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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4 간 · 화 · 선 · 입 · 문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2008, 조계종출판사

 

시흥시립대야도서관

SB031928

 

224.81

불15ㅈ v. 1

 

불교수행입문

 

대나무 그림자로 섬돌을 쓸지만 / 티끌 하나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우물바닥까지 꿰뚫지만 / 물 속에는 아무 흔적도 없네.

 

간화선은 마음 바닥으로 곧바로 들어가 그 깨끗한 본바탕을 가리고 있는 모든 쓰레기를 치워내고 그 본바탕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나뭇가지 하나하나, 잎사귀 하나하나를 윤기 있게 하기보다는 뿌리와 줄기 그 자체의 생명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지가 무하게 뻗어나가고 잎사귀에서 푸른 생명을 발하게 하는 것이다. 흘러 가는 물을 깨끗이 하면서 근원으로 거슬러가기보다는 물이 솟아나는 샘물 바로 그 자리로 들어가 샘물이 펑펑 솟아나게 하는 것이다. 곁가지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을 확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참선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즉 참선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나를 찾는 것이다.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는 나, 발 이 삶의 현장에서 역력하게 살아 있는 나, 시시각각 변하는 내가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은 나, 깎아지를 듯한 백 척 장대 위에서 서슴없이 한 발 내딛는 나, 한없이 평화롭고 자유로운 날ㄹ 발 이 자리에서 찾는 것이 선이다. 그러나 찾는다고 표현하지만, 이미 내 속에 갖추어져 있는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다.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 역력하게 드러나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고 행동하는 것이 선이다.

더 보태고 뺄 것도 없다. 본래 갖추어져 있는 모습이 온통 다 드러날 뿐이다.

 

차례

 

머리말

 

제1장 선이란 무엇인가

    1. 선의 본질과 그 효능

    2. 나는 누구인가

    3. 마음의 평화와 안정, 행복의 길

    4. 자신감과 당당한 삶

    5. 무한 경쟁에서 무한 향상의 길로

    6. 깨어 있는 삶

 

제2장 간화선이란 무엇인가

    1. 간화선의 의미와 특징

    2. 조사선이란 무엇인가

    3. 부처님 가르침과 간화선

    4. 우리들은 모두 본래 부처다

    5.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 견성성불

 

제3장 간화선 수행의 기본 조건

    1. 정견의 확립은 왜 중요한가

    2. 깨달음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깨닫는 것인가

    3. 발심의 중요성

    4. 진리의 안내자, 선지식

 

제4장 생활 속의 화두 참구법

    1. 화두란 무엇인가

    2. 공안, 고칙, 그리고 중도

    3. 화두 참구의 세 가지 중요한 요소

    4. 초심자의 화두 참구법

    5. 생활 속의 화두

    6. 화두는 한결같이 들어야 한다

    7. 일상생활에서 경계 대처법

    8. 화두가 진전되는 단계

    9. 화두 받는 법

   10. 화두 들 때 주의해야 할 병통과 그 대처법

 

제5장 깨달음의 빛

    1. 깨달음의 세계

    2. 산은 산, 물은 물

    3. 선의 생명

    4. 깨달음과 행복

    5. 21세기와 선

 

부록-좌선하는 법

 

대나무 그림자로 섬돌을 쓸지만

티끌 하나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우물바닥까지 꿰뚫지만

물 속에는 아무 흔적도 없네.

- 야보冶父 선사가 쓴 게송(송나라)

 

간화선을 수행하면 나타나는 효과

· 사태에 직면하여 당황하지 않는다.

· 불안, 공포를 제거한다.

· 자신감이 생긴다.

· 망상과 번뇌를 다스리며 현실에 깨어 있게 한다.

· 삶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 내면이 진정 자유롭고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 마음이 여유롭고 자연스러워진다.

· 마음의 안정과 집중력을 기르게 해준다.

· 대립과 갈등을 해소한다.

· 좋고 싫은 경계에 휘둘리지 않는다.

· 항상 현재를 산다.

· 날마다 좋은 날이다.

· 신심의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과 강한 정신력을 심어준다.

 

나는 바라는 게 없다

나는 두려운 게 없다

나는 자유인이다.

- 니코스 카잔스키(《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의 묘비명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자기를 바로 봅시다.

유형, 무형 할 것 없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자기입니다. 그러므로 반짝이는 별, 춤추는 나비 등이 모두 자기입니다.

- 성철 스님

 

경전 밖에 전해지는 가르침

언어나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곧바로 자기의 마음을 직관하여

자신의 성품을 보아 부처가 된다.

 

부처님께서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하신 것은 선지禪旨가 되었고, 한평생 말씀하신 것은 교문敎門이 되었다. 그러므로 선은 부처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 서산 휴정西山休靜, 1520~1604 선사 《선가귀감禪家龜鑑》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 데에 이르는 것이 선이고,

말로써 말 없는 데에 이르는 것이 교다.

마음은 선법이고 말은 교법이다

- 《선가귀감禪家龜鑑》

 

세존께서 옛날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였다. 이때 대중들이 모두 그 뜻을 몰라 묵묵부답이었는데, 오직 가섭 존자만이 미소를 지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에게 진리에 관한 바른 안목[正法眼臟]과 열반으로 향하는 미묘한 마음[涅槃妙心], 형상을 벗어난 실상[實相無相]과 지극히 미묘한 진리의 문[微妙法門],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不立文字], 경전 이외에 따로 전하는 것[敎外別傳]이 있으니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라고 하셨다.

- 《무문관無門關》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

 

기이하고 기이하구나! 일체 중생이 모두 여래와 같은 지혜와 덕상을 갖추었구만 분별망상으로 깨닫지 못하는구나!

- 《화엄경》

 

이 마음이 바로 본래 이루어져 있는 부처임을 깨달으면, 구경에는 자재하고 여실히 안락할 것이다. 온갖 묘한 작용 또한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니, 본래부터 스스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대혜 선사 《서장書狀》<답진사경答陳沙卿>

 

경전 밖에 따로 전해지는 갈침    敎外別傳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不立文字

발 마음을 가리켜                       直指人心

성품을 바로 보아 부처가 된다.    見性成佛

 

선지식이여! 내가 공空을 말하는 것을 듣고 공에 집착하지 마시오. 제일 중요한 것은 공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 혜능 선사 《육조단경六祖壇經》

 

그대가 어디에서나 치달려 구하는 마음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사가 말하기를 '쯧쯧, 장부여! 머리를 가지고 머리를 찾는구나'하였다. 그대가 이 한마디 말에 스스로 돌이켜 자신을 비추어 다시는 다른 데서 찾지 말고 몸과 마음이 조사나 부처와 다르지 않음을 알아서 당장에 아무 일 없으면 바야흐로 법을 얻었다고 한다.

- 임제 의현 선사 《임제록臨濟錄》

 

비구들이여, 정견은 시작이다.

왜 정견이 시작인가?

잘못된 견해는 잘못된 견해라고 이해하고

바른 견해는 바른 견해라고 이해한다.

- 《잡아함경》

 

선지식은 사람들을 인도하여 일체지一切智로 나아가게 하는 문이며, 수레이며, 배이며, 횃불이며, 길이며 다리다.

- 《화엄경》

 

선지식은 훌륭한 의사와 같아서 중병을 거뜬하게 고쳐내고 대공덕주여서 능히 마음먹은 대로 베풀 수가 있다. 스스로 이만하면 됐겠지 하고 선지식을 만나보지 않고 자기 견해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이보다 더한 병통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 박산 무이博山無異, 1574~1630 선사 《참선경어參禪警語》

 

자기를 바로 봅시다.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만약 자기 밖에서 진리를 구하면, 이는 바다 밖에서 물을 구함과 같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영원하므로 종말이 없습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헤매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아무리 헐벗고 굶주린 상대라도 그것은 겉보기일뿐, 본 모습은 거룩하고 숭고합니다.

겉모습만 보고 불쌍히 여기는 이는 상대를 크게 모욕하는 것입니다.

모든 상대를 존경하며 받들어 모셔야 합니다.

- 성철 스님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스님은 "무, 없다"라고 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이 다 불성이 있다'하였는데 왜 조주 스님은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

 

· 법 먹고 옷 입고 말하고 보고 듣는 이놈,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에 밝고 또렷또렷[昭昭靈靈]한 주인공 이놈이 무엇인고?

· 부모미생전 나의 본래 면목이 무엇인고?

· 이 몸뚱아리를 끌고 다니는 이놈이 무엇인고?

 

화두 참구 원칙과 요령

첫째, 알음알이로 들지 말라.

둘째, 간절하게 들어야 한다.

셋째, 끈질기게 규칙적으로 들어야 한다.

넷째, 화두를 머릿속에서 들지 마라.

다섯째, 망상과 싸우지 마라.

여섯째, 호흡을 이용하여 화두를 들어보라.

일곱째, 그래도 안 되면 발심을 키워라.

여덟째, 화두를 들 때 조급하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아야 한다.

아홉째, 화두가 안 들린다고 해서 송화두頌話頭나 염화두念話頭를 해서는 안 된다.

 

제일도 노력, 제이 제삼도 노력, 노력 없는 성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노력한 그만큼 성공하는 법이니, 노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 성철 스님

 

평소 조용한 곳에서 공부하는 것은 시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진짜 시끄러울 때 그 시끄러움에 휘둘린다면 평소에 조용한 데에서 공부를 안 한거나 마찬가지다.

- 대혜 선사

 

다만 망상으로 전도된 마음과 사량 분별하는 마음과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마음과 분별로 이해하려는 마음과 고요함을 기뻐하고 시끄러움을 꺼려하는 마음을 한꺼번에 눌러버려라. 그리고 이렇게 눌러버린 경계에서 주어진 화두를 살펴라.

- 대혜 선사 《서장》<부추밀에게 답하는 편지>

 

생사의 관문을 타파하지 못했다면 의정이 불현듯 일어나야 한다. 그것을 눈썹 위에 맺어 놓고 놓아버리려 해도 버릴 수가 없고 쫓으려 해도 쫓을 수 없게 해야 한다.

 

 

바로 길이 막힌 데 이르러 철벽에 부딪치면, 마주하는 생각과 허망한 생각이 아주 고요해질 것이다. 그 공부는 물을 뚫는 밝은 달빛과 같아서, 자나깨나 한결같은 경지에 점차 이르면 번뇌는 쉬고 빛은 나려 할 것이다.

거기서는 슬퍼하거나 기뻐하지도 말고, 또한 깨달았다는 마음도 내지 말아야 한다. 조ㅗ금이라도 깨달았다는 마음을 내면 공부한 힘을 잃는다. 그저 또록또록하게 화두를 들되, 그것의 형상이 어떠한가 되풀이해서 관찰하면 어느 새 불조의 관문을 넘어뜨리고 한바탕 웃게 될 것이다.

- 태고 선사 《태고록》상, <문선인에게 주는 글>

 

달그림자는 여럿이 있으나, 달은 하나뿐이다. 샘은 여럿 있으나 물은 하나뿐이다. 삼라만상은 다양하나 허공은 하나뿐이며, 도리를 말하는 것은 다양하나 막힘 없는 지혜는 하나뿐임과 같다.

- 마조 선사

 

마음이 곧 부처이다. 참으로 부처를 찾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자기의 성품을 깨쳐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성품이 곧 부처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곧 부처이고 부처가 곧 마음이니,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고 부처 밖에 따로 마음이 없다.

- 달마 선사

 

내 마음에 스스로 부처가 있으며 자기의 부처가 참 부처이니, 만일 불심이 없으면 어느 곳에서 참 부처를 구하리요.

- 육조 혜능 선사

 

이 세계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 마음의 성품은 있었고, 이 세계가 무너진 후에도 이 마음의 성품은 지속되는 것이다. 참딘 부처는 오직 자신 속에 앉아 있을 뿐이다. 다만 그대들은 본래부터 자신의 주인공일 따름이다. 그러니 어찌 그 주인공을 밖에서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 조주 선사

 

깨닫게 되면 가슴 속이 환히 밝은 것이 마치 백천 해와 달 같아서 시방세계를 한 생각에 밝게 요달하며 가는 털끝만큼의 다른 생각도 없다.

- 대혜 선사

 

진여법계는 나와 남이 없으니 그것을 알려고 하나 그것은 불이不二의 도리일 뿐이다. 불이는 모두 같아서 포용하지 않음이 없으니 시방의 지혜로운 이들은 모두 이 종지를 깨친다.

- 《신심명》

 

무릇 반야를 배우는 보살은 우선 대비심을 일으켜 커다란 서원을 세우고, 정교하게 삼매를 닦아 맹세코 중생을 제도하려 할지언정 자기 한 몸만을 위해서 해탈을 구하지 말라.

- 《좌선의坐禪儀》

 

불성이 그대의 몸 안에 있는데도 그대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대가 하루 종일 배고픈 줄 알고 목마른 줄 알며 추운 줄 알고 더운 줄 알며 성내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는데, 결국 그것이 과연 무엇이던가. 또한 몸은 흙과 물과 불과 바람의 사대가 인연하여 모인 것으로서 그 바탕이 완고하여 감정이 없는 것인데 어떻게 그것들이 보고 들으며 느끼고 알 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필시 그대의 불성이 있기 때문이다.

- 보조 지눌 선사

 

만약 마음으로부터 진정으로 터득한다면 저잣거리의 잡담도 좋은 설법이 아니라 또한 새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도 깊은 실상을 설하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 《선가귀감》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是會大衆은 아는가?

산은 산, 물은 물이로다.

- 성철 스님

 

노승이 30년 전 참선하기 전에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다.'

그 뒤 훌륭한 선사를 만나 선의 진리를 찾았을 때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지막 쉴 곳인 깨달음을 얻고 보니

'산은 진정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 청원 유신 선사

 

언어와 침묵, 움직임과 고요함, 모든 소리와 색깔이 모두 깨달음이거늘 어느 곳에서 부처를 찾겠는가?

머리 위에서 머리를 찾지 말며 부리 위에서 부리를 더하지 말라.

다만 차별적인 견해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산은 산, 물은 물, 승僧은 승, 속俗은 속일 뿐이다.

- 황벽 선사

 

만 가지를 가져도 (죽을 때는) 가져가지 못하고 오직 업만이 몸을 따르느니라. 삼 일 동안만 마음을 닦아도 천 년의 보배가 될 것이요, 백 년 동안 물질을 탐해도 하루아침에 티끌이 되느니라.

- 《자경문》

 

견성한 사람은 세워도 되고 세우지 않아도 되니, 가고 옴이 자유로워 막힘이 없고 걸림이 없다. 경우에 따라 작용을 하고 물음에 따라 답하며 널리 화신을 나타내지만 자성을 여의지 않으므로 곧 자재한 신통과 유희하는 삼매를 얻는다.

- 《육조단경》

 

살아가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은 인간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적 · 외적인 생활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 위에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깨닫는다. 그리고 내가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가를…….

- 아인슈타인

 

잠깐 사이에 죽음의 문턱에 이르나니, 부서진 수레는 가지 못하고 늙은 사람은 수행하지 못하거늘, 누워서 게으름만 내고 앉아서 어지러운 생각만 일으키는가. 몇 생이나 닦지 않았거늘 헛되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얼마나 허망한 몸으로 살았거늘 일생을 닦지 아니 하는가. 금생의 몸은 반드시 마침이 있음이라, 후생의 몸은 어떻게 하겠는가. 황급하지 아니하며 황급하지 아니한가.

- 원효 선사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posted by 황영찬
2016. 8. 23. 08:43 내가 읽은 책들/2016년도

2016-013 재미있는 반야심경

 

대안스님 지음

2004, 혜성출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1900

 

223.53

대6219반

 

반야심경·심경이라고도 하는 반야심경은 당나라 현장이 번역했다. 관자재보살이 반야행을 통해 나타나는 법의 모습을 단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불교의 기초적인 법문인 오온·12처·18계가 모두 공하여, 12연기 또는 공하며, 4가지 진리 또한 공하다고 하여 모든 법의 공한 이치를 나타내었다.

 

대안

1985년 통도사에서 성파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통도사 서운암에서 쪽빛 염색과 도자기 작업을 시작해

2000년 동의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세계에 시가, 현대시조에 시조가 당선되어 문학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부산 금화사 주지며 선원에서 정진중이다.

주요 저서로 『알기 쉬운 불교강좌』, 『전통 복식에 나타난 청색에 관한 연구』, 『전통염색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차례

 

제1장 반야심경에 대하여

제1절 반야심경의 의의

제2절 반야심경의 성립과 구조

제3절 반야심경의 사상

제4절 반야부의 경전들

 

제2장 반야심경 해석과 강의

제1절 원문과 해석

제2절 반야심경 강의

_ 1. 제목

_ 2. 번역자

_ 3. 부처님을 찬탄하다

_ 4. 색은 곧 공이다

_ 5. 마음은 불생불멸이다

_ 6. 십이처, 십팔계가 본래 없다

_ 7. 십이인연이 본래 없다

_ 8. 사성제, 팔정도도 본래없다

_ 9. 보살들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셨다

_ 10. 꿈을 깨고 열반에 들자

_ 11. 모든 부처님들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해서 깨달았다

_ 12. 반야바라밀다는 최상의 주문이다

_ 13. 다함께 성불합시다

 

찾아보기

참고문헌

 

반야심경 자전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亦復如是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역부여시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無老死 亦無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무노사 역무
 
 
老死盡 無苦集滅道 無智無得 以無所得故 菩提薩埵 依般若
 
노사진 무고집멸도 무지무득 이무소득고 보리살타 의반야
 
 
波羅蜜多故 心無罫碍 無罫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
 
바라밀다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
 
 
涅槃 三世諸佛 依般若波羅蜜多故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故知
 
열반 삼세제불 의반야바라밀다고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고지
 
 
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능제
 
 
一切苦 眞實不虛 故說 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일체고 진실불허 고설 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3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해설>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큰 지혜로써 부처님 세계에 이르게 하는 핵심되는 진리의 말씀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관자재보살님께서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오온이 모두 공한 것을 훤히 비추어 보시고 온갖 괴로움과 재앙으로부터 건너게 하시옵니다.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사리자야,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으니,
 
 
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라
 
 
受想行識 亦復如是
 
수상행식도 이와 같느니라.
 
 
舍利子 是諸法空相
 
사리자야 이 모든 법의 공한 모습은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늘지도 줄지도 않느니라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이런 연고로 공 가운데에는 색도 없고 수상행식도 없으며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안이비설신의도 없으며, 색성향미촉법도 없으며,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안계 내지 의식계도 없으며,
 
 
無無明 亦無無明盡
 
무명이 없고 또한 무명이 다람도 없으며,
 
 
乃至無老死 亦無老死盡
 
내지 노사가 없고 또한 노사가 다함도 없으며,
 
 
無苦集滅道 無智無得
 
고집멸도가 없고 지혜라 할 것도 없고 또한 지혜 얻음도 없느니라.
 
