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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6. 15:20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2 삶으로서의 철학, 소크라테스의 변론

 

나종석 지음, 플라톤 원저

2010, 아이세움

 

신천도서관

SG031219

 

082

나67ㅇ 8

 

나의 고전읽기 8

 

인류를 이끌어 온 고전의 향기를 맡는다.

 

조국보다 진리를 더 사랑했던

소크라테스의 비극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철학적 활동이 어떻게

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되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질문들이

왜 아테네 시민들의 분노와 공포를 자아냈을까?

아테네 도시 국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위험한 인물로 평가되어 시민 법정에 세워진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의 근본 물음을 던지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나종석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헤겔 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앗다. 그 후 독일에 유학하여 헤겔과 비코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 정치 및 사회철학에 관련된 여러 논문들을 발표하였다.

울산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주로 관심을 갖고 탐구하는 주제는 서양의 정치철학이다. 특히 고대 그리스 정치사상, 독일 관념론 그리고 현대 정치철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헤겔 정치철학과 현대 사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다룬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신준식

경상북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수학하였다. 현재, 작업실 '일상'에서 작품 제작을 하며 온라인 문화커뮤니티 gallerykorea.net과 luxvillage.com을 운영하고 있다.

『가을반의 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 통치론』에 그림을 그렸다.

 

차례

 

머리말 · 철학적 사유를 통해 진리를 추구했던 철학자

프롤로그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1. 소크라테스의 생애

소크라테스, 그는 누구인가?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문학적 허구인가?

『변론』의 기본 내용

 

2. 소크라테스의 무죄 변론 제1부

최초의 고발인들과의 대결

진실과 설득의 구별 - 소크라테스와 수사학

보이지 않는 적 - 과거의 비판자들

소크라테스의 지혜 -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적 논쟁 방법

 

3. 소크라테스의 무죄 변론 제2부

실재 고소인들에 대한 변론

나중의 고발자들 - '아니토스와 그 무리'에 대한 반론

 

4. 소크라테스의 무죄변론 제3부

소크라테스의 참다운 모습

소크라테스와 아킬레우스

철학적 삶을 위한 변호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아무런 해도 입지 않는다?

- 소크라테스의 또 다른 역설

소크라테스와 민주주의

소크라테스 재판과 당시의 정치적 배경

 

5. 두 번째 연설과 세 번째 연설

두 번째 연설 : 형량에 대한 연설

세 번째 연설 : 사형 선고 뒤 배심원들에 대한 고별 연설

 

에필로그 · 철학적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더 읽을 책들

참고문헌

연표

소크라테스는 인간을 국가나 집단으로부터 독림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기초를 형성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아테네 시민은 군 장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는데, 갑옷과 투구를 갖춰 입는 중무장 보병인 '호플리테'는 중산층 신분을 나타낸다. 그리스 도자기에 그려진 호플리테으 모습.

크산티페는 악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평가는 과장되었거나 사람들의 상상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소크라테스에게 물을 끼얹는 크산티페. 1655, 블로멘탈, 스트라스부르 미술관.

당시 그리스의 귀족 자제들은 문법과 시가, 체육 교육을 받았다. 운동을 준비하는 그리스의 청년들.

키가 작고 눈은 튀어나왔으며 코는 납작하였다는 등 소크라테스의 외모는 볼품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천부적인 문학적 재능과 심오한 철학적 사유 능력을 겸비한 플라톤은 『변론』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을 가장 깊이 있고 탁월하게 전해 준다.

직업 군인이었던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를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인물로 표현해,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해에서 플라톤의 『변론』과 비교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남서부에 있는 시칠리아 섬은 최초로 수사학이 발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시칠리아에서 민주주의가 등장하기 전에는 신하들이 참주 앞에서 자유롭게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1550년에 만들어진 시칠리아 섬 지도.

아테네 시민들은 아고라에 모여 공공의 일에 대한 토론이나 연설을 즐겼다. 도시 국가의 중심지에 있던 아고라는 정치적인 광장과 시장을 겸한 독특한 공간이었다.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플라톤의 대화편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파네스는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는 사이로 그려진다. 고대 그리스의 '향연Symposion'은 시와 술과 대화가 어우러진 자리였다. <신들의 향연>. 1514. 지오반니 벨리니.

『일리아드』에는 아가멤논이 아폴론 신의 노여움을 사 그리스 병사들에게 역병이 돌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신에 대한 개인의 불경건한 행동이 공동체에 재앙을 불러온다는 아테네인들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아가멤논의 황금가면.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에서 소크라테스를 전형적인 소피스트로 묘사하며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주범으로 그리고 있다.

가르침의 대가로 소피스트가 받은 돈은 일반인들이 지불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였다. 아테네의 드라크마 주화. 올빼미는 아테나 여신을 상징한다.

그리스 고대 도시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터. 델포이 신탁은 내용이 모호하기로 악명 높았지만 신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다.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탁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철학적 활동을 신의 사명이라고 설명한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델포이의 신탁을 잘못 이해한 결과 전쟁에서 패하고 만다. 자신이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을 받은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내용이 진실인지 검토하기 위해 아테네에서 지혜롭다고 소문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신의 뜻을 알기 위해 수행한 철학적 대화의 여정에서 온갖 비방을 받게 되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일을 헤라클레스가 치른 열두 가지 힘든 일들과 비교한다. 지옥의 문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를 산채로 잡으려는 헤라클레스.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중앙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 대화법의 특징을 '묵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하였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사람은 고의로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며 자신을 변론한다. 향락에 빠진 알키비아데스를 떼어 내는 소크라테스. 1791. J. B. 르노.

소크라테스는 신이 절대적으로 선하고 지혜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간적인 성격을 지닌 전통적인 아테네 신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트로이의 전사 헥토르를 죽이면 자신도 죽게 될 거라는 말을 듣고도,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원수를 갚기 위해 헥토르를 죽인다. 불명예스럽게 사느니 죽음을 택한 것이다. 아들을 안고 헥토르의 죽음을 슬퍼하는 안드로마케.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킬레우스 못지않은 아테네의 영웅임을 은연중에 밝히면서, 아테네 시민들에게 철학적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려 했다. 아킬레우스의 모습을 담은 그리스 우표.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아폴론 신의 명령에 따르는 전사로 자처하면서,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철학적 사명을 모숨을 걸고 수행할 것임을 천명한다. 바티칸에 있는 아폴론 조각상.

페리클레스는 전몰 병사를 위한 추도 연설에서 자식의 생명을 나라에 바치지 않고 평등과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거부한 이유는, 탈옥을 국가가 자신에게 내린 부당한 판결에 대해 부당한 방식으로 보복하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필로파포스 숲 속에 위치한 이곳을 소크라테스의 감옥이라고 주장하지만, 아테네의 감옥은 아고라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알키비아데스는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추구했던 철학적 삶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그는 권력만을 추구한 야심가였으며,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조국도 팔아 넘길 만큼 비열한 기회주의자였다.

니체는 소크라테스가 의도적으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자신의 도덕 원칙에 따라 일관된 삶을 살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의 참다운 모습을 망각한 것이다.

에게 해 카를라데스 제도의 가장 작은 섬인 델로스 섬은, 아폴론의 탄생지로 아테네인들이 신성하게 여긴 땅이다. 아테네는 해마다 한 번씩 델로스 섬으로 사절단을 파견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어서도 묻고 대화하는 철학적 삶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스 도자기에 그려진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광경.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 철학적 삶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그가 죽음 앞에서 그렇게 초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1787. 자크 루이 다비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헤겔은, '도덕적 자율성을 지닌 주체로서의 인간'이라는 자각을 심어준 소크라테스를 '세계사적 개인'으로 평가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소크라테스를 인류의 정신적 스승으로 높이 평가했으나, 그에 대한 사형 판결은 성실한 심리를 거쳐 확정된 것으로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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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
2013. 8. 22. 16:09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1 길 위에 서서

 

글 김승부

2012

 

나의 친구 김승부가 쓴 책

 

삶의 여정의 중간쁨에 서서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실을 가늠해 본다

 

인위적인 것은 직선인데 비해 자연은 곡선이다. 우리 삶의 길은 직선일까, 곡선일까? 물론 곡선이다. 끝이 빤히 보이는 직선이라면 무슨 살아갈 맛이 있겠는가. 직선의 삶이 아니라 굴절되고 굴곡진 삶을 삶으로써 우리의 삶이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나에게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설 용기가 없다. 남들이 거쳐 가는 길을 걸으며 남들이 놓친 것을 찾아내거나, 또는 일상적인 것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가 말했다. "예술에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롭게 보는 시각이 있을 뿐." 비록 내가 예술가는 아니지만 생생한 감각으로 깨어 내가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다.

 

김승부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대기업에서 25년을 근무하며 통신사업의 개발과 마케팅, 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소기업에서 5년째 근무 중이다. 산행과 걷기를 즐기고 벗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일 년에 칠팔십 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는다. 블로그(http://seungboo10.blog.me/)를 운영하면서 취미삼아 짬짬이 글을 쓴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세 가지를 이루려고 하고 있다.

 

하나. 나이 들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잇다. 그 방면의 하나로 문화해설사나 숲해설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꿈꾸고 있다. 한 달 정도 광활한 자연 속에서 그저 허허롭게 길을 걸어보고 싶다. 제주에 내려갈 때마다 제주 올레길을 꾸준히 걷고 있는데, 언제가 완주하게 될 것이다.

 

셋,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이 책이 그 책이 될 수도 있고, 혹은 한 권을 더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청진한실' 네 글자를 고등학생 이래 좌우명이랄까 일상의 가치기준으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 중국 작가 임어당의 수필 중에 나오는 문구이다. 독법은 간단해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읽으면 되는데, 요즘 들어 나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새기고 있다.

 

청靑

청년의 열정으로 삶을 대하자. 젊게 살자.

진眞

진솔해지자. 설사 이 세상이 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 난장판이라 하더라도, 그럴수록 더욱 진솔하게 살아가자

한閒

여유와 유머가 나의 브랜드다. 제주도 방언을 빌려 쓰면, "와리지 말고 저들지 말라."

실實

건강, 돈, 일, 친구, 꿈, 모두가 삶에 소중한 가치들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라.

 

한 여행자가 랍비를 방문했다. 놀랍게도 그는 방 하나에 탁자 한 개, 의자 한 개, 침대 한 개, 그리고 책 몇 권만 가지고 살고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의 가구는 전부 어디에 있습니까?"

방문객이 물었다.

"당신의 가구는 어디에 있나요?"

랍비가 되물었다.

"제 가구요? 저는 방문객일 뿐입니다. 여행 중이거든요."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 길 위에 서서

길 / 길 위에 서서 / 삶 / 중년의 사유 / 삶을 사랑하는 32가지 방법 / 꿈 / 사랑 / 남녀본색 / 단상 / 춘심 / 정만 남아 / 저무는 한해 / 왜 산에 오르나 /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제2장 덕불고

청진한실 / 내가 즐겨 쓰는 표현 / 독만권서 /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 / 북소리 / 덕불고 / 유시유종 / 딸아이 에피소드 / 일상소묘 / 우리 삶에 주는 충고 / 공칠과삼 / 시련의 계절 / 반도성의 회복 / 천지불인 / 사막의 지혜

 

제3장 거울 이야기

거울 이야기 / 꽃 이야기 / 달 이야기 / 물 이야기 / 시간 이야기 / 젓가락 이야기 / 부부 이야기 / 친구 이야기 / 손주 이야기 / 백수 이야기 / 일 이야기 / 건강 이야기 / 행복 이야기 / 개 이야기 / 술 이야기 / 커피 이야기 / 이런저런 이야기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제4장 산과 속이 유별하다

흐르는 강물 / 선유도 풍경 / 봄의 정원으로 오라 / 산과 속이 유별하다 / 기본적인 명상 방법 / 제주 여정 / 카트만두 여정 / 문화탐방 / 간단한 심리 테스트 / 수양록 / 여행자를 위한 서시

 

제5장 존재의 문제

못생긴 뿌리 / 달리는 이유 / 무슨 상관인가 / 길을 여는 열쇠 / 존재의 문제 / 우물 속의 여자 / 처가유친 / 자연의 법칙 / 아바탐 수크라 사바레끼 랑그 라치 / 구원 받기 위한 규칙 / 호보연자 / 며느리 죄 때문에 / 할 말과 안할 말 / 특별한 제식 / 빈 배

 

제1장

길 위에 서서

 

선사가 소나무와 대나무가 하는 말을 듣고 적었다.

솔, "눈보라 쳐도 굽히지 않는다."

대, "눈보라 치면 숙여서 맡긴다."

인간사에 빗댄 말일 뿐이다.

솟거나 숙이거나 나무는 더불어 숲일 뿐인 것을.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길, 노인의 비극은 늙었다는 것이 아니라 한 때 젊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을 아쉬워하면 한이 없다. 당연 나이가 들면 욕심을 접고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한다. 젊어서 걷는 길과 나이 들어 걷는 길이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걸어온 길은 걸어갈 길의 스승이라고 하던데, 걸어온 길부터 살펴봐야 하는 것일까?

 

인생의 길. 당신은 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가.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당신은 어떤 답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이 가고 있는 그 길이 당신이 원하는 길인가?

남들도 그게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운명도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송나라 때 시인 굴원이 어느 강가를 걸으면서 한탄한다.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청정하고, 사람들이 다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구나. 세상이 나를 내쫓는구나."

이에 어느 어부가 응답한다.

창랑의 강물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만하고,

창랑의 강물 흐리면 내 발을 씻을 만하지.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으로, 흥망성쇠는 반복하는 것이므로 어떤 일을 할 때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측천무후와 관련된 고사(故事) 등에서 사용되었다.

物:사물 물
極:다할 극
必:반드시 필
反:돌아올 반

사물이나 형세는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라 흥망성쇠를 반복하게 마련이라는 뜻도 있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세강필약(勢强必弱:세력이 강성하면 반드시 약해지기 마련이다)과 연결하여, '물극필반 세필강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물장즉노(物壯則老:만물은 장성했다가는 쇠퇴하기 마련이다)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 우리나라 속담의 '달도 차면 기운다' 등과 같은 의미이다. 불변의 자연법칙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 상대방의 흥성하는 기세를 시기하는 뜻이 담긴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이 고사성어가 사용된 예로는 《당서》를 들 수 있다. 중국 최초의 여황제가 된 측천무후는 원래 당나라 태종후궁이었다가 고종의 황후가 되었다. 고종이 죽은 뒤에 중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무후가 섭정을 하였다. 무후는 중종이 친정(親政)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섭정의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이에 소안환(蘇安桓)이라는 대신이 상소를 올려 간언하였다. 그 상소는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은 모두 이씨(李氏;당나라 황실의 성)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무후께서는 아직까지는 섭정의 자리에 계시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차면 넘친다(物極必反 器滿則傾)는 이치를 아셔야 합니다"라고 하며 무후의 퇴진을 권유하는 것이었다. 이밖에 《갈관자》에도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는 것이니 이를 환류라고 한다(物極必反, 命曰環流)"라는 구절이 있다.

 

천명지엄天命至嚴 천명무상天命無常. - 역경

하늘의 뜻은 지엄하고 또한 무상하다. 하늘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같아도 꼭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낙천지명[樂天知命]

천명을 깨달아 즐기며 이에 順應(순응)하는 일. 출전 易經(역경).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말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더딘 것을 염려하지 말고, 멈출 것을 염려하라."

혜민 스님이던가. 올림픽 출전 선수에게 말했다.

"배가 앞으로 가려면 파도가 치기 마련이다. 그 물결이 무섭다고 배를 멈추면 안 된다.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누가 뭐라고 하든 스스로의 길을 가라."

 

노장의 사유가 이랬던가.

사물을 잇는 그대로 보라.

인간이 태어나는 데 무슨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인간이 자라는 데 무슨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호흡을 하는 데 무슨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것은 저절로 일어난다.

그런데 왜 애를 쓰는가.

삶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라.

애쓰지도 말고 흐름을 거스르지도 말라.

헤엄을 치지도 말고 흐름에 내맡기라.

삶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라.

아무런 목적도, 방향도 없이 하늘을 떠가는 흰 구름이 되라.

