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30-1 근대 수묵 채색화 감상법
묵란 이하응. 종이에 수묵, 92.3×27.5센티미터, 1881년. 힘찬 붓놀림에서 나라를 다스리던 기개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잎이 꺾이고 삐치며 화폭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잎새가 싱싱하다. 개인 소장.
석란 10폭 병풍 김응원. 비단에 담채, 209×418센티미터. 옅고 짙은 먹으로 그린 바위의 굴곡에 뿌리듯 찍은 점이 깊이와 무게를 더해 주는 작품이다. 장엄한 바위 틈 사이 피어 있는 난초들이 꿈결처럼 아름답다. 파도 끝에 거꾸로 매달린 난초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창덕궁 소장.
석란 윤용구. 종이에 수묵, 각 65.9×31.3센티미터. 가벼운 붓놀림의 속도감, 듬성듬성 크게 찍은 몇 개의 점이 뿜어내는 거친 맛을 한을 품은 지사의 기개일 터이다. 옆의 그림 또한 허공에 매달린 난초를 그려 이룰 길 없는 민족 자주화의 꿈을 상징한 것이다. 개인 소장.
묵란 민영익. 종이에 수묵, 42.2×77.8센티미터. 옅은 먹을 써서 간결하되 기다란 두 줄기 잎새를 길게 뺀 구도로 이 잎새의 휨이 화폭을 휘어잡는다. 반대쪽으로 뻗은 꽃과 줄기가 화폭의 균형을 잡아 주고 또한 글씨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강대학교 박물관 소장.
묵죽 민영익. 종이에 수묵, 149.4×71.9센티미터, 1906년. 빠른 붓놀림이 놀라울 정도인데 옅은 대줄기와 짙은 잎새가 어울려 바람에 흩날리는 분위기를 연출한 작품이다. 아래쪽으로 몰아넣고 마구 갈긴 듯 잽싼 솜씨가 박진감을 더해 준다. 개인 소장.
묵죽 김규진. 비단에 수묵, 147×51센티미터. 옅은 먹과 짙은 먹을 조화롭게 구사하여 먹빛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잎새는 모두 비를 맞은 듯 무겁게 처져 있지만 맑은 줄기와 어울려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오월의 서늘한 그늘이 방안까지 차가움을 드리운다'는 제시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개인 소장.
최익현상 채용신. 비단에 채색, 51.5×41.5센티미터, 1905년. 무수한 붓질로 얼굴을 표현하는 채용신 특유의 기법으로 최익현이 품고 있는 정신 세계를 제대로 그렸으니 최고의 전신사조에 이르른 작품이라 하겠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황현상(부분) 채용신. 비단에 채색, 95×66센티미터, 1911년. 사진을 보고 그렸는데도 서릿발 같은 영혼이 살아 꿈틀대는 듯하다. 놀라울 만큼 맑고, 두려울 만큼 치밀하여 보는 이에게 어떤 환영을 보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전남 구례 매천사 소장.
노부인상 채용신. 비단에 채색, 103×54.5센티미터. 환갑을 기념해 주문 창작한 듯한 이 그림은 세월의 바람을 꿋꿋이 견뎌온 매서움이 넘치고 있다.이 작품이야말로 세기말 세기초의 민족사를 고스란히 살아온 사람의 전형을 보여 준다. 개인 소장.
묵죽 김진우. 종이에 수묵, 각 130×30.8센티미터, 1933년. 오른쪽 그림은 크게 흰 대줄기 세 갈래가 지닌 탄력이 돋보이며 왼쪽 그림은 치솟아오르는 대줄기와 칼 같은 잎새들이 빛난다. 화면을 꽉 채운 배치가 충만감을 돋워 주고 있는 탓이겠다. 개인 소장.
세검정 이도영. 종이에 채색, 20.8×29.8센티미터, 1925년. 화폭 중앙의 흙산 주위를 몇몇 경물들이 둥그렇게 둘러싼 타원형이다. 오른쪽 멀리 북한산 봉우리가 보이고 그 계곡에서 하단으로 휘돌아 흐르는 냇물과 왼쪽 화면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산길이 화면의 움직임을 돋운다. 왼쪽 나무들은 여러 가지 색을 뿜으로 솟아오르고 있는데 그 가운데 막대기 같은 노란색 무리가 화면 전체 분위기를 들뜨게 하고 있다. 개인 소장.(아래는 부분)
옥담청품 이도영. 비단에 채색, 104.5×43.4센티미터. 기명절지의 전통은 중국 청동기를 다루는 것이었는데 기물을 조선 고대 토기로 바꾼 이도영의 뜻은 식민지 조국의 운명과 관련된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
선관도 · 삼선도 노수현이 그린 「선관도」(위)와 이상범이 그린 「삼선도」(아래)는 모두 스승 안중식에게 배운 그 기법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 같은 되풀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량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물씬 흐르고 잇다. 이 작품들은 신선들의 세계를 그린 그림으로 마치 무너진 왕가의 꿈을 담고 잇는 느낌이다.
