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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11. 11:43 내가 읽은 책들/2014년도

 

피에르 레베크 지음, 최경란 옮김

1996, 시공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07202

 

082

시156ㅅ  5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005

 

호머, 피타고라스, 헤로도토스, 소크라테스 같은 영웅을

낳은 문명, 철학과 수학의 기초를 제공하고

민주주의의 시범을 보여 주었던 문명,

오늘날에도 조각과 건축의 탁월한 아름다움으로

찬탄을 자나내는 문명, 하여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이해하는

것은 곧 서구 문명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지고한 관념의 체계를 세웠지만 동시에

그 비극적인 좌절도 맛보았던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

그 역사를 더듬는 일은 서구 문명의 모태를

찾아 떠나는 흥미진진한 지식의 대탐험이 될 것이다.

 

크노소스 궁전은 강대하면서도 평화지향적인 민족이 이룩한 웅장한 문화와 정신적 균형감, 그리고 전성기의 모습을 웅변하고 있다. 크노소스는 밝고 화려하며 건강한 생활과 건전한 정신으로 충만되어 잇다. 우리는 그곳에서 이집트 문화의 영향과 단순하고도 지극히 인간적인 에트루리아 문화의 충동적인 성향, 그리고 공동체 조직에서 잉카인이 보여 준 뛰어난 재능과 지혜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이미 지나간 시대의 폐허를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어떤 느낌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명확하게 확언할 수는 없었지만, 이 지역이 과거 여러 세기 동안 평화를 누렸으리라는 생각이었다. … 크노소스인은 현실지향적이었다. 그들은 현세에 충실했고, 사후세계라는 관념에 오염되지 않았으며, 선조숭배를 필요 이상으로 과장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속하거나 질식케 하지 않았다. 그들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최대한의 효용을 찾았으며, 끊임없이 흘러가는 매순간에서 인생의 정수를 추출해 냈다.

헨리 밀러 <마루시의 거상>

 

차례

제1장 화려한 청동기 시대

제2장 아르카이즘, 태동하는 창조력

제3장 고전적 균형, 그 이상과 현실

기록과 증언

연대표

참고문헌

그림목록

찾아보기

 

피에르 레베크 Pierre Leveque

피에르 레베크는 프랑슈 콩테 대학의 그리스 교수로 있으면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잇다. 그는 <그리스의 운명> <그리스 대신(大神)들> <제국 그리고 야만성> 등 대중을 위한 저서를 많이 발표했다. <우리는 그리스를 향해 떠난다>는 그리스와 시칠리아에 관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최근에 발표한 <동물, 신, 그리고 인간> <분노, 성(性), 해학, 고대 신화로 본 일본>은 종교를 주제로 한 저서들이다.

 

옮긴이 : 최경란

1963년 출생. 파리 제10대학 언어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앗다. 현재 불어 동시 통역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단편작가 선집을 불어로 옮기는 작업도 하고 있다.

레르네(Lerna)의 히드라(Hydra)를 무찌르는 헤라클레스, 레니(Reni) 작, 루브르박물관 소장.

 

제1장

화려한 청동기시대

B. C. 2000년경 최초의 그리스인이 그리스 본토로 들어오면서 기존의 사회구조가 뒤집혔다. 그리고 견고한 수비망을 갖춘 궁전과 호화로운 분묘가 등장하는데, 이러한 건축물은 새로 전개되는 궁전문명의 세련미와 이 문명의 놀라운 발전을 확연히 보여 준다. 궁전문명은 이후 미케네 왕조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바피오의 황금잔. 미케네인의 찬란했던 금은세공술을 보여 주는 이 술잔에는 당시의 농경생활이 묘사되어 있다.

미케네의 항아리는 대부분 양식화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지만, 여기 보이는 전사들의 행진처럼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도 있다.

테라 궁전에서 발견된 이 그림은 궁전을 배경으로 배가 출항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해상왕국으로서의 크레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위용에 찬 제우스와 그에게 탄원하는 테티스(바다의 여신으로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 이 위엄 있는 그림은 앵그르의 작품이다.

이것은 모신(母神)의 모습을 형상화한 우상이다. 모신은 생명의 원천으로 여겨져서 청동기시대에는 지중해 전지역에서 가장 많이 숭배되었다.

두 여신(데메테르와 코레)과 한 어린 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군상(群像)은 미케네 궁전의 성단에서 발견된 것으로 그들의 종교적인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매우 감동적인 작품이다. 깊은 애정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신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샘터의 여인들, 아티카 지방의 항아리 일부, B. C. 6세기, 바리 고고학 박물관 소장.

