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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27. 17:10 내가 읽은 책들/2011년도
2011-042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글·사진 이용재

2009, 디자인 하우스


시흥시립대야도서관
SB036203

981.102
이65ㄸ


"딸, 갈 길 정했니?"
"아빠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데?"
"어진 길."
"어진 길 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
"인문학 독서."
"책만 읽으면 되는 거야?"
"아니, 문화 유적 답사도 병행."

건축을 이야기하며 딸을 팔고,
건축을 이야기하며 문학, 역사, 철학 등 우리 문화 전반을 아울러 판다!
건축 평론가 이용재에게 건축은
가족과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다.
건축은 본래 인문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용재

1960년 서울 생. 문학도를 꿈꾸지만 군인 아버님의 반대로 공돌이가 됨. 명지대학교 건축과 대학원에서 건축평론 전공. 다시 글쟁이를 꿈꾸지만 지독한 배고픔에 회의를 느낌. 1989년 박봉의 잡지사 탈출. 건축전문출판사 설립. 내는 책마다 적자. 1990년 외동딸 출산. 1993년 노가다 현장으로 감. '나도 돈 좀 벌어 보자.' 당연히 펜 꺾음. '다시는 글 쓰나 봐라. 돈도 안 되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IMF 때 전 재산 날리고 감옥도 다녀옴.

현실을 떠나 전업 주부가 됨. 딸 밥해 먹이고 문화재 답사로 소일. 2000년 건축 잡지사 편집장으로 복귀. 역시 박봉에, 현실에 부대낌. 사직. 2001년 건축 현장의 감리로 취직. 부실 공사 유혹에 맞서다 잘림. 2002년 도사들의 추천으로 택시 운전 시작. '먹물들 싫어.' 주중에 택시 운행 중 스케줄 짜두었다가 일요일 가족과 건축 답사 다니는 게 유일한 즐거움.

초등학교 4학년 딸의 본격적인 인문학 교육에 들어감. 이 험난한 세상, 착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 지인들이 자꾸 글 쓰라고 꼬드김. 11년 만에 인터넷에 청탁도 없는 건축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 2003년 인터넷에 연재한 글을 모아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출간. 대박. 역시 돈은 안 됨. 이름 석자만 유명해짐. 판매 부수 1천 5백권. 나 원 참.

2005년 두 번째 저서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거예요》출간. 역시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수십 개 언론에 등장. 판매 부수 1천 5백권. 이제 '천오백'이 아예 내 호가 됨. 두고 보자. 왜 안 팔릴까? 2006년 블로그 개설하고 이용재 알리기에 본격 나섬. 2007년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출간. 이번 책도 안 팔리면 은퇴함. 6개월 만에 1만 권 판매. 교보문고에서 팬 사인회도 하고, 'KBS TV 책을 말하다' 출연. 건축 책으로 출연하기는 역사상 처음이라는 PD의 전언. 택시 기사 5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 이제 아산을 거쳐 대전으로 남하해 전업작가로 나섬. 대전이 대한민국 중심이라 답사에 유리. 안 되면 다시 택시기사로 복귀 예정.

블로그 http://blog.naver.com/leecorb

|차례|

정자

거연정 / 명옥대 / 명옥헌원림 / 반구정 / 병암정 / 사인정 / 소쇄원 / 식영정 / 이지당 / 초간정 / 취가정 / 취묵당 / 화석정

고택

김동수 가옥 / 선병국 가옥 / 용흥궁 / 일두 고택

생가

김남주 시인 생가 / 이병기 생가 / 조병옥 생가 / 필경사 / 허난설헌 생가

근·현대 건축

강화성공회성당 / 공세리성당 / 돌마루공소 / 이월성당 / 전동성당 / 풍수원성당 / 나바위성당 / 호텔 라궁

정선으로 가지고 온 관복을 몸에 걸치고 멀리 송도를 바라보니 슬픔만 하네.
요순 시대는 멀리 갔으니 내 어디로 가리오.
서산을 향하매 머리 드니 전세와 인연을 끊었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 정선아리랑의 작사가. 전오륜

선생은 세상의 유종(儒宗 : 유교의 시조)이 되셨다. 정암 조광조 이후에 견줄 만한 사람이 없다. 재조(才調 : 재주의 옛말)와 기국(器局 : 기량의 옛말)은 혹 정암에 미치지 못한다 해도 의리를 탐구하고 정미(精微 : 정밀하고 자세함)함을 다한 데 이르러서는 정암 또한 미칠 수 없는 정도였다.
- 퇴계의 부음을 들은 이이는 통곡을 하면서 만사를 짓고 제문을 바침.

