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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31. 14:00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5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남진우 시집

2006, 문학과지성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53411

 

811.6

남78새

 

문학과지성 시인선 321

 

봄날 뻐꾸기가 울고 있다. 가까운 산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도시의 소음 탓이거나 분주함 때문이리라. 잘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건물 안팎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소리가 늘 내 귀를 채우고 있다. 건물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사라진다 해도 실내의 TV 음향이나 오디오의 음악, 전화벨 소리가 끊임없이 내 몸을 가로지르며 흘러다닌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는 일에서 풀려나 멍하니 앉아 있을 때, 그리고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뻐꾸기는 운다. 한 번 울고 잠시 틈을 두었다가 다시 운다. 무심코 그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던 나는 한 순간 전신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뻐꾸기는 나를 삼키고 내가 있던 공간을 삼키고 이윽고 우주 전체를 삼켜 버린다. 나도 사라지고 세상도 사라지고 오직 뻐꾸기 울음소리만 존재하는 그런 순간이 몇 초 정도 지속된다…… 무중력 상태의 공간을 비행하는 느낌이 이럴까…… 그 소리에 잠겨 있으면 내 몸이 깊은 우물 속으로 한없이 낙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열기구를 타고 점점 멀어지는 지상을 굽어보며 광막한 허공으로 떠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한동안 뻐꾸기 소리에 빠져 있다가 슬며시 놓여 나온다. 가만히 아주 가만히 내 의식은 내 몸이 속한 공간에 닻을 내린다. 여전히 내 곁엔 아무도 없고 보이지 않는 세계 저편에서 한가로이 뻐꾸기가 울고 있다. 한 번 울고 잠시 틈을 두었다가 다시 운다. 고요의 밑바닥에서 내 생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듯 울고 있는 뻐꾸기. 내 몸을 들락날락하는 저 소리를 징검다리 삼아 한 시절 건너가면 거기 무엇이 있을까. 나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멀어진다.

 

시인 남진우는 196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후 현재까지 시인과 평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시집으로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죽은 자를 위한 기도』『타오르는 책』이 있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에서 시인은 낯선 것과의 조우에 대해 노래한다. 그 낯선 것들은 사자, 악어 같은 짐승이기도 하고, 식물이나 기후, 자연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낯선 것들의 정체는 우리를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매개물이다. 그것들은 미지의 세계의 한 자락이면서, 이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며, 또한 이 세계 안에 있는 타자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부이면서 영원히 타자이기도 한 죽음과도 같은 잠처럼.

 

시인의 말

 

그물을 거둔 자리

물고기는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진다

은지느러미를 빛내며

수많은 물방울 사이 잡히지 않는

말들의 뒤채임

2006년 여름

남진우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모자 이야기 / 꿈 / 여우 이야기 / 저수지의 개들 /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 겨울잠 / 먼 산 먼 길 / 종일토록 / 열대야 / 저 석양 / 계단 오르기 / 들소떼와 춤을 / 버섯들 / 소음 / 어부의 꿈 / 봄의 幻 / 도서관 유령 / 전갈에 물리다

 

제2부

낮잠 / 오래된 정원 / 조등 / 달의 물 / 소금별에서의 일박 / 베니스에서 죽다 / 문밖에서 / 환절기 / 우물 이야기 / 번개 치는 밤의 기록 / 일식 / 그가 보고 있다 / 오늘도 무사히 / 오후 세 시의 예감 / 어머니 / 나는 흑색 소설만을 읽는다 / 생은 다른 곳에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석모도 해변을 거니는 검은 개 한 마리 / 눈 내리는 날 / 겨울 일기 / 그런 날 / 선인장 / 모래알과 마른 풀들 사이 / 겨울 아침

 

제3부

일식 / 金宗三 / 축제는 계속된다 / 오래된 사원 / 앙코르 / 반얀나무 아래 / 몽생미셸 / 오후 세 시의 추억 / 카타콤 / 경을 찾아서 / 정거장에서 / 오래전 길을 떠날 때 / 저녁 산책 / 연가 / 멍키 템플 / 수목한계선 / 독서

 

해설 | 열세번째 사도의 슬픈 헛것들 · 신형철

 

저수지의 개들

 

비 내리는 밤

저수지 밑에서 개들이 짖는다

흙탕물 위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울음소리

 

긴 혀를 늘어뜨리고

두 눈에 푸른 불을 켠 개들이

발톱으로 서로의 목줄기를 찢으며 짖어댄다

 

짖어댄다 소용돌이치는 저수지 밑

진흙탕을 달리며

일찍이 지상에서 쓸려 나가

저 어두운 물속에 갇힌 온갖 소리들이

 

물결과 물결 사이

허연 잇자국을 드러내며 거품을 뿜어댄다

물에 붙은 주검들이 둥둥 떠다니는 수면 위

부우연 숲 그림자를 흔들며 번져가는 울음소리

 

밧줄을 내려주어도 저들은 올라오지 못한다

오직 짙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짖어댈 뿐

일렁이는 수초 사이에서 뒤엉켜 싸우면서

저들은 밤새 금 간 제방을 물어뜯는다

 

우리가 버린 말

우리가 욕하고 더럽히고 깨트린 말들이

폭풍우 치는 밤

저렇게 어두운 물 밑에서 하염없이 짖어대고 있다

 

모자 이야기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사람들은

파도 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깊은 밤 내 낡은 모자에 귀를 갖다 대면

기적 소리와 함께 시커먼 화물 열차가 달려 나오기도 한다

내 낡은 모자를 안고 오늘 나는 시장에 갔다

하지만 해 저물도록 아무도 사는 이 없어

나는 구름과 놀다가 기차를 타고 훌쩍

머나먼 사막으로 떠났다

 

누군지 모르는 그대여

내 낡은 모자를 사다오

달리는 화물 열차 끝에 매달려 오늘도 나는

내 모자를 쓸 그대를 찾아 헤맨다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지금

목마른 사자 한 마리 내 방 문 앞에 와 있다

 

어둠에 잠긴 사방

시계 뚝딱거리는 소리

잠자리에 누운 내 심장에 와 부딪치고

창 가득히 밀려온 밤하늘엔 별 하나 없다

 

아득히 먼 사막의 길을 걸어 사자 한 마리

내 방 문 앞까지 왔다

내 가슴의 샘에 머리를 처박고

긴 밤 물을 마시기 위해

 

짧은 잠에서 깨어나 문득 눈을 뜬 깊은 밤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의 텅 빈 방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사자의 갈기가

내 얼굴을 간지럽힌다

 

타오르는 사자의 커다란 눈이 내 눈에 가득 차고

사나운 사자의 앞발이 내 목줄기를 짓누를 때

천둥처럼 전신에 와 부딪는

시계 뚝딱거리는 소리

 

문을 열고 나가보면 어두운 복도 저편

막 사라지는 사자의 꼬리가 보인다

 

소음

 

나도 모르게

벌집을 건드렸나 보다

붕붕거리며 날아오른 별들이 사방에서 나를 에워싼다

 

발을 딛어서는 안 될

금지된 영지를 침범한 것일까

늙은 떡갈나무 아래를 지나다 무심코

머리 위로 손을 뻗치는 순간

먹구름처럼 모여드는 벌 소리와 함께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수많은 말들이 거침없이 나를 찔러대며

어서 무릎 꿇으라고 잘못했다고 빌라고 다그친다

퉁퉁 부어오르는 살 위에 다시 침을 박는다

 

개울을 건너 풀숲을 헤치고

아무리 멀리 달아나봐야 소용없다

내가 건드리기도 전에 한 모금 꿀을 맛보기도 전에

별들이 달려와 나를 쏘아댄다

 

아픔이 환희처럼 온몸에 번져갈 때

꽃가루를 모으던 닫힌 입 안에 갇혀 있던 말들이

쉴 새 없이 붕붕거리며 어서 쏴버려

쏘아버리라고 말한다

 

벌들에게 쏘이며

나 또한 입가에 힘을 모으고

최후로 마지막 침을 날린다 이제 막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저 거대한 말벌을 향해

 

벌이야

벌이라니까

 

열대야

 

1

연립주택 뒤 베란다에

악어떼가 살고 있다

어머니가 가져다 놓은 항아리

그 속에 숨어서 은밀히

우리를 엿보며 익어가고 있다

 

뚜껑을 열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한입에 우리를 집어삼킨 악어떼가

간장 위를 둥둥 떠다니며

짜디짠 열대 바다를 꿈꾸고 있다

 

2

수도관을 타고

연립주택 천장으로 벽으로 쓸려 나오는 악어떼

변기에서 욕조에서 장롱 서랍에서 쏟아지는 악어떼

이불을 들추면 싱긋 웃고 있는 악어떼

잠자는 우리 머리맡을 기어다니며

악어떼가 노래 부른다

커다란 입을 길게 찢으며 악어떼가

밤새도록 웅웅거린다

 

깊어질수록 끓어오르는

열대야를 헤집고 이 밤

악어떼가 행진한다

 

3

내 살을 뜯어먹고

냉장고 속을 노략질하고

거실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다가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갔다가

구겨진 신문 상단에 웃고 있는 정치가의

입을 통해 기어나오는

 

저 시커먼 악어떼

 

흐릿한 눈으로 나를 굽어보며

이제 잠들 시간이라고

마음 놓고 꿈에 빠져들라고 속삭이는

 

악어떼악어떼악어떼

 

잠 못 이루는 밤

연립주택 베란다 유리창마다

불길이 치솟아오른다 타오르는 악어떼

그림자가 넘실거린다

 

버섯들

 

우기 지나

민달팽이 기어가는 연립주택 계단과 벽면에

축축하게 돋아나는 버섯들

 

은밀히 어둠을 밀어올리고

지난밤 꾸다 만 악몽처럼 소리 없이 부풀어 오르며

작은 틈새로 이마를 내미는

 

버섯들

벗지 못한 몸들이 뒤척이며 돌아누울 때

땅 위로 한 웅큼

식인종의 머리처럼 솟아나는

 

저들이 좁은 땅을 먹어치우며

집 안으로 쳐들어온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여기저기 종기를 퍼트리고

축축한 진물을 흘리며

 

버섯이

거대한 버섯이

뭉개구름처럼 피오오른다

 

지하철이 굉음을 울리고 지나간 다음의

텅 빈 적막 속

버려진 연립주택 단지 위 하늘로

자욱하게 번져가는 버섯들

 

겨울잠

 

반달곰 한 마리

가슴에 반달을 안고 항아리 속으로 들어간다

항아리 속에서 올려다본 하늘엔

반달이 떠 있고

 

적적한 사방

바람이 쓸고 가는 소리에 웅웅대는 항아리

반달곰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적마다

달은 찼다가 이지러지고

 

눈은 내려 숲과 들을 하얗게 뒤덮는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반달곰의 꿈도 깊어가고

눈밭 한가운데 놓인 항아리는

더욱 무겁게 가라앉는다

 

어둔 밤 달에서 녹아내린 고드름 한 방울

항아리 속으로 떨어져 내리면

겨울잠을 자던 작은 곰은

부스스 일어난다

 

잠시

머리에 맺힌 달빛을 쓸어보는

반달곰 한 마리

 

아주 먼 곳에서 아주 먼 곳으로 불어가는

바람 소리에 잠시 귀 기울이다

항아리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고

세상을 엿보기 시작한다

 

종일토록

 

꽃게 한 마리

거품을 물고 꽃그늘 속으로 기어간다

꽃게 거품에 반짝이는 아침 바다

꽃게가 피워내는 꽃들이 바다를 덮는다

툭, 꽃 모가지가 떨어지고

투둑, 꽃게 다리가 부러진다

져 내리는 꽃잎 속에 꽃게 거품이 떠오르고

허공에 뜬 거품마다 반짝이는 아침 바다

꽃게 한 마리 바다를 물고

꽃그늘 속에서 기어나온다

한 세월 아득한 꽃 소식 기다리며

갯벌을 건너가는 꽃게 한 마리

 

어부의 꿈

 

호리병 속에 갇힌 마인은

말이 없다 잔잔한 바다 양탄자처럼 펼쳐진 하늘

그물을 끌어올린 어부는 잠시

뱃전에서 숨을 몰아쉰다

 

모든 예언은 거짓이거나 농담이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오직 태양뿐

눈부신 빛살에 떠밀린 파도는 묵묵히 밀려왔다 밀려가고

전설을 가늠하듯 어부는 호리병을 치켜든다

 

어떤 마법이 그를 다른 해안에 데려다줄까

모든 소원이 헛되이 져 내린 뒤

호리병에 담긴 마지막 한 방울 술까지 다 마신 다음

어부는 적막한 해변 낡은 오두막집에

홀로 쓰러져 잠든다

 

깊고 어두운 꿈속

호리병을 열자

검은 연기와 함께

마인이 솟아오른다. 솟아올라

이제 네 소원을 들어주마 말한다

 

제발 이 삶 바깥으로 나를 데려가줘

내가 꾸는 꿈이 더 이상 나를 속이지 않는 곳으로

꿈속의 호리병이 내게 소원 따윌

명령하지 않는 그곳으로

 

아득한 바다

양탄자처럼 펼쳐진 하늘 아래

호리병은 사라지고

어부 홀로 텅 빈 그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 석양

 

1

저녁

내 몸은 푸른 허기로 가득 찬다

바람의 비린내가 맡아지고

손가락 뼈마디에 와 걸리는 녹슨 석양빛이 만져지는 때

오래된 마당 구석 낡은 우물이 들어와 마음 한 켠을 차지한다

 

내 안에 기숙하던 아픔이 이리도 많아

오늘 이 저녁 만나는 모든 것들이

어두운 입을 벌리고 내 갈 길을 묻는다

 

2

한때 내 속에 살던 노래는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리고

나는 텅 빈 우물로 고요하다

푸른 물이 그립다고 간혹 되뇌어보지만

이제 누가 내 속에

제 얼굴을 비춰볼 것인가

 

춥고 어두운 내 몸속에

간혹 길 잃은 짐승이 빠져 한 줌 뼈로 변한다

내가 길들일 수 없는 길들이

저 먼 세상 어디론가 소리 없이 풀려나가고

길의 끝

마른번개 한줄기 달려가다 멈추는 곳

 

푸른 허기에 감싸인 채

나는 우물을 굽어본다

지팡이가 돌계단을 치는 소리 들리다 그치고

조금씩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3

아주 멀리서

다가오는 빛

날개 달린 짐승들이 일제히 깃을 터는

저녁의 우물 깊숙이

내려오는 빛

손에 받아

고개 숙이고 마셔보는 한 모금의 빛

아무 맛도 없이

내 몸을 푸르게 물들였다 사라지는

 

문밖에서

 

나는 아주 낡고 더러운 소문의 도시에 살았다

장마가 지나가면 태풍이 다가왔고

잠시의 맑은 날 끝엔 눈사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즐비한 술집 앞엔 가끔 얼어 죽은 시체가 발견되곤 했다

 

