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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1. 11:44 내가 읽은 책들/2015년도

2015-017 명화의 거짓말 -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나카노 교코 지음 | 이연식 옮김

2011, 북폴리오

 

 

시흥시대야도서관

SB066606

 

654.2

나872ㅁ

 

명화가

건네는 말을

모두 믿지 마라!

 

"현대인은 흔히들 유명한 회화는 진지한 예술가가 진지한 예술적 태도로 완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옷깃을 여미고 감상해야 하고, 발표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보았을 것이라고……."

 

루벤스, 클림트, 틴토레토, 보티첼리 등 최고의 화가들은 그리스 신화를 어떻게 읽어 냈을까? 그들이 그려 낸 신들의 드라마는 모두 진실일까?

교양과 문화 전반의 해박한 지식과 블랙 유머가 담긴 독특한 시각으로 유명한 『무서운 그림』의 나카노 교코가 이번에는 모든 드라마의 원형인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한다.

곤두박질치는 이카루스를 주변 인물들이 외면하는 이유, 아르테미스의 얼굴이 그 당시 아이들의 모습이었던 까닭, 무시무시한 추녀의 얼굴을 한 운명의 세 여신을 통해 고야가 하려던 말,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이 팜므 파탈로 보이는 이유와 함께, TV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그리스 신화를 만난다.

 

나카노 교코 中野京子

와세다 대학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오페라로 즐기는 명작 문학』『멘델스존과 안데르센』『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 바로크 시대의 곤충화가 메리안의 일생(사이언스 북스, 2003년)』『사랑에 죽다』『오페라 갤러리 50』(공저) 등을 썼으며,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일본어로 번역했다. 국내에는 『무서운 그림(세미콜론, 2008년)』시리즈로 인지도를 높였으며 역사와 문화 전반을 종횡무진하는 독특한 시각의 미술 읽기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朝日新聞)」 웹사이트에서 역사 에세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블로그는 http://blog.goo.ne.jp/hanatumi2006이다.

 

옮긴이 이연식

미술사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과정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일본의 우기요에浮世繪와 양풍화洋風畵에 대한 논문을 썼다. 학부에서는 그림을 그렸고, 현재 미술책 저술과 번역을 병행하며 미술사를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도 하고 있다.

『미술영화 거들떠 보고서』『위작과 도난의 미술사』『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눈속임 그림』『아트 파탈』을 썼다. 옮긴 책으로는 『무서운 그림』(1권, 3권), 『맛있는 그림』 등이 있다.

 

진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거짓 역시 그렇다.

- 랄프 왈도 에머슨

 

|목차|

 

서문

신들의 계보

 

                                                                          01 제우스 ZEUS

관능적인 다나에

영웅 탄생

알에서 태어난 쌍둥이

모두가 여자 탓?

 

                                                            02 아프로디테 APHRODITE

천연덕스러운 아프로디테

피그말리온 판타지

합체욕구

여성 육상선수

여자의 육감

봄이 한가득

 

                                                                    03 아폴론 APOLLON

연인을 죽게 하고는

크로노스의 반주

아비의 마음을 자식은 몰라

저승에서의 귀환

 

                                                  04 그 외 신화 THE GREEK MYTHS

어머니의 집념

승산 없는 싸움

처녀의 분노

스스로에게 빠져 꽃이 되다

짜고, 재고, 자른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

 

역자 후기

 

제우스

Z  E  U  S

 

                                                            관능적인 다나에

 

렘브란트 판 레인 『다나에』

1636년, 유화, 185×203cm, 예르미타시 미술관 소장(러시아).

 

- 열쇠를 든 늙은 하녀가 커튼을 열어 황금의 비를 불러들인다.

- 일순, 빛을 거부하는 것처럼 들어 올린 팔, 그 그림자가 복부에 떨어져 다나에의 육체를 더욱 에로틱하게 보이도록 한다.

- 호화로운 실내장식과 가구들

- 캔버스가 손상되어, 빛의 입자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약해지고 말았다.

- 고귀한 용모, 진지한 눈길

- 양손이 묶여 몸부림치며 우는 큐피드는 억압된 사랑을 상징한다.