 
以無所得故 菩提薩埵
 
얻은 것이 없는 까닭에 보살들은
 
 
依般若波羅蜜多故 心無罫碍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셨느니라 그런 연고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無罫碍故 無有恐怖
 
걸림이 없는 연고로 두려움도 없느니라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전도몽상을 멀리 여의고 구경에는 열반에 들어가야 하느니라
 
 
三世諸佛 依般若波羅蜜多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들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셨기 때문에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위없이 큰 깨달음을 이루셨느니라
 
 
故知 般若波羅蜜多
 
그러므로 알라. 반야바라밀다는
 
 
是大神呪 是大明呪
 
크게 신비한 주문이며 크게 밝은 주문이며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위없는 주문이며 비교할 수 없는 등급의 주문이며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능히 일체 고통을 없애주시고 진실하여 헛됨이 없느니라.
 
 
故說 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을 설해 가로대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
 
가자가자, 저 언덕에 가자, 저 언덕에 다함께 가자,
 
 
揭諦 菩提 娑婆訶
 
깨달음을 구경에는 원만히 성취하자
 
 
 
 
이야기 산책 ① 반야는 무엇으로 바탕을 삼습니까?
 
 
조주스님께서 행각하실 때 대자환중(大慈寰中, 780~862) 스님에게 물었다.
 
"반야는 무엇으로 바탕(體)을 삼습니까?"
 
대자스님이 말하였다.
 
"반야는 무엇으로 바탕을 삼습니까?"
 
스님께서는 하하! 하고 크게 웃으며 나왔다. 다음날 스님께서 마당을 쓰는데 대자스님이 보고는 물었다.
 
"반야는 무엇으로 바탕을 삼습니까?"
 
스님께서 빗자루를 놓고 하하! 하고 크게 웃으며 가버리자, 대자스님은 방장실로 돌아갔다.
 
                                              『조주록(趙州錄)
 
 
 
 
이야기 산책 ② 인도 23조 전등
 
 
가섭과 아난이 장경을 결집하여 세상에 유통시키고 열반에 드시자, 상나화수 등 스물 한 분의 성인이 서로 이어 불법을 널리 펴서 중생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였다. 뭇 성인들의 사적은 글이 번거로우니 기록하지 않고 다만 그 이름과 법의 등불이 전한 햇수만 간략히 적어 보도록 한다.
첫째 가섭이 법의 등불 전하심은 45년이고, 둘째 아난이 법의 등불 전하심은 37년이며, 셋째 상나화수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62년이고, 넷째 우바국다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65년이며, 다섯째 제다가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49년이고, 여섯째 미차가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55년이고, 일곱째 불타난제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55년이고, 여덟째 불타밀다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48년이며, 아홉째 협존자는 법의 등불 전하기를 45년 하였는데, 『대비바사론』을 지어 삿된 견해를 꺾어 부수어 바른 종지를 붙들어 세우고 현풍(玄風)을 다시 떨쳤으며, 열번째 부나야사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60년이고, 열한번째 마명보살은 법의 등불 전하기를 56년 하였는데 『기신론』을 지어 바른 법을 다시 일으켰다. 열두번째 가비마라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58년이고, 열세번째 용수보살은 법의 등불 전하기를 57년 동안 하였다. 그는 처음엔 바라문이었다가 뒤에 불교를 믿었다. 코가 청정해짐을 얻어 큰 바다에 들어가 『화엄경』을 냄새로 맡아 가지고 나와 세상에 퍼뜨렸으며, 『대지도론』을 설하여 『반야경』을 풀이하였다.
열네번째 가나제바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51년이고, 열다섯번째 라후라다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48년이며, 열여섯번째 승가난제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39년이고, 열일곱번째 승가야사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61년이며, 열여덟번째 구마라타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34년이고, 열아홉번째 사야다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43년이고, 스물한번째 학륵나가 법의 등불 전하심은 44년이고, 스물세번째 사자(師子)존자가 법의 등불 전하기를 50년 동안 하였다.
 
                                              『석가여래행적송』
 
 
 
이야기 산책 ③ 무엇하시려고 기왓장을 갑니까?
 
어느날 남악선사(南嶽禪師)가 전법원(傳法院)에 갔다. 그곳에는 온종일 좌선하는 마조도일(馬祖道一)스님이 있었다. 남악스님은 마조스님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물었다.
"뭣 땜에 참선하는가?"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남악스님은 그 말을 듣고 기왓장을 하나 주워와서 마조스님 옆에 가서 돌 위에 기왓장을 갈기 시작했다. 마조스님이 그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돌에 기왓장을 갈고 있는 남악스님에게 물었다.
"무엇하시려고 기왓장을 갑니까?"
"음, 거울 만들려고"
그 말에 마조스님은 웃었다.
"기왓장으로 어떻게 거울을 만들 수 있습니까?"
이때 남악스님의 눈이 번쩍했다.
"그래, 기왓장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좌선을 해서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마조스님은 한 방망이 맞고는 가슴이 덜컹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소 수레와 같다. 수레가 가지 않으면 소를 때려야 엃은가, 수레를 때려야 옳은가"
이 말을 들은 마조스님은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었는데 남악스님이 최후의 일침을 가했다.
"그대가 좌선을 하여 부처가 되고자 하니 내가 충고하건데, 선(禪)은 이 좌(坐, 앉아 있는 것)가 아니요, 부처는 이 말뚝처럼 그저 가만히 꽂혀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가지고 저것은 버리는 선택의 마음이 있다면 부처는 커녕 부처 그림자도 못 찾는다. 이 도리는 오직 스스로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 물을 먹어 봐야 맛을 아는 것이니 말해 주긴 어렵도다"
이 말에 마조스님의 긴 여행은 끝났다.
 
                                              『마조록(馬祖錄)』
 
 
 
이야기 산책 ④ 여기까지 이렇게 왔습니다.
 
효봉선사가 젊었을적에 금강산의 석두스님을 찾아가 절을 하고 말했다.
"석두 큰스님을 뵈러 왔습니다"
"어디서 왔는가?"
"유점사에서 왔습니다"
"몇걸음에 왔는가?"
이에 효봉선사는 벌떡 일어나 큰방을 한바퀴 잽싸게 돌고는 말했다.
"이렇게 왔습니다"
 
                                                   『선의 세계
 
 
 
 
이야기 산책 ⑤ 불생불멸의 도리
 
조주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법이란 본래 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말을 꺼냈다하면 나는 것이요, 말을 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할 것도 없으니, 여러분은 무엇을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도리라고 하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벌써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음이 아닙니까?"
"이 놈이 그저 죽은 말만 알아듣는구나"
 
                                                     『조주록(趙州錄)
 
 
육근(육내처)               육경(육외처)
 
① 안처(眼處) ------------ ⑦ 색처(色處)
② 이처(耳處) ------------ ⑧ 성처(聲處)
③ 비처(鼻處) ------------ ⑨ 향처(香處)
④ 설처(舌處) ------------ ⑩ 미처(味處)
⑤ 신처(身處) ------------ ⑪ 촉처(觸處)
⑥ 의처(意處) ------------ ⑫ 법처(法處)
 
 
육근(육내처)    육경(육외처)       육식
 
① 안근(眼根) - ⑦ 색경(色境) = ⑬ 안식(眼識)
② 이근(耳根) - ⑧ 성경(聲境) = ⑭ 이식(耳識)
③ 비근(鼻根) - ⑨ 향경(香境) = ⑮ 비식(鼻識)
④ 설근(舌根) - ⑩ 미경(味境) = 16 설식(舌識)
⑤ 신근(身根) - ⑪ 촉경(觸境) = 17 신식(身識)
⑥ 의근(意根) - ⑫ 법경(法境) = 18 의식(意識)
 
 
이야기 산책 ⑥ 저에게는 눈 · 귀 · 코 · 혀 등이 있는데
 
동산스님의 휘(諱)는 양개(良价)이며, 회계(會稽) 유씨(兪氏) 자손이다. 어린 나이에 스승을 따라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외우다가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라는 대목에서 홀연히 얼굴을 만지며 스승에게 물었다.
"저에게는 눈 · 귀 · 코 · 혀 등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반야심경』에선 없다고 하였습니까?"
그 스승은 깜짝 놀라 기이하게 여기며, "나는 그대의 스승이 아니다" 라고 하더니 즉시 오설산(五洩山)으로 가서 영묵선사에게 머리를 깎으라고 가르쳐주었다.
 
『조동록(曹洞錄)』
 
 
이야기 산책 ⑦ 바보 지팡이
 
옛날 어떤 사람이 자식 하나를 두었는데 어떻게나 미련하던지 일을 시킬 수 없을 정도로 바보짓만 연속해 하였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오늘은 아침 먹고나서 장에 좀 갔다 와야겠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밥을 먹고나서 바로 없어졌다. 정오가 훨씬 넘어서 비실비실 걸어와서 아버지께 인사햇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어디를 다녀왔느냐?"
"장에를 다녀왔습니다"
아버지는 너무나도 기가 막혀 우두커니 섰다가 옆에 있던 지팡이를 집어주며,
"얘야, 이 세상에서 너보다 더 못난 사람을 만나거든 이것을 주어라"
바보는 매일 그것을 짊어지고 와서 자기 집에다가 세워 놓고 나무를 하러 다녔다. 하루는 나무를 해 가지고 오니 어머니가 울고 있었다.
"왜 우십니까?"
"아버지가 다 죽게 되었다"
아들이 숨을 헐떡거리는 아버지를 보고 물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이제 저 세상으로 가려고 그런다"
"저 세상이 어딘데요?"
"모르겠다 가보아야지"
"며칠이나 걸리며, 노자는 몇 푼이나 듭니까?"
"모르겠다"
"지금 가시면 언제쯤 돌아오십니까?"
"그것도 모르겠다"
아무리 물어도 모두 다 모르겠다고만 한다. 바보는 곧 방으로 가서 세워 놓았던 지팡이를 가지고 와서 말했다.
"아버지 이것 받으세요"
"뭐냐?"
"바보 지팡이요. 이 세상에서 아버지보다 더 바보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고는 지팡이를 아버지의 손아귀에 꼭 쥐어드렸다.
 
                                                             『비유경
 
 
이야기 산책 ⑧ 오동잎 떨어지니 온 천하가 가을이로세
 
동산(東山, 1890~1965) 선사는 충청북도 단양군 사람으로 속성은 하(河)씨이다. 29세때 범어사 용성(龍城)스님을 은사로 득도하였다. 1965년 4월 범어사에서 세수 76세, 법랍 53세로 입적하였다.
태국의 승려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동산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번 제가 당신 나라에 갔을 때 멋진 선물과 후대를 해주셨소. 오늘은 제가 선물을 드리겠소"
그리고 동산 선사는 돌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자가 보입니까?"
"예"
"그럼 사자의 울음소리가 들립니까?"
태국에서 온 승려는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때 동산 선사가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선물할 것은 그것뿐입니다"
 
                                                 『선문선답(禪問禪答)』
 
 
 
이야기 산책 ⑨ 불씨를 구하는 여인
 
부처님께서 한 마을을 가고 있을 때 멀리 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여인은 머리칼이 구겨지고, 눈에는 슬픔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여인은 부처님에게 다가와 품에 쓰러져 울었다.
"부처님이시여, 저의 아들이 오늘 아침에 죽었습니다. 저에게는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식입니다. 저는 이제 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어떻게 자식을 다시 살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요?"
여인의 흐느낌이 부처님의 가슴을 흔들었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지나간 숱한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 여인을 생각하며 이 여인의 마음속에 박혀 있는 아들을 생각햇다.
"그대 아들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사람이 죽은 일 없는 집을 찾아 그 집의 불씨를 구해오십시오"
여인은 희망을 안고 부처님을 떠나 불씨를 구하기 위하여 집집마다 찾아다녔다.
"지금껏 한번도 사람이 죽지 않은 집, 어느 집입니까?"
그러나 찾아간 집마다 문들이 쓸쓸히 닫혔다. 여인은 네거리로 달려가서 지나는 사람마다 옷깃을 잡았다.
"당신 집에 사람이 죽지 않은 일 있습니까?
사람들은 여인에게 실망을 안겨 주고 떠나갔다. 여인은 기진하여 부처님에게 와서 말을 했다.
"그런 집은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부처님은 여인의 머리칼을 만져주면서 말하셨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인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어둠만이 그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석가여래행적송』
 
 
 
이야기 산책 ⑩ 불이야, 불이야
 
 
경허(鏡虛)스님의 긴 옷자락이 밤바람을 흔들고 있었다. 그의 갈지(之)자 걸음은 고요로 덮여 가는 마을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웬 녀석이 이 밤중에 소란을 피우는 거야"
마을의 젊은이들은 화가 나서 팔을 걷어붙이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스님이 술에 고래가 되어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경허스님은 우악스러운 젊은이들에게 붙들려 몰매를 맞고 골방 깊숙이 갇혀 버렸다. 경허스님을 가둔 젊은이들은 인간내부에 묻혀 있던 잔인성의 표출로 하여 뜨겁게 달아오르는 마음을 짓누르며 돌아갔다. 얼마후 경허스님을 덮고 잇던 취기는 말끔히 가셔 버리고 경허스님의 마음에는 초롱초롱한 반짝이뿐이었다. 그 반짝임이 어둠을 영롱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불이야, 불이야"
잠으로 깊어 가는 마을을 두드려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저마다 손에 갈쿠리 혹은 곡괭이를 들고 불이 난 곳을 향하여 달려갔다. 헐떡이며 달려온 그들의 앞에는 아까 술이 곤드레 만드레 되어 몰매를 맞던 경허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서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불이 난 거요?"
늙은이 하나가 성급하게 뛰어나왔다. 경허스님은 떡 벌어진 자기 가슴을 치며 껄껄 웃었다.
"요 속에서 불이 났소. 몹시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소"
 
                                                     『경허짐(鏡虛集)』
 
 
 
이야기 산책 ⑪ 아프냐 안아프냐?
 
어느날 신회(神會)라는 한 동자(童子)가 혜능대사가 머물고 있는 옥천사(玉泉寺)에 찾아왔다. 혜능대사가 물었다.
"네가 먼 곳에서 고생하며 왔으니 근본은 가지고 왔느냐? 만약 근본이 있다면 곧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 것이다. 말해 봐라"
"머무름 없는 것으ㅡ로 근본을 삼으니 보는 것이 바로 주인입니다"
"이놈, 왜 이런 경솔한 말을 하는가?"
혜능대사가 눈을 부릅뜨고 주장자(拄杖子)로 세 번 때리며 말하니 신회가 되물었다.
"스님께서는 좌선하실 때 보는 것이 있습니까?"
"내가 너를 때렸으니 아프냐, 안 아프냐?"
"아프긷 하고 안 아프기도 합니다"
"낟 보기도 하고 안 보기도 하느니라"
"어떤 것을 보기도 하고 안 보기도 하는 것입니까?"
"내가 보는 것은 내 마음의 허물이요, 보지 않는 것은 타인의 시비나 좋고 나쁜 것이다. 이 때문에 보기도 하고 안 보기도 하는 것이다. 너는 아프기도 하고 안 아프기도 하다고 했는데, 네가 아프지 않다면 목석이요, 아프다면 범부(凡夫)의 생각이니 화가 치밀 것이다. 너는 아직 마음을 보지 못하고도 그런 희롱을 하느냐"
 
                                             『돈황본단경(敦煌本壇經)』
 
 
이야기 산책 ⑫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도둑놈
 
김씨의 사랑채는 잔칫날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 같았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만공(滿空)스님은 김씨댁을 두드렸다. 이 집 주인은 평소 만공스님을 찾아와 법문을 듣던 일이 있는 불자였다.
"만공스님 오셨다!"
사랑채에서 우글거리던 선비들은 도인(道人)이 오셨다는 말에 바둑판과 골패짝을 집어던지고 너도 나도 만공스님을 한 가운데로 하고 빙 둘러앉았다.
사랑채는 잠시 긴장이 감돌았다. 만공스님을 둘러싼 유생(儒生)들의 눈은 저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득했다. 이윽고 만공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다. 만공스님의 음성은 쩌렁쩌렁 대들보를 흔들며 그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이 세상에는 제일 큰 도둑놈이 있소. 어떤 자가 제일 큰 도둑놈이냐 하면, 담을 넘어서 남의 집 물건 훔쳐 가는 놈은 좀도둑에 불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밤낮으로 골패나 치며 놀고 먹는 놈들이야 말로 제일 큰 도둑놈이오. 보시오. 농부들은 일년내내 전가족이 피땀을 흘려가며 농사를 지어도 이듬해 봄이 되면 양식이 없어 나무뿌리를 캐먹는데, 하물며 아무 것도 않고 게다가 놀고 먹는 이 양반부스러기야 말로 도둑 중에서도 제일 큰 도둑이오"
좌중은 물 끼얹은 것 같았다. 이 말에 누구 하나 감히 입 벌리는 자가 없었다.
 
                                                     『선의로 가는 길』
 
 
이야기 산책 ⑬ 오직 부처되는 법을 구할 뿐입니다
 
홍인화상께서 혜능에게 묻기를
"너는 어느 곳 사람인데 이 산에까지 와서 나를 예배하며, 이제 나에게서 새삼스레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제자는 영남사람으로 신주의 백성입니다. 지금 짐짓 멀리서 와서 큰스님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것을 구함이 아니옵고 오직 부처되는 법을 구할 뿐입니다." 하였다.
오조대사께서 혜능을 꾸짖으며 말씀하시기를
"너는 영남사람이요 또한 오랑캐거니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이냐"
혜능이 대답하기를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은 남북이 없습니다. 오랑캐의 몸은 스님과 같지 않사오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오조스님은 함께 더 이야기하고 싶었으니, 좌우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것을 보시고 다시 더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리고 혜능을 내보내어 대중을 따라 일하게 하시니, 그때 혜능은 한 행자가 이끄는 대로 방앗간으로 가서 여덟달 남짓 방아를 찧었다.
 
 
                                             『돈황본단경(敦煌本壇經)』
 

 

 

 

 

 

 

 

 

 

 

 

 

 

 

 

 

posted by 황영찬
2016. 8. 16. 08:24 내가 읽은 책들/2016년도

2016-012 롬멜 MYTHOS ROMMEL

 

마우리체 필립 레미 지음 | 박원영 옮김

2003, 생각의 나무

 

총통의 공격 명령을 어기고 수십만 부하의 목숨을 구한, '위대한 퇴각'을 감행한 총사령관 롬멜

그는 증오해야 마땅한 확실한 나치였나, 아니면 히틀러에 저항한 영웅이었나?