 

제2장

아르카이즘, 태동하는 창조력

 

암흑기는 빈곤과 무질서의 시대이다. 그러나 점차 조직화된 공동체들과 호머 왕국이라는 국가들이 구성되기 시작하면서, B. C. 800년 무렵부터 도시국가가 발생하였다. 헬레네 세계는 이렇게 하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데, 식민지가 확장되었고,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창조되었다.

19세기의 그리스  "호머는 지도자이다." 페기(프랑스의 시인이며 작가)는 이렇게 말하였다. 르누아르의 작품인 이 그림에서 호머는 이오니아 지방의 뜰에서 직접 하프를 연주하며 트로이 전쟁의 영웅담을 노래하고 있다. 실제로 19세기의 이 같은 풍속화에는 고대 그리스 문화를 주제로 한 것이 매우 많다.

<장닭을 싸움 붙이는 그리스 청년>  제롬 작.

<샘터의 그리스 여인들> 파페티 작.

아테네 시민들의 반대에 대항하여 자신의 법이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솔론. 코이펠(Coypel) 작, 1699년, 루브르 박물관 소장.

날개 달린 뮤즈 여신은 젊은 헤시오도스의 시적 영감을 상징한다. 뮤즈 여신이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는 헤시오도스의 모습은 실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상징파 화가 구스타브 모로 그림이다.

그리스 연극배우들은 가면을 쓰고 연기했다. 위는 비극연기에 아래는 희극연기에 사용되었을 것이다.

키타라 연주자의 환희에 찬 표정을 잘 나타낸 도자기 그림은 그리스인의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 준다.

레슬링 선수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레슬링 연습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 율동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육체미에 대한 영원한 찬가처럼 보인다.

상품의 무게를 재는 사람들이 평온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작업이 정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 그리스 경제의 바탕이 되었던 상업교류의 단면을 보여 주는 이 그림에서 헬레네 사상의 바탕에 깔린 '교류'와 '균형'을 엿볼 수 있다.

델포이 신전에서 아이게우스가 아폴론의 신탁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신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듯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이 술잔 바닥에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배에 실려 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빅스(Vix)의 무덤에서 발견된 대형 술잔.

 

제3장

고전적 균형, 그 이상과 현실

B.C. 6세기 말 그리스에서 민주주의의 초기 형태가 보인다.

그러나 클레이스테네스 치하의 아테네에서 탄생한 이 진보적 도약은 그 운명이 순조롭지 못했다. 페르시아의 침략과 주도권 장악을 둘러싼 도시국가들 사이의 만성적 갈등이 전개되었다.

B.C. 480년,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소규모의 스파르타 분견대는 막강한 페르시아 전사들을 막아냈다. 다비드는 이 역사적인 장면을 힘있는 필치로 그림에 담았는데,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지휘 아래 최후의 한 사람까지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로 뭉친 장갑보병들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위의 조각상은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제작된 흉상으로 레오니다스의 모습으로 추정된다.

아테네의 병력은 주로 삼단노의 갤리선으로 구성된 해군력에 의존하였다. 날렵한 모양의 이들 순양함은 사공들이 3열 중첩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엄청난 추진력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였다. 아테네 해군은 장거리 원정을 나갈 만반의 태세를 갖춘 수백 척의 갤리선을 보유하고 잇었다.

도시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해가 된다고 여겨지는 인물을 도편추방할 때 투표에 사용되었던 도자기 파편들이다.

사령관 모자를 쓰고 있는 페리클레스의 모습. 페리클레스는 마치 자신이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 체제를 관조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B.C. 4세기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회랑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스승과 제자 사이이다. 라파엘의 작품인 <아테네 학당>은 지금 바티칸 궁전에 있다.

데모스테네스의 흉상. 그는 아테네의 애국자였으며 매우 뛰어난 연설가이기도 하였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가 서로 등을 대고 있는 조각상. 그들이 역사학을 정립하였던 한 세기는 실로 명철한 역사학의 시대로서,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시대의 운명에 대해서 심사숙고하였다.

트립톨레모스의 부조상. 페이디아스의 B.C. 5세기 작품 중 가장 감동적인 걸작이다.이 작품에서 농경의 시초를 볼 수가 있다. 자비로우며 인간을 사랑하는 테메테르와 코레 여신이 이 젊은 신에게 최초의 밀알을 건네주려는 순간이다. 이 무렵 인류의 문화수준은 겨우 야만상태를 벗어난 정도였다.

범아테네 신전에서는 '여신의 찬양'이라는 일관된 정신 아래 모든 도시국가들이 일체를 이루었다. 아테네 숭배의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여신상을 새롭게 장식할 직물을 들고 케라메이코스에서 출발하여 아크로폴리스 언덕까지 올라가는 긴 행진이었다.

페이디아스는 외국인도 포함하여 도시국가의 모든 구성원들이 참가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던 행렬장면을 매우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행렬은 종교음악에 맞추어 신전의 정면을 향했다. 그곳에서는 올림포스 향연에 참석한 신들이 시민을 맞이해 주었다.