 

삶을 사랑하는 32가지 방법

1.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이 되라.

2. 샤워할 때는 노래를 하라.

3. 일 년에 한 번은 해돋이를 보라.

4. 새로운 친구를 사귀되 옛 친구를 소중히 하라.

5. 완벽함이 아닌 탁월함을 위해 노력하라.

 

6. 비밀을 반드시 지켜라.

7. 상대방이 내미는 손을 거부하지 말라.

8. 매일 세 사람을 칭찬하라.

9. 세 가지 새로운 유머를 알아두라.

10.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라.

 

11. 단순하게 생각하라.

12. 크게 생각하되 작은 기쁨을 즐겨라.

13. 사랑의 힘을 얕보지 마라.

14. 밝고 정열적인 사람이 되라.

15.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음을 이유로 축배를 들어라.

 

16. 치아를 항상 청결히 하라.

17. 설명할 수 있는 삶이 아닌 주장할 수 있는 삶을 살라.

18. 당신이 승진할 만하다고 생각될 때 주저하지 말라.

19. 실수했다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20. 부정적인 사람을 멀리 하라.

 

21. 잘 닦인 신발을 신어라.

22. 지속덕으로 자기 향상에 힘써라.

23. 악수는 굳게 나누어라.

24. 행운이 내 앞에 있을 때 반드시 잡아라.

25. 당신 삶의 모든 부분을 책임져라.

 

26.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 거기에 있어라.

27. 삶이 항상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8. 남의 작은 향상에도 칭찬해 주어라.

29.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30.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결혼하라.

 

31. 옛 우정을 다시 불붙게 하라.

32. 자신의 행운을 기다려라.

 

"직관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사유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 - 칸트

 

산비둘기 두 마리가

정겨운 마음으로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 장 콕토(1889~1963) <산비둘기>

 

사랑이 당신을 손짓해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 지라도. 그사 날개를 펴거든 그 품에 당신을 맡겨라. 비록 그 깃털에 숨겨진 칼이 당신에게 상처를 줄지라도. 그가 당신에게 말하거든 그 말을 믿으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황폐하게 하듯 그 목소리가 당신의 꿈을 산산조각 낼지라도. - 카릴 지브란 <예언자>

 

남녀본색

 

1. 남자는 1만원짜리 물건을 2만원에 사도 필요한 물건이면 그러려니 한다. 여자는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을 싸게 사지 못하면 안절부절 못하지만,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는 데는 기꺼이 1만원을 쓴다.

2. 여자는 남편을 찾을 때까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한다. 남자는 아내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미래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3. 성공한 남자란 아내가 쓰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다. 성공한 여자란 그런 남자를 만난 사람이다.

4.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려면 그를 아주 잘 이해하여야 한다. 또 약간은 그를 사랑하여야 한다.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려면 그녀를 몹시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일 필요가 없다.

5. 결혼한 남자들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보다 오래 산다. 그러나 결혼한 남자들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보다 빨리 죽고 싶어 한다.

6. 결혼한 남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는 얼른 잊어버리려고 한다. 같은 실수에 대해 두 사람씩이나 기억하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7. 남자들은 잠자리에 들 때나 일어날 때나 비슷해 보인다. 여자들은 무슨 영문인지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못 생겨 보인다.

8. 여자는 장을 보러 갈 때나, 꽃에 물을 줄 때나,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나, 전화를 받을 때나, 책을 읽을 때나, 우편함에 편지를 가지러 갈 때나, 언제나 옷을 잘 차려 입고 있다. 남자는 결혼식과 장례식에 갈 때 빼놓고는 옷을 쫙 빼 입지 않는다.

9. 여자는 남자가 살면서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지만, 남자는 바뀌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가 변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지만, 여자는 변한다.

10. 여자는 남자와 싸울 때 항상 자기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연이어 남자가 내뱉는 모든 말은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 된다.

11. 남자는 평생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기가 딱 두 번 있다.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후!

12. 여자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 여자는 치과에 가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애정관계까지 관리한다. 여자는 자식의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고, 좋아하는 음식, 은밀한 두려움, 그리고 희망과 꿈을 모두 알고 있다. 남자는 자신의 집에 작은 인간들 몇 명이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다.

13. 세상에는 남자가 여자와 성공적으로 논쟁을 벌일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이론이 두 가지 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이론도 맞지 않으므로 알 필요가 없다.

 

상선약수[上善若水]

老子(노자) 사상의 표현으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 이 세상에서 물을 가장 윗길 가는 선의 標本(표본)으로 여겨 이르는 말.

 

나무와 숲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정희성, <숲>

 

"그대가 시인이라면 종이 안에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름이 없으면 비도 없는 것이고, 비가 없으면 나무들은 자라지 못한다. 나무가 없으면 종이를 만들지 못한다. 그러므로 구름은 종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 틱낫한 스님

 

"왜 내가 그런 여자, 그런 남자를 만나는가? 그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내 업이다."

- 법정 스님

 

'연연세세 화상사年年歲歲 花相似, 세세년년 인부동歲歲年年 人不同'이란 말이 있다.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지만 해마다 보는 사람은 같지 않다는 뜻이다.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오랑캐 땅에 화초와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問余何意棲碧山   문여하의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무슨 생각으로 푸른 산중에 사느냐고 묻지만

빙그레 웃음으로 답하는 마음 스스로 한가롭네.

복사꽃 흩날려 흐르는 물에 고요히 떠내려가니

또 다른 별천지, 인간세상이 아니로세.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 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를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 작자 미상

 

두려워해도 됩니다. 걱정해도 됩니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마십시오.

두려움과 마주하고,

근심의 순간을 뛰어넘으십시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용감하십시오.

의미 있는 것들을 위해 투쟁할 만큼 용감하십시오.

남들이 아닌 바로 '나'에게 의미 있는 그것을 위해.

-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다.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마라.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이 과정을 통해 그 테마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패 없이는 선택 능력을 익힐 수 없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마라. 시간은 금이다.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하는 것이 좋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속독법밖에 없다.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마라. 메모를 하면서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다섯 권의 관련 서적을 읽을 수가 있다.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마라. 최근 북 가이드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견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마라.

13. 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지 말고 우선 오역이 아닌지 의심해 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이삼십 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 공자

 

아버지가 내 아이에게 남겨줘야 할 5가지 인생 지혜

 

하나, "웃고 즐기렴. 삶은 축제란다."

웃음은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좋은 명약이란다. 행복한 사람은 웃고 즐기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축제로 만들어간단다.

둘, "사랑하렴. 먼저 안아주면 된단다."

젊어서는 최고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지만, 훗날 문득 깨닫게 된단다. 함께 사랑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 있는 삶이 진정한 성공임을.

셋, "배우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단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인연은 '내 인생의 훌륭한 스승'이란다. 그들에게 지혜를 전수받으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넷, "살펴보렴. 꿈을 따라갈 수 있단다."

지나친 경쟁심 때문에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단다. 오랜 인생의 여행길, 잠시의 여유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단다.

다섯, "괜찮다. 나를 넘어서렴."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존경이 아니란다. 나를 넘어 더욱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란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그렇다고 아무나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또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이고…"

- 농사일!

 

"'암부고반'한 사람이 되지 말고, '명쾌긍솔'한 사람이 되자!"

암부고반暗否苦反 : 암뭉하고 부정적이며 고통스런 표정의 반항적인 사람

명쾌긍솔明快肯率 : 명랑하고 쾌활하며 긍정적이고 솔직한 사람

 

사막의 지혜

 

강이 있었다.

그 강은 머나먼 산에서 시작해 마을과 들판을 지나

마침내 사막에 이르렀다.

 

강은 곧 알게 되었다.

사막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그때 사막 한가운데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사막을 건널 수 있듯이

강물도 건널 수 있다."

 

강은 고개를 저었다.

사막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강물이 흔적도 없이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고.

바람은 공중을 날 수 있기에

문제없이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것이라고.

 

사막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 바람에게 너 자신을 맡겨라.

너를 증발시켜 바람에 실어라."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강은

차마 자신의 존재를 버릴 수 없었다.

그때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언젠가 바람의 팔에 안겨 실려 가던 일이.

 

그리하여 강은 자신을 증발시켜

바람의 다정한 팔에 안겼다.

바람은 가볍게 수증기를 안고 날아올라

수백 리 떨어진 건너편 산꼭대기에 이르러

살며시 대지에 비를 떨구었다.

 

그래서 강이 여행하는 법은

사막 위에 적혀 잇다는 말이 전해지게 되었다.

- 수피(이슬람 신비주의) 우화시

 

 

 

posted by 황영찬
2013. 8. 22. 09:26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90 네 속의 나 같은 칼날

 

강유정 시집

1995, 문학과지성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03861

 

811.6

강66ㄴ

 

문학과 지성 시인선 154

 

"감동은 백포교가 칼을 수평에서 정면으로 거두자마자 앞으로 다가선 군사들의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그는 칼을 아래에서 사선을 그으며 위로 치켜올려 몸을 반쯤 돌리는 은망을 취하였으니, 칼날이 둥글게 틀어 공격하는 구렁이의 이빨과 같았다. 이는 적의 공격을 이용하여 적을 막는 법이었다. 감동을 급습하였던 백포교는 제 편인 왼쪽의 군사 측면에 서게 되고, 수룡은 깊숙이 들어와 백포교의 뒤에 있었고 감동은 오히려 세 군사들 가운데 박혀버렸던 것이다. 가운데 섰던 군사가 허리에서 가슴 위에까지 비스듬하게 칼을 맞고 뒤로 넘어졌다. 감동은 그 동작에 연이어 좌익이 되어 오른편 끝에 있던 군사의 좌측을 빠져서 다시 집 쪽으로 들어가며, 그의 어깨를 재빨리 찔러 빼고는 툇마루 앞으로 돌아 섰다.

셋에 군사 하나를 베었고 다른 하나를 찔렀으며 여섯에 돌아섰으니, 유수룡과 백포교와 나머지 군사는 솔가지 더미와 툇마루 사이에 일직선으로 몰려 있었다."

그래 적을 베기는 은망(銀蟒)도, 비연착충(飛燕捉蟲)도 좋다. 그러나 내 속의 기격(奇擊)의 칼날은 어쩐단 말인가.

시인 강유정씨는 195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1976년 『현대문학』에 「이 강물 마시고」「늦은 편지」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푸른 삼각형』(1983)이 있다.

시집 『네 속의 나 같은 칼날』은 언어로 된 은장도 같은 것이다. 시인은 강철을 담금질하고 벼려서 날선 칼을 만들 듯이 언어를 벼려서 시를 만든다. 그래서 그의 시는 짧고 날카롭다. 대부분의 짧은 시가 운율에 기대어 시적 힘을 발산하는 데 비해 그의 시는 묘사와 회화적 힘에 기댄다. 그의 시는 뾰족한 끝을 보고 난 뒤에 남는 잔상처럼 우리들의 맨살을 뚫고 들어온다.

 

自序

 

무엇을 쓰고 있는 것일까. 이 삶의 짧은 순간에 내가 쓰고 있는 것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내가 만나는 것들 속에서 나는 무엇일까. 존엄한 있음 속에다 내 칼날을 들이대는 짓은 아닌가. 하찮은 의미 몇을 도려내기 위해 그 속으로 집어넣는 무모한 칼질은 아닌가. 이 무모한 칼질의 두려움은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가뭄의 끝이었다. 몇십 년 전 만든 못이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예전에 마을이던 자리였다. 마을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햇빛 가득한 양지 쪽에서 슬근슬근 일어서는 마을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여뀌풀 사이로 면도날처럼 반짝이는 말들의 풍경은 무엇이었을까. 그 풍경은 또 얼마나 잠시였는가.

1995년 봄

강 유 정

 

차례

 

▨ 自 序

나 같은 칼날 / 비 / 누드 / 낡은 오후 / 피에로 / 바다의 새는 흰빛일까 / 어젯밤 바다에서 바이올렛 / 막차를 기다리며 / 몽골리언 / 불면 / 수몰 지구 / 친구 / 색감 / 여우비 / 화투판 / 서상환의 刻 / 신문지로 바른 벽 / 석가에게 / 소묘집 / 赤土의 잠 / 가죽나무 그늘 / 실밥을 뜯다 / 여울에서 / 밥물 / 붉은 머리 / 풀잎 사이 / 금사매 / 연습 / 급매도 / 세상 이야기 / 가뭄 더위 / 篆刻 몇 방 / 홍매 / 폐차장 / 차꽃 / 낡은 그림 / 우수 경칩 / 별이 와 닿는 / 춘란 / 도시의 칸나 / 채송화 / 草木染 / 물끝을 쪼는 / 바라보는 저쪽 / 낮 고양이 / 나루 / 대숲 사이로 / 늙은 아버지의 전생 / 다시 지나는 길 / 밥상을 차리다 / 개울가의 풀 / 버린 집 / 그녀의 엽서 / 풀의 뼈 / 눈썹 위로 겨울 / 유년의 강물 / 輓章 / 어둠 속에서 노래 / 청춘 / 붉은 비 1 / 붉은 비 2 / 붉은 비 3 / 붉은 비 4 / 붉은 비 5 / 붉은 비 6 / 붉은 비 7 / 붉은 비 8 / 붉은 비 9 / 붉은 비 10 / 붉은 비 11 / 붉은 비 12 / 붉은 비 13 / 붉은 비 14 / 붉은 비 15

▨ 해설 · 덧없는 존재의 일순, 그리고 유미적 허무주의 · 송희복

 

청춘

 

비 내리는 단풍 끝 무슨 그리움이 남았는가

환하게 낡은 골목길 위로

우리는 젖어서 접었다 펴는 우산 사이

잠시 붉었다 지는 꽃이었다

 

 

조금 열려진 창 사이로 떨어지는 비

손끝에 묻어두고 사는 은빛 거미줄처럼

섬세하고 무서운 여자

창을 열면 온 세상 다 받아내는

 

여우비

 

낮잠의 밖으로

여우비는 얼마나 올까

이 세상 구겨놓은 이력서 몇 장

하루이틀 등짐 진 블록담 아래

마지막 붉은 귀의 채송화 몇 송이

"속임수의 술잠에서 깨어나서"

지워졌다 새겨졌다 비 오는 거기까지

 

밥물

 

늑었다 가을 저녁 샛강을 건너는

굽 낮은 구두를 적시는 여우비

낡은 버스에 기대 잠든 물별이 두 개 나머지 잠은 소리없이

잠긴 비를 받아내는 샛강 한쪽 개참꽃이 무성했다

옷을 벗으면 저문 쪽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끓이는 밥물

 

여울에서

손마디를 꺾는 소리에도 다시 여울이 번지고

하늘 전체가 강물처럼 흔들거렸다

담홍의 얇은 강은 붉고 가벼운 유난히 시린 허리께를 내놓고

그렇게 젖어서 걷는 저쪽, 노 젓는 배가

기웃

 

금사매

 

손뼉 한 번에

꽃 하나 피우려 했는데

물 뿌려

비 내릴 뿐 금사매 핀 양지 쪽 강물

 

赤土의 잠

 

땅이 붉어서 적토라 부르는 그 땅의 새는 어디로 갔을까 돌이 아름다워 풀이 날카로운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 이 세상 쪼아가는 매서운 길 한뎃잠을 자다 깨어나니 콧물 눈물 범벅의 얼굴 아아 나도 모르는 눈물이 깜깜한 잠속에 있었던가

 

輓章

 

얕은 내 깊게 건너는

바위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받아내는

이마와 꽁지가 빨간

만장 사이로 몇 줄기 비를 헤아리는

 

누드

봄에 시드는 꽃

몇 장

엽서 같은 꽃

잘못 발송된 그대나 나나

우리에게 언제나

약간의 비애를

주는 귓바퀴를 붉히며

잘못 찍힌 쉼표

 

색감

허리가 외로운 날은

풀잎으로 쓰러지는 가슴은 없을까

그녀와 술을 섞어 먹으면서

수채화처럼 눈이 잠기는 오후

색은 얼마나 낡을 수 있을까

 

홍매

 

탱자나무 그늘 잊었다

그늘 속에 홍매 몇 송이

가지처럼 빨간 라디오 안테나

조금 열려진 창 너머

잘 말라붙은 안개꽃

머리를 말리던 여자의 하얀 팔목

 

우수 경칩

 

어디쯤은 건너뛰어도 그냥인 세상

그런 물빛이람 초록 따위도 모자라는

귀밑머리

우수 경칩의 서릿발 여자

슬픈 일이면 다 주어버릴

단조 몇 소절의 바람기

 

물끝을 쪼는

 

물끝을 쪼는 비애

잦은 비에 쓰러져 흙을 묻히는 풀잎

잘못 밟은 보도 블록 사이로 파랗게 돋아나는

불륜의 유혹

 

붉은 비 12

 

물파스 냄새가 난다.

