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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7. 14:53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07 법정 스님 숨결

 

변택주 지음

2010, 큰나무

 

 

시흥시대야도서관

SB038790

 

220.4

변883ㅅ

 

사람은 저마다 제 빛깔과 향기를 지녀야 한다!

 

저자는 '법정 스님과 십 년' 인연을 갖가지 에피소드를 곁들여 풀어놓는다.

조그만 일에도 천진스런 아이처럼 잘 웃으시고, 넘치는 유머감각은 영락없는 개그맨 수준이고,

흙처럼 구수하고 정겨운 민화 속 호랑이를 꼭 빼닮으셨다는, 겉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한없이 여리시고 푸근하고 세련미 묻어나는 법정 스님 인간 면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무리 싸고 싸도 향이 지닌 향기를 어쩔 수 없듯이,

맑고 향기로운 스님 향기는 사람들 가슴에 잔잔하고 따뜻하게 여울질 것이다.

 

부처님 숨결이 감싸드는 고즈넉한 길상사는 한 폭 그림처럼 그렇게 내 안에 들어앉았다.

그 뒤로 십 년 세월을 빠짐없이 스님 숨결을 느끼면서 법음을 듣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삶 속에서 씨를 뿌리고 가꾸며 큰 나무처럼 살고 계신 법정 스님과 십 년……

늘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담아 주신 글,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나 또한 새롭게 시작해 보고 마음이 일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맑고 향기로운 스님 숨결에 슬기의 배를 띄우련다.

_ 저자의 말

 

큰 나무가 되기를 바라기보다는, 절을 짓기 위해 큰 나무를 쓸 줄 알고, 아름다운 장식물을 만들려고 작은 나무를 쓸 줄 아는 숙련된 목수가 되십시오. 큰 나무는 큰 쓰임이 있고 작은 나무는 작은 쓰임이 있습니다.

_ 본문 중에서

 

맑고 향기롭게

'맑고 향기로운 삶'이란 자기 마음자리를 제대로 찾고 세상과 자연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가는 삶이다. '맑고 향기로운 삶'이란 세상과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기 위해 마음이나 몸을 제대로 써서, 너를 살리고 빛내는 목수로 사는 일이다.

 

智光 변택주

아둔하고 미욱한 탓에 좀 슬기로워지라고 법정 스님께서 智光이란 법명을 지어주셨다. 하지만 '슬기로운 빛'이란 법명이 무색하게도 여태 어리석음을 벗지 못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수십 년을 옷만 만들었던 바보 변택주 업業을 바로 세우고 나다움을 찾으면 모두가 이긴다고 믿는다.

1998년부터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고 법회 진행을 맡고 있으며, 아울러 컨설팅과 인문학 강연도 겸하고 있다.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은 바른 수행이 아님을 알아라.

종교 여행은 시작은 있고 끝은 없다.

그저 늘 새롭게 출발할 뿐이다.

그 새로운 출발 속에서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난다.

 

차례

 

여는 글

 

1장_난 나이고 싶다

절 / 만남은 눈뜸이다 / 조각과 나온 분 / 가난한 절되기가 어려운 세상 / 이제껏 지켜온 정절이 아까워 / 네 생각을 말해라 / 거꾸로 세상보기 / 진면목 / 난 나이고 싶다 / 남에게 머리 못 맡겨요 / 지금 그 자리 / 행지실 / 내 생명 뿌리가 꺾였구나 / 서슬 푸른 구도 그 끝에는 / 마지막 한 마디 / 미리 쓰는 유서 / 마음으로 깨쳐 가슴으로 느끼려면 / 있으라고 이슬비 / 민화 속 호랑이 같은 스님 / 천진불 스님 / 하회탈 같으신 스님 / 우리가 꿈꾸는 도량은? / 사랑해요 동감! / 친견 / 음식 진언 / 틈새, 숨길을 트자

 

2장_나밖에 모르면

좋은 말씀을 찾아서 / 지금도 마음 아픈 엿장수이야기 / 결 고운 그 마음이 걸림돌 / 철부지 / 마감시간 / 무공덕 / 바람처럼 걸림 없이 드나드는 삶을 누려야 / 유유화화 / 소유와 쓰임 / 숫자는 단 세 개뿐 / 시간은 목숨이다 / 영혼에는 세월이 없다 / 어제는 전생, 오늘은 새 날 / 예배와 염불은

