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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트리즈

 

물리적 모순에 빠진 문제, 해답은 주변 자원에 있다

 

네덜란드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바다 건너로는 영국과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네덜란드는 1300년대에 이르러 공업ㆍ무역ㆍ상업이 발달하면서 엄청난 부를 쌓게 된다. 특히 플랑드르 지역은 부와 지식을 함께 갖춘 시민계급이 급성장하면서 당시 유럽에서 가장 발전한 곳으로 명성을 누렸다.

그러나 당시 네덜란드는 프랑스에 속해 있어 프랑스 왕에게 엄청난 세금을 내야 했다. 네덜란드는 프랑스 왕에게 반기를 들고 자유국가를 이루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교황과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왕을 배반하면 200만프랑을 배상할 것을 교황과 약속한 문서가 화근이었다.

네덜란드, 특히 플랑드르 지역 상공인들은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도출해야 할까? 트리즈 이론을 적용해보자.

트리즈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하여 문제와 그 문제의 원인을 구분할 것을 추천한다.

트리즈에서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물리적 모순(딜레마 문제)으로 정의된다. 플랑드르 지역 상공인이 직면한 문제는 프랑스 왕을 배반해야 하지만 프랑스 왕을 배반하지 말아야 하는 물리적 모순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물리적 모순의 원인을 유추해보자. 프랑스 왕을 배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금을 덜 내고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프랑스 왕을 배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황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즉 자유를 얻으려고 하면 교황과 한 약속을 어겨야 하고 교황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하면 자유를 얻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이 충돌하는 것을 기술적 모순(상충 문제)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두 번째 단계로 트리즈는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할까? 하나는 프랑스 왕을 배반하면서 교황과 한 약속을 어기지 않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왕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자유를 얻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선택한 해결책의 방향에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플랑드르 지역 상공인은 프랑스 왕을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선택하고, 이를 위해 사용 가능한 자원을 탐색해 활용한다.

플랑드르는 영토 문제로 프랑스와 해묵은 앙숙관계인 영국을 자원으로 활용한다. 당시 프랑스 땅에 상당한 영토를 가지고 있던 영국을 꼬드겨서 프랑스와 전쟁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전쟁에서 프랑스가 불리해지면 플랑드르 지역에 대해 자유를 얻으려는 생각이었다.

플랑드르 상인들은 양털을 팔러 온 영국 수출업자들을 통해 영국 국기에 영국 상징인 사자문양과 프랑스 상징인 백합문양을 함께 그려 넣게 했다. 이미 프랑스 땅에 상당한 영토를 가지고 있던 영국으로서는 프랑스 일부 지역도 영국 영토이므로 영국 국기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백합문양을 포함시키는 게 이치에 맞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국기 제작은 영국과 앙숙관계인 프랑스를 심각하게 자극한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백년 전쟁을 치르게 된다. 백년 전쟁에서 초반에는 영국이 대승을 거두어 파리까지 진격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플랑드르 상공인들은 원하는 독립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1500년대에 이르러 플랑드르 상인들은 자유를 얻기 위해 새로운 전략적 노력을 하게 된다. 1500년대에 이르러 프랑스 왕에게 네덜란드 지배권을 넘겨받은 에스파니아 왕을 배반하면서도 교황과 한 약속을 지키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이러한 전략을 선택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트리즈의 세 번째 단계인 주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플랑드르 상인들은 1527년 마틴 루터가 불을 붙인 종교 개혁을 적극 활용했다.

네덜란드는 종교개혁에서 가장 큰 주동 세력이 되면서, 교황과 관계를 단절하고 마틴 루터와 장 칼뱅의 신교를 선택했다. 결국 에스파이나 왕을 배반하고 독립을 주장하면서 교황과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1300~1500년대 당시 최대 역사적 사건이던 백년전쟁과 종교전쟁을 트리즈 시각으로 플랑드르 상공인의 전략적 선택과 연결해 이해하려는 시도도 가치가 있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김효준 트리즈(Triz:창의적 문제해결) 전문가]

ⓒ 매일경제 & mk.co.kr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