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3-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삼부연폭포 / 삼부연폭포는 물줄기가 세 굽이를 휘돌아 내리는 기세가 볼 만한데 여름보다도 폭포가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 장관이다.
승일교 / 김일성이 놓기 시작하여 이승만이 완공했다고 승일교라고 부르는 이름 속에는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이 함께 서려 있다.
폐노동사 / 옛 철원 시가지에 있던 옛 철원군 노동당사가 뼈대만 남은 채 그 옛날을 말해준다.
도피안사의 철조 비로자나불상 / 865년, 철원지방의 향도 1500명이 뜻을 모아 조성했다는 이 철불에는 개성적이고 도전적인 호족의 자화상이 느껴진다.
도피안사의 삼층석탑 / 팔각 연화대좌 위에 삼층탑을 세워놓아 이채로운데, 이것은 하대신라 지방호족이 중앙귀족에게 도전하는 개성과 파격의 소산으로 해석된다.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잃고
홀로사는 엉겅퀴야
…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두고 어디갔소
쑥국소리 목이메네
- 민영 「엉겅퀴꽃」
궁예궁터의 석등 / 지금은 비무장지대 한가운데 있는 궁예궁터에는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이처럼 어엿한 석등과 건축부재들이 남아 있었다.
운문사 전경.
메꽃같이 예쁜 이내 딸년
시집살이 삼년 만에
미나리꽃이 다 피었네
메꽃.
선암서원 / 선암서원 한쪽켠으로는 보리밭 콩밭 등이 맞닿아 있어 옛 서원의 풍취가 은은히 살아나고 있다.
선암서원 소요대 / 동창천이 맴돌아 나아가는 한쪽에 자리잡은 선암서원 주위는 보기에도 시원한 강변풍경이 전개되고 있다.
운문사 입구의 솔밭 / 아리따운 노송이 늘어선 운문사 솔밭의 소나무들은 일제 때 송진을 공출한다고 밑동이 파이고 마는 모진 상처를 입고도 이처럼 늠름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작갑전 / 작갑사의 전설을 간직한 이 작은 불당 안에는 정교한 사천왕조각과 석불이 모셔져 있다.
사천왕 돌기둥(부분) / 작갑전에 모셔져 있는 사천왕 석주는 원래 벽돌담의 돌기둥으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하대신라 릴리프 조각의 대표적 유물이다.
운문사의 돌기와담장 / 길가는 사람이 뒤꿈치만 들어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낮은 돌담이 절집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감싸주고 있다. 돌담 안쪽의 벚꽃이 필 때 이 길은 분홍빛으로 물든다.
금당 앞 석등 / 통일신라 전성기 양식을 충실히 반영한 엄정한 기품이 살아있는 명품이다.
운문사 쌍탑 / 전형적인 9세기, 하대신라의 삼층석탑으로 기단부에 팔부중상이 돋을새김되어 있다. 대웅전 앞에 석등이 한 쌍 놓인 것은 교리에도 맞지 않고, 절 배치의 균형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학인스님들의 양치도구함 / 저마다 색다른 물컵을 준비하여 놓은 것에 비구니의 여성스러움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고무신의 비표 / 고무신 코에 자신의 비표(秘標)를 해놓은 데에도 수도의 어려움과 즐거움이 동시에 읽혀진다.
운문사 비구니들이
모두 한자리에 둘러앉아
메주를 빚고 있다
입동 무렵
콩더미에선 더운 김이 피어오르고
비구니들은 그저
묵묵히 메주덩이만 빚는다
살아온 날들의 덧없었던 내용처럼
모두 똑같은 메주를
툇마루에 가지런히 널어 말리는
어린 비구니
초겨울 운문사 햇살은
그녀의 두 볼을 발그레 물들이고
서산 낙조로 저물었다.
- 이동순
삼천지의 연꽃 / 수렁에서 피는 연꽃의 생리에서 나는 우리 시대 피어날 문화의 가능성을 읽어본다.
부안 서문안 당산 / 돌솟대와 돌장승으로 이루어진 이 당산은 조선후기 향촌사회의 새로운 활력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유물이다.
부안 동문안 돌솟대 / 대보름날 줄다리기를 하며 마을의 인화를 도모한 상징의 새끼줄을 돌솟대에 감으며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곤 하였다.
