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8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법정
2010, 샘터
시흥시대야도서관
SB042848
220.4
법74ㅅ
나는 내 삶을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닮지 않으면서 내 식대로 살고 싶다.
자기 식대로 살려면 투철한 개인의 질서가 있어야 한다.
그 질서에는 게으르지 않음과 검소함,
단숨함과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도 포함된다.
그리고 때로는 높이높이 솟아오르고,
때로는 깊이깊이 잠기는 삶의 리듬도 뒤따라야 한다.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는
저마다 자신이 선택해야 할 삶의 과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들 각자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단 하나뿐인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자기답게 사는 일이 긴요하다.
법정法頂
70년대 후반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지어 홀로 20년을 사신 뒤 지금은 강원도 산골 작은 오두막에서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계신다.
자연의 벗이 된 후,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곧고 정갈한 글을 통해 세상에 나눠주고 계신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길상사' 회주를 맡아 가끔씩 산에서 내려오시는데 변하지 않는 침묵과 무소유의 철저함이 마치 자연을 닮은 곧은 나무를 보는 듯하다.
스님의 향기가 배어 있는 작품으로 <서 있는 사람들>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소리> <산방한담> <텅빈 충만> <영혼의 모음> <무소유> <산에는 꽃이 피네> 등이 있다.
조금만 더 따뜻하고 조금만 더 친절해질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된다.
차례
대지로 돌아가라
눈 고장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
눈 고장에서
식물도 알아듣는다
섣달 그믐밤
과일을 잘 고르는 엄마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남도기행
입하절의 편지
생명을 가꾸는 농사
당신은 조연인가 주연인가
떠오르는 두 얼굴
가을바람이 불어오네
수행자에게 보내는 편지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
내가 사랑하는 생활
청빈의 향기
거룩한 가난
겨우살이 이야기
등잔불 아래서
봄나물 장에서
산에는 꽃이 피네
정직과 청빈
꽃처럼 피어나게
새벽에 귀를 기울이라
연못에 연꽃이 없더라
광복절에 생각한다
적게 가지라
밖에서 본 우리
가장 좋은 스승은 어머니다
농촌을 우리 힘으로 살리자
야생동물이 사라져 간다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맑은 물을 위해 숲을 가꾸자
종교와 국가권력
선진국 문턱은 낮지 않다
침묵과 무소유의 달
덜 쓰고 덜 버리기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신문
죽이지 말자, 죽게 하지도 말자
산하대지가 통곡한다
휴거를 기다리는 사람들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외국산 식수가 밀려든다
살아 있는 부처
밀린 이야기
에게 해에서
차 이야기
직업인가 천직인가
친절하고 따뜻하게
박새의 보금자리
너는 누구냐
신선한 아침을
연꽃 만나러 가서
새로 바른 창 아래서
어떤 가풍
마하트마 간디의 오두막
먹어서 죽는다
얼마만큼이면 만족할 수 있을까
흥겹고 멋진 음악처럼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라
넘치는 정보 속에서
눈 속에 매화 피다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있다
살아 있는 부처
스승과 제자
출가 수행자들에게
새가 깃들지 않는 숲을 생각해 보라.
그건 이미 살아 있는 숲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자연의 생기와 그 화음을 대할 수 없을 때,
인간의 삶 또한 크게 병든 거나 다름이 없다.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배고파 밥을 먹으니
밥맛이 좋고
자고 일어나 차를 마시니
그 맛이 더욱 향기롭다
외떨어져 사니
문 두드리는 사람 없고
빈집에 부처님과 함께 지내니
근심 걱정이 없네.
- 충지沖止 스님(고려시대 원감圓鑑)
날마다 산을 봐도
볼수록 좋고
물소리 노상 들어도
들을수록 좋다
저절로 귀와 눈
맑게 트이니
소리와 빛 가운데
평안이 있네.
- 충지 스님(고려시대 원감)
우는 것이 벅구기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어촌 두어 집이 냇속에 들락날락
말가한 깊은 소에 온갖 고기 뛰노나다.
- 고산의 <어부사시사> 중 '춘사春詞'의 한 구절
"날마다 그대 자신을 온전히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영원히 새롭게 하라!"
- 중국 탕왕의 욕조에 새겨진 글
욕심이 없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구하는 바 있으면 만사가 궁하다
담백한 나물밥으로 주림을 달래고
누더기로써 겨우 몸을 가린다
홀로 살면서 노루 사슴으로 벗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노래하고 논다
바위 아래 샘물로 귀를 씻고
산마루의 소나무로 뜻을 삼는다
- 양관 화상良寬和尙(1758~1831)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매라.
- 송강 정철
고요한 밤 초암草庵 안에서
홀로 줄 없는 거문고를 탄다
가락은 바람과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그 소리 시냇물과 어울려 깊어간다
물소리 넘칠 듯 골짝에 가득 차고
바람은 세차게 숲을 지나간다
귀머거리가 아니고야
그 누가 이 희귀한 소리를 알아들으랴.
