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황영찬

Tag

Notice

Recent Post

Recent Comment

Archive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total
  • today
  • yesterday

2013-073 사이다 병으로 만든 반지

 

바이올렛 시집

2002, 그림공장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9925

 

811.6

바68사

 

당신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선물 4

마법에 걸린 첫사랑

 

내게 소원을 물으신다면

그대와 나란히 손을 잡고

봄꽃의 향기에 취해 보고

초록빛 꿈길을 걸어보고

빨갛게 가슴을 물들여서

우리의 사랑이 무르익게

새하얀 이불로 덮어 주고 싶어요

 

연녹색 유리 반지

다칠까 깨질까 가슴 떨며 만든 반지

사이다 병 깨뜨려 만든 반지

좋아하고 사랑하는 속마음

감추지 말고 비추라는 반지

첫사랑 그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삶을 열게 해준 반지

손 끝으로 만지고 만져 곱게 간 반지

헤일 수 없는 기도와 고백이 담긴 반지

초라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반지

잊지 말라고

기억하라고

영혼까지 묶어둔

소년이 소녀에게 걸어준

마법의 반지

그래서 영원히 풀 수 없고

변하지 않는 마법에 걸린 반지

사이다 병으로 만든 반지

 

contents

 

Violet in love 바이올렛의 사랑

 

사랑, 아프기 전에는 모릅니다

다짐

길 위에 남겨진 사랑

내 사랑도 당신 안에서

진눈깨비 날리는 초겨울 해운대

삶이란……

추억의 고구마

낙엽

그리움이란

피클

석류

그대 그리운 날엔

그립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백일홍

믿어 주면 안 될까요?

용서

슬픈 혼잣말

 

Love letter 사이다 병으로 만든 편지

 

나비가 되는 사랑

그대를 알고부터

겨울이야기

고백

러브 스케치

백지

행복한 꿈

기도

감출 수 없어요

장미

혼자만 읽어야 해요

이슬

코스모스는 내 마음이에요

휴식

내게 소원을 물으신다면

하고 싶은 일 세 가지

내가 사는 길

그대는 늘 푸른 소나무

사랑이란……

하루

마음 산책

꽃 피는 산골

수련 앞에서

우편함

 

그림이

있는 바이올렛의

아주 특별한 사랑 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The first love 마법에 걸린 사랑

 

바보가 두고 온 편지

피하면 안 될까

순식간에

그래야 하나요

착각

전화

이 말이 듣고 싶은 거죠?

어쩜 좋아요

그대 없는 세상은 언 땅에 심은 곡식과 같아

물음표

누가 알려 줄까 누가 알까

투병 일기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오해(誤解)

옥수수 사랑 이야기

당신이 떠난 가을엔

눈물에 젖은 편지

안부

셋이 살아요

아직도 기억하나요

못 다한 사랑이라 잊을 수 없다네요

귀뚜라미와 나

violet 설명서

사랑

감나무 그루터기

우린……?

Epilogue

 

 

Violet in love

바이올렛의 사랑

 

사흘을 앓았습니다

일어나 뜰에 나오니

둥근 옹기에 나란히 앉은

바이올렛 여섯 포기가 먼저 반깁니다

 

곱게 피워 올린 예쁜 꽃들

오간 데 없어지고

하트를 닮은 잎이 두꺼워지더니

보이지 않던 작은 솜털이

이슬을 머금고 서 있습니다

 

그 속에……

곱디고운 꽃잎을

아름다운 사랑을

화려하고 격렬한 춤을

담아 가는지

조용하지만 바빠 보입니다

 

먹고

자고

아침마다 햇살을 안아 준다면

그리고 가끔은

님이 보내 주는 희망을 품고

그런다면……

나도

꽃보다 더 진한 사랑

피워 올릴 수 있을까요

 

바이올렛처럼 살고 싶습니다

아팠던 기억

……

벗어 버리고

님 오시는 길목에

마중하며 기다리겠습니다.

 

 

그리움이란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마음으로 피워 올린 눈물 꽃

영원히 지지 않을

이별 없는 꽃…….

 

그대 그리운 날엔

 

문득 그리운 날이면 포도나무 아래 섭니다

꽃이 피더니

이슬이 맺힙니다

 

진주 알 같더니

유리 구슬만 합니다

 

속도 모르고 내 얼굴만 흉내냅니다

속도 모르고 단내만 폴폴 풍깁니다

물만 뿌려준 줄 알았더니

눈물도 뿌려 줬나 봅니다

얼굴이 하얗게 타들어 갑니다.

 

Love letter

사이다 병으로 만든 반지

 

연녹색 유리 반지 하나

불 같은 사랑 꿈꾸며 바위에서 떨 때

그 사랑 느끼며 가슴 떨고 몸 떨었던가요?

 

다칠까 깨질까 가슴 떨었습니다

 

홍시 같은 얼굴이 손 끝에 달려 볼 수 없었지요

그대 맘……

 

사이다 병 깨뜨려 만든 반지

마음을 열고 세상을 연 반지

손 끝으로 만지며 곱게 간 반지엔

좋아하고 있으며 사랑하고 싶어진다고

유리처럼 속마음 감추지 말고 보여 달라고

다른 사람 바라보지 말고 변치 말라고……

헤일 수 없는 기도와 고백이 있었던가요?

 

꿈을 꿉니다

아침이면 깨고야 마는 꿈이지만

손가락 사이에 그 마음 묻어 있을까

가슴에 얹고 눈 감아 봅니다

 

잊지 말라고

기억하라고

 

사이다 병으로 만든 반지는

영혼을 묶어둔 고리

풀 수 없는 마법입니다.

