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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11. 10:46 내가 읽은 책들/2014년도

2014-030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2005, 오래된미래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4520

 

811.6

류58사

 

치유와 깨달음의 시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 잘랄루딘 루미(회교 신비주의 시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이은 또 한 번의 시에의 초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서기관에서부터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에 이르기까지 41세기에 걸친 유명, 무명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치유와 깨달음의 시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 주는 색깔이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 휘트니 오토, <아메리칸 퀼트>의 저자

 

시는 인간 영혼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을 멈추고 듣는 것'이 곧 시다. 스페인의 철학자 미구엘 드우나무노는 '슬픔의 습관을 떨쳐 버리라. 그리고 그대의 영혼을 회복하라'고 말한다.

좋은 시는 치유의 힘, 재생의 역할을 하며 읽는 이의 영혼의 심층부에 가닿는다. 인간의 가슴은 돌과 같으며, 그것은 다른 돌에 의해서만 깨어질 수 있다.

생을 다 보낸 뒤, 어느 날 우리는 '육체라는 이 이상한 옷'을 벗어던진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옷깃이 해지고 단추가 떨어져 나간……. 당신이 아직 젊다면 이 진실을 가슴에 새겨야 하리라. 삶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만일 당신이 이미 이것들을 경험할만큼 충분히 나이를 먹었다면 이 진리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가 썼듯이 삶에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 실습 없이 죽는다. /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 /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 /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 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한 편의 좋은 시가 보태지면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 좋은 시는 삶의 방식과 의미를 바꿔 놓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우리는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다.

얼음을 만질 때 우리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불이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라. 그리고 그 얼음과 불을 동시에 만지라. 시는 추위를 녹이는 불,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 배고픈 자를 위한 빵이다.

 

"나와 함께 시집을 엮기로 약속하고서 멀리 여행을 떠난 정채봉 선생께 이 시집을 바친다. 누구보다도 삶과 시를 사랑했던 그에게, 우리는 입 속의 혀처럼 삶에 묶여 있으나 그는 시간의 틈새로 빠져나갔다." - 류시화

 

차례

초대 / 여인숙 / 생의 계단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슬픔의 돌 / 기도 / 삶을 위한 지침 / 그때 왜 / 너무 작은 심장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봄의 정원으로 오라 / 금 간 꽃병 / 눈물 / 인생 거울 / 생명은 / 나는 배웠다 / 침묵의 소리 / 생이 끝났을 때 / 중세기 회교도의 충고 / 별들의 침묵 / 사람과의 거리 / 천 사람 중의 한 사람 / 첫눈에 반한 사랑 / 늙은 철학자의 마지막 말 / 사막 / 게 / 농담 / 옹이 / 이별 / 나의 시 /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 여행 / 이누이트 족의 노래 / 의족을 한 남자 / 사이치에게 남은 것 / 이제 난 안다 /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가 / 내가 알고 있는 것 / 무사의 노래 / 사랑 / 나에게 바치는 기도 / 자연에게서 배운 것 / 세상의 미친 자들 / 내가 태어났을 때 / 나는 누구인가 / 뒤에야 / 세례를 위한 시 / 단 하나의 삶 / 선택의 가능성들 / 태초에 여자가 있었으니 /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 / 신을 믿는 것 / 회교 사원 벽에 씌어진 시 / 사막의 지혜 / 어부의 기도 / 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 / 한 방울의 눈물 / 옳은 말 / 진정한 여행 / 나이 / 죽음이 집에서 나를 기다린다 / 여섯 가지 참회 / 구도자의 노래 / 신과의 인터뷰 / 

해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시인들

 

살아 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지 마라.

 

더글러스 던

서문을 대신해 . 엮은이 류시화

 

눈물

 

만일 내가 무엇인가로 돌아온다면

눈물로 돌아오리라.

너의 가슴에서 잉태되고

너의 눈에서 태어나

너의 뺨에서 살고

너의 입술에서 죽고 싶다.

눈물처럼.

 

작자 미상

 

옹이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치어나지 못했으니

 

류시화

 

신과의 인터뷰

 

어느날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다.

신이 말했다.

'그래,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구?'

내가 말했다.