인간에 내재된 모순과 악, 그에 맞서 변화하는 내면을 보여주는 심리 드라마

 

마우리체 필립 레미Maurice Philip Remy


독일 뮌헨 출생. 가장 성공적인 유럽 다큐멘터리필름 제작자로 손꼽히는 그의 작품들은 그 강렬함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베른슈타인 침머Bernsteinzimmer에 관한 기록>, <망명보트 빌펠름 구스틀로프Wilhelm Gustloff>', <러시아 황녀 아나스타샤>, <바티칸 시리즈 - 교황의 권력> 등이 있으며, 1995년에서 1998년까지 작가 겸 감독으로 <히틀러 - 그 결과와 조력자들>이라는 시리즈물을 기획,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최근 작품인 ‘홀로코스트’에 관한 6부작은 36개국에서 방영되었다. 독일 ARD 방송국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필름 <롬멜 신화>의 감독이었던 그는 이 책에서 충분한 자료조사와 분석을 통해 인간 롬멜에 대한 새로운 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그는 육군원수인 롬멜이 단지 히틀러의 단호한 명령에 복종하는 삶을 택한 것이 아니라. 그 독재자에 대항해 저항세력에 가담하였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옮긴이 박원영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대학원 독문학 석사를 졸업했으며 독일 예나 대학과 뮌헨 대학에서 독문학을 수학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여러 권의 아동책을 포함해 『행복을 주는 지혜』, 『남녀관계에 유익한 108가지 이야기』, 『아름다운 이웃, 동식물의 신비』, 『나무의 힘』 등이 있다.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영예로운 일이 아닐 때, 그는 신임을 잃는 길을 택했다."

- 프리드리히 아돌프 폰 데어 마르비츠의 기념관에서

 

"권력은 파괴한다. 즉 모든 권력은 모두 파괴한다."

- 유교 명언

【"롬멜은 그저 우리들과 함께 하는 게 아니었다. 그 역시 국가사회주의자였던 것이다"

롬멜에 대한 히틀러의 한마디, 1941년, 베를린

 

차례

 

MYTHOS ROMMEL 롬멜

 

서문 다시 쓰는 롬멜 신화

1장 신화의 시작 - 전진 또 전진

2장 '사막의 여우', 롬멜 - 반전에 반전

3장 나치의 장군으로 - 총통과의 악수

4장 명령에 복종할 것인가 - 위대한 퇴각

5장 여우 사냥 - 현실주의자의 패배

6장 작전명 '알라리히' - 이탈리아에서의 막간극

7장 헛된 믿음 - 롬멜의 회의

8장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다 - 비밀작전의 시작

9장 히틀러를 포기할 수 없다 - 최후 통첩

10장 또 다른 진실 - 거짓 의식

후기 진정한 영웅 롬멜

 

원주

참고 자료

 

"롬멜은 우리가 증오해야 마땅한 나치였나, 아니면 히틀러에 저항한 영웅이었나?"하는 문제도 역사를 잘 들여다보면 둘 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롬멜은 분명한 나치이자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도자적인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부대원들을 자신에게로 끌어 들이는 능력이 있는데, 이것은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곤란한 힘입니다."

【청교도적인 집안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평범한 사관후보생 시절  형제 자매들과 함께, 1910

【도둑맞은 푸어 르 메리테 훈장을 되찾다 1917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 루시에 롬멜과 함께, 1916, 단치히

【결혼 12년 만에 얻은 아들】 아들 만프레트, 1931, 드레스덴

【충실한 아내, 좋은 아빠】 1932, 드레스덴

【고슬라를 방문해 군대를 사열하는 히틀러】 히틀러의 왼쪽에 있는 사람이 롬멜이다. 1934. 9. 30

 【전술교사가 되다】군사 학교의 사령관과 함께(오른쪽이 롬멜), 1938, 포츠담

【"롬멜은 절대 나치가 아니야"】 1938, 포츠담

【'총통'의 특별 열차를 타고】 1939. 9. 폴란드

【무한한 자긍심에 차서】 승리의 퍼레이드, 1940. 6. 20, 파리

 

히틀러는 이제 롬멜이라는 패를 들 수 있었다. 그는 울리는 목소리로 계속했다. "우리는 행복하다. 이제 우리의 롬멜 대장이…… 그의 용맹스런 이탈리아-독일 전차 부대와 기계화 사단을 이끌고 적군이 그를 무찔렀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재빨리 선회해서 적군을 다시 밀어냈다."

【선전을 위해 차량을 밀다】 1941, 연출사진

【명령을 어기고 단독으로 감행한 공격】 1941.4, 키레나이카

【격렬한 전투를 지켜보며】 1941. 4, 토브룩

【의기양양한 분위기 속에서】 독일과 이탈리아 장교들과 함께(가운데 앉은 이가 롬멜), 1941. 11

【'희망의 빛' 롬멜과 히틀러】 1942. 3. 18

【사막의 롬멜】 1942. 6, 비르 하차임

【"그래도 전쟁은 계속된다"】 차에 서 있는 사람 중 왼쪽이 롬멜, 1942. 6. 21, 로브룩

【육군 원수로 영전될 무렵의 롬멜】 1942. 6. 22, 토브룩

 

"롬멜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확고한 세계관을 가진 그는 우리 국가사회주의자들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그 자체도 국가사회주의자이다. 그는 임기응변에 능한 군 지휘자이며 용감하고 매우 창의적인 인물이다. 그런 군인이 필요하다. 롬멜은 군 총사령관이 될 것이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1942.6. 마르사 마트루

【"나는 롬멜을 무찔렀다"】 몽고메리(중간)와 처칠(왼쪽), 사막에서, 1942. 8

【"확고한 세계관으로" 제국 의회에서 원수 계급장을 받는 롬멜, 1942. 10. 1. 베를린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경험 중에서 단 한 가지 실수를 고백하자면 그것은 바로 내가 '승리가 아니면 죽음'이라는 히틀러의 명령을 24시간 동안 거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딸 게르트루트의 방문 1942. 10, 비너 노이슈타트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퇴각하면서, 1942. 11

【해결책은…… 후퇴뿐】 1942. 11. 리비아

 

"그는 독일 시민 전쟁의 승리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그는 히틀러에게서 등을 돌렸어요. 그리고는 이 가망 없는 전쟁을 하루 빨리 끝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 안에서 자라나고 있었지요……"

 

【케셸링의 모략 케셸링(오른쪽)은 롬멜에게 솔직하지 않았다. 1942. 11

【마차 기병대의 늙은 말차럼……】 카셰리네 도로로 가는 길에서, 1942. 2.  튀니지

 

"원수님, 이제 어느 쪽을 끝내야 할지 생각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동쪽? 아니면 서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롬멜은 "글쎄, 동쪽은 절대 아니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때 롬멜이 독일의 이런 희망 없는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으로 연합국과의 단독 강화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암시되었다.

【깊은 우울증에 빠져】 히틀러의 사진사인 발터 프렌츠(Walter Frentz)가 찍은 초상, 1943

【히틀러가 정상이 아니야】 총통 지휘 본부에서, 1942. 여름

【그리스이 롬멜】 1943. 7. 25. 살로니키

【이탈리아에서의 막간극】 무솔리니와 함께, 1943. 10. 살로

 

그러나 그 당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도 롬멜을 더 괴롭혔던 것은 독일이 처한 상황이었다. 그는 현실ㅈ의자로서 다른 대부분의 독일 장교들보다도 먼저 곧 닥쳐올 패배를 예감하고 있었다.

【"한 명의 사단장만도 못해"】 롬멜에 대한 룬트슈테트의 평가(왼쪽), 1944. 파리

【"모든 것을 집결시켜 전투에 투입하라"】 대서양 방벽에서, 1944. 1

【롬멜의 과도한 욕심】 1944. 4

【마지막 기대감】 콘크리트 장애물을 점검하는 롬멜, 1944. 3

【전쟁에 패하다】 최후의 승리를 의심하다

【헛된 믿음】 마이젤(Meisel) 장군과 함께, 1944. 4. 노르망디 해안

【매우 심각한 상황】 시찰 여행에서 랑, 루게, 슈파이델과 함께(왼쪽부터, 오른쪽 끝이 롬멜), 1944. 5

 

슈파이델은 나중에 "롬멜이 괴르델러의 생각에 반박하였고, 자신은 히틀러를 순교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기록했다. 그 계획, 즉 국가의 원수이자 국방군의 최고 사령관을 살해하는 일은 그 시점의 롬멜에게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바그너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으며 이를 절대 누설하지 않았다. 비밀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국가의 기본 토대는 정의여야 한다"】 루시에와 함께, 1944. 2, 헤어링엔

【"나의 정치적 입장은 롬멜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한스 슈타이델과 함께, 1944. 5.

【연합군 상륙 전날의 휴가】 아내의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1944. 6. 5

 

"독일은 전쟁에 패했다. 이 어쩔 수 없는 사실을 총통이 깨달아야 한다. ……이제 총통이 물러나야 할 시간이 왔다. 그는 무질서한 정치와 독단적인 군사 개입으로 독일 국민을 나락으로 빠지게 했다. 우리는 이제 평화 조약을 맺어야 한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목슴을 잃고 모든 것이 파괴되어 폐허로 변한다. 이것은 바로 범죄이다."

 

【"확실한 상황을 밝혀라"】 노르망디의 영국군, 1944. 6. 6

【신의 가호가 깃들기를……】 1944. 6. 7. 오마하 해변

【라 로셰-기용 성】 롬멜이 산책하던 성 뒷편 숲길

【전쟁을 끝마쳐야 해】 블루멘트리트, 슈파이델, 롬멜, 룬트슈테트(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944. 6. 26, 라 로셰-기용

【영국군과 싸워 본 경험이 없는 장군】 한스 귄터 폰 클루게 원수

【"나는 롬멜에게 남김없이 털어놓았다"】 케사르 폰 호프아커

【"긴급 시에는 디트리히를 믿어도 되겠어"】 제프 디트리히(중간), 1944. 7. 17

【적 전투기의 공격을 받다】 저공 공격을 받은 롬멜의 군용차, 1944. 7. 17

 

확실히 롬멜의 "마음은 총통을 향해 있었다."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양심에 위반되는 히틀러의 명령이 떨어질 때마다 힘가 용기를 모아 계속 그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 더더욱 중요하며 그것이야말로 에르빈 롬멜의 또 다른 진실이다.

 

【왼쪽 눈꺼풀이 마비 된 채로……】 르 베시네 군 병원에 있을 당시의 롬멜, 1944. 7

【임종 후의 모습】 마지막까지 히틀러의 명을 따르다

【"그의 마음은 총통을 향해 있었다"】 추도사를 읽는 룬트슈테트, 1944. 10. 18. 울룸

 

 

 

 

posted by 황영찬
2016. 8. 10. 09:33 내가 읽은 책들/2016년도

2016-011 한나 아렌트의 말 -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

 

한나 아렌트 | 윤철희 옮김

2016, 마음산책

 

마침내 숨결을 허락한 긴장감 어린 텍스트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의 생생한 목소리

 

상당히 오랫동안 아렌트의 저술들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냈지만 그녀의 책은 항상 긴장감을 갖고 읽어야 하는 난해한 텍스트였다. 내로라하는 영어 실력자들도 종종 오역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길고 정교한 문장들은 그녀의 숨결을 느끼도록 결코 허락하진 않았다. 이렇게 묶여 출판되는 네 편의 인터뷰는 비록 글로 이루어진 것이긴 해도 마치 아렌트와 직접 대화를 나누듯 그녀의 사상 속에 담긴 숨결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 무척 반갑다. 아렌트 생각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명하고 또 새로운 면을 드러내고 있어서, 아렌트를 보다 생생하게 그리고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해준다.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독일 태생의 유대계 미국 정치이론가. 1906년 독일 하노버(당시 독일제국 린덴)에서 태어났다. 철학이 단독자로서의 인간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한다는 점 때문에 철학자로 불리길 거부하고 세계 안에서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인류를 주목해 정치이론가를 자처했다.
칸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지금은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와 베를린에서 유대인보다는 독일인에 가까운 정서를 지니고 자랐지만 성인이 되어 반유대주의를 접하고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자각했다. 청소년기 선생님에게 반항하여 퇴학을 당했지만 1924년 마르부르크대학에 들어가 철학과 신학, 그리스어를 공부했고, 이 시기 스승이던 마르틴 하이데거와 깊이 교류하다 얼마간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하이데거의 나치 동조 전력 때문에 훗날 고초를 겪기도 했다. 뒤에는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를 사사했다.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만난 귄터 슈테른과 1929년 결혼해 베를린에서 신문기자로 일하지만 히틀러가 집권한 1933년 게슈타포에 체포돼 일주일간 감금당했고 유대인 박해 속에서 파리로 망명, 그곳에서 반나치 운동과 유대인 피난을 도왔다. 1937년에는 첫 남편과 이혼을 했으며 같은 해 독일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1940년 독일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자 시인 하인리히 블뤼허와 재혼했는데 그즈음 독일의 프랑스 점령과 비시정부의 유대인 탄압으로 위기가 고조되자 1941년 미국 뉴욕으로 다시 한 번 망명길에 올랐고, 이후 학계와 언론에 공헌하며 더는 적籍이 바뀌는 일 없이 미국 시민으로 살았다.
지은 책으로 『전체주의의 기원』(1951) 『인간의 조건』(1958) 『과거와 미래 사이』(1961) 『혁명론』(1963)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1968) 『공화국의 위기』(1972) 등이 있다.
1975년 12월 뉴욕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마지막까지 해로했던 하인리히 블뤼허 곁에 묻혔다.

 

옮긴이 윤철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영화 전문지에 기사 번역과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캐스린 비글로』 『스탠리 큐브릭』 『알코올의 역사』 『런던의 역사』 『위대한 영화1, 2』 『히치콕』 『지식인의 두 얼굴』 『제임스 딘』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저 에버트』 『에퀴아노의 흥미로운 이야기』 등이 있다.

 

차례

 

해제 | 아렌트 숨결이 깃든 대화록

 

무엇이 남아 있느냐고요? 언어가 남아 있어요

아이히만은 터무니없이 멍청했어요

정치와 혁명에 관한 사유 - 하나의 견해

마지막 인터뷰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혁명가는 길거리에

권력이 떨어져 있는 것이 언제인지를 알고,

그걸 집어 들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사람이에요.

 

미국에서, 1944

<추어 페르손>에 출연한 한나 아렌트의 모습(1964)

파리 망명 후 2년 뒤의 모습(1935)

미국에서, 1944

아이히만 재판 중 대중의 주목을 촉구하는 이스라엘 측 검사 기드온 하우스너(1961)

파리로 망명하던 해의 한나 아렌트, 1933

젊은 시절의 한나 아렌트, 연도 미상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이 열린 예루살렘 법정의 모습(1961)

재판을 받는 아돌프 아이히만(196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처음 연재된 〈뉴요커〉 표지와 연재면(1963)

미국으로 망명하던 해의 한나 아렌트. 1941

베를린공과대학에서 학생들이 독일의 긴급조치법 채택에 반대하던 모습(1968)

남편 하인리히 블뤼허와 함께. 1961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하면서 새로 설정된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선 오데르-나이세 라인. 동독과 달리 서독은 1970년까지 이 선을 인정하지 않아 소련 등 동구권과 마찰을 빚었다.

말년의 한나 아렌트. 1975

웨슬리언대학교 재직 시절. 1960년대 초

『전체주의의 기원』(195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

한나 아렌트 사후 독일에서 발행된 우표(1968)

 

 

 

 

posted by 황영찬

2016-010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916-1956

 

이중섭 지음 | 박재삼 옮김

2013, 다빈치

 

이중섭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일제 강점기 암흑 시대를 거쳐 전쟁으로 이어진 끊임없는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화가 이중섭.

그는 한 시대에 못 박힌 순교자였다.

그가 세상을 등진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를 등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진정 세상을 떠나간 것이 아니라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서간집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은 신화 속의 인물이 아닌 정직한 화공 이중섭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편지들은 가장 어려웠던 시절, 이중섭이 아내 남덕과 교환한 삶의 편린들이다.

퍼즐처럼 두 사람의 진솔한 삶의 궤적을 맞추어보면 그 모습은 다름 아닌 그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임을 엿보게 될 것이다.

 

정직한 화공 이중섭李仲燮 1916-56

암흑의 시대에 불꽃처럼 치열한 삶을 살다간 화가 이중섭.

그는 한 아내의 남편이었으며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무엇보다도 정직한 화공이었다.

그에게도 모든 것이 어린잎의 새순처럼 뻗어나가던 순수의 시절이 있었다. 아름다운 그 시절, 그는 숙명처럼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폭풍우 같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그의 영혼은 소를 통해 민족적인 것에 바쳐졌다. 그는 이미 한국인의 정서 깊숙이 자리 잡아, 그를 일컬어 어떤 이는 민족 화가 또 어떤 이는 국민 화가라고도 하기도 한다.

소를 그린 화가로 알려진 그는 분노한 소를 통해 압박받는 우리 민족의 자화상을 그렸으며 그 모습은 또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기도 했다.

 

옮긴이 박재삼朴在森 1933-97

193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경남 삼천포에서 성장하였으며,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했다.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정적靜寂" 시조 "섭리攝理"가 추천되어 등단했고, 시집으로 『춘향이 마음』(1962), 『천년의 바람』(1975), 『허무에 갇혀』(1993) 등이 있다. 1997년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김소월로부터 발원돼 미당 서정주로 승계된 한국 전통 서정시의 계보를 이어나간 노래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의 말

 

이중섭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 이 시는 1951년 봄 피난지이던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의 방에 붙어 있던 것을 조카 이영진 씨가 암송하여 전 한 것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강 1956년 종이에 연필과 유채 20.2×16.4cm

 

내가 만난 李仲燮

 

金春洙

 

光復洞에서 만난 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은종이 그림

 

李仲燮

 

金春洙

 

西歸浦의 남쪽,

바람은 가고 오지 않는다.

구름도 그렇다.

낮에 본

네 가지 빛깔을 다 죽이고

바다는 밤에 혼자서 운다.

게 한 마리 눈이 멀어

달은 늦게 늦게 뜬다.

