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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7 오직 독서뿐

 

정민

2013, 김영사

 

 

시흥시대야도서관

SB079152

 

029.4

정38ㅇ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책을 왜 읽나? 어떻게 읽을까? 무엇을 읽을까? 옛글 속에 뜻밖에 이런 물음에 대답한 글이 많다. 선인들의 독서는 생활 그 자체였다. 밥 먹듯이 읽고 숨 쉬듯이 읽었다.

 

"앵무새 공부,

원숭이 독서와 결별하라!"

 

조선 최고 지식인들의 삶을 바꾸는 핵심 독서 전략!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그들은 어떻게 살아 숨 쉬는 독서를 통해 책의 핵심을 꿰뚫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견해를 정립했을까? 어떻게 의표를 찌르는 글쓰기와 기적 같은 학문적 성취를 완성했을까? 입으로만 흉내 내는 앵무새 공부, 읽는 시늉만 하는 원숭이 독서를 뛰어넘어 삶을 바꾸는 핵심 독서 전략을 조선 최고 지식인들에게 배운다!

 

오직 독서뿐! 책 읽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 책만 읽으면 될까? 된다. 어떻게? 그 대답은 옛 선인들이 이미 친절하게 다 말해 두었다. 왜 읽고, 어떻게 읽고, 무엇을 읽을까? 여기에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이 책은 아홉 분 선인의 글 속에서 독서에 관한 글을 추려 내 옮긴이의 생각을 덧붙인 것이다. 모아 놓고 읽으니 반복되는 얘기가 있다. 소리 내서 읽는 낭독의 위력, 정독의 한 방편으로 권장되는 다독의 효과, 의심과 의문을 통해 확장되는 생산적 독서 훈련 등이 그것이다. 한결같이 강조하고, 예외없이 중시했다.

「서문」 중에서

 

정민[鄭珉]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터넷 시대가 될수록 독서의 소중함은 더 절실해진다. 어려서부터 손가락을 움직여 지식을 얻지만 깊은 사유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독서뿐이다. 또한 책 읽기는 필연적으로 그쓰기와 맞닿는다.

그동안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미쳐야 미친다』, 『삶을 바꾼 만남』 등이 있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일침』, 『마음을 비우는 지혜』, 『내가 사랑하는 삶』,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돌 위에 새긴 생각』, 『다산어록청상』, 『성대중 처세어록』, 『죽비소리』 등을 펴냈다. 이 밖에 옛 글 속 선인들의 내면을 그린 『책 읽는 소리』, 『스승의 옥편』 등의 수필집과 한시 속 신선 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문학과 회화 속에 표상된 새의 의미를 찾아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조선 후기 차 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등을 썼다. 아울러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과 어린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가 있고,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도 썼다.

 

차례

 

서문

 

책을 일는 까닭

교산蛟山 허균許筠 1569~1618

책은 마음을 지켜 준다 / 책은 밥이고 옷이다 / 독서하기 좋은 때 / 한 가지 뜻으로 한 책씩 읽어라 / 마음으로 읽어라 / 꼭 필요한 책은 숙독해야 /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의문과 메모의 독서법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

읽으나 마나 한 독서 / 독서와 벼슬길 / 책 보관은 공정을 담아 / 보이지 않는 독서의 힘 / 잊기 전에 메모하라 / 깊이 생각하고 의문을 제기하라 / 의문을 품어라 / 역사책을 읽는 법 / 역사책 속의 성공과 실패 / 공부의 바른 태도

 

옛 성현의 독서 아포리즘

백수白水 양응수梁應秀 1700~1767

독서의 쓸모 / 문맥을 살펴라 / 독서에서 기쁠 때 / 줄줄 외워 깊이 생각하라 / 본래의 뜻을 구하려면 / 마음을 비우고 기운을 가라앉혀야 / 덩달아 하지 마라 / 모르면 물어라 / 물러서서 살펴보라 / 스스로 판단하라 / 잠깐 내려놓기 / 기억력을 높이려면 / 욕심을 버려라 / 종이를 벗어나 몸으로 깨달아라 / 핵심을 파악하려면 / 의심하는 것이 공부다 / 거친 마음을 버려라 / 독서와 집 구경 / 자세히 보라 / 가까운 데서 찾으라 / 써먹을 궁리 / 긴장과 이완 / 강약의 조절 / 노소의 차이 / 역량과 나이에 따라 / 꾸준함이 총명을 이긴다 / 『논어』와 『맹자』의 독법 / 욕심은 독이다 / 공부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세 가지 / 용맹한 장수와 가혹한 재판관처럼 두 부류의 병통 / 숙독과 정사精思, 그리고 의문 / 포정이 소를 잡듯

 