이 도시의 주민들은 일 년 내내 기침을 해댔고

검은 안개 속을 허우적거리듯 걸어다녔다

신문과 전파는 무심히 붐비는 사람 틈새로 빠져나갔고

거리의 검투사들은 찌르고 찔리며 환호 속에 죽어 갔다

 

변방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지루한 것들뿐

전쟁도 아니고 휴전도 아닌 막막한 세월을

유행 따라 머리 길이를 조절하며 사람들은 살아갔다

지급된 구두가 다 떨어져 나가는 순간까지

 

나는 아주 낡고 더러운 소문의 도시에 살았다

누추한 그림자를 끌고서 혀 밑에 쌓인 소금과 재를 맛보며

오래된 동상들이 늘어서 있는

황량한 광장을 가로질러 걸었다

 

이미 내 삶은 유적지를 적시는 메마른 빗방울이었고

아무도 내게 손 내밀지 않았으므로

길 잃은 소녀의 울음도 장님의 호각 소리도

내 깊은 적막을 깨뜨리지 못했다

 

나는 아주 먼 곳에서 온 자객처럼

하나씩 증발해버리는 소문의 도시에 살았다

아침이면 사나운 새들이 유리창을 부수고 날아들었고

저녁이면 어두운 카페에서 낯선 이국 가수의 목소리가

부우연 담배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밤

도시의 하늘을 가로질러 공습경보는 울려 퍼지고

추적자는 문을 두드리는데

방주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베니스에서 죽다

 

서른여섯을 넘긴 다음부터

거울 앞에 서지 않는다 거울에 비친 내가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내가 거울에 비친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명종 소리를 들으며 하루는 시작되고

만원 지하철의 졸음과 함께 하루는 끝난다

장례식과 결혼식 사이 잠시 나이 든 부모의

생일잔치가 있고 잊혀진 여인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하지만

 

누구나 하고 깊은 일만 하며

죽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 푸른

정맥을 드러낸 하늘에 주사를 놓고 싶은 날이면

흑사병이 도는 폐허의 도시를 꿈꾸고

거기 바닷가에서 나른한 햇살에 취해

홀로 죽는 꿈을 꾸고

 

서른여섯을 넘긴 다음부터

매일 아침 매일 저녁 나는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의 내가 내게 무슨 말을 묻기 전에

거울 앞에서 멍하니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는 나에게

지나온 나날의 죄과를 하나하나 고백한다

 

서른여섯 거울 속의 나는 죽고

텅 빈 거울 속에 더 이상 나는 비치지 않고

거울 속 어두운 물 저편으로 흘러가

나는 흑사병이 도는 폐허의 도시에 도착한다

 

푸른 정맥을 드러낸 하늘 눈부신 햇살 아래

나직하게 파도 구르는 소리 들으며

서른여섯 불현듯 죽음처럼 찾아온 졸음에 잠겨들면

모래밭의 한 아이가 손을 들어 가리키는 수평선 저편

가물가물 멀어져가는 작은 기선 한 척

 

선인장

 

겨우내 반 지하 방에 갇힌 채

여인은 선인장처럼 시들어간다

물을 주지 않은 살갗에서 버석거리며 모래알이 떨어지는 동안

허공의 낙타떼는 지붕 위에 머물다가

방울을 울리며 떠나곤 한다

 

철 지난 옷 속에 가시를 숨기고 여인은

주방과 화장실만 오간다

개수대에 쌓인 그릇이 늘어날수록

현관 앞엔 우편물과 신문이 버려진 채 바래어가고

마룻바닥 위 모래 먼지에 낙타 발자국이 찍혔다가 지워진다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옆에 두고

여인은 비좁은 소파 위에서 웅크리고 잠을 잔다

불타는 천막 속에서 한 남자가 길길이 날뛰다

타 죽어가는 꿈을 꾸며 여인은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 신기루처럼 아물거리며

한 때의 낙타가 다가오고 있다

모래 바람이 지붕을 밟고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만삭의 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선인장 가시를 입에 물고

여인은 반 지하 방 창문을 노려본다

창밖 수평으로 펼쳐진 마당에 어느덧 봄빛이 번져가고 있다

두 손으로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여인은 낮게 우얼거린다

 

그 새낀 죽었어, 하지만

나는 너를 꽃피우고 말 거야

 

오래된 사원

 

어스름이 내리는 강가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고

물소 한 마리 느릿느릿 내 곁을 지나간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강 건너 숲 저편

낡은 사원 하나 오랜 세월 비바람에 서서히 무너져 가고

나는 끊긴 길 이편에 적막하게 앉아

저녁 강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해 저물도록 그림엽서를 팔던 소녀는

자전거를 타고 노을 속으로 멀어져가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놀던 아이들 소리치며 그 뒤를 따라 뛰어간다

실눈 뜨고 바라보는 강물 위로 부서지는 마지막 햇살

 

뿔이 긴 소를 타고

저 물속으로 깊이 자맥질해 들어가면

거기 나를 기다리는 누가 있을까

 

저녁이 머뭇대며 내 주위를 에워싸기까지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고

조용히 물살을 가르며 내게 다가오는 숲 그림자

나는 어느덧 온몸을 휘감아 오르는 나뭇가지 푸르름에 휩싸여

아무도 찾지 못하는 사원이 된다

 

앙코르

 

아주 멀리

돌의 도시가 떠오른다

해자를 건너 기나긴 성벽을 지나

아득한 전생의 꿈에서 보았던 탑들이 솟아오른다

 

황폐한 뜨락 저편 웅크리고 있는 땅거미

거대한 나무들이 금방이라도 줄기와 뿌리를 뻗어 삼키려 드는

사나운 밀림 한가운데

 

부서지고 무너지고 금이 간 모습 그대로

돌의 도시는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읽을 수 없는 상형문자로 가득 찬 회랑을 돌아서

왕과 승려와 병사들이 차례로 내 곁을 지나간다

 

얼마나 많은 전쟁과 추수를 거듭한 끝에

지금 나 홀로 이 돌의 도시에 남겨진 것일까

벽면에 새겨진 전차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왕은 말이 없고

그 바퀴 아래 깔린 용병들의 신음 소리만 아직도 메아리친다

 

그늘진 사원 한 켠

목이 달아난 불상 앞에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사람들

그 앞에 잠시 고개 숙이고 몇번째인지 모를 생을 헤아리다

어스름에 잠긴 돌의 도시를 빠져나온다

 

몽생미셸

 

육지의 끝

썰물 진 바닷가에

조가비처럼 누워 있는 수도원

 

안개가 걷히면

순례자 대신 장사치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

영혼의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자들이

비좁은 계단 사이 어깨를 부딪치며

값싼 지폐와 신성을 교환하기 위해 오간다

 

수도사의 휴게실을 지나 석회암 기둥의 회랑을 지나

바다를 등지고 멀리 바라보이는 목초지엔

무심히 풀을 뜯는 검은 얼굴을 한 양떼들

 

하루의 소란이 다 저물고 난 뒤

깊은 밤이 찾아오면 조가비는 비로소 입을 열어

밤하늘 가득 맺힌 물방울 같은 별들을

제 속으로 빨아들인다

 

오후 세 시의 추억

 

갈매기 한 마리

원을 그리며 내 머리 위에서 종일 돌고 있다

 

삭아가는 폐선 옆에 서서

멀리 난바다에 부서지는 햇살 바라보며 찍은

흑백사진

 

거기

홀로 선 내 머리 위를 맴돌고 있는 갈매기 한 마리

점이 되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더 이상 돌지 않고

무슨 얼룩처럼 사진에 붙박힌 갈매기 한 마리

눈길을 주는 순간 물결을 일으키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 눈동자 속으로 뛰어들어와

다시 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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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
2013. 8. 28. 11:39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4 오페라 감상법

 

글, 사진 / 조성진

1999,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3102

 

082

빛12ㄷ  179

 

빛깔있는 책들 179

 

조성진-------------------------------------------------------------------------

1947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 대학과 빈국립음대, 독일 함부르크대학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학, 음악학, 오페라 연출을 전공하였다. 1980년부터 「아이다」를 시작으로 「꿈」, 「코지 판투테」, 「피가로의 결혼」 등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현재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으로 있다.

 

차례

 

책 머리에

감상의 기본 태도

  어떻게 시작할까?

  어떤 작품을 볼까?

오페라의 명작들

오페라의 종류

오페라의 노래와 연기

  오페라 가수들

  오페라 하우스와 공연 시스템

영상 매체와 음반

  오페라의 명반들

매니어가 되려면

한국 오페라의 나아갈 길

부록

베르디의 「아이다」 중 제2막 라다메스의 개선 장면  카이로에 있는 이탈리아 오페라 하우스를 위하여 청탁된 작품인 만큼 규모가 크고 스펙터클의 효과가 있어 축제용 오페라로 손꼽히지만 베르디의 진정한 의도는 오히려 개선 장면이 끝난 뒤에 주인공들이 겪는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바그너의 「발퀴레」 중 제2막의 무대  4부작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하나이다. 바그너의 무대는 특히 조명 효과를 살려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 마지막 장면  사라스트로가 시련을 이겨낸 타미노와 파미나를 축복하고 있다. 민중 악극의 형태를 빌어 만들어진 이 작품은 오페라사에서 가장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으로 인정 받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의 첫 장면  지극히 세부적이며 사실적인 무대는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의 전통이다.

1902년 파리에서 초연되었던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에서 멜리장드역을 한 소프라노 메어리 가든.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베르디의 「맥베스」 중 여주인공 레이디 맥베스로 분장한 모습이다. 마리아 칼라스는 2차 대전 이후 등장한 오페라 가수들 중에서 성악과 연기의 조화를 이룬 최고의 소프라노로 기록되고 있다. 레이디 맥베스는 특히 격렬한 성격의 역으로 칼라스의 대표적인 배역 중의 하나이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탈리아 오페라 분야에서 아직도 가장 인기 있는 테너이다. 1961년에 데뷔하여 1960년대 후반 전세계 무대에 유명하게 되었고 1970년대와 80년대에 절정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이전보다 무거운 역을 하고 있다.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  바그너의 작품만을 무대에 올릴 계획으로 1872년에 기초하여 1876년에 「니벨룽의 반지」4부작 전체를 초연하면서 개관하였다. 객석은 1,800석이며 나무와 벽돌로 지어졌다. 오케스트라 피트 위에는 덮개가 있고 무대 기계들은 풍부해서 모든 것이 바그너의 이상에 맞도록 되어 있다. 개관 이후 오늘날까지 전세계 바그너 추종자들의 '순례지'이기도 하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 에리히 클라이버(1955년)

모차르트 「돈 조반니」 :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59년)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 칼 뵘(1962년)

모차르트 「마술 피리」 : 게오르크 숄티(1969년)

 

 

posted by 황영찬
2013. 8. 27. 15:18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3 오래된 서울

 

최종현, 김창희 지음

2013, 동하

 

 

대야도서관

SB089459

 

911

최75ㅇ

 

'서울학' 창설의 주역과 그 전파자가 눈이 무르도록 자료를 뒤지고

발이 부르트도록 골목을 누빈 끝에 빚어낸 『오래된 서울

 

모처럼 묵직한 읽을거리가 탄생했다. 서울에 대한 책이지만 대하드라마처럼 장대하고 탐정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그러면서도 학술논문보다 더 학술적이고 문화비평보다 더 비판적이다. 풍부한 이미지에 민정기 화백의 '삽화'들까지 곁들여져 보는 맛 또한 특별하다. 저자들은 '최근의 기억까지 사정없이 지워진' 서울에서 고려 남경의 옛 흔적을 찾아내고 인왕산 아래 서촌에서 선대들의 못 다한 꿈을 되살린다. 경화사족에서 중인, 친일파, '모던 보이'를 거쳐 현대사의 격랑에 '미아'가 된 사회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꿈의 주제들과 엇갈린 입장은 그대로 아픈 우리 역사의 축도다. 저자들은 힘주어 말한다. 전통과 역사는 먼 데 있지 않고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에 새겨져 있다고, 그리고 그 땅에 새겨진 기억을 반추하지 않은 채 만드는 현실은 비루할 뿐이라고, 이 책은 오랜 내공의 소산이다. '서울학' 창설의 주역과 그 전파자가 눈이 무르도록 자료를 뒤지고 발이 부르트게 골목을 누빈 끝에 빚어냈다. 박물관이 했어야 할 일을 대신, 그리고 더 잘해낸 저자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___ 강홍빈(서울역사박물관 관장)

 

화가들의 몇 가지 앵글을 찾아낸 것은 꽤나 지난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안평대군, 정선, 이인문과 김홍도, 다들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들이고, 그들의 작품 역시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작품들의 현장을 일일이 찾아 그런 앵글들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언덕 저 언덕을 몇 차례씩 오르내리고, 손에 도판을 든 채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며 ' 저 앞의 건물이 없다면 어떻게 보일까?' 일일이 맞춰보는 것은 보통의 인내심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그런 유명한 작품들이 어떤 지점에서 어떤 시각으로 무엇을 본 것이라는 식으로 사실 확인만을 하는 데에 그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을 넘어서서 그런 앵글이 갖는 의미를 천착하고 싶었다. 왜 굳이 그런 앵글을 잡았는지, 그런 앵글로는 무엇이 보이는지를 찾아보려 했다. 왜냐하면 그런 앵글들은 당대인들이 땅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 나아가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관점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앵글들 가운데 이인문과 안평대군의 그것이 바로 그 예다.