비가 조금씩 뿌려지기 시작한다. 어깨가 조금씩 흔들거리더니 장면은 보리밭이다.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녀의 어깨선도 개울처럼 조금씩 흐르고 있다.

내 어깨 가까이 그녀 어깨가 개울의 물소리처럼 귀를 세운다. 개울을 건너 아무도 없는 창밖의 하늘. 부옇게 비안개로 흐려져 있는 풍경.

그녀를 만난 곳은 책방이다. 파르르프르르 책장을 넘기는 그녀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훔친다.

그녀의 몸에서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창밖은 여전히 흐르고 풍경은 바람에 조금씩 지워져 보이곤 한다.

그녀는 붉은 샌들을 딸딸 끌고 간다. 흰 양산을 쓰고 아무도 타지 않는 한낮의 전철을 기다린다. 풍경은 무겁게 젖어 있고 바람개비 도는 소리를 내며 그녀가 내 앞을 지난다. 그녀의 다리를 걸었다. 그녀는 넘어진다. 붉은 샌들이 벗겨지고 언뜻 그녀의 가슴이 출렁, 출렁이는 치마 밑으로 희고 곧은 다리를 본다. 그녀는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아난다. 개울 위로 새까만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간다. 파르르프르르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자막은 이제 나오지 않는다. 창밖에는 아무도 없고 젖어 있다. 바람개비 돌아가는 어깨가 내 어깨 가까이 기우뚱한다.

 

나 같은 칼날

 

감동 없이 무너지는 날들

견딜 수 없는 잦은 비 끝으로

종이꽃을 접었다 편다

너무 얇아 그늘이 투명한 빛 같은

네 속에 든 나 같은 칼날

감동 없는 날은 그렇게 베이고 싶다

 

붉은 비 4

 

지하철을 내렸을 때 선로를 받치고 섰는 거대한 지주들 사이로 자갈을 보이며 물이 흘렀다. 바닥을 보이는 강을 꺾어 돌아섰을 때 우리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어떤 마을에 와 있었다. 우리는 그때야 지하철을 내렸을 때 검표원이 없었던 것을 기억했고 그곳이 정류소가 아니었던 사실도 기억해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그외의 것은 어떤 것도 기억에 없었다. 마을의 표지판은 없었다. 우리가 그의 초대를 받고 마을에 가야겠다고 마음으로 응낙했을 때부터 사단은 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텅 빈 마을에 빈터만 덩그렇게 남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을 이루었던 초석만이 몇 이끼가 마른 채로 남아 우리의 마중을 끝마쳤을 때 참으로 막막하였다. 여뀌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마을 터를 덮고 있는 것은 더욱 우리를 낯설게 하였다. 그리고 눈부시게 밝은 빛이 중천에 떠 있었는데 눈이 부시지 않는 그런 빛의 덩어리였다. 수몰되었다 다시 육지로 드러난 마을. 도대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우리가 이곳에 도착해서 정신차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의 전부였다. 그리고 우리들 신체의 많은 부분이 지워지고 없었으나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마을은 빛 속에 잠겨 있어도 물 속에 잠겨 있는 듯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이야길 나누고 있었는데 자문자답이었을 뿐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인골 몇 조각을 주웠다. 그 인골들은 상아로 깎은 듯 깨끗하고 단아했다. 우리는 그 인물이 누구의 것인지를 금방 식별할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들 몸에서 사라져간 부분들이었다.

 

posted by 황영찬
2013. 8. 21. 12:52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89 개구리가 참선을 한다

 

황명찬 지음

2006, 지혜의나무

 

 

시흥시대야도서관

EM053545

 

228.7

황34개

 

황명찬 교수의 선지식 이야기

 

'천천히'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의 모든 것이 다 부처요

그들의 절실한 법문소리가

우레소리처럼 들린다

 

생활이 곧 불교요 자연의 모든 사물이 곧 스승!

나는 30대 말부터 마음의 괴로움을 없애고 즐겁게 사는 길이 '마음 다스리는 데' 있다고 믿고 마음공부인 불교의 가르침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이 글은 그렇게 살면서 내가 생활 속에서 터득하고 이해한 불교의 가르침 중에서 우리 아이들과 가까운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들이다.

- 머리말 중에서

 

황벽선사에게 누가 찾아와서 물었다.

"당신의 선(禪)은 어떤 것입니까?"

"나는 배가 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잔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우리도 합니다.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요?"

"그대들은 먹을 때 이곳 저곳 헤매는

수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잠잘 때는

무서운 꿈이나 행운을 잡는 꿈을 꾼다.

그러나 나는 밥 먹을 때는 그냥 먹을 뿐이고

잠잘 때도 그냥 잘 뿐이다.

그것이 나의 참선이다."라고 대답했다.

 

지은이 황명찬

1936년 강원도 간성에서 출생.

강릉 상업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

미국 씨라큐스대학교 맥스웰 행정대학원(사회과학 박사)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원장

건국대학교 대학원 원장

건국대학교 충주 캠퍼스 부총장

 

국토개발연구원 원장

태평양지역 지역학원(PRESCO) 회장

한국환경정책학회 회장

대학국토 도시 계획학회, 지역학회 및 주택정책학회 고문

세계은행 개발경제부 Consultant

AIT대학원 대학 교수

UNDP Regional Development Expert로 이란정부 지역개발센터 자문

 

『지역개발론』, 『한국의 토지와 주택』 등 저서와 『국토 지역 및 도시』, 토지와 주택분야의 논문 다수가 있으며

수필집으로 『한 손으로 치는 손뼉소리』, 수상집으로 『무위도 넘어서』가 있다.

H. Richardson와 Hoffman 등 미국 및 독일교수와 국토 및 지역, 토지정책분야의 책을 공동 편집했으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국토 및 지역, 토지와 주택정책문제에 관한 시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차례

 

머리말

 

전깃불의 화두

 

01 다도(茶道)

02 한마음

03 적멸보궁

04 마음의 참성품

05 물의 일생

06 전깃불의 화두

07 한 손으로 치는 손뼉소리

08 마음과 한마음

09 국수의 맛은 무엇인가

 

개구리가 참선을 한다

 

10 이웃 할아버지의 가르침

11 아수라장과 불심

12 개 짓는 소리

13 무위(無爲)도 넘어서

14 그 마음을 항복받으려면

15 수행방법

16 길은 여러 개

17 개구리가 참선을 한다

18 흐르는 생각을 지켜보다

 

네 가지 진리와 사물의 참모습

 

19 나는 무엇인가

20 공(空)과 중도(中道)

21 마음

22 마음의 두 가지 창(窓)

23 중관과 유식사상

24 두 가지 진리(二諦)

25 네 가지 진리와 사물의 참모습(中道實相)

26 담담한 죽음

27 죽음과 해탈

 

빠르고 손쉬운 길

 

28 의지할 경전 : 법화경

29 혼자 힘만으로는 어렵다

30 중생에서 부처까지

31 나무와 그림자

32 편안한 수행

33 모든 현상의 참모습(諸法實相)을 알아야

34 법화경을 독송하면

35 생활인에게 빠르고 손쉬운 길

36 눈과 귀가 깨끗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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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0. 10:56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88  철불

 

글 / 최성은●사진 / 최성은, 한석홍

1998,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3101

 

082

빛12ㄷ  178

 

빛깔있는 책들 178

 

최성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문교부 예술원 연구원을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영남대학교 및 대학원의 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덕성여대 예술대학 동양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고려 초기 명주 지방 석조 보살상에 대한 연구」「나말여초 불교 조각의 대중 관계에 대한 고찰」「후백제 불교 조각 연구」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동양미술사』가 있다.

 

|차례|

 

머리말

철과 불상

철불의 주조 기법

중국의 철불

우리나라의 철불

통일신라시대의 철불

후삼국과 고려 초의 철불

고려 후기와 조선 초의 철불

맺음말

참고 문헌

원주 출토 철불 좌상  고려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불은 통일신라 말부터 고려에 이르는 시기에 크게 유행한 점에 비추어 전환기 미술의 일면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단호사 철불 좌상의 가슴 승각기 부분. 고려시대. 충북 충주시 단월동.

청동기와 철기  평북 위원의 용연동 유적에서 발견된 철기와 청동기이다. 이 철기 유물들은 중국 연의 피난민들이 가져온 중국 제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영천 선원동 철불 좌상

보림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조성기  당시 지방 유지의 발원에 의해 가지산문의 본산인 보림사에 안치됐던 주존 노사나불이다. 통일신라 859년, 상 크기 273.5센티미터, 전남 장흥군 유치면 봉덕리(위). 특히 왼팔 뒤쪽에는 조성기가 양각되어 있어 한국 미술사의 불교 조각 편년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아래).

축서사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  보림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이 상은 9세기 중앙 불상 양식을 보여 주고 있지만 보림사 철불은 추상화된 지방 양식을 띠고 있다. 통일신라 867년경, 상 크기 109.8센티미터, 경북 봉화군 물야면 문수산.

도피안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당시 지방 민중에 전파돼 있던 불교 신앙의 편린을 볼 수 있는 불상으로 철제 대좌 위에 모셔져 있다. 대좌까지 철로 제작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유일한 경우이다. 신라 중대 불상에 비해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부족하여 섬약한 느낌을 준다. 통일신라 865년, 전체 크기 184.5센티미터, 상 크기 103.5센티미터, 강원도 철원군 동송면 관우리.

월성 골굴암 마애불  도피안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과 축서사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처럼 계단식 주름의 통견 대의로 표현된 암각 불상이다. 통일신라, 높이 400센티미터, 경상북도 경주군 양북면 소재.

은적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조각 기법이 뛰어난 사실적 상호에 통견식 법의를 하고 있는데 지권인을 한 양손의 위치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과 바뀌어 있다. 이러한 양손이 바뀐 도상이 나말 여초의 한동안 범본으로 이 일대에 유통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기 106센티미터, 전남 해남군 마산면 장촌리.

산청 석남사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  은적사 철불 좌상과 착의 형식이나 옷주름 표현이 비슷하다. 상 크기 103.5센티미터,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대포리 내원사.

실상사 철불 좌상  높이가 266센티미터 되는 거상으로 여러 군데가 손상되었다. 신라 하대에 유행하던 층단 띠주름으로 표현된 대의를 하고 있는데 사적기의 착오에서인지 아미타불이면서 현재까지 약사전에 봉안되어 있다. 상 크기 266센티미터, 전북 남원군 산내면 입석면.

철제 불두 1  통일신라시대 철불 가운데 가장 부드럽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 주는 상이다. 크기 43.3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제 불두 2  나발과 둥근 얼굴, 선정(禪定)에 들어 반쯤 뜬 두 눈과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위의 철제 불두와 흡사하다. 크기 43.3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한천사 철불 좌상  한천사 철불은 이전의 불상들보다 체구가 장대하고 길며 머리 부분이 몸체에 비해 작아지는, 9세기에 제작된 불상들의 양식상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상 크기 153센티미터, 경북 예천군 감천면 증거리.

불국사 금동 비로자나불 좌상  당시 경주에서 유행하던 체구가 장대하고 허리가 긴 신체 비례를 보이고 있다. 한천사 철불 좌상도 이같은 신체 비례를 갖고 있다. 상 크기 177센티미터, 경북 경주시.

증심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사실적인 이목구비에 머리와 몸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왼손이 위로 올라간 지권인을 하고 있지만 불국사의 상보다 양감이 줄고 대의 주름이 두꺼워진 점 등은 후백제 지역이었던 이곳의 조각이 지닌 독특한 성격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상 크기 90센티미터, 광주시 동구 운림동.

장곡사 철조 약사불 좌상  놀라울 만큼 보존 상태가 완전한 석조 대좌에 모셔진 이 불상은 나말 여초기에 유행하던 도상을 따라 오른쪽 어깨는 드러내고 왼쪽 어깨 위로 걸치는 우견편단식 대의와 군의의 주름이발 아래 부채꼴로 접히는 양식을 하고 있다. 전체 크기 228센티미터, 상 크기 91센티미터,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

소조 불두  장곡사 약사불의 얼굴 모습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같은 조각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상 크기 16.7센티미터(위), 15.4센티미터(아래),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장곡사 철조 아미타불 좌상(위) ·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아래)  신체 비례나 세부 표현에서 장곡사 약사불 좌상을 모델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나 전체적인 조형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  어깨가 약간 움츠러진 듯한 인상을 주는 점 말고는 대단히 우수한 조각으로 옷주름과 옷단 표현이 도피안사 철불 좌상과 흡사하다. 나발과 인간적이며 자비로운 상호가 특히 잘 표현되어 있다. 상 크기 112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전 보원사지 철불 좌상  장대한 체구에 넓은 어깨, 미소 띤 얼굴, 우견편단식 옷주름 등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항마촉지인을 결하고 있던 양손은 훼손되었다. 상 크기 150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광주 약사암 석불 좌상  터질 듯한 팽만감과 무릎 사이의 넓은 간격이 9세기경 제작된 통일신라시대 항마촉지인 불상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잇다. 상 크기 124센티미터, 광주 동구 운림동.

지향사 철불 좌상  가슴 안으로 대의 자락이 들어가는 착의 형식이 특이하고 층단형의 띠주름이 자연스럽게 내려졌다(위). 발목에 옷자락이 뒤집혀 있고 군의 주름이 부채꼴 모양으로 모이는 표현은 나말 여초기 불상들의 주요 특징이다(아래). 상 크기 110센티미터, 강원도 동해시 이원동.

삼화사 철불 좌상  다른 철불과 달리 주조 당시의 이음선이 가슴 중앙과 허리에서 보이는 점이 특이한데 조형성이 뛰어난 상호에 비해 대의 표현이 어색하다. 이 상의 섬세한 존안 표현을 통해 10세기 초 강원도 명주 지방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송사지 석조 보살 좌상에서 볼 수 있는 조형감을 느낄 수 있다. 상 크기 120센티미터,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한송사지 석조 보살 좌상  부드럽고 인간적인 조형감이 특징이다. 고려시대, 상 크기 92.4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익산 출토 철제 보살두  철로 만든 보살상의 드문 예이다. 마멸이 심한 상태지만 미소를 띤 온화한 얼굴 표정이 살아 있다. 상 크기 11.2센티미터, 전북 익산군 금마면 가양리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조 보살 입상  천의의 표현이나 신체의 비례, 얼굴 표정 등을 볼 때 고려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상 크기 33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석굴암 본존불  통일신라시대 불교 조각의 전통을 보여 주는 불상으로 훗날 여러 불상 조각의 모범이 되었다. 전체 상 크기 약 160센티미터, 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

광주 철불  현존하는 고려시대 철불 가운데 가장 큰 불상으로 석굴암 본존상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 일제 때는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긴 눈꼬리, 짧은 인중, 작은 입 등의 표현이 고려 초기 철불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상 크기 228센티미터, 경기도 광주군 동부면 하사창동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나사 철불 좌상  부분적으로 훼손된 채 전해 오던 불상으로 현재는 전하고 있지 않다. 섬세한 이목구비에 우견편단의 옷주름이 잘 표현된 훌륭한 철불이다. 상 크기 약 109센티미터.

포천 출토 철불 좌상  불국사 금동불 좌상과 한천사 철불 등에서 표현된 장신형 비례를 하고 있지만 얼굴 표정은 더 현실화되고 세속화되어 사실적인 상에 가깝다. 상 크기 133센티미터,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백운동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전 적조사지 철불 좌상  얼굴과 육계의 표현이 철제 불두 3과 비슷해 같은 조각가나 제작소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 · 중 · 하단이 완벽하게 갖춰진 석도 대좌 위에 모셔져 있다. 상 크기 176센티미터, 개성박물관 소장.