바탕을 다지는 자득의 독서

순암順庵 안정복安鼎福 1712~1791

많이 읽고 널리 보라 / 1만 번 독서의 힘 / 양천상의 독서기 / 내가 읽은 책과 읽은 횟수 / 아전인수의 독서 / 잡서를 경계하라 / 독서와 의문 / 자득과 겸손 / 얕게 읽고 낮춰 보라 / 스스로 터득하라 / 독실한 마음, 독실한 공부 / 사견을 눌러라 / 하학상달下學上達 / 구양수의 독서분일법讀書分日法

 

독서의 바른 태도와 방법

담헌湛軒 홍대용洪大容 1731~1783

초학들의 책 읽는 방법 / 책 읽기의 자세 / 외우는 방법 / 책 보는 마음가짐 / 세 단계 독서 / 뜬생각과 의문 / 뜬생각을 다스리는 법 / 의문의 중요성 / 의문을 깨치려면 / 책 읽기의 못된 버릇 / 옛것을 내게 비춰 보라 / 이의역지以意逆志 독서법 / 천하의 쓸모없는 재주 / 무한히 즐거운 일 / 자각해서 노력해야 / 먼길을 가려면 /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 / 독서에 임하는 자세

 

독서는 깨달음이다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읽기 싫어요! / 지렁이의 책 읽는 소리 /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 /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네 / 가장 책을 잘 읽은 사람 / 마음을 읽어야지 / 오직 독서뿐 /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할 때 / 독서의 좋은 방법 / 새벽의 복습과 점검 / 새벽의 새 일과 / 선비의 보람 / 능히 잘 읽는 사람 / 책을 잘 읽는다는 말의 뜻 / 부끄럽지 않은 일 / 실용이 먼저다 / 독서의 해악 / 독서와 천착 / 하루도 그만둘 수 없는 일 / 책의 기운

 

생활의 습관, 독서의 발견

아정雅亭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첫 권만 때 묻은 책 / 통째로 읽어라 / 다만 책을 읽을뿐 / 독서의 세 가지 효용 / 독서의 유익한 점 네 가지 / 청명한 기운 / 책을 펴면 부끄러워 / 『논어』의 위력 / 열다섯 살의 마음가짐 / 독서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 / 맹랑한 사람 / 소득 없는 독서 / 독서의 표준 / 베껴 쓰기의 위력 / 모르면 찾아라 / 좋은 내용은 함께 나눠라 / 규모와 체제를 먼저 살펴라 / 책에 대해 해서는 안 될 행동 / 한 권을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라 / 책을 아끼는 태도 / 적은 분량을 깊이 읽어라 / 어린이에게 글을 가르칠 때 주의해야 할 점 / 가르침을 받는 바른 자세 / 빨리 읽지 마라 / 독서만이 능사가 아니다

 

안목과 통찰

연천淵泉 홍석주洪奭周 1774~1842

독서와 학문 / 집중해서 읽어야 / 글을 외우는 묘방 / 가장 무서운 건 소인 / 안목을 갖추면 글쓰기가 변한다 / 평생 가장 사랑한 글 / 배움은 정밀하고 거친 것을 가리지 않는다 / 독서는 그 시대를 고려해야 / 마음을 보존하는 방법 / 잠자리의 생각 / 꿈에 만난 성현 /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 평소의 연습이 중요하다 / 옛 책의 다섯 가지 등급

 

사색과 깨달음의 독서

항해沆瀣 홍길주洪吉周 1786~1841

자기에게서 돌이켜 구하라 / 깨달음이 있어야 / 독서의 다섯 등급 / 『논어』를 제대로 일은 사람 / 독서의 효과 / 일상과 독서 / 책의 선택 / 일은 책 다시 읽기 / 모든 것이 책이다 / 내 것으로 만들어야 / 옛글을 읽는 자세 / 독서와 활용 / 독서의 횟수 / 남의 글 비판하기 / 부분과 전체

 

허균許筠(1569~1618)

조선 중기의 문인. 본관은 양천陽川, 자가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이다. 학산鶴山 또는 성소惺所도 썼다. 아버지는 문장으로 이름 높았던 허엽許曄이다. 형 허봉許篈과 누이 난설헌蘭雪軒이 모두 문학으로 이름 높았다. 1614년 천추사千秋使로 중국에 다녀오고, 이듬해에 한 번 더 다녀왔다. 올 때 수천 권의 책을 구입해서 돌아왔다. 시 비평의 방면에도 두각을 드러내 『학산초담鶴山樵談』과 『성수시화惺叟詩話』를 펴냈고, 시선집 『국조시산國朝詩刪』은 조선조 최고의 앤솔러지로 꼽힌다. 「홍길동전」의 작가로 더 유명하다. 정치가로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훗날 여모를 꾀하다 능지처참형에 처해졌다.

