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황영찬

Tag

Notice

Recent Post

Recent Comment

Archive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total
  • today
  • yesterday
2014. 2. 17. 09:25 내가 읽은 책들/2014년도

2014-020 깊고 푸른 중심

 

한광구 시집

1995, 책만드는집

 

 

시흥시대야도서관

EM003906

 

811.6

한15ㄱ

 

책만드는집의 시 · 3……………………………………………………………………………………………

 

한광구 시인은 사색의 공간이 넓다.

그의 시각은 지상과 천상을 회전하면서

인간의 삶의 현장은 물론 자연의 거울을 통해서

보여지는 인간의 모습이나 고뇌의 깊은 상처를

씻어줄 초월적 의지까지 포함한다.

- 유시욱 <문학평론가>

 

한광구 시인은 깔끔한 이미지를 구사하여

서정을 지적으로 처리한다. 그의 시에는

불필요한 수식어나 과장된 자기표현이 없다.

이는 요즘 센세이션널리즘에 편승하여

자기 드러내기가 유행하는 풍조에 비추어

음미해 볼 가치를 가진다.

그는 감정의 표현을 최대한 절제하여

주관과 대상 사이에 일정한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무엇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점에

건전한 도덕성을 지키고 있다.

- 오세영 <시인 · 문학평론가>

 

한광구 시인의 <살의 노래> 연작시편은

살의 구체적인 육체성을 삶의 근원적인

정신성과 소통시키려는 소망을 펼쳐보인다.

살의 추억과 새로운 체험을 통하여

개인의 소외된 현재의 삶은

두 가지 극복의 방향을 얻게 된다.

먼저 살의 추억을 통해서

개인의 삶은 순수한 과거의 원형을

되찾게 되고, 새로운 살의 체험을 통하여

개인의 삶은 현재 속에서

이웃과 연대성을 획득하게 된다.

- 이경호 <문학평론가>

 

시인 한광구

● 1944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

●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나와 한양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 1974년 <심상>으로 등단

● 시집 《이 땅에 비오는 날은》《찾아가는 자의 노래》《상처를 위하여》《꿈꾸는 물《서울 처용

논문집 《木月詩의 時間과 공간

 

■ 서시

 

흐르다가

소용돌이쳐

아름다운 것은 하늘로 올리고

맺히는 눈물에

젖어

끈적이는

목숨

다시 펼쳐 출렁이다가

스며드는 햇살에

투명하게 어리는

어머니.

 

차례

 

서시

 

제1부 흐르는 살

강물이 되어 - 살의 노래 · 1

우리의 집 - 살의 노래 · 2

강울음 - 살의 노래 · 3

그리운 섬 - 살의 노래 · 4

한잔 주시오 - 살의 노래 · 5

비 - 살의 노래 · 6

손을 잡아요 - 살의 노래 · 7

아지랑이 - 살의 노래 · 8

매화 - 살의 노래 · 9

라일락 - 살의 노래 · 10

약쑥 - 살의 노래 · 11

 

제2부 춤추는 살들

춤추는 사람 · 1 - 살의 노래 · 12

춤추는 사람 · 2 - 살의 노래 · 13

춤추는 사람 · 3 - 살의 노래 · 14

춤추는 사람 · 4 - 살의 노래 · 15

춤추는 사람 · 5 - 살의 노래 · 16

춤추는 사람 · 6 - 살의 노래 · 17

춤추는 사람 · 7 - 살의 노래 · 18

춤추는 사람 · 8 - 살의 노래 · 19

비릿한 첫사랑 - 살의 노래 · 20

목마름 - 살의 노래 · 21

변모 - 살의 노래 · 23

바람독 - 살의 노래 · 23

소낙비 - 살의 노래 · 24

눈뜬 사람아 - 살의 노래 · 25

 

제3부 꿈꾸는 살들

용의 모습으로 - 살의 노래 · 26

그의 노래는 - 살의 노래 · 27

비에 젖어야 - 살의 노래 · 28

샘구녕을 뚜루세 - 살의 노래 · 29

그대가 임자라네 - 살의 노래 · 30

집 한채 - 살의 노래 · 31

이놈, 꽃무덤아 - 살의 노래 · 32

꿈 하나에 의지하여 - 살의 노래 · 33

이 물구덩은 - 살의 노래 · 34

업 할미 - 살의 노래 · 35

네가 업이구아 - 살의 노래 · 36

 

제4부 살의 사막에서

그대의 사막에서 - 살의 노래 · 37

담배를 피우며 - 살의 노래 · 38

술을 들며 - 살의 노래 · 39

탕을 먹으며 - 살의 노래 · 40

다이아나에게 - 살의 노래 · 41

안락의자들 - 살의 노래 · 42

주검을 보며 - 살의 노래 · 43

누가 기억하랴 - 살의 노래 · 44

감옥에서 - 살의 노래 · 45

얼음장 밑에서 - 살의 노래 · 46

못 박는 소리 - 살의 노래 · 47

기도 - 살의 노래 · 48

 

제5부 노래하는 살들

꿈꾸는 자유 - 살의 노래 · 49

그 미소는 - 살의 노래 · 50

느낌 - 살의 노래 · 51

그 모습은 - 살의 노래 · 52

나의 꽃 - 살의 노래 · 53

꽃불 하나 켜 들고 - 살의 노래 · 54

흔들리는 꽃밭 - 살의 노래 · 55

미명의 땅에서 · 살의 노래 · 56

당신의 지붕 위에서 - 살의 노래 · 57

온전한 노래 - 살의 노래 · 58

 

제6부 둘이서 멀리

둘이서 멀리 - 살의 노래 · 59

달맞이 꽃처럼 - 살의 노래 · 60

한줄의 시가 되기 위해 - 살의 노래 · 61

두 개의 별이 되다 - 살의 노래 · 62

산을 넘으며 - 살의 노래 · 63

鐘塔에서 - 살의 노래 · 64

 

시집에 붙여 / 한광구(저자)

 

강  울  음

- 살의 노래 · 3

 

그대, 우리도 어느새 이 下流로 흘러 들게 되었구려.