철제 불두 3  고려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전체적으로 여성적인 이미지에 나발이 발달한 점이 눈에 뛴다. 상 크기 38.5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만기사 철불 좌상  개금하기 이전 모습. 상 크기 142.5센티미터. 경기도 평택군 진위면 동천리.

보원사지 철불 좌상  높이가 257센티미터나 되는 불상이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깨진듯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엄격함과 근엄한 분위기에서 보는 이를 압도하고 있다. 상 크기 257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원주 출토 철불 좌상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 출토된 불상들로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어 같은 곳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수인과 법의, 부채꼴로 다리 중앙에 모이는 군의 자락 등이 석굴암 본존상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선원사 철불 좌상  양어깨를 가리는 통견식 착의와 V자 모양의 대의가 특이하다. 귀끝과 양손은 보수된 것이다. 상 크기 120센티미터, 전북 남원시 도통동.

선암사 철불 좌상  마멸이 심하고 호분이 두껍게 입혀져 있어 원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고려 초기에 유행하던 여래상의 형식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 크기 140센티미터, 전라남도 승주군 승주읍 죽학리.

원주 출토 철조 아미타불 좌상  부드러운 얼굴 모양이 사실적이며, 아미타불의 구품인 가운데 상품상생인의 수인을 하고 있다. 상 크기 약 110센티미터, 강원도 원주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원사 철불 좌상  휘어 올라간 눈, 아래로 처진 입매 등 존안의 표현이 특이하다. 통견식 가사에 도식적으로 표현된 U자형 주름과 내의 아래를 묶은 리본, 양무릎의 수평 주름도 눈길을 끈다. 상 크기 98센티미터, 충북 충주.

단호사 철불 좌상  형식과 표현으로 볼 때 대원사 철불 좌상과 충주 지역의 불상 제작소에서 함께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상 크기 130센티미터, 충북 충주시 단월동.

대복사 철불 좌상  전체적으로 불두와 불신, 팔 부분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색하다. 최초 제작 시기는 고려시대이지만 뒤에 완전히 개수되어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 크기 103센티미터, 전북 남원시 왕정동.

운장암 철조 보살 좌상  철을 재료로 만든 몇 안 되는 보살상 가운데 하나이다. 착의 형식과 목걸이, 영락 장식 등이 1330년에 제작된 충남 서산 부석사 금동 관음보살 좌상(아래, 상 크기 50.5센티미터, 일본 대마도 관음사 소장)의 도상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14세기 전반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상 크기 98센티미터, 충남 청양군 남양면 온암리(위).

선운사 금동 지장보살 좌상  동화사 철불 좌상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조선 전기 불상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 주는 금동 보살상이다. 상 크기 100센티미터,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동화사 철불 좌상  장신형에 평행 층단형 띠주름 등 고려시대의 불상 형식을 따르면서 상호나 가슴, 옷자락과 그 매듭 등의 처리에서는 조선 전기의 불상들에서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구시 동구 도학동.

남장사 철불 좌상  체구에 비해 머리 부분이 작고 긴 허리에 상대적으로 좁은 어깨와 무릎이 특징이다. 지권인을 한 수인은 양손의 위치가 바뀌었다. 상 크기 133센티미터, 경북 상주시 남장동.

흑석사 목조 아미타불 좌상  1450년 경에 제작된 것으로 비례 면에서 남장사 철불 좌상과 비슷한 형식을 보이고 잇다. 상 크기 72센티미터, 경북 영풍군 이산면 석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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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17. 10:37 내가 읽은 책들/2013년도

2013-087 공병호의 고전강독 1

 

공병호

2012, 해냄

 

 

대야도서관

SB071642

 

199.1

공44ㄱ v. 1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최고의 인생을 묻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지혜를 향한 신념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향연』까지

자기만의 탁월한 인생을 살기 위해

자기계발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질주하는 세상과 욕망에 흔들리며 인생이 파열음을 낼 때

삶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과 기백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일인가? 어느 누구도 이런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젊은 날에만 떠오르다가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자주 떠오른다. 그래서 인간은 그냥 밥만으로 빵만으로 살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내가 고전 읽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같은 질문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이 책을 준비하는 걱만으로도 나는 내적으로 많은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런 기쁨과 배움 그리고 성장의 기회에 여러분도 동행하길 소망한다. - <시작하는 글> 중에서

 

| 공병호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나고야대학 객원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재단법인 자유기업센터와 자유기업원의 초대 소장 및 원장을 지냈다. 현재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치밀한 분석과 명쾌한 논리로 경제 흐름을 진단하고, 삶의 성공전략을 전파해 온 공병호 소장은 다양한 방송 활동과 경영자문, 그리고 자기경영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국내 최고의 변화관리 · 경제경영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실용적 지식에서 한걸음 나아가 인류 역사의 주요 고전들을 강독하며 삶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하는 라이프타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잇다. 인문 고전과 현대의 자기계발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글쓰기를 통해 훌륭한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자 한다.

『공병호의 우문현답』『공병호의 일취월장』『공병호의 대한민국 기업흥망사』『공병호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나는 탁월함에 미쳤다』『공병호의 사장학』『10년 후, 한국』『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공병호 대한민국 성장통』『공병호의 초콜릿』『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공병호의 독서노트』『공병호의 내공』『공병호의 모바일 혁명』 등 90여 권의 저서를 펴내며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공병호경영연구소 www.gong. co.kr

블로그 http://blog.naver.com/gong0453

트위터 http://twtkr.com/GongByoungHo

 

공병호의 고전강독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자기계발서, 고전古典!

인문 고전과 현대의 자기계발을 잇는 공병호의 지혜의 브릿지!

숨가쁜 현실 속에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책장 속 고전들을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다독가 공병호와 함께 읽는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일과 인생, 사회에 대한 위대한 가르침을 통해 깊고 단단한 생각의 기둥을 세운다!

동서양의 철학 · 역사 · 문학을 아우르는 현대인들을 위한 고전 독서노트

 

차  례

 

시작하는 글 / 지혜로운 삶을 소망하는 분들에게

프롤로그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만나다

 

1장 지혜를 향한 신념 『소크라테스의 변론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진리란 타협할 수 있는 것인가

현명할수록 스스로 지혜롭지 못함을 안다

지혜로운 사람은 오직 올바르게 행동할 뿐이다

부와 명예를 좇기 전에 정신을 향상시켜라

'등에'처럼 쓴소리하는 존재가 필요하다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없으며 아무나 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주목을 받는 사람은 스스로 명예를 지켜야 한다

대중의 시기와 질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

죽음을 피하는 것보다 불의를 피하는 것이 더 어렵다

올바른 삶은 자신을 향상시키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죽음은 영원한 삶을 향한 또 하나의 순례다

 

2장 올바른 삶을 위한 선택 『크리톤

“그냥 살아선 안 된다,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당당한 삶을 위한 원칙을 지녔는가

한 인간의 내공은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손익을 따지지 말고 옳고 그름을 따져라

다수와 배치되더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변함이 없다

그냥 살아선 안 된다,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그래도 국법을 지켜야 한다

 

3장 탁월함에 대한 고찰 『메논』

“탁월함은 스스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탁월함에 이를 수 있는가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본질과 현상, 전체와 부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비판과 반박으로 무지를 깨뜨려라

탐구와 배움은 아는 것을 회복하는 것이다

탁월함은 가르칠 수 없다, 스스로 이루는 것이다

 

4장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 『파이돈』

“지혜로운 자여,

죽음을 두려워 말라

 

올바른 생사관이란 무엇인가

자살은 인간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죽음은 영혼이 육체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육체의 욕망에서 자유로워야 지혜에 다가설 수 있다

육체는 소멸하지만 영혼은 불멸하다

지혜로운 자여, 죽음을 두려워 말라

절제하고 정화하고 정진하라

 

5장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다 『향연

“사랑은 머무름이 아니라

나아감이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사랑한다

에로스의 아버지는 포로스(방책의 신)

어머니는 페니아(궁핍의 신)

사랑은 좋은 것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구다

불사성을 향한 본능, 사랑은 출산으로 이어진다

사랑 안에서 우리는 영원히 살게 된다

권력과 명성을 통해서도 영원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나의 영혼이 절제와 정의, 덕을 낳게 하라

'육체의 자식'과 '영혼의 자식'을 구분하라

더 높이 더 깊이 진화하는 '사랑의 사다리'

사랑은 궁극적으로 진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육체의 눈을 넘어 마음의 눈으로 보라

 

6장 훌륭한 리더의 조건 『알키비아데스

“너 자신을 알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혜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 가르칠 수 없다

대중의 장단에 맞추다가는 내 인생을 살 수 없다

사람들을 이끌고 싶다면 자신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영혼을 돌보고 생각의 일치를 이끌어내라

정치가는 훌륭함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훌륭함을 갖추기 전이라면 스스로 삼가라

 

참고문헌

찾아보기

그림출처

 

아테네 아카데미 앞에 있는 소크라테스 동상

아테네 아카데미아 앞의 플라톤 동상

시라쿠사의 고대 그리스 극장(Teatro Greco)  기원전 5세기 시라쿠사 전성기에 지어졌고 직경 130m의 크기로 자연석을 그대로 파내어 좌석을 만든 극장이다. 보존 상태가 매우 좋으며 객석에서 저 멀리 지중해 바다가 보인다.

파르테논 신전  페리클래스 시대의 기념비적 건물.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으며 고대 그리스 문명의 핵심 정신을 상징한다.

 

"나는 그보다는 지혜롭다고,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알이 못하면서 스스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 소크라테스

콘코르디아 신전  아그리젠토 '신전들의 계곡'에 있는 20여 개 신전 중 대표작으로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하며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준다.

뤼시포스의 소크라테스 흉상  헬레니즘 시대 이래로 수많은 소크라테스 흉상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플라톤이 묘사한 소크라테스의 모습과 일치한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델포이 원형극장과 아폴론 신전  고대 그리스의 도시였던 델포이. 델포이 제전에 사용되었던 원형극장과 아폴론의 신탁 장소로 사용되었던 신전이다.

 

'알아가야 할 영역은 우주처럼 한없이 넓기만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은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떠 있는 일엽편주(一葉片舟)와 같다. 가야 할 길은 아득히 멀기만 하지만 내가 지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지혜는 무언가를 많이 안다고 쌓이는 것은 아니다. 겸손함과 정진(精進)이라는 두 단어를 깊이 새기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알면 알수록, 행하면 행할수록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우칠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앎과 행함이 일치하는 자고, 선한 일과 올바른 일을 실천에 옮기는 자다. 이런저런 공포나 유혹 앞에 타협하는 자는 지혜로운 자가 될 자격이 없다.

 

"한때의 외로움을 취할지언정 영원한 적막함을 취하지 말지어다." - 『채근담』 

 

"금전을 아무리 쌓아도 뛰어난 정신은 생기지 않으나, 금전이나 그 밖의 것이 인간을 위해서 좋은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공사를 막론하고 모두 정신이 뛰어나야만 생기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에게 편지를 쓰다  중세의 지식인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소크라테스와 서 있는 플라톤을 신학에 정통한 인물과 성직자로 묘사하였다. 옥스퍼드, 보들리언 도서관 소장.

 

"정치는 허업(虛業)이고 사업은 실업(實業)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필

 

'정치란 훌륭함을 나눠주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조직 생활을 하다가 도저히 양심과 타협할 수 없는 일을 본인이 직접 해야 할 시점이 오면 그때가 바로 조직을 떠나야 할 때가 아닌지를 깊이 고민해라."

 

"산다는 것은 죽는 것이다. 옳게 산다는 것은 옳게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옳게 죽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 톨스토이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고 부른다. 30년 이상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나를 죽음의 전문가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있었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그러니 내게 이런 운명이 닥쳤다고 해서 내가 이전에 말한 원칙들을 지금 내던져버릴 수는 없네. 그것들은 내게 이전과 거의 같아 보이며, 나는 바로 그 동일한 원칙들을 이전처럼 우선시하고 존중하네." -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가 갇혔던 곳으로 추정되는 김옥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입구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이따금 아찔한 순간이 있는데, 그것은 원칙을 접고 편의에 따라 누군가를 봐준 것이었다. 설령 그런 일들이 선의에서 나온 일이고, 내 이익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위험한 판단과 행동이었다. 삶에는 뚜렷한 원칙이 서 있어야 하고 설령 약간의 불이익이 따르더라도 이런 원칙을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하지 않고 우직하게 지켜내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자 올바른 삶의 길이기도 하다."

 

정의의 원칙 5가지

첫째, 정의롭지 못한 짓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보복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

넷째, 해를 입더라도 보복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해선 안 된다.

다섯째,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와의 합의를 통해 이룬 것들은 지켜져야 한다.

함무라비 법전  높이가 2.25m 되는 돌기둥의 계시법(揭示法)으로, 쐐기문자에 의하여 전문 · 후문 이외에 282조의 규정이 새겨져 있다. 루브르 박물관 소장.

소크라테스의 죽음  소크라테스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제자들에게 정의의 문제에 대해 설파했다. 자크 루이 다비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악법도 형식과 절차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법 안전성을 위해 준수되어야 한다. 무질서가 난무하는 상태에서는 정의와 합목적성의 달성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법이라고 분명하게 드러난 경우에는 내용에서부터 사회 정의에 어긋나고 지지를 상실한 것이므로 일정한 절차에 따라 빠르게 개정되어 정의와 합목적성을 획득해야 한다." - 《독서신문》 황인술 논설위원

 

"탁월함은 본성적으로 있는 것도, 가르쳐질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신적인 섭리에 의해 누구든 그것이 생기는 사람에게 지성 없이 생길 것이네." - 소크라테스

 

"누군가 나에게 '당신에게 인생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인생은 탁월함을 향해 도(道)를 닦아가는 여행길이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어느 누구도 영원히 그 경지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누구든 한 분야를 선택해서 계속 정진해 볼 만큼 가치 있는 것이 탁월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공병호, 『탁월함에 미치다』

헤파이토스의 대장간  불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수호신. 벨라스케스. 프라도 미술관.

프로타고라스  인류는 만물의 척도이다. 요한 프리드리히 그루타에. 샌프란시스코 미술박물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움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나는 존재입니다. 후천적으로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이것이 가능하답니다.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 태어나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 소크라테스

 

"나는 수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끈기를 신조로 삼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까지에는 남보다 더 시간이 걸리지만 끝까지 관철하는 끈기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한 시간에 해치우는 것을 두 시간이 걸리거나, 또다른 사람이 1년에 하는 일을 2년이 걸리더라도 결국 하고야 만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하는 것보다는 끝까지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히로나카 헤이스케(일본의 유명한 수학자)

테미토스클레스의 대리석 흉상  살라미스 해전에서 활약한 해군 전략가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의 미래가 바다에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용맹함과는 달리 아들을 훌륭히 키워내는 데는 실패했다. 오티엔세 박물관.

 

"오히려 나는 다시 살아나는 일이 정말로 있고, 살아있는 것은 죽은 것으로부터 생기고, 죽은 자의 영혼은 불멸하며, 착한 영혼은 악한 영혼보다 더 좋은 운명을 맞이한다는 것을 확신하네." - 소크라테스

 

"하늘이 큰 그릇을 만들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먼저 그에게 고난을 준다. 마음을 괴롭히고,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가난에 빠지게 한다. 그 이유는 참을성을 기르고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 맹자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본 아고라  '진리의 순교자'가 된 소크라테스 생전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왼쪽으로 헤파이토스 신전이 작게 보인다.

 

"내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내 삶에서 큰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 외형적 기대, 자부심, 좌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은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언젠가 죽으리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살면서 뭔가 잃은 것이 있다는 생각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분은 이미 벌거숭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가는 대로 따라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 2005년 6월 12일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가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라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버리는 거지요." 그는 잠깐 멈췄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마치 사다리를 이용하는 사람처럼 그는 하나에서부터 둘로, 둘에서부터 모든 아름다운 몸들로, 그리고 아름다운 몸들에서부터 아름다운 행실들로, 그리고 행실들에서부터 아름다운 배움들로, 그리고 그 배움들에서부터 마침내 저 배움으로, 즉 다름 아닌 저 아름다운 것 자체에 대한 배움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 소크라테스

아폴론과 다프네  사랑의 신 에로스의 황금화살을 맞으면 격렬한 사랑을 느끼고, 납화살을 맞으면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

 

"사리분별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중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 국가들과 가정들의 경영에 관한 것인데, 바로 그것에 붙어 있는 이름이 절제와 정의다." -소크라테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에 있다는 신념에도 흔들림이 없다."

