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 뭐냐
고은 선禪시집
2013, 문학동네
대야도서관
SB079219
811.6
고67ㅁ
너 뭐냐 뭐냐 뭐냐 뭐냐 뭐냐……
이 작은 시편들,
사물들 위로 내리꽂히는 번개들의 찰나를 품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뚝 멈춰섰다. 사고를 정지시키는 공안(公案)과도 같은 정신의 폭죽들! 나는 이 시들을 설명할 수 없으며 다만 그 함의를 절반쯤만 이해하고 이 시들이 드러내는 작은 알곡에 매혹될 뿐이다. 깨뜨리기에는 단단한 견과, 하지만 많은 시들이 견과이면서도 동시에 비어 있는 듯하다. _알렌 긴즈버그
고은은 노선사들이나 젊은 시인들보다 한 수 위이다. _게리 스나이더
무례하고 동정적이며 종종 유머가 넘치는 이 작은 시편들은 이해의 광대한 들판 쪽으로 문을 열어놓고 있다. 고은의 시들은 만물의 민주주의 가운데서 살며 바로 이 순간, 빛나며 도약하는 본질을 똑바로 그리고 커다란 기쁨을 가지고 바라본다. _제인 허시필드
선시들은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말로 하며 본질로 직격하는데, 직격하며 대상을 깬다. 삼라망상에 들이대는 "너는 뭐냐"라는 물음이 그것을 깨는 망치다. 선시들은 대상들을 여지없이 께트린다. 그 파쇄를 본질로 향유하는 것, 이게 바로 고은 선시의 본래면목이다. _장석주, '해설' 중에서
고은
1958년 처녀시 「폐결핵」 발표 이래 시 · 소설 · 평론 · 에세이 등 15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그중 시집은 서사시 『백두산』 7권, 전작시 『만인보』 30권을 비롯해 모두 70권이며, 『고은 시전집』『고은 전집』을 출간했다. 세계 25개 국어로 시와 소설이 번역 출판되었고, 이 가운데 『만인보』는 스웨덴에서 '현대의 고전'으로 선정되어 중고교 외국문학 교재로 채택되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한국민예총 초대회장 등을 지내고, 미국 하버드 대학 옌칭연구소 초빙교수, 버클리대 동양학부 초빙교수(시론 강의), 서울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단국대 석좌교수, 유네스코 세계 시 아카데미 명예위원회 위원, 한겨레사전 남북한 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며 국내외 시단에서 창작활동중이다. 국내외 문학상과 훈장을 다수 수상했다.
차례
서문
이실직고 / 일기 / 얼씨구 / 달밤 / 화두 두 개 / 임종 / 선방 / 권고 / 메아리 / 올빼미 / 작별 / 아기 / 산을 내려오며 / 쇠고기 / 부시먼 / 이름 세 개 / 감회 / 거량(擧揚) / 난주경허(蘭州鏡虛) / 낮 / 웃음 / 저 건너 / 옷 / 주정뱅이 / 법화경 / 좌선(坐禪) / 골목 / 벽암록 / 낮달 / 무지개 / 남과 북 / 선방(禪房) / 허튼소리 / 친구 / 삼거리 주막 / 대웅전 / 늦여름 / 소나기 / 하루살이 / 허깨비 / 백팔염주 / 이삭줍기 / 달 / 문둥이 / 청개구리 / 한마디 / 품 안 / 고려 보조 / 뻐꾸기 / 미소 / 수평선 / 사자 / 산은 산 / 산꼭대기 / 먼 불빛 / 물결 / 까치 새끼 / 길을 물어 / 한 평 반 감방 / 길 / 파경조 / 빨래 / 팔공산 / 바람 / 쇠고기 등심 / 낮 / 종로 / 괜히 / 어느 날 / 옛 부처 / 밭두렁 돌덩이 / 제주 새밭 / 달 / 오대산-五臺拍手峨媚笑 / 봄꿈 / 청개구리 / 폭우 / 졸장부 / 잔물결 / 바람 / 출가 / 한산 습득이 / 어떤 거사(居士) / 