티치아노 베첼리오 『다나에』

1553년경, 유화, 130×181cm, 프라도 미술관 소장(스페인)

구스타프 클림트 『다나에』

1907년경, 유화, 77×83cm, 뷜토르 화랑 소장(오스트리아)

 

 

- 세기말 팜므 파탈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머리칼

- 경직된 손가락이 절덩의 느낌을 묘사한다.

- 자궁을 향해 흘러들어가는 황금의 물줄기.

-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검은 네모꼴.

- 클림트의 사인도 금박이다.

 

◐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년)은 신화화, 역사화, 초상화 등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다. 운명의 장난으로 인생의 전반은 빛, 후반은 어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생의 양극단을 맛봤지만 세속적인 성공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작품은 깊고 탁월해져서 '영혼의 화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년)는 장식예술에서 출발하여, 회화에서도 아르누보 양식을 받아들여 장식성이 강한 작풍으로 알려졌다. 빈 분리파의 지도자였다.

 

                                                                     영웅 탄생

 

야코포 틴토레토 『은하수의 기원』

1575년경, 유화, 149×168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영국)

 

- 헤라의 젖이 하늘을 향해 용솟음쳐 반짝이는 별들이 되었다.

- 애인이 낳은 아이가 굶어죽지 않도록, 정실부인의 침실로 날아든 제우스의 필사적인 모습.

- 제우스를 나타내는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발톱으로 전갈 모양의 벼락을 쥐고 있다.

- 공작을 보면 이 여성이 헤라임을 알 수 있다.

- 이곳이 하늘의 궁전임을 나타내는 운해(雲海).

- 그물과 활과 화살, 붉은 허리띠를 지닌 큐피드들.

주세페 아르침볼도 『베르툼누스 - 루돌프 2세』

1591년경, 유화, 70.5×57.5cm, 스코클로스터 성 소장(스웨덴)

 

야코포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 1518~1594년)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의 의뢰를 받아 이 그림을 그렸다. 아르침볼도에게 과일과 야채로 된 자신의 공식 초상화를 그리게 한 것으로 유명한 괴짜 황제인 까닭에 더욱 공을 들였다고 한다.

유쾌한 화가 틴토레토의 본명은 야코포 로부스티. 가업이 염색 가게여서 '틴토레토(염색집 아들)'라고 불리게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의 이름에는 이런 식의 이름이 많았다. 프라 안젤리코는 「천사 같은 수도승」, 보티첼리는 「작은 술통」, 마사초는 「뚱보」, 엘 그레코는 「그리스 사람」,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빈치 마을의 레오나르도」 등등. 그 당시 현실에서 화가는 예술가라기 보다 직공 취급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알에서 태어난 쌍둥이

 

페테르 파울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1632-35년경, 유화, 145×194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영국)

체사레 다 세스토 『레다와 백조』(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작)

1515-20년, 유화, 97×74cm, 윌튼 하우스 소장(영국)

 

- 두 개의 알에서 태어난 두 쌍의 쌍둥이들. 앞쪽이 여자아이들이고 뒤쪽이 남자아이들이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풍의 미소와 배경 묘사. 하지만 인체를 스푸마토로 처리한 솜씨는 불완전하다.

- 머리칼이 흐트러진 모습은 장식적이고, 허리를 비튼 모습은 고혹적이다.

- 묘하게도 음험한 눈빛을 띤 이 백조는 한쪽 날개를 레다의 허리에 두르고 있다.

- 배후에는 '재생'을 상징하는 부들이 무성하다.

 

체사레 다 세스토(Cesare da Sesto, 1477~1523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년)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의 화가다.

 

                                                             모두가 여자 탓?

 

장 쿠쟁 『에바 프리마 판도라』

1550년경, 유화, 97×150cm, 루브르 미술관 소장(프랑스)

 

- 「일찍이 판도라였던 이브」라고 쓰인 명판.

 

- 그리스 형 콧날에 험상궂은 눈길. 오른손은 사과 가지를 든 채 해골에 기대어 있다.