아내는 毛髮을 바다에 담그고,

눈물은 아내의 가장 더운 곳을 적신다.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차례:

 

1_ 나의 소중한 특등으로 귀여운 남닥

 

연인 - 사랑의 그림엽서들

 

2_ 나의 사랑하는 소중한 아고리

 

3_ 나의 영리하고 착한 아들 태현, 태성

 

이중섭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연보

서귀포의 환상 1951년 나무판에 유채 56×92cm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 1951년 나무판에 유채 41×71cm

종이에 유채 28×40cm

물고기와 아이들 종이에 유채 22.5×17cm

가족과 어머니 1953-54년으로 추정 종이에 유채 26.5×36.5cm

사나이와 아이들 종이에 연필과 유채 39.5×48cm

닭과 가족 종이에 유채 36.5×26.5cm

도원 1954년 종이에 유채 65×76cm

가족과 비둘기 1956년 무렵 종이에 유채 29×40.3cm

춤추는 가족 종이에 유채 22.7×30.4cm

세 사람 종이에 연필 18.2×28cm

봄의 어린이 종이에 유채 32.6×49cm

호박 종이에 유채 40×26.5cm

호박꽃 종이에 유채 61×97cm

황소 1953년 무렵 종이에 유채 32.3×49.5cm

싸우는 소 종이에 유채 17×39cm

흰 소 종이에 유채 30.5×41.3cm

사계 종이에 연필과 유채 19.8×20.3cm

1954년 종이에 유채 18.4×32.5cm

사계 종이에 유채 26.5×36.5cm

달과 까마귀 1954년 종이에 유채 29.4×41.5cm

종이에 유채 27.5×41.5cm

부부 종이에 수채오ㅘ 크레파스 19.3×26.5cm

부인에게 보낸 편지 종이에 잉크와 색연필

투계 1954년 무렵으로 추정 종이에 유채 29×42cm

부부 1953년 무렵 종이에 유채 51.5×35.5cm

환희 1955년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29.5×41cm

흰 소 1954년 무렵 나무판에 유채 30×41.7cm

충렬사 풍경 1954년 종이에 유채 41×29cm

초가가 있는 풍경 종이에 유채 41.5×29.5cm

나무와 달과 하얀 새 1956년 종이에 크레파스와 유채 14.7×20.4cm

해변의 가족 종이에 유채 28.5×41.2cm

나무 위의 노란 새 1956년 종이에 유채와 크레파스 14.7×15.5cm

성당 부근 1955년 종이에 유채 34×46.5cm

판잣집 화실 종이에 수채와 잉크 26.8×20cm

물고기와 노는 두 어린이 종이에 유채 41.8×30.5cm

물고기, 게와 노는 네 어린이 1951년 무렵 종이에 유채 36×27cm

파란 게와 어린이 종이에 유채 30.2×23.6cm

길 떠나는 가족 1954년 종이에 유채 29.5×64.5cm

가족에 둘러싸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은종이에 유채 10×15cm

그리운 제주도 풍경 1954년 전후로 추정 종이에 잉크 35×24.5cm

구상네 가족 1955년 종이에 연필과 유채 32×49.5cm

동촌 유원지 종이에 유채 19.2×26.5cm

돌아오지 않는 강 1956년 종이에 연필과 유채 20.2×16.4cm

연인 1940-1943년 이중섭이 마사코에게 그려 보낸 사랑의 그림엽서들

반우반어 1940년 말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말과 소를 부리는 사람들 1941년 3월 30일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 1941년 4월 2일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두 마리 사슴 1941년 4월 24일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두 마리 동물 1941년 5월 20일 종이에 과슈와 잉크 9×14cm

나뭇잎을 따려는 여자 1941년 5월 15일 종이에 수채와 잉크 9×14cm

나뭇잎을 따주는 남자 1941년 5월 16일 종이에 수채와 잉크 9×14cm

소와 여인 1941년 5월 29일자 소인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야수를 탄 여자 1941년 6월 2일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누워 있는 여자 1941년 6월 3일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바닷가 1941년 6월 12일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바닷가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말 탄 남자를 뿔로 쳐내는 소 1941년 6월 13일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날아오르는 여자 1941년 6월로 추정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토끼풀 1941년 6월 19일 종이에 수채와 잉크 9×14cm

토끼풀 1941년 6월로 추정 종이에 수채와 잉크 9×14cm

서커스 1941년 7월 4일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저울질하는 사람 1941년 7월 7일 종이에 수채와 잉크 9×14cm

물놀이하는 아이들 1941년 9월 9일 종이에 수채와 잉크 9×14cm

해를 불평하는 사람 1941년 9월 22일 종이에 크레용과 잉크 9×14cm

연꽃밭의 새와 소년 1941년 9월 28일 종이에 크레용과 잉크 9×14cm

바닷가에서 물새와 노는 소년들 1941년 10월 21일 종이에 잉크 9×14cm

새해 인사 1942년 1월로 추정 종이에 수채와 잉크 9×14cm

사람을 치는 소 1942년 8월 8일 종이에 잉크 9×14cm

사랑 1955년 은종이에 유채 15×10cm

1952년 무렵 추정 은종이에 유채 8.5×15cm

게와 물고기가 있는 가족 은종이에 유채 8.5×15cm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종이에 수채 23×20cm

다섯 어린이 종이에 수채 23.5×17.5cm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한 그림 종이에 잉크와 색연필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종이에 먹과 수채 53.5×26.5cm

해와 아이들 종이에 연필과 유채 32.5×49cm

두 어린이와 사슴 종이에 수채 17×24cm

해초와 아이들 종이에 수채 17×24cm

닭과 게 종이와 연필과 구아슈 29×41cm

물고기와 노는 세 어린이 1953년 종이에 연필과 유채 25×37cm

물고기와 게와 두 어린이 종이에 크레파스와 수채 19.3×26.4cm

길 떠나는 가족이 그려진 편지 1954년 종이에 연필과 유채 10.5×25.7cm

자화상 1955년 종이에 연필 48.5×31cm

두 어린이와 복숭아 종이에 유채 9.5×12cm

종로공립보통학교 졸업사진

1938년 무렵의 이중섭. 분카가쿠잉 재학 시절의 사진

아내 이남덕. 일본에서 보낸 사진

1941년 제5회 지유텐(자유미술가협회) 출품작

이남덕 여사와 두 아들

꽃 피는 산 1941년 9월 17일 종이에 크레용과 잉크 14×9cm

파도타기 1941년 9월 중순으로 추정 종이에 크레용과 잉크 14×9cm

두 사람 1943년 종이에 수채와 잉크 14×9cm

1955년의 이중섭과 전시회 카탈로그

신문 보는 사람들 은종이에 유채 9.8×15cm 뉴욕 현대미술관

 

 

 

 

 

posted by 황영찬
2016. 7. 30. 13:25 내가 읽은 책들/2016년도

2016-009 스페인 내전

 

앤터니 비버 | 김원중 옮김

2013, 교양인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스페인 내전에 관해 더 덧붙일 것이 없는 책" _존 키건

 

The Battle for Spain

The Spanish Civil War 1936-1939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피카소의 <게르니카>, 로버트 카파의 <어느 병사의 죽음> 등 수많은 걸작의 배경이 된 전쟁, 현대사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수행된 이념 전쟁이자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던 전쟁,

스페인 내전을 빼놓고 20세기를 말할 수는 없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첫 장면부터 비버는 1930년대의 정치 풍토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놀라운 통찰력의 소유자인 비버는 백색 테러와 적색 테러가 난무하고, 혁명과 정치적 갈등이 전쟁의 경로를 바꾸며, 강대국의 대리전 양상을 띠었던 바로 그 내전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이 책은 스페인 내전을 다루는 모든 책들 가운데 첫 번째 자리에 오를 운명을 타고났다. _Santos Julia, El Pais

강렬한 서사와 냉정한 서술이 한데 섞여 놀라운 힘을 뿜어낸다는 점에서 앤터니 비버의 걸작 《스페인 내전》과 겨룰 작품은 없다. _Boyd Tonkin, The Independent

거장의 눈으로 포착한 전장의 인간 드라마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무섭도록 생생한 전쟁 연대기. _Max Hastings, The Sunday Times

지난 수십 년 동안 출간된 스페인 내전 관련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책. _Rafael Nunez Florecio, El Mundo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놀라운 책. 세부를 들여다보는 관찰력과 객관성의 측면에서 스페인 내전에 관한 최고의 책이다. _Richard Overy, The Evening Standard

명쾌하고 전문적이며 객관적이다. _The Economist

분열 과정에 놓인 국가와 사회를 생생하게 해부한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은 바로 우리 시대를 위한 정치 팸플릿이다. 《Stalingrad》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것과 같은 풍부한 세부 묘사와 강렬한 서사의 힘으로 가장 그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_Piers Brendon, The Guardian 

비버는 격렬하기 이를 데 없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둘러싼 정치적 책략을 탁월하게 분석했다. _Andrew Roberts, The Sunday Telegraph

마음을 사로잡는 책. 놀랄 만큼 선명하고 훌륭한 서사로 스페인 내전이라는 미로를 안내한다. _Allan Massie, The Literary Review

반드시 읽어야 할 책. _Raymond Carr, The Spectator

앤터니 비버의 저작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_Barrie Clement, Tribune

 

앤터니 비버(Antony Beevor, 1946~)

영국의 전쟁사학자이자 역사 저술가. 윈체스터 대학과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1967~1970년 영국 제11경기병대 장교로 복무했다. 1975년 첫 소설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4편의 소설과 8권의 역사서를 출간했다. 치밀하고 객관적인 학자적 시각과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의 힘을 두루 갖춘 그의 역사 저술은 발표하는 책마다 찬사를 받았다. 스페인 내전 연구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스페인 내전은 2005년 스페인에서 먼저 출간되어 12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으며, 같은 해 스페인 최고 권위의 ‘라 방과르디아 상(La Vanguardia Prize)’을 받았다. 스페인

 

 

20세기 정치 이념들의 폭발 현장 '스페인 내전'의 결정판 

 

 

차례 

          감사의 말 
          머리말
          스페인 내전의 정당과 정치 단체들


제1부 제2공화정의 탄생
 

  제1장 스페인의 국왕들

           "백성과 만나는 것이 왕의 소망입니다."

  제2장 국왕의 퇴진

           "국민의 마음에서 왕은 죽었다."

  제3장 제2공화정

           "스페인은 민주공화국이다."

  제4장 인민전선

           "스페인 안에 러시아를 세우자."

  제5장 치명적인 무능

           "이것이 공화국인가?"

 

제2부 두 스페인의 전쟁

  제6장 장군들의 반란

           "우리와 뜻이 다른 자는 모두 적이다."

  제7장 주도권 다툼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8장 적색 테러

            "지하 세계가 혁명을 먹칠하고 있다."

  제9장 백색 테러

            "우리가 로르카를 죽였다."

  제10장 국민 진영

             "지성에 죽음을! 죽음 만세!"

  제11장 공화 진영

             "이제 여러분이 카탈루냐의 주인입니다."

  제12장 국민군 대 의용군

             "알카사르 이상 무." "규율은 죄악이다."


제3부 내전의 국제화

  제13장 외교 전쟁

             "공화 정부를 돕지 마시오."

  제14장 국가 만들기

             "하나의 조국, 하나의 카우디요."

  제15장 소련의 지원

             "스페인을 돕자, 은밀하게."

  제16장 국제여단

             "나는 붉은군대 출신의 용감한 수병."

  제17장 마드리드 사수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

 

제4부 대리인들의 세계 대전

  제18장 전쟁의 변모

             "단 1센티미터도 후퇴하지 말라."

  제19장 하라마 전투와 과달라하라 전투

             "파시즘과 무솔리니에게 치욕을!"

  제20장 바스크 전투

             "게르니카, 불타고 있음!"

  제21장 지식인들의 전쟁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제5부 내전 속 내전

  제22장 권력 다툼

             "공산주의자들에게 너무 많이 양보했다."

  제23장 전선의 분열

             "제5열의 정체가 드러났다. 트로츠키였다."

  제24장 브루네테 전투

             "이 버릇없는, 한심한 게릴라들."

  제25장 포위당한 공화국

             "구멍 뚫린 댐이지만 아직 쓸 만하다."

  제26장 아라곤 전투

             "스탈린주의 편집증이 다시 도졌다."

  제27장 공화주의 이상의 붕괴

             "우리의 지성을 모욕하지 말라."

 

제6부 파국으로 가는 길

  제28장 프랑코의 ‘승리의 칼’

             "프랑코의 칼이 스페인을 둘로 갈랐다."

  제29장 깨어진 평화 협상의 꿈

             "협상이라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제30장 스페인 만세!

             "위대한 지도자 돈 프란시스코 프랑코 바아몬데."

  제31장 에브로 강 전투

             "내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

  제32장 파시즘 진군과 유럽의 위기

             "국제여단 동지들이여! 여러분은 역사입니다."

  제33장 카탈루냐 함락

             "병든 바르셀로나는 정화되어야 한다."

  제34장 공화국의 붕괴

             "콘도르 군단의 임무가 끝났다."

 

제7부 끝나지 않은 전쟁

  제35장 옛 스페인의 귀환

             "나라를 구하려면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제36장 망명자들

             "매일 100여 명이 죽어 나갔다."

  제37장 살아남은 자들의 전쟁

             "제9중대라 불러주시오."

  제38장 무너진 대의명분

             "총알아, 증오 없이 죽여 다오."


          주석
          옮긴이의 말
          주요 인물
          스페인 연표
          찾아보기

 

국민 진영(nationalists)  공화 정부에 대항해 구데타를 일으킴으로써 내전의 계기를 제공한 우파 연합 세력을 가리킨다.

무어(Moor)인  아랍인, 스페인인, 베르베르인의 혼혈인 스페인계 이슬람교도. 무어인은 안달루시아 이슬람 문명을 창조했고, 그 후 11 ~ 17세기에 북아프리카에 피난민으로 정착했다.

재정복 운동  레콩키스타(Reconquista), 국토 회복 운동이라고도 한다. 718년부터 1492년까지 이베리아 반도 대부분을 점령했던 이슬람교도들(무어인)로부터 영토를 되찾기 위해 중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독교 국가들이 벌인 일련의 전투.

이사벨 1세(Isabel Ⅰ, 1451 ~ 1504)  카스티야(1474 ~ 1504 재위)와 아라곤(1479 ~ 1504 재위)의 여왕. 1479년부터 남편인 페르난도 2세(1452 ~ 1516)와 함께 두 왕국을 공동으로 통치했다. 이들의 집권기에 스페인은 영구적인 통일을 이루었으며, 이사벨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함으로써 스페인의 해외 식민 제국 시대가 열렸다.

알폰소 13세(왼쪽)와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 장군. 프리모 데 리베라는 1923년 9월 13일 프로눈시아미엔토를 단행하고 스스로 독재관의 지위에 올랐다. 알폰소 13세의 승인하에 권력을 장악한 그는 1930년 1월까지 정권을 유지했다.

1931년 4월 14일, 알폰소 13세가 왕위를 내놓고 스페인을 떠나자 거리로 몰려나와 환호하는 군중. 이날 스페인 제2공화국이 탄생했다.

1931년 7월 14일에 열린 제2공화국 헌법 제정을 위한 코르테스(의회) 개회식. 니세토 알칼라 사모라가 개회 연설을 하고 있다. 맨 앞줄이 의회 내 국무위원석인데, 오른쪽부터 알레한드로 레룩스, 페르난도 데 로스 리오스, 마누엘 아사냐, 산티아고 카세레스 키로가, 인달레시오 프리에토, 미겔 마우라, 마르셀리노 도밍고, 알바로 데 알보르노스, 프란시스코 라르고 카바예로가 앉아 있다.

1934년 10월, 아스투리아스 혁명이 실패하고 나서 치안대 대원들이 체포한 반란자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혁명은 겨우 2주 남짓 지속되었지만 사상자가 1천 명가량에 이르렀고 엄청난 재산 피해가 났다.

1936년 선거 유세 기간 중에 우익 진영과 인민전선은 치열한 선전전을 펼쳤다. 자치우익연합(CEDA)의 대표 힐 로블레스는 "저에게 절대 다수 의석을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여러분들에게 위대한 에스파냐를 드리겠습니다."라고 쓰인 초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호세 안토니오 데 리베라(앞줄 가운데)와 그의 팔랑헤 동료들. 급진 우익 정당인 '에스파냐 팔랑헤당'은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유사한 권위주의적 독재 국가 수립을 주장하였다. 팔랑헤는 1936년 내전이 일어났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호세 안토니오 자신은 내전 초기에 인민전선 정부에 체포되어 총살당했다.

우파 지도자였던 호세 칼보 소텔로의 장례식. 좌우 대결이 폭력으로 분출되는 국면에서 소텔로는 1936년 7월 13일 좌파 쪽 젊은 장교들에게 암살당했고, 국민 진영은 이 사건을 쿠데타의 구실로 삼았다.

1936년 10월 4일, "저들은 결코 여기를 통과하지 못하리라(No Pasaran)"라는 구호를 만들어낸 돌로레스 아바루리, 일명 '라 파시오나리아'가 연설을 하고 있다.

돌격대와 전국노동연합 소속 아나르코 생디칼리스트들이 탈취한 야포를 끌고 바르셀로나 거리를 달리는 장면이다.

마드리드에서 군사 쿠데타는 계획부터 엉망이었고, 그 결과 당연히 성공하지 못했다. 소총과 대검으로 무장한(물론 핸드백도 챙겼다) 여전사가 무장한 한 무리를 이끌고 있다.

카사데캄포는 '파세오'(처형하기 좋은 인적이 드문 곳) 장소로 유명했다. 공화군 병사들이 자신들이 막 처형한 것으로 보이는 2명의 민간인 시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장면은 공화 진영의 최악의 이미지였고,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다.

스페인 내전으로 희생된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그는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주의 성향의 지식인이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국민 진영에 의해 처형당했다.

20세기 스페인 문학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겔 데 우나무노. 스페인 내전 당시 살라망카 대학에 재직 중이던 우나무노는 국민 진영 지지자였음에도 공개석상에서 팔랑헤당과 반란군을 비판했다. 결국 그는 이 일로 가택 연금을 당했고 그해 말 사망하였다.

마드리드에서 활동한 공화 진영 여성 의용군. 내전 당시 전선에 배치된 여성 의용군은 1천 명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방에서 많은 여성들이 총을 들었고, 특히 마드리드에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부대가 도시 방어에 참여했다.

1936년 7월, 국민 진영의 중요한 전력이었던 아프리카 군대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보내준 수송기 덕분에 본토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은 모로코에서 안달루시아의 세비야로 공수 작전을 펼친 독일 융커52기와 모로코 레굴라르들의 모습.

1936년 9월 중순 아라곤 전선에서 아나키스트 대장 부에나벤투라 두루티는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사진 속에서 그가 CNT(전국노동연합)라고 씌어진 지프차 위에서 농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랑스 인민전선 연합 내각의 레옹 블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와 프랑스 공산당 서기장 모리스 토레즈(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스페인 공화 정부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블룸 총리는 스페인의 분쟁이 더 넓게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영국의 경고에 따라 불간섭 정책을 택했다. 스페인 공화 정부는 서구 민주 국가들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독일 제3제국의 지도자 히틀러와 독일 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 콘도르 군단을 비롯한 독일의 군수 지원은 국민 진영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괴링은 자기 부하들이 프랑코를 위해 싸우고 있던 바로 그 순간에 공화 정부에 몰래 무기를 판매해 돈을 챙겼다.

'에스파냐'라는 비행단을 조직하여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군으로 참여한 작가 앙드레 말로. 그는 후에 스페인 내전을 다룬 《희방》을 발표하였다.

1936년 10월 부르고스에서 프랑코 장군(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총통 겸 국가 수반으로 임명된 직후에 찍은 기념 사진. 프랑코 오른쪽에 카바네야스 장군, 왼쪽에 살리케트 장군, 그리고 뒤에는 몰라 장군이 서 있다.

과다라마 산맥에 있는 공화군 군사 기지를 방문한 사회주의자 라르고 카바예로(가운데 중절 모자를 쓴 사람). '스페인의 레닌'이라 불렸던 급진적 사회주의자 라륵 카바예로는 1936년 9월 4일 히랄 총리가 퇴진한 뒤 새 정부의 총리가 되었다.

마드리드 외곽의 한 참호에서 <프라우다> 특파원인 미하일 콜초프(오른쪽)아 소련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로만 카르멘이 몸을 숨기고 있다. 이들이 보내온 스페인 내전 소식은 연일 모스크바의 극장과 신문을 장식했다. 소련은 스페인 공화 정부 지원을 소비에트 체제를 국내외에 선전하는 용도로 적극 활용했다.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 진영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영국 작가 조지 오웰. 귀국 후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참혹하면서도 지리멸렬한 전장의 경험과 용감한 병사들의 이야기, 공화 진영을 자멸로 이끈 정치적 분열상 등을 적나라하게 그린 《카탈루냐 찬가》를 발표했다.