- 민석기, 『호암 이병철 義』, 1976.11 <나의 경영론>에서.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프락시텔레스의 작품. 기원전 350년경의 그리스 원본 대리석상을 로마 시대에 복제한 작품. 로마, 바티칸 박물관.

 

"마치 사다리를 이용하는 사람처럼 그는 하나에서부터 둘로, 둘에서부터 모든 아름다운 몸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몸들에서부터 아름다운 행실들로, 그리고 행실들에서부터 아름다운 배움들로, 그리고 그 배움들에서부터 마침내 저 배움으로, 즉 다름 아닌 저 아름다운 것 자체에 대한 배움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마침내 그는 아름다운 바로 그것 자체를 알게 되는 거죠." - 소크라테스

 

"나더러 작은 일을 너무 챙기고 따진다고 한다. 그러나 작은 일을 할 줄 모르면 큰 일도 할 줄 모르는 법이다. 큰 일은 오히려 실수가 없는 법이다. 처음부터 충분히 준비를 하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을 소홀히 취급하는 동안에 큰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일이다. 예를 들어, 돼지 한 마리가 일본에서는 아홉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한국에서는 여덟 마리밖에 낳지 못한다. 바로 이 한 마리의 차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으면 양돈 사업은 언젠가 무너진다. 천리 제방이 개미 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요체이다." - 홍하상, 『이병철 경영대전』

 

"영혼을 갈고 닦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결코 특별한 수행 등은 필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날마다 열심히 일하기, 즉 석가가 이르는 '정진(精進)'이다. 노동이란 단순히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양식을 얻는 수단만이 아니다. 노동은 욕망을 극복하고 마음을 수양하여 인간성을 고양시킬 수 있는 숭고한 행위다. 일의 현장이야말로 정신 수양의 장이며 날마다 혼신을 다해 일하는 것이야말로 혼을 닦기 위한 수행이다. 하루하루를 아주 진지하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 이나모리 가즈오 『인생에 대한 예의』

 

"자네 자신이든 다른 누구든 사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것들만 다스리고 돌보는 게 아니라 나라와 나라의 것들(나랏일)까지 다스리고 돌보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훌륭함부터 갖추어야 하네." - 소크라테스

알키비아데스의 흉상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진정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지를 끝내 모른 채 죽는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삶이란 정체성이란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이고 우리는 사다리를 오르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증명해 나간다." - 찰슨 핸디, 『포트폴리오 인생』

그리스어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그노티 세우아톤)).'

알키비아데스를 끌어내는 소크라테스  아테네에서 살롱을 운영하던 아스파지아의 팔에서 제자인 알키비아데스를 데려가는 소크라테스. 장 밥티스트 르노. 루브르박물관.

에이브러햄 링컨  워싱턴 D. C.에 있는 링컨기념관의 기념상.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이라는 말로써 갈등의 조정과 희망의 제시라는 정치가의 중요한 역할을 증명해 보였다.

 

현명한 리더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 - 소크라테스

첫째, 리더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특히 한 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리더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리도로서 자신이 누리는 영광에 비례해서 기꺼이 비용을 치를 결심을 해야 한다. 그 비용이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일이다.

셋째, 리더는 조직을 훌륭하게 관리하고 기대하는 성과를 낳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일에 대해 늘 깊이 숙고해야 한다.

넷째, 리더는 조직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리더는 혼자서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를 잘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다섯째, 리더는 조직의 구성원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 대신에 화합과 친애감이 생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리더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이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리더는 구성원들 각자가 공정하게 행동하고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

 

올바른 정치가의 10가지 조건 - 공병호

첫째, 정치가는 자신의 잘못된 생각에 기초하거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지 않아야 한다.

둘째, 정치가는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포퓰리즘에 기대어 국가에 부담을 지우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정치가는 권력을 이용해서 국민에게 군림하거나 치부를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정치가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막말을 아무 데서나 쏟아놓는 모사꾼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정치가는 평화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지 않아야 한다.

여섯째, 정치가는 나라를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 올바른 비젼과 판단력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일곱째, 정치가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여덟째, 정치가는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시민들 사이에 파당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아홉째, 정치가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유와 정의에 대해 목마름을 가져야 한다.

열 번째, 정치가는 공적인 업무의 수행에 대한 헌신에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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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

2013-086 풍속화(둘)

 

이태호

1998,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3100

 

082

빛12ㄷ  177

 

빛깔있는 책들 177

 

이태호-------------------------------------------------------------------------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학교 대학원 미학 · 미술사학과를 졸업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전남대학교 교수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한국의 고대 산수화」「조선 후기 진경산수화」「겸재 정선의 가계와 생애」「김홍도의 진경산수」「다산 정약용의 예술 세계」「조선시대의 초상화」「1940년대 친일 미술」 등이 있으며 『고구려 고분 벽화』『조선 후기 회화사 연구』『그림으로 본 옛 서울』등의 저서와 평론집 『우리 시대, 우리 미술』이 있다.

 

|차례|

 

18세기 후반 풍속화의 전형을 완성한 단원 김홍도

    시대 양식으로서 풍속화의 정착

    조선 후기 화단에 우뚝 선 김홍도

    민중 삶의 정서가 가득한 30대의 풍속도

    완숙해진 50, 60대의 풍류적 사경풍속(寫景風俗)

    김홍도 풍속화의 회화적 성과와 그 영향

18세기 말, 19세기 초 풍속화의 유행과 변모

     정조 시절 김홍도와 함께 활동한 화가들의 풍속화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9세기 풍속화의 퇴조

    회화 기량이 퇴행한 19세기의 풍속화

    현실과 유리된 세시풍속류의 경직도 병풍

    성희 묘사를 담은 춘화첩의 유행

    구한말 기록적인 성격의 풍속화첩

맺음말

참고 문헌

 

장터길  김홍도. 『풍속화첩』 중에서. 종이에 담채. 54×22.7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노상의 선비와 아낙네(路上過眼圖)  김홍도. '행려풍속도 병풍' 중 제7폭으로 말 탄 선비와 소 타고 지나는 아낙을 포착한 부분이다. '행려풍속도'는 필력과 화면의 짜임새가 미숙하지만 갓을 쓴 선비와 관료, 머슴과 농어부들의 생활상 등 일상 속에서 흔히 대하는 소재들을 현장감 나는 배경 처리와 함께 회화적으로 이끌어 내려 한 김홍도의 의욕이 잘 나타나고 있는 작품이다. 1778년 작. 비단에 수묵 담채. 90.9×42.9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씨름  김홍도. 구경꾼을 가장자리에 둥그렇게 배치하여 승부가 막 판가름날 듯한 씨름판의 분위기를 연출한 이 그림은 김홍도의 천부적인 공간 운영 감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종이에 담채. 27×22.7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기와이기  김홍도. 먹줄을 내리고 기둥의 기울기를 가늠하는 목수의 한쪽 눈을 감은 표정 등은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 결과이다. 종이에 담채. 27×22.7센티미터.

신행  김홍도. 신행길에 나선 신랑의 행장을 그린 그림으로 맨앞 청사초롱을 들고 동갑내기 양반 신랑을 뒤돌아보는 아이의 불만스런 자세가 재미있다.

김홍도의 『풍속화첩』 중에서  '노상과안'은 '행려풍속도 병풍' 제7폭과 같은 주제의 그림인데 필선과 구도가 변화하였다.(위) 『풍속화첩』에는 '노상과안'보다 더 노골적으로 남정네가 여인 생활을 훔쳐보는 장면을 담은 '우물가'(아래)와 '빨래터'(가운데)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우물가의 정경은 가슴을 풀어헤친 한량의 장난끼어린 표정과 두 여인이 남정네의 가슴을 피한 자세, 나이 든 아낙이 우물에 오다 그 광경을 보고 주춤해서 불만스럽게 외면하는 몸짓 등 해학미가 넘친다. 

만월대 기로세연계도 부분  이 그림은 개성 지방의 은퇴한 관리 64명이 송악산의 만월대에서 잔치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기록화이면서도 그림 안에 여러 일화들을 담아 풍속화식으로 재해석한 점이 김홍도다운 화풍을 잘 표현하고 있다. 1804년 작. 비단에 수묵 담채. 137×53.3센티미터. 개인 소장.

단원도(檀園圖) 부분  김홍도. 왼쪽에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는 김홍도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왼편에 나이 많은 인물이 정란이고, 가운데가 강희언이다. 이 그림을 통해 시회 아집(詩會雅集)의 풍습이 18세기에는 선비들뿐만 아니라 중인층까지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1784년 작. 종이에 수묵 담채. 135×78.5센티미터. 개인 소장.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김홍도. 지필묵과 파초, 칼, 술, 책 등과 함께 앉아 비파를 켜는 모습이다. 섬세한 필치와 한적한 분위기가 50대 이후 김홍도의 심상을 유감없이 말해 주고 있다. 마상청앵도의 말 탄 선비와 동일인의 얼굴인데 김홍도의 자화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18세기 말. 종이에 수묵 담채. 27.9×37센티미터. 개인 소장.

어부오수도(漁夫午睡圖)  김홍도. 50대의 작품으로 낚시대를 세우고 노에 기대어 낮잠에 빠진 인물 그림이다. 18세기 말. 종이에 수묵 담채. 29×41.5센티미터. 개인 소장.

부전도(負錢圖)  김홍도. 등짐을 지고 성벽 밑을 지나가는 두 인물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풍속화적 재미가 넘친다. 19세기 초. 종이에 수묵 담채. 27×38.5센티미터. 호암미술관 소장.

목동귀가  김홍도. 중국 당시(唐詩)를 풍속화식으로 번안했다. 이 그림은 담백하게 우린 연한 먹색을 바탕으로 시원하게 부감한 공간감, 간일한 필치의 유연한 농담 구사, 얼기설기하면서도 분방한 독필의 사용 등 60대의 무르익은 원숙미와 회화적 깊이를 뽐내고 있다. 종이에 수묵. 34×25.3센티미터. 개인 소장.

쟁기질  김홍도의 『병진년화첩』 중에서. 일하는  장면이면서도 은둔적 풍취가 느껴지고 있다. 쟁기질 하는 농부의 모습은 소를 부리는 노동의 자세가 아니라 탈속한 무념무상의 표정을 하고 있다. 『풍속화첩』의 '논갈이'(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소와 쟁기를 든 농부의 힘든 모습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1796년 작. 종이에 수묵 담채. 26.7×31.6센티미터. 호암미술관 소장.

낚시  김홍도의 『병진년화첩』 중에서. 이 그림은 현감에서 파직된 다음해에 그린 것으로 사경풍속도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옥순봉, 사인암 등 단양 풍경과 산수인물, 화조, 영모 20점으로 꾸며진 『병진년화첩』은 50대 초반 김홍도의 자신감 넘치는 수묵 감각과 달필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여러 점 포함되어 있다.

회혼례도(回婚禮圖)  작자 미상. 회혼례를 소재로 한 이 그림은 인물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대각선으로 배치하여 현장감과 실제감을 높이고 있다. 부분. 비단에 채색. 33.5×45.5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역안와수석시회도(易安窩壽席詩會圖)  정황. 오동나무와 버드나무 잡목의 담장 너머 마당에서 벌어진 남백종의 회갑 기념 시회 잔치를 포착한 것이다. 종이 위에 담채로 그린 이 작품은 의령 남씨 집안의 요청으로 제작된 기념화이지만 풍속화식으로 재해석하였다. 1789년 작. 종이에 수묵 담채. 25×57센티미터. 개인 소장.

자리 짜기  김득신. 김득신은 같은 주제를 그려도 김홍도와 달리 집안 정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잇다. 근경에 책 읽는 아이를 그리고 열린 문틈으로 얼굴을 빠끔히 내민 고양이를 배치하여 김홍도보다 현장감 나는 생활 풍속도로 살려 내었다.

자리 짜기  김홍도. 김홍도의 자리 짜기는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의 자세를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자리 짜는 남편과 물레질 하는 아낙 그리고 그 뒤로 등 돌리고 앉아 책을 읽는 아이를 배치하였으나 현장감을 살리기보다는 각각 인물의 특징을 포착하고 있다.

귀시도(歸市圖)  김득신. 종이에 수묵 담채. 27.5×33.5센티미터. 개인 소장.

반상도(班常圖)  김득신. 종이에 수묵 담채. 27.5×33.5센티미터. 평양박물관 소장.

주막 거리  김득신. 화첩 그림으로 같은 크기의 '농가 풍속도'와 '주막 거리'는 여러 풍속도를 한 화면에 복합하여 주변 풍경과 섬세하게 조화시켰다. '주막 거리'는 주막과 대장간, 다리를 건너는 여행객, 논일하는 농부들을 함께 엮었다. 19세기 초. 종이에 수묵 담채. 28.5×36.8센티미터. 개인 소장.

풍속도 8폭 병풍  김득신. 노송이 있는 개울가 암반 위에서 봄을 즐기는 사대부들의 행락도. 제1폭(위). 봄꽃이 핀 강변의 어촌 나루터를 담은 장면. 제2폭(아래).

풍속도 8폭 병풍  김득신. 여름 논일을 하던 중간에 새참을 먹는 장면. 제3폭(위). 수수가 익어가는 한여름 원두막에 말 탄 아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제4폭(아래)

풍속도 8폭 병풍  김득신. 주막 거리 풍경과 들일 모습. 제5폭(위). 타작하는 가을의 농촌 풍물. 제6폭(아래).

풍속도 8폭 병풍  김득신. 추수가 끝난 지주가의 월동 준비 모습. 제7폭(위). 산행을 떠나는 지주와 그 일행을 향하여 허리를 굽히는 농민. 제8폭(아래).

처네를 쓴 여인  신윤복. 기와집 담벼락 옆에 처네를 쓰고 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배경 처리에서 개성적 필치를 엿볼 수 있지만, 사선식 화면 운영과 인물 처리에서 보듯 김홍도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1805년 작. 비단에 수묵 담채. 28.3×19.1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전모를 쓴 여인  신윤복. 여속을 담담하게 그린 유형에 속한다. 화첩용으로 비단 바탕에 그렸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거문고 줄매기  신윤복. 김홍도 풍속화첩의 방식을 따라 배경을 생략한 것으로 평범한 여속을 그린 그림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다림질  신윤복. 일상의 여속을 묘사한 그림으로 아버지 신한평은 물론 조영석의 '바느질'로부터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던 건강한 생활 풍속도의 하나이다. 개인 소장.

어물 장수  신윤복. 김홍도의 '행상'(아래)과 동일한 구성을 하고 있다. 남자를 여자로, 아기 업은 아낙을 할머니로 바꾼 것이 다르다. 인물의 배치나 자세, 잔주름의 표현, 연한 설채 효과 등이 김홍도풍의 영향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일상의 여속을 주제로 한 것이나 얼굴과 가느다란 손가락 묘사에서는 신한평의 '젖먹이는 여인'과 닮아 있어 신윤복이 아버지 영향 아래 그림 공부한 필흔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초. 비단에 수묵 담채. 28.3×19.1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위).

연당의 여인  신윤복. 신윤복의 무르익은 회화성이 잘 나타난 화첩 그림이다. 그 주제도 소란스럽지 않거니와 비단 올에 스민 먹 선묘와 설채가 깔끔한 가작이다. 연못과 마당, 토방과 마루를 약간 부감한 적막한 후원의 분위기와 감칠맛 나는 담먹 담채의 색감에 신윤복 만년의 완숙한 필의가 더할 나위 없이 푹 배어 있다. 19세기 초반. 비단에 수묵 담채. 29.6×24.8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미인도  작자 미상. 19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 담채. 117×49센티미터. 해남 윤씨 종가 소장.

미인도  작자 미상. 1825년 작품. 종이에 수묵 담채. 114.2×56.5센티미터. 동경국립박물관 소장.