범아테네 제전에 참석한 신들의 모습.

어린 디오니소스를 안고 있는 헤르메스. 프락시텔레스 작.

페이디아스의 걸작, 금과 상아로 만든 <아테네 여신상>이다.

페이디아스가 제작한 <바르바키온의 아테네>이다.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날리고 있다. 포세이돈의 힘과 균형감각, 자아조절 능력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청동상이다.

포세이돈상이 제작되었던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대그리스에서 제작된 신비스러운 광경을 담은 작품이다. 바다에 뛰어들고 있는 사람은 뛰어드는 것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고, 또한 죽음과 동시에 영원의 세계로 뛰어든다고 한다. 사람들은 영원의 세계에서 생명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망루에 선 아폴론>. 4세기 후반에 제작된 그리스 조각품이다.

13세기 디필론 항아리.

프랑수아 도자기.

아테네 시민들은 30여 년 동안 페리클레스가 이끄는 대로 그의 지도를 따랐다. 그의 뛰어난 지혜와 웅변술은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다.

 

 

 

 

posted by 황영찬
2014. 3. 11. 10:46 내가 읽은 책들/2014년도

2014-030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2005, 오래된미래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4520

 

811.6

류58사

 

치유와 깨달음의 시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 잘랄루딘 루미(회교 신비주의 시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이은 또 한 번의 시에의 초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서기관에서부터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에 이르기까지 41세기에 걸친 유명, 무명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치유와 깨달음의 시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 주는 색깔이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 휘트니 오토, <아메리칸 퀼트>의 저자

 

시는 인간 영혼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을 멈추고 듣는 것'이 곧 시다. 스페인의 철학자 미구엘 드우나무노는 '슬픔의 습관을 떨쳐 버리라. 그리고 그대의 영혼을 회복하라'고 말한다.

좋은 시는 치유의 힘, 재생의 역할을 하며 읽는 이의 영혼의 심층부에 가닿는다. 인간의 가슴은 돌과 같으며, 그것은 다른 돌에 의해서만 깨어질 수 있다.

생을 다 보낸 뒤, 어느 날 우리는 '육체라는 이 이상한 옷'을 벗어던진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옷깃이 해지고 단추가 떨어져 나간……. 당신이 아직 젊다면 이 진실을 가슴에 새겨야 하리라. 삶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만일 당신이 이미 이것들을 경험할만큼 충분히 나이를 먹었다면 이 진리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가 썼듯이 삶에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 실습 없이 죽는다. /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 /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 /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 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한 편의 좋은 시가 보태지면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 좋은 시는 삶의 방식과 의미를 바꿔 놓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우리는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다.

얼음을 만질 때 우리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불이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라. 그리고 그 얼음과 불을 동시에 만지라. 시는 추위를 녹이는 불,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 배고픈 자를 위한 빵이다.

 

"나와 함께 시집을 엮기로 약속하고서 멀리 여행을 떠난 정채봉 선생께 이 시집을 바친다. 누구보다도 삶과 시를 사랑했던 그에게, 우리는 입 속의 혀처럼 삶에 묶여 있으나 그는 시간의 틈새로 빠져나갔다." - 류시화

 

차례

초대 / 여인숙 / 생의 계단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슬픔의 돌 / 기도 / 삶을 위한 지침 / 그때 왜 / 너무 작은 심장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봄의 정원으로 오라 / 금 간 꽃병 / 눈물 / 인생 거울 / 생명은 / 나는 배웠다 / 침묵의 소리 / 생이 끝났을 때 / 중세기 회교도의 충고 / 별들의 침묵 / 사람과의 거리 / 천 사람 중의 한 사람 / 첫눈에 반한 사랑 / 늙은 철학자의 마지막 말 / 사막 / 게 / 농담 / 옹이 / 이별 / 나의 시 /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 여행 / 이누이트 족의 노래 / 의족을 한 남자 / 사이치에게 남은 것 / 이제 난 안다 /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가 / 내가 알고 있는 것 / 무사의 노래 / 사랑 / 나에게 바치는 기도 / 자연에게서 배운 것 / 세상의 미친 자들 / 내가 태어났을 때 / 나는 누구인가 / 뒤에야 / 세례를 위한 시 / 단 하나의 삶 / 선택의 가능성들 / 태초에 여자가 있었으니 /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 / 신을 믿는 것 / 회교 사원 벽에 씌어진 시 / 사막의 지혜 / 어부의 기도 / 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 / 한 방울의 눈물 / 옳은 말 / 진정한 여행 / 나이 / 죽음이 집에서 나를 기다린다 / 여섯 가지 참회 / 구도자의 노래 / 신과의 인터뷰 / 

해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시인들

 

살아 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지 마라.