 

감출 수 없어요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느냐구요

내 앞에만 서면

숨소리가 커지잖아요.

 

내게 소원을 물으신다면

 

내게 소원을 물으신다면

그대와 나란히 손을 잡고

봄꽃의 향기에 취해 보고

초록빛 꿈길을 걸어보고

빨갛게 가슴을 물들여서

우리의 사랑이 무르익게

새하얀 이불로 덮어 주고 싶어요.

 

 

그림이 있는 바이올렛의

                아주 특별한 사랑 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 ·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잊을 수도 없는 사랑이에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니?"

"응, 일고 울었는 걸……"

"그럼…… 베르테르의 사랑도 알겠구나?"

"……."

 

얼마 만에 와 보는 걸까요?

추억의 강가……

끝내 나는 맨발로 모래밭을 걷다

깨어진 유리조각이

발바닥 깊이 박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알 수 없는 통증은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는데……

그 순간

눈물 어린 저편

그대를 사랑한 앙큼한 계집아이가 보이네요

멈출 줄 모르고 흐르는 붉은 피처럼

베르테르 사랑이 멈출 줄 모르고

기억 속에서 빠져나오네요.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사이다 병 끝을 잘라

바위 위에 곱게 가는 그대의 손……

 

"어쩜, 이쁘네.

사이다 병으로도 반지를 만들 수 있구나.

오빤 손재주가 있어 참 좋겠네."

"잠깐만 기다려. 조금 더 갈아야 돼."

 

그대 촉촉히 젖은 손을 내밀어

내 손가락에 끼워준

사이다 병으로 만든 반지

그대는 몰랐을 거예요.

그 순간 내 가슴이 얼마나 뛰고 부끄러웠는지

그대의 가난한 사랑에도

나 얼마나 기쁨에 가득 찼었는지…….

 

"어머니 저 내일 입영합니다.

잠깐만 얘기하다 보내면 안 될까요?"

 

내키지 않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나간

바람 쌀쌀한 오후 느티나무 아래……

오랜 침묵 속

나는 보았습니다.

붉게 물든 저녁놀 위로 나는 잠자리 한 쌍을

춤추듯 너울대는 우리의 사랑을……

 

"건강하게 지내고……

가끔 아주 가끔 편지해 줄래?"

"네……,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시구요.

오빠……."

 

왜 그대에겐

언제나 '오빠'라는

이름으로 불리울까요?

왜 난

떨리는 가슴을 들낄까 봐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도 못했을까요?

속으로는 수없이

"사랑해요" 말하고 싶었는데

쓴웃음 지으며 손 흔들던 그대 모습

떨어지지 않던 그대 발길……

왜 그대에겐

보내고 싶지 않은

내 마음 함께 보낼 수 없었을까요?

 

수많은 밤을 세워

그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수많은 아침

빈 우체통 앞을 서성거렸습니다.

수많은 날들

답장 없는 그대가 야속해서 울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땐 몰랐습니다.

수많은 그대의 편지가

어머니의

또 다른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라졌는지

하지만 그땐 몰랐습니다

그대는 참 가난한 사람이란 걸

그대는 참 불행한 사람이란 걸

참 힘든 그댈

내가 먼저 다 보듬고

안아 주었어야 했다는 걸

 

그대 아직 기억하나요?

마지막 그 날……

 

"오래 기다렸니?"

"아니요. 방금 왔어요."

"이 친군 고향 동생이고……

인사해라. 내 여자 친구야."

 

어색한 소개……

그리고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하루……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사이다 병으로 만든 반지 하나만이

내 눈물을 감싸 주었습니다.

 

"왜 그댄 나눌 수 없는 사랑이라 단정지었나요?"

"왜 그댄 그 아름다운 사랑 하나 지킬 수 없었나요?"

 

참 많은 날 동안

그대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

이젠 그 답을 알 것 같아요.

언제나 칼끝은 나를 향하고 있음을……

언제나 그 모든 질문은 나를 향해 했음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깁니다.

어느덧 하얀 발바닥에는 피가 멈추고

검붉은 딱지가 붙었습니다.

 

"그럼…… 베르테르의 사랑도 알겠구나?"

 

이젠 대답할게요.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잊을 수도 없는 사랑이에요……."

 

The first love

마법에 걸린 사랑

 

가늘게 아래로 내려뜬 눈이

바늘 끝 실 끝을 봅니다

도안은 이미 가슴속에 형상이 되어

살포시 틀 안에 내려앉습니다

 

먼저 암컷을 수놓아 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하얀 구름과 뜨거운 태양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이름 모를 나무 한 그루

오래도록 그렇게 같은 자리에

수수한 모습으로

서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수컷을 수놓아 봅니다

나무가 우거지고

장미보다 더 검붉은 꽃이 피어 있는 산

그 언저리에

 

오색 깃털을 곤두세우고

쭉 뻗은 모습은

마치 살아서 눈짓하는 것 같고

금방이라도 날개 펴고 날아갈 것 같습니다

 

염원을 실은 한 올 한 올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엮이어서

드러내지 않고 어우러진 모습이

서로의 영혼을 달래는 듯합니다

 

마주하고

바라만 보아도

기나긴 세월

지친 기다림

……

거두어 갈 것 같습니다

 

작은 바람들이 태산처럼 쌓이고

남 모를 그리움이 강물처럼 넘치는 날

그땐

 저 속에 두 마리 새도

내 마음 알아가겠지요.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