해서

지옥 고통 여의고 윤회에서 벗어나

부처를 이루어 모든 중생 건져지이다.

- 종송鐘頌

 

모처럼

지는 꽃 손에 받아

사방을 둘러본다.

 

지척엔

아무리 봐도

놓아 줄 손이 없어

 

그 문전門前

닿기도 전에

이 꽃잎 다 시들겠다.

- <그 문전門前>

 

하늘엔 유독가스 떠가고

강물엔 중금속이 흐르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짓밟히는 곳….

 

도시는 매연으로 뒤덮여

농촌은 농약에 찌들어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공해로 사그라드는 곳….

- 공해풀이 마당극 <나의 살던 고향은…>의 가사 일부

 

봄풀을 깔고 선정禪定에 들면

솔바람 소리는 그대로 범패梵唄

티끌 하나 날아들지 못하는 이곳

죽음도 삶도 내 몰라라

- 왕유王維(당나라 시인이며 재가불자在家佛子)의 <변각사에 올라>

 

산속의 스님 달빛이 탐이 나서

물병 속에 함께 길어 담았네

절에 돌아와 뒤미처 생각하고

병을 기울이니 달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네.

- 이규보 <우물 속의 달을 보고>

 

깊은 산에 홀로 앉아 있으니

만사가 시들하여

진종일 문을 닫고

무생無生을 참구한다.

생애를 되돌아보면

별 물건이 없나니

다만 한 잔의 파에

한 권의 경책뿐.

- 부휴 선사

 

환상의 바다에 노닐기 칠십여 년

오늘 아침 이 몸 벗고 고향으로 돌아가네

텅 비고 고요해서 아무것도 없으니

보리니 생사니 떠들지 말게.

- 부휴 선사의 임종게偈

 

대체로 인간의 삶에는 나이가 귀하나니

이제 와 비로소 지난 일을 뉘우친다.

어떻게 하면 하늘에 닿는 저 바닷물 쏟아

산승의 '판사'란 이름 말끔히 씻을까.

- 휴정 선사 '스스로 비웃음[自嘲]'

 

보았네 못 보았네 떠들지 말고

그대도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

손님 접대는 다만 이것뿐

절집엔 원래 잔정 따윈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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