 

3장_나눈 것만 남는다

길상사, 시작부터 알싸한 뺄셈 / 극락전이 본전인 까닭은? / 맑고 향기롭게 / 손으로 말한다 / 토끼풀을 뽑아든 아이 / 하숙집 할머니 / 도탑고 넉넉한 품 / 맑은 복 / 사랑 온도 지금 몇 도인가 / 워낭소리를 내자 / 나눈 것만 남는다 / 세상에서 가장 큰 절 친절 / 쓰던 말을 버리고 / 착하게 살라 / 새 식구를 들이는 입양의 날 / 한 생각 일으키면 / 무엇을 읽을 것인가 / 거리낌 없는 관세음보살님 원력 / 부조, 그 사랑 나누어 드림

 

4장_길을 열라 나는 자유다

흐름을 따라가시게 / 하나 속에 모든 것이 / 소를 몰아야지 수레를 몰면 어쩌나 / 식사대사 생사대사 / 알아차림 / 고통은 사랑이다 / 온몸으로 '듣기' / 길에서 배우기 / 스승의 날 / 길은 거기 있지만 / 길을 열라 자유! / 비어 있음은 비어 있음이 아니다 / 비움, 그 빼기 철학 / 재와 제사 그 얼 이어짐 / 죽음은 새로운 시작 / 오! 늘 좋은 날! / 울음터는 어디인가? / 진실한 말이 지닌 힘

 

맺는 글

 

"지나간 생을 돌이켜 보면 20대 초반에 불법을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지 늘 절실하게 느낍니다. 사람은 어떤 만남에 의해 거듭 형성되어 갑니다. 일찍이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는 우리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도 부처님 가르침 덕분입니다."

- 법정 스님, 2002년 동안거 결제법회에서

 

"내 얼굴을 마주 대하면서 법정 스님을 많이 닮았다는 말을 낯선 사람들로부터 들을 때가 더러 있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요. 그 스님이 나를 많이 닮았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에 실린 법정 스님 말씀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죽음 쪽에서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죽어오고 있다는 것임을 떠올릴 때, 사는 일이 곧 죽는 일이며, 생과 사는 결코 절연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유서는 남기는 글보다 지금 살고 있는 '생의 백서白書'가 되어야 한다.

설사 지금껏 귀의해 섬겨온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그는 결국 타인이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혼자서 왔고 갈 때도 혼자서 갈 수밖에 없다.

장례식이나 제사 같은 것은 아예 소용없는 일,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이 만약 내 이름으로 행해진다면 나를 위로하기는 커녕 몹시 화나게 할 것이다.

- <무소유> '미리 쓰는 유서'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그 생각조차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텅빈 속에서 무엇인가 움이 틉니다.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자유로워지라는 소리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말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가르침입니다. 가졌느니 버렸느니, 선하니 악하니, 아름다우니 추하니하는 일체 분별들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 2008년 여름 안거 결제 법석에서 하신 법정 스님 말씀

 

"사랑이라는 건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풋풋해지고 더 자비스러워지고 저 아이가 좋아할 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죠.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겁니다.

- 어느 법석에서 하신 법정 스님 말씀

 

 

"나는 가끔 내 손을 들여다보면서 고마워할 때가 있다. 나무와 찬물을 다루다 보니 손결이 거칠어졌지만 이 손이 아니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물을 길어 오고, 땔감을 마련하고,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것도 이 손이다. 그리고 내 삶 자취와 생각을 이렇게 문자를 빌려 표현해 주는 것 또한 이 손이다."

- 법정 스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겨우살이' 중에서

 

"선한 일을 하면 이기심에서 하는 거라고 비난받을 것이다. 그래도 선한 일을 하라.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을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해라. 여러 해 동안 만든 것이 하룻밤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만들라. 도움이 필요해 도와주면 되레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도와줘라. 좋은 것을 주면 발길로 차일 것이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을 주라."

 

"사실 저는 아직까지도 행복이란 게 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행복을 떠올리는 자체로도 매우 즐겁다는 것입니다."

- 쓰지 신이치(문화인류학자, 환경운동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뭔지 아십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또는 유대교나 회교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입니다……."