- 양관良寬 선사
있고 없음은 서로를 낳아주고, 쉽고 어려움은 서로를 이루어주며, 길고 짧음은 상대를 드러내주고, 높고 낮음은 서로를 다하게 하며, 음과 소리는 서로 화답하고, 앞과 뒤는 서로를 뒤따른다.
- 노자老子
벗은 발로 부드러운 밭 흙을 밟으면서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며
김을 매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느긋하고 편안하다.
방 안에 앉아 좌선할 때보다도
훨씬 즐겁고 신선하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 이치를 자신의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
모든 생명은 안락을 바라는데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는 자는,
자신의 안락을 구할지라도
그는 안락을 얻지 못한다.
- 《법구경》
당신은 얼마만큼이면 만족할 수 있는가?
가을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듯이, 자신의 인생에서
나이가 하나씩 떨어져 간다는 사실을 아는가?
적게 가지고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내려다보라.
나는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조그만 가게임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그 조그만 당신의 가게에
사람 마음의 아름다움을
가득 채우자.
개울물이 산 아래로 내려감은
무슨 뜻이 있어서가 아니요
한 조각 구름 마을에 드리움은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함이라
세상 살아가는 일
이 구름과 물 같다면
무쇠나무鐵樹에 꽃이 피어
온 누리에 봄이 가득하리.
- 차암 수정此庵守靜(송나라의 선승禪僧)
마음밭에 갖가지 씨앗 있어
비를 맞으면 다 싹이 트리라
삼매의 꽃은 그 모습 없나니
어찌 이루어지고 부서지고 하리.
- 희양 선사
우리 방은 창으로 눈을 삼았다
종이 한 장으로 우주를 가렸지만
영원히 태양과 함께 밝을 대로 밝는다
너의 앞에서는 술 먹기도 두렵다
너의 앞에서는 참선하기도 어렵다
진귀한 고서를 펼쳐 서권기書卷氣나 기를까
나의 추와 미도 네가 가장 잘 알리라
나의 고와 낙도 네가 가장 잘 알리라
그러니 나의 임종도 네 앞에서 하려 한다.
- 가람 이병기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불일암 수칙
이 도량에 몸담아 사는 수행자는 다음 사항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Ⅰ. 부처님과 조사의 가르침인 계행戒行과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함께 닦는 일로 정진을 삼는다.
Ⅰ. 도량이 청정하면 불 · 법 · 승 삼보가 항상 이 암자에 깃들인다. 검소하게 살며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Ⅰ.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잡담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침묵의 미덕을 닦는다.
Ⅰ. 방문객은 흔연히 맞이하되 해 떨어지기 전에 내려가도록 한다. 특히 젊은 여성과는 저녁 공양을 함께 하지 않고 바래다 주거나 재우지 않는다.
Ⅰ. 부모형제와 친지들을 여의고 무엇을 위해 출가 수행자가 되었는지 매순간 그 뜻을 살펴야 한다. 세속적인 인정에 끄달리면 구도 정신이 소홀해 진다는 옛 교훈을 되새긴다.
Ⅰ. 이 수칙을 지키는 수행자에게 도량의 수호신은 환희심을 낼 것이다.
Ⅰ. 이상.
산수간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든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향암의 뜻에는 내분인가 하노라.
- 고산孤山 윤선도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 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황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질지라도
사람의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다.
욕망에는 짧은 쾌락에
많은 고통이 따른다.
- 《법구경》
심심 산골에는
산울림 영감이
바위에 앉아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 청마靑馬의 <심산深山>
남해의 신선이 사뿐히 땅에 내려
달빛에 흰옷 입고 와서 문을 두드리네.
- 소식蘇軾의 매화성개梅花盛開
매화 가지를 꺾다가 역부를 만나서
몇 가지 묶어서 멀리 계신 그대에게 보내오
강남에 별로 자랑할 게 없어서
오로지 한 가지 봄을 드리오.
- 육개陸凱
매화 옛 등걸에 새봄이 오니
맑은 향기 산가山家에 넘쳐 흐른다.
가물가물 타는 심지 다시 돋우고
이 밤을 함께 새는 두 해 된 꽃.
- <양화소록> '섣달 그믐밤에 매화를 대하여'
물 속의 물고기가 목말라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웃는다
부처란 그대의 집 안에 있다
그러나 그대 자신은 이걸 알지 못한 채
이 숲에서 저 숲으로 쉴새없이 헤매고 있네
여기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잇는 부처를 보라
그대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보라
이 도시로 저 산속으로
그러나 그대 영혼을 찾지 못한다면
세상은 여전히 환상에 지나지 않으리.
- 카비르(15세기 인도의 시인)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내가 읽은 책들 > 2013년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030 운주사 (1) | 2013.03.18 |
---|---|
2013-029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0) | 2013.03.15 |
2013-027 법주사 (0) | 2013.03.14 |
2013-026 三國志 5 공명, 출사표를 올리다 (0) | 2013.03.13 |
2013-025 대흥사(대둔사) (0) | 2013.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