그는 대단한 천재로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당대 최고의 문인들과 폭넓게 교유했다. 중국에서 구해 온 명말明末의 청언소품淸言小品을 두루 섭렵하여 이 가운데 좋은 내용만 추려 『한정록閑情錄』으로 묶었다. 이 책에 수록한 독서 관련 항목은 『한정록』중 「정업靜業」편에서 간추렸다. 이 책에 실린 글은 허균 자신의 말이 아니라, 그가 중국의 청언소품에서 따온 글이다. 독서에 임하는 자세를 말하고, 독서를 통해 삶의 운치를 깃들이는 법을 설명했다.

장횡거(張橫渠)*가 말했다.
"책은 이 마음을 지켜준다. 한때라도 놓아 버리면 그만큼 덕성이 풀어진다. 책을 읽으면 이 마음이 늘 있게 되고, 책을 읽지 않으면 마침내 의리義理를 보더라도 보이지 않게 된다."

張橫渠云 : "書以維持此心. 一時放下, 則一時德性有懈. 讀書則此心常在, 不讀書則終看義理不見."

-허균許筠, 『한정록閑情錄』 중 「정업靜業」

*장횡거 : 송나라 때 학자 장재(張載). 미현 횡거진(橫渠鎭) 사람이라 횡거선생이라 불렀다.

 

안지추(顔之推)*가 말했다.

"재물을 많이 쌓아두는 것이 얕은 재주를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다. 재주 중에 익히기 쉽고 귀한 것은 독서만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어진이나 어리석은 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많은 사람을 알고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책은 읽으려 들지 않는다. 이는 배부르기를 구하면서 먹거리 마련에는 게으르고, 따뜻하려 들면서 옷 해 입는 데는 나태한 것과 같다."

顔之推曰 : “積財千萬, 不如薄伎在身. 伎之易習而可貴者, 莫如讀書. 世人不問賢愚, 皆欲識人之多見事之廣, 而不肯讀書. 是猶求飽而懶營饌, 欲煖而惰裁衣也.”

-허균, 『한정록』 중 「정업(靜業)」

*안지추 : 남북조 시대의 문인. 《안씨가훈(顔氏家訓)》을 지었다.

독서에도 때가 있는데, 동우(董遇)*가 말한 ‘삼여(三餘)의 설’이 가장 일리가 있다. 그가 말했다.


"밤은 낮의 나머지다. 비 오는 날은 개인 날의 나머지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다. 마땅히 이 세 가지 나머지에는 사람의 일이 조금 뜸하므로 내가 한 뜻으로 학문에 힘을 쏟을 수가 있다."


무슨 말인가? 한밤중에 가만히 앉아 등불을 켜고 차를 끓이노라면 온 세상은 적막한데 성근 종소리가 이따금 들려온다. 이처럼 해맑은 광경 속에 책과 마주하여 피곤을 잊고, 이부자리를 걷어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으니, 첫 번째 즐거움이다. 비바람이 길을 막게 되면 문을 닫고 깨끗이 소제한다. 사람의 왕래도 끊고 서책만 앞에 가득하다. 흥에 따라 뽑아서 뒤적인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귀에 들려,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로 벼루를 씻는다. 이처럼 그윽하고 적막한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또 한 해도 늦어 잎 다 진 숲에 싸락눈이 살풋 내리거나 흰눈이 쌓였을 때, 바람은 마른 가지를 흔들고, 찬 새는 들판에서 우짖는다. 방안에서 난로를 끼고 앉아 차 향기에 술이 익는다. 예전 지은 것을 읊조려 외우노라면 완연히 좋은 벗과 마주한 것만 같다. 이러한 정경이야말로 세 번째 즐거움이다. 내가 일찍이 이같은 맛을 얻었기에 동우의 설을 부연하여 여러 사람과 함께 하려한다.

讀書亦有時節, 故董子三餘之說, 最爲有理. 其曰 : "夜者日之餘, 雨者時之餘, 冬者歲之餘. 當此三餘. 人事稍與踈闊, 吾可一意問學" 何也? 良宵燕坐, 篝燈煮茗, 萬籟俱寂, 疎鍾時聞, 當此淸景, 對編簡而忘疲, 徹衾枕而不御, 一樂也. 至如風雨蔽途, 掩關却掃. 絶人往還, 圖史滿前, 隨興抽檢. 潺湲在耳, 簷花拂硏. 如此幽寂, 二樂也. 又若空林歲晏, 微霰密雪. 枯條振風, 寒禽呼野. 一室擁爐, 茗香酒熟. 陳編諷誦, 宛對良友, 顧此景象, 三樂也. 吾嘗得此意味, 故衍其說, 與諸子共之.