- 왼팔에 감은 뱀. 손으로 덮어 누르고 있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라 '판도라의 단지'다.

- 발가락이 둘로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의도적인 걸까?(예로부터 악마의 발은 말의 발처럼 굽이 있다고 여겨졌다)

 

장 쿠쟁(Jean Cousin, 1490~1560년)은 퐁텐블로 파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에바 프리마 판도라」는 그의 대표작인 동시에 프랑스 회화 초기의 완전한 나체화다.

 

아프로디테

 

A P H R O D I T E

 

                                                               천연덕스러운 아프로디테

 

야코포 틴토레토 『불카누스에게 발각된 비너스와 마르스』

1555년경, 유화, 135×198cm, 아르테 피나코텍 소장(독일)

 

- 여성의 알몸이 화면을 대담하게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구도는 「은하수의 기원」과 닮았다.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것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 헤라가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 창가의 요람에서 자고 있는 큐피드.

-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여 얇은 천을 들춰보는 헤파이스토스.

- 헤파이스토스의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것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 헤라가 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 침입자를 향해 짖는 개. 침대 밑에 숨은 아레스는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1483년경, 템페라, 172.5×278.5cm, 우피치 미술관 소장(이탈리아)

 

                                             피그말리온 판타지


장 레옹 제롬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1890년, 유화, 88.9×68.6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미국)


- 무덤의 부장품이었던 타나그라 인형이 벽 가장자리에 죽 늘어 놓여 있다.

- 갈라테아의 하반신은 아직 희고 단단한 석고이다.

- 벽에 걸려 있는 그림에, 이 장면의 앞 이야기가 담겨 있다(피그말리온이 비너스 신전에서 소원을 빌고 있다).

- 활을 당기는 큐피드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오른다.

- 남자의 굵고 다부진 팔과 여체의 나긋나긋한 허리가 대비된다.

- 피그말리온이 공방으로 뛰어 들어왔음을 옷소매의 움직임으로 알 수 있다.

- 그리스 연극에 사용되는 가면이, 마치 이 사건을 보고 놀라기라도 한 것처럼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다.


장 레옹 제롬(Jean-Leon Gerome, 1824~1904년)은 들라로슈의 제자다. 일찍이 프랑스 예술 아카데미의 중진이었지만 지금은 그리 높이 평가받지 못한다. 중동과 고대를 무대로 한 역사화를 여럿 그렸는데,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의 알몸은 에로틱한 것으로 유명하다. 틀림없이 그는 살아 있는 여성을 좋아했으리라.


                                                      합체욕구


바르톨로메우스 슈프랑거 『헤르마프로디토스와 살마키스』

1582년경, 유화, 110×81cm,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오스트리아)


- 살마키스의 얼굴과 표정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 나무 뒤에 숨어 옷을 벗는 살마키스. 한껏 비비꼰 몸이 에로틱한 분위기를 북돋는다.

- 살마키스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샘에 발을 담근 채 쉬는 소년 헤르마프로디토스.

- 어두운 나무 그늘을 배경으로 벗어 던진 붉은색 옷이 두드러진다.

- 원근감은 뚜렷하지 않다.


바르톨로메우스 슈프랑거(Bartholomeus Spranger, 1546~1611년)는 네덜란드 출신이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뒤 빈의 합스부르크 가의 궁정화가가 되었다.

이윽고 괴짜 황제 루돌프 2세는 궁정을 프라하로 옮기고 슈프랑게르를 초빙하여 수석궁정화가로 임명했다. 프라하는 황제의 취미인 연금술사 · 마술사 · 점성술사가 집결한 '악마의 도시'가 되었고, 성에는 온 세상의 진귀한 물건이 모였다. 슈프랑거는 작위를 받고 황제가 좋아하는 관능적인 신화화를 여럿 그렸다.


                                                 여성 육상선수


귀도 레니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

1618-19년, 유화, 206×297cm, 프라도 미술관 소장(스페인)


- 히포메네스의 탄탄한 육체와 달리 아탈란타의 복부는 너무 불룩해서, 빨리 달릴 것 같지 않다.