마드리드로 들어오는 국제여단 병사들. 내전 기간 동안 53개국에서 온 3만 5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국제여단 병사로 복무했다. 때로 짜릿한 스릴을 찾아서 또는 혁명적 낭만주의에 취해 자원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국제연단 병사 대부분은 이타적인 의도에서 파시즘을 막기 위해 참전했다.

엔리케 리스테르(가운데)와 혼성여단 병사들. 모스크바에서 군사 훈련을 받은 공산주의자 리스테르는 공화군에서 중요한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에서는 진군하지 않으려 하거나 허영심에서 적의 수를 몇 배나 부풀리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스페인 내전이 일어날 당시 마드리드 대사관에서 영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참혹한 전쟁과 가르시아 로르카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는 공화 진영 편에 서서 반(反)파시즘 운동에 앞장섰다. 열정적인 민중 시인 네루다는 스페인 내전으로 탄생한 것이었다.

레케테(카를로스파 의용군)들이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한 사제로부터 축성(祝聖)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가톨릭 왕정을 지지했던 레테케들은 "승리에 대한 믿음과 신에 대한 믿음을 동시에 지닌, 그리고 한 손에는 수류탄을, 다른 한 손에는 묵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스페인 내전이 낳은 걸작 중 하나인 피카소의 <게르니카>. 피카소는 게르니카가 독일군의 융단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그림을 그렸다.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봄에 열린 파리만국박람회에서 스페인 공화 정부의 전시관은 <게르니카>로 유명해졌고, 이는 공화 진영이 선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화가 호안 미로가 공화 진영을 돕기 위해 1937년에 그린 우표 <스페인을 도웁시다(Aidez l'Espagne)>를 차용해 만든 공화 진영의 선전 포스터. 가장 혁신적인 선전 방법이었던 포스터는 충성과 승리에 대한 확신을 촉구하는 것에서 스파이와 성병을 경고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널리 활용되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는 스페인 내전이 일어낚을 때 공화 진영 아나키스트 의용군 부대에 들어갔다. 평화주의자였던 그녀는 총을 들 수 없어 부대 취사병이 되었다. 그러나 요리를 하다가 끓는 기름에 심한 화상을 입어 포르투갈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통합노동자당 지도자 안드레스 닌(안경 쓴 사람)이 동료들과 함께 바르셀로나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1937년 5월 카탈루냐에서는 내전 속 내전이 일어나는데, 헤네랄리타트와 카탈루냐 공산당이 한편이 되고, 전국노동연합-아나키스트연합과 통합노동자당이 다른 한편이 되어 좌파 내 권력 장악을 위한 시가전을 벌였다.

아나키스트 지도자 후안 가르시아 올리베르가 카탈루냐에서 발생한 '5월사건' 기간 동안 냉정을 회복할 것을 호소하는 방송 연설을 하고 있다. 5월 사건의 결과는 아나키스트와 통합노동자당의 패배와 공산당의 승리였다.

1937년 5월 6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들어온 돌격대가 바르셀로나 시가지를 행진하고 있다.

브루네테 전투에서 제5군단 공산당 소속 지휘관 후안 모데스토. 외인군단 하사관 출신이며, 30대의 젊은 군인이었던 모데스토의 이 사진은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군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어 선전물로 많이 쓰였다.

1937년 라르고 카바예로의 뒤를 이어 새로 총리에 오른 후안 네그린(왼쪽)과 국방부 장관을 맡은 안달레시오 프리에토. 온건 사회주의자였던 네그린은 소련의 후원으로 총리직에 올라 공화군이 패전할 때까지 내전을 지휘하였다.

 

전쟁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 공화군을 열렬히 지지했던 카파는 <어느 병사의 죽음>을 비롯해서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던 중 자신의 연인이자 사진작가였던 게르다 타로를 잃었다.

스페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기여한 한 가지는 '푸른사단(Blue Division)'이라는 이름의 지원군을 보내 독일을 도운 것이다. 이 푸른사단은 1941년 7월부터 1943년 11월까지 러시아에서 싸웠다. 사진은 독일로 떠나는 푸른사단 병사들을 환송하는 군중의 모습니다.

 

 

 

 

posted by 황영찬
2016. 7. 11. 13:18 내가 읽은 책들/2016년도

2016-008 독소전쟁사 1941~1945

 

데이비드 M. 글랜츠 · 조너선 M. 하우스 지음 | 권도승 · 남창우 · 윤시원 옮김

2015, 열린책들

When Titans Clashed

How the Red Army Stopped Hitler

 

붉은 군대는 어떻게 히틀러를 막았는가

 

제2차 세계 대전과 그 전쟁의 영향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저널 오브 밀리터리 히스토

 

이 책을 통해 서방이 독자들도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소련이 이룩한 군사적 업적에 대해 처음으로 완벽한 내용을 알게 될 것이다. 1941년 패배의 문턱에 있던 소련군이 어떻게 1945년에 승리를 쟁취하게 되었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이 책은 제2차 대전에 관심을 둔 초심자들에게 그동안 <교과서>로 여겨져 왔던 존 에릭슨의 『스탈린그라드로 가는 길 The Road to Stalingrad』과 『베를린으로 가는 길 The Road to Berlin』과 같은 기념비적인 저서들이 누려 온 지위를 빼앗아 버릴지도 모른다.

『포린 어페어스』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독일군을 상대로 소련군이 거둔 승리는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극적이면서 결정적인 사건으로, 이 책은 이것에 대한 가장 돋보이는 해석을 보여 준다. 따라서 전문가는 물론이고 전쟁사 마니아들과 일반 독자들까지도 이 책에 매혹될 것이다.

『히스토리 : 리뷰 오브 뉴 북스』

 

단순히 놓고 보아도, 이 책은 지금까지 1941~1945년의 독소 전쟁을 다룬 책들 가운데 최고이며, 전적으로 소련의 시각에서 서술된 치초의 역작이다.

『월드 워 Ⅱ』

 

데이비드 M. 글랜츠

David M. Glatz

데이비드 M. 글랜츠는 소련군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다. 버지니아 군사학교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미 육군 부설 외국군 연구소장직을 역임하고, 1993년 육군 대령으로 했다. 현재는 『동유럽 군사 연구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의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러시아 연방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이다. 저서로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소련군의 기만술Soviet Military Deception in the Second World War』(1989), 『돈 강에서 드네프르 강까지: 1942년 12월에서 1943년 8월까지 소련군의 공세From the Don to the Dnepr: Soviet Offensive Operations December 1942 to August 1943』(1991), 『소련 공수 부대의 역사A History of Soviet Airborne Forces』(1994), 『소련의 군사 전략The Military Strategy of the Soviet Union』(2001) 등이 있다.

 

조너선 M. 하우스

Jonathan M. House

조너선 M. 하우스 해밀턴 대학을 졸업한 뒤 미시간 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든 대학교의 역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또한 미 육군 예비역 중령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지휘관 및 참모직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제병협동 전투의 발전: 20세기의 전술, 교리, 군사 조직에 대한 고찰Towards Combined Arms Warfare: A Survey of 20th Century Tactics, Doctrine and Organization』(1984), 『1870~1991의 군사 정보: 연구 방법론Military Intelligence, 1870~1991: A Research Guide』(1993) 등이 있다.

 

기존의 제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책들은 정치와 외교 등 일반 역사의 관점에서 쓴 것이 대부분인 반면, 이 책은 소련과 독일의 <전쟁> 자체에 초점을 두어 기술했다. 소련의 개방 정책 이후, 그동안 금서로 묶여 있거나 접근이 불가능했던 자료들이 서ㅓ방 세계에 소개되면서, 전쟁 당시 소련군의 전력, 전술, 교리, 사상자 수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풍부한 지도와 통계 자료들이 함께 제시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이 책은 소련군과 독일군의 전략 · 전술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한 편의 대서사시적인 전쟁 이야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출간될 당시,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군사적 충돌의 하나였던 독소 전쟁에 대해 기본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학계는 물론이고 언론으로부터도 아낌 없는 극찬을 받았다.

 

옮긴이 권도승 1993년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에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7년에는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2006년에는 명지대학교 북한학과에서 <남북 군사력과 전쟁 시뮬레이션 강의>를 하였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전임의를 지냈으며, 현재 <권도승 정형외과> 원장이다. 저서로는 『동물과의 대화』(2006)가 있다.

남창우 1988년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에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화학과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응용 물리학과에서 박사후 연구 과정을 거쳤다. 현재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시원 2005년에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KBS와 SBS의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팀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자료 검증 및 고증을 담당했으며, 『주간 화학저널』에서 취재 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현재 동 대학원 사학과에 재학하면서 한미 관계와 안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동부 전선에서의 인간적인 면을 찾아내고자 진심으로 노력했던,

퇴역 영국 육군 대령이자 유능한 역사가였으며,

나에게 있어 최고의 친구였던 폴 어데어 대령을 기리며.

 

차례

 

추천의 말
감사의 말
머리말

서론 1918~1941
         1 | 1918~1939년의 붉은 군대
         2 | 1939~1941년의 무장 대치
         3 | 1941년의 양군의 대치

독소 전쟁 제1기 1941. 6.~1942. 11.
        4 | 독일의 기습 공격
        5 | 소련의 대응
        6 | 모스크바를 향하여
        7 | 1942년 봄의 해빙기
        8 | 청색 작전: 스탈린그라드를 향한 독일군의 진군

독소 전쟁 제2기 1942. 11.~1943. 12. 
        9 | 천왕성 작전: 제6군의 파멸
      10 | 1943년 봄의 해빙기와 작전 중지
      11 | 쿠르스크에서 드네프르 강으로

독소 전쟁 제3기 1944. 1.~1945. 5.
      12 | 세 번째 겨울
      13 | 바그라티온 작전: 중부 집단군의 괴멸
      14 | 양익의 소탕
      15 | 1945년 겨울의 전투
      16 | 마지막 전투
      17 | 결론

통계 자료
문헌 자료
각주
해설
옮긴이와의 대담
찾아보기

 

대조국 전 Velikaya Otechestvennaya Voyna.

<조국 전쟁>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을 격퇴한 뒤 러시아 측에서 이 전쟁에 붙인 명칭이다. <대조국 전쟁>이란 명칭은 1941년 6월 23일 프라브다의 사설에 처음 등장했고, 이후 소련 측에서는 독소 전쟁을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종심(縱深, Depth Glubina)

일반적으로 진지의 전방으로부터 후방에 이르는 범위, 거리를 일컫는 용어이다. 현재 한국군에서는 종심의 개념을 공간, 시간 및 자원상의 작전 범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소총병 사단 Strekobaya Dibiziya

러시아, 소련에서 보병 사단을 일컫는 용어이다.

내무 인민 위원회(NKVD) Narodnyi Komissariat Vnutrennikh Del.

혁명 직후 창설된 체카Cheka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비밀경찰인 체카는 1922년 국가 정치부Gosudarstvennoe politicheskoe upravlenie(GPU)로 개칭되었고, 다시 1923년 합동 국가 정치부Ob'ednennoe gosudarstvennoe politicheskoe upravlenie(OGPU)가 되었다. OGPU는 1934년 내무 인민 위원회로 개칭되면서 조직이 대규모로 확대되어 이때부터 국가 기간 시설에 대한 경비, 수용 관리, 국경 임무를 총괄하게 되었다.

해군 보병 여단Brigada Morskoy Pekhoty

해군 보병 여단은 해군 소속의 보병 부대로,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중 함대 소속의 수병들을 동원해 편성되었다. 서방 세계의 해병대에 해당한다. 한편, 육군 관할의 해군 보병 여단은 해군 소총병 여단Morskie Strelkovye Brigady이라고 한다.

공군 야전 사단Luftwaffe-Felddivision

1942년 육군이 병력 보충을 이해 공군 병력 차출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한 공군 사령관 괴링이 공군 병력으로 만든 보병 사단. 중장비가 부족하고 병력이 적어 큰 피해를 입었으며, 결국 1943녀ㅕㄴ 여름 육군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루먄체프Pyotr Rumyantsev(1725~1796)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 시절 활약한 러시아이 장군으로, 7년 전쟁에서 크게 할약했으며 1768년 벌어진 오스만 투르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787년 전쟁에서는 러시아군 총사령관인 포촘킨과의 불화 때문에 사임해 더 이상 활약을 하지 못했다.

수보로프Alexandr Vasilyevich Suvorov(1729~1800)

18세기 후반 러시아군의 대원수로, 불패의 이력으로 유명하다. 러시아-스웨덴 전쟁(1741~1743), 7년 전쟁(1756~1763) 등에 참전했으며, 1768년에 벌어진 러시아-투르크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 1799년 이탈리아에서 나폴레옹과 격돌할 당시 알프스 산맥을 넘는 전략적 후퇴를 단행해 명성을 떨쳤다. 1942년 7월, 수보로프의 이름을 딴 수보로프 훈장Orden Suvorova이 제정되었다.

바그라티온P. I. Bagration(1765~1812)

그루지야 왕가의 후손으로 여러 전투에서 활약했다. 그의 이름은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도 등장한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당시 보로디노 전투에서 분전하다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posted by 황영찬
2016. 6. 28. 15:14 내가 읽은 책들/2016년도

2016-007 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

 

이성주 지음

2016, 생각비행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2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

 

WASHINGTON NAVAL TREATY

 

條約

전쟁 국가 일본이 누린 막간의 평화

 

"국제정치에서 의리는 망상이다"

서양을 흉내 내는 원숭이였던 일본은 어느 순간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이를 인지한 서구 열강들은 일본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워싱턴 회담에 침여한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4개국은 손잡고 일본을 압박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혈맹 운운하던 영국도 일본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냉정함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인종주의적 편견이었을까? 물론 일본이 너무 '설친'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알아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의리'는 망상이다.

워싱턴 회담은 한 국가의 이익은 국력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회담이었다. 아울러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새로운 세계 정치 체계가 완성된 회담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열강들이 세계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구세계(대서양 저편의 유럽)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국제정치의 무대가 신세계(태평양 양편의 미국과 일본)로 넘어왔으며, 열강들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이권에 관심이 있고,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회담이었다. - 본문 중에서

 

  이성주                                                                      

2006년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엽기 조선왕조실록》은 역사 대중서 읽기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권위적인 역사 해석을 거부하는 저자는 거침없는 입담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역사는 고루하지도, 현실과 괴리되어 있지도 않으며, 언제나 현실과 함께 있다"는 자신의 신조를 실천하면서 포스코의 '포레카 창의 놀이방',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에서 재미와 유익, 영감을 주는 역사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다른 작품으로는 《왕들의 부부싸움》《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왕조실록》《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사 진풍경》《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계사 진풍경》《발칙한 조선인물실록》《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어메이징 조선 랭킹 실록》《글이 돈이 되는 기적》《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등이 잇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이며 독창적 극쓰기로 문화 전반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문화 콘텐츠 창작자로도 유명하다. 《딴지일보》에서 전문가적 지식으로 무장한 군사 분야 논객으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매체와 강연을 통해 지적 쾌락을 만족시키는 역사 칼럼니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차례

 

머리말 - 또 다른 전쟁,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

 

01 - 드레드노트의 탄생

          피셔 제독의 등장 | 탄생의 서막

02 - 제1차 세계 대전, 뒤바뀐 국제정치 주도권

          건함 경쟁 | 제1차 세계 대전과 일본

          서구의 몰락과 일본의 부상

03 - 일본의 데모크라시

          변화의 조짐 | 지멘스 사건

          짧았던 다이쇼 데모크라시

04 - 최악의 대통령, 최고의 조약을 성사시키다

          미국이 움직이다

          모든 걸 쥐어짜낸 일본, 더 쥐어짜낼 게 없던 영국

         순진한, 너무도 순진한 미국

05 - 각자의 계산

          하나의 목적 아래 뭉치다 | 영일 동맹의 위기

          일본이 제국주의로 갈 수 있었던 열쇠, 영일 동맹

06 - 각자의 계산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종막 | 일본 해군의 주장

          인류 최대 · 최고의 군축 조약 | 실수인가 고집인가

07 - 워싱턴 체제의 승자, 일본

          워싱턴 핸군 군축 조약의 정치적 의미

          군축과 세계정세의 변화

08 - 8년 만의 재회, 런던 군축 조약

          다시 등장한 대미 7할론 | 군사 혁명의 시작

09 - 일본은 어떻게 실패했나

10 - 일본은 어떻게 실패했나

          쓰시마 해전, 그 찬란했던 기억

          일본 스스로가 부정한 점감요격작전

11 - 만주국은 어떻게 탄생했나

          군이 움직이다 |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다

          마치며

 

외전 - 국제정치의 본질과 마지노선

         01 - 군사 역사상 가장 멍청한 짓

         02 - 제2차 세계 대전의 불씨

         03 - 독일에 대한 압박과 히틀러의 등장

         04 - 실패한 외교, 히틀러를 완성시키다

         05 - 국제정치의 본질

 

참고자료

 

드레드노트

존 피셔

빌헬름 2세

드레드노트 건조 이전 영국의 주력 전함 중 하나인 로열 소버린

M2(위)와 K-6(아래)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의 대공 프란츠 페르디난트를 죽이는 가브릴로 프린치프를 묘사한 그림

오스발트 슈펭글러

파리 강화 회의의 주요 사안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소위 '빅 포The Big Four'에 의해 결정되었다. 왼쪽부터 영국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오를란도, 프랑스의 조르주 클레망소, 미국의 우드로 윌슨.

신해혁명 후 난징임시정부의 내각회의 모습. 가운데가 쑨원이다.

사이온지 긴모치

전함 공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일본 국민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솜 전투 포격전의 여파로 파괴된 마을

워런 하딩

워싱턴 조약에 찬성했던 당시 일본 총리 하라 다카시

워싱턴 해군 군축 회담

영일 동맹을 묘사한 삽화

칼 빈슨

워싱턴 해군 군축 조약으로 폐함된 사우스캐롤라이나

'빅 세븐'의 하나인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

전쟁 후 건져낸 무츠의 잔해

영일 동맹의 파기

와카쓰키 레이지로

일본 해군병학교

1920년대의 일본 거리

1931년 미국 뉴욕의 은행 앞에서 시위하는 군중

석탄 운반선인 주피터를 개조해서 만든 미 해군 최초의 항공모함 USS 랭글리

쇼와 유신 황도파

이누카이 쓰요시

영국의 조약형 순양함 린더급

류호

비운의 항공모함 쇼호(위)와 즈이호(아래)

좌초된 토모즈루

마츠급

마지노선의 벙커

제로센

공고급 순양전함

스에츠구 노부마사

레이테만 해전에서 가라앉고 있는 즈이카쿠. 마지막 군함기 하강식 이후 승무원들이 "반자이(만세)"를 외치고 있다.

나카무라 류조

전함 야마토

'만철 폭파 사건'으로 불리는 관동군의 조작 사건이 만주사변의 불씨가 됐다.

헨리 푸이. 마지막 황제인 푸이는 만주국 1대 황제가 되었다.