(…) 저자들의 당초 의도는 답사안내서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서울의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으며, 그것의 역사적 맥락은 어떤 것이라는 설명을 제공하는 책은 무수히 많다. 그 책들의 대개의 공통점은 이야기가 분절적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들의 맥락을 가능한 수준에서 한 줄에 꿰어 보여주는 책을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저자들은 외람되게도 장소와 사람의 관계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그것은 도시학 또는 도시사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했다. ___ 「에필로그」 중에서

 

최종현 崔宗鉉

1945년 중국 심양 출생.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우리나라의 도시 및 취락 역사를 필생의 연구분야로 설정하고 전국을 발로 뛰며 눈에 담고 기록으로 남겼다. 자연히 땅 - 도시 - 건축 - 인간의 유기적 관계가 시야에 들어오면서 지금껏 이를 정식화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2011년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직한 뒤 오히려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자신이 설립한 사단법인 통의도시연구소에서 샘솟는 의욕으로 '한국 전통건축에서의 정면성', '한국 도시의 입지와 구조', '옛길에서 만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 등의 연구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궁극적인 관심사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과 도시를 건강하게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소박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김창희 金昶熙

1958년 경남 통영 출생.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아일보와 프레시안에서 20여 년 언론인 생활을 했다. '표현의 자유'와 '역사기록으로서의 언론'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엄중한 과제라는 점을 그때 배웠다. '서울 정도 600년'과 관련된 일련의 기사를 준비하던 1992년 최종현 교수와 처음 만나 도움을 받은 이후 공동작업을 구두선처럼 얘기하다가 드디어 첫 결실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도 이 행복한 동행아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땅이나 공간과 같이 궁극적으로는 말로 번역이 불가능한 것을 말로 옮기는, 역시 쉽지 않은 일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한양도성도」 채색필사본, 129.5×103.5cm, 18세기 중엽, 삼성미술관 LEEUM 소장

 

차례

 

오래된 서울

들어가는 글 ● '오래된 서울',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제1부 서울의 탄생

 

서울의 원점을 찾아서

· 서울의 나이는 600년인가 2,000년인가

· '서울의 원점 = 사대문 안'은 600년전 갑자기 생겨났을까

· 남경의 흔적을 찾아서

· 서울의 원점에 서다

 

삼산양수를 찾아서

· 의미심장한 고려 말 100년

· 삼산양수는 어디인가

· '사냥터'와 '이상향' 사이

· 유교와 불교의 합의 과정

· 다시 생각해보는 '삼산양수'

 

고려시대의 길을 찾아서 1

· 서울로 가는 길

· 한양에 들기 전 의관 정제하던 남경역

· 워터레벨을 따라 형성된 서울의 프로토타입

· '아름다운 청년'과 '향기로운 산' 마주보다

 

고려시대의 길을 찾아서 2

· '향교동'에서 길을 묻다

· 홍어집, 점집, 요정, 한복집… 푸근한 길

· 고려에서 조선으로 건너뛰는 길

 

제2부 꿈꾸는 인왕산

 

꿈꾸는 인왕산 1 : 왕실의 터전

· '땅' '물길' '하늘'을 읽으면 도시가 달라 보인다

· 태종과 세종이 '왕의 꿈'을 익힌 동네

· '왕의 꿈'과 '왕이 될 수 없었던 왕자의 꿈'

· 안평의 앵글

 

꿈꾸는 인왕산 2 : 모진 인연의 고리 속에서

· 경덕궁 또는 경희궁, '왕기설'의 실체

· 인경군, 내쫓긴 자리로 다시 돌아온 백성들

· 자수궁, 옛 여인들의 자취

· 기억정치, 과거를 상기하되 미래를 겨냥하는

· 육상궁에서

· 같고 또 다른 왕실의 꿈

 

질곡 속의 희망 찾기 1 : 서촌, 선비의 동네로 거듭나다

· 목소리는 없었으되 큰 울림으로 남은 사람

· 아직도 숨어 있는 대은암, 지척이지만 갈 수 없는 곳

· '경치'에는 두 가지가 있다

· 스님에게서 비롯된 장의동과 청풍계

· 옛길을 찾으면 도시가 보인다

 

질곡 속의 희망 찾기 2 : 선비들의 자신감, 정점에 서다

· '백세청풍'의 계곡에 충절과 의리를 심고

· '맑고 시원한 동네'에서 최고조에 이른 시대정신

· 옥류동, '맑음' 혹은 '흐림'

· 옥류동과 청휘각은 어디에

· 이항복과 후손 이희영이 공존하는 서촌

· 「인왕제색」에 담긴 희망의 빛

 

옥계에서 꾸는 꿈 1 : 중인들, 시대를 타고 넘다

· 옥계, 사대부와 중인이 공존하던 지역

· 최고의 화원을 통해 그림을 남긴 뜻

· '송석원', 삼중의 의미를 갖다

 

옥계에서 꾸는 꿈 2 : 중인들, 승리하다

· 다시 '송석원'으로… 그 각자는 어디로 갔을까?

· 그림을 읽으니 도시가 보인다

· 중인문화의 절정, 송석원시사

· 꿈꾸는 옥계

 

제3부 서촌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꿈을 잃은 서촌 1 : 친일파들의 폭력이 휩쓸다

· 정체성 변화로 몸살 앓는 서촌… 친일파들이 몰려들다

· '한양 아방궁'… 큰 것은 좋다

· 세도정치의 현장으로 전락한 송석원

· 한 시대의 폭력적 청산

· 벽수산장과 윤덕영

 

꿈을 잃은 서촌 2 : 조상의 터전에서 제 정신 갖고 살기

· 동농 김가진은 누구인가

· "깊은 밤 잠들어 꿈속이라 몇이나 깨었을꼬"

· 상하이에서… 계속되는 생각의 진화

· 남는 문제들

 

다시 꿈꾸는 서초 1 : 함께 걷는 길

· '천재'를 '박제'로 만들어버린 곳

· 아름다운 동행

· 그의 괴로움에는 정말 이유가 없었을까

· 말을 하면 바로 시가 되던 시절

 

다시 꿈꾸는 서촌 2 : 진보적 민족주의자의 길

· 사회운동과 미술, 포기할 수 없는 두 축

· 서촌에서 다시 만난 형제, '민족'을 발견하다

· 해방정국… 설 자리를 잃다

· 암흑을 이기고 세상으로 나온 빛

 

서촌에서 역사의 파도에 실종된 여인들

· 종달새, 노래를 잃다

· 시인, 길을 잃고 서촌에 유폐되다

· 앨리스 현, 남에서도 북에서도 설 땅을 못 찾다

· '옥인동 사람' 현순 - 앨리스 현 부녀의 동행

· '특이한 존재'의 가는 길

 

오늘의 서촌 : 결코 끝나지 않은 꿈

· '정직한 화공'의 마지막 불꽃

· 결코 끝나지 않은 꿈

 

에필로그 ● 서울의 내일을 향한 꿈

참고문헌

도판출처

찾아보기

「서울지도(Map of Seoul)」(동판본, 45.6×45.2cm, 1902년) 일부

서울시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 경계에 위치한 아차산 제5보루에서는 한강 유역과 그 남쪽 지역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 보루는 5~6세기 무렵 이 지역을 차지했던 고구려가 백제의 동태를 살피고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것이었다.

서울시 북한산 비봉의 정상에 서 있는 진흥왕 순수비. 사진의 비석은 모형이며, 원본은 국보 제3호로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아차산 보루와 함께 이 순수비도 서울 지역이 삼국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이었음을 증명한다.

「경복궁전도」를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경복궁 터전의 지형과 물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자연 하천의 물길을 살려 향원정과 경회루 연못, 금천교 등을 경유하게 유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정도전. 조선 건국기에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흥 사대부 세력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이방원과의 갈등으로 제1차 왕자의 난 때 죽는 바람에 조선시대 내내 그늘에 가려 있었으나 그가 새 왕조의 설계자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무학. 그 역시 조선 건국기에 이성계의 측근으로서 큰 역할을 했고 특히 서울로의 천도에는 불교계를 대표해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조선시대의 역사는 전혀 온당한 대접을 하지 않았다.

세검정 쪽에서 자하문 고개로 막 올라서면 나타나던 창의문 모습. 조선시대 말기인 1890년대에 외국인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에도 이곳에 이르면 비로소 남경에 도착한 셈이었다. 어느 시대이건 이 고개길은 서울의 관문 역할을 했다.

19세기 『대동여지도』 중의 「경조오부도」.

18세기에 제작된 「한양도성도」(삼성미술관 LEEUM 소장, 위)와 1927년도에 제작된 「경성시가도」(아래)에서 종로와 청계천 사이의 골목길을 비교해보자.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몇 개의 비슷한 루트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영조의 청계천 준천 직후인 1765년 제작된 「사산금표도」(목판본, 93×60cm, 1765년). 청계천이 오간수문으로 나가기 직전 양쪽에 '가산(假山)'이 표기돼 있다. 흥인지문 밖 안암천 물길이 한번 휘어 도는 위치의 구릉지 바로 아래에 고려시대 남경역의 후신인 '보제원'이 적시된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수선전도」 중 창의문 넘는 길이 더할 나위 없이 명료하게 표기된 부분.

1930년대에 촬영된 서촌 지역의 항공사진. 경복궁과 조선총독부의 서쪽에 가득 들어찬 집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물길, 골목길의 위치가 선명하다. 사진 왼쪽 가장자리 중간에 숲으로 둘러싸인 곳이 '사직단'이며, 거기서 남동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내려오다 만나는 대형건물군이 인경궁 터전에 그때까지 남아 있던 '청평위궁'이다. 그러나 이 무렵이면 이미 일제 식민당국의 대토지 점유가 많이 진행돼 사진 왼쪽 하단의 주택단지는 경희궁을 잠식하고 들어선 '전매국 관사'이며, 경복궁 담장 서쪽의 단지는 창의궁 자리에 들어선 '동양척식주식회사 관사'다. 사진 왼쪽 위의 인왕산 기슭에 홀로 뚝 떨어져 있는 서양식 건물은 윤덕영의 '벽수산장'이다.

1902년 동판으로 제작된 「서울지도」 중 서촌 부분. 준수방도 보인다.

인왕산 아래 자하문로변에 위치한 우리은행 효자동지점. 바로 그 자리가 위의 지도에 '준수방(俊秀坊)'이라고 표기된 지역이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간송미술관 소장) 중의 「수성동」. 이 그림의 기린교 건너 왼쪽 바위 뒤쪽에 안평대군의 비해당이 있었다.

김영상이 1950년대 말에 촬영한 기린교.

인왕산 수성동 계곡의 최근 모습. 화면 왼쪽 중간의 바위 계곡에 걸쳐진 돌다리가 기린교다. 1751년 겸재 정선의 그림과 그로부터 200년 후의 사진에 나타났던 소박한 돌다리가 21세기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몽유도원도.

최근 장서각에서 발굴된 청평위궁의 도면이다.

유일하게 한 장 남은 자수궁교의 사진. 이 다리는 1927년 자하문로가 복개되고 확장되면서 지하에 파묻히고 말았다. 오른쪽 뒤의 산이 북악산인 점으로 미루어 남쪽에서 북쪽을 보고 찍은 사진이다. 따라서 자수궁은 오른쪽의 건물들이 아니고 이 사진에 나타나지 않은 왼쪽 나무가 우거진 안쪽에 있었던 것 같다.

창의궁에서 창의문까지 서촌의 영역 전체를 보여주는 「한양도성도」의 일부. 청계천 상류에 해당하는 물길 본류에 3개의 다리가 표시돼 있다. 남쪽에서부터 '금청교'는 지금의 경복궁역 2번 출구 앞의 적선시장 입구에, '수궁교(자수궁교)'는 신한은행 효자동지점이 있는 효자동사무소 앞 사거리에, '신교'는 푸르메자활센터가 위치한 청운동사무소 앞 사거리에 각각 있었다.

「한양도성도」 중의 창의궁 주변. 동쪽으로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북쪽으로는 경복궁의 서쪽 문인 연추문(영추문), 서쪽으로는 '금청교' 너머로 체부동과 인경궁 등이 각각 자리 잡았고, 남쪽으로는 대단히 복잡한 도시 구성을 보이고 있다. 서십자각과 월성위궁, 내자시, 장흥교 등이 있었으며, 송담교는 종침교의 다른 이름이다.

현재 청와대와 담장을 끼고 있는 칠궁은 조선시대 왕의 생모로서 죽은 뒤 종묘에 합사되지 못한 후궁 7명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다. 당초 이 자리에는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 씨의 육상궁만 있었으나 나중에 후궁 6명의 사당이 더 옮겨와 칠궁이 되었다.

겸재 정선의 『 장동팔경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755년) 중의 「 청송당 」.  화면 중앙의 큰 건물이 청송당이고 그 아래 작은 건물 앞의 바위에 후대 사람들이 '청송당 유지'라는 바위 각자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지금 경기상고 뒤뜰에 있는 '청송당 유지' 바위 각자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의 「대은암」.  건물 뒤쪽으로 시커멓게 표시된 큰 바위 두 개가 보이지만 어느 것이 대은암인지는 분명치 않다. 청와대 뒤뜰과 북악산 자락이 개방되어야 확인할 수 있겠다.

사진으로만 전하는 북악산 자락의 여러 바위 각자들. 위는 김영상이 촬영한 '도화동천', 아래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촬영해 공개한 '쌍계동', '악록' 등이다.

겸재 정선의 「삼승조망」(개인 소장, 위) 「장안연우」(간송미술관 소장, 가운데) 「동대상춘」(개인소장, 아래)

서촌 지역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낸 정선은 서촌의 풍경을 많이 남겼는데 각각 다른 시기에 그려진 이 석 점의 그림은 서촌의 전경을 파노라마식으로 매우 아름답게 담았다. 이는 틀림없이 그의 서촌을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였을 것이다. 세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남산의 위치가 화폭에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 보면 정선의 앵글을 추정할 수 있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 「창의문」. 이 그림에 나타난 촘촘한 계단이 지금 창의문로 위와 아래로 난 바로 그 계단으로 계승되었다. 창의문에서 내려오던 계단이 한번 꺾이는 위치에 지금 최규식 경무관 동상이 서 있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 「백운동」.  창의문에서 내려오는 계단의 서쪽 지역이다. 이 지역은 나중에 김가진의 백운동천과 백운장 영역으로 계승된다.

1927년에 발간된 「경성시가도」 중의 서촌 물길 부분. 파란 색 물길로부터 그 동쪽의 골목길까지의 영역이 합쳐지고 직선화돼 지금의 자하문로가 되었다. 지도 상단의 물길 바로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 경복고등학교(당시 제2고등보통학교)이고, 그 동남쪽의 건물군은 지금의 '칠궁'인데 덕안궁이 합사(1929년)되기 전이어서 '육궁'이라고 표기돼 있다.

겸재 정선의 「청풍계」(간송미술관 소장, 1739년, 58.8×133cm).  상당히 큰 그림이지만 화면 가득 청풍계의 짙은 녹음과 바위 절벽,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보이는 듯 숨은듯 자리 잡은 건물들이 인상 깊게 표현됐다.

겸재 정선의 또 다른 「청풍계」(고려대 박물관 소장, 1730년, 36×96.2cm).  간송본에 버금가게 큰 그림으로 넓은 범위의 청풍계 전경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청풍계 안팎의 음영이 확연하게 구별된다.

'백세청풍' 각자의 요즘 모습이다. 개인주택의 축대에 파묻힌 것은 재산권 행사이니 할 말이 없다 쳐도, 그 내력을 뻔히 알 텐데 이렇게 시야를 방해하는 철책을 두른 것은 무슨 심사일까?

 

천민리 떨어진 곳 모래바람 날로 불어

천지 온통 흐려지고 어두움에 잠겨버렸네

멀리 우리 집 맑고 시원한 그곳

붉은 먼지 한 뼘도 없구나

- 김상헌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 「독락정」.  '맑고 찬 시냇물'이 사시사철 흐르던 계곡에 작은 정자 하나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 정자가 바로 김상헌의 손자 김수홍이 지은 것이다.