부안 장승 / 서문안의 어리숙한 할아버지(왼쪽), 동문안의 앙칼진 할머니(오른쪽) 장승을 보면 농민들이 그리는 인간상의 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수성당 사당 / 철거된 군부대 초소와 함께 자리하고 있는 수성당은 차라리 폐허의 상처로 남아 있음만도 못하게 되었다.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
- 박형진 「사랑」
내소사 일주문 / 내소사 일주문은 진입로를 약간 감춘 방향으로 세워 그 안쪽을 신비롭게 감싸안는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 / 600m에 달하는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은 답사객마다 절로 심호흡을 하게끔 하는 장관을 보여준다.
내소사 대웅전 / 높은 축대 위에서 팔작지붕이 한껏 나래를 편 모습인지라 능가산의 호기있는 봉우리에 결코 지지 않는 기세로 버티고 있다는 호쾌한 인상까지 자아낸다.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창살무늬 / 화려하면서도 소탈한 멋을 동시에 풍기는 이 꽃창살 사방연속무늬는 조선적인 멋의 한 최고봉을 보여준다.
반계 선생 유허지 / 반계 유형원 선생이 『반계수록』을 저술한 이 옛날 서당터에 오르면 우동리 안마을이 환하게 내다보인다.
천하의 이치도 사물이 아니면 들어붙지 아니하고, 성인의 도라도 섬기지 않으면 행해지지 않는다.
天下之理 非物不着 聖人之道 非事不行
개암사 대웅보전 / 울금바위를 배경으로 의연한 자태를 보여주는 대웅전 때문에 개암사의 분위기는 더욱 밝고 힘차게 느껴진다.
라면 '땅' 봉투 / 지금은 사라진 과자이지만 70년대 어린이들의 총아였다.
황토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손엔 철삿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모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
- 김지하 「황토길」
만석보 유허비 / 내장산에서 발원한 정읍천과 모악산에서 발원한 태인천이 만나 동진강을 이루는 자리에 있던 댐[洑]이 농민전쟁 봉기의 도화선이 되었다.
임옥상의 「들불」 / 들바람과 들불을 상징적 수법으로 그린 그의 작품은 사실상 반은 리얼리즘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여기 오면 알게 된다.
말목장터 감나무 / 1894년 1월 10일 고부봉기의 현장을 증언하는 것은 오직 이 한 그루 감나무뿐이었다. 100주년을 맞아 세운 말목정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녹두장군집 / 세칸짜리 낡은 초가집이었으나 요즘은 뒤뜰에 널찍한 잔디정원이 생겼다.
스스로 모래밭에 마음껏 노닐 적에
흰 날개 가는 다리로 맑은 가을날 홀로 섰네.
부슬부슬 찬비는 꿈결같이 오는데
때때로 고기잡이 돌아가면 언덕에 오르네.
수많은 수석은 낯설지 아니하고
얼마나 많은 풍상을 겪었는지 머리 희었도다.
마시고 쪼는 것이 비록 번거로우나 분수를 아노니
강호의 고기떼들아 너무 근심치 말지어다.
自在沙鄕得意遊 雪翔瘦脚獨淸秋
簫簫寒雨來時夢 往往漁人去後邱
許多水石非生面 閱幾風霜已白頭
飮啄雖煩無過分 江湖漁族莫深愁
- 전봉준 「백구(白鷗)」
때를 만나서는 천하도 힘을 합하더니
운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민을 사랑하고 의를 바로 세움에 나는 아무 잘못이 없었건만
나라를 위한 일편단심을 그 누가 알아주리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謨
愛民正義我無失
爲國丹心誰有知
- 전봉준 절명시
황토현 기념비 / 1963년에 처음 세운 농민전쟁 기념비는 큰 멋을 부리지 않아 여느 기념탑보다도 품위를 각추게 되었다.
녹두장군 초상 / 유화로 그린 녹두장군 초상은 성난 얼굴에 도포를 입은 형상으로 되어 있어 마치 표독스런 양반지주라는 인상을 준다.
황토현 전적기념관의 동상 /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20세기 최대의 '문제작'이다.
기념조각의 부조 / 농민군의 행렬이 마치 살진 농민들의 소풍놀이처럼 유치하게 표현되어 있다.
황토현 전적기념관 / 건물 배치와 담장의 공간분할은 단정하면서도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전시관 앞의 벚나무 / 전두환 대통령의 기념식수 푯말이 빠진 자리는 지금도 잔디가 나지 않는다.
에밀레종 이전 사진 / 1975년 5월 27일 동부동 옛 박물관에서 현재의 박물관으로 옮길 때 광복줄을 잡고 시민들이 따라가는 모습. 『다시 보는 경주와 박물관』(국립경주박물관, 1993)에서 전재.
선운사 계곡가의 민불 / 달덩이 같은 얼굴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두 팔을 가슴에 얹은 자태가 천연스럽고 귀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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