만주국 초대 내각

'5 · 15 사건'을 보도한 《아사히신문》

철로의 폭발 부위를 조사 중인 리튼 조사단

마쓰오카 요스케

마지노선

베르됭 전투

앙드레 마지노

마지노선의 내부

에리히 폰 만슈타인

프랑스의 항복 조인식

프랑스에서 일어난, 제1차 세계 대전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였던 베르됭 전투

역시 프랑스에서 일어난, 제1차 세계 대전의 향방을 결정지은 마른 전투

솜 전투에서 첫선을 보인 영국의 Mk 1 전차. 영국은 대규모 모병 활동을 통해 프랑스군에 필적하는 군대를 갖기도 했다. 영국은 솜 전투에서 제1차 세계 대전 사상 최초로 전투를 주도했다.

베르사유 조약의 체결

베르사유 조약 체결 당시의 만평. 뒤돌아 우는 아이가 독일이다.

존 케인스

독일 수상과 러시아 대표단

로카르노 조약의 주역들. 왼쪽부터 독일의 구스타프 슈트레제만, 영국의 오스틴 체임벌린, 프랑스의 아리스티드 브리앙

아돌프 히틀러

수권법에 서명한 당시 정부 요인들. "Der Reichskanzler(수상) : Adolf Hitler"가 눈에 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된 단치히 회랑

1935년 9월 뉘른베르크 퍼레이드에서의 히틀러

스트레사 전선을 풍자한 삽화

스캐퍼 플로에서의 자침으로 독일 해군의 전력은 심각하게 떨어졌다.

독일을 둘러싼 나라들이 일종의 포위망을 만들었다.

라인란트에 입성하는 독일군

노란색이 라인란트로 벨기에와 닿아 있다.

진한 선이 마지노선의 핵심 방어망이다.

에방에마엘 요새

 

 

 

 

 

 

 

 

 

posted by 황영찬
2016. 6. 24. 14:11 내가 읽은 책들/2016년도

2016-006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과학 노트

 

A. 리히터 엮음 | 조한재 옮김

2002, 서해문집

한국과학문화재단 과학고전시리즈 6

 

L e o n a r d o   d a   V i n c i

 

자연 현상과 사람, 사물에 대한

다 빈치의 수많은 관찰 기록을 읽다 보면

그는 르네상스 시대가 선사한

최고의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의 《과학 노트》에는

하나의 일관된 정신세계로부터 창출된

사물과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들로 가득하다.

천재적인 인물의 위대한 생각을

항상 가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며 최대의 행복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플로랑스 지방에서 소년기를 보냈던 레오나르도는 그 때 이미 그림이야말로 세상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수단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러한 신념아래 열성적으로 그림 그리기에 매달렸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모습은 안 보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정신세계에 매료되고 있었다. 예술가적 감각과 과학자의 지적 욕망을 조화시킨 가운데 사물들과 그 움직임을 분석했던 그는 자연 및 그것의 구조, 생명에 대한 연구ㅜ를 통해 그러한 조화를 실현시켰다. 그 결과 자연과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날로 깊어져 갔고, 그를 통해 습득한 자연의 법칙을 확인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으며 그것을 그의 작품에 도입하였다.

따라서 그의 노트를 읽으면 탁월한 통찰력과 일관된 그의 사상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자리(Vasari)는 그가 쓴 《예술가의 자서전》 서두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때때로 하늘은 인간이 아닌 신을 우리에게 내려 보내는데, 그의 생각과 뛰어난 지식의 도움을 받아 우리 모두가 하늘에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생각을 항상 가까이 할 수 있음은 최고의 교육이며 최대의 행복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 <역자 서문> 중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다 빈치는 1458년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한 공증인의 서자로 태어났다. 스무살 때 화가들의 사교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플로랑스로 옮겨베로치오에게 사사하였다. 1482년 밀라노로 옮겨 17년간 거주한다. 이 시기에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을 비롯한 다수의 위대한 작품을 남긴다. 1500년 다시 플로랑스로 돌아와 그곳에서 <모나리자(Mona Lisa)>를 완성하고, 1519년 프랑스에서 죽음을 맞는다.

위대한 화가이자 음악가, 재기발랄한 과학자였던 그는 모든 학문에 대단한 열정을 보였다.

그가 남긴 노트는, 표지가 꽃과 구름 · 새 · 태아 그리고 하늘을 나는 기계 · 축성술 · 수로 등에 대한 설계도면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 노트에는 그의 끝없는 호기심과 뛰어난 재능이 잘 나타나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은----------------------------------------------------------------

우리 나라 과학 기술 문화를 창달하는 공익재단으로서, 과학 기술 문화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증진시키고, 비효율 · 불합리한 사회 풍토를 개선하여 합리적 · 효율적인 사회로 전화시키며, 청소년들이 과학 기술에 대한 꿈과 포부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엮은이 리히터(IRMA A. Richter)

《미학입문》, 《거인》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시인 장 폴 리히터(Jean Paul Richter)의 딸로, 그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저작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문학작품》이라는 저작선집을 만들었다. 본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과학 노트》도 그녀의 책에서 뽑아 엮은 것이다.

 

옮긴이 조한재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역서로는 《첨단제품, 원리를 알면 생활이 즐겁다》 등이 있다.

 

차례

■ 역자 서문

■ 감사의 글

 

Ⅰ. 참과학

    1. 경험

    2. 이성과 자연의 법칙

    3. 수학적 표현

    4. 실험

    5. 참지식을 찾아서

 

Ⅱ. 우주

    1. 네 가지 요소

        1) 물

        2) 바다와 육지

            (가) 대홍수와 조개껍질

            (나) 강과 지층

            (다) 지중해

        3) 물과 공기

        4) 땅, 물, 공기 그리고 불

        5) 소우주와 대우주

        6) 원소 속의 영혼 : 그 한계

        7) 천구

    2. 자연의 네 가지 동력

        1) 중량

        2) 힘과 중량

        3) 운동

        4) 운동과 무게

        5) 운동과 힘

        6) 임페투스와 충격

    3. 역학 - 응용 역학에 관한 저서들에 대한 참조

        1) 마찰

        2) 무게 측량 기구

        3) 바퀴와 중량

        4) 나사

 

Ⅲ. 비행

    1. 바람과 물 속에서의 운동

    2. 새 날개의 구조

    3. 수영과 비행

    4. 비행기계

 

Ⅳ. 예술에서의 과학

    1. 미술학 과정

        1) 눈과 물체의 외관

            (가) 오감

            (나) 눈

            (다) 원근법

        2) 물체의 표면과 빛

            (가) 기하학적 기초

            (나) 명암과 색

        3) 물체의 생명과 구조

            (가) 비례

            (나) 인체의 해부학과 움직임

            (다) 생리학

            (라) 혀

            (마) 입술

            (바) 태아

            (사) 비교해부학

            (아) 직물

            (자) 식물

        4) 정신의 표현

        5) 구도

    2. 예술의 비교

        1) 회화, 음악 그리고 시

        2) 시간과 공간

        3) 소리와 공간

        4) 회화와 조각

    3. 건축 계획

    4. 화가의 생애

 

■ 이 책에 실린 참고문헌의 약어 설명

■ 주

■ 해설 -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하여

 

 

 

 

posted by 황영찬
2016. 6. 13. 15:41 내가 읽은 책들/2016년도

2016-005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서민 지음

2016, 을유문화사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그들은 어떻게 지구의 2인자가 됐을까?

중간숙주에서 종숙주로, 땅에서 몸속으로! 신출귀몰 기생충 생활사

 

서민 교수가 자신의 '필생의 역작'으로 꼽은 책!

흥미롭고, 독특하고, 무서운 기생충들과의 만남이 주는 지적 호기심!

과학 책은 딱딱하다는 고정 관념을 깨며 유쾌하게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의 재미!

이 책은 과연 그가 그렇게 말할 만하다.

 

지구 생태계 서열 2위,

기생충의 생존 비밀!

때로는 은둔하고, 때로는 지배하는 '종횡무진 기생충 생존기'

 

아마 인간은 멸종하더라도 기생충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한때 대다수 사람들의 몸속에 기생하며 맹위를 떨치던 기생충은 지금도 인간에 이어 지구의 2인자로, 거의 대부분의 생물 안에 기생하며 번성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다른 생물에 기생하며 살아왔을까? 숙주가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사는 '더물어 살자 기생충'부터 알이나 유충을 종숙주에게 보내기 위해 중간숙주를 죽이는 '나 혼자 살자 기생충'까지 그들의 생존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발 '자손 번식'이다. 그들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살아왔다. 숙주를 돕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면서.

 

이미 다 사라진 줄 알았지만 아직도 많은 아이들의 머리에 들러붙어 있는 '머릿니', 성병으로 분류되며 사람만을 숙주로 삼는 '질편모충', 물고기 혀의 피를 빨아 먹어 혀가 떨어져 나가게 해 놓곤 자신이 혀 노릇을 대신하는 '시모토아 엑시구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을 죽이는 무서운 킬러 '파울러자유아메바',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기생충계의 드라큘라지만 알레르기 치료제(항응고제로도 특허를 내고 개발 중)로 유용하게 쓰이는 '구충', 평소엔 온순하다가 갑자기 암세포로 돌변해 사람을 위협하는 안면 돌변 기생충 '왜소조충', 인체 내에서 자가감염을 하며 수십 년을 생존하는 '분선충' 등 흥미진진한 기생충들을 만날 수 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보다 더 흥미롭고 독특하고 무서운 기생충들!

저는 기생충이 재미없으면 글발로 만회하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쓰려고 자료를 뒤지다 보니 이 기생충들도 다 나름의 스토리를 가진 신비한 것들이더군요. 물고기의 혀를 없애 놓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이 혀 노릇을 대신하는 시모토아 엑시구아, 잠복해 있는 동안 심장을 망가뜨려 20년 후 갑작스럽게 사람을 죽게 만드는 크루스파동편모충, 고환을 이동시키는 이전고환극구흡충 등듣 이전 책의 기생충들보다 훨씬 흥미로운 기생충들이 원고를 채워 갔습니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를 쓰는 지난 8개월은 『기생충 열전』을 쓸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나날이었습니다.                                                                                                - 여는 글 중에서

 

지은이

서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때 선택의학 과목으로 기생충을 선택했다가 남은 생을 기생충과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는 단국대학교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에서 기생충을 연구하는 소위 기생충학자로서 글과 강연을 통해 기생충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쓰는 중이다. MBC <컬투의 베란다쇼>, KBS <아침마당>, tvN <어쩌다 어른> 등 여러 방송을 통해서도 기생충 대중화에 힘써 왔다. "기생충에 관대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은 기생충에 한 번도 감염된 적이 없다는 게 부끄럽다는 그는 누구나 기생충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도록 기생충박물관을 건립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에 이어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를 펴낸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차례

 

여는 글 : 이 책은 속편이 아니다

 

. 착한 기생충

  1. 원포자충 | 미국을 놀라게 한 기생충

  2. 시모토아 엑시구아 | 책임감의 상징

  3. 요코가와흡충 | 요코가와 부자의 기생충 사랑

  4. 구충 | 기생충계의 드라큘라

  5. 분선충 | 기회주의의 표상

  6. 람블편모충 |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지알디아

  7. 왜소조충 | 약자만 노리는 기생충

  기생충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삶 ① | 기생충 연구와 노벨상

 

Ⅱ. 독특한 기생충

  1. 싱가무스 | 남녀간의 영원한 사랑

  2. 고래회충 | 고래회충의 진실

  3. 이전고환극구구흡충 | 고환이 움직이는 기생충

  4. 동양안충 | 눈에 사는 기생충

  5. 머릿니 | 아직도 유행하는 기생충

  6. 유극악구층 | 피부를 기어 다니는 기생충에 대한 공포

  7. 질편모충 | 성적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기생충

  8. 포충 |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생충

  기생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② | 동물 기생충 연구의 활성화 필요

 

Ⅲ. 나쁜 기생충

  1. 파울러자유아메바 | 뇌를 먹는 아메바의 정체

  2. 간모세선충 | 연쇄 살인범 간모세선충에게도 희망은 있다?

  3. 크루스파동편모충 | 샤가스씨병의 원인

  4. 광동주혈선충 | 치명적인 달팽이의 유혹

  5. 이질아메바 | 이질을 일으키는 아메바

  6. 도노반리슈만편모충 | 흑열병, 모래파리의 비극

  기생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③ | 기생충 망상증

 

특별 부록 | 내 몸 안에도 기생충이 있을까? : 자가 검사법

 

맺음말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찾아보기

 

원포자충 오오시스트

인체에 들어오는 성숙한 오오시스트(왼쪽), 인체 안에서 터져서 포자소체가 나오기 직전의 모습(오른쪽)

실란트로. 우리는 흔히 '고수'라고 부른다. 잎에서 독특한 향이 난다

원포자충의 생활사

① 사람이 대변으로 미성숙한 오오시스트를 배출한다. 변에서 막 나온 오오시스트(알의 일종)는 감염력이 없다. 그래서 변에 오염된 음식을 먹는다고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② 미성숙한 오오시스트가 외계로 나간다.

③ 물 등 외부 환경에서 오오시스트의 성숙이 이루어진다.

④ 성숙한 오오시스트가 딸기나 바질 같은 신선한 음식이나 물에 들어가며, 이것들이 인체감염원 역할을 한다.

⑤ 성숙한 오오시스트는 오오시스트 내에 두 개의 주머니가 있고, 각각의 주머니에 두 개의 포자소체를 갖는다. 이게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면 감염이 이루어진다.

⑥ 오오시스트는 소화기 내에서 주머니를 벗고 포자소체를 방출한다. 포자소체는 소장 상피세포에 들어가 1형 증원생식체와 2형 증원생식체를 만드는데, 1형과 2형은 그 안에 있는 낭충의 개수에 따라 구분한다. 1형 증원생식체가 터지면서 낭충이 장상피세포 밖으로 나가고, 이 낭충은 다시 다른 상피세포를 감염시키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장상피세포의 계속적인 파괴가 이루어진다. 이를 무성생식 단계라고 부른다.

⑦ 2형 증원생식체는 각각 암컷과 수컷 생식세포가 되며, 이들의 결합으로 인해 접합자(zygote)가 생긴다. 접합자는 미성숙 오오시스트가 돼 대변을 통해 외계로 나간다.

 

원포자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8 ~ 10㎛

● 수명 | 수일 ~ 수개월

● 감염원 | 대변

● 특징 | 사람이 유일한 종숙주다. 소화기관을 구성하는 세포 안에 들어가 산다. 대략 7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설사가 시작된다. 건강한 사람은 2주 안에 설사가 멎지만 면역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은 설사가 지속될 수 잇다.

● 감염 증상 | 물 같은 설사, 피로, 체중 감소, 복통

● 진단 방법 | 항산성염색

● 착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지카바이러스는 뇌 없는 아이를 태어나게 한다는데, 2주 이내에 멎는 설사 정도면 양반이다.

 

상어의 눈물처럼 보이는 게 상어 눈에 매달려 있는 오마토코이타 엘롱가타다

물고기의 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시모토아 엑시구아

시모토아 엑시구아의 생활사

유충이 발육해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게 되면 자신의 숙주인 적도미(red snapper)를 찾아나선다.

적도미를 찾으면 아가미로 가서 성충으로 자란다.

유충은 6개의 체절과 다리가 있으며, 성충이 되면 7개로 늘어난다. 유충 중 하나가 암컷으로 발육하며, 물고기 한 마리당 하나씩만 암컷이 생긴다.

암컷이 입으로 이동한다

특별히 고안된 앞발을 이용해 혀에 매달린다. 이 경우 혀는 혈액 공급이 안돼서 썩게 되고, 결국 떨어져 나간다. 혀가 없어지면 시모토아 엑시구아가 혀 노릇을 대신한다

죽은 물고기에 매달려 있는 시모토아 엑시구아

 

시모토아 엑시구아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가슴에 일곱 쌍의 다리가 있다. 수컷 2cm, 암컷 3cm

● 수명 |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기생하던 물고기가 죽었다고 다른 물고기에게 가지는 않는다)

● 감염원 | 사람에겐 감염되지 않는다.

● 특징 | 물고기의 혀에 구멍을 뚫고 피를 빨아 먹는다. 피가 부족해서 혀가 썩어 떨어져 나가면 시모토아가 없어진 혀의 역할을 대신한다.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

● 감염 증상 | 물고기의 건강상 별 이상은 없다.

● 진단 방법 | 사람에겐 감염되지 않으므로 진단할 필요도, 방법도 없다.

● 착한 기생충으로 선택한 이유 | 혀를 없앤 건 분명 잘못한 것이지만, 그 뒤 행동이 후세의 귀감이 된다.

 

요코가와흡충증의 생활사

① 성숙된 충란에는 섬모유충이 들어 있으며, 이 충란이 종숙주의 대변을 통해 외계로 나간다.

② 충란에서 나온 섬모유충은 제1 중간숙주인 패류의 조직을 뚫고 들어간다.

③ 패류에서 유미유충이 나온다.

④ 유미유충은 제2 중간숙주인 물고기로 들어가 근육에서 주머니를 쓰고 피낭유충이 된다.

⑤ 사람은 덜 익힌 생선을 먹을 때 피낭유충을 먹게 돼 감염된다.

⑥ 피낭유충은 소장에서 주머니를 벗는다.

⑦ 주머니를 벗은 피낭유충은 소장에서 성충이 된다.

⑧ 물고기를 먹는 포유류나 조류도 요코가와흡충에 감염될 수 있는 데, 이걸 자연계종숙주라고 한다.

패류 조직에서 낭상충 → 레디아 → 유미유충을 거치면서 숫자가 늘어난다.

 

요코가와흡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길이 1.0 ~ 1.8mm

● 수명 | 3개월

● 감염원 | 은어, 붕어

● 특징 | 디스토마(흡충)는 일반적으로 고환이 몸 중앙부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데, 요코가와흡충은 충체 맨 끝부분에 있다. 복흡반의 위치도 일반 흡충과 달리 완전히 오른쪽이다.

● 감염 증상 | 복통과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감염될 경우에는 한두 마리만으로도 복통을 일으키는 반면, 날로 먹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몇 십, 몇 백 마리가 있어도 별다른 증상이 없기도 하다. 단골 대접을 할 줄 아는 기생충이다.

● 진단 방법 | 대변 검사

● 착한 기생충에 선정한 이유 | 애볼라바이러스는 온 몸의 구멍에서 피가 나와 치사율이 70%인데, 요코가와흡충은 기껏 설사와 복통이 고작이고, 그나마 유행지 주민들에게는 증상도 없다.

 

구충의 유충

구충 수컷의 끝부분

구충의 생활사

① 사람이 변을 볼 때 충란이 나온다.

② 충란에서 유충이 나온다. 이때 유충은 곤봉 모양의 식도를 가진 간상형 유충이다.

③ 간상유충이 5 ~ 10일 정도 지나면 인체에 감염력을 지닌 사상유충이 된다.

④ 사상유충이 사람과 접촉하면 피부를 뚫고 감염된다. 유충은 혈액을 타고 심장으로 갔다가 폐로 가고, 최종적으로 소장에 가서 성충으로 자란다.

