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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30 2013-103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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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30. 16:44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103 독도

 

글 / 박인식●사진 / 김정명

1997,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3105

 

082

빛12ㄷ  182

 

빛깔있는 책들 182

 

박인식-------------------------------------------------------------------------

1951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월간 『사람과 산』의 발행인 겸 편집인을 역임했다. 월간 『사회체육』에 장편소설 「만년설」(1985~1986)을 연재한 바 있고 창작집 『사람의 산』(1987년 예문사), 산악희곡집 『서문동답』(1987년 문성당), 『북한산』(1993년 대원사), 기행소설 『대륙으로 사라지다』(1994년 광화문) 등의 저서가 있다.

 

김정명-------------------------------------------------------------------------

1972년 어린이들을 위한 영상물로 「옛날 옛날 이야기」 시리즈 30여 편을 제작했고, 1986년에는 문화영화제에서 「설악산 사계」로 우수작품상을 받았으며 1987년 주간조선에 「한국의 얼을 찾아서」를 연재했다. 1993년 미도파백화점에서 KBS와 공동으로 독도 365일 사진전을 개최하였고, 그 해 대전 엑스포 무역박람회에서 독도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잇다. 저서는 「산과 들에 피는 꽃 (95)식물도감」이 잇으며, 1994년 1월부터 KBS 2TV 아침방송에 「한국의 야생화」를 방송하고 있다.

 

도움 주신 곳-----------------------------------------------------------------

푸른 울릉 · 독도 가꾸기 모임

 

|차례|

 

독도는 우리 땅

지리와 자연 환경

    개관

    토양과 식생

    동물과 어류

    독도의 사계

독도의 역사

    독도의 한국 영토 첫 확인, 서기 513년

    조선시대의 공도 정책

    일본 속의 독도 역사

    1697년 조선 영토로 공식 인정

    '독섬'에서 유래된 '독도'

    지도 속의 독도 역사

    일본인의 불법 밀입과 조선의 대응

    한반도 식민지화의 서곡, 1905년 독도 침탈

    일본의 억지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

독도를 지킨 사람들

    독도를 지킨 영웅, 안용복

    홍씨 문중의 독도 사수

    독도 의용 수비대의 활약

    '자연섬' 독도를 위래

참고문헌

 

저 멀리 동해 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은 동해로 가는데

우리네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다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 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 한돌, '홀로 아리랑'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백 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1번지

동경 132도 북위 37도

평균 기온 12도 강수량은 천삼백

독도는 우리 땅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연어 알 물새 알 해녀 대합실

17만 평방 미터 우물 하나 분화구

독도는 우리 땅

지증왕 13년 섬나라 우산국 ……

- 정광태, '독도는 우리 땅'

독도에 태극기를 게양하다  위는 태극기와 독도에 뿌리내리고 사는 해국이 어우러진 정경이다. 아래는 국기 게양대. 우리가 독도를 국토와 민족의 이름으로 지켜 나갈 때 독도는 우리 땅과 민족에게 내일도 선명한 아침을 밝혀 줄 것이다.

가산도 뗏목 탐사  지난 1988년 KBS-TV에서는 「가산도(독도)」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그때 제작팀은 뗏목을 만들어 해류에만 의지한 채 울릉도를 출발한 지 3일 만에 독도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지도 모양  동도의 바위 사면에는 풀이 돋아난 곳이 주변과 구분되어 마치 우리나라 지도 형상을 한 곳이 있다.

 

가제바위에서 본 동도와 서도  독도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큰 섬과 60여 개의 바위들로 구성된 화산섬이다. 면적은 약 5만 평. 행정 구역상으로는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산 42번지에서 산 75번지로 동해의 끄트머리 자락에 위치한다.

동도의 독립문바위  동도는 서도에 비해 면적은 좁지만 독립문바위를 비롯한 수려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동도에서 본 서도  서도는 해발 167.9미터로 독도의 유일한 주민인 김성도 씨의 집과 유일한 식수원인 '물골'이 있다.

천장굴  천장굴은 동도의 중앙에 있는 해식 동굴이다. 거친 동해의 파도는 바위를 깎아 기묘한 바위와 신비한 동굴을 만들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독도의 이야기가 들려올 것 같다.