물 빠진 연못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紫薇나무가
나의 화엄 연못, 지상에 붙들고 있네
이제는 아름다운 것, 보는 것도 지겹지만
화산제처럼 떨어지는 자미 꽃들, 내 발등에 남기고
공중에 뜬 나의 화엄 연못, 이룩하려 하네
가장자리를 밝혀 중심을 비추던
그 따갑게 따뜻한 그곳;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中心樹, 폭발을 마치고
난분분한 붉은 재들 흩뿌리는데
나는 이 우주 잔치가 어지러워서
연못가에 眞露 들고 쓰러져버렸네
하, 이럴 때 그것이 찾아왔다면
하하하 웃으면서 죽어 줄 수 있었을 텐데
깨어나 보니 진물 난 눈에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자미나무가
나의 연못을 떠나버렸네
한때는 하늘을 종횡무진 갈고 다니며
구름 뜯어먹던 물고기들의
사라진 水面
물 빠진 연못, 내 비참한 바닥,
금이 쩍쩍 난 진흙 우에
소주병 놓여 있네
- 황지우, 명옥헌원림을 찾아 움막을 짓고 백일홍을 노래함

정자는 파주 서쪽 15리 임진강 아래에 있고 조수 때마다 백구가 강 위로 모여들어 들판 모래사장에 가득하다. 9월이면 기러기가 손으로 온다. 서쪽으로 바다는 20리이다.
- 허목, 반구정을 찾아서

정견칭庭堅稱 기인품심고基人品甚高 흉회쇄락胸懷灑落 여광풍제월光風霽月

정견이 일컫기를 그의 인품이 심히 고명하며 마음결이 시원하고 깨끗함이 마치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도 같고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도다.
- 송나라의 시인 황정견이 주돈이를 존경해 쓴 글

어느 언덕이나 골짜기를 막론하고 나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니 이 동산을 남에게 팔거나 양도하지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물려주지 말 것이며, 후손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라.
-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의 유언

푸른 시내 위 차가운 소나무 아래에 이름 있는 좋은 터를 얻어 작은 정자를 지었는데, 모퉁이마다 기둥을 세우고 가운데는 텅 비었으며 흰 띠로 덮고 대나무 자리로 둘렀으며, 바라보면 그림으로 장식한 배 위에 새가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모양이다. 그대 장자의 말을 들었는가.
옛날에 그림자를 무서워한 사람이 있었다. 낮에 달려가는데 그림자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 역시 쉬지 않고 따라오다가 나무 그늘에 이르러서야 문득 보이지 않았다. 본래 그림자는 사람을 따라다니므로 사람이 엎드리면 그림자도 엎드리고, 사람이 쳐다보면 그림자도 쳐다보며, 가면 가고 쉬면 쉬는 것이 오직 물체를 따르므로 그늘에서나 밤에는 없어지고 불빛에서나 낮에는 생기게 되니 사람의 처세도 이와 같은 것이다. 옛 말대로 꿈과 그림자는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조물주와 더불어 대지 위에 놀며 그림자마저 없도록 하여 사람이 바라보고 손으로 가리킬 수도 없게 함이니 이름을 식영이라 함은 또한 마땅치 않은가.
- 석천, 《식영정기》

어떤 지나가는 나그네가 성산에 머물며
서하당, 식영정의 주인아 내 말을 들어 보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 많건마는
어찌 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 산중에 들어가 안 나오는가
- 성산별곡

身體髮膚 受之父母신체발부 수지부모 - 우리의 몸은 부모로부터 받았다.
不敢毁傷 孝之始也불감훼상 효지시야 - 감히 훼상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요.
立身行道 揚名於後世입신행도 양명어후세 - 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以顯父母 孝之終也이현부모 효지종야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지막이니라
- 공자

氣發理乘 一途說기발이승 일도설
기氣가 발發하고, 理는 올라탄다乘
기는 사물을 이루는 재료
승은 사물을 이루게 하는 이치
퇴계는 이理를 강조한 주리론자主理論者
율곡은 기氣를 강조한 주기론자主氣論者

이 못난 소자는 비록 총명하지 않지만
유자소자維子小子 부총경지不聰敬止
날로 달로 나아가 학문이 광명에 이를 것이니
일취월장日就月將 학유집희우광명學有緝熙于光明
맡은 일을 도와 나에게 덕행을 보여 주오
불시자견佛時仔肩 시아현덕행示我顯德行

오오! 서럽고 슬프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우주에 밤과 낮이 있음 같고, 사물이 비롯과 마침이 있음과 다를 바 없는데, 이제 그대는 상여에 실려 저승으로 떠나니 그림자도 없는 저승 나는 남아 어찌 살리. 상여 소리 한 가락에 구곡간장 이어져서 길이 슬퍼할 말마저 잊었다오.
- 초간, 부인의 죽음에 대한 제문

