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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6.11 2013-061 설치 미술 감상법
  2. 2013.06.11 2013-060 집을 버리다
2013. 6. 11. 11:13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61 설치 미술 감상법

 

글, 사진 / 서성록

1996,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18024

 

082

빛12ㄷ  170

 

빛깔있는 책들 170

 

서성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미 동서문화센터 연구원, 『미술평단』『선미술』 주간을 역임하였다.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 당선하였고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이며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의 현대미술』『현대미술의 쟁점』『한국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북한의 미술』 등이 잇으며 역서로는 『포스트모던 미술과 비평』이 있다.

 

|차례|

 

머리말

평면에서 입체 공간으로

    설치의 개념

    혼합 재료

    입체 공간의 기획

입체 공간에서 효과 장치로

    설치의 연보

    60, 70년대의 횡선

    80, 90년대의 종선

유형과 사례

    문명 비판

    근대성의 반성

    미디어

    여성의 시각

참고 문헌

 

코넬리아 파커 「차갑고 어두운 물질 1991년 작품.

클래스 올덴버그 「의자 위에 걸린 셔츠 설치 미술에서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 되는 것은 오브제의 기용이다. 일상의 물건, 사진 매체, 자연물, 심지어 자신의 신체까지 표현 매체로 이용하는데 이것으로 보아 설치가 재료 선택에 잇어 매우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혼합 재료, 1962년 작품.

일야 카바코프 「인생 여정 1993년 작품.

쿠르트 슈비터스 「메르츠 바우 「메르츠 바우(Merz bau)」는 3차원의 건축적 구조물, 채취한 잡동사니를 변형시켜 만든 집적물로 대부분 나치의 폭정을 피해 제작되었다. 위의 작품은 1920년에 제작되었으며 1943년 폭격으로 파괴된 작품을 1980~83년 사이에 재생한 것이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코카콜라 라우센버그는 여러 팝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온 '컴바인'의 주창자이다. 그는 뉴욕 맨해튼 거리를 배회하면서 주워 모은 거대한 양의 오물을 합성하여 '컴바인 아트'를 만들어 냈다. 컴바인 페인팅, 1958년 작품.

장 팅겔리 「No. 3 장 팅겔리는 거꾸로 세운 피아노, 관측 기구, 자전거와 건축 자재를 이용하고 물체에 운동감 및 음향을 곁들여 총체 예술을 만들어 냈는데 이는 오브제 개념의 확장을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1959년 작품.

댄 플래빈 「타틀린을 위한 모뉴멘트 60년대 말에는 미니멀 아트가 성행하면서 설치 개념이 한층 분명해졌다. 미니멀 아티스트들은 전시장의 벽면, 천장, 바닥을 어떻게 변경하느냐에 따라 공간에 관한 감상자의 인식도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믿었는데 플래빈의 작품에도 이런 경향이 보인다. 1966년 작품.

조지 시걸 「식당의 창가 비평가 카터 래트클리프와 조지 시걸은 1980년 직접 벽에 붙이거나 벽과는 분리된 새 작업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부조적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1967년 작품.

안젤름 키퍼 「공중의 폭탄 80년대 설치 작가들은 미술에 형태적 변화를 시도했을 뿐 아니라 작품에 많은 의미 내용을 채워 넣었다. 이 가운데 안젤름 키퍼는 발사 직후 로케트의 이미지를 통해 전쟁의 위험을 주지시키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혼합 재료, 1991년 작품.

제니 홀처 「설치 제니 홀처는 사회적 메시지로서의 미디어의 기능을 주된 과제로 부각시킨 작가이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1989년 12월 ~ 1990년 2월.

한스 하케 「게르마니아 한스 하케의 작품 세계는 개념보다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미의식이나 가치 이전에 목적성 내지 동기성이 선결된다.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1993년 작품.

막스 코퍼 「컨베이어 벨트 막스 코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첨단 미디어 중심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설치, 1990년 작품.

김영원 「군상 석고, 1987년 작품.

이건용 「현신 79 나무, 로프, 천, 300×300×200센티미터, 1979년 작품.

 최명영 「변질 시멘트관, 1970년 작품.

심문섭 「관계 종이와 돌, 상파울로 비엔날레 출품작, 300×120×100센티미터, 1972년 작품.

강상중 「도시의 서커스 혼합 재료, 1987년 작품.

신영성 「시계 1985년 창립된 「난지도」에는 박방년, 신영성, 윤명재, 이상석, 김홍년이 참여하였는데 이들은 주변의 잡동사니나 폐품 같은 볼품없고 생소한 재료를 과감하게 기용하여 문명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취하였다. 70×38×20센티미터, 1987년 작품.