삼형제굴  삼형제굴은 서도 북서쪽 탕건봉 맞은편 옆에 있다. 얼른 보아 아버지 옆에 비켜서서 동해를 응시하는 아들의 형상이다. 큰 바위에 파도가 뚫어 놓은 굴 세 개가 머리를 맞댄 의좋은 형제의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탕건봉  서도에는 떨치고 일어서는 남성의 양기를 느끼게 하는 탕건봉이 솟아 있다. 반듯하게 잘린 정상 부분이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탕건을 닮았다 하여 탕건봉으로 불리는 이 바위 봉우리는 멀리서도 발견된다(위). 아래는 동도의 해식 동굴 안에서 본 탕건봉의 모습이다.

동도 정상에서 본 촛대바위

장군바위  일명 촛대바위라고도 한다. 동도와 서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여 이름도 두 가지다. 동도에서 보면 촛대 모양이지만 서도 쪽에서 보면 출전을 앞둔 장군의 긴장된 얼굴 모습을 하고 있다.

섬장대꽃과 벌  해풍에 씻긴 말간 꽃들이 독도의 바위틈을 비집고 향기를 내뿜고 있다. 거친 해풍에 날개짓하기도 힘들 듯 싶은데 독도의 벌은 육지 벌만큼이나 부지런하다.

털머위  독도는 해안이 모두 바위 절벽이어서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식물조차 독도에 상룩할 수 없어 종자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는 식물만 번식할 수 있다.

독도에서 제일 큰 섬괴불나무와 꽃  5월이면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거친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낙엽 떨기 나무이다. 한때 토끼가 다 뜯어먹어서 현재는 벼랑에 10여 그루만 남아 있다. 100원짜리 동전을 통해 이 나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강치  조선시대에 강치는 울릉도 주민에게 '바닷가제'로 불렸는데 그런 가제가 많이 출몰하는 섬이라 하여 독도는 정조 때 '가제도'라 명명되기도 하였다.

괭이갈매기  부근의 바다에 물고기가 풍부하기 때문에 독도에는 각종 새들이 저마다의 둥지를 틀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 바다제비와 괭이갈매기, 슴새, 황조롱이 등이 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천연기념물인 괭이갈매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괭이갈매기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된 이 괭이갈매기의 일생은 독도의 사계절과 맞물려 전개된다. 독도는 망망한 바다 위로 솟아올랐다가 울릉도가 있는 서쪽으로 지는 태양에 의해서가 아니라, 철이 되면 날아와서 수만의 새끼를 부화시키고 키우다가 계절이 바뀌면 새끼와 더불어 남쪽으로 날아가 버리는 괭이갈매기에 의해 나이를 먹고 철이 든다.

독도의 풀, 파도, 갈매기  독도는 풀도 나무도 없는 돌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쑥, 쇠비름, 왕호장근 등 50여 종의 식물과 하얗게 바다를 뒤덮은 괭이갈매기가 독도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왼쪽 바위를 뒤덮은 것은 왕호장근의 군락이다.

태풍 전야  독도가 위치하고 있는 동해는 남태평양에서 북태평양으로 부는 태풍의 통로이다. 하늘의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태풍으로 변하고 있다. 태풍 전날은 원래 평화로운 법이지만 다음날 큰 태풍이 이곳을 지날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팔도총도  조선 중종 25년(1530)에 완성한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관찬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조선 전도인 「팔도총도」가 실려 있다. 동해에 울릉도, 우산도를 나란히 표시하고 있는데 울릉도와 독도를 나타낸 것이다.

용오름  회오리치는 물기둥이 지름 50~60미터, 높이 500미터로 높게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용오름이라 하고 과학 용어로는 토네이도 현상이라 한다. 아래는 용오름이 시작될 때이고 위는 끝날 때의 모습으로 물기둥이 흐트러지고 있다.

클라프로트의 삼국총도  하야시의 『삼국통람도설』을 번역한 클라프로트는 그 책 안에 부록 지도첩으로 「삼국총도」 및 「조선팔도지도」를 첨가했다. 독도가 한국 영토임이 명기되어 있어 독도 문제에 상당히 중요한 자료이다.

독도의 일출  동해에 얼굴을 씻은 태양이 이땅에서 제일 먼저 선명한 아침을 여는 곳이 바로 독도이다. 동해에서 솟은 해는 독도를 연 다음에야 울릉도와 한잔도에 선명한 아침의 서기를 뿌려 준다. 위는 천장굴 앞에서 본 일출, 아래는 얼굴바위에서 본 일출 광경이다.