-허균, 『한정록』 중 「정업(靜業)」

*동우 : 위나라 사람

소동파가 왕랑(王郞)에게 준 편지에서 말했다.
"나이가 젊은데 배움이 없는 사람은 한 권의 책마다 모두 숫자를 꼽아가며 차례대로 읽어야 한다. 바다에 들어가면 온갖 물건이 다 있지만, 사람의 정력은 모두 거두어 다 가질 수는 없다. 다만 구하려 하는 바를 얻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배우기를 원하는 자는 매번 한 가지 뜻으로 이를 구해야 한다. 만약 고금의 흥망치란과 성현의 작용을 구하려 한다면, 단지 이 뜻만을 추구해야지 다른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또 달리 사적이나 문물 따위를 구하려 해도 또한 이와 같이 한다. 학문을 이루어 팔방에서 적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 제대로 섭렵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한 몫으로 말 할 수가 없다."

東坡與王郞書云 : "少年無學者, 每一書, 皆作數次讀之. 當如入海, 百貨皆有, 人之精力, 不能兼收盡取, 但得其所欲求者耳. 故願學者, 每次作一意求之. 如欲求古今興亡治亂, 聖賢作用, 且只作此意求之, 勿生餘念. 又別作一次, 求事迹文物之類, 亦如之也. 若學成, 八面受敵, 則涉獵者, 不可同日而語."

-허균, 『한정록』 중 「정업(靜業)」

소순흠(蘇舜欽)*이 장인인 두기(杜祁) 공의 집에서 지낼 때 일이다. 매일 저녁 책을 읽는데, 술 한 말을 기준으로 삼았다. 가만히 하는 양을 엿보니, 그가 『한서(漢書)』 「장량전(張良傳)」을 읽다가 자객이 철퇴로 진시황을 치는 대목에 이르자, 손바닥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깝다! 친 것이 맞질 않았구나.” 그리고는 큰 술잔으로 가득 따라 마셨다. 또 장량(張良)이 “처음에 신은 하비 땅에서 일어나 유(留) 땅에서 상(上)과 만났습니다. 이는 하늘이 저를 폐하께 준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에 한 데 이르자, 또 책상을 어루만지며 “임금과 신하가 서로 만나기가 이다지도 어렵구나.” 하더니, 다시 큰 잔을 들이켰다. 공이 웃으며 말했다. “이처럼 먹는다면 한 말도 많다할 것이 없겠다.”

蘇子美客外舅杜祁公家, 每夕讀書, 以酒一斗爲率. 密覘之, 子美讀漢書張良傳, 至與客椎擊秦皇帝, 撫掌曰 : “惜乎! 擊之不中.” 遂滿引一太白. 又讀至“良曰始臣起下邳, 與上會於留. 此天以授陛下”, 又撫案曰 : “君臣相遇, 其難如此.” 復擧一太白. 公笑曰 : “有如此下物, 一斗不足多也.”

-허균, 『한정록』 중 「정업(靜業)」

*소순흠 : 송대의 문인. 자는 자미(子美). 소동파의 아버지다.

왕도곤(汪道昆)의 책장에는 찌를 찔러둔 책이 만권을 훨씬 넘었다. 손님이 한참동안 곁눈질해서 보자, 공이 말했다. “많다고 괴로워 말게. 다만 참고하고 찾아보려고 갖추어둔 거라네. 인생에 쓸모 있는 책은 단지 몇 종류를 숙독하면 되네. 비유하자면 한(漢) 고조(高祖)가 천하를 취할 적에 가장 뜻이 맞았던 사람은 소하(蕭何)와 장량(張良)과 한신(韓信) 등에 불과했지."

汪道昆架上牙籤, 不啻萬卷. 客睥睨久之, 公曰 : “無苦其多, 聊備檢訨. 人生所用書, 只須熟數種. 譬之漢高取天下, 其最屬意者, 不過蕭張韓耳.”

-허균, 『한정록』 중 「정업(靜業)」

문절공(文節公) 예사(倪思)가 말했다. “솔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학 울음 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돌 놓는 소리, 비가 섬돌에 떨어지는 소리, 창으로 눈이 흩날리는 소리, 차 달이는 소리 등은 모두 소리 가운데 지극히 맑다. 하지만 낭랑하게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좋다. 다른 사람이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지만, 자제가 책 읽는 소리만큼은 기쁨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또 말했다. “천하의 일은 이로움과 해로움이 반반인데, 온통 이롭고 작은 해로움도 없는 것은 다만 책 뿐이다.”

倪文節公曰 :“松聲澗聲, 山禽聲野蟲聲, 鶴聲琴聲, 棋子落聲雨滴堦聲, 雪洒窓聲煎茶聲, 皆聲之至淸. 而讀書伊吾聲爲最. 聞他人讀書, 未極其喜, 惟子弟讀書聲, 則喜不可勝言.” 又曰 : “天下之事, 利害常相半, 有全利而無小害者, 惟書.”