김찬동 「불연속성의 태제 - 근대사 소고 1985년 창립된 「메타복스」에는 안원찬, 오상길, 홍승일, 김찬동, 하민수가 참여하였는데 수축된 미술 언어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기능화, 수단화하는 방향에 집중하였다. 혼합 재료, 250×600×150센티미터, 1993년 작품.

윤명재 「숲 윤명재는 붓과 물감 대신 버려진 나무 파편들을 이용하여 그룹 「난지도」의 작가들과 함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반복하는 물화된 현실 세계의 풍경을 반사적으로 표출해 내고자 했다. 나무와 먹, 520×310센티미터, 1988년 작품.

이형우 「무제 90년대 설치 작가들은 비교적 단선적이고 경직되어 있던 80년대의 자세를 풀고 새로운 시대 정황에 들어맞을 부드러운 분위기로 되돌려 놓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테라코타, 나무, 돌, 1993년 작품.

안원찬 「제국의 성 종전의 담론 구조를 확대 발전시킨 것으로 매체를 통하여 물질 문명을 모질게 비판한 것이다. 그는 망실된 군용품의 분리와 해체,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과의 극적 대비를 통해 우리의 인식을 무언중 압박하는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잇다. 군용품, 1993년 작품.

오상길 「수인들의 머리카락 오상길은 항상 외부적인 것 이를테면 문화 역사적이거나 사회 정치적인 문제와 미술 내적인 역사의 맥락을 접목시켜 상징적 형태로 표현하였다. 오브제와 음향, 1993년 작품.

조덕현 「한국 여성사 조덕현은 험난한 삶의 여정을 걸어야 했던 조상들의 단편적인 생활상을 보여줌으로써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겪어야 했던 역사의 질곡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일깨워준다. 캔버스에 콘테, 혼합 재료, 190×220×15센티미터, 1992년 작품.

육근병

김수자 「Sewing into Walking 김수자의 바느질은 천을 꿰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꿰매는 데까지 확대된다. 종전에는 실과 바늘로 천을 꿰매었다면 이제는 몸을 바늘에 비유하여 자연이라는 넓은 천을 꿰매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상징한다. 천, 비디오, 소리, 1994년 작품.

이은산 「석양을 등지고 서 있는 사람 이은산의 작품은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희로애락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밝고 선명한 색상, 대담한 화면 구성, 과감한 단순화를 특징으로 한다. 아크릴, 90×170센티미터, 1994년 작품.

박실 「기행문 - 시간여행 1992년 제5회 작품전부터 전시된 「기행문」 연작 가운데 하나로 원시성, 주술성을 드러낸다. 나무 위에 채색, 1994년 작품.

 

posted by 황영찬
2013. 6. 11. 09:31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60 집을 버리다

 

■강영환 시집

2006, 신생

 

 

시흥시대야도서관

EM049945

 

811.6

강646집

 

신생시선

 

강영환 시인은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공중의 꽃」 입선. 79년 《현대문학》 시 천료(필명 / 강산청),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남해」 당선. 시집으로 『칼잠』, 『눈물』, 『뒷강물』. 바다시집 『푸른 짝사랑에 들다』와 지리산 시집 『불무장등』 외 8권. 시조집 『북창을 열고』, 『남해』가 잇으며, 월간 《열린시》 주간 역임. 부산 · 경남 젊은 시인회의 초대 의장을 거쳐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디지털 부산신인회의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는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상임이사 겸 부산 지회장을 맡고 있다.

홈페이지 : http://ebond.hihome.com

이메일 : soolsan@korea.com

 

시인의 변

등단 30년이 되는 해다. 두 권의 시조집을 포함해 열다섯 번째의 시집을 낸다. 그동안 부지런히 시를 살았다. 주변의 시기와 격려가 질타해 주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내 시는 말이 많다. 속내를 들켜버리기 쉽상인 말을 여기저기 설사처럼 함부로 흘리고 다니는 꼴이 사납다. 허비되는 말만큼 의미는 소멸되고 급기야는 언어를 잃게 된다. 이젠 그동안 안주해 왔던 말의 집을 버릴 때가 되었나 보다.