「한양도성도」에서 장동 지역 부분도. 창의문과 신무문(경복궁 북문) 사이에 도화동, 유란동, 백운동, 청풍계 등의 지명과 육상궁, 청송당, 독락정 등의 건물이 표시되어 있다. 육상궁의 바로 동쪽에 무속헌이 있었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 「청휘각」.  그림의 화제에 '청휘각(晴暉閣)'이라는 표현이 분명하다. 그러나 후대에 대부분 '청휘각(淸暉閣)'이라고 표현하게 된 것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한양도성도」에서 옥류동 부분.  청풍계에서 세심대(동대)를 넘어 남쪽 지역이며, 기린교가 있는 인왕산 물길의 북쪽이다. 이 큰 물길에 합류하는 작은 물길을 끼고 양쪽 야트막한 경사지에 옥류동이 자리 잡았다.

1950년대의 가재우물 사진(위).  지금의 동네 주민들은 '가재'라는 말의 출처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지만 그것은 이 청휘각 지역의 두 번째 주인 김창업의 호 '노가재(老稼齋)'에서 온 것이었다. 이 우물은 1960년대 이후 사실상 식수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가운데와 아래 사진은 최근 가재우물 위의 바위를 타고 주택 건물이 들어앉은 모습(가운데)과 그 건물의 아래에 가재우물 자리가 쇠창살에 가로막힌 채 처참하게 방치된 모습(아래).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간송미술관 소장) 중 「필운대」.  지금은 그림과 같은 청정한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삼성미술관 LEEUM 소장). 국보 제216호.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그림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posted by 황영찬
2013. 8. 26. 15:20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2 삶으로서의 철학, 소크라테스의 변론

 

나종석 지음, 플라톤 원저

2010, 아이세움

 

신천도서관

SG031219

 

082

나67ㅇ 8

 

나의 고전읽기 8

 

인류를 이끌어 온 고전의 향기를 맡는다.

 

조국보다 진리를 더 사랑했던

소크라테스의 비극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철학적 활동이 어떻게

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되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질문들이

왜 아테네 시민들의 분노와 공포를 자아냈을까?

아테네 도시 국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위험한 인물로 평가되어 시민 법정에 세워진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의 근본 물음을 던지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나종석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헤겔 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앗다. 그 후 독일에 유학하여 헤겔과 비코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 정치 및 사회철학에 관련된 여러 논문들을 발표하였다.

울산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주로 관심을 갖고 탐구하는 주제는 서양의 정치철학이다. 특히 고대 그리스 정치사상, 독일 관념론 그리고 현대 정치철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헤겔 정치철학과 현대 사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다룬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신준식

경상북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수학하였다. 현재, 작업실 '일상'에서 작품 제작을 하며 온라인 문화커뮤니티 gallerykorea.net과 luxvillage.com을 운영하고 있다.

『가을반의 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 통치론』에 그림을 그렸다.

 

차례

 

머리말 · 철학적 사유를 통해 진리를 추구했던 철학자

프롤로그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1. 소크라테스의 생애

소크라테스, 그는 누구인가?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문학적 허구인가?

『변론』의 기본 내용

 

2. 소크라테스의 무죄 변론 제1부

최초의 고발인들과의 대결

진실과 설득의 구별 - 소크라테스와 수사학

보이지 않는 적 - 과거의 비판자들

소크라테스의 지혜 -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적 논쟁 방법

 

3. 소크라테스의 무죄 변론 제2부

실재 고소인들에 대한 변론

나중의 고발자들 - '아니토스와 그 무리'에 대한 반론

 

4. 소크라테스의 무죄변론 제3부

소크라테스의 참다운 모습

소크라테스와 아킬레우스

철학적 삶을 위한 변호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아무런 해도 입지 않는다?

- 소크라테스의 또 다른 역설

소크라테스와 민주주의

소크라테스 재판과 당시의 정치적 배경

 

5. 두 번째 연설과 세 번째 연설

두 번째 연설 : 형량에 대한 연설

세 번째 연설 : 사형 선고 뒤 배심원들에 대한 고별 연설

 

에필로그 · 철학적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더 읽을 책들

참고문헌

연표

소크라테스는 인간을 국가나 집단으로부터 독림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기초를 형성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아테네 시민은 군 장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는데, 갑옷과 투구를 갖춰 입는 중무장 보병인 '호플리테'는 중산층 신분을 나타낸다. 그리스 도자기에 그려진 호플리테으 모습.

크산티페는 악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평가는 과장되었거나 사람들의 상상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소크라테스에게 물을 끼얹는 크산티페. 1655, 블로멘탈, 스트라스부르 미술관.

당시 그리스의 귀족 자제들은 문법과 시가, 체육 교육을 받았다. 운동을 준비하는 그리스의 청년들.

키가 작고 눈은 튀어나왔으며 코는 납작하였다는 등 소크라테스의 외모는 볼품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천부적인 문학적 재능과 심오한 철학적 사유 능력을 겸비한 플라톤은 『변론』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을 가장 깊이 있고 탁월하게 전해 준다.

직업 군인이었던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를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인물로 표현해,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해에서 플라톤의 『변론』과 비교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남서부에 있는 시칠리아 섬은 최초로 수사학이 발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시칠리아에서 민주주의가 등장하기 전에는 신하들이 참주 앞에서 자유롭게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1550년에 만들어진 시칠리아 섬 지도.

아테네 시민들은 아고라에 모여 공공의 일에 대한 토론이나 연설을 즐겼다. 도시 국가의 중심지에 있던 아고라는 정치적인 광장과 시장을 겸한 독특한 공간이었다.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플라톤의 대화편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파네스는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는 사이로 그려진다. 고대 그리스의 '향연Symposion'은 시와 술과 대화가 어우러진 자리였다. <신들의 향연>. 1514. 지오반니 벨리니.

『일리아드』에는 아가멤논이 아폴론 신의 노여움을 사 그리스 병사들에게 역병이 돌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신에 대한 개인의 불경건한 행동이 공동체에 재앙을 불러온다는 아테네인들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아가멤논의 황금가면.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에서 소크라테스를 전형적인 소피스트로 묘사하며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주범으로 그리고 있다.

가르침의 대가로 소피스트가 받은 돈은 일반인들이 지불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였다. 아테네의 드라크마 주화. 올빼미는 아테나 여신을 상징한다.

그리스 고대 도시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터. 델포이 신탁은 내용이 모호하기로 악명 높았지만 신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다.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탁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철학적 활동을 신의 사명이라고 설명한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델포이의 신탁을 잘못 이해한 결과 전쟁에서 패하고 만다. 자신이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을 받은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내용이 진실인지 검토하기 위해 아테네에서 지혜롭다고 소문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신의 뜻을 알기 위해 수행한 철학적 대화의 여정에서 온갖 비방을 받게 되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일을 헤라클레스가 치른 열두 가지 힘든 일들과 비교한다. 지옥의 문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를 산채로 잡으려는 헤라클레스.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중앙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 대화법의 특징을 '묵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하였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사람은 고의로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며 자신을 변론한다. 향락에 빠진 알키비아데스를 떼어 내는 소크라테스. 1791. J. B. 르노.

소크라테스는 신이 절대적으로 선하고 지혜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간적인 성격을 지닌 전통적인 아테네 신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트로이의 전사 헥토르를 죽이면 자신도 죽게 될 거라는 말을 듣고도,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원수를 갚기 위해 헥토르를 죽인다. 불명예스럽게 사느니 죽음을 택한 것이다. 아들을 안고 헥토르의 죽음을 슬퍼하는 안드로마케.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킬레우스 못지않은 아테네의 영웅임을 은연중에 밝히면서, 아테네 시민들에게 철학적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려 했다. 아킬레우스의 모습을 담은 그리스 우표.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아폴론 신의 명령에 따르는 전사로 자처하면서,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철학적 사명을 모숨을 걸고 수행할 것임을 천명한다. 바티칸에 있는 아폴론 조각상.

페리클레스는 전몰 병사를 위한 추도 연설에서 자식의 생명을 나라에 바치지 않고 평등과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거부한 이유는, 탈옥을 국가가 자신에게 내린 부당한 판결에 대해 부당한 방식으로 보복하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필로파포스 숲 속에 위치한 이곳을 소크라테스의 감옥이라고 주장하지만, 아테네의 감옥은 아고라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알키비아데스는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추구했던 철학적 삶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그는 권력만을 추구한 야심가였으며,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조국도 팔아 넘길 만큼 비열한 기회주의자였다.

니체는 소크라테스가 의도적으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자신의 도덕 원칙에 따라 일관된 삶을 살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의 참다운 모습을 망각한 것이다.

에게 해 카를라데스 제도의 가장 작은 섬인 델로스 섬은, 아폴론의 탄생지로 아테네인들이 신성하게 여긴 땅이다. 아테네는 해마다 한 번씩 델로스 섬으로 사절단을 파견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어서도 묻고 대화하는 철학적 삶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스 도자기에 그려진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광경.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 철학적 삶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그가 죽음 앞에서 그렇게 초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1787. 자크 루이 다비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헤겔은, '도덕적 자율성을 지닌 주체로서의 인간'이라는 자각을 심어준 소크라테스를 '세계사적 개인'으로 평가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소크라테스를 인류의 정신적 스승으로 높이 평가했으나, 그에 대한 사형 판결은 성실한 심리를 거쳐 확정된 것으로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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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
2013. 8. 22. 16:09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1 길 위에 서서

 

글 김승부

2012

 

나의 친구 김승부가 쓴 책

 

삶의 여정의 중간쁨에 서서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실을 가늠해 본다

 

인위적인 것은 직선인데 비해 자연은 곡선이다. 우리 삶의 길은 직선일까, 곡선일까? 물론 곡선이다. 끝이 빤히 보이는 직선이라면 무슨 살아갈 맛이 있겠는가. 직선의 삶이 아니라 굴절되고 굴곡진 삶을 삶으로써 우리의 삶이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나에게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설 용기가 없다. 남들이 거쳐 가는 길을 걸으며 남들이 놓친 것을 찾아내거나, 또는 일상적인 것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가 말했다. "예술에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롭게 보는 시각이 있을 뿐." 비록 내가 예술가는 아니지만 생생한 감각으로 깨어 내가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다.

 

김승부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대기업에서 25년을 근무하며 통신사업의 개발과 마케팅, 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소기업에서 5년째 근무 중이다. 산행과 걷기를 즐기고 벗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일 년에 칠팔십 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는다. 블로그(http://seungboo10.blog.me/)를 운영하면서 취미삼아 짬짬이 글을 쓴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세 가지를 이루려고 하고 있다.

 

하나. 나이 들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잇다. 그 방면의 하나로 문화해설사나 숲해설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꿈꾸고 있다. 한 달 정도 광활한 자연 속에서 그저 허허롭게 길을 걸어보고 싶다. 제주에 내려갈 때마다 제주 올레길을 꾸준히 걷고 있는데, 언제가 완주하게 될 것이다.

 

셋,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이 책이 그 책이 될 수도 있고, 혹은 한 권을 더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청진한실' 네 글자를 고등학생 이래 좌우명이랄까 일상의 가치기준으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 중국 작가 임어당의 수필 중에 나오는 문구이다. 독법은 간단해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읽으면 되는데, 요즘 들어 나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새기고 있다.

 

청靑

청년의 열정으로 삶을 대하자. 젊게 살자.

진眞

진솔해지자. 설사 이 세상이 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 난장판이라 하더라도, 그럴수록 더욱 진솔하게 살아가자

한閒

여유와 유머가 나의 브랜드다. 제주도 방언을 빌려 쓰면, "와리지 말고 저들지 말라."

실實

건강, 돈, 일, 친구, 꿈, 모두가 삶에 소중한 가치들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라.

 

한 여행자가 랍비를 방문했다. 놀랍게도 그는 방 하나에 탁자 한 개, 의자 한 개, 침대 한 개, 그리고 책 몇 권만 가지고 살고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의 가구는 전부 어디에 있습니까?"

방문객이 물었다.

"당신의 가구는 어디에 있나요?"

랍비가 되물었다.

"제 가구요? 저는 방문객일 뿐입니다. 여행 중이거든요."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 길 위에 서서

길 / 길 위에 서서 / 삶 / 중년의 사유 / 삶을 사랑하는 32가지 방법 / 꿈 / 사랑 / 남녀본색 / 단상 / 춘심 / 정만 남아 / 저무는 한해 / 왜 산에 오르나 /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제2장 덕불고

청진한실 / 내가 즐겨 쓰는 표현 / 독만권서 /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 / 북소리 / 덕불고 / 유시유종 / 딸아이 에피소드 / 일상소묘 / 우리 삶에 주는 충고 / 공칠과삼 / 시련의 계절 / 반도성의 회복 / 천지불인 / 사막의 지혜

 

제3장 거울 이야기

거울 이야기 / 꽃 이야기 / 달 이야기 / 물 이야기 / 시간 이야기 / 젓가락 이야기 / 부부 이야기 / 친구 이야기 / 손주 이야기 / 백수 이야기 / 일 이야기 / 건강 이야기 / 행복 이야기 / 개 이야기 / 술 이야기 / 커피 이야기 / 이런저런 이야기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제4장 산과 속이 유별하다

흐르는 강물 / 선유도 풍경 / 봄의 정원으로 오라 / 산과 속이 유별하다 / 기본적인 명상 방법 / 제주 여정 / 카트만두 여정 / 문화탐방 / 간단한 심리 테스트 / 수양록 / 여행자를 위한 서시

 

제5장 존재의 문제

못생긴 뿌리 / 달리는 이유 / 무슨 상관인가 / 길을 여는 열쇠 / 존재의 문제 / 우물 속의 여자 / 처가유친 / 자연의 법칙 / 아바탐 수크라 사바레끼 랑그 라치 / 구원 받기 위한 규칙 / 호보연자 / 며느리 죄 때문에 / 할 말과 안할 말 / 특별한 제식 / 빈 배

 

제1장

길 위에 서서

 

선사가 소나무와 대나무가 하는 말을 듣고 적었다.

솔, "눈보라 쳐도 굽히지 않는다."

대, "눈보라 치면 숙여서 맡긴다."

인간사에 빗댄 말일 뿐이다.

솟거나 숙이거나 나무는 더불어 숲일 뿐인 것을.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길, 노인의 비극은 늙었다는 것이 아니라 한 때 젊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을 아쉬워하면 한이 없다. 당연 나이가 들면 욕심을 접고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젊어서 걷는 길과 나이 들어 걷는 길이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걸어온 길은 걸어갈 길의 스승이라고 하던데, 걸어온 길부터 살펴봐야 하는 것일까?

 

인생의 길. 당신은 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가.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당신은 어떤 답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이 가고 있는 그 길이 당신이 원하는 길인가?

남들도 그게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운명도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송나라 때 시인 굴원이 어느 강가를 걸으면서 한탄한다.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청정하고, 사람들이 다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구나. 세상이 나를 내쫓는구나."

이에 어느 어부가 응답한다.

창랑의 강물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만하고,

창랑의 강물 흐리면 내 발을 씻을 만하지.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으로, 흥망성쇠는 반복하는 것이므로 어떤 일을 할 때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측천무후와 관련된 고사(故事) 등에서 사용되었다.