내가 좋아하는 말 / 마정리 아낙네 / 새로운 길 / 모기 / 집 / 말 한마디 / 여름 / 별똥 / 가을밤 / 오늘 / 푸른 하늘 / 어린아이 / 친구 / 문 닫으며 / 마가목차 한 잔 / 고향 / 왜 죽여 / 소경 아나욜타 / 운봉 임종게 / 전등록 / 달밤 / 그믐밤 / 아궁이 / 낮잠 / 용맹정진(勇猛精進) / 지렁이 / 파리 한 마리 / 편지 / 야보 / 멧돼지 / 한밤중 / 북극성 / 팔만대장경 / 돼지 / 싱거운 놈 / 낮잠 뒤 / 아난 / 경책 / 대좌 / 지나가며 / 귀 / 이슬 / 밤 / 그리움 / 웃음 / 세 식구 / 상류(Upper Stream) / 열 / 태평로 / 몇천 년 / 파주 낙조 / 안개 / 달밤 1 / 그리움이거든 / 1992년 4월 15일 / 1992년 4월 16일 / 1992년 4월 17일 / 1992년 4월 18일 / 저녁 / 보리밭 / 자정 / 봄바람 / 먼 데 / 파도 / 임 / 섬 / 돌맹이 / 아침이슬 / 냇가 / 기흥 지나면서 / 죽음 / 보이저 2호 / 이름 없는 노래 1 / 이름 없는 노래 2 / 이름 없는 노래 3 / 어느 날 / 화엄 / 기념 / 상원사 / 미풍 / 대화 / 향기 / 호수 / 달밤 / 태풍 / 감사 / 이웃 / 그리움 / 모국어 / 술 / 마을 하나 / 서운산 / 낭떠러지 / 몸의 노래 / 친구 / 예로부터 / 직립
해설 | 고은 선시에 관하여 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
지렁이
지렁이 기어간다 기어가다가 쉰다
이 하늘의 벗이여
팔만대장경
횡설수설로 길 막혀
돌아서니
거기
뱀 한 마리
뱀이 뱀의 길 잘도 안다
어린아이
나는 불 법 승 3보에 귀의하지 않노라
길 가다가
어린아이 하나 만나
그 천진난만에 빠져버려
촛불 따위 향 따위 군더더기
아이고 놓쳤다 잠자리!
푸른 하늘
이 사람아 실컷 울어아
그믐밤
달 뜨지 않아도
7백 리 밖
그대와 나 사이
밤새도록 휘영청
내일 죽을 개 죽을 줄 모른다
힘차게 짖는다
메아리
저문 산더러
너는 뭐냐
너 뭐냐 뭐냐 뭐냐 뭐냐 뭐냐……
골목
막다른 골목 돌아선다
좋아라
여기저기
환한 불꽃
정릉 어느 골목
냇가
가을 저녁
추운 물 바쁘게시리 흘러간다
그 물소리 유난 떨어
저만큼까지 이 아리며 들리는지
저문 들마저 귀 가다듬는다
세 식구
천둥번개 치는데
깜깜한데
어린놈 있다
에미 애비 있다
시퍼런 번개불빛에 드러난 이 실재!
그렇다 삶이 아닌 이 부재!
지나가며
절하고 싶다 저녁연기 자욱한 먼 마을
빨래
빨래 펄럭이누나 보살이 보살인 줄 모르며
일기
편할수록
불편하다
더 불편하다
왜 올가을이 내년 가을인가
달
달 보면 된다고?
달 가리키던 손가락 잊어버리라고?
이런 벽창호!
달과 손가락 다 잊든지 말든지
대웅전
크게 그르쳤다
차라리
일주문에서 돌아갈 일
낮
마른 똥덩어리
파리도 날아오지 않는다
여기 극락세계? 아냐
낮
비 온 뒤 물 불었다
제비 열두어서너대여섯 마리 높디높다
어느 날
앞산에 번개
뒷산 우레
이 가운데
돌멩이 벙어리
모기
모기한테 물렸다
고맙구나
내가 살아 있구나
긁적긁적
뻐꾸기
이른 아침 뻐꾸기 세 마리 나란히 앉아
이 세상 좋을시고
저 세상 좋을 시고 말없다
어제 울던 뻐꾹뻐꾹 다 잊어버리고
오늘 울 뻐꾹뻐꾹 아직 일러라
이때가 제일 좋은 때!
거량(擧揚)
이리 오너라
발이 없다
개 한 마리 보내니
네 발을 물을 것이다
새 같은 놈!
내일 오너라
내일? 내일이 뭐냐?
개 같은 놈!
선방(禪房)
네가 1겁은 고사하고
10겁을 앉아보아라
정법(正法)이 나타나지 않으리라
그냥 번뇌 망상하고 놀다 일어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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