한국령  1954년에서 1956년까지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은 때에 울릉도 민간인들로 구성된 독도 의용 수비대는 일본의 어부들로부터 독도를 지켰다. '한국령'이라는 글씨들은 독도 의용 수비대가 활약하던 당시에 새겨 놓은 것이며 위의 '한국'은 한진호 씨 글씨이다.

독도 의용 수비대  우리는 독도를 노래나 구호만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그 곳에 살며 독도에 불법 침입한 일본 어부들이나 해군들과 목숨을 걸고 전투를 벌여 물리친 영웅들의 넋이 구천에서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도 의용 수비대원 명부

고성달  김수봉  김인갑  김장호  김재두  김현수  안학률  이상국  정이관  정재적

조상달  한상용  허신도  홍순칠  황영문(이상 사망자)

구용복  김경호  김병렬  김영복  김영호  김용근  박영희  서기종  양봉준  오일환

유원식  이규현  이필영  이형우  정원도  정현권  최부업  하자진(이상 생존자)

1996년 4월 20일, 국무회의에서는 고 홍순칠 대장에게 4등급인 보국훈장 삼일장을, 나머지 대원 32명에게는 5등급인 광복장을 각각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태극기 게양대 밑에 새겨진 '한국령' 글씨

독도 수비대가 세운 팻말  한자로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라고 새긴 팻말로 동도 선착장 부근에 있다.

파도가 밀어 올린 포탄  미 군정 때에 독도는 미군의 폭격 연습장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던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바다에 떨어졌던 녹슨 포탄 1개를 파도가 밀어올렸다.

독도 기념 우표  1954년 9월 15일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재확인하는 뜻으로 3종의 독도 도안 우표를 발행하였다. 이에 일본은 11월 19일 이 우표가 첨부된 한국의 우편물을 반송하기로 의결한 적도 있다.

독도의 샘 물골  물골은 독도의 모든 식물들이 만들어 낸 수액들이 고여 만들어진 샘이다. 독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물골 덕이다. 1989년부터 독도에 나무 심기가 본격화되면서 물골의 생명수는 더욱 맑고 그 양도 풍부해졌다.

물길러 가는 계단  서도에 있는 물골은 태풍을 피해 독도를 찾아든 어부들의 목을 축여 주는 생명수다. 거친 파도를 피해 물을 길어야 했던 사람들의 의지가 가파른 벼랑에 계단을 만들었다. 이 계단은 1987년 울릉도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민간인의 집  독도 주민 김성도 선장의 집이다. 고 최종덕 씨가 산비탈 절벽을 깎아 지은 민간인 숙소로 여름이면 어부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한다. 태풍이나 강풍이 몰아쳐도 피해가 없을 정도로 위치가 잘 선정되었다.

이차년도 나무 심기  이차년도부터는 흙이 붙어 있는 10센티미터 정도의 큰 나무를 심어 정성을 기울였다. 또 토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망을 치기도 했고 나중에는 야생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장군바위를 배경으로 한 독도의 일출

독도박물관 전경과 전시실 내부  1997년 8월 8일 준공된 독도박물관은 울릉도 약수공원 내에 위치한다. 제1, 2전시실에는 서지학자 이종학 씨가 수집한 독도 관련 자료가 있고, 제3전시실에는 독도 의용 수비대 및 푸른 독도 가꾸기 모임 활동 자료가 총 580여 점 전시되어 잇다.(사진 제공 삼성문화재단)

 

 

posted by 황영찬
2013. 9. 30. 09:34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102 책이 무거운 이유

 

맹문재 시집

2005, 창비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7602

 

811.6

맹3619책

 

창비시선 252

 

맹문재 시인의 시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순수성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다. 그는 불혹의 나이 사십이 되어서도 아직도 종달새 소리와 흰나비를 쫓는 순진한 소년이다. 그는 쇳가루를 뒤집어쓴 공장노동자 생활을 경험한 바 있으며 동시에 인간에 대한 배신과 실망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하나의 소망처럼 간직하고 있는 것이 그의 아름다움이다. 시는 인간이다. 진솔하고 꾸밈없는 언어로 씌어진 그의 시를 읽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떠올려본다. 거짓된 말은 사람을 유혹하나 진실된 말은 사람을 움직인다.

최동호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맹문재 孟文在

196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91년 『문학정신』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등이 잇다. 현재 안양대 국문과 교수로 있다.