物:사물 물
極:다할 극
必:반드시 필
反:돌아올 반

사물이나 형세는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라 흥망성쇠를 반복하게 마련이라는 뜻도 있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세강필약(勢强必弱:세력이 강성하면 반드시 약해지기 마련이다)과 연결하여, '물극필반 세필강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물장즉노(物壯則老:만물은 장성했다가는 쇠퇴하기 마련이다)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 우리나라 속담의 '달도 차면 기운다' 등과 같은 의미이다. 불변의 자연법칙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 상대방의 흥성하는 기세를 시기하는 뜻이 담긴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이 고사성어가 사용된 예로는 《당서》를 들 수 있다. 중국 최초의 여황제가 된 측천무후는 원래 당나라 태종후궁이었다가 고종의 황후가 되었다. 고종이 죽은 뒤에 중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무후가 섭정을 하였다. 무후는 중종이 친정(親政)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섭정의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이에 소안환(蘇安桓)이라는 대신이 상소를 올려 간언하였다. 그 상소는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은 모두 이씨(李氏;당나라 황실의 성)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무후께서는 아직까지는 섭정의 자리에 계시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차면 넘친다(物極必反 器滿則傾)는 이치를 아셔야 합니다"라고 하며 무후의 퇴진을 권유하는 것이었다. 이밖에 《갈관자》에도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는 것이니 이를 환류라고 한다(物極必反, 命曰環流)"라는 구절이 있다.

 

천명지엄天命至嚴 천명무상天命無常. - 역경

하늘의 뜻은 지엄하고 또한 무상하다. 하늘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같아도 꼭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낙천지명[樂天知命]

천명을 깨달아 즐기며 이에 順應(순응)하는 일. 출전 易經(역경).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말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더딘 것을 염려하지 말고, 멈출 것을 염려하라."

혜민 스님이던가. 올림픽 출전 선수에게 말했다.

"배가 앞으로 가려면 파도가 치기 마련이다. 그 물결이 무섭다고 배를 멈추면 안 된다.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누가 뭐라고 하든 스스로의 길을 가라."

 

노장의 사유가 이랬던가.

사물을 잇는 그대로 보라.

인간이 태어나는 데 무슨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인간이 자라는 데 무슨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호흡을 하는 데 무슨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것은 저절로 일어난다.

그런데 왜 애를 쓰는가.

삶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라.

애쓰지도 말고 흐름을 거스르지도 말라.

헤엄을 치지도 말고 흐름에 내맡기라.

삶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라.

아무런 목적도, 방향도 없이 하늘을 떠가는 흰 구름이 되라.

 

삶을 사랑하는 32가지 방법

1.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이 되라.

2. 샤워할 때는 노래를 하라.

3. 일 년에 한 번은 해돋이를 보라.

4. 새로운 친구를 사귀되 옛 친구를 소중히 하라.

5. 완벽함이 아닌 탁월함을 위해 노력하라.

 

6. 비밀을 반드시 지켜라.

7. 상대방이 내미는 손을 거부하지 말라.

8. 매일 세 사람을 칭찬하라.

9. 세 가지 새로운 유머를 알아두라.

10.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라.

 

11. 단순하게 생각하라.

12. 크게 생각하되 작은 기쁨을 즐겨라.

13. 사랑의 힘을 얕보지 마라.

14. 밝고 정열적인 사람이 되라.

15.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음을 이유로 축배를 들어라.

 

16. 치아를 항상 청결히 하라.

17. 설명할 수 있는 삶이 아닌 주장할 수 있는 삶을 살라.

18. 당신이 승진할 만하다고 생각될 때 주저하지 말라.

19. 실수했다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20. 부정적인 사람을 멀리 하라.

 

21. 잘 닦인 신발을 신어라.

22. 지속덕으로 자기 향상에 힘써라.

23. 악수는 굳게 나누어라.

24. 행운이 내 앞에 있을 때 반드시 잡아라.

25. 당신 삶의 모든 부분을 책임져라.

 

26.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 거기에 있어라.

27. 삶이 항상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8. 남의 작은 향상에도 칭찬해 주어라.

29.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30.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결혼하라.

 

31. 옛 우정을 다시 불붙게 하라.

32. 자신의 행운을 기다려라.

 

"직관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사유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 - 칸트

 

산비둘기 두 마리가

정겨운 마음으로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 장 콕토(1889~1963) <산비둘기>

 

사랑이 당신을 손짓해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 지라도. 그사 날개를 펴거든 그 품에 당신을 맡겨라. 비록 그 깃털에 숨겨진 칼이 당신에게 상처를 줄지라도. 그가 당신에게 말하거든 그 말을 믿으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황폐하게 하듯 그 목소리가 당신의 꿈을 산산조각 낼지라도. - 카릴 지브란 <예언자>

 

남녀본색

 

1. 남자는 1만원짜리 물건을 2만원에 사도 필요한 물건이면 그러려니 한다. 여자는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을 싸게 사지 못하면 안절부절 못하지만,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는 데는 기꺼이 1만원을 쓴다.

2. 여자는 남편을 찾을 때까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한다. 남자는 아내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미래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3. 성공한 남자란 아내가 쓰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다. 성공한 여자란 그런 남자를 만난 사람이다.

4.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려면 그를 아주 잘 이해하여야 한다. 또 약간은 그를 사랑하여야 한다.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려면 그녀를 몹시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일 필요가 없다.

5. 결혼한 남자들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보다 오래 산다. 그러나 결혼한 남자들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보다 빨리 죽고 싶어 한다.

6. 결혼한 남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는 얼른 잊어버리려고 한다. 같은 실수에 대해 두 사람씩이나 기억하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7. 남자들은 잠자리에 들 때나 일어날 때나 비슷해 보인다. 여자들은 무슨 영문인지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못 생겨 보인다.

8. 여자는 장을 보러 갈 때나, 꽃에 물을 줄 때나,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나, 전화를 받을 때나, 책을 읽을 때나, 우편함에 편지를 가지러 갈 때나, 언제나 옷을 잘 차려 입고 있다. 남자는 결혼식과 장례식에 갈 때 빼놓고는 옷을 쫙 빼 입지 않는다.

9. 여자는 남자가 살면서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지만, 남자는 바뀌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가 변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지만, 여자는 변한다.

10. 여자는 남자와 싸울 때 항상 자기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연이어 남자가 내뱉는 모든 말은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 된다.

11. 남자는 평생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기가 딱 두 번 있다.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후!

12. 여자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 여자는 치과에 가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애정관계까지 관리한다. 여자는 자식의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고, 좋아하는 음식, 은밀한 두려움, 그리고 희망과 꿈을 모두 알고 있다. 남자는 자신의 집에 작은 인간들 몇 명이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다.

13. 세상에는 남자가 여자와 성공적으로 논쟁을 벌일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이론이 두 가지 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이론도 맞지 않으므로 알 필요가 없다.

 

상선약수[上善若水]

老子(노자) 사상의 표현으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 이 세상에서 물을 가장 윗길 가는 선의 標本(표본)으로 여겨 이르는 말.

 

나무와 숲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정희성, <숲>

 

"그대가 시인이라면 종이 안에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름이 없으면 비도 없는 것이고, 비가 없으면 나무들은 자라지 못한다. 나무가 없으면 종이를 만들지 못한다. 그러므로 구름은 종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 틱낫한 스님

 

"왜 내가 그런 여자, 그런 남자를 만나는가? 그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내 업이다."

- 법정 스님

 

'연연세세 화상사年年歲歲 花相似, 세세년년 인부동歲歲年年 人不同'이란 말이 있다.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지만 해마다 보는 사람은 같지 않다는 뜻이다.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오랑캐 땅에 화초와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問余何意棲碧山   문여하의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무슨 생각으로 푸른 산중에 사느냐고 묻지만

빙그레 웃음으로 답하는 마음 스스로 한가롭네.

복사꽃 흩날려 흐르는 물에 고요히 떠내려가니

또 다른 별천지, 인간세상이 아니로세.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 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를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 작자 미상

 

두려워해도 됩니다. 걱정해도 됩니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마십시오.

두려움과 마주하고,

근심의 순간을 뛰어넘으십시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용감하십시오.

의미 있는 것들을 위해 투쟁할 만큼 용감하십시오.

남들이 아닌 바로 '나'에게 의미 있는 그것을 위해.

-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다.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마라.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이 과정을 통해 그 테마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패 없이는 선택 능력을 익힐 수 없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마라. 시간은 금이다.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하는 것이 좋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속독법밖에 없다.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마라. 메모를 하면서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다섯 권의 관련 서적을 읽을 수가 있다.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마라. 최근 북 가이드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견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마라.

13. 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지 말고 우선 오역이 아닌지 의심해 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이삼십 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 공자

 

아버지가 내 아이에게 남겨줘야 할 5가지 인생 지혜

 

하나, "웃고 즐기렴. 삶은 축제란다."

웃음은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좋은 명약이란다. 행복한 사람은 웃고 즐기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축제로 만들어간단다.

둘, "사랑하렴. 먼저 안아주면 된단다."

젊어서는 최고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지만, 훗날 문득 깨닫게 된단다. 함께 사랑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 있는 삶이 진정한 성공임을.

셋, "배우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단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인연은 '내 인생의 훌륭한 스승'이란다. 그들에게 지혜를 전수받으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넷, "살펴보렴. 꿈을 따라갈 수 있단다."

지나친 경쟁심 때문에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단다. 오랜 인생의 여행길, 잠시의 여유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단다.

다섯, "괜찮다. 나를 넘어서렴."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존경이 아니란다. 나를 넘어 더욱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란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그렇다고 아무나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또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이고…"

- 농사일!

 

"'암부고반'한 사람이 되지 말고, '명쾌긍솔'한 사람이 되자!"

암부고반暗否苦反 : 암뭉하고 부정적이며 고통스런 표정의 반항적인 사람

명쾌긍솔明快肯率 : 명랑하고 쾌활하며 긍정적이고 솔직한 사람

 

사막의 지혜

 

강이 있었다.

그 강은 머나먼 산에서 시작해 마을과 들판을 지나

마침내 사막에 이르렀다.

 

강은 곧 알게 되었다.

사막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그때 사막 한가운데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사막을 건널 수 있듯이

강물도 건널 수 있다."

 

강은 고개를 저었다.

사막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강물이 흔적도 없이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고.

바람은 공중을 날 수 있기에

문제없이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것이라고.

 

사막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 바람에게 너 자신을 맡겨라.

너를 증발시켜 바람에 실어라."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강은

차마 자신의 존재를 버릴 수 없었다.

그때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언젠가 바람의 팔에 안겨 실려 가던 일이.

 

그리하여 강은 자신을 증발시켜

바람의 다정한 팔에 안겼다.

바람은 가볍게 수증기를 안고 날아올라

수백 리 떨어진 건너편 산꼭대기에 이르러

살며시 대지에 비를 떨구었다.

 

그래서 강이 여행하는 법은

사막 위에 적혀 잇다는 말이 전해지게 되었다.

- 수피(이슬람 신비주의) 우화시

 

 

 

posted by 황영찬

네덜란드의 트리즈

 

물리적 모순에 빠진 문제, 해답은 주변 자원에 있다

 

네덜란드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바다 건너로는 영국과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네덜란드는 1300년대에 이르러 공업ㆍ무역ㆍ상업이 발달하면서 엄청난 부를 쌓게 된다. 특히 플랑드르 지역은 부와 지식을 함께 갖춘 시민계급이 급성장하면서 당시 유럽에서 가장 발전한 곳으로 명성을 누렸다.

그러나 당시 네덜란드는 프랑스에 속해 있어 프랑스 왕에게 엄청난 세금을 내야 했다. 네덜란드는 프랑스 왕에게 반기를 들고 자유국가를 이루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교황과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왕을 배반하면 200만프랑을 배상할 것을 교황과 약속한 문서가 화근이었다.

네덜란드, 특히 플랑드르 지역 상공인들은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도출해야 할까? 트리즈 이론을 적용해보자.

트리즈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하여 문제와 그 문제의 원인을 구분할 것을 추천한다.

트리즈에서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물리적 모순(딜레마 문제)으로 정의된다. 플랑드르 지역 상공인이 직면한 문제는 프랑스 왕을 배반해야 하지만 프랑스 왕을 배반하지 말아야 하는 물리적 모순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물리적 모순의 원인을 유추해보자. 프랑스 왕을 배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금을 덜 내고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프랑스 왕을 배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황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즉 자유를 얻으려고 하면 교황과 한 약속을 어겨야 하고 교황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하면 자유를 얻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이 충돌하는 것을 기술적 모순(상충 문제)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두 번째 단계로 트리즈는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할까? 하나는 프랑스 왕을 배반하면서 교황과 한 약속을 어기지 않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왕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자유를 얻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선택한 해결책의 방향에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플랑드르 지역 상공인은 프랑스 왕을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선택하고, 이를 위해 사용 가능한 자원을 탐색해 활용한다.

플랑드르는 영토 문제로 프랑스와 해묵은 앙숙관계인 영국을 자원으로 활용한다. 당시 프랑스 땅에 상당한 영토를 가지고 있던 영국을 꼬드겨서 프랑스와 전쟁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전쟁에서 프랑스가 불리해지면 플랑드르 지역에 대해 자유를 얻으려는 생각이었다.

플랑드르 상인들은 양털을 팔러 온 영국 수출업자들을 통해 영국 국기에 영국 상징인 사자문양과 프랑스 상징인 백합문양을 함께 그려 넣게 했다. 이미 프랑스 땅에 상당한 영토를 가지고 있던 영국으로서는 프랑스 일부 지역도 영국 영토이므로 영국 국기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백합문양을 포함시키는 게 이치에 맞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국기 제작은 영국과 앙숙관계인 프랑스를 심각하게 자극한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백년 전쟁을 치르게 된다. 백년 전쟁에서 초반에는 영국이 대승을 거두어 파리까지 진격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플랑드르 상공인들은 원하는 독립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1500년대에 이르러 플랑드르 상인들은 자유를 얻기 위해 새로운 전략적 노력을 하게 된다. 1500년대에 이르러 프랑스 왕에게 네덜란드 지배권을 넘겨받은 에스파니아 왕을 배반하면서도 교황과 한 약속을 지키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이러한 전략을 선택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트리즈의 세 번째 단계인 주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플랑드르 상인들은 1527년 마틴 루터가 불을 붙인 종교 개혁을 적극 활용했다.