 

구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목을 앞쪽으로 구부리고 있어서 전체적인 모양이 갈고리처럼 보인다. 얼굴의 대부분을 입이 차지하고 있다. 약 1cm

● 수명 | 약 1년

● 감염원 | 흙(흙 속에 있던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감)

● 특징 | 사람에게 감염되는 구충은 두 가지가 있는데, 두비니구충은 두 쌍의 치아가 있고, 아메리카구충은 칼처럼 생긴 절단판이 입 양쪽에 달려 있다. 기생충 중에 호랑이에 필적할 멋진 이빨을 가진 건 구충뿐이다. 그리고 이 멋진 '치아'와 '절단판'으로 피를 빨아 먹는다. 이 둘 사이에 얼굴 모양 말고는 육안으로 구별할 만한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알레르기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인다.

● 감염 증상 | 빈혈

● 진단 방법 | 대변 검사

● 착한 기생충에 선정한 이유 |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쓰이는 것만으로도 착한 기생충에 선정될 충분한 이유가 되는데(게다가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있다), 항응고제로서의 역할까지 기대되는 녀석이다. "구충이 먹는 하루 0.15cc의 피를 아까워하지 맙시다. 그보다 훨씬 많은 적혈구가 비장에서 매일 파괴됩니다."

 

분선충의 생활사

① 사람의 대변을 통해 간상유충이 나간다.

② 간상유충은 흙 속에서 성충이 되며, 이 성충은 자유생활을 영위한다.

③ 성충의 암수 짝짓기에 의해 충란이 만들어진다.

④ 충란에서 간상유충이 나온다.

⑤ 간상유충이 감염력을 지닌 사상유충으로 발육한다.

⑥ 감염력이 있는 사상유충이 사람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감염이 이루어진다.

⑦ 인체에 들어간 사상유충은 혈액 속으로 들어간 뒤 최종적으로 소장에 정착한다.

⑧ 사상유충은 소장에서 성충이 된다. 인체에서 분선충 성충은 오직 암컷만 발견된다.

⑨ 성충이 장점막에서 알을 낳으면 바로 부화해 유충이 되고, 장관 내로 나온다.

⑩ 분선충은 사람 몸 안에서 숫자를 늘리는, 소위 자가감염이 가능하다. 자가감염에는 장관 내로 나온 간상유충이 사상유충으로 자란 뒤 장점막을 뚫고 들어가는 내부 자가감염이 있고, 항문 주위에 있는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감염이 되는 외부 자가감염이 있다. 이런 자가감염 덕분에 분선충은 수년간 감염이 지속될 수 있고,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선 분선충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

간상유충이 발육해 감염력이 있는 사상유충으로 되기도 한다.

분선충 암수가 교접하고 있는 모습

 

분선충

● 위험도 | ★(정상) /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 형태 및 크기 | 암컷 몸길이 약 2mm

● 수명 | 자가감염을 할 경우 수십 년

● 감염원 | 흙

● 특징 | 자유생활과 기생생활을 모두 영위한다. 자가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마리가 인체에 수십년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만성감염이 가능하다. 면역 기능이 정상일 때는 착한 기생충이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위험한 기생충이 된다.

● 감염 증상 | 인체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설사, 구토나 장에 궤양이 생긴다. 또한 분선충의 유충이 폐로 몰려가 호흡기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 진단 방법 | 대변 검사

● 착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분선충. 이건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면역력이 있을 때만 착한 것도 일단은 착한 걸로 봐 주자.

 

하늘을 나는 연 같은 느낌을 주는 람블편모충. 사람의 얼굴 같은 모습이다.

람블편모충의 생활사

① 대변으로 영양형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다.

② 인체 감염은 람블편모충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손이나 기타 매개물을 통해 이루어진다.

③ 포낭이 인체에 들어오면 소장에서 주머니를 벗고 두 개의 영양형이 된다.

④ 영양형은 이분법으로 증식하며, 흡반을 이용해 상부 소장에 부착한 뒤 살아간다.

⑤ 영양형이 대장으로 가면 주머니를 쓰고 포낭이 된다. 환자의 변에서 발견되는 것은 주로 이 포낭이다.

장점막을 덮은 람블편모충 무리

 

람블편모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앞은 둥글고 뒷부분은 다소 뾰족한데, 편모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몸 끝부분에 편모 두 개가 드리워져 있어서 날리는 연과 비슷하다. 크기는 영양형은 10 ~ 20㎛, 포낭형은 8 ~ 10㎛이다.

● 수명 | 수 개월

● 감염원 | 물

● 특징 | 양쪽에 핵이 하나씩 있어서 눈처럼 보이고, 중앙소체라는 두 개의 휘어진 막대 구조물이 위치해 입 비슷한 느낌을 주어 웃는 모습처럼 보인다.

● 감염 증상 | 식욕 부진, 경미한 설사, 복통

● 진단 방법 | 대변 검사

● 착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예쁜 게 착한 거다'라며 무조건 선정한 건 아니다. 람블편모충은 조직을 절대 파괴하지 않는다. 다만 매달려 있을 뿐.

 

왜소조충

 

왜소조충의 생활사

① 감염된 사람의 대변을 통해 왜소조충의 알이 배출되며, 왜소조충의 알은 사람에게 감염력이 있다. 이 알은 외계에서 10일 이상 살 수 있다.

② 벼룩이나 딱정벌레 등의 중간숙주가 이 알을 먹으면 알이 부화해 유낭미충(cysticercoid)이 된다.

③ 사람이나 다른 설치류가 유낭미충을 갖고 있는 곤충을 먹으면 감염이 이루어진다.

④ 왜소조충의 알이 음식이나 물, 손 등에 묻어 있는 경우, 이를 통해서도 인체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

⑤ 인체 내에 들어간 알이 부화해 육구유충이 나온다. 육구유충은 장 융모를 뚫고들어가 유낭미충으로 발육한 뒤 다시 장으로 돌아간다.

⑥ 장으로 간 유낭미충은 감추고 있던 두절을 끄집어 낸 뒤 장점막에 묻는다.

⑦ 유낭미충이 성충으로 발육한다.

⑧ 편절에 있는 생식공을 통해 충란이 배출되지만, 편절이 찢어져 그 안에 있던 충란이 배출되기도 한다.

⑨ 장 안에서 알이 부화해 성충으로 자라는, 소위 자가감염이 일어나기도 한다. 왜소조충의 원래 수명은 4 ~ 6주이지만, 자가감염으로 인해 몇 년 이상 감염이 지속될 수 있다.

왜소조충에서 생긴 암

 

왜소조충

● 위험도 | ★(정상) /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 형태 및 크기 | 머리 아래 목이 있고, 그 아래부터 200개 정도에 달하는 편절(마디)이 달려 있다. 수많은 마디로 되어 있지만 길이는 고작 수 센티미터다.

● 수명 | 4 ~ 6주, 자가감염을 하면 수 개월 ~ 수 년

● 감염원 | 쌀벌레

● 특징 | 대부분의 기생충은 사람이 알을 섭취했을 때 부화하지 못하고 대변으로 빠져나가거나 유충이 되어도 발육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소조충은 사람이 그 알을 먹어도 성충이 되기 때문에 감염이 된다. 숙주 내에서 자가감염이 가능하며, 감염이 쉬운 편이다.

● 감염 증상 | 증상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사람의 면역이 억제되면 유충들이 몸의 각 부분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다.

● 진단 방법 | 대변 검사, 조직 검사

● 착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5미터 넘는 조충이 널린 세상에서 2센티짜리 벌레를 욕하시렵니까?

 

방선균

회선사상충(위)과 먹파리

새의 기도에 기생하는 싱가무스 트라키아. 긴게 암컷이고 하단의 작은 게 수컷이다.

싱가무스 라링지우스의 생활사

1. 사람은 감염력이 있는 충란이나 유충이 들어 있는 음식, 물, 기타 중간숙주를 먹을 경우 감염된다.

2. 장으로 간 유충이 장벽을 뚫고 장간막에 있는 혈관으로 들어간다.

3. 유충이 폐로 간 뒤 거기서 성충으로 자란다.

4. 성충은 기도나 후두 부위로 간 뒤 거기서 기도 점막에 붙어서 산다.

5. 암컷과 수컷은 Y자 모양을 이루며, 둘 사이에서 교접이 이루어진다.

6. 싱가무스가 낳은 충란은 기침 등을 통해 위[上]쪽으로 올라간다. 이때 충란이 식도로 삼켜질 수 있다.

7. 삼켜지지 않은 충란은 객담으로 나간다.

 

싱가무스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암컷이 20mm, 수컷이 6mm. 암수딴몸인데 암수가 항상 붙어 잇다. 길이가 긴 암컷에 수컷이 붙어 있어서 끝 부분이 둘로 갈라져 있는 Y자 형태처럼 보인다.

● 수명 | 싱가무스 라링지우스의 수명은 알려진 바가 없고, 새의 기도에 사는 싱가무스 트라키아는 닭에서 92일, 칠면조에서 126일을 살았다고 한다.

● 감염원 | 땅 속에 있던 알이 야채나 과일, 물 등을 통해서

● 특징 | 싱가무스 트라키아는 새의 기도에 사는데, 싱가무스 라링지우스는 소, 양 같은 가축에 산다. 싱가무스 트라키아 인체 감염은 보고된 바가 없지만 싱가무스 라링지우스는 인체 감염을 일으킨다. 일반적인 기생충의 경우 성충을 먹으면 소화돼 버리지만, 싱가무스 라링지우스는 성충을 먹어도 감염될 수 있다. 충체가 기도에 붙어 있다가 기침할 때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 감염 증상 | 싱가무스 라링지우스에 감염되면 초반엔 열이 나고 기침이 나다가 이후엔 계속 기침만 하는데, 가래도 생기고 가래에 피가 섞이기도 한다. 충체가 기도를 막다 보니 천식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 진단 방법 | 기관지 내시경, 객담 검사

● 독특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남녀 간의 사이가 좋은 건지, 아니면 수컷이 암컷한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건지 그렇게 붙어 다니는 게 독특하다. 그리고 영양분 많은 다른 곳을 놔두고 왜 하필 기도에 붙어서 사는가. 기침하면 튀어나와서 사람들 놀라게 해 주려고? 참 독특하다.

 

고래회충의 생활사

① 해산 포유류가 변을 볼 때 미성숙 충란이 나온다.

②a 충란이 물속에서 성숙해져 유충이 생기고, 한 번 탈피해 2기 유충이 된다.

②b 2기 유충이 알에서 나온 뒤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친다.

③ 이 유충은 해산갑각류에게 먹히고 그 안에서 3기 유충이 된다.

④ 감염된 해산갑각류가 물고기나 오징어 등 두족류에게 먹히면 해산갑각류는 죽지만 그 안에 있던 유충이 근육으로 기어나온다. 이 물고기를 더 큰 물고기가 잡아먹으면 유충은 큰 물고기로 옮겨 간다.

⑤ 물고기나 두족류에 들어 있는 3기 유충이 인체 감염형이다.

⑥ 3기 유충을 가진 물고기나 두족류가 종숙주인 해산포유류에게 먹히면 두 번 탈피한 뒤 성충이 된다. 해산 포유류가 대변을볼 때 충란이 나간다.

⑦ 사람은 우연히 감염되며, 주로 날생선이나 덜 익힌 해산물을 먹고 감염된다.

고래회충증의 진단은 위내시경으로 유충(약 2센티)을 발견하면 된다.

생선에서 나온 필로메트라

 

고래회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성충 : 10 ~ 15cm, 유충 : 1 ~ 2cm

● 수명 | 인체 내에서는 일주일 이내에 죽는다.

● 감염원 | 내장을 제거하지 않았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회

● 특징 | 생식기가 짝짝이다. 인체에서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고 유충으로 남는다.

● 감염 증상 | 복통, 고래회충의 유충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피부 발진이나 두드러기, 가려움증)

● 진단 방법 | 위내시경

● 독특한 기생충에 선정한 이유 | 인체 감염의 경우, 고래한테 가려다가 사람한테 잘못 들어온 거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황해 머리를 박고 숨으려 한다. 길치라서 슬픈 고래회충.

 

이전고환극구흡충의 생활사

① 사람의 대변으로 미성숙 충란이 나온다.

② 충란은 물속에서 성숙한다.

③ 성숙한 충란의 뚜껑을 열고 섬모가 있는 섬모유충이 나온다.

④ 패류에게 먹힌 섬모유충은 낭상충 → 레디아 → 유미유충이 되면서 숫자를 불린다.

⑤ 유미유충은 꼬리가 있어 헤엄을 칠 수 있다. 유미유충이 물속으로 배출되면 물고기 등의 2중간숙주를 뚫고 들어 간다.

⑥ 유미유충은 2중간숙주 안에서 꼬리를 떼고 주머니를 뒤집어 쓴, 피낭유충이 된다. 사람이나 새 등 종숙주가 2중간숙주를 먹으면 감염이 이루어진다.

⑦ 인체 내에 들어간 피낭유충은 십이지장에서 주머니를 벗는다(탈낭).

⑧ 작은창자 안에서 성충이 된다.

 

이전고환극구흡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성충 : 약 1cm. 입(구흡반) 주위에 가시가 있다.

● 수명 | 수개월로 추정

● 감염원 | 미꾸라지, 개구리

● 특징 | 고환의 위치가 제각각이고 고환 수도 조금씩 다르다.

● 감염 증상 | 복통

● 진단 방법 | 내시경

● 독특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이 아이들에겐 고환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으며, 위치도 제각각이다.

 

동양안충의 생활사

① 종숙주의 눈 속에 있는 동양안충이 결막 안에 살면서 유충을 낳는다(1기유충).

② 중간숙주인 벡터가 종숙주의 눈물을 핥을 때 1기 유충도 같이 섭취된다.

③ 유충이 중간숙주 안에서 3기 유충으로 자란다. 다자란 3기 유충은 벡터의 입으로 이동한다.

④ 개나 다른 개과 동물, 가축, 말 등이 동양안충의 종숙주 역할을 한다. 벡터인 곤충이 이들의 눈물을 핥을 때 동양안충이 종숙주의 눈에 들어간다.

⑤ 성충은 결막낭 안에서 산다.

⑥ 벡터가 사람의 눈물을 핥을 때 3기 유충이 들어가 감염될 수 있다.

 

동양안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암컷이 12 ~ 18mm, 수컷은 8 ~13 mm이며, 길고 가늘다. 그냥 딱 기생충스럽게 생겼다.

● 수명 | 1년

● 감염원 | 아미오타 초파리

● 특징 | 진단과 치료 모두 눈에서 동양안충을 꺼내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 감염 증상 | 이물감, 결막염, 가려움증, 과도한 눈물, 눈에 뭔가가 떠다니는 느낌 등이 있을 수 있다.

● 진단 방법 | 눈 검사

● 독특한 기생충에 선정한 이유 | 수많은 곳 중 왜 하필 좁고 먹을 것도 없고, 심지어 손으로 꺼낼 수도 있는 눈에 기생하는지, 정말 독특하다.

 

디크 할스의 「가족의 풍경 : 아이들의 머릿니를 잡아 주는 여인(Scene familiere. L'epouilleuse)」(17세기경)

머릿니

몸니(위)와 사면발니

머리카락에 매달려 있는 머릿니의 알(위)과 암컷에서 분비된 끈끈이. 이 끈끈이는 머리카락을 다 덮고, 알까지 모두 감싸서 알이 단단히 둘러싸지게 한다

머릿니의 생활사

① 알 : 머릿니 암컷이 알을 낳으면 두피 근처 머리카락 아랫부분에 단단히 붙는다.

② 알이 부화하면 그 안에 있던 유충이 나오는데, 이걸 님프라고 부른다.

③④ 님프는 세 번 탈피 후 성숙하며, 성충이 된다.

⑤ 성충 : 성충은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지며,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크다. 왼쪽이 암컷이다.

 

머릿니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길이 3mm,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고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크다.

● 수명 | 30일

● 감염원 | 머리를 맞댈 경우나 빗, 모자, 수건 등을 같이 쓸 경우, 이불이나 침대를 같이 쓸 경우 등

● 특징 | 사람의 머리 피부에 붙어살면서 피를 빨아 먹는다. 그래서 변 색깔도 검붉다. 머릿니와 몸니는 종이 다르지만 두 종을 같이 붙여 놓으면 서로 짝짓기와 알 낳기가 가능해서 완전히 다른 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날거나 뛰지 못하지만 머리카락을 붙잡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빛을 싫어한다. 대부분의 기생충이 소식을 하는데, 머릿니의 유충은 피를 너무 많이 먹다가 장이 터져서 죽는 경우가 많다.

● 감염 증상 | 가려움증, 가려워서 긁다 보면 상처가 생겨 그 틈으로 세균이 들어갈 수도 있고 머리카락이 빠질 수도 있다.

● 진단 방법 | 육안

● 독특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기생충이면 몸 안에 들어와 살지, 왜 머리에 붙어서 이 난리인가? 게다가 대부분의 기생충은 적당한 양을 섭취하며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데, 머릿니는 너무 많이 먹다가 장이 터져서 죽는 경우가 많으니 그야말로 별종이다.

사람 피부에 나타난 유극악구충의 흔적

 

유극악구충의 제3기 유충. A : 유충 전체, B와 C : 머리 부위와 두극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

물벼룩 안에서 자란 유극악구충의 2기 유충

유극악구충이 생할사

① 종숙주가 변을 볼 때 미성숙한 알(충란)이 밖으로 나온다.

② 충란은 물속에서 성숙하며, 거기서 1기 유충이 나온다.

③ 물벼룩 등의 갑각류가 1중간숙주의 역할을 하는데, 1기 유충이 갑각류에게 먹히면 탈피해 2기 유충이 된다.

④ 제2 중간숙주인 물고기나 개구리, 뱀 등이 물벼룩을 먹으면 2기 유충은 이들의 근육으로 들어가 3기 유충이 된다.

⑤ 종숙주가 2중간숙주를 먹으면 3기 유충은 종숙주 안에서 성충으로 자란다.

⑥ 돼지는 개구리나 뱀 등을 잘 먹지 않으므로 3기 유충이 종숙주로 가지 못할 수 있다. 이때 새가 3기 유충을 가진 개구리나 뱀을 먹을 수 있는데, 새안에서 3기 유충은 더 발육하지 못한 채 그 상태로 머문다. 이 새를 돼지가 먹었을 때 3기 유충은 돼지에게 가서 성충으로 자란다. 이처럼 2중간숙주와 종숙주 사이의 간격을 메워 주는 숙주를 연장숙주(paratenic host)라고 한다.

⑦ 사람은 덜 익힌 물고기나 가금류를 먹고 감염된다. 물벼룩을 먹고 감염됐다는 보고도 있다.

유극악구충은 피부, 눈, 장기, 신경계 등을 침범할 수 있다.

유극악구충의 종숙주는 돼지, 고양이, 개, 기타 야생 동물로, 이들의 몸안에서 유극악구충 성충은 위벽에 덩어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산다.

3기 유충이 성충으로 자란다.

돼지악구충은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나 야생돼지가 종숙주다.