- 두 사람의 경주를 보는 구경꾼들의 모습이 멀리 흐릿하게 그려져 있다.

- 작은 야생 사과를 두 개째 줍는 참이다. 하나는 왼손에 들고 있다.

- 교차하는 다리. 단순하고 힘찬, 대담한 구도.

- 조각 같은 인체. 하지만 몸에 감긴 천이 휘날리면서 움직임을 나타낸다.


귀도 레니(Guido Reni, 1575~1642년)는 살아 있을 때부터 '돌아온 라파엘로'라고 불리며 17세기 최고의 화가로 칭송될 정도였지만 20세기 들어서 인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재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여자의 육감

 

페테르 파울 루벤스 『비너스와 아도니스』

1638년경, 유화, 197.5×243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미국)

 

- 상반신을 아프로디테라는 '애욕'에, 하반신을 큐피드라는 '사랑'에 붙들린 채, 아도니스는 주저하는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 인물들이 삼각형 구도를 이루고 있다.

- 활과 화살통은 큐피드의 것.

- 필사적으로 아도니스를 붙잡는 큐피드. 양팔로도 부족하여 자그마한 다리로도 붙들고 있다.

- 보기 드문 무지외반증의 예.

티치아노 베첼리오 『비너스와 아도니스』

1554년경, 유화, 186×207cm, 프라도 미술관 소장(스페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년)는 플랑드르 회화의 황금기를 구축한 천재화가다. 하늘이 그에게 내린 축복을 헤아리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다. 외모, 건강, 장수(長壽), 훌륭한 반려자(게다가 두 사람), 고전에 대한 교양, 여러 나라 말을 구사하는 언어적 소양, 커다란 공방을 운영하는 역량, 외교관으로서의 수완, 그리고 물론 비범한 재능, 이런 데 인격이 원만하지 않으면 이상할 터, 물론 모두에게 존경받고 부와 명예가 빗발처럼 쏟아졌다. 살아 있을 때나 죽어서나 명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보낸, 화가로서는 매우 드문 예다.

 

                                                                  봄이 한가득

 

산드로 보티첼리 『봄(프리마 베라)』

1482년경, 템페라, 203×314cm, 우피치 미술관 소장(이탈리아)

 

- 낙원 위에 떠 있는 구름을 지팡이로 쫓는 헤르메스.

- 영화의 정지 화면 같은 그림. 여기저기서 갖가지 드라마가 펼쳐진다.

- 삼미신이 걸친 얇은 베일의 묘사는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 화면에 그려진 풀과 꽃은 190종이라고 한다.

- 성모 마리아와 헷갈리는 아프로디테. 머리 위에는 통통한 큐피드가 눈을 가린 채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 꽃을 흩뿌리는 여성은 변신한 플로라일까?

- 서풍 제피로스의 날카로운 청록색 날개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1510년)는 인생 후반부터 신비적 경향의 종교 세계에 빠져들어 작품의 질이 명백히 떨어졌다. 만년의 10년 정도는 작품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세상에서 잊힌 이유는 이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폴론

 

A P O L L O N

 

                                                         연인을 주게 하고는

 

장 브로크 『히아킨토스의 죽음』

1801년, 유화, 175×120cm, 생트 크루아 미술관(프랑스)

 

 

- 등에 진 화살은 태양 광선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폴론의 지물.

- 저물녘 들판의 아름다운 모습.

- 인적 없는, 이 세상에는 그저 둘뿐.

- 히아신스 꽃은 히아킨토스의 발치에서는 붉다(피를 암시한다).

- 죽음을 가져온 황금의 원반.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히아킨토스의 죽음』

1753년경, 유화, 287×232cm,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소장(스페인)

 

- 이국적인 건물. 그리고 이국의 새인 앵무새, 왼편에 이국풍 의상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도 보인다.

- 패닉을 나타내는 판의 조각상.

- 월계관을 쓴 아폴론. 연인의 죽음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 둘 사이의 사랑을 나타내는 큐피드.

- 시합하는 동안 복부를 보호하기 위해 두터운 벨트를 매고 있다.