네덜란드는 종교개혁에서 가장 큰 주동 세력이 되면서, 교황과 관계를 단절하고 마틴 루터와 장 칼뱅의 신교를 선택했다. 결국 에스파이나 왕을 배반하고 독립을 주장하면서 교황과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1300~1500년대 당시 최대 역사적 사건이던 백년전쟁과 종교전쟁을 트리즈 시각으로 플랑드르 상공인의 전략적 선택과 연결해 이해하려는 시도도 가치가 있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김효준 트리즈(Triz:창의적 문제해결) 전문가]

ⓒ 매일경제 & mk.co.kr

 

 

 

 

posted by 황영찬
2013. 8. 22. 09:26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0 네 속의 나 같은 칼날

 

강유정 시집

1995, 문학과지성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03861

 

811.6

강66ㄴ

 

문학과 지성 시인선 154

 

"감동은 백포교가 칼을 수평에서 정면으로 거두자마자 앞으로 다가선 군사들의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그는 칼을 아래에서 사선을 그으며 위로 치켜올려 몸을 반쯤 돌리는 은망을 취하였으니, 칼날이 둥글게 틀어 공격하는 구렁이의 이빨과 같았다. 이는 적의 공격을 이용하여 적을 막는 법이었다. 감동을 급습하였던 백포교는 제 편인 왼쪽의 군사 측면에 서게 되고, 수룡은 깊숙이 들어와 백포교의 뒤에 있었고 감동은 오히려 세 군사들 가운데 박혀버렸던 것이다. 가운데 섰던 군사가 허리에서 가슴 위에까지 비스듬하게 칼을 맞고 뒤로 넘어졌다. 감동은 그 동작에 연이어 좌익이 되어 오른편 끝에 있던 군사의 좌측을 빠져서 다시 집 쪽으로 들어가며, 그의 어깨를 재빨리 찔러 빼고는 툇마루 앞으로 돌아 섰다.

셋에 군사 하나를 베었고 다른 하나를 찔렀으며 여섯에 돌아섰으니, 유수룡과 백포교와 나머지 군사는 솔가지 더미와 툇마루 사이에 일직선으로 몰려 있었다."

그래 적을 베기는 은망(銀蟒)도, 비연착충(飛燕捉蟲)도 좋다. 그러나 내 속의 기격(奇擊)의 칼날은 어쩐단 말인가.

시인 강유정씨는 195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1976년 『현대문학』에 「이 강물 마시고」「늦은 편지」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푸른 삼각형』(1983)이 있다.

시집 『네 속의 나 같은 칼날』은 언어로 된 은장도 같은 것이다. 시인은 강철을 담금질하고 벼려서 날선 칼을 만들 듯이 언어를 벼려서 시를 만든다. 그래서 그의 시는 짧고 날카롭다. 대부분의 짧은 시가 운율에 기대어 시적 힘을 발산하는 데 비해 그의 시는 묘사와 회화적 힘에 기댄다. 그의 시는 뾰족한 끝을 보고 난 뒤에 남는 잔상처럼 우리들의 맨살을 뚫고 들어온다.

 

自序

 

무엇을 쓰고 있는 것일까. 이 삶의 짧은 순간에 내가 쓰고 있는 것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내가 만나는 것들 속에서 나는 무엇일까. 존엄한 있음 속에다 내 칼날을 들이대는 짓은 아닌가. 하찮은 의미 몇을 도려내기 위해 그 속으로 집어넣는 무모한 칼질은 아닌가. 이 무모한 칼질의 두려움은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가뭄의 끝이었다. 몇십 년 전 만든 못이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예전에 마을이던 자리였다. 마을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햇빛 가득한 양지 쪽에서 슬근슬근 일어서는 마을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여뀌풀 사이로 면도날처럼 반짝이는 말들의 풍경은 무엇이었을까. 그 풍경은 또 얼마나 잠시였는가.

1995년 봄

강 유 정

 

차례

 

▨ 自 序

나 같은 칼날 / 비 / 누드 / 낡은 오후 / 피에로 / 바다의 새는 흰빛일까 / 어젯밤 바다에서 바이올렛 / 막차를 기다리며 / 몽골리언 / 불면 / 수몰 지구 / 친구 / 색감 / 여우비 / 화투판 / 서상환의 刻 / 신문지로 바른 벽 / 석가에게 / 소묘집 / 赤土의 잠 / 가죽나무 그늘 / 실밥을 뜯다 / 여울에서 / 밥물 / 붉은 머리 / 풀잎 사이 / 금사매 / 연습 / 급매도 / 세상 이야기 / 가뭄 더위 / 篆刻 몇 방 / 홍매 / 폐차장 / 차꽃 / 낡은 그림 / 우수 경칩 / 별이 와 닿는 / 춘란 / 도시의 칸나 / 채송화 / 草木染 / 물끝을 쪼는 / 바라보는 저쪽 / 낮 고양이 / 나루 / 대숲 사이로 / 늙은 아버지의 전생 / 다시 지나는 길 / 밥상을 차리다 / 개울가의 풀 / 버린 집 / 그녀의 엽서 / 풀의 뼈 / 눈썹 위로 겨울 / 유년의 강물 / 輓章 / 어둠 속에서 노래 / 청춘 / 붉은 비 1 / 붉은 비 2 / 붉은 비 3 / 붉은 비 4 / 붉은 비 5 / 붉은 비 6 / 붉은 비 7 / 붉은 비 8 / 붉은 비 9 / 붉은 비 10 / 붉은 비 11 / 붉은 비 12 / 붉은 비 13 / 붉은 비 14 / 붉은 비 15

▨ 해설 · 덧없는 존재의 일순, 그리고 유미적 허무주의 · 송희복

 

청춘

 

비 내리는 단풍 끝 무슨 그리움이 남았는가

환하게 낡은 골목길 위로

우리는 젖어서 접었다 펴는 우산 사이

잠시 붉었다 지는 꽃이었다

 

 

조금 열려진 창 사이로 떨어지는 비

손끝에 묻어두고 사는 은빛 거미줄처럼

섬세하고 무서운 여자

창을 열면 온 세상 다 받아내는

 

여우비

 

낮잠의 밖으로

여우비는 얼마나 올까

이 세상 구겨놓은 이력서 몇 장

하루이틀 등짐 진 블록담 아래

마지막 붉은 귀의 채송화 몇 송이

"속임수의 술잠에서 깨어나서"

지워졌다 새겨졌다 비 오는 거기까지

 

밥물

 

늑었다 가을 저녁 샛강을 건너는

굽 낮은 구두를 적시는 여우비

낡은 버스에 기대 잠든 물별이 두 개 나머지 잠은 소리없이

잠긴 비를 받아내는 샛강 한쪽 개참꽃이 무성했다

옷을 벗으면 저문 쪽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끓이는 밥물

 

여울에서

손마디를 꺾는 소리에도 다시 여울이 번지고

하늘 전체가 강물처럼 흔들거렸다

담홍의 얇은 강은 붉고 가벼운 유난히 시린 허리께를 내놓고

그렇게 젖어서 걷는 저쪽, 노 젓는 배가

기웃

 

금사매

 

손뼉 한 번에

꽃 하나 피우려 했는데

물 뿌려

비 내릴 뿐 금사매 핀 양지 쪽 강물

 

赤土의 잠

 

땅이 붉어서 적토라 부르는 그 땅의 새는 어디로 갔을까 돌이 아름다워 풀이 날카로운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 이 세상 쪼아가는 매서운 길 한뎃잠을 자다 깨어나니 콧물 눈물 범벅의 얼굴 아아 나도 모르는 눈물이 깜깜한 잠속에 있었던가

 

輓章

 

얕은 내 깊게 건너는

바위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받아내는

이마와 꽁지가 빨간

만장 사이로 몇 줄기 비를 헤아리는

 

누드

봄에 시드는 꽃

몇 장

엽서 같은 꽃

잘못 발송된 그대나 나나

우리에게 언제나

약간의 비애를

주는 귓바퀴를 붉히며

잘못 찍힌 쉼표

 

색감

허리가 외로운 날은

풀잎으로 쓰러지는 가슴은 없을까

그녀와 술을 섞어 먹으면서

수채화처럼 눈이 잠기는 오후

색은 얼마나 낡을 수 있을까

 

홍매

 

탱자나무 그늘 잊었다

그늘 속에 홍매 몇 송이

가지처럼 빨간 라디오 안테나

조금 열려진 창 너머

잘 말라붙은 안개꽃

머리를 말리던 여자의 하얀 팔목

 

우수 경칩

 

어디쯤은 건너뛰어도 그냥인 세상

그런 물빛이람 초록 따위도 모자라는

귀밑머리

우수 경칩의 서릿발 여자

슬픈 일이면 다 주어버릴

단조 몇 소절의 바람기

 

물끝을 쪼는

 

물끝을 쪼는 비애

잦은 비에 쓰러져 흙을 묻히는 풀잎

잘못 밟은 보도 블록 사이로 파랗게 돋아나는

불륜의 유혹

 

붉은 비 12

 

물파스 냄새가 난다.

비가 조금씩 뿌려지기 시작한다. 어깨가 조금씩 흔들거리더니 장면은 보리밭이다.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녀의 어깨선도 개울처럼 조금씩 흐르고 있다.

내 어깨 가까이 그녀 어깨가 개울의 물소리처럼 귀를 세운다. 개울을 건너 아무도 없는 창밖의 하늘. 부옇게 비안개로 흐려져 있는 풍경.

그녀를 만난 곳은 책방이다. 파르르프르르 책장을 넘기는 그녀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훔친다.

그녀의 몸에서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창밖은 여전히 흐르고 풍경은 바람에 조금씩 지워져 보이곤 한다.

그녀는 붉은 샌들을 딸딸 끌고 간다. 흰 양산을 쓰고 아무도 타지 않는 한낮의 전철을 기다린다. 풍경은 무겁게 젖어 있고 바람개비 도는 소리를 내며 그녀가 내 앞을 지난다. 그녀의 다리를 걸었다. 그녀는 넘어진다. 붉은 샌들이 벗겨지고 언뜻 그녀의 가슴이 출렁, 출렁이는 치마 밑으로 희고 곧은 다리를 본다. 그녀는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아난다. 개울 위로 새까만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간다. 파르르프르르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자막은 이제 나오지 않는다. 창밖에는 아무도 없고 젖어 있다. 바람개비 돌아가는 어깨가 내 어깨 가까이 기우뚱한다.

 

나 같은 칼날

 

감동 없이 무너지는 날들

견딜 수 없는 잦은 비 끝으로

종이꽃을 접었다 편다

너무 얇아 그늘이 투명한 빛 같은

네 속에 든 나 같은 칼날

감동 없는 날은 그렇게 베이고 싶다

 

붉은 비 4

 

지하철을 내렸을 때 선로를 받치고 섰는 거대한 지주들 사이로 자갈을 보이며 물이 흘렀다. 바닥을 보이는 강을 꺾어 돌아섰을 때 우리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어떤 마을에 와 있었다. 우리는 그때야 지하철을 내렸을 때 검표원이 없었던 것을 기억했고 그곳이 정류소가 아니었던 사실도 기억해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그외의 것은 어떤 것도 기억에 없었다. 마을의 표지판은 없었다. 우리가 그의 초대를 받고 마을에 가야겠다고 마음으로 응낙했을 때부터 사단은 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텅 빈 마을에 빈터만 덩그렇게 남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을 이루었던 초석만이 몇 이끼가 마른 채로 남아 우리의 마중을 끝마쳤을 때 참으로 막막하였다. 여뀌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마을 터를 덮고 있는 것은 더욱 우리를 낯설게 하였다. 그리고 눈부시게 밝은 빛이 중천에 떠 있었는데 눈이 부시지 않는 그런 빛의 덩어리였다. 수몰되었다 다시 육지로 드러난 마을. 도대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우리가 이곳에 도착해서 정신차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의 전부였다. 그리고 우리들 신체의 많은 부분이 지워지고 없었으나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마을은 빛 속에 잠겨 있어도 물 속에 잠겨 있는 듯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이야길 나누고 있었는데 자문자답이었을 뿐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인골 몇 조각을 주웠다. 그 인골들은 상아로 깎은 듯 깨끗하고 단아했다. 우리는 그 인물이 누구의 것인지를 금방 식별할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들 몸에서 사라져간 부분들이었다.

 

posted by 황영찬
2013. 8. 21. 12:52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89 개구리가 참선을 한다

 

황명찬 지음

2006, 지혜의나무

 

 

시흥시대야도서관

EM053545

 

228.7

황34개

 

황명찬 교수의 선지식 이야기

 

'천천히'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의 모든 것이 다 부처요

그들의 절실한 법문소리가

우레소리처럼 들린다

 

생활이 곧 불교요 자연의 모든 사물이 곧 스승!

나는 30대 말부터 마음의 괴로움을 없애고 즐겁게 사는 길이 '마음 다스리는 데' 있다고 믿고 마음공부인 불교의 가르침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이 글은 그렇게 살면서 내가 생활 속에서 터득하고 이해한 불교의 가르침 중에서 우리 아이들과 가까운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들이다.

- 머리말 중에서

 

황벽선사에게 누가 찾아와서 물었다.

"당신의 선(禪)은 어떤 것입니까?"

"나는 배가 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잔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우리도 합니다.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요?"

"그대들은 먹을 때 이곳 저곳 헤매는

수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잠잘 때는

무서운 꿈이나 행운을 잡는 꿈을 꾼다.

그러나 나는 밥 먹을 때는 그냥 먹을 뿐이고

잠잘 때도 그냥 잘 뿐이다.

그것이 나의 참선이다."라고 대답했다.

 

지은이 황명찬

1936년 강원도 간성에서 출생.

강릉 상업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

미국 씨라큐스대학교 맥스웰 행정대학원(사회과학 박사)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원장

건국대학교 대학원 원장

건국대학교 충주 캠퍼스 부총장

 

국토개발연구원 원장

태평양지역 지역학원(PRESCO) 회장

한국환경정책학회 회장

대학국토 도시 계획학회, 지역학회 및 주택정책학회 고문

세계은행 개발경제부 Consultant

AIT대학원 대학 교수

UNDP Regional Development Expert로 이란정부 지역개발센터 자문

 

『지역개발론』, 『한국의 토지와 주택』 등 저서와 『국토 지역 및 도시』, 토지와 주택분야의 논문 다수가 있으며

수필집으로 『한 손으로 치는 손뼉소리』, 수상집으로 『무위도 넘어서』가 있다.