봉황도 오일영 · 이용우. 왕과 왕비를 뜻하는 봉과 황 열 마리를 해와 바다, 구름, 폭포, 바위, 오동나무, 대나무, 난초, 작약을 배경으로 담은 그림이다. 섬세한 기교와 화려한 채색에 빛나는 이 그림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구도가 매력적이다.
군학도 김은호, 열여섯 마리의 학과 달을 비롯해 바다와 하늘, 바위산과 계곡, 소나무와 대나무, 불로초, 작약을 잘 어울리게 구성해 놓았다. 대조전은 왕비의 궁전으로 왕비가 가운데 앉으면 양쪽으로 두 폭의 벽화가 늘어서 동쪽 그림의 해와 서쪽 그림의 달이 조화를 이루는 형상이다.
금강산 김규진. 앞선 시대에 그린 금강산 걸작들을 단숨에 뛰어넘어 20세기에 탄생한 새 금강산이라 하겠다. 일만이천봉이 모두 살아 있는 듯 현란한 느낌은 하나도 같지 않은 봉우리들의 형상 탓이겠다. 왼쪽의 치솟아오르는 구름과 거세찬 봉우리가 빚어낸 커다란 변화는 전체 화폭에 생명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노대가의 타오르는 조형 감각이 놀랍다.
총석정 김규진. 평범한 수직의 바위가 되풀이를 거듭하는 구도지만 오른쪽의 드센 변화가 화폭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대담한 구도로 얼핏 단순하기조차 하지만 막대기를 숱하게 겹쳐 세워 놓은 듯한 바위의 구성과 높낮이의 변화는 율동감을 주고 있다. 그것이 지극히 섬세한 세부 묘사의 밑받침을 받아 낱낱이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배경의 가벼운 처리가 흠이다.
휴금방우 정학수. 비단에 채색, 150×58센티미터, 1924년. 고전적인 구도와 기법을 잘 지킨 이 그림은 무척 아름답다. 삼단 구도 형식을 취하고 있고 가는붓을 꼼꼼히 써 정교한 맛을 북돋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계 산수 10폭 병풍(부분) 허백련. 비단, 각 114×36센티미터. 깔끔하고 부드럽기 그지없는 분위기로 가득 차 있는 그림이다. 어느 계절이건 관계없이 전통적인 기법과 이미 형식화한 구도, 자연을 노래하는 화제 따위가 그렇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산수 오일영. 비단에 담채, 123×37센티미터, 1930년대. 치솟아오르는 먼 산은 물론 가운데 절벽, 앞쪽의 불쑥 솟은 소나무 따위 구도가 모두 지난날 추억일 뿐이다. 이처럼 낡은 양식을 1930년대까지 되풀이하면서도 그림이 맑고 깨끗해 신선함을 뿌리고 있다. 개인 소장.
잔추 이상범. 종이에 담채, 146×214.5센티미터, 1930년. 먹을 자꾸 겹치면서 부드러운 윤곽과 느긋한 곡선을 만들어 나간 작품이다. 늦가을 적막한 농촌이 더할 나위 없이 음울해 보인다. 뒷산을 감싸고 도는 구름이 음울한 분위기를 틔워 주고 있긴 하지만 사람 없는 농촌 외딴집과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 따위가 어딘지 꿈속 같은 느낌을 준다. 개인소장.
강촌 유거 변관식. 종이에 담채, 135×354센티미터, 1939년. 우리 국토를 종횡무진으로 떠돌면서 얻은 정서를 자신의 활달한 성격에 겹쳐 놓은 걸작이다. 농촌 위로 산과 강이 펼쳐져 있는 이 걸작은 세부의 거친 붓질과 시야를 움직이되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형상화했다. 특히 구도에서 되풀이를 거듭하는 사선의 흐름이 꿈틀댐에 따라 화폭 전체의 분위기를 들뜨게 만들고 있다. 호암미술관 소장.
시골 풍경 이용우. 종이에 담채, 122×116센티미터, 1940년대. 꼼꼼하기 짝이 없는 세부 묘사와 전체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한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안정감을 주고 있다. 먹과 다른 색이 썩 조화롭지 않아 서로 튕겨내는 부조화에도 불구하고 ㄹ자 구도를 써서 서로 견제하는 힘을 절요하게 잡아준 것은 놀라운 능력이다. 호암미술관 소장.
시골 소녀 이영일. 비단에 채색, 151×141센티미터, 1928년. 김은호의 미인도와 다르지만 요염한 미의식에서 버금간다. 아득한 배경이 그렇거니와 무대 장치 긑은 느낌을 풍기는 색채 따위가 그렇다. 흩날리는 옷자락이 자연스러워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으니 화가의 기량을 넉넉히 알 수 있다. 단조로운 삼각 구도를 흐트러 놓는 갈대 따위의 엉성함 또는 잘 계산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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