노상문승(路上問僧) 부분  신윤복. 봄풍경으로 처네와 장옷을 쓴 여인들이 나들이 도중 고깔 형태의 송라립을 쓴 두 젊은 승려에게 길을 묻는 장면이다. 아낙과 승려는 그의 풍속화첩에서도 몇 점 다루어 본 소재로써 나머지에 비하여 신윤복 냄새가 짙다. 1813년 작. 비단에 수묵 담채. 119.7×37.6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투전도  김양기. 세련된 회화성은 떨어지나 주제 설정면에서는 김홍도나 김득신 못지 않는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 투전에 열중한 네 사람과 음식상을 나르는 여인, 벽장 두껍닫이의 그림과 시렁 위의 방한모와 겉옷 등 각 인물의 개성적 표정과 방안 소품의 적절한 배치로 풍속화다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19세기 중엽. 개인 소장.

기방도  유운홍. 김홍도와 신윤복의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그 소재를 약간 새롭게 변용한 작품이다. 아기를 업고 새참내기를 넌지시 내려다보는 퇴기의 안쓰런 표정이 실감 난다. 19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 담채. 23.9×36.2센티미터. 개인 소장.

『서행일천리도권』 중 순안도중(順安途中)  임득명. 시종들을 거느리고 마주한 두 기마 인물 뒤로 추수가 끝난 가을 들녘과 산풍경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김홍도의 기려문승과 유사한 주제이다. 1813년 작. 종이에 수묵 담채. 28×13.6센티미터. 개인 소장.

아이와 바둑이(招狗圖)  적암 신광순의 작품으로 추정되며 1847년 작이다. 섬세한 입체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나 원근 표현이 맞지 않는 등 회화적 수준이 떨어진다. 종이에 수묵. 35.3×29.5센티미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경직도 병풍' 중 달구경  작자 미상. 19세기 중후반. 비단에 수묵 채색. 149×44센티미터. 독일 게르트루트 크라센 소장.

'경직도 병풍' 중 새참  작자 미상. 19세기 중후반. 비단에 수묵 채색. 149×44센티미터. 독일 게르트루트 크라센 소장.

'경직도 병풍' 중 논갈이와 누에치기  작자 미상. 민간에까지 유행한 경직도는 대부분 화가가 알려져 있지 않다. 화원풍의 섬세한 채색화부터 조악한 필치의 그림까지 차이가 나는데 내용은 대체로 농가의 세시풍속을 복합해 놓은 것이다. 19세기 중후반. 비단에 수묵 채색. 149×44센티미터. 독일 게르트루트 크라센 소장.

'경직도 10폭 병풍' 중 모내기  이한철. 화원 집안 출신인 이한철의 이 병풍은 열 폭의 화면 모두 근경, 중경, 원경에 각각 다른 장면들을 배치함으로써 경직도류의 일반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한철이 김정희 문하에 드나들었던 만큼 배경 산수를 남종화풍으로 구사한 점이 다른 경직도류와 차이가 나며 각 폭에 간략하게 장면 설명을 묵서하였다. 19세기 중후반. 비단에 수묵 채색. 116×31.5센티미터. 동아대박물관 소장.

대쾌도(大快圖) 부분  전(傳) 유숙. 19세기 풍속도 가운데 현실과 유리된 양상을 띤 그림이다. 성밖 마당에서 벌어진 아이들의 씨름과 택견 장면. 구경꾼을 담은 그림인데 화면 왼쪽 상단에 "대쾌도…"라는 태평 시절을 빗대어 그렸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1846년 작. 종이에 수묵 채색. 105×54센티미터. 서울대박물관 소장.

춘화첩  경직도류의 병풍 그림과 대조적으로 19세기 풍속화의 또 한 경향은 성희 묘사를 직실적으로 담은 춘화첩의 유행에서 찾을 수 있다. 아직 이에 대한 각 작품의 공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나 꽤 많은 화첩류가 전하는 것 같다. 비교적 안정된 묘사 기량을 보이는 화원풍부터 그 수준이 얄팍한 민간 화가의 솜씨까지 19세기에서 일제시대까지 지속적으로 복제된 듯하다.

춘화는 단순히 도색적인 성희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변해가는 도덕관과 생활 감정을 해학적이고 낭만적으로 담아 내었다. 절에 온 여인과 노승의 성희를 문틈으로 구경하는 동자승(위)이나 초가 마루에서 옛 기억을 살려 보려 시도하는 노인 부부(가운데), 보름달빛이 비치는 버드나무 아래의 낭만적인 표현들(아래)이 조선적인 멋과 회화성을 보여 주고 있다.

『기산풍속도첩(箕山風俗圖帖)』 중 '줄광대'  김준근. 이 화첩은 배경을 생략한 김홍도의 풍속화첩과 유사한 형식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또 각각의 내용과 형식에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19세기 경직도나 평생도의 도상을 참작한 것이다. 19세기 말. 종이에 수묵 담채. 28.5×35센티미터.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 소장.

『기산풍속도첩』 중 '투호'  김준근. 치밀하게 열심히 그렸으나 현장 사생의 생동감이 없고 조선 후기 풍속화의 말기적 현상이 드러나 있다. 그렇지만 기물의 원근 작도와 의습 처리의 입체감, 가벼운 채색의 신선함 등을 통해 서양 회화의 영향과 근대 회화로의 형식적 시취를 느낄 수 있다.

김윤보의 『풍속도첩』  23점으로 꾸며진 김윤보의 『풍속도첩』 가운데 세 장면이다. 김홍도 이후 농촌 풍속도를 총정리해 놓은 것이다. 특히 '타작'(첫번째)에서는 19세기 농민층 분해로 인해 지주층도 가벼운 노동이나마 직접 생산 활동에 참여해야만 했던 당시 실정을 반영하고 있다. 18세기 김홍도 '벼타작'(두번째)의 양반 표정과 좋은 대조를 이루며 변화된 사회상을 보여준다. '처가 방문'(세번째) '소작료 납입'(네번째). 19세기 말. 종이에 수묵 담채. 개인 소장.

『형정도첩(刑政圖帖)』 중 난장  김윤보. 19세기 말. 종이에 수묵 담채. 개인 소장.

『형정도첩』 중 '죄 지은 여인 매질'  김윤보. 『형정도첩』은 당시의 형벌을 증거하는 기록화이다. 특히 당시 관아에서 부당하게 민중들을 탄압했던 여러 비인간적인 체벌들을 증명하는 그림으로 사료적 가치가 높다.

『형정도첩』 중 '도박꾼 체포'  김윤보. 이 화첩의 장면은 김윤보가 직접 사생한 소묘풍이라기보다 이전부터 전해 오는 화본을 참작하여 그린 듯한데 도박장을 덮치거나 포도청 감옥에 음식을 반입하는 장면 등은 김윤보의 독자적인 해석인 것 같다.

 

 

 

posted by 황영찬

2013-085 라디오 데이즈

 

하재연 시집

2007, 문학과지성사

 

 

시흥시대야도서관

SB000034

 

811.6

하73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327

 

먼 나라를 찾아가다 귀찮아진 계절드리 거기 머물렀다. 지구 어느 편에 있는지 잘 모르는 나라들의 길고 뜨거운 이름들이 좋았다. 뾰족하고 높은 성을 탈출하던 소녀의 파란 머리카락이 떠오른다. 창밖으로 치렁하게 늘어뜨려진 머리카락, 그건 소녀나 마귀할멈과는 상관없이 살아 움직이며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난 정말로 그 그림을 보았던 걸까. 두고 온 눈동자를 찾으러 돌아가면 먼지를 묻히고 굴러다니던 속눈썹이 반짝, 눈을 떴다가는 책꽂이 사이로 숨어버렸다. 눈 속에 무릎까지 소복소복 파묻히며 책장이 넘어갔다. 창틀이 정말로 여러 개였다. 한 개의 창문으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쬘 때 다른 세 개의 창문에서는 별이 떴다. 그곳을 눈 내리는 만화가게라고 부른다.

주석 달지 못한 여러 개의 이름들, 내 시에 섞여 들어와 찰흙처럼 몸을 만들어주었다. 이름 따위는 상관없이 내 살이 그 살들과 섞여 기분 좋게 물렁물렁해지기를 바란다. 처음과 끝이 어디부터 어디쯤인지, 새로 시작된 건 언제인지 기억한다면 많은 것들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여권과 비자 없이 국경을 넘어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는 나라, 도시, 마을에 대한 글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상상이 현실에서는 시적이고 정치적인 메타포가 된다. 이 상상과 정치 사이, 또는 그걸 넘어 내가 가고 싶은 나라의 이름을 언제쯤인가는 써볼 수 있을까.

 

시인 하재연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같은 과 대학원 박사과정 중에 있다.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에 나왔다.

 

시집 『라디오 데이즈』는 향기처럼 휘발하는 감각들에 대한 재빠른 스케치다. 시인과 부닥치고 스쳐지나는, 또는 시인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느낌들이 탄생한다. 색깔과 감촉, 냄새 등 대상과 접촉하는 시인의 감각에 의해 생겨나는 이 즉흥적인 느낌은 미처 그 정체를 알아채기도 전에 공중으로 휘발하고 만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을 시인은 언어와 언어의 부딪힘, 문장과 문장의 얽힘, 행과 행의 연속과 단절을 통해 재탄생시킨다. 이렇게 시 안에 들어 있어서 우리가 읽을 때마다 돋아나는 그 감각과 느낌은 오로지 감각의 세계 그 자신의 것이다. 이 시집은 향기를 가둔 향수병처럼 우리에게로 온다.

 

시인의 말

 

너는 안녕이라고 말하고,

나는 안녕하냐고 말하지.

비틀스의 노래가 생각났다.

언제부터 알고 있던 음악일까?

 

2006년 초겨울

하재연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우리들은 물고기처럼

휘파람 / 천국의 계단 / 동시에 / 나비 효과 / 팔월의 일요일들 / 일요일에 골동품 가게 / 거품 / 장미 덩굴처럼 / 사계절의 상인 / 향수 / 오 분간 / 네 얼굴은 불빛 아래 / 오래된 침대 / 한여름의 스노볼 / 아마도 내일은

 

제2부 이상하고 환한 요일

아이들은 자란다 / 구름의 식탁 / 복도의 아이 / 할머니의 침대 / 라디오 데이즈 / Snow White / 내 꿈은 학교 / 나는 얼굴이 검은 아이 / 내 사랑 변전소 / 스텔라 미장원 / 이동 / 봄의 교향악 / 공생기

 

제3부 안녕, 안녕

나만의 인생 / 서커스 / 스파이더맨 / 우리는 만난다 / 눈뜨는 영혼 / 피의 책 / 그대는 마네 / 여름의 달력 / 의자 / 토요일은 밤이 좋아 / 간선 도로 / 우리들의 일요일 / 문들 / 봄날의 인사

 

제4부 여기는 나일, 여기는 고베, 여기는 이름 모를

지상의 저녁식사 / 머나먼 북쪽 / 드림 캐처 / 아름다운 날들 / 음악들 / 에코 / 빵의 황제 / 열한 개의 창문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 흑백 영화 / 고속도로 위에서 / 미드나잇 트레인 / 흐르는 강물처럼 /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해설 | 초연성(超然性)의 시 쓰기 · 이광호

 

라디오 데이즈

 

보급소 소장이 욕을 했다. 병신 새끼, 미칠 듯이 더운 여름 옆집 난쟁이 아저씨가 나의 개를 잡아먹었고 나는 그 집 딸의 주근깨를 증오했다 계절마다 배불러 웃고 다니는 국화 엄마의 부풀어오른 배를 나무 꼬챙이로 찔러보고 싶었다

 

푸른 면도날과 붉은 꽃을 상상하다가 잠이 들고 매일 아침 엄마는 울면서 깨어났다 밤마다 이불이 축축하지? 옆집 주근깨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비죽 웃었다 일요일 저녁에는 은빛 자전거를 닦고 연탄재 옆에 쭈그리고 오줌을 눴다 몹시 땀이 났다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니나가 잡혀 있는 사차원 세계는 언제나 방과 후였다 방과 이전과 방과 후 세계는 나에게 두 가지뿐이었다 영어 선생은 추한 여자였다 긴 화상 자국이 블라우스 아래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붉은 꽃을 보여준 건 주근깨였다 엄마는 어느 날 아침인가부터 울면서 깨어나지 않았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따위 노래는 이제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은빛 바퀴는 어디론가 굴러갔다 나는 초록색 철대문집 아이였다

 

천국의 계단

 

당신은 발자국 소리가 없어요

고양이의 영혼

아이들은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지요

당신에게는 시간이 오래 머물러 있습니다

나에게서 아주 조금만 가져가준다면

나는 당신과 영원히 함께 있을 텐데

나는 당신의 주름을 가만히 움켜잡고 싶습니다

내 몸의 빨간 피를 하나하나 응고시키면

이파리의 물관들처럼 싱싱한 지도가 생기겠지요

당신은 그냥 나를 지켜봐도 좋습니다

하나, 둘, 셋 하다가 나는 잠이 들 것입니다

당신은 마치 거기서 달리려는 것처럼

 

네 얼굴은 불빛 아래

 

불빛이 타는 거리를 지나 세 사람의 광장을 지나 벌과 꿀의 언덕을 넘으면 푸른 잿빛 거리 지나 초록 기찻길을 지나 붉은 강물의 길로 들어서면 여름 봄 겨울이 가고 깨어진 노란 머리 여자애들이 유리병을 창문 밖으로 던지며 깔깔거리고 나는 온통 젖어 불빛에 타고 가을이 지나가고 내가 가진 모든 동전들이 없어지고 회전목마의 말들이 뚜벅뚜벅 꿈속으로 들어서듯이 네 얼굴은 불빛 아래 돌고

 

가로등 아래 트럼펫을 부는 사내 까만 점을 빛내며 웃고 가끔 너는 행복하다 말하고 가끔 너는 슬프다 말하고 네 얼굴은 불빛 아래 아무도 몰라보게 허옇게 분칠을 하고 혁명의 거리를 지나 하나뿐인 길을 건너 삐걱거리는 침대의 보도를 밟으면 내 발자국은 반복되는 마지막 소절 주제를 잊고 느리게 흘러가는 기이한 간주

 

네 손가락에 차갑게 얼어 있는 네 손마디에 기록되지 않는 귀청을 뚫고 지나가는 나는 싸구려 선술집의 주크박스에서 삼만 년째 돌고 있는  차가운 맥주 거품처럼 꺼져가는 너의 목소리는 네 머릿속에서만 흘러나오고 너의 목소리는 지상의 만 분의 일 초도 흉내 내지 못하고 북극에서 차를 몰고 달려온 사내의 병 속에서 투명하고 아름다운 알약들이 꽃처럼 피어나고 흩어지고 죽음 같은 음도 고요한 칼날도 지각하지 못하는 네 손가락이 만지는 허공에

 

동시에

 

그녀는 책장을 넘기고 있었고

남자가 문 열린 차를 타고 벼랑으로 내달았고

고양이가 식탁 위의 커피잔을 건드렸고

양탄자가 약간 들썩거렸고

고장난 시계 초침이 열두 번을 돌았고

소년은 마라톤 결승 테이프를 끊었고

그녀는 행운을 빌었으나

양손이 쪼글쪼글해지고

머리칼이 가늘어지고

커피는 쏟아졌고 양탄자는 젖지 않았고

남자는 녹색 지붕 아래 비행하는 순간

 

휘파람

 

그림자들이 여러 개의 색깔로 물든다

자전거의 은빛 바퀴들이 어둠 속으로 굴러간다

 

엄마가 아이의 이름을 길게 부른다

누가 벤치 옆에

작은 인형을 두고 갔다

 

시계탑 위로 후드득 날아오르는 비둘기,

공기가

짧게 흔들린다

 

벤치, 공원, 저녁과는 상관없이

 

나비 효과

 

지붕 위에 올라간 돼지들을 보고 있던 어젯밤

당신은 술 취해 택시 기사와 멱살잡이를 한다

화면의 폭우는 미칠 듯이 계속되고

 

집의 주인들은 없다 지붕은 회색이거나 파란색이지만

돼지들은 어떤 지붕이건 가리지 않고

흙물은 붉다

 

