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 고조선 사라진 역사
저자 · 성삼제
2005, 동아일보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8180
911.021
성523고
우리 역사 연구에서 가장 시급한 분야가 고조선이다. 일본의 보수 우익을 대변하는 학자들이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미화하고 이웃나라를 경시하는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근거 중 하나가 고대사 왜곡에 있으며, 그 뿌리에 고조선 역사의 왜곡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배운 역사를 의심하라
'명도전은 고대 먼나라의 화폐다.' 국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명도전 출토 지역이 옛 고조선의 영역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중국 역사학자는 무슨 근거로 명도전이 고조선의 화폐라고 주장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고조선 역사 논쟁은 추리소설처럼 흥미롭다.
성삼제
대구 농민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셰필드 대학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학교운영위원회에 관한 연구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서울시교육청, 서울대학교,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근무하며, 2001년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실무반장을 담당했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 지방교육재정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비망록을 열며
"고조선 논쟁은 '다빈치 코드'보다 더 흥미롭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쟁점 하나 하나가 너무나도 역동적이어서 마치 생명체가 자라듯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고조선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것이 고조선 논쟁을 책으로 펴내는 이유다. 내 딸과 그 또래 청소년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나처럼 학창시절 일그러진 고조선 역사를 배운 어른들도 함께 봤으면 한다."
c o n t e n t s
서문
일본역사교과서왜곡대책반 비망록을 열며
1장 단군, 신화인가 역사인가
단군기원의 의미
수동태로 쓰인 우리 역사
선생님도 믿지 않는 건국 기록
<세종실록지리지>와 고조선
기원전 7세기 문헌에 나오는 고조선
단군은 가공의 인물인가
2장 한반도의 청동기시대는 언제부터인가
청동기 역사가 이상하다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
'이 씨 조선'도 고치지 않는 일본
기원전 400년에서 기원전 4000년까지
자고 나면 학설이 달라지는 게 고고학
청동기 문명과 국가 건설
청동기는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전파되었나
청동기의 나라 고조선
3장 고인돌에 새겨진 역사
고조선, 청동기, 고인돌
전 세계 고인돌의 절반이 한반도에 있다
영국의 스톤헨지와 한국의 고인돌
고인돌의 건축 연대가 열쇠다
고인돌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됐다
한류보다 파급효과가 큰 고인돌 연구
4장 단군릉과 단군 뼈의 진실
단군과 아브라함
북한의 단군릉 발굴
발굴은 인정하나 단군릉은 인정 못해
50여 회측정, 동일한 결과
유물 절대연대 측정의 한계
조작된 결과인가, 잘못된 실험인가
단군릉 논쟁은 빙산의 일각
5장 고조선은 대동강 유역에 있었나
한사군 논쟁의 의미
패수는 대동강인가
《사기》에 기록된 위만조선과 한의 전쟁
《사기》에 나타난 진실
평양은 어디에 있었을까
평양성이 왕험성이 아닌 4가지 이유
한사군은 설치된 적이 없다
국사 교과서와 한사군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역사
6장 명도전은 고조선 화폐가 아닐까
명도전이 연나라 화폐가 아닌 이유
고조선과 연나라는 전쟁 중이었다
진시황의 도량형 개혁과 반량전
명도전 출토 분포를 보면 고조선이 보인다
명도전 유적과 패수의 위치
명도전 연구가 필요하다
7장 일본은 《삼국유사》를 변조했나
《삼국유사》 중종 임신본
조선사편수회에서 울분을 터뜨린 최남선
고조선 이전에 환국이 있었다
재야 학자들이 하는 소리
원본에 덧칠된 글자
1904년 도쿄제국대 발행 《삼국유사》
누가, 왜 고쳤을까
변조되지 않은 《삼국유사》를 찾아서
國인가 因인가, 이체자 논쟁
환국은 환인의 오류가 아니다
환국 · 환인 논쟁 왜 중요한가
환국은 나라인가, 신인가
일본의 역사 왜곡은 현재진행형
국보급 고문서 변조는 국제적인 범죄행위
8장 위서 논쟁 속에 묻혀버린 고조선
위서란 무엇인가
영광스런 고대사를 위해 만든 책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기서와 비기들
《규원사화》의 오류
'문화'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수입된 말인가
위서 논쟁 이전에 전문 감정이 필요하다
9장 《환단고기》에 기록된 천문 현상
《환단고기》가 주목받는 이유
붉은 악마와 치우천왕
대종교 계통의 책이라 믿을 수 없다
연개소문 아들 남생의 기록에 담긴 비밀
발해 정혜 공주의 묘지와 《환단고기》
천문학으로 《환단고기》의 비밀 푼다
재야 사서의 비판적 연구가 필요하다
10장 고조선 논쟁은 계속돼야 한다
고조선 역사, 불가피한 논쟁
일제강점기 역사 말살과 왜곡의 상처
역사 논쟁은 훌륭한 논술 교재
단군조선은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
도표 · 고조선에 대한 견해 차이
단군 신화는 고조선이라는 국가가 세워지고 난 이후 만들어진 건국 신화가 구전되다가 고려 시대에 정리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고려와 조선시대를 통틀어서 단군이나 고조선의 건국이 임의로 창작되었다거나, 몽고 침입 시에 민족의사를 강화하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청동기시대가 중요한 이유는 고조선의 건국을 실재 역사로 보느냐 마느냐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한국의 청동기시대의 상한 연대를 근거로 고조선의 건국을 실재 역사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숭실대학 소장 여러꼭지잔줄무늬거울.