 

차례

 

제1부 ___

운(運) / 봄 / 품 / 홍무수 맛 / 안부 / 별똥별 / 선생님 / 목련꽃 / 선생님 / 목련꽃 / 귤 / 가장자리에서 / 나침반 / 신발 / 주인 / 집 / 귀가 / 손목시계

 

제2부 ___

책이 무거운 이유 / 달 / 단단한 무늬 / 벽화 앞에서 / 까치집 / 꽃 / 새순 지팡이 / 첫눈의 노래 / 다음에 / 까마귀 소리 / 사십대 / 아름다운 얼굴 / 산길 / 배수진을 친 집

 

제3부 ___

약수 / 염소 / 도둑고양이 / 착지점, 이자 / 손안에 없는 별을 위하여 / 이자의 감기에 걸린 어린이날 / 사십을 생각한다 / 이자가 적을 만든다 / 말일 / 사남매 / 시집 읽기 / 예 /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다 / 라면을 한 개 더 삶다

 

제4부 ___

소읍은 살고 있었다 / 겨울 저녁을 닮은 단추 / 사십세 / 뉴스가 사이렌을 울린다 / 안전 주간 / 치기를 위하여 / 안주를 뱉다 / 수선공의 손 / 배수진과 원탁 / 1980년대에 대하여 / 평전 다시 읽기 / 아름다운 푯대 / 뿔

 

해설 | 이경수

시인의 말

 

목련꽃

 

잠지리에 들었는데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린다

비도 제법 내리는 것 같다

택시에 받혀 나가떨어진 엊저녁 퇴근길에 본 사내가 떠오른다

그의 아내도 저 천둥소리를 듣고 있을까

정비공으로 일하는 작은동생의 운전길이 미끄러울텐데

쇠를 만들어 밥 먹는 제철소 친구들의 안전화가 젖을텐데

자전거를 타고 건너다가 넘어졌던 그곳 철길이 여전히 미끄러워

나는 이불 속으로 움츠러든다

이사를 다녔던 거미줄 같은 길들이 질펀하다

시골집의 낡은 전선과 형광등이 괜찮을까

할머니의 산소가 허물어지지 않을까

잠자다가 일본 광산에 끌려간 조선인들, 그들이 탄 열차가 흔들린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고향을 바라보았을까

그날도 저렇게 비가 내리지 않았을까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열다가 깜짝 놀랐다

 

나의 길을 내기 위해 목련꽃들이

천둥소리를 잡아먹고 널브러진 채 죽어 있는 것이다

 

사십대

 

아웃, 나는 이 호각소리에

더이상 놀라거나 실망할 이유가 없어

십이월의 섬에서 고독하게 저녁을 맞는다

 

식사 시간에도 새벽안개를 긁어모았고

담화문을 향해 돌을 던지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고

일기장마다 건조한 지도를 그려온 나의 그림자도

조용히 앉아 풀어지고 있다

 

저쪽 언덕 위에서는 위로(慰勞)가

마치 송편 같은 눈으로 아웃된 나를 안쓰러워하며

거울을 비춰주고 있다

머리가 허옇고 눈을 껌벅거리고

장작개비처럼 마른 팔로 책을 들고 있는 한 노인이

등을 구부린 채 골목길을 가고 있다

위로의 품에 안겨 흐느끼고 싶지만

이내 포기한다

나의 카리스마가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인 것이다

 

아웃, 나는 이 호각소리를 무시하고

십이월의 섬에 앉아 카리스마의 독설을 묵묵히 듣는다

 

이자의 감기에 걸린 어린이날

 

소를 부려 밭을 갈던 아버지의 목청이 가라앉았다

거실의 텔레비전이 가라앉았다

걸려온 전화를 조심스레 받는 어머니가 가라앉았다

안방의 장롱이 가라앉았다

야근한 뒤 점심도 굶고 잠자는 동생이 가라앉았다

화장실이 가라앉았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이 가라앉았다

안부전화를 건 제철소의 동료가 가라앉았다

쿨룩거리는 냉장고가 가라앉았다

먼 지방의 공사장으로 간 여동생 남편이 가라앉았다

십년째 쓰는 전기밥솥이 가라앉았다

고객의 호출을 착하게 받는 막내 동생이 가라앉았다

돌아가신 작은아버지의 낡은 수첩이 가라앉았다

윤기 없는 아내가 가라앉았다

날아드는 먼지를 막지 못하는 현관이 가라앉았다

취직 걱정에 몸살이 난 내가 가라앉았다

 

인터넷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가라앉았다

 

손안에 없는 별을 위하여

 

1

돈, 돈 하고 있는데

주는 돈 다 셈하면 가져도 좋아, 못하면 헛일이고

나는 이자의 제의에 휘파람을 불었다

 