한 호랑나비 웃는 얼굴로 날갯짓한다

그 무늬로 적을 겁주거나

그 미소로 핀에 꽂히거나

 

보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의 등을 잘 보아야 한다

다가서는 순간

등의 표정은 무너지고 만다

 

거리에서 나는 늘 추월당한다

지나쳐온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돼지의 여름과 무관하게

호랑나비의 여름과 무관하게

 

새가 아파트 103동과 105동 사이로

조용히 날아간다

하늘에는 새의 곡선이 남아 있지 않다

 

오 분간

 

어려운 건 결심의 문제다 저 구름은 오 분간 한자리에 머물러 있기로 한 모양이다 오 분 후 구름은 쉬지 않고 내내 자세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보고 잇는 오 분간이다 바람이 구름을 지나치는 순간, 구름의 모양은 흐트러진다 그것이 바람의 힘이었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 역도 마찬가지다 구름의 힘이 바람을 불러들인 것은 아니다 저기 있는 구름을 결정한 것은 구름의 형태가 아니고, 내가 보는 구름은 오 분간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구름이다 우리는 오 분간, 아주 약간, 옮겨진 건지도 모르지만

 

오래된 침대

 

내 옆구리에는 몇백만 년 전 누군가 뱉어놓은 무화과 씨앗이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올이 고운 먼지들이 손으로 짠 담요처럼 나를 덮는다 언제부턴가 나를 지나간 지상의 숨결들 내리쬐던 환한 빛을 기억하려 할 때마다 옆구리가 아파왔다

 

고요한 한낮을 기억할 수 없이 오랜 동안 건너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틈새에 몸을 열어두는 일 그리고 낮과 밤의 기나긴 운행 뚫린 하늘로부터 내려앉는 살비듬들, 천장이 아득해진다

 

푸른 먼지 결 고운 곰팡이는 내 좋은 토양 몸 안의 무화과 이파리 줄기들 한없이 전화선 속으로 들어가 우주 건너편의 어떤 한낮, 누워 있는 여자의 눈까풀을 가만히 쓰다듬을 것이다 그 화사한 손길을 꿈꾸는 동안, 그리고 누구도 나를 방문하지 않는 동안

 

이동

 

당신은 그 여자를 알고 있었는가? 떨림이나 울음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여자의 보이지 않는 둘레 안에 누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을 둥그런 무늬가 일그러지거나 또 다른 고리를 만드는 것을

만약 당신이 선택하는 자라면 옆에 있거나 떠나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 여자를 알고 있었는가?

그 여자는 울거나 웃었거나가 아니라 다른 쪽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는 것을

 

나만의 인생

 

내 눈동자는 나의 것

눈썹을 깜박이는 것도 나의 의지입니다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는 것도 나의 의지

내 손은 나의 것

담배를 피우거나

비벼 끄는 것은 나의 의지입니다

연기가 피어올라 공중으로 사라져가듯,

나의 말은 나에게서 나와

당신에게로 흘러들어갑니다

당신이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 뜻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어느 날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거리에 불이 켜지면

나는 거리로 나갑니다

어느 날 가로등들이 꺼졌다 켜졌다 하듯이

당신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나는 쏟아지는 불빛을 거리에서 맞습니다

나의 의지는 나만의 것이지만,

 

피의 책

 

너는 피의 책이다

네 눈의 뜨거운 신경다발은 목구멍까지 이어져 있다.

얇은 낱장들이 내게서 펄럭였다.

한 권의 책에는 어떤 사건도 담기는 법.

너는 육신으로 기록한다.

내 몸의 모래 알갱이들,

발바닥을 찌르는 빛나던 유리잔,

토마토의 차가운 속살,

네 피는 붉고, 너를 서서히 채우고,

그리고 식는다.

바람은 어디에서든 잠깐, 불어왔을 뿐.

네게는 너의 현재가 읽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무 일도 도모하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언젠가 피로써 번역되기를 바라면서.

 

아마도 내일은

 

아마도 내일은

오래된 눈

 

누군가 장례식장으로 가는 자를 몰고

그대는 죽지 않고 나는 살아 있네

 

눈은 날리고 날리는 눈은

유리창에 부딪혀 녹아 없어지네

 

그대의 검은 머리에 내려앉고

내 검은 눈동자를 비껴 나가던

 

오래된 눈 창에 얼룩을 남기고

나는 얼룩을 지우네

 

누군가 흰 꽃을 던지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네

 

노래는 끝을 알 수 없이 희미해져

그대는 죽지 않고 나는 살아 있네

 

아마도 내일은

그대와 나와 오래된 눈

 

 

posted by 황영찬

2013-084 전통 과학 건축

 

글 / 손영식●사진 / 이응준, 최진연

1997, 대원사

 

 

시흥시대야도서관

EM023099

 

082

빛12ㄷ  176

 

빛깔있는 책들 176

 

손영식-------------------------------------------------------------------------

공학박사.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재관리국 문화재 보수과장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사무국 과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한국 성곽의 연구』『옛다리』가 있고, 공저로 『북한의 문화 유산』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여러 논문이 있다.

 

이응준-------------------------------------------------------------------------

한국사진작가협회 상업사진분과위원으로 있다. 한국도로공사, 국제관광공사 사진공모전에서 입상했고, 문화재보호사진전에서 입상했고, 문화재보호사진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주요 촬영 책자로는 『문화재대관 보물편』 중 · 하권, 『한국 고미술 진품 도록』『문화재대관 사적편』 상 · 하권 등이 있다.

 

최진연-------------------------------------------------------------------------

제6회 대한민국 사진전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의 옛 성곽"을 주제로 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사진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한뉴스 사진부장을 맡고 있다.

 

|차례|

 

머리말

봉수대

석빙고

천문대와 관측 기구

성곽

고분

다리

참고 문헌

 

남산(목멱산) 봉수  조선시대의 중앙 봉수로 1로에서 5로에 이르는 전국의 모든 봉수 결과가 이곳으로 집결되었다.

적대봉 봉수대  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에 있는 이 봉수대는 해안에서 접근해 오는 적의 활동을 관찰하기 좋은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시설 규모나 형식으로 보아 세종 29년에 제시된 연변 봉수에 접근된 시설 기준을 갖춘 봉수대로 여겨진다.

무악산 동봉수  압록강 만포진에서 출발하여 의주, 평양 등 내륙 지방을 통해 무악산 동쪽 봉수에 이르러 경봉수인 목멱산 봉수에 전한다.

조선시대 봉수망

대소산 봉수대  경북 영덕군 축산면 대소산에 위치한 봉수대로 보조 봉수대의 역할을 하는 간봉이다. 전통 사회의 최첨단 통신 수단인 봉수대와 오늘날의 첨단 통신 시설인 중계탑이 같은 장소에 위치하고 있음은 우연이 아님을 보여 준다.

수원성 봉돈 외부  봉수대는 외적의 침탈에 대비하여 성곽 안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수원성 봉돈 내부  봉돈 내부에는 봉군의 숙식과 물건들을 보관하기 위한 건물을 마련하여 봉수 근무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었다.

대소산 봉수대  내지 봉수는 연변 봉수와 달리 위험성이 적어 연대 높이는 10척(3미터)을 넘지 않게 하고 짐승의 침입에 대비하여 봉수대 주변에 담장을 둘러치기도 하였다.

목멱산 봉수 내부  목멱산(남산) 봉수는 임금이 있는 서울의 도성에 위치하여 매일 보고되는 전국의 봉수를 신속히 보고 받을 수 있는 경봉수였다. 서울시 중구 남산 정상 팔각정 옆.

『화성성역의궤』의 화성 봉수대  정조 20년(1796) 수원성을 조성하면서 만든 봉수대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수원성의 동문인 창룡문과 남문인 팔달문 사이 동남쪽에 위치해 있다.

봉돈 외부

봉돈 내부

영산 석빙고  겨울철에 채집한 얼음을 보관하였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도록 고안된 빙고는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과학 정신이 깃들어 있는 자랑스런 문화 유산이다. 경남 창녕군 영산면 교리.

창녕 석빙고 영조 18년(1742)에 높이 6.1미터, 길이 19미터의 규모로 축조되었다. 창녕군 교육청 앞 개울 건너편에 있다.

청도 석빙고의 홍예틀 구조(위)와 홍예틀 사이에 얹은 판석(아래)  홍예틀을 일정 간격으로 세우고 이를 구조재로 하여 그 사이를 석재로 쌓거나 판석을 얹었다. 빙고 구조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빙실 천장을 이루는 홍예틀 구조에 있다.

경주 석빙고 환기 구멍

영산 석빙고 환기 구멍

안동 석빙고 출입문과 계단

영산 석빙고 문지도리 홈  인방석과 상부에 걸친 이맛돌에 문을 닫기 위한 문지도리 홈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돌문이나 나무로 된 문을 달았으리라 생각된다.

안동 석빙고 출입문  출입문은 얼음을 넣고 꺼내는 데에 지장이 없는 한도내에서 최소한의 크기로 만들었다. 특히 이 빙고는 옆면인 동쪽으로 출입문을 낸 특수한 형태를 보여 준다.

현풍 석빙고  봉토에는 잔디를 심어 복사열을 막고 빗물에 의해 봉분이 씻기지 않도록 하였는데 이는 외기의 영향을 덜 받는 우수한 구조였다.

경주 석빙고 석비  빙고 주위에는 흔히 이같은 모양의 석비를 세워 축조에 관련된 사항들을 적어 놓고 있다.

경주 석빙고  남한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영조 14년(1738)에 완성된 것을 3년 뒤(1742)에 옮겨 개축한 것이다.

경주 석빙고의 빙실 구조  빙실의 각 벽면은 잘라낸 돌을 정밀하게 짜맞추고 바닥은 길고 평평한 장대형 식재를 사용하였다.

안동 석빙고  원래는 안동군 도산면에 있던 것을 안동댐 건설로 수몰이 예상되자 1976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 개축한 것이다. 세 개의 환기 구멍만 없으면 커다란 고분 같아 보인다.

안동 석빙고의 빙실 구조  약 22.4평 규모로 앞뒤는 수직벽으로 처리하고 측면은 일정 간격을 띄워 홍예틀을 구성한 전형적인 빙실 구조의 한 예를 보여 주고 있다.

창녕 석빙고  외부에서 보면 마치 큰 봉토 고분처럼 보이는데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창녕 석빙고의 빙실 구조  자연석에 가까운 장대석을 이용하여 수직에 가깝게 일정 높이를 쌓아 올린 다음 아치 모양으로 이어 붙였다.

청도 석빙고  입구 쪽에 석비가 남아 있어 그 비문을 통해 공사 기간, 동원 인원, 소요 재료 등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이 빙고는 현재 천장을 구성하는 홍예보 4개만 남아 잇어 밖에서 내부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현풍 석빙고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빙고로 남북으로 긴 장방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현풍 석빙고의 빙실 구조  깬 돌을 바닥에 깔고 중앙에 배수구를 두었다.

영산 석빙고  뒤쪽에 작은 개울이 있었는데 옛날에는 그 곳에서 얼음을 채취한 듯하다.

영산 석빙고의 빙실 구조  바닥에는 자갈들이 깔려 있고 벽면은 큰 가공석을 이용하여 축조하였다.

해주 석빙고  사진의 나무 그림자로 보아 출입구가 남쪽을 향한 석빙고로 보인다. 38.6평으로 현존하는 석빙고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마니산 참성단(사적 제136호)  단군시대부터 제천단을 마련하고 하늘에 대례를 올린 곳으로 조선시대에는 관상감의 관원들이 천체 관측을 위해 자주 이용했다.

혼천의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는 천문 시계로 기원전 2세기경 중국에서 발명됐다. 개인소장.

자격루(국보 제229호)  중종 31년(1536)에 제작된 물시계로 일정 시각이 되면 자동적으로 종, 북, 징 등을 쳐서 시간을 알려 주는 장치가 있었다. 덕수궁 소장.

앙부일구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해시계로 그림자가 비치는 면이 오목한 가마솥과 같은 반구형으로 되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측우기(보물 제843호)  세종 때 세계 최초로 발명되어 조선조 말까지 관상감과 각 도의 감영에서 우량을 측정하는 기구로 사용했다. 기상청 소장.

경주 첨성대(국보 제31호)  아담한 술병 모양으로 뛰어난 조형미와 견실한 축조 기술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첨성대는 동양 최고의 관측대로 일명 점성대라고도 하는데 당시 신라인들의 활발한 천문 관측활동을 가늠케 한다.

난간 내부 구조  상단의 난간 역할을 한 정자석 구조는 장대석 상하단의 2단 구조이다. 장대 난간 높이는 64센티미터로 활동하기에 안전한 높이로 보인다.

상단 내부  정상부의 정자석 내부는 천문 관측의 활동 공간으로 바닥에 판재를 깔면 2, 3인이 활동 가능한 면적이 된다.

고려 첨성대  고려 첨성대는 가구식으로 돌기둥을 세워 대를 조성한 것이다(북한문화재도록』 사진).

관상감 관천대(사적 제296호) 원경(위)과 석축(아래)  당시 북부 광화방 서운관에  축조된 소간의대이다. 장방형의 장대석을 이용하여 바깥을 둘리고 내부에는 규격이 조금 작은 막돌을 채워 기단을 조성하였다.

관천대(보물 제851호)  여러 차례 옮겨지면서 기단이 없어지는 등 원래의 형태가 많이 훼손되었으나 현존하는 천문대 가운데 계단과 간의대석의 원형이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다.

관천대 내부 간의대석  난간 내부 가운데에 간의대석과 관측 받침석이 설치되어 있다.

남한산성의 남문  이 성은 북한산성과 더불어 한양 도성을 남북으로 호위하는 역할을 해왔다.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삼년산성  신라 자비왕 13년(470)에 축조한 산성으로 완공하기까지 3년이 걸려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산지의 지세를 최대한 이용해 적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축조한 산성은 1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아 그 공법이 매우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낙안읍성  읍성은 주로 왜구의 침략이 잦았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해안 지역에 많다. 전남 승주군 낙안면에 있는 낙안읍성은 둘레 1,384미터의 성벽이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수원성 성벽  성벽의 재료나 축조 방법에 따라 성곽의 용도 및 성격이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일정 지역을 보호하는 방어력을 제공하는 시설로서의 기능에는 변함이 없었다.

성벽의 명칭

몽촌 토성  자연 지형을 잘 이용한 백제시대 주요 성곽 가운데 하나로 풍납 토성과 함께 도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수원성 여장  여장은 성벽 위에 설치한 낮은 담장과 같은 구조물이다.

  치는 성벽에 접근한 적의 측면을 공격하여 격퇴시킬 수 있도록 성벽의 일부를 돌출시켜 만든 구조물이다. 수원성의 남포루.

옹성의 여장과 현안  옹성에는 몸을 숨기는 여장과 끓는 기름이나 물을 부을 수 있는 현안을 설치하여 적의 접근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였다.

수원성 팔달문  적의 접근을 어렵게 하기 위해 성문 주변에 옹성, 적대, 육축 등의 보호 시설을 하였다.

경주 대릉원  삼국시대의 왕이나 귀족의 무덤은 권력을 과시하고 신성성을 높이기 위해 대형화되었다.

장군총 현실의 평천장  절석이나 판석을 이용하여 벽체를 조성하고 벽체 상부를 판석이나 장대석으로 덮는 형식이다.

장군총의 구조

강서 소묘 현실의 말각조정천장  네 모퉁이를 좁혀가며 천장 부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주로 현실의 규모가 큰 경우에 사용됐다.

약수리 벽화 고분

고령 고아동 벽화 고분 현실 북벽

궁륭천장(사아천장)의 구조

무녕왕릉의 터널형 천장

김유신 묘  봉토 주변에 십이지신상을 새긴 호석을 둘렀다. 봉토를 보호하는 시설로는 이 밖에도 토류석, 즙석 등이 있다.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다리로 통일신라시대의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 준다.

여주 사곡리 흙다리  나무로 교각을 세우고 뗏장이나 흙으로 상판을 조성하여 만든 흙다리는 생활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설한 것이 대부분이다.

함평 고막천 석교  보다리 형식으로 가설된 석교이다. 전남 함평군 학교면 고막리.