-허균, 『한정록』 중 「정업(靜業)」

 이익李瀷(1681~1763)

조선 후기의 실학자. 본관은 여주驪州. 호는 성호星湖. 저서에 『성호사설』과 『곽우록藿憂錄』 외에 사서삼경에 대한 독서 비망기에 해당하는 질서疾書 연작을 남겼다. 남인 학단의 출발점에 선 학자로 신후담愼後聃 · 안정복 · 권철신權哲身 등의 문인을 배출했다. 정약용丁若鏞이 그 학문적 흐름을 이었다. 그는 젊어서부터 과거에 뜻을 버리고 경기도 안산에 은거하며 자기 학문과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다.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의 학문을 계승했고, 일생에 걸쳐 실용적 학문 경향을 추구했다.

이 책에 수록한 글은 주로 『성호사설』과 사서질서의 서문에서 추려 냈다. 이익은 독서에서 메모와 토론을 가장 중시했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즉시 메모한다는 '질서疾書'와, 사제 또는 붕우 간의 서면 토론 및 대면 토론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또 의문을 일으키는 적극적인 독서를 역설했다. 역사책 읽기에서 주의할 점 등 공부하는 사람이 유념해야 할 독서의 바른 태도를 친절하게 일러 준다.

 

찾는 것이 있어 책을 읽으면 읽더라도 얻을 것이 없다. 때문에 과거 공부를 하는 자가 입술이 썩고 이가 문드러지도록 읽어봤자, 읽고 나면 아마득하기가 소경과 다름없다. 이는 흑백을 말하면서도 정작 희고 검은 것을 모르는 것과 같다. 말을 해도 귀로 들어갔다가 입으로 나오는데 불과하므로, 마치 실컷 먹고나서 토하는 것과 한 가지다. 살과 피부에 보탬도 되지 않고 뜻 또한 사납게 된다.

有求而讀書者, 雖讀無得. 故擧子業者, 至唇腐齒爛, 讀止則茫然如瞽師, 言白黑而無以知白黑, 其言之也, 不過入耳出口. 如飽食而嘔, 不惟肌膚無益, 而志亦戾矣.

- 이익, 『성호사설』 중 「유구독서(有求讀書)」

어려서 배우고 어른이 되어 행하려면 독서만한 것이 없다. 성현의 글을 읽고 의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보아 얻은 것이 없겠는가? 하지만 예로부터 현달하고서도 평생 배운 것을 베풀어 행한 자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어째서 그런가? 막상 일을 할 때는 처음 나아갈 때와 같지 않고, 남의 마음이 내 마음만 못한 까닭에, 혹 위세나 지위에 눌리고, 혹 무리가 떠드는 데 유혹되며, 시세(時勢)에 내몰리거나 이욕에 이끌리게 된다. 이는 모두 이욕이 그렇게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이기려 들면 마음이 옮겨간다. 마음이 옮겨지면 일도 따라서 옮겨간다. 비록 옛 성인께서 형세로 판단하고, 지난 역사가 증명했어도 그 가운데 얽히고 설키면, 일이 같지 않고 시대가 다른 것만 보는 까닭에 잠깐만에 생각의 방향이 바뀌고 속마음도 달라지고 만다. 이런 까닭에 큰 일에 당하여 시비를 판단하는 것은 반드시 작록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야 능히 할 수가 있다. 이것이 요점이다.

幼而學之, 壯欲行之, 莫如讀書. 讀聖賢書, 推究義理人, 孰無多少見得? 然古來顯任, 未聞有以平生所學施措者. 何也? 做時不如就時, 人心不如我心故. 或爲威尊所壓, 或爲衆咻所誘, 或爲時勢所迫, 或爲利欲所導, 而都不過其利欲者爲之. 機栝欲勝, 則心遷, 心遷則事移. 雖古聖之所勢斷, 前史之所證明, 其中回互周羅, 但見其事有不同, 時有異宜處. 故俄而頭面易方, 腸肚剝換矣. 是以當大事, 判是非, 必也不貴爵祿者, 能之, 此其要也.