- 창을 든 남자의 양 다리 사이로, 테니스 네트가 보인다.

- 히아신스 꽃에 놓인 테니스 라켓과 공

 

장 브로크(Jean Broc, 1771~1850년)는 신고전주의의 거장 다비드의 공방에 있었다. 이 그림만으로 이름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Giovanni Battista Tiepolo, 1696~1770년)는 이탈리아 로코코 최고의 화가다. 왕후 귀족을 위해 신화를 제재로 장대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 시대 특유의 경쾌함과 우아함, 세련된 색채감각을 보여주었다.

 

                                                            크로노스의 반주

 

니콜라 푸생 『인생의 춤』

1634-36년경, 유화, 82.5×104cm, 월레스 콜렉션 소장(영국)

 

- 네 남녀는 누구일까?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아직 진실은 풀리지 않았다.

-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모래시계를 든 큐피드. 맞은편에는 「인생무상」을 상징하는 비눗방울을 부는 큐피드.

- 태양신 아폴론이 시간의 정령들을 이끌고, 천마가 끄는 황금 마차를 타고 하늘을 내달린다.

- 천상에서도 윤무, 지상에서도 윤무. 시간은 돌고 돈다.

- 커다란 날개를 지닌 알몸의 노인은 시간을 집어삼키는 크로노스.

 

                                               아비의 마음을 자식은 몰라

 

페테르 파울 루벤스 『파에톤의 추락』

1605년경, 유화, 98×131cm,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미국)

 

- 제우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화면 위쪽에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강렬한 광선이, 분노한 신이 내린 번개를 나타낸다.

- 태양의 운행을 수행하는 정령 호라이가 번개에 놀라 벌벌 떤다.

- 28세라는 젊은 나이의 루벤스가 여러 인물이 뒤엉킨 화면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다.

- 갖가지 각도에서 그려진, 날뛰는 일들의 생동감.

-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전투용 이륜마차.

피터르 브뤼헐 『이카로스가 추락하는 풍경』

1567년경, 유화, 73.5×112cm, 벨기에 왕립미술관 소장(벨기에)

 

- 이 그림이 브뤼헐의 진작(眞作)이 아니라는 근거 중의 하나는 농민의 발이다. 이대로 걷는다면 말이 나아가는 방향과 직각으로 어긋나게 된다.

- 어부가 낚싯대를 바다로 막 던진 참이다.

- 웅대한 파노라마.

- 양치기도 이카로스에게서 등을 돌리고 엉뚱한 곳을 올려다보고 있다.

-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않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지만, 추락한 이카로스의 양 다리가 수면 위로 나와 있다. 주변에는 새의 깃털이 흩어져 있다.

 

                                                            저승에서의 귀환

 

카미유 코로 『저승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려오는 오르페우스』

1861년, 유화, 112×137cm, 휴스턴 미술관 소장(미국)

 

- '안개의 화가'로 불렸던 코로다운 서정적인 묘사.

- 나무들 사이로 망자들의 모습이 여럿, 흐릿하게 떠오른다.

- 살아있는 존재가 사라진 것 같은 으스스한 습지의 모습.

- 남편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기뻐하는 기색도 없이 잠자코 따라가는 에우리디케.

- 월계관을 쓰고 리라를 치켜든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손을 끌고 의기양양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귀스타브 모로 『오르페우스』

1865년, 유화, 155×100cm, 오르세 미술관 소장(프랑스)

 

- 바위산에서 목동들이 피리를 분다. 이는 죽어서도 여전히 노래했다는, 오르페우스의 목소리와 리라 소리를 암시하는 것이다.

- 아름다운 얼굴은 리라와 거의 한몸처럼 되었다.

- 헤베로스 강. 이 강을 따라 오르페우스의 목과 리라가 떠내려왔다.

- 트라키아의 처녀가 오르페우스의 목을 거두어 장사지내려 한다.

- 레몬 나무는 비탄을 상징한다.