- 법정 스님이 어느 법석에서 하신 말씀

 

무재칠시(無材七施)

 

첫째, 안시眼施. 눈으로 나눔. 눈은 마음을 담는 창이란 말이 있듯이, 눈으로 하는 말이 한 마디 말보다 더 울림이 크다. 상대에 대한 호의를 담아 따뜻하고 그윽한 눈빛을 나눌 일이다. 늘 좋은 눈으로남을 대하면 천안天眼과 불안佛眼이 열린다. 눈길에 따라 사람 마음이 부드럽고 온화해진다.

둘째, 화안시和顔施. 얼굴로 나눔. 얼굴에 가득 넉넉하고 따사로운 욱음을 담아 부드럽고 살갑게 대하는 일이다. 아침에 부드러운 얼굴로 시작하는 사람은 하루가 꽃피어나고, 하루를 부드러운 얼굴로 사는 사람은 인생이 꽃핀다.

셋째, 언사시言辭施. 말로 나눔. 덕담. 언제나 좋은 말과 부드러운 말씨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사랑 담은 말, 칭찬하는 말, 위로하는 말, 양보하는 말이 그것이다.

넷째,  신시身施. 몸으로 나눔. 내 몸을 놀려 적극 나서서 남을 돕는 일. 상대에게 필요한 일을 해주거나, 상대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주는 일.

다섯째, 심시心施. 마음으로 나눔. 다른 이를 대할 때 자비심을 갖는 일. 마음을 늘 평화롭게 하여 일희일비하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는 일이다.

여섯째, 상좌시床座施. 자리를 나눔. 언제나 자기 자리를 양보하는 일. 경쟁자 자리를 빼앗지 않고 외려 더 넓게 보고 그에게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다.

일곱 번째, 방사시房舍施. 방과 집을 나눔. 자기 집을 남에게 하룻밤 숙소로 내어주는 일이다. 또는 다른 이에게 쉴 만한 공간을 내주는 일이다. 상대가 힘들고 괴로울 때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줄수록 내 존재 영역이 더 넓어진다.

 

 

"'미륵반가사유상'과 로댕이 조각한 '생각하는 사람'은 똑같이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륵반가사유상 앞에 서면 저절로 고요와 평안과 미소가 우리 안에 저며 듭니다. 그러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는 그러한 고요와 평안과 미소가 없습니다. 그저 무거운 고요가 감돌 뿐입니다. 미륵반가사유상에는 어디에도 거리낌이 없는 아름다움, 무애無碍 미美가 깃들어 있는데, 생각하는 사람에는 이 아름다움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미륵반가사유상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법정 스님 말씀

 

직소폭포에서 내소사까지는 전혀 표지판이 없어 순전히 느낌으로 길을 가야 하므로 잘못 들기 쉽다. 한참 개울을 따라가다가 꺾인 지점에서 왼쪽으로 개울을 건너 낮은 솔밭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혹시 길을 잘못 들지 않았는가 싶어 다시 개울가로 한참 따라가니  뽕나무를 가꾸는 산촌이 나와 아차 싶었다. 처음 솔밭 언덕길이 내소사로 넘어가는 바른 길이었던 것이다. 바른 길로 가면서도 확신이 없으면 다시 헤매게 된다는 교훈을 이 길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낯선 길에서 '느낌'이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배웠다. 우리는 길에서 많은것을 배운다.

- 법정 스님 <물소리 바람소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나는 이곳에 와 지내면서 새삼스레 죽음에 대해서 가끔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은 삶과 무연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연소요, 소모이므로 순간순간 죽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죽음이란 삶 끝이아니라 다음 생 시작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나는, 평소부터 죽음에 따르는 의례 치루는 번거로운 의식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해 오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면 여럿이 사는 절에서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이웃들에게 내 벗어버린 껍데기로 인해 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 <버리고 떠나기> '달 같은 해 해 같은 달'에서

 

"천고 영웅이나 미인이 눈물이 많다 하나 그들은 몇 줄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을 뿐,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서 금석으로부터 나오는 듯한 울음은 울지 못한다. 그런 울음은 어디서 나오는가? 사람이 다만 칠정七情 가운데 슬플 때만 우는 줄 알고, 칠정 모두가 울 수 있음을 모르는 모양이오. 기쁨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사랑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치면 울게 된다. 불평과 억울함을 풀어버림에는 소리보다 더 빠름이 없고,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이다. 지정至情이 우러나오는 곳에는, 이것이 저절로 이치에 맞을진대 울음이 웃음과 무엇이 다르리오."

- 도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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