- 이익, 『성호사설』 중 「독서사환(讀書仕宦)」

 

옛 책은 읽으면 사람에게 뜻과 지혜를 보태주니 엄한 스승인 셈이다. 어찌 업신여겨 함부로 하겠는가? 판목에 새긴 뒤로 서적이 비록 많아지긴 했어도 가난한 선비가 쉬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손으로 베껴 써서 전하는 것은 괴로울뿐 아니라 또한 잘못 되기도 한다. 선조의 해묵은 장서는 점점 헐어지고 훼손되게 마련인지라 자손이 비록 살펴보려 해도 어찌 할 수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평소에 나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책을 아껴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잘 아는 고을 수령에게 부탁해서 표지와 붙일 종이를 많이 얻어와 책이 헐면 바꾸었다. 남에게 책을 빌렸을 때도 책을 꿰맨 것이 끊어지거나 문드러진 것은 반드시 종이를 비벼 꼬아 기워 묶었다. 실을 마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옛날 문정공(文正公) 범중엄(范仲淹)은 책을 햇볕에 말릴 때 반드시 곁에 서서 마음을 쏟았고, 이동할 때는 반드시 네모난 판목에 보관했다. 책에 손의 땀이 젖을까 염려해서였다.

매번 책 한 장을 다 읽으면 오른 손 엄지손가락을 가장자리에 대고, 집게 손가락으로 덮어 책면을 눌러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넘겼다. 사람들이 손톱으로 집는 것을 번번이 보게 되는데, 이는 책 아끼기를 재물 아끼는 것만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예전 극선(郤詵)이 과거시험의 사책(射策)에서 1등으로 뽑히자 붓에게 두 번 절을 하며 말했다. “용수우(龍鬚友)가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했다.” 어떤 사람이 금거북을 새긴 보배로운 비녀를 선물하자 제자에게 주며 말했다. “붓 3백 자루를 사오너라.” 붓이 못 쓰게 되면 또한 글 주머니에 보관해 두고, 자손에게 좋은 향으로 예를 올리게 했다. 문방구를 아끼는 마음 또한 훌륭하다 하겠다.

古書者, 讀之益人意智, 乃嚴師也. 其可慢之耶? 板刻之後, 文籍雖繁, 非貧士所可易得. 手寫傳錄, 不但艱難, 又亦以訛誤. 先祖舊藏漸至殘缺, 子孫雖欲看閱, 何可得也? 故平余生敬以玩之, 無至傷損. 託於所識宰縣者, 多取粧褾貼紙, 隨缺隨易, 借人典籍, 其縫池斷爛者, 必撚紙補綴, 亦緣絲繩之難辦也. 昔范文正晒書, 必側立而暴其腦, 移動必永以方版, 恐手汗之漬. 每竟一板側, 右手大指, 面襯其沿, 而覆以次指, 面撚而挾過. 每見人以手指爪撮起, 卽是噯書不如愛貨貝也. 昔郤詵射策第一, 再拜其筆曰 : "龍鬚友使我至此." 有遣金龜寶簪者, 與弟子曰 : "市筆三百." 管退亦藏之文囊, 令子孫以名香禮之, 其愛惜文房意, 亦善矣.

- 이익, 『성호사설』 중 「경완서적(敬玩書籍)」

학사 한 사람이 책을 보다가 반도 못 보고는 땅에 던지며 말했다. “책만 덮으면 바로 잊어버리는데, 본들 무슨 소용인가?” 현곡(玄谷) 조위한(趙緯韓)이 말했다. “사람이 밥을 먹어도 뱃속에 계속 머물 수는 없다네. 하지만 정채로운 기운은 또한 능히 신체를 윤택하게 하지 않는가. 책을 읽어 비록 잊는다 해도 절로 진보하는 보람이 있을 것일세.” 말을 잘 했다고 할 만하다.

有一學士, 看書未半, 投地曰 : "掩卷輒忘, 看亦何益?" 玄谷曰 : "人之喫飯, 不能恒留腹中, 然精英之氣, 亦能潤身澤體, 讀書雖忘, 自有長進之效." 可謂善於辭令.

- 이익, 『성호사설』 중 「조현곡(趙玄谷)

「장횡거화상찬」에 묘계질서(妙契疾書), 즉 오묘한 깨달음을 빨리 적었다고 했다. 묘계(妙契) 즉 오묘한 깨달음은 잘 하기가 어렵지만 그 즉시 써두는 질서(疾書)는 쉬운 일이다. 장횡거가 『정몽(正蒙)』을 지을 적에 가는 곳마다 붓과 벼루를 마련해 두었다. 또 밤중에라도 얻은 바가 있으면 일어나서 등불을 가져와 이를 써두곤 했다. 빨리 하지 않으면 금세 달아날까봐 염려해서였다. 그런 까닭에 정자(程子)가 이를 기롱하여 “자후(子厚)는 이처럼 능숙하지 못했다”고 했던 것이다. 능숙했다면 굳이 빨리 쓰지 않더라도 절로 잊지 않았을 것이기에 한 말이다.

橫渠贊云, 妙契疾書. 妙契難能, 而疾書乃其所短也. 橫渠之作正蒙, 隨處置筆硯, 又或夜中有得, 起而取燭書之. 恐其不疾則旋遺也. 故程子譏之曰 : "子厚如此不熟." 蓋熟則不必疾其書而不自忘也.