- 두 마리의 거북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t, 1796~1875년)는 19세기 최대의 풍경화가 중 한 사람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림을 팔아 생활하느라 고생하지도 않았고 좋아하는 것만 그렸다. 세 번이나 이탈리아로 공부하러 가는 등 혜택 받은 인생을 보냈다.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년)도 지적인 부르주아 가정 출신으로 코로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유학에서 많은 것을 공부했다. 바깥 세계를 보이는 대로 재현하려 했던 동시대의 인상주의 화가들과 선을 긋고 신화와 성서를 주제로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보이지 않는 것, 느끼는 것만을 믿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 외 신화

 

T H E  G R E E K  M Y T H S

 

                                                               어머니의 집념

 

프레데릭 레이턴 『페르세포네의 귀환』

1891년, 유화, 203×152cm, 리즈 미술관 소장(영국)

 

- 흰 구름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산뜻한 오렌지색 의상을 걸친 데메테르가 양팔을 벌리고 있다. 풍성한 색채가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를 부각시킨다.

- 날개 달린 둥근 모자를 쓰고 뱀이 휘감긴 지팡이를 든 신은 헤르메스.

- 마치 씨앗에서 나온 새싹처럼 생명을 갈구하며, 동굴(땅 밑)에서 나오려고 필사적으로 뻗은 페르세포네의 창백한 양팔.

- 저승에서 피는, 색이 없는 죽음의 꽃은 바깥 세상에 핀 아름다운 분홍색 꽃과 대비된다.

- 그야말로 땅에 발이 닿지 않은 상태. 아직 반은 죽어 있는 것이다.

 

프레데릭 레이턴(Frederic Leighton, 1830~1896년)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오늘날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25세 때 로열 아카데미에 처음 출품한 「치마부에의 성모의 행렬」을 빅토리아 여왕이 매입한 이래 레이턴은 영광의 길을 내달렸다. 영국 로열 아카데미의 회장 자리에 20년 가까이 있었고 프랑스 학사원 회원이 되어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고 남작의 작위까지 받았다. 그랬던 그가 죽은 뒤 눈 깜짝할 사이에 잊힐 거라고는 본인도 주위 사람들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잊힌 것은 그림에 파격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것도 저것도 아름답게 그려내기만 해서는 오히려 아름다움은 살아나지 않는다는 비평가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승산 없는 싸움

 

디에고 벨라스케스 『직녀들』

1657년경, 유화, 220×289cm, 프라도 미술관 소장(스페인)

 

- 흡사 인상주의 미술을 예견한 것처럼, 물레가 움직이는 모습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 굴러다니는 실뭉치와 실부스러기, 앉아 있는 고양이, 가난한 맨발의 여성들, 얼핏 보면 그저 직물 공장을 그린 그림처럼 보인다.

- 후경은 마치 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 같다. 오른편 끝의 여성은 고개를 돌려 관객들을 쳐다본다.

- 벽에 걸린 커다란 태피스트리에 그려진 것은 유명한 「에우로파의 약탈」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 의자, 첼로, 투구를 쓴 여성……. 작업장에 어울리지 않는 소품과 인물.

티치아노 베첼리오 『에우로파의 약탈』

1560-62년, 유화, 178×205cm, 이자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소장(미국)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de Silva y Velazquez, 1599~1660년)는 생애의 대부분을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의 펠리페 4세를 섬기며 살았다. 무능한 왕이라고 불렸던 펠리페 4세의 궁정생활이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전해진 것은 오로지 이 천재 화가 덕분이다.

 

                                                                  처녀의 분노

 

프랑수아 부셰 『목욕하는 디아나』

1742년, 유화, 57×73cm, 루브르 미술관 소장(프랑스)

 

- 깊은 숲 속, 인간은 결코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여신의 목욕장.

- 초승달의 머리장식을 단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형의 옆얼굴에 프랑스 로코코 문화에서 좋아했던 통통하고 자그마한 알몸이다.

-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지물인 화살통과 사냥개. 화면 오른편 끝에는 사냥한 토끼와 새가 활에 매여 있다.

- 발을 담근 샘물이 투명하다.

- 산뜻한 로코코 블루의 시트 위에 흰 알몸이 앉아 있다.