한잔 하고 부르는 노래
한 곡조 듣는 사람 아무도 없네
나는 꽃이나 달에 취하고 싶지도 않고
나는 공훈을 세우고 싶지도 않아
공훈을 세운다니 그것은
뜬구름 꽃과 달에 취하는 것
또한 뜬구름 한잔하고 부르는 노래
한 곡조 노래 아는 사람 아무도 없네
내 마음 다만 바라기는
긴 칼로 맑은 임금 받들고자
- 김덕령, 취시가醉時歌 : 취해서 부르는 노래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 속 정자에 가을 이미 깊은데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생각은 끝이 없구나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멀리 강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햇볕에 붉도다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 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리 바람을 머금는데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지
聲斷暮雲中  저녁 구름  속에 소리마저 끊어지네
- 율곡, 8세 때 화석정을 찾아

지금 나는 쓰고 있다
세 겹으로 네 겹으로 갇혀 쓰고 있다
내 탓이다라고
서투른 광대의 설익은
장난 탓이다라고
어설픈 나의 양심 탓이다라고
미지근한 나의 싸움 탓이다라고
모두가 모든 것이 내 탓이다라고
나는 지금 쓰고 있다
움푹 패인 주먹밥 위에
주먹밥에 떨어진 눈물 위에
눈물 같은 국물 위에
환기통 위에 뼁끼통 위에
시멘트 바닥에 허공에 천장에
벽 위에 식구통 위에
감시통 위에 침 발라
손가락으로 발가락으로 혓바닥으로
마르도록 벗겨지도록
피나도록 쓰고 있다
- 김남주, <진혼가>

서른일곱의 어쩌지도 못하는
이 기막힌 나이 이 환장할 청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무덤을 지키는 지조 높은 선비는 아니다
나에겐 벗이여
죽기 전에 걸어야 할 길이 있다
싸워야 할 사랑이 있고
싸워 이겨야 할 적이 있다
기대해 다오 나의 피 나의 칼을
기대해 다오 투쟁의 무기 나의 노래를
- 김남주, <전향을 생각하며>

떼 지어 사는 똥파리들을 본 적이 있는가
보라, 돈 없이 헐고 한적한 곳
두메산골 같은 곳 그곳에
무리져 사는 인간들을 본 적이 있는가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들이란 별게 아냐
그래, 별게 아냐
똥파리들과 다를 게 없어 다를 게 없어 우-
똥파리에겐 더 많은 똥을
인간들에겐 더 많은 돈을
- 안치환, <똥파리와 인간>

아바님 아바님, 잘못하였으니 이제는 하라 하옵시는 대로 하고, 글도 읽고, 말씀도 다 들을 것이니 이리 마소서" 하시는 소리가 들리니, 간장肝腸이 촌촌寸寸이 끊어지고 앞이 막히니 가슴을 두드려 한들 어찌하리오.
- 혜경궁 홍씨

시조 제작에 있어서 양과 질로써 가람의 오른편에 앉은 이가 아직 없다. 천성의 시인으로서 넘치는 정공(精功 : 정정당당한 비평)을 타고 난 것이 더욱이 가람과 맞서기 어려운 점인가 하노니 한참 드날리던 시조인들의 행방조차 아득한 이즈음 가람의 걸음은 바야흐로 밀림을 헤쳐 나온 코끼리의 보법(步法 : 걸음을 걷는 모양새)이 아닐 수 없다. 예전 어른을 들어 비교하는 것은 흔한 노릇일지 모르겠으나 송강 이후에 가람이 솟아오른 것이 아닌가 한다. 송강의 패기를 당할 이 고금에 없겠으나 가람의 치밀한 섬세한 점이 아직 어떤 이가 그만한지를 모르겠다.
- 정지용, 《가람시조집》발문(跋文 : 책 끝에 수록하는 본문에 대한 감상)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 데나 정들면 못살 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
방과 곳간들이 모두 잿더미 되고
장독대마다 질그릇 조각만 남았으나
게다가 움이라도 묻고 다시 살아 봅시다
삼베 무명 옷 입고 손마다 괭이 잡고
묵은 그 밭을 파고파고 일구고
그 흙을 새로 일구어 심고 걷고 합시다
- 이병기 '고향으로 돌아가자'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훈, '그날이 오면'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두 무덤이 마주 보고 있구나
백양나무에는 으스스 바람이 일어나고
도깨비불은 숲 속에서 번쩍인다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너희 무덤에 술잔을 따르네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
- 허난설헌, '곡자哭子 : 자식을 곡하노라'

처음도 끝도 없으니 형태와 소리를 먼저 지은 분이
진실한 주재자이시다
임을 선포하고 의를 선포하니 이에 구원을 밝히시니
큰 저울이 되었다
삼위일체 천주는 만물을 주관하시니 참 근본이 되신다
하느님의 가르침이 두루 흐르는 것은 만물과 동포의 즐거움이다
복음을 널리 전파하여 백성을 깨닫게 하니 영생의 길을 가르치도다
- 강화성공회성당 주련柱聯 : 한옥의 기둥이나 벽에 새겨진 글씨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불역낙호不亦樂乎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공자

골목길 접어 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수줍은 너의 얼굴이
창을 열고 볼 것만 같아
마음을 조이면서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 김현식,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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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