- 이익, 『성호사설』 중 「묘계질서(妙契疾書)」

오늘날 사람들은 책은 존중하지만 그 정신은 잃었다. 글은 읽으면서도 그 뜻은 저버리고 있다. 깊이 생각하면 잘못이라 하고, 의문을 제기하면 주제넘다 하며, 부연설명하면 쓸데없는 짓이라 한다. 곧이곧대로 규정하여 모든 사소한 부분까지도 성역을 설정하는데 힘을 쏟는다. 그 결과 둔한 사람과 총명한 사람을 구분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것이 어찌 옛 사람이 뒷사람에게 기대하는 바이겠는가? 가령 사람이 백리 길을 가는데 한 사람은 수레와 말을 갖추고 하인과 마부가 앞장을 서서 하루 만에 당도하였고, 한 사람은 옆길로 찾아가다가 곤란을 겪은 뒤에 비로소 도달하였다고 하자. 만일 이들로 하여금 다시금 그 길을 가게 한다면 길을 찾아가며 다닌 사람은 정확히 알아, 길잡이를 앞세우고 간 사람처럼 갈림길이나 네거리에서 헤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옛 주석만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마음으로 체득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其在于今, 尊其書而失其心, 誦其文而後其義. 思量則爲妄, 致疑則爲僭, 發揮則爲賸. 尺尺寸寸, 一切卑近, 勒爲禁網, 而愚與智無別. 此豈古昔人所望於後來哉? 比如人趨百里之程, 其一人則需以車騎, 導以傔騶, 一日便到, 其一人探搜旁蹊, 艱難而始達. 後使之更趨焉, 則其探搜者認得分明, 不比導行者之或迷於歧衢也. 以此知謹守訓誥之非心得者也.

- 이익, 「논어질서서(論語疾書序)」

학문은 반드시 의문을 일으켜야 한다. 의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얻어도 야물지가 않다. 의문이란 의심하고 머뭇대면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해야 옳은 줄 안다면 반드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울러 살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얻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혹 잘못된 것을 옳다고 우겨도 대응할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과일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복숭아나 살구 같은 과일을 주면 살은 먹고 씨는 버린다. 살이 맛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씨 속에 다시 어떤 맛이 있을지 의심한다. 다른 날 개암이나 밤 따위를 주면 껍질은 벗겨내고 씨만 먹는다. 맛이 씨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서 복숭아나 살구씨의 맛이 개암이나 밤처럼 먹을만 하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만약 그때에 모두 먹어보아서 분명하게 알아두었더라면 어찌 다시 이같은 근심이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의문을 갖는 것은 의문을 없게 하려는 것이다. 저 먹기만 하고 의문을 품지 않는 사람은 비록 밤 껍질을 먹을 수 있다고 해도 또한 장차 이를 따를 것이다.

學必要致疑, 不致疑, 得亦不固. 所謂疑者, 非謂狐疑猶豫無所决擇也. 若知如是而是, 則必兼審如是而非, 方始是見得. 不然則人或以非爲是, 將無以應也. 比如食果子相似, 與之以桃杏之屬, 噉其肉而棄其仁, 美在肉也. 猶疑夫核中更有滋味在也. 佗日與之以榛栗之屬, 剝其皮而噉其仁, 美在仁也. 又安知向之仁之美, 不如榛栗之可噉乎? 若使當時都咬破知得分明, 豈復有此患? 故有疑所以無疑也. 彼食焉而不疑者, 雖爲栗房可嚼, 亦將從之矣.

- 이익, 「중용질서후설(中庸疾書後說)」

평소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늘 의심이 생기곤 한다. 착한 사람은 너무 착하고, 악한 자는 너무 못됐다. 그 당시에는 꼭 그렇지 만은 않았을 터. 역사책을 쓸 때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면하려는 지극한 뜻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다. 지금 사람이 그저 보아 넘길 때는 착한 사람이야 진실로 마땅하다 하겠지만, 저 악한 사람이 어찌 그토록 지독했겠는가? 실제로는 선함 속에 악이 있고, 악 가운데 선함이 있게 마련이다. 당시 사람이 실제 시비에 현혹되어, 버리고 취함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나무람을 받고 죄를 얻었던 것이다. 역사책을 읽을 때는 이러한 뜻을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常時讀史, 每疑. 善者偏善, 惡者偏惡. 在當時, 未必然. 作史, 雖因懲惡勸善之至意. 今人平地上看過, 以爲善者固當, 彼惡者, 胡此至極. 其實, 善中有惡, 惡中有善. 當時之人, 實有是非之眩, 故有去取不審, 貽譏得罪者也. 讀史, 不可不知此意.