'네, 시간이 있으시다면.'

 

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의 시간은 영원,

내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무슨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가?'

 

내가 물었다.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신이 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런 다음 내가 겸허하게 말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자식들에게 그 밖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 있음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작자 미상

 

우리 시대의 역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잇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은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제프 딕슨이 처음 인터넷에 이 시를 올린 뒤, 많은 사람들이

한 줄씩 덧보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충고들

 

고통에 찬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충고하려 들지 말라.

그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올 것이다.

너의 충고는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처 입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선반 위로 제자리에 있지 않은 별을 보게 되거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풀과 돌, 새와 바람, 그리고 대지 위의 모든 것들처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추에게 달의 얼굴을 가지고 잇다고 말하지 말라.

너의 말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너의 문제들을 가지고

너의 개를 귀찮게 하지 말라.

그는 그만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장 루슬로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 주는 색깔이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 영화 <아메리칸 퀼트> 중에서

 

매순간

인간의 손으로 지어지지 않은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라.

 

하나의 산, 하나의 별

구불거리는 강줄기

그곳에서 지혜와 인내가

너에게 찾아오리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 시드니 레베트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삶을 살라

 

한 장의 잎사귀처럼 걸어다니라.

당신이 언제라도 떨어져내릴 수 잇음을 기억하라.

자신의 시간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라.

 

- 나오미 쉬하브 니예

 

사랑이 끝난 뒤의 사랑

 

너는, 너 자신의 집 문 앞에 도착한

너 자신을 맞이하게 되리라.

그리고 두 사람은

미소 지으며 서로를 맞아들일 것이다.

 

- 데렉 윌코트

 

초대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그래서 잔뜩 움츠러든 적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 받을 더 많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미친 듯이 춤출 수 있고, 그 환희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채울 수 있는가

당신 자신이나 나에게 조심하라고, 현실적이 되라고,

인간의 품위를 잃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고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샌 뒤

지치고 뼛속까지 멍든 밤이 지난 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나와 함께 불길의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내게 보여 달라,

아픔 속 아픔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면서도

당신이 당신의 가장 깊은 바람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가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어떻게 내면에 가닿고,

또한 바깥을 향해 문을 열어 삶의 신비의 입맞춤을

어떻게 내 입술에 느끼는가를 말해 줄 테니.

 

당신의 가슴속에 온 세상을 담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당신이 상처를 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을 때

어떻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 말해 달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내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진정 누구인가를 보아 달라.

내게 말하지 말라,

언젠가는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 대신 마음의 흔들림 없이 위험과 마주할 수 있는가를

내게 보여 달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영웅적인 행동을 한 전사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쳤을 때 당신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가,

당신의 힘만으론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벽에 부딪쳤을 때

무엇이 당신을 벽 건너편으로 데려갔는가를

내게 말해 달라.

무엇이 자신의 연약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는가를.

 

당신에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장소들로

나를 데려가 달라.

세상이 당신의 가슴을 부수려고 했던 그 위험한 장소들로.

그러면 나는 내 발 아래 대지와 머리 위 별들이

내 가슴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 준 장소들로

당신을 데려가리라.

 

함께 나누는 고독의 긴 순간들 속에 내 옆에 앉으라.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홀로 있음과

또한 거부할 수 없는 함께 있음으로

침묵 속에서, 그리고 날마다 나누는 작은 말들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우리 모두를 존재 속으로 내쉬는 위대한 들숨과

그 영원한 정지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그 공허감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테니까.

 

- 릴케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 메이 사턴

 

기러기

 

당신이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참회를 하며 무릎으로 기어 사막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당신 육체 안에 있는 그 연약한 동물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라.

내게 당신의 상처에 대해 말하라. 그러면

나의 상처에 대해 말하리라.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비는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풀밭과 우거진 나무들 위로

산과 강 위로,

당신이 누구이든, 얼마나 외롭든

매 순간 세상은 당신을 초대하고 잇다.

 

- 메리 올리버

 

류시화

 

이 시집의 엮은이로,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인도, 네팔, 티베트를 여행하는 한편 명상에 관련된 책들을 번역 소개했다. 미국, 인도,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과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가 있다. www.shivary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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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