 

더글러스 던

서문을 대신해 . 엮은이 류시화

 

눈물

 

만일 내가 무엇인가로 돌아온다면

눈물로 돌아오리라.

너의 가슴에서 잉태되고

너의 눈에서 태어나

너의 뺨에서 살고

너의 입술에서 죽고 싶다.

눈물처럼.

 

작자 미상

 

옹이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치어나지 못했으니

 

류시화

 

신과의 인터뷰

 

어느날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다.

신이 말했다.

'그래,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구?'

내가 말했다.

'네, 시간이 있으시다면.'

 

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의 시간은 영원,

내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무슨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가?'

 

내가 물었다.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신이 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런 다음 내가 겸허하게 말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자식들에게 그 밖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 있음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작자 미상

 

우리 시대의 역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잇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은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제프 딕슨이 처음 인터넷에 이 시를 올린 뒤, 많은 사람들이

한 줄씩 덧보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충고들

 

고통에 찬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충고하려 들지 말라.

그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올 것이다.

너의 충고는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처 입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선반 위로 제자리에 있지 않은 별을 보게 되거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풀과 돌, 새와 바람, 그리고 대지 위의 모든 것들처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추에게 달의 얼굴을 가지고 잇다고 말하지 말라.

너의 말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너의 문제들을 가지고

너의 개를 귀찮게 하지 말라.

그는 그만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장 루슬로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 주는 색깔이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 영화 <아메리칸 퀼트> 중에서

 

매순간

인간의 손으로 지어지지 않은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라.

 

하나의 산, 하나의 별

구불거리는 강줄기

그곳에서 지혜와 인내가

너에게 찾아오리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 시드니 레베트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삶을 살라

 

한 장의 잎사귀처럼 걸어다니라.

당신이 언제라도 떨어져내릴 수 잇음을 기억하라.

자신의 시간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라.

 

- 나오미 쉬하브 니예

 

사랑이 끝난 뒤의 사랑

 

너는, 너 자신의 집 문 앞에 도착한

너 자신을 맞이하게 되리라.

그리고 두 사람은

미소 지으며 서로를 맞아들일 것이다.

 

- 데렉 윌코트

 

초대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그래서 잔뜩 움츠러든 적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 받을 더 많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미친 듯이 춤출 수 있고, 그 환희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채울 수 있는가

당신 자신이나 나에게 조심하라고, 현실적이 되라고,

인간의 품위를 잃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고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샌 뒤

지치고 뼛속까지 멍든 밤이 지난 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나와 함께 불길의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내게 보여 달라,

아픔 속 아픔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면서도

당신이 당신의 가장 깊은 바람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가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어떻게 내면에 가닿고,

또한 바깥을 향해 문을 열어 삶의 신비의 입맞춤을

어떻게 내 입술에 느끼는가를 말해 줄 테니.

 

당신의 가슴속에 온 세상을 담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당신이 상처를 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을 때

어떻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 말해 달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내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진정 누구인가를 보아 달라.

내게 말하지 말라,

언젠가는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 대신 마음의 흔들림 없이 위험과 마주할 수 있는가를

내게 보여 달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영웅적인 행동을 한 전사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쳤을 때 당신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가,

당신의 힘만으론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벽에 부딪쳤을 때

무엇이 당신을 벽 건너편으로 데려갔는가를

내게 말해 달라.

무엇이 자신의 연약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는가를.

 

당신에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장소들로

나를 데려가 달라.

세상이 당신의 가슴을 부수려고 했던 그 위험한 장소들로.

그러면 나는 내 발 아래 대지와 머리 위 별들이

내 가슴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 준 장소들로

당신을 데려가리라.

 

함께 나누는 고독의 긴 순간들 속에 내 옆에 앉으라.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홀로 있음과

또한 거부할 수 없는 함께 있음으로

침묵 속에서, 그리고 날마다 나누는 작은 말들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우리 모두를 존재 속으로 내쉬는 위대한 들숨과

그 영원한 정지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그 공허감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테니까.

 

- 릴케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 메이 사턴

 

기러기

 

당신이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참회를 하며 무릎으로 기어 사막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당신 육체 안에 있는 그 연약한 동물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라.

내게 당신의 상처에 대해 말하라. 그러면

나의 상처에 대해 말하리라.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비는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풀밭과 우거진 나무들 위로

산과 강 위로,

당신이 누구이든, 얼마나 외롭든

매 순간 세상은 당신을 초대하고 잇다.

 

- 메리 올리버

 

류시화

 

이 시집의 엮은이로,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인도, 네팔, 티베트를 여행하는 한편 명상에 관련된 책들을 번역 소개했다. 미국, 인도,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과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가 있다. www.shivary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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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