 

프랑수아 부셰(Francois Boucher, 1703~1770년)는 루이 15세의 공식 총회 퐁파두르 부인이라는 엄청난 후원자를 얻어 수석궁정화가가 되었고, 우아하고 세련된 실내장식가로서도 인기가 높았다.

 

                                               스스로에게 빠져 꽃이 되다

 

미켈란젤로 다 카라바조 『나르시스』

1597-99년경, 유화, 116×98cm, 벨리니 궁전 국립고전회화관 소장(이탈리아)


- 거울 같은 수면에 비친 것은 거울상 같이 보이긴 하지만 실은 거울상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허상과 실상의 완전한 대칭.

- 수면에 비친 얼굴을 일부러 모호하게 그렸다.

- 좁은 화면에 나르시스만 달랑 그렸다. 나르시스의 이야기에 필수적인 수선화도 없고 에코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 윗옷의 무늬와 슬릿이 들어간 푸른 바지가 소년이 멋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 젊디젊은 소년의 매끈매끈한 무릎이 아름답다.

 

미켈란젤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1571~1610년)는 17세기에 한 시대를 풍미한 바로크 양식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강렬한 빛과 어둠의 대비, 이상화를 거부한 생생한 묘사, 그건 마치 카라바조의 인생 그 자체 같았다.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으면서도 행실이 불량하여 마지막에는 살인죄까지 범하고 도망친 곳에서 병으로 죽었다.

 

                                                         짜고, 재고, 자른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운명의 세 여신』

1821-23년, 유화, 123×266cm, 프라도 미술관 소장(스페인)


- 어딘지 언제인지도 알 수 없는 이 세상 같지 않는 풍경. 흰 줄기는 강일까 호수일까, 아니면 운해(雲海)일까, 알 수가 없다.

- 인간의 목숨을 실로 잣는 클로토. 점토인형 같은 것에 실을 감고 있다.

- 실의 길이를 재는 라케시스. 돋보기를 들고 있다.

- 세 여신에 의해 운명이 결정지어진 인간. 완전히 체념한 걸까, 무표정하고 무감동한 모습으로 떠 있다.

- 맨 마지막에 그 실을 끊는 아트로포스.

- 군중에 떠 있는 모습을 그리는 고야의 솜씨는 발군이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년)가 모이라이에게서 받은 몫은 엄청난 에너지와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5백 점의 유화, 3백 점의 판화라는 방대한 작품은 벨라스케스 풍으로 출발하여 발랄한 로코코 풍을 거쳐 음침한 리얼리즘으로 나아가, 프로이트를 연상시키는 인간 표현에 이른다. 이것이 전통의 완성자이자 파괴자, 스페인 근대 회화의 최고봉이라고 찬사 받는 이유다.

본인도 모순투성이였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관청에서 주최하는 미술 콩쿠르에 두 차례나 낙선한 후, 출세를 노리고 결혼하여 능란한 처세술로 지위와 재산을 얻었다. 사교계의 총아가 되어 마침내 수석 궁정화가의 자리에 오른다. 아내에게 스무 명이나 아이를 낳게 하는 한편 신분이 다른 사랑에 울며 애인을 여럿 사귀었다.

이 불쾌한 사내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40대 중반, 큰 병을 앓고 나서 청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온몸의 신경이 눈으로 모여 보고 또 보며 중심 주제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배경은 어두운 작품을 거듭 그렸다. 흡사 이를 위해 스스로 귀를 닫아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귀머거리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린 자화상이 스케치로 남아 있는데, 흐트러진 머리칼과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은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베토벤의 이미지와 놀랄 만큼 닮았다. 이 두 천재는 거의 같은 시대에 살았고, 둘 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장년기에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모이라이의 장난일까?

때마침 스페인은 격동기를 맞았다. 나폴레옹 군과의 처참한 싸움을 겪은 뒤 겨우 스페인 왕이 복위했나 싶었는데 새로운 왕은 나폴레옹 뺨치게 냉혹했고 게다가 우둔해서 이단 심문을 재개한다. 개인적인 복수를 한다며 가는 곳마다 무고한 사람들을 참살하였다. 그리하여 붉은 땅은 피를 머금어 더욱 붉어질 뿐이었다.