2005.12 저자

 

차례

 

● 시인의 변

 

제1부

반 지하 / 따뜻한 입김 / 거미의 생 / 늪 / 벌판에서 / 누이를 찾아서 / 붉은 동백꽃 / 지는 꽃들 / 지상의 봄 / 성주 성밖 숲 늙은 나무 / 비 - 메일 / 나의 안경 / 구월 비 / 빈칸을 채우며 · 1 / 빈칸을 채우며 · 2 / 그대 떠난 일출 앞에서 / 얼굴 / 어머니 생각 / 덕천댁

 

제2부

집을 버리다 / 그녀의 손 / 그녀의 입술 / 홍수 / 모기같이 살며 / 트리를 장식하며 / 연화동 비둘기 / 비둘기는 얼마나 행복한가 / 나의 춤 / 반 고호의 귀 / 나는 산청에서 왔다 / 오징어 다리 / 마지막 달력이 젖어 / 밑에 사람이 있었다 / 판다곰 인형 / 연탄 수레 / 빈 화분에 / 심야버스를 타고 와서 / 가을 하늘

 

제3부

끊었던 담배를 다시 붙이며 / 주검을 남긴 사내 앞에서 / 채팅을 위하여 / 헌혈 / 물의 뼈 / 세기말 누드 / 천년 / 노을 풍경을 새로 만나다 / 물에 잠긴 비디오 가게 / 이슬의 비밀 / 그 여자의 사진 / 초량천변 / 시계무덤 / 밝은 어둠 / 입 속의 눈 / 별의 섬 / 무한호텔

 

제4부

수레 위의 나무 / 망개나무 / 땀 / 언덕을 내려가다 / 억새꽃이 억새에게 / 시선 끝에서 / 내가 가고 싶은 곳 / 나의 왼발 / 빈집 / 이명 속으로 / 떨어진 잎 / 내 안의 적 / 허 거 참 / 봄의 블랙홀 / 겨울이 오는 쪽 / 아직도 목쉰 노래가 남는다 / 쓸쓸함이 긴 겨울 / 시월시장 / 프리지아

 

해설 벼랑의 정신

 

거미의 생

 

1

지하철 공사장에서 인부가 추락했다

기우뚱거리던 복공판이 중심을 잃고

함께 30미터 아래 검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번 떨어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흔들리는 생을 탓하지 않는 그가

혼자서도 깊어질 줄 아는 강물 속에다

무거운 생애의 어깨를 내려놓았다

 

2

외줄 위를 걸어가는 거미는

흔들림 속에서 침묵할 줄 안다

그러다가 투명한 말 속으로 걸어가서

눈치 없이 건너온 줄을 돌아본다

거미는 낡은 길 위에다 다리를 풀고

벼랑을 향해 걸어가는 일만 남아서

부릅뜬 눈이 그늘을 본다

 

 

눈을 뜨니 사방이 수렁이다

끈적끈적한 진흙 방이다

목에까지 차오르는 죽음을 뱉으며

잡을 지푸라기 하나 남지 않은 외진 곳

아침이 오고 다시 밤이 되어도

다가오는 불빛도 없이 소리칠수록 더 깊이

목을 죄는 올가미가 침묵을 부른다

 

그대 눈에 몸을 던져두고

끈끈이 풀로 옭아 맨 발목이 풀리지 않는 도시

귀뚜라미 소리도 머리 위로 지나간 뒤

아침 해가 눈 부릅뜨고 간다

몸부림은 죽음으로 인도하는 길일 뿐

눈부신 재앙은 갑자기 온다

몹쓸 그대 눈에 빠졌을 때처럼

 

반 지하

 

한 발은 지상에 또 한 발은 지하에

그 조건에 전세금을 걸었다

계단을 내려서면 벌써

눈은 어둠에 익숙해지고 몸도 반은 지하다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제라늄 분도

잎 하나는 햇빛에 두고

다른 하나는 그늘에 두고

사는지 죽어 가는지 모르던 때

물은 얼룩을 타고 벽에 숨어들었다

 

시련 끝에 선 제라늄이 활짝 꽃을 피운 날

나머지 그늘도 환한 빛이 되어

얼굴 펴고 가는 높은 창유리에

몹쓸 십 년의 햇빛이 반짝 지나갔다

 

벌판에서

 

머리 속 지푸라기를 마저 비운다

어둔 벌판에 외로 선 발이 저려오고

서릿발 일어서는 땅에 몸은 더 깊어간다

바꿀 수 없는 의자에서 재가 될 때까지

수많은 아침과 저녁은 나를 지나가리니

 

내게서 떠나는 물

내게로 오는 바람

 

그대 횃불처럼 눈부신 저항을 닮아

넝마 한 겹을 흔들며 벌판을 간다

더 많은 무서리와 더 작은 별빛을 온몸에 받으며

몸 그릇을 훨훨 비우고 혼자

빛나는 벌판을 눈에 새긴다

 

붉은 동백꽃

 