흐르는 이 강물에 얼룩지는 하늘 그림자를 보는 나이가 되었구려.

뭐라고 하시는지

오늘은 석양이 내려와 붉게 살을 풀고

넘실 넘실 춤을 추는구려.

들려요? 그대,

둥둥둥 우리 가슴을 울리던 북소리

숱한 악보를 안고 궁굴던 소리가

지금 강물에서 송이 송이 꽃으로 피었구려.

말하지 못하고 그냥 흐르는 거요

매화꽃이면 어떻고

장미꽃이면 어떻겠소.

그냥 눈과 팔로 껴안고 궁굴다 보면

언젠가는 깊은 노래로 살아나겠지.

그대, 이렇게 흐르는 게 우리들의 강울음이 아니겠소.

 

춤추는 사람 · 1

- 살의 노래 · 12

 

그래요, 나는 춤추는 사람

미끌거리는 어둠 속을 헤매다가

불씨 하나 품고

내 사랑을 만나러 여기에 왔어요.

우리 만나 서로 끌어 안고

빙글빙글 돌면서

식식거리는 숨결로

검푸른 물결이 되어 솟구치는

그래요, 우리는

한 소절의 사랑 노래로 눈뜨는

투명한 물살입니다.

 

꿈 하나에 의지하여

- 살의 노래 · 33

 

굳어지고 다져진 이 땅에서 이 몸은 너무 비천하여 이 놈도 밟아대고 저 놈도 밟아대고 아무나 짓밟아대지만 한가지 꿈만은 버릴 수 없어. 비천한 몸으로 기어 기어 살아가지만 가슴에 까맣게 타 들어가는 씨앗이 되어 이 가슴 깊이 깊이 숨어 있었다네.

마침내 이 몸이 죽어 갈 때 그 꿈의 씨앗이 말씀으로 피어나서 한쪽 발은 은대야에 담그고, 한쪽 발은 금대야에 담그고, 별을 수놓은 푸른 도포 펄럭이며 하늘나라 천사들의 인도를 받아 어머니, 그 따스하고 포근한 품 속으로 들어가겠네.

 

그대의 사막에서

- 살의 노래 · 37

 

하늘로 열린 창문을 모두 닫고

(커튼을 모두 내리고)

홀로 타오르는 불꽃이라오

(전등의 스위치를 올리고)

솟구치는 신열에 달떠서

(세상의 옷은 모두 벗어 버리고)

눈 감고, 귀 막고

(맨살이 되어)

어둠의 힘줄을 팽팽히 당기네.

(뜨거운 물을 틀고)

허리가 휘어지게

(젖어 들면서)

탁 탁 튀는 불똥처럼

(말이 되지 못하는 낱말들을)

두두리네.

(흠뻑 취하고 싶어)

두두리네.

(독한 술을 줘요)

두두리네.

(돈을 내요)

두두리네.

(막혔잖아, 쌍)

문 밖엔 전등을 켠 사람들이 몰려다니고

(우리병 속에 갇힌 개미들처럼 부지런히 길을 뚫고)

호텔과 술집

(블랙 · 라벨)

병원으로 가는 길은 만원

(공기가 희박하고)

교회로 가는 길엔

(불좀 꺼, 잠좀 자자)

껌뻑이는 네온의 십자가들.

(길은 검게 젖어 번들거리고)

 

그 미소는

- 살의 노래 · 50

 

흔들리네.

흔들리는 나의 숲속 깊숙히

야릇한 향기로 피어나

칭얼대는 바람.

소근 소근 흐르는 물살이 되더니

어느새 푸른 힘줄로 출렁이며

이 땅을 기어가네.

젖어드는 나의 흙 속에서

굽이치는 입김

익어가는 숨결

만나고 싶네.

지금 몸 속에서 환히 비춰오는 불빛

나는 그 미소를 알고 있다네.

 

둘이서 멀리

- 살의 노래 · 59

 

얼마나 많은 눈송이가

어두운 하늘을 밤새 헤맸던가

소리 없이 내리는

純粹가

우쭐대는 이 땅의 윤곽을 지우고 있다.

수북히 쌓이는 天眞爛漫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한곳으로

이 땅을 이끌며

지붕 몇 개를 들춰 본다.

나날의 삶을 한 가닥 희미한 연기 같이

하늘에 바치는 지붕들을 보며

둘이서

아주

멀리.

 

 

 

'내가 읽은 책들 > 2014년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22 부두교 -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  (0) 2014.02.18
2014-021 월출산  (0) 2014.02.17
2014-019 전통 옷감  (2) 2014.02.14
2014-018-1 물고기 여인숙  (0) 2014.02.12
2014-018 물고기 여인숙  (0) 2014.02.11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