고야는 듣지 못한 체 지옥을 순례했다. 우아한 궁정생활에서 발을 빼어 민중의 고통, 인간 존재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향해 몸을 던졌다. 잔혹하고 기묘한 「전쟁의 참화」「카프리초스」 같은 판화집은 고야 말고 누가 만들 수 있었을까?

하지만 아마도 너무 많이 보았던 것이리라. 인간이 인간의 심신에 저지른 엄청나게 잔혹한 행위를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그린 끝에 마침내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 듯하다. 73세의 노화가는 별장 '귀머거리의 집'에 틀어박혔다.

5년 뒤, 고야는 가족과 보르도로 망명했는데, 이 때 그 2층 집의 회벽에는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비롯한 14점의 귀기(鬼氣) 넘치는 그림이 남아 있었다. 뒤에 검은 그림이라고 불리게 될 걸작인, 「운명의 세 여신」도 그 중 하나다.

공포와 잔학, 비정한 운명에서 도망쳐 틀어박혔던 그 집에서 왜 다시 그것들을 테마로 삼아 그림을 그렸던 걸까? 그건 아무래도 자기치유에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슬플 때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더 큰 슬픔에 빠져든다. 슬플 때는 우선 슬픈 음악에 몸을 맡기고 슬픔을 거듭 체험한 뒤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야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그는 지옥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서는 거기서 해방될 수 없었던 것이다.

모이라이와 함께 부유하는 인간이 어쩐지 고야 자신처럼 보인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

 

티치아노 바첼리오 『바커스와 아리아드네』

1520년경, 유화, 175×190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영국)


- 첫눈에 반해서 시작된 이 사랑이 마지막에는 별자리의 이야기가 되었음을 관(冠) 모양의 별들이 알려준다.

- 오른편 구석에 포도주 통을 나르는 알몸의 사내가 보인다.

- 아리아드네에게 첫눈에 반하여 수레에서 뛰어내리는 주신(酒神) 디오니소스.

- 멀어지는 배가 수평선 저쪽으로 자그맣게 보인다.

- 디오니소스의 기세에 엉겁결에 달아나려는 아리아드네.

- 이들이 아시아에서 돌아오는 길이라는 것을 두 마리의 표범으로 알 수 있다.

- 항아리에 티치아노의 서명이 들어 있다.

- 어리고 귀여운 사티로스가 송아지의 머리를 끌고 있다. 개가 짓는다.

- 심벌즈를 울리는 신녀(信女). 뱀에게 몸이 휘감긴 라오콘의 모습과 닮은 사티로스.

- 당나귀에 올라탄 뚱뚱하고 키 작은 사내는 디오니소스의 친척 살레노스.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1487~1576년)는 베네치아 파 최고의 화가다.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하기 시작한 최초의 화가이기도 하다. 이 그림에는 왼쪽 아래편에 굴러다니는 다리 달린 단지에 라틴어로 서명(TICIANUS)이 새겨져 있다. 당시는 아직 화가가 직공으로 간주되었지만 티치아노는 각별했다. 인기도 지위와 명예도 재산도 압도적으로 최고였고 그의 작품 또한 밝고 화려하여 줄곧 '행복한 화가'로 불렸다. 카를 5세와 그의 아들 펠리페 2세의 비호 아래 합스부르크 가의 궁정화가로서 훈장과 연금을 받기도 했고, 베네치아 공화국 공인화가로 만토바 궁정과 로마 교황 등도 후원자였다.

그런데 인색한 왕후 귀족이 계약한 돈을 지불하지 않았는지 펠리페 2세에게 보내는 꽤 웃기는 편지가 남아 있다.

"지불이 늦어져서 생활이 빈궁합니다."(이 시절에 이미 큰 부자였다), "줄곧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건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제 나이가 90이 되었으니, 연금은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실제로는 70대였다), "주문하신 그림을 지금 열심히 제작 중입니다."(실은 착수도 하지 않았다) 등등. 이런 노련함이 작품에도 훌륭하게 반영되어서인지 그의 그림은 대부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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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