만원, 이만원, 삼만원…… 십만원, 십일만원……

백만원, 백일만원……

 

얼마쯤 지났을까, 나는 돈방석에 앉아 있었다

세기만 하면 되었기에

유행가를 부르듯 부지런히 이어갔다

천일만원, 천이만원, 천삼만원……

 

2

그러나 점점 초조해졌다

설마 그렇게 많이 가졌을까 하고 생각했던 이자의 돈이

끊기지 않고 속주머니에서 계속 나와

오히려 겁이 난 것이다

그래도 엄청난 기회를 잃을 수 없다고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일억 일만원, 일억 이만원, 일억 삼만원……

 

마침내 나는 헐떡거렸다

내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

이자에게 농락당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산더미 같은 돈 앞에서 든 것이다.

왜 그 사실을 몰랐을까, 이자의 얼굴을 쳐다보니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전히 미소를 띠고

내게 돈을 건넸다

 

3

나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도망갈 수도 없었다

눈을 돌려 하늘의 별들을 쳐다보았다

어디에도 있는 별, 그러나 나의 손안 어디에도 없는 별

 

진정 내게 전략이 없는가?

 

배수진과 원탁

 

아더왕은 원탁이 잇어 배수진을 칠 수 있었을까

배수진을 쳤기에 원탁을 살릴 수 잇었을까

 

영화 「킹 아더」를 보다가 생각했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공개채용에 또 한번 속고 나서

배수진을 치지 않는 한 원탁이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의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살인범의 죄까지

나와 상관있다고 애써 인정해왔는데

이제는 다르게 생각한다

환경은 지배계급의 원탁이기에

나의 죄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탁에 둘러앉는 것보다

배수진을 치고 들어가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아더왕의 지배계급성을 싫어하지만

언 강물 위에 배수진을 치고 칼을 뽑았던 결정을 수용한다

 

모든 길은 원탁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배수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귀가

 

1

나는 흥얼거리며 골목길을 올라갔다

언덕 위에 우리 집이 보이는데

아직 식구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아니면 모두 잠들었는지

불은 켜져 있지 않았다

나는 얼른 들어가 불을 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라갈 수가 없었다

얼어붙은 길이 너무 미끄러워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하고 자꾸 뒤로 밀려나는 것이었다

술 몇잔을 마셨다고 이렇게 힘이 없을까

나는 오기를 가지고 올라갔지만

몇걸음 못 가 다시 미끄러지고 말았다

 

2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나는 밧줄을 구해 와

매듭을 지어 집을 향해 던졌다

밧줄은 대문에 정확히 걸려

나는 밧줄을 감아쥐고

한 발씩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집에 거의 다가갔을 때

대문이 나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할 수 없이 밧줄을 놓고

오르는 것을 포기했다

 

얼른 들어가 불을 켜야 하는데

아내와 어린애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위대한 아버지가 왔다고 큰소리쳐야 하는데

따뜻한 방에 슬픈 그림자를 눕히고 재워야 하는데

 

3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밤바람이 제법 찼다

나는 눈을 감고 한참을 서 있다가

신발을 벗었다

양말도 벗었다

그리고 고양이처럼 손발을 오므렸다

 

나는 온몸으로 길을 녹이며 오르기 시작했다

 

도둑고양이

 

야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던 한 마리의 고양이와 마주쳤다 주춤거리며 나를 쏘아보는 눈빛이 제법 무서웠는데 슬퍼 보이기도 했다 나에게 들켰다고 화를 내는 것일까 부끄러워하는 것일까

 

다음날 저녁 나는 다시 그 쓰레기통에서 고양이와 마주쳤다. 나를 아는 눈치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무서운 눈빛이었지만 늦가을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처럼 외롭고 슬퍼 보였다

 

그 다음날 귀갓길에 나는 고양이를 떠올렸다 어느새 고양이는 나의 슬픈 신발이 되어 있었고 외로운 거울이 되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골목에 들어서서 다가갔다 그런데 고양이는 없었다 왜 오지 않았을까, 허망했고 걱정도 되었다

 

그후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눈빛을 찬물을 끼얹어 장작불을 끄듯 내 마음속에서 끌 수가 없었다 무서웠고 슬퍼 보였고 외로워 보였던 그의 눈빛

 