유극악구충의 성충

 

유극악구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유충 : 3mm, 성충 수컷 : 1 ~ 2.5cm, 암컷 : 1 ~ 3cm

● 수명 | 알려지지 않았다.

● 감염원 | 생선회

● 특징 | 입 근처에 둥글게 튀어나온 턱 비슷한 구조물이 있고, 거기에 가시가 네 줄로 촘촘히 배열되어 있다. 사람이 종숙주가 아니기 때문에 인체에서는 그냥 유충 상태로 머물게 되는데, 이 유충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람이 감염되면 위험하다.

● 감염 증상 | 생선회를 먹고 난 뒤 1 ~ 4주 후 피부가 선 모양으로 부푼다.

● 진단 방법 | 혈액 검사, 항체 검사

● 독특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내 몸에 뭔가가 있어! 피부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느껴져…….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독특한 기생충.

 

질편모충의 생활사

① 질편모충은 여성의 몸에서는 질을 비롯한 하부 생식기에서, 남성의 몸에서는 요도나 전립선에서 증식한다.

② 질편모충은 이분법으로 증식한다.

③ 질편모충은 포낭형이 없으며 영양형만 존재한다. 따라서 외계에서는 오래 생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질편모충은 성적 접촉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질편모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10 ~ 20㎛

● 수명 | 여성의 몸에선 수개월 ~ 수년까지 사는데, 남성의 몸에선 열흘 정도면 못 버티고 나간다.

● 감염원 | 성적 접촉

● 특징 | 몸 왼쪽에 파동막이 있는데, 이것이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은 역할을 해 혈액이나 점액 등 끈끈한 곳에서 움직일 때 도움을 준다. 사람만을 숙주로 삼는다. 바이러스를 제외하곤 가장 흔한 성병이다. 몸밖이라 해도 환경만 괜찮으면 세 시간 정도 버틸 수 있기 때문에 감염자의 속옷을 입거나 같은 목욕탕을 시용하면 감염될 수도 있다.

● 감염 증상 | 여성은 질 염증이 생겨 분비물이 많아지는데, 그 분비물은 황녹색을 띠고 안 좋은 냄새가 난다. 가려움증이나 소변볼 때 통증이 있을 수 있으며, 2차적 세균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남성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

● 진단 방법 | 질 분비물 검사

● 독특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전파 방식이 너무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겠다. 요상한 전파 방식이 선정 이유다.

 

단방조충

포충의 생활사

① 포충의 성충은 종숙주의 소장에 산다. 개나 개과 동물이 종숙주 역할을 한다.

② 종숙주가 변을 볼 때 유충이 들어 있는 알(자충포장란)이 대변과 함께 나간다.

③ 충란이 중간숙주에 섭취되면 알이 부화해 갈고리가 6개 달린 육구유충이 나온다. 육구유충은 장에 있는 혈관으로 들어간 뒤 혈액을 따라 여러 장기로 간다.

④ 육구유충이 가장 흔히 침범하는 부위는 간과 폐이며, 여기서 포충낭을 만든다.

⑤ 포충낭 안에서 원두절(성숙하지 않은 두절)이 생긴다.

⑥ 원두절에서 두절이 나와 종숙주의 장점막에 부착하고 성충으로 자란다. 성충으로 자라기까지 32 ~ 80일이 걸린다.

 

종숙주(개나 다른 개과 동물)

포충이 만든 주머니를 먹고 감염된다.

 

중간숙주

(양, 염소, 돼지, 등)

개의 대변으로 나온 알을 먹고 감염된다.

 

포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주머니 형태를 만드는데, 이 주머니가 계속 자란다.

● 수명 | 수십 년. 수술로 제거하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

● 감염원 | 개의 분뇨, 물

● 특징 | 아주 느리다. 주머니 크기를 1년에 1 ~ 2cm씩 늘리기 때문에 인체에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5 ~ 10년쯤 걸린다. 단방조충의 유충으로, 유충 상태로 인체에서 병을 일으킨다. 종숙주가 '개'이기 때문에 인체에서는 유충 상태로만 존재한다.

● 감염 증상 | 간 : 오른쪽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된다. 폐 : 가슴이 아프거나 객담에 피가 섞여 나온다. 눈 : 눈이 밖으로 돌출된다.

● 진단 방법 |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포충에 대한 항체 검사) 등

● 독특한 기생충에 선정한 이유 |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생충이다. 인체에 감염된 지 10년쯤 지나야 증상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있다면 믿겠는가?

 

종숙주의 항문을 빠져 나온 연가시

 

이질아메바 영양형

파울러자유아메바 포낭형(좌), 영양형(가운데), 편모형(우)

파울러자유아메바의 생활사

① 포낭

② 영양형

③ 편모를 갖춘 형태

④ 전유사분열 : 보통 유사분열 때는 성상체(aster)라고, 방사상으로 뻗는 섬유성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좀 하등한 생물체는 성상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유사분열을 하는데, 이를 전유사분열이라고 한다.

수영이나 수중 활동, 다이빙, 수상스포츠 등 물에서 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코에 물이 들어갈 수가 있다.

⑤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코의 점막을 통해 들어간다.

⑥ 파울러자유아메바는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하며, 건강한 사람에게서 원발성 아메바성 수막뇌염을 일으킬 수 있다.

뇌척수액이나 뇌 조직에서 영양형을 발견한다. 때때로 뇌척수액에서 편모형이 발견되기도 한다.

파울러자유아메바 영양형

 

파울러자유아메바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영양형은 7 ~ 20㎛, 포낭형은 9㎛

● 수명 | 수명을 알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죽는다.

● 감염원 | 저수지, 호수, 강, 온천, 수영장, 젖은 토양. 주로 수영하면서 감염된다.

● 특징 | 자유생활아메바라서 딱히 인간의 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숙주와 공존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만 병을 일으킨다(수영하려면 어느 정도는 건강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생충이 입을 통해 전염되는 반면, 이들은 수영하는 사람의 코를 통해 감염된다.

● 감염 증상 |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 목이 뻣뻣해진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느끼거나 코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심해지면 복시가 생기고 발작을 하거나 의식이 없어지는 등 뇌수막염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 진단 방법 | 뇌척수액 검사

● 나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치사율 95%, '내 공간을 침범한 자는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다'는 그들.

 

간에 있는 간모세선충의 단면. 파란색 화살표는 간모세선충의 작은 창자고, 검은색 화살표는 고환이다.

역시 간에 있는 간모세선충의 단면이다. 파란색 화살표는 간모세선충의 작은 창자고 검은색 화살표는 바실루스 띠(bacillary band)라고 하는, 편충과 선모충, 간모세선충 및 장모세선충에만 있는 배설 담당 기관이다.

간모세선충이 간에 있는 건 이 사진도 마찬가지다. 검은색 화살표는 편충과 간모세선충, 선모충에만 있는 염주세포(stichocyte)다. 이들의 식도는 염주 알 모양의 세포로 연결돼 있는데, 그 전체 식도를 스티코솜(stichosome)이라고 하며 하나 하나의 식도 세포를 염주세포라고 한다. 파란색 화살표는 위 사진에서 설명한 바실루스 띠다.

간모세선충의 생활사

① 성충이 간에 살면서 알을 낳는다.

② 쥐가 죽은 뒤 분해될 때 미성숙 충란이 배출된다.

③ 쥐끼리 서로 잡아먹거나 다른 포식자에게 먹힐 때 쥐의 간에 있던 충란이 들어간다.

④ ③에서 들어간 충란은 미성숙 충란이라 부화되지 못한 채 대변으로 나간다.

⑤ 충란이 흙 속에서 성숙되면 그 안에 유충을 갖게 된다(자충포장란이라고 한다).

⑥ 이 충란을 종숙주가 먹으면 그 안에서 부화해 간으로 간다.

⑦ 사람은 음식이나 물을 먹을 때 또는 흙장난을 할 때 충란을 섭취함으로써 감염된다.

 

간모세선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모세관처럼 대단히 가늘고 긴 충체. 약 5cm

● 수명 | 암컷은 59일, 수컷은 40일로 알려졌다.

● 감염원 | 흙

● 특징 | 흙 속에서 3주 이상 발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흙장난 할 때 손에 알이 묻는 경우가 많다.

● 감염 증상 | 간경화, 열이 나고 소화 불량이나 체중 감소, 식욕 감퇴 등의 증상도 생길 수 있다.

● 진단 방법 | 간생검, 혈청학적 방법, 간 CT 촬영

● 나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난 그저 알만 낳았을 뿐이고, 그 알을 처리 못해서 간경화가 일어났을 뿐이에요. 억울해요, 흑흑." 하지만 흙장난 하는 아이들에게 감염된다는 점과 간경화라는 무서운 증상에 이르게 한다는 점은 나쁜게 맞다. 숙주와의 공존이라는 기생충 정신을 짓밟았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감비아파동편모충

샤가스씨병으로 한쪽 눈꺼풀이 부은 아이

크루스파동편모충의 생활사

① 크루스파동편모충을 가진 빈대가 흡혈할 때 대변으로 크루스파동편모충을 배출한다. 크루스파동편모충은 빈대가 문 상처 부위를 통해 사람에게 들어오거나, 결막 같은 곳을 뚫고 들어오기도 한다.

② 인체에 들어온 크루스파동편모충은 가장 감염력이 좋은 발육 종말기 파동편모형으로, 이들은 빈대가 문 상처 주위의 세포들에 닥치는 대로 감염된다. 세포 안에 들어가면 이들은 편모를 떼고 무편모형이 된다.

③ 세포 안에 들어간 무편모형은 이분법으로 증식한다.

파동편모형은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고 그 안으로 들어가 무편모형이 된다. 이 단계가 반복되면서 임상증상이 나타난다.

④ 세포 안의 무편모형이 일정 숫자 이상이 되면 세포를 터뜨리고 나와 편모가 달린 파동편모형이 된 뒤 혈액속으로 들어간다.

⑤ 트라이토마 빈대가 흡혈할 때 파동편모형도 같이 섭취된다.

⑥ 파동편모형은 빈대의 장 가운데에서 위편모형이 된다. (파동편모형은 편모의 시작이 충체의 맨 뒷부분이며, 위편모형은 충체 가운데, 즉 핵 근처다)

⑦ 위편모형은 중장에서 증식한다.

⑧ 증식을 마친 위편모형은 장 끝부분에서 다시 파동편모형이 되는데, 이것을 발육 종말기 파동편모형이라고 한다.

 

크루스파동편모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1.5 ~ 4.0㎛ 크기의 난원형으로, 큰 핵과 운동핵을 가지고 있다.

● 수명 | 대부분 수개월 안에 죽지만, 일부가 수십 년을 살면서 병을 일으킨다.

● 감염원 | 빈대, 노린재

● 특징 | 크루스파동편모충이 인체에 들어오면 조금 증식한 뒤 바로 조직 속으로 숨어 버려서 잘 발견되지 않는다. 감염자 대부분 어릴 적 샤가스씨병에 걸렸지만 그걸 모른 채 살아가다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 감염 증상 | 열이 나고 근육통이 있고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 그리고 몸의 일부가 붓는 현상이 생기는데, 특히 한쪽 눈꺼풀이 붓는 경우가 많다.

● 진단 방법 | 초기에는 혈액 검사, 이후에는 항체 검사

● 나쁜 기생충에 선정한 이유 | "처음에 몸살 기운이 있다가 없어지니 다 나은 줄 알았지? 내가 그 동안 논 게 아니야. 오랫동안 널 지켜보며 네 심장을 갉아 먹고 있었다고." 조직 속에 숨어서 잘 발견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면 무서운 법. 무서운 건 곧 우리에게 나쁜 것이다.

 

달팽이에서 나온 광동주혈선충의 유충

주혈흡충 성충. 긴 게 수컷이고 짧게 밖으로 나온 게 암컷이다. 수컷이 깊은 터널 같은 곳에 암컷을 들어오게 해 평생 함께 살아간다.

광동주혈선충의 생활사

인체 감염 시 호산구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며, 이때 뇌척수액에서 호산구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동남아시아, 태평양의 섬들, 아프리카, 카리브 해 등에서 유행한다.

광동주혈선충의 성충은 설치류의 폐동맥에 살며 알을 낳는다. 알에서 나온 1기 유충은 식도로 건너가 결국 대변으로 나간다.

쥐는 종숙주로, 3기 유충을 먹으면 감염된다. 유충은 자라서 쥐의 폐동맥에서 산다.

1기 유충이 패류나 민달팽이에 들어가 3기 유충으로 자란다.

민달팽이나 패류가 중간숙주이며, 두 번 탈피 후 감염력을 가진 3기 유충이 된다.

사람은 3기 유충을 가진 음식물을 먹고 감염된다. 감염원이 되는 음식물은 덜 익힌 패류나 민달팽이, 그리고 연체동물의 분비물이 들어간 야채, 혹은 3기 유충을 가진 게나 새우 등이다.

사람은 우연히 감염된다. 인체에서는 성충으로 자라지 못해 유충 상태로 머물다 결국 죽는다. 사람이 유충을 배출하는 경우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즉  사람은 광동주혈선충을 전파하지 못한다.

광동주혈선충 암컷. 오른쪽 필기구와 비교해 보면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광동주혈선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암컷 22 ~ 34mm, 수컷 20 ~ 25mm

● 수명 | 인체 감염 시 그대로 두면 광동주혈선충이 수명대로 살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죽는다.

● 감염원 | 달팽이, 달팽이의 분비물이 묻은 채소, 달팽이를 먹은 개구리

● 특징 | 원래 사람의 기생충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 몸 안에 들어오면 거의 100% 증상을 일으킨다.

● 감염 증상 | 뇌 염증, 뇌막염

● 진단 방법 | 혈액 검사, 뇌 MRI 촬영

● 나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예쁜 달팽이다. 어서 먹어라. 나도 같이 들어가 뇌막염을 일으켜 줄 테니까." 뇌막염 등 인체에서 거의 100% 증상을 일으킨다.

 

이질아메바의 생활사

① 이질아메바에 감염된 사람은 대변으로 포낭이나 영양형을 배출한다. 대부분 포낭을 배출하지만 설사변에서는 포낭으로 변할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영양형이 발견되기도 한다.

② 인체 감염은 핵이 네 개 있는 성숙포낭을 먹을 경우 이루어진다. 대변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 그리고 손이 감염원 역할을 한다.

③ 탈낭 : 아메바가 주머니를 벗는 것을 탈낭이라고 하며, 소장에서 일어난다.

④ 탈낭을 하면 그 안에 있던 영양형이 나와 큰창자로 간다. 영양형은 이분법으로 증식한다.

⑤ 영양형의 일부는 포낭으로 변하며, 대변으로 나간다. 포낭은 수일 ~ 수주간 외계에서 생존이 가능하며, 인체 감염의 원인이 된다. 반면 영양형은 외계에서 쉽게 파괴되며, 사람에게 섭치돼도 위에서 죽어 버린다.

(A) 영양형이 장관 내에 머무르는 단계 : 이 단계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영양형 중 일부가 포낭이 돼 대변으로 나간다. 지금은 이런 아메바가 '이형아메바(Entamoeba dispar)'라는 게 알려졌다.

(B) 장에서 병을 일으키는 단계 : 영양형이 장벽을 파고들어가 증상을 일으킨다.

(C) 장 밖으로 나가 병을 일으키는 단계 : 영양형이 혈액을 타고 간이나 폐, 뇌 등 다른 곳으로 가서 병을 일으킨다.

이질아메바로 인해 생긴 플라스크 모양의 궤양

 

이질아메바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20㎛ 정도

● 수명 | 수개월

● 감염원 | 물

● 특징 | 이질을 앓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장에 궤양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간에 고름집을 만들어서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 영양형과 포낭형 단계를 왔다 갔다 한다. 위족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먹이도 삼킨다. 조직을 파먹어 궤양을 만드는데, 내려갈수록 침투 부위가 커지는 '플라스크 모양의 궤양'이 만들어진다.

● 감염 증상 | 감염 초창기에는 하루 몇 번 무른 변을 보는 정도에 그치지만, 이질아메바가 본격적으로 조직을 파괴하면 혈액과 점액이 섞인 설사를 수십 번씩하고, 격렬한 복통을 호소하게 된다.

● 진단 방법 | 대변 검사

● 나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난 람블편모충 따위와는 달라. 조직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다 때려 부술 거야." 이질을 앓게 한다. 더 이상의 이유가 필요할까?

 

흑열병의 벡터, 모래파리

도노반리슈만편모충의 생활사

① 모래파리가 흡혈할 때 편모가 있는 단계인 전편모형이 사람의 피부로 들어간다.

② 전편모형은 대식세포를 비롯해 내포 작용(식작용)을 할 수 있는 다른 세포에게 먹힌다.

③ 전편모형은 편모가 떨어진 무편모형 형태로 바뀐다.

④ 무편모형이 세포 안에서 증식하다가 어느 정도 숫자가 되면 세포를 터뜨리고 나와 다른 세포를 감염시킨다.

⑤ 모래파리가 흡혈할 때 무편모형 혹은 무편모형이 들어 있는 대식세포가 모래파리로 간다.

⑥ 도노반리슈만편모충에 감염된 세포가 모래파리의 장에 머물게 된다.

⑦ 무편모형은 모래파리의 장에서 편모가 있는 전편모형으로 바뀐다.

⑧ 장에서 분열해 숫자를 늘린 전편모형은 모래파리의 주둥이 근처로 간다.

 

도노반리슈만편모충

● 위험도 | ★★★★

● 형태 및 크기 | 편모가 달려 있다. 무편모형(숙주세포 내에 기생하는 구형의 충체)일 때는 3 ~ 5㎛로, 편모가 없고 핵과 운동핵만 가지고 있다.

● 수명 | 피부리슈만편모충은 수 주 내에 저절로 치유되지만(면역 세포에 의해 죽는데, 이후 인체는 면역이 생긴다), 도노반리슈만편모충은 그댈 두면 수명대로 살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죽는다.

● 감염원 | 모래파리

● 특징 | 흑열병을 일으킨다. 수면병을 일으키는 감비아파동편모충, 샤가스씨병을 일으키는 크루스파동편모충과 친척 같은 존재다. 내장에만 침범하는 도노반리슈만편모충과 피부에만 침범하는 피부리슈만편모충이 있다.

● 감염 증상 | 간과 비장이 파괴되고 열이 난다. 나중엔 골수까지 망가지고 피부도 검게 변한다. 말라리아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치료 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 진단 방법 | 도노반리슈만편모충 : 골수 검사, 피부리슈만편모충 : 피부 조직 검사

● 나쁜 기생충으로 선정한 이유 | "사람 몸 구석구석을 파괴하는 건 나밖에 없을 걸?" 골수까지 망가뜨리는 흑열병을 일으킨다.

성냥갑 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들이 들어 있다. 이런 걸 모아서 가져오시는 거다.

광절열두조충. 자세히 보면 수많은 마디로 이루어진, 기생충의 정교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시아조충. 마디 바깥쪽이 튀어나와 있는 게 보인다.

생선 히 안에 있던 필로메트라

근육 안에 있는 선모충

알에서 나오는 개회충의 유충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