H. Richardson와 Hoffman 등 미국 및 독일교수와 국토 및 지역, 토지정책분야의 책을 공동 편집했으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국토 및 지역, 토지와 주택정책문제에 관한 시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차례

 

머리말

 

전깃불의 화두

 

01 다도(茶道)

02 한마음

03 적멸보궁

04 마음의 참성품

05 물의 일생

06 전깃불의 화두

07 한 손으로 치는 손뼉소리

08 마음과 한마음

09 국수의 맛은 무엇인가

 

개구리가 참선을 한다

 

10 이웃 할아버지의 가르침

11 아수라장과 불심

12 개 짓는 소리

13 무위(無爲)도 넘어서

14 그 마음을 항복받으려면

15 수행방법

16 길은 여러 개

17 개구리가 참선을 한다

18 흐르는 생각을 지켜보다

 

네 가지 진리와 사물의 참모습

 

19 나는 무엇인가

20 공(空)과 중도(中道)

21 마음

22 마음의 두 가지 창(窓)

23 중관과 유식사상

24 두 가지 진리(二諦)

25 네 가지 진리와 사물의 참모습(中道實相)

26 담담한 죽음

27 죽음과 해탈

 

빠르고 손쉬운 길

 

28 의지할 경전 : 법화경

29 혼자 힘만으로는 어렵다

30 중생에서 부처까지

31 나무와 그림자

32 편안한 수행

33 모든 현상의 참모습(諸法實相)을 알아야

34 법화경을 독송하면

35 생활인에게 빠르고 손쉬운 길

36 눈과 귀가 깨끗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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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
2013. 8. 20. 10:56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88  철불

 

글 / 최성은●사진 / 최성은, 한석홍

1998,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3101

 

082

빛12ㄷ  178

 

빛깔있는 책들 178

 

최성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문교부 예술원 연구원을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영남대학교 및 대학원의 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덕성여대 예술대학 동양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고려 초기 명주 지방 석조 보살상에 대한 연구」「나말여초 불교 조각의 대중 관계에 대한 고찰」「후백제 불교 조각 연구」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동양미술사』가 있다.

 

|차례|

 

머리말

철과 불상

철불의 주조 기법

중국의 철불

우리나라의 철불

통일신라시대의 철불

후삼국과 고려 초의 철불

고려 후기와 조선 초의 철불

맺음말

참고 문헌

원주 출토 철불 좌상  고려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불은 통일신라 말부터 고려에 이르는 시기에 크게 유행한 점에 비추어 전환기 미술의 일면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단호사 철불 좌상의 가슴 승각기 부분. 고려시대. 충북 충주시 단월동.

청동기와 철기  평북 위원의 용연동 유적에서 발견된 철기와 청동기이다. 이 철기 유물들은 중국 연의 피난민들이 가져온 중국 제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영천 선원동 철불 좌상

보림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조성기  당시 지방 유지의 발원에 의해 가지산문의 본산인 보림사에 안치됐던 주존 노사나불이다. 통일신라 859년, 상 크기 273.5센티미터, 전남 장흥군 유치면 봉덕리(위). 특히 왼팔 뒤쪽에는 조성기가 양각되어 있어 한국 미술사의 불교 조각 편년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아래).

축서사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  보림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이 상은 9세기 중앙 불상 양식을 보여 주고 있지만 보림사 철불은 추상화된 지방 양식을 띠고 있다. 통일신라 867년경, 상 크기 109.8센티미터, 경북 봉화군 물야면 문수산.

도피안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당시 지방 민중에 전파돼 있던 불교 신앙의 편린을 볼 수 있는 불상으로 철제 대좌 위에 모셔져 있다. 대좌까지 철로 제작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유일한 경우이다. 신라 중대 불상에 비해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부족하여 섬약한 느낌을 준다. 통일신라 865년, 전체 크기 184.5센티미터, 상 크기 103.5센티미터, 강원도 철원군 동송면 관우리.

월성 골굴암 마애불  도피안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축서사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처럼 계단식 주름의 통견 대의로 표현된 암각 불상이다. 통일신라, 높이 400센티미터, 경상북도 경주군 양북면 소재.

은적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조각 기법이 뛰어난 사실적 상호에 통견식 법의를 하고 있는데 지권인을 한 양손의 위치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과 바뀌어 있다. 이러한 양손이 바뀐 도상이 나말 여초의 한동안 범본으로 이 일대에 유통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기 106센티미터, 전남 해남군 마산면 장촌리.

산청 석남사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  은적사 철불 좌상과 착의 형식이나 옷주름 표현이 비슷하다. 상 크기 103.5센티미터,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대포리 내원사.

실상사 철불 좌상  높이가 266센티미터 되는 거상으로 여러 군데가 손상되었다. 신라 하대에 유행하던 층단 띠주름으로 표현된 대의를 하고 있는데 사적기의 착오에서인지 아미타불이면서 현재까지 약사전에 봉안되어 있다. 상 크기 266센티미터, 전북 남원군 산내면 입석면.

철제 불두 1  통일신라시대 철불 가운데 가장 부드럽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 주는 상이다. 크기 43.3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제 불두 2  나발과 둥근 얼굴, 선정(禪定)에 들어 반쯤 뜬 두 눈과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위의 철제 불두와 흡사하다. 크기 43.3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한천사 철불 좌상  한천사 철불은 이전의 불상들보다 체구가 장대하고 길며 머리 부분이 몸체에 비해 작아지는, 9세기에 제작된 불상들의 양식상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상 크기 153센티미터, 경북 예천군 감천면 증거리.

불국사 금동 비로자나불 좌상  당시 경주에서 유행하던 체구가 장대하고 허리가 긴 신체 비례를 보이고 있다. 한천사 철불 좌상도 이같은 신체 비례를 갖고 있다. 상 크기 177센티미터, 경북 경주시.

증심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사실적인 이목구비에 머리와 몸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왼손이 위로 올라간 지권인을 하고 있지만 불국사의 상보다 양감이 줄고 대의 주름이 두꺼워진 점 등은 후백제 지역이었던 이곳의 조각이 지닌 독특한 성격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상 크기 90센티미터, 광주시 동구 운림동.

장곡사 철조 약사불 좌상  놀라울 만큼 보존 상태가 완전한 석조 대좌에 모셔진 이 불상은 나말 여초기에 유행하던 도상을 따라 오른쪽 어깨는 드러내고 왼쪽 어깨 위로 걸치는 우견편단식 대의와 군의의 주름이발 아래 부채꼴로 접히는 양식을 하고 있다. 전체 크기 228센티미터, 상 크기 91센티미터,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

소조 불두  장곡사 약사불의 얼굴 모습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같은 조각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상 크기 16.7센티미터(위), 15.4센티미터(아래),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장곡사 철조 아미타불 좌상(위) ·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아래)  신체 비례나 세부 표현에서 장곡사 약사불 좌상을 모델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나 전체적인 조형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어깨가 약간 움츠러진 듯한 인상을 주는 점 말고는 대단히 우수한 조각으로 옷주름과 옷단 표현이 도피안사 철불 좌상과 흡사하다. 나발과 인간적이며 자비로운 상호가 특히 잘 표현되어 있다. 상 크기 112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전 보원사지 철불 좌상  장대한 체구에 넓은 어깨, 미소 띤 얼굴, 우견편단식 옷주름 등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항마촉지인을 결하고 있던 양손은 훼손되었다. 상 크기 150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광주 약사암 석불 좌상  터질 듯한 팽만감과 무릎 사이의 넓은 간격이 9세기경 제작된 통일신라시대 항마촉지인 불상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잇다. 상 크기 124센티미터, 광주 동구 운림동.

지향사 철불 좌상  가슴 안으로 대의 자락이 들어가는 착의 형식이 특이하고 층단형의 띠주름이 자연스럽게 내려졌다(위). 발목에 옷자락이 뒤집혀 있고 군의 주름이 부채꼴 모양으로 모이는 표현은 나말 여초기 불상들의 주요 특징이다(아래). 상 크기 110센티미터, 강원도 동해시 이원동.

삼화사 철불 좌상  다른 철불과 달리 주조 당시의 이음선이 가슴 중앙과 허리에서 보이는 점이 특이한데 조형성이 뛰어난 상호에 비해 대의 표현이 어색하다. 이 상의 섬세한 존안 표현을 통해 10세기 초 강원도 명주 지방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송사지 석조 보살 좌상에서 볼 수 있는 조형감을 느낄 수 있다. 상 크기 120센티미터,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한송사지 석조 보살 좌상  부드럽고 인간적인 조형감이 특징이다. 고려시대, 상 크기 92.4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익산 출토 철제 보살두  철로 만든 보살상의 드문 예이다. 마멸이 심한 상태지만 미소를 띤 온화한 얼굴 표정이 살아 있다. 상 크기 11.2센티미터, 전북 익산군 금마면 가양리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조 보살 입상  천의의 표현이나 신체의 비례, 얼굴 표정 등을 볼 때 고려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상 크기 33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석굴암 본존불  통일신라시대 불교 조각의 전통을 보여 주는 불상으로 훗날 여러 불상 조각의 모범이 되었다. 전체 상 크기 약 160센티미터, 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

광주 철불  현존하는 고려시대 철불 가운데 가장 큰 불상으로 석굴암 본존상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 일제 때는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긴 눈꼬리, 짧은 인중, 작은 입 등의 표현이 고려 초기 철불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상 크기 228센티미터, 경기도 광주군 동부면 하사창동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나사 철불 좌상  부분적으로 훼손된 채 전해 오던 불상으로 현재는 전하고 있지 않다. 섬세한 이목구비에 우견편단의 옷주름이 잘 표현된 훌륭한 철불이다. 상 크기 약 109센티미터.

포천 출토 철불 좌상  불국사 금동불 좌상과 한천사 철불 등에서 표현된 장신형 비례를 하고 있지만 얼굴 표정은 더 현실화되고 세속화되어 사실적인 상에 가깝다. 상 크기 133센티미터,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백운동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전 적조사지 철불 좌상  얼굴과 육계의 표현이 철제 불두 3과 비슷해 같은 조각가나 제작소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 · 중 · 하단이 완벽하게 갖춰진 석도 대좌 위에 모셔져 있다. 상 크기 176센티미터, 개성박물관 소장.

철제 불두 3  고려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전체적으로 여성적인 이미지에 나발이 발달한 점이 눈에 뛴다. 상 크기 38.5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만기사 철불 좌상  개금하기 이전 모습. 상 크기 142.5센티미터. 경기도 평택군 진위면 동천리.

보원사지 철불 좌상  높이가 257센티미터나 되는 불상이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깨진듯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엄격함과 근엄한 분위기에서 보는 이를 압도하고 있다. 상 크기 257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원주 출토 철불 좌상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 출토된 불상들로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어 같은 곳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수인과 법의, 부채꼴로 다리 중앙에 모이는 군의 자락 등이 석굴암 본존상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선원사 철불 좌상  양어깨를 가리는 통견식 착의와 V자 모양의 대의가 특이하다. 귀끝과 양손은 보수된 것이다. 상 크기 120센티미터, 전북 남원시 도통동.

선암사 철불 좌상  마멸이 심하고 호분이 두껍게 입혀져 있어 원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고려 초기에 유행하던 여래상의 형식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 크기 140센티미터, 전라남도 승주군 승주읍 죽학리.

원주 출토 철조 아미타불 좌상  부드러운 얼굴 모양이 사실적이며, 아미타불의 구품인 가운데 상품상생인의 수인을 하고 있다. 상 크기 약 110센티미터, 강원도 원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원사 철불 좌상  휘어 올라간 눈, 아래로 처진 입매 등 존안의 표현이 특이하다. 통견식 가사에 도식적으로 표현된 U자형 주름과 내의 아래를 묶은 리본, 양무릎의 수평 주름도 눈길을 끈다. 상 크기 98센티미터, 충북 충주.

단호사 철불 좌상  형식과 표현으로 볼 때 대원사 철불 좌상과 충주 지역의 불상 제작소에서 함께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상 크기 130센티미터, 충북 충주시 단월동.

대복사 철불 좌상  전체적으로 불두와 불신, 팔 부분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색하다. 최초 제작 시기는 고려시대이지만 뒤에 완전히 개수되어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 크기 103센티미터, 전북 남원시 왕정동.

운장암 철조 보살 좌상  철을 재료로 만든 몇 안 되는 보살상 가운데 하나이다. 착의 형식과 목걸이, 영락 장식 등이 1330년에 제작된 충남 서산 부석사 금동 관음보살 좌상(아래, 상 크기 50.5센티미터, 일본 대마도 관음사 소장)의 도상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14세기 전반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상 크기 98센티미터, 충남 청양군 남양면 온암리(위).

선운사 금동 지장보살 좌상  동화사 철불 좌상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조선 전기 불상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 주는 금동 보살상이다. 상 크기 100센티미터,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동화사 철불 좌상  장신형에 평행 층단형 띠주름 등 고려시대의 불상 형식을 따르면서 상호나 가슴, 옷자락과 그 매듭 등의 처리에서는 조선 전기의 불상들에서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구시 동구 도학동.

남장사 철불 좌상  체구에 비해 머리 부분이 작고 긴 허리에 상대적으로 좁은 어깨와 무릎이 특징이다. 지권인을 한 수인은 양손의 위치가 바뀌었다. 상 크기 133센티미터, 경북 상주시 남장동.

흑석사 목조 아미타불 좌상  1450년 경에 제작된 것으로 비례 면에서 남장사 철불 좌상과 비슷한 형식을 보이고 잇다. 상 크기 72센티미터, 경북 영풍군 이산면 석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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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
2013. 8. 17. 10:37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87 공병호의 고전강독 1

 

공병호

2012, 해냄

 

 

대야도서관

SB071642

 

199.1

공44ㄱ v. 1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최고의 인생을 묻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지혜를 향한 신념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향연』까지

자기만의 탁월한 인생을 살기 위해

자기계발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질주하는 세상과 욕망에 흔들리며 인생이 파열음을 낼 때

삶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과 기백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일인가? 어느 누구도 이런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젊은 날에만 떠오르다가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자주 떠오른다. 그래서 인간은 그냥 밥만으로 빵만으로 살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내가 고전 읽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같은 질문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이 책을 준비하는 걱만으로도 나는 내적으로 많은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런 기쁨과 배움 그리고 성장의 기회에 여러분도 동행하길 소망한다. - <시작하는 글> 중에서

 

| 공병호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나고야대학 객원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재단법인 자유기업센터와 자유기업원의 초대 소장 및 원장을 지냈다. 현재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치밀한 분석과 명쾌한 논리로 경제 흐름을 진단하고, 삶의 성공전략을 전파해 온 공병호 소장은 다양한 방송 활동과 경영자문, 그리고 자기경영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국내 최고의 변화관리 · 경제경영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실용적 지식에서 한걸음 나아가 인류 역사의 주요 고전들을 강독하며 삶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하는 라이프타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잇다. 인문 고전과 현대의 자기계발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글쓰기를 통해 훌륭한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자 한다.

『공병호의 우문현답』『공병호의 일취월장』『공병호의 대한민국 기업흥망사』『공병호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나는 탁월함에 미쳤다』『공병호의 사장학』『10년 후, 한국』『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공병호 대한민국 성장통』『공병호의 초콜릿』『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공병호의 독서노트』『공병호의 내공』『공병호의 모바일 혁명』 등 90여 권의 저서를 펴내며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공병호경영연구소 www.gong. co.kr

블로그 http://blog.naver.com/gong0453

트위터 http://twtkr.com/GongByoungHo

 

공병호의 고전강독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자기계발서, 고전古典!

인문 고전과 현대의 자기계발을 잇는 공병호의 지혜의 브릿지!

숨가쁜 현실 속에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책장 속 고전들을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다독가 공병호와 함께 읽는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일과 인생, 사회에 대한 위대한 가르침을 통해 깊고 단단한 생각의 기둥을 세운다!