직경이 21센티미터 안에 0.3밀리미터 간격으로 1만 3000여개의 가는 선을 넣은 정교한 청동거울이다.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고인돌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면, 청동기 문명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고인돌이나 청동기 문명이 고조선 지역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전파되었음이 입증되면 이는 세계 고고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단군릉에서 발굴된 인골의 연대가 기원전 3000년으로 나온 것에 대해 학자들은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두 기관에 연대 분석을 의뢰했더니 같은 연대치가 나와서 그대로 발표했다고 북한 측은 설명했다.
1993년 북한이 발굴한 단군의 유골.
《사기》에 나오는 왕험성의 위치에 대해서는 평양 지역이라는 주장과, 오늘날 만리장성에서 가까운 난하 또는 요하 부근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논쟁이 중요한 것은 왕험성이 어디냐에 따라 고조선 역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고조선 영토에서 연나라 화폐 외에도 다른 종류의 고조선 화폐가 발굴되었다면 양국의 활발한 상거래를 통해 화폐가 오갔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고조선 영토에서 연나라 화폐인 명도전이 엄청나게 발굴되고 있는 데 반해 정작 고조선 화폐는 지금까지 단 한 개도 발굴되지 않았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단군고기》는 광범한 고기록을 지극히 간략하게 요약하여 놓은 것이므로 그 편언척자片言隻字에도 중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 그러므로 가령 한 자의 잘못이 잇다 할지라도 그것이 전문全文의 해석상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크다. 《삼국유사》의 《단군고기》 중에 석유환국昔有桓國이라고 되어 있던 것을 석유환인昔有桓因이라고 고친 천인淺人 이마니시 류(今西龍)의 망필妄筆을 인용한 것이 바로 그 하나다."(최남선)
1921년 교토 대학에서 발행한 《삼국유사》 영인본.
○안의 글자는 국国 자에 덧칠해서 인因 자로 만든 흔적이 보인다
1932년 고전간행회가 발행한 《삼국유사》 영인본.
○안의 글자는 도저히 인因 자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덧칠한 상태가 조악하다.
《규원사화》 위서 논쟁은 성경의 위서 논쟁과 기본 구조가 비슷하다. 위서인 성경을 위경僞經이라고 하는데 위경들은 당대에 썼으면서도 마치 오래 전에 기록된 것인 양 꾸며대기도 하고, 자신들이 속한 신앙집단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과거에 없던 일을 실제로 일어났던 것처럼 쓰기도 했다. 그래서 위경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문서와 필체 감정기술이 동원됐다.
《환단고기》 진위 논쟁은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 《환단고기》의 사료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쪽이든, 《환단고기》가 우리나라 상고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주장하는 쪽이든, 서로 귀를 열고 상대의 주장을 비판하고, 새로운 검증 기준을 찾아내는 비판적 《환단고기》 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환단고기》의 오성취루 현상을 재현한 그림. (박창범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주제마다 치열하게 부딪치는 논쟁을 접하면서 역사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에 되살아나고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논쟁 하나하나를 대할 때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일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정반대의 주장들을 접하면 어느 쪽의 논리가 선명하고 어느 쪽의 논리가 부족한지 알 수 있다. 고조선 역사 논쟁 자체가 훌륭한 논술 교과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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