나는 그 눈빛을 촛불로 삼고 복잡한 서울 거리를 헛디디지 않고 다녔다 구조조정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인터넷 뉴스를 뒤졌고 아이들의 용돈을 마련하려고 교통비를 아꼈다 주눅 든 마음을 일으켜 세우려고 『전태일 평전』을 읽었고 겨울바람을 막으려고 전세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지 않고 냈다

 

사남매

 

할머니가 밭에 나가 있는 동안

일곱살 동생이 열다섯 된 오빠를 데리고 논다

마늘 몇접 걸려 있는 처마 밑에 놀이터를 마련하고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따라

방을 꾸미고 컴퓨터를 설치하고

화단을 가꾸고 우편함을 만들고 만국기를 단다

해가 뜨면 오빠와 할머니께 인사를 한 뒤 회사에 출근하고

집에 있는 오빠가 궁금해 회사에서 가끔씩 전화를 걸고

과일과 붕어빵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퇴근한다

저녁을 지어 오빠와 할머니와 냠냠 먹고 나서는

할머니의 다리를 주물러드리고

설거지를 한 뒤 잠자리에 든다

오빠는 동생의 소꿉놀이가 즐거운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헤헤 웃으며 손뼉을 치고

동생은 했던 놀이를 하고 또 해도 마냥 즐거워하는 오빠가 좋아

집안 살림을 신나게 한다

 

밭에서 돌아온 할머니가 남매를 부르면

동생은 오빠를 이끌어야 된다는 마음으로

오빠는 동생을 따라가야 된다는 마음으로 달려간다

할머니가 세상에 두번 다시 오지 않기라도 하는 듯 치마를 잡고

어두컴컴한 방에 들어서면

이부자리 곁에서 낮잠을 자던 또다른 남매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치며 일어난다

시멘트공장에 일하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세상 뜬 남편과

정신박약아인 아들과 이자가 안될 딸과 노모를 버리고 가면서

선물로 남기고 간 인형 남매가

어느덧 언니들과 어울려 놀 만큼 자라난 것이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저녁을 짓는 동안

사남매는 모여 앉아 오순도순 얘기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손뼉을 치며 노래도 부른다

 

운(運)

 

이력서를 낸 곳에 시외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

면접 보러 가는 길

내 이마를 툭 치는, 그것

 

내게 한마리 하려고 그 멀고도 험한 길을

달려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나는 비로소 그것이

들판 그득하게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살아 있는 것도

새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것도

도랑물을 타고 흘러가는 것도

도랑물을 타고 흘러가는 것도 보았다

 

그것, 꽉 쥐고 있자니

어느새 내 손바닥은 눈물로 흥건하다

 

아름다운 얼굴

 

아주 잠깐이었지만

대천 앞바다에서 윤슬을 바라보다가 깨달은 일은

아름답게 죽는 것이었다

 

소란하되 소란하지 않고

황홀하되 황홀하지 않고

 

윤슬이 사는 생애란 눈 깜짝할 사이만큼 짧은 것이지만

그사이에 반짝이는 힘은

늙은 벌레가 되어가는 나를 번개처럼 때렸다

 

바람에 팔락이는 나뭇잎처럼

비늘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윤슬의 얼굴

너무 장엄해 나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대천 앞바다에서 윤슬을 바라보다가 깨달은 일은

아름답게 사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푯대

 

공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다가

뒤편의 산마루에 피어 있는 꽃들을 발견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꽃들은

말갛게 쓸린 오후의 골목길처럼 깨끗했고

미인의 귀볼처럼 발그레했고

세상살이가 좋기라도 하다는 듯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왜 지금까지 저 꽃들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나는 몇번이나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렇지만 부끄러웠다

쇳가루를 뒤집어쓴 시커먼 공장을

아름다운 푯대로 삼으려고 했던 내가

꽃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니

 

공장을 품고 살아가겠다는 내가

꽃 앞에서 강박관념을 느끼는 존재라니

나를 흔들고 있는 아름다운 푯대여

 

책이 무거운 이유

 

어느 시인은 책이 무거운 이유가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책이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시험을 위해 알았을 뿐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그 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무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나무만을 너무 생각하느라

자살한 노동자의 유서에 스며 있는 슬픔이나

비전향자의 편지에 쌓인 세월을 잊을지 모른다고

때로는 겁났지만

나무를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한그루의 나무를 기준으로 삼아

몸무게를 달고

생활계획표를 짜고

유망 직종을 찾아보았다

그럴수록 나무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었다

 

내게 지금 책이 무거운 이유는

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뿌리 박고 서 있는

그 나무 때문이다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