- 이익, 『성호사설』 중 「고사선악(古史善惡)」

천하의 일은 대개 열에 여덟 아홉은 요행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고금의 성공과 실패, 날카로움과 둔함은 그때의 우연에 따른 것이 워낙 많다. 선과 악, 어짊과 어리석음의 구별이 반드시 그 실지를 얻은 것도 아니다. 지난 역사를 두루 살펴보고 여러 책에서 증거를 찾아 참고 대조해서 비교해 보아야지 진실로 오로지 한 가지 책만 믿고서 단정할 수가 없다.

옛날 정자(程子)가 역사책을 읽을 때, 절반쯤 읽다가 문득 책을 덮고 깊이 생각하여 그 성패를 가늠해 보곤 했다. 그런 뒤에 문득 보아 합치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면 더욱 곰곰이 생각했다. 그 사이에는 요행으로 성공하거나 불행으로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대개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고, 맞는 경우 또한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역사란 것은 성패가 이미 정해진 뒤에 쓴다. 성공과 실패에 따라 꾸미게 마련이니, 이를 보면 마치 진실로 마땅한 것만 같다. 게다가 착한 사람은 허물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고, 악한 사람은 반드시 그 장점을 없애 버린다. 그런 까닭에 어리석고 지혜로움에 대한 판단과 착하고 악함에 대한 보답을 징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당시에 훌륭한 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있겠고, 졸렬한 계책이 어쩌다 맞아 떨어진 것도 있을 것이다. 선 속에 악이 있고, 악 속에 선이 있다. 그런데 천년 뒤에 무엇으로 옳고 그름의 진실을 안단 말인가? 이런 까닭에 역사책에 근거해서 성패를 가늠해보면 합치되는 것이 많고, 오늘날 눈으로 보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통해 생각해 보면 열에 여덟 아홉은 맞지가 않는다. 이는 내 지혜가 밝지 않아서가 아니라 요행으로 이루어진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일이 어그러짐이 많아서가 아니라, 또한 역사책이 진실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천하의 일은 놓여진 형세가 가장 중요하고, 운의 좋고 나쁨은 그 다음이며, 옳고 그름은 가장 아래가 된다.”

天下事大抵八九是幸會也. 其史書所見, 古今成敗利鈍, 固多因時之偶. 然至於善惡賢不肖之別, 亦未必得其實也. 歷考前史, 旁證諸書, 參驗而較勘之, 誠未可以專信一書而爲已定也. 昔程子讀史, 到一半, 便掩卷思量, 料其成敗, 然後却看, 有不合處, 又更精思. 其間多有幸而成, 不幸而敗. 盖其不合處固多, 而合處亦未可準信. 史者作於成敗已定之後. 故隨其成與敗而粧點, 就之若固當然者. 且善多諉過, 惡必棄長. 故愚智之判, 善惡之報, 疑若有可徵, 殊不知. 當時自有嘉謀不成, 拙計偶逭, 善中有惡, 惡中有善也. 千載之下, 何從而知其是非之眞也? 是以據史書, 料其成敗, 則合處多, 從今日目擊顯見者而思量, 則八九是不合. 此非但吾智之不明, 卽幸會之占多也. 非但今事之多戾, 亦史書之難眞也. 余故曰 : "天下之事, 所置之勢爲上, 幸不幸次之, 是非爲下."

- 이익, 『성호사설』 중 「독사료성패(讀史料成敗)」

나는 평소에 “가르치기가 어렵지만, 배우는 것도 쉽지가 않다”고 말하곤 한다. 경전을 배우는 사람들로 하여금 장차 옛 가르침을 법도로 삼게할 뿐, 이렇다저렇다 의논하는 뜻은 용납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게 한다면 남을 따라 덩달아 웃으면서 마침내 자기 견해는 없게 되지 싶다. 아니면 장차 다른 자료를 채집하고 널리 궁구해서 증명하는 데로 돌아가게 해야 하는가? 그렇게 한다면 낮은 처지에 함부로 따진다 하여 죄과에 빠지기가 쉽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따져 밝히는 것이 더 낫다. 그런 까닭에 제자의 직분은 오로지 가르침을 받되 스스로를 속이는데 이르지 말고,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멋대로 바꾸는 데서 실수가 생겨서는 안 된다.

余嘗曰 : "敎旣難, 學亦不易." 使經生學子, 將尺寸古訓, 無容議意耶, 有似乎隨人嬉笑, 而卒無見解. 將旁採博究, 要歸證明耶, 有似乎處下橫議, 易陷罪過. 然與其昏也, 寧覈. 故弟子之職, 專聽受, 而不至於自欺, 發疑難, 而無傷於躐易.

- 이익, 「중용질서후설(中庸疾書後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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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