동서양의 철학 · 역사 · 문학을 아우르는 현대인들을 위한 고전 독서노트

 

차  례

 

시작하는 글 / 지혜로운 삶을 소망하는 분들에게

프롤로그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만나다

 

1장 지혜를 향한 신념 『소크라테스의 변론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진리란 타협할 수 있는 것인가

현명할수록 스스로 지혜롭지 못함을 안다

지혜로운 사람은 오직 올바르게 행동할 뿐이다

부와 명예를 좇기 전에 정신을 향상시켜라

'등에'처럼 쓴소리하는 존재가 필요하다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없으며 아무나 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주목을 받는 사람은 스스로 명예를 지켜야 한다

대중의 시기와 질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

죽음을 피하는 것보다 불의를 피하는 것이 더 어렵다

올바른 삶은 자신을 향상시키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죽음은 영원한 삶을 향한 또 하나의 순례다

 

2장 올바른 삶을 위한 선택 『크리톤

“그냥 살아선 안 된다,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당당한 삶을 위한 원칙을 지녔는가

한 인간의 내공은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손익을 따지지 말고 옳고 그름을 따져라

다수와 배치되더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변함이 없다

그냥 살아선 안 된다,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그래도 국법을 지켜야 한다

 

3장 탁월함에 대한 고찰 『메논』

“탁월함은 스스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탁월함에 이를 수 있는가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본질과 현상, 전체와 부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비판과 반박으로 무지를 깨뜨려라

탐구와 배움은 아는 것을 회복하는 것이다

탁월함은 가르칠 수 없다, 스스로 이루는 것이다

 

4장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 『파이돈』

“지혜로운 자여,

죽음을 두려워 말라

 

올바른 생사관이란 무엇인가

자살은 인간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죽음은 영혼이 육체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육체의 욕망에서 자유로워야 지혜에 다가설 수 있다

육체는 소멸하지만 영혼은 불멸하다

지혜로운 자여, 죽음을 두려워 말라

절제하고 정화하고 정진하라

 

5장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다 『향연

“사랑은 머무름이 아니라

나아감이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사랑한다

에로스의 아버지는 포로스(방책의 신)

어머니는 페니아(궁핍의 신)

사랑은 좋은 것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구다

불사성을 향한 본능, 사랑은 출산으로 이어진다

사랑 안에서 우리는 영원히 살게 된다

권력과 명성을 통해서도 영원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나의 영혼이 절제와 정의, 덕을 낳게 하라

'육체의 자식'과 '영혼의 자식'을 구분하라

더 높이 더 깊이 진화하는 '사랑의 사다리'

사랑은 궁극적으로 진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육체의 눈을 넘어 마음의 눈으로 보라

 

6장 훌륭한 리더의 조건 『알키비아데스

“너 자신을 알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혜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 가르칠 수 없다

대중의 장단에 맞추다가는 내 인생을 살 수 없다

사람들을 이끌고 싶다면 자신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영혼을 돌보고 생각의 일치를 이끌어내라

정치가는 훌륭함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훌륭함을 갖추기 전이라면 스스로 삼가라

 

참고문헌

찾아보기

그림출처

 

아테네 아카데미 앞에 있는 소크라테스 동상

아테네 아카데미아 앞의 플라톤 동상

시라쿠사의 고대 그리스 극장(Teatro Greco)  기원전 5세기 시라쿠사 전성기에 지어졌고 직경 130m의 크기로 자연석을 그대로 파내어 좌석을 만든 극장이다. 보존 상태가 매우 좋으며 객석에서 저 멀리 지중해 바다가 보인다.

파르테논 신전  페리클래스 시대의 기념비적 건물.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으며 고대 그리스 문명의 핵심 정신을 상징한다.

 

"나는 그보다는 지혜롭다고,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알이 못하면서 스스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 소크라테스

콘코르디아 신전  아그리젠토 '신전들의 계곡'에 있는 20여 개 신전 중 대표작으로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하며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준다.

뤼시포스의 소크라테스 흉상  헬레니즘 시대 이래로 수많은 소크라테스 흉상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플라톤이 묘사한 소크라테스의 모습과 일치한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델포이 원형극장과 아폴론 신전  고대 그리스의 도시였던 델포이. 델포이 제전에 사용되었던 원형극장과 아폴론의 신탁 장소로 사용되었던 신전이다.

 

'알아가야 할 영역은 우주처럼 한없이 넓기만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은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떠 있는 일엽편주(一葉片舟)와 같다. 가야 할 길은 아득히 멀기만 하지만 내가 지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지혜는 무언가를 많이 안다고 쌓이는 것은 아니다. 겸손함과 정진(精進)이라는 두 단어를 깊이 새기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알면 알수록, 행하면 행할수록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우칠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앎과 행함이 일치하는 자고, 선한 일과 올바른 일을 실천에 옮기는 자다. 이런저런 공포나 유혹 앞에 타협하는 자는 지혜로운 자가 될 자격이 없다.

 

"한때의 외로움을 취할지언정 영원한 적막함을 취하지 말지어다." - 『채근담』 

 

"금전을 아무리 쌓아도 뛰어난 정신은 생기지 않으나, 금전이나 그 밖의 것이 인간을 위해서 좋은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공사를 막론하고 모두 정신이 뛰어나야만 생기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에게 편지를 쓰다  중세의 지식인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소크라테스와 서 있는 플라톤을 신학에 정통한 인물과 성직자로 묘사하였다. 옥스퍼드, 보들리언 도서관 소장.

 

"정치는 허업(虛業)이고 사업은 실업(實業)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필

 

'정치란 훌륭함을 나눠주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조직 생활을 하다가 도저히 양심과 타협할 수 없는 일을 본인이 직접 해야 할 시점이 오면 그때가 바로 조직을 떠나야 할 때가 아닌지를 깊이 고민해라."

 

"산다는 것은 죽는 것이다. 옳게 산다는 것은 옳게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옳게 죽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 톨스토이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고 부른다. 30년 이상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나를 죽음의 전문가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있었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그러니 내게 이런 운명이 닥쳤다고 해서 내가 이전에 말한 원칙들을 지금 내던져버릴 수는 없네. 그것들은 내게 이전과 거의 같아 보이며, 나는 바로 그 동일한 원칙들을 이전처럼 우선시하고 존중하네." -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가 갇혔던 곳으로 추정되는 김옥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입구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이따금 아찔한 순간이 있는데, 그것은 원칙을 접고 편의에 따라 누군가를 봐준 것이었다. 설령 그런 일들이 선의에서 나온 일이고, 내 이익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위험한 판단과 행동이었다. 삶에는 뚜렷한 원칙이 서 있어야 하고 설령 약간의 불이익이 따르더라도 이런 원칙을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하지 않고 우직하게 지켜내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자 올바른 삶의 길이기도 하다."

 

정의의 원칙 5가지

첫째, 정의롭지 못한 짓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보복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

넷째, 해를 입더라도 보복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해선 안 된다.

다섯째,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와의 합의를 통해 이룬 것들은 지켜져야 한다.

함무라비 법전  높이가 2.25m 되는 돌기둥의 계시법(揭示法)으로, 쐐기문자에 의하여 전문 · 후문 이외에 282조의 규정이 새겨져 있다. 루브르 박물관 소장.

소크라테스의 죽음  소크라테스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제자들에게 정의의 문제에 대해 설파했다. 자크 루이 다비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악법도 형식과 절차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법 안전성을 위해 준수되어야 한다. 무질서가 난무하는 상태에서는 정의와 합목적성의 달성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법이라고 분명하게 드러난 경우에는 내용에서부터 사회 정의에 어긋나고 지지를 상실한 것이므로 일정한 절차에 따라 빠르게 개정되어 정의와 합목적성을 획득해야 한다." - 《독서신문》 황인술 논설위원

 

"탁월함은 본성적으로 있는 것도, 가르쳐질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신적인 섭리에 의해 누구든 그것이 생기는 사람에게 지성 없이 생길 것이네." - 소크라테스

 

"누군가 나에게 '당신에게 인생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인생은 탁월함을 향해 도(道)를 닦아가는 여행길이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어느 누구도 영원히 그 경지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누구든 한 분야를 선택해서 계속 정진해 볼 만큼 가치 있는 것이 탁월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공병호, 『탁월함에 미치다』

헤파이토스의 대장간  불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수호신. 벨라스케스. 프라도 미술관.

프로타고라스  인류는 만물의 척도이다. 요한 프리드리히 그루타에. 샌프란시스코 미술박물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움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나는 존재입니다. 후천적으로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이것이 가능하답니다.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 태어나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 소크라테스

 

"나는 수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끈기를 신조로 삼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까지에는 남보다 더 시간이 걸리지만 끝까지 관철하는 끈기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한 시간에 해치우는 것을 두 시간이 걸리거나, 또다른 사람이 1년에 하는 일을 2년이 걸리더라도 결국 하고야 만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하는 것보다는 끝까지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히로나카 헤이스케(일본의 유명한 수학자)

테미토스클레스의 대리석 흉상  살라미스 해전에서 활약한 해군 전략가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의 미래가 바다에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용맹함과는 달리 아들을 훌륭히 키워내는 데는 실패했다. 오티엔세 박물관.

 

"오히려 나는 다시 살아나는 일이 정말로 있고, 살아있는 것은 죽은 것으로부터 생기고, 죽은 자의 영혼은 불멸하며, 착한 영혼은 악한 영혼보다 더 좋은 운명을 맞이한다는 것을 확신하네." - 소크라테스

 

"하늘이 큰 그릇을 만들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먼저 그에게 고난을 준다. 마음을 괴롭히고,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가난에 빠지게 한다. 그 이유는 참을성을 기르고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 맹자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본 아고라  '진리의 순교자'가 된 소크라테스 생전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왼쪽으로 헤파이토스 신전이 작게 보인다.

 

"내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내 삶에서 큰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 외형적 기대, 자부심, 좌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은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언젠가 죽으리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살면서 뭔가 잃은 것이 있다는 생각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분은 이미 벌거숭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가는 대로 따라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 2005년 6월 12일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가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라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버리는 거지요." 그는 잠깐 멈췄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마치 사다리를 이용하는 사람처럼 그는 하나에서부터 둘로, 둘에서부터 모든 아름다운 몸들로, 그리고 아름다운 몸들에서부터 아름다운 행실들로, 그리고 행실들에서부터 아름다운 배움들로, 그리고 그 배움들에서부터 마침내 저 배움으로, 즉 다름 아닌 저 아름다운 것 자체에 대한 배움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 소크라테스

아폴론과 다프네  사랑의 신 에로스의 황금화살을 맞으면 격렬한 사랑을 느끼고, 납화살을 맞으면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

 

"사리분별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중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 국가들과 가정들의 경영에 관한 것인데, 바로 그것에 붙어 있는 이름이 절제와 정의다." -소크라테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에 있다는 신념에도 흔들림이 없다."

- 민석기, 『호암 이병철 義』, 1976.11 <나의 경영론>에서.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프락시텔레스의 작품. 기원전 350년경의 그리스 원본 대리석상을 로마 시대에 복제한 작품. 로마, 바티칸 박물관.

 

"마치 사다리를 이용하는 사람처럼 그는 하나에서부터 둘로, 둘에서부터 모든 아름다운 몸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몸들에서부터 아름다운 행실들로, 그리고 행실들에서부터 아름다운 배움들로, 그리고 그 배움들에서부터 마침내 저 배움으로, 즉 다름 아닌 저 아름다운 것 자체에 대한 배움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마침내 그는 아름다운 바로 그것 자체를 알게 되는 거죠." - 소크라테스

 

"나더러 작은 일을 너무 챙기고 따진다고 한다. 그러나 작은 일을 할 줄 모르면 큰 일도 할 줄 모르는 법이다. 큰 일은 오히려 실수가 없는 법이다. 처음부터 충분히 준비를 하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을 소홀히 취급하는 동안에 큰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일이다. 예를 들어, 돼지 한 마리가 일본에서는 아홉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한국에서는 여덟 마리밖에 낳지 못한다. 바로 이 한 마리의 차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으면 양돈 사업은 언젠가 무너진다. 천리 제방이 개미 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요체이다." - 홍하상, 『이병철 경영대전』

 

"영혼을 갈고 닦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결코 특별한 수행 등은 필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날마다 열심히 일하기, 즉 석가가 이르는 '정진(精進)'이다. 노동이란 단순히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양식을 얻는 수단만이 아니다. 노동은 욕망을 극복하고 마음을 수양하여 인간성을 고양시킬 수 있는 숭고한 행위다. 일의 현장이야말로 정신 수양의 장이며 날마다 혼신을 다해 일하는 것이야말로 혼을 닦기 위한 수행이다. 하루하루를 아주 진지하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 이나모리 가즈오 『인생에 대한 예의』

 

"자네 자신이든 다른 누구든 사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것들만 다스리고 돌보는 게 아니라 나라와 나라의 것들(나랏일)까지 다스리고 돌보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훌륭함부터 갖추어야 하네." - 소크라테스

알키비아데스의 흉상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진정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지를 끝내 모른 채 죽는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삶이란 정체성이란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이고 우리는 사다리를 오르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증명해 나간다." - 찰슨 핸디, 『포트폴리오 인생』

그리스어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그노티 세우아톤)).'

알키비아데스를 끌어내는 소크라테스  아테네에서 살롱을 운영하던 아스파지아의 팔에서 제자인 알키비아데스를 데려가는 소크라테스. 장 밥티스트 르노. 루브르박물관.

에이브러햄 링컨  워싱턴 D. C.에 있는 링컨기념관의 기념상.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이라는 말로써 갈등의 조정과 희망의 제시라는 정치가의 중요한 역할을 증명해 보였다.

 

현명한 리더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 - 소크라테스

첫째, 리더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특히 한 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리더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리도로서 자신이 누리는 영광에 비례해서 기꺼이 비용을 치를 결심을 해야 한다. 그 비용이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일이다.

셋째, 리더는 조직을 훌륭하게 관리하고 기대하는 성과를 낳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일에 대해 늘 깊이 숙고해야 한다.

넷째, 리더는 조직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리더는 혼자서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를 잘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다섯째, 리더는 조직의 구성원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 대신에 화합과 친애감이 생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리더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이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리더는 구성원들 각자가 공정하게 행동하고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

 

올바른 정치가의 10가지 조건 - 공병호

첫째, 정치가는 자신의 잘못된 생각에 기초하거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지 않아야 한다.

둘째, 정치가는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포퓰리즘에 기대어 국가에 부담을 지우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정치가는 권력을 이용해서 국민에게 군림하거나 치부를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정치가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막말을 아무 데서나 쏟아놓는 모사꾼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정치가는 평화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지 않아야 한다.

여섯째, 정치가는 나라를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 올바른 비젼과 판단력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일곱째, 정치가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여덟째, 정치가는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시민들 사이에 파당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아홉째, 정치가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유와 정의에 대해 목마름을 가져야 한다.

열 번째, 정치가는 공적인 업무의 수행에 대한 헌신에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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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