내 가슴을 열어 들여다보지 말라

남 몰래 피운 동백꽃이

서릿발 돋은 신 새벽을 불사르고 피었다가

툭, 뚝, 모가지 째

눈길 홀로 걸어간 발자국을 남겼다

무슨 상처를 밟고 지나갔는지

발자국마다 고여 있는 피는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다

 

하늘이 내린 눈밭에다

낮은 어느 누가 남긴 흔적일까

나는 꽃을 가르고 들어간다

꽃 안에 다시 붉은 꽃

가슴 깊이 떨어져 피어 있

눈물로도 지워지지 않는 꽃은

떨어져도 그 가슴이 시리다

 

나의 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찌할까

말초 신경을 건드리는 날카로운 조명 앞에서 발가락 끝이 오르가즘이다

얇은 가슴에서 퍼내는 가느다란 소리에도 손가락은 하늘을 감아쥔다

덫이 없고 사슬이 녹아든 하늘 아래 이 분노는

다시없이 캄캄한 지상을 맨발로 뛰게 하느니

그 동안 풀어 넣었던 어눌한 말 앞에 무릎 꿇었던 반벙어리 시간들

이제는 말끔히 허리 펴고 눈감고도 갈 수 있는 나라

조명은 눈부신 햇살로 온 몸에 흐르는 선을 비춘다

하늘을 차고 오르는 빛나는 몸뚱이

긴소매에 붉은 꽃을 피운 노을의 분노가 어둠이 된다.

 

반 고호의 귀

 

노란 햇빛 가득한 창가에서 귀를 자른다

어둠이 진득하게 흘러나오는 귀를

쓸모없는 소리들이 첩첩 고여 썩은 냄새에 저린 귀를

내다 버리기 위해 서늘한 칼에 희망을 건다

귀 속 어둠은 듣기를 거부한지 오래

오랜 소리만 쌓인 것이 아니라 눈물도 함께 쌓여

몰래 농축된 귀청을 뽑아내 식탁 아래로 굴려 보낸다

수천의 입이 들어 와

집을 튼 귀가 검은 물을 밀어내 보지만

나팔관을 붙들고 늘어지는 혀의 칼에

울면서 토해내는 소리가 현기증을 부르고

그것은 눈 속의 색깔마저 흩어 놓는다

함부로 쓴 입이 삐뚤어져 귀에는 썩은 물이

물이 입 속으로 흘러간다

세상의 막장이 되어가나 보다

 

지상의 봄

 

벚꽃은 언제 지상을 다녀갔을까

피고 지고……

허락도 받지 않고 내 눈 안에 들어

마음의 칼날은 무뎌졌다

 

찰나다, 찰나다, 찰나다

내 마음 건질 새도 없이

강물은 꽃잎을 싣고 흘러갔다

돌아오지 못할 바다로

바다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다시 지상으로

가벼운 옷을 입고 날아와 이 땅

분노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느니

 

벚나무 아래 지나가던 봄이

뭇매를 맞고 땅에 떨어져

봄을 도둑맞은 사람들이 남아

함성으로 촛불을 켠다

 

빈칸을 채우며 · 1

 

아파트를 짓기 위해 까맣게 깎아놓은 산

돌 틈에 풀씨들이 싹을 틔우고 섰다

봄 아니라도 날개를 펴고 하늘을 부르는 손짓

누가 보아 주지 않아도

어눌한 사투리를 끼워 넣으며 기다리기라도 한 듯

금새 빈칸을 채워 나가는 하얀 웃음들

줄곧 푸른 생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스스로 찾아 나선 것일까

 

빈칸은 채워지기 위해 있다지만

누군가가 만든 빈칸 앞에서 막막해 하며

캄캄한 절벽을 혼자 오르는 풀씨

독한 그들이 내 이웃이다

 

집을 버리다

 

그 집은 수리한지 칠 년이 지났지만 비가 새기는 마찬가지다

동란 중에 피난 와서 미군이 버린 캔 조각을 이어 붙여 바람 앞에 세운 집

지붕 위에 골탈도 칠하고 모래도 뿌려 녹이 스는 것을 막기도 했지만

산복도로에 사는 어느 집도 안에서 피는 녹을 몰랐다

품에 드는 연탄가스를 거부 못해 삭아 내리는 살을 알지 못했다

그 낡은 집에서 무너지는 것은 살만이 아니었다

대들보도 써까래도 토담도 빠져나갔다

뼈도 목울대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집은 알고 있었다 언젠가의 무너짐을

지붕이 있던 자리에 파랗게 뜨는 하늘이

홀로 가는 집을 버리게 했다

몇 개의 보따리가 떠난 뒤 하늘이 무너졌다

나는 집을 버렸다

 

 

posted by 황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