고막천 석교의 다리 구조  교각 받침석을 물 속에 설치하고 가공한 돌로 2, 3층의 교각을 설치하여 다리 바닥을 받치고 있다.

보다리의 구조

창덕궁 금천교  구름다리 형식은 많이 가설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남아 있는 다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구조의 안정성 때문이다.

구름다리의 구조

배다리 가설에 이용된 북조선(위)과 조선(아래)  이 배를 배다리 가설에 이용할 때에는 배의 앞쪽과 뒤쪽에 닻줄물레를 달고 닻을 강에 내려 배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였다.

배다리 추정도  일정한 간격으로 배를 띄워 가로목을 설치한 뒤 그 위에 기다란 목판을 깔아 만든 배다리는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가설한 다리였다.

송광사 청량각 누교  누교는 다리의 연결 기능과 정자의 휴식 기능을 동시에 갖춘 다목적 다리이다. 누각은 구조적으로 안정된 석조 홍예교 위에 주로 설치했다.

 

 

posted by 황영찬

2013-083 한 손엔 차표를, 한 손엔 시집을 시가 있는 여행

 

윤용인 지음

2012, 에르디아

 

 

대야도서관

SB079845

 

981.102

윤65ㅅ

 

희망, 사랑, 치유

    이야기가 담긴 감성 여행

 

감상은 때때로 무의식적으로 찾아오지만, 여행자는 가끔 그 감상을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여행을 잘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시집을 들고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좋다. 여행지에서 시집을 들었을 때 여행자는 시인이 된다.

 

만남은 길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내 발목까지 다가와

어느새 철길을

가슴에 여러 갈래의 채찍 자국이 된다.

- <철길> 김정환 -

 

지은이 윤용인

딴지일보 기자를 거쳐 2000년 7월 여행 전문 웹진 '딴지관광청'을 창간해 많은 여행 독자와 소통하고 소비자 중심의 여행문화 바로 세우기에 주력했다.

2003년 11월 '노매드 Media & Travel'이라는 여행 컴퍼니를 설립, 본업인 여행은 필수로 하면서 각종 방송과 매체 등을 통해 여성과 결혼, 육아와 심리 등 폭넓은 글을 썼다. 저자 특유의 솔직담백한 글들이 '유쾌한 감성체'로 세상에 소개되었고, 주요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며 수많은 남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쓴 책으로 <사장의 본심>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어른의 발견> <딴지, 여행에 똥침을 쏘다> <발리> 등이 있다.

 

"당신의 여행이 시(詩) 안에서 더 풍성해지기를"

                                                                              2012년 1월 윤용인

 

차 례

 

1장 당신이 내리실 역은 희망 정거장

당신이 내리실 역은 희망 정거장 항동 기차여행

생명의 소음이 있는 곳 광장시장

자연과 하나 되어 걷는 길 제주 올레

하늘에서 가까운 예술 마을 낙산

 

2장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다

나를 버리고 떠난다 보길도

소중한 사소함을 찾아서 약수동

시인과 동백과 상사화가 있는 곳 선운사

맑고 향기로운 삶 길상사

사람에 대한 간절함을 안고 떠나는 여행 지심도

섬에서 게으르게 무위도식하기 선유도

 

3장 가족, 함께하는 여행

핑크빛 분위기로 떠난다 춘천

아이에게 추억 만들어 주기 태안해수욕장 호핑투어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여행지 담양

할머니 품처럼 아득하고 아련한 도시 강경

교과서 밖에서 만나는 통일과 평화 고성

 

4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작은 사슴들이 사는 아름다운 섬 소록도

출구 없는 시간 속으로 떠난 여행 군산

오래된 것을 찾아 떠난 여행 홍제동 개미마을

천 년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도시 경주

 

5장 치유의 시, 치유의 여행

상처 난 가슴이 닿는 곳 해남 땅끝마을

절망의 끝에서 봄 맞으러 가기 원당종마목장

자연으로 떠나는 치유여행 통도사와 영축산

슬픔의 코드에 잘 닿아 있는 곳 영월 청령포

그리움을 가득 안고 떠난 여행 목포

어느 날 엄마가 그리울 때 운주사

문학의 땅에서 마주하는 고해성사 장흥

 

6장 주름을 사랑하리라

나 자신을 위해 하루를 쓰고 싶을 때 수종사와 다산 유적지

갈대밭에서 순응하는 삶을 배우다 순천

곡선의 여행 부석사

맛 따라 길 따라 강원도 여행

세월을 따라 느릿느릿 우이령 길

 

철길

|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 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이 내려

철길의 들끓어 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 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 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답답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철길이 나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리깔려진 버팀목으로, 양편으로 갈라져

남해안까지, 휴전선까지 달려가는 철길은

다시 끼리끼리 갈라져

한강교를 건너면서

인천방면으로, 그리고 수원으로 떠난다.

아직 플랫폼에 머문 내 발길 앞에서

철길은 희망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끈질기고, 길고

거무튀튀하다.

철길이 철길인 것은

길고 긴 먼 날 후 어드메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아직 내팽개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길이 이토록 머나먼 것은

그 이전의, 떠남이

그토록 절실했다는 뜻이다.

만남은 길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내 발목에까지 다가와

어느새 철길은

가슴에 여러 갈래의 채찍 자국이 된다.

 

들리는 소리

| 원재길

 

1

바로 아래층에서

전기 재봉틀 건물 들어 올리며

옷 짓는 소리

목공소 전기톱

통나무 써는 소리

카센터 자동으로

볼트 박는 소리

 

굉음에 하늘 돌아보니

불빛 번득이며

먹구름 밑 낮게 나는 헬리콥터

어서 지나가면 좋겠는데

아까부터 시동 걸려

골목에 버티고 선 트럭

 

2

너는 모든 침묵을

소음의 자식으로 여겨라

모든 소음은

침묵의 아비로다

사람의 모든 色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 애써라

 

도보순례

| 이문재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 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하나하나 맛을 구별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눈을 쉬게 할 것이다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파안

| 고재종

 

마을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 원 내놓으니

소주 세 병에

두부찌개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것 나눠 자시고

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 받았네 그려!

 

건강한 소통이란 그와 나 사이에 서로의 섬이 있음을 담백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도 그 섬에 가겠다는 의지보다는 가고 싶다고 염원만 했던 시인의 마음을 닮는 것이다.

사랑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

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 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

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천창호에서

|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송창식 - 선운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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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동구洞口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 서정주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 이해인 <상사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벽이 허물어지는 아름다운 어울림을 보네.

저마다 가는 길이 다른

맨머리 스님과

십자성호를 긋는 신부님,

나란히 나란히 앉아 진리의 법을 나누는

아름다운 어울림을 보네.

늦은 깨달음이라도 깨달음은 아름답네.

자기보다 크고 둥근 원에

눈동자를 밀어 넣고 보면

연꽃은 눈흘김을 모른다는 것,

십자가는 헐뜯음을 모른다는 것,

연꽃보다 십자가보다 크신 분 앞에서는

연꽃과 십자가는 둘이 아니라는 것,

하나도 아니지만 둘도 아니라는 것,

늦은 깨달음이라도 깨달음은 귀하다네.

늦은 어울림이라도 어울림은 향기롭네.

이쪽에서 '야호!' 소리치면

저쪽에서 '여호!' 화답하는 산울림처럼

이 산 저 산에 두루 메아리쳐 나아가면 좋겠네.

- 고진하 <연꽃과 십자가>

 

당신에게 중독되어버린 내 사랑

| 황봉학

 

눈감으면 떠오릅니다

온몸이 전율해 옵니다

당신이 주신 사랑에 중독되어

당신만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쏟아지고

죽을 것만 같습니다

 

당신 손끝으로 파르르 파문을 일으키며

떨던 몸은

당신의 미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지러지곤 합니다

어느 세월에 가서야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요

어느 세월에 가서야 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죽어서도 내 영혼은 당신에게 중독되어

당신의 입술을 기다리고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당신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당신에게 중독된 내 육신과 영혼을 살리는 길은

내가 나로서 온전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나를 아득하도록 황홀케 하는

오직 당신의 사랑 하나뿐입니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 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려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다 희리

그 몸에 엎드러져 개개풀린 늦잠을 자고

더부룩한 수염발로 눈곱을 떼며

날만 새면 나 주막 골방 노름판으로 쫓아가겠네

남는 잔이나 기웃거리다

중늙은 주모에게 실없는 농도 붙여보다가

취하면 뒷전에 고꾸라져 또 하루를 보내고

나 갈라네, 아무도 안 듣는 인사 허공에 던지고

허청허청 별빛 지고 돌아오겠네

그렇게 한두 십 년 놓아보내고

맥없이 그 처자 몸에 아이나 서넛 슬어놓겠네

슬어놓고 나 무능하겠네

젊은 그 여자

혼자 잉잉거릴 뿐 갈 곳도 없지

아이들은 오소리 새끼처럼 천하게 자라고

굴속처럼 어두운 토방에 팔 괴고 누워

나 부연 들창 틈서리 푸설거리는 마른 눈이나 내다보겠네

쓴 담배나 뻑뻑 빨면서 또 한세월 보내겠네

그 여자 허리 굵어지고 울음조차 잦아들고

눈에는 파랗게 불이 올 때쯤

나 덜컥 몹쓸 병들어 시렁 밑에 자리 보겠네

말리는 술도 숨겨놓고 질기게 마시겠네

몇 해고 애를 먹어 여자 머리 반쯤 셀 때

마침내 나 먼저 숨을 놓으면

그 여자 이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리

나 피우던 쓴 담배 따라 피우며

못 마시던 술도 배우리 욕도 배우리

 

이만하면 제법 속절없는 사랑 하나 안 되겠는가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누구에게나 추억의 도시가 있다. 가슴 시린 첫사랑의 추억이 깃든 곳일 수도 있고,

두 사람이 처음 연애를 시작했던 곳일 수도 있고,

혹은 이별의 아픈 기억이 있는 도시일 수도 있다.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조흔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율포의 기억

| 문정희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소금기 많은 푸른 물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다가 뿌리 뽑혀 밀려 나간 후

꿈틀거리는 검은 뻘밭 때문이었다

뻘밭에 위험을 무릅쓰고 퍼덕거리는 것들

숨 쉬고 사는 것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먹이를 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왜 무릎을 꺾는 것일까

깊게 허리를 굽혀야만 할까

생명이 사는 곳은 왜 저토록 쓸쓸한 맨살일까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저 無爲한 해조음을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물 위에 집을 짓는 새들과

각혈하듯 노을을 내뿜는 포구를 배경으로

성자처럼 뻘밭에 고개를 숙이고

먹이를 건지는

슬프고 경건한 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 이름 생각만 해도 눈물겨운

| 권강업

 

부딪치면 쉽게 부서지던 삶, 까짓 온 몸

불 위에 던졌기에, 그래도

헐거운 문설주에 찬바람 징징대는 겨울밤을

등 따습게 보내었다

 

미어터지던 가난이 골목길 돌아

눈물처럼 비틀거리며 얼어붙은 산동네

허기지던 노동의 새벽길에

유언도 없이 하얗게 뿌려지던

중증의 골다공증을 앓던 뼛가루

그래 묻지 않았다. 고향

싸릿재 너머 사북 고한

막막하던 막장의 그 어둠 속 어디쯤이냐고

 

초라해도 당당하던 한 삶을

뿌듯한 자부심으로, 교훈처럼 전설처럼

어린 아들에게 구전으로 전해보지만

우리는 그저 노란 배관을 타고 와서, 딸깍

손쉽게 불붙는 도시가스일 뿐

예전 당신들의 처절하던 모습으로는 비춰지지 않는다

 

초로의 야윈 내 가슴에

아직 고스란히 온기로 돌고 있는

그 이름 생각만 해도 눈물겨운

어머니라 부를 연탄

 

늙은 거미

| 박재영

 

늙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 당신, 늙은 거문개똥거미가 마른 항문으로 거미줄을 뽑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당신, 늙은 암컷 거문개똥거미가 제 마지막 거미줄 위에 맺힌 이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당신, 죽은 할머니가 그러셨지 아가, 거미는 제 뱃속의 내장을 뽑아서 거미줄을 만드는 거란다 그렇게 새끼들 다 키우면 내장이란 내장은 다 빠져나가고 거죽만 남는 것이지 새끼들 다 떠나보낸 늙은 거미가 마지막 남은 한 올 내장을 꺼내 거미줄을 치고 있다면 아가, 그건 늙은 거미가 제 수의를 짓고 있는 거란다 그건 늙은 거미가 제 자신을 위해 만드는 처음이자 마지막 거미줄이란다 거미는 그렇게 살다 가는 거야 할머니가 검은 똥을 쌌던 그해 여름, 할머니는 늙은 거미처럼 제 거미줄을 치고 있었지 늙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 당신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다

조금 자라서는 칸델라불 밑에서 놀았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

지익지익 소리로 새파란 불꽃을 뿜는 불은

주정하는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셈이 늦는다고 몰려와 생떼를 쓰는 그

아내들의 모습만 돋움새겼다.

소년 시절은 전등불 밑에서 보냈다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 그리고

 

나는 대처로 나왔다

이곳저곳 떠도는 즐거움도 알았다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한때 나는 한 봉지 솜과자였다가

한때 나는 한 봉지 붕어빵였다가

한때 나는 좌판에 던져진 햇살였다가

중국집 처마밑 조롱 속의 새였다가

먼 먼 윤회 끝

이제 돌아와

오류동의 동전

- 박용래 <오류동의 동전>

 

아이를 키우며

| 렴형미

 

처녀시절 나 홀로 공상에 잠길 때며는

무지개 웃는 저 하늘가에서

날개 돋쳐 훨훨 나에게 날아오던 아이

그애는 얼마나 곱고 튼튼한 사내였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나에게 생긴 아이는

눈이 크고 가날픈 총각에

총 센 머리칼 탓인 듯 머리는 무거워 보여도

물푸레아지인 양 매출한 두 다리는

어방없이 날쌘 장난꾸러기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염소마냥

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애를 두고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를 탓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놓고

무슨 재간이든 배워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까맣게 탄 그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댑니다

뭐랍니까 그애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마냥 그애 맘껏 뒹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보고

비 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잡고

따끔따끔 쏠쐐기에 질려도 보려무나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내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넣어라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

네가 마음껏 뒹구는 땅이

네가 한생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사랑하는 법부터 너에게 배워주련다

그런 심장이 가진 재능은

지구 우에 조국을 들어올리기에……

 

보리피리

| 한하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뉠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뉠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뉠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뉠리리.

 

그 옛날 나의 사춘기에 꿈꾸던

사랑의 꿈은 깨어지고

여기 나의 25세 젊음을

파멸해 가는 수술대 위에서

내 청춘을 통곡하며 누워 있노라

장래 손자를 보겠다던 어머니의 모습

내 수술대 위에서 가물거린다

정관을 차단하는 뜨거운 메스가

내 국부에 닿을 때

 

모래알처럼 번성하라던

신의 섭리를 역행하는 메스를 보고

지하의 히포크라테스는

오늘도 통곡한다.

- 이동李東 <단종대>

 

문고리

| 조은

 

삼 년을 살아온 집의

문고리가 떨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았던 집의 문이

벽이 꽉 다물렸다

문을 벽으로 바꿔버린 작은 존재

벽 너머의 세상을 일깨우는 존재

문고리를 고정시켰던 못을 빼내고

삭은 쇠붙이를 들여다보니

구멍이 뻥 뚫린 해골처럼 처연하다

언젠가 나도 명이 다한 문고리처럼

이 세상으로부터 떨어져나갈 것이다

나라는 문고리를 잡고 열린 세상이

얼마쯤은 된다고 믿을 수만 있다면!

내가 살기 전에도

누군가가 수십 년을 살았고

문을 새로 바꾸고도 수십 년을

누군가가 살았을 이 집에서

삭아버린 문고리

삭고 있는 내 몸

 

인연

| 김해자

 

너덜너덜한 걸레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또 망설인다

이번에 버려야지, 이번엔 버려야지, 하다

삶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또 한 살을 먹은 이 물건은 1980년 생

연한 황금색과 주황빛이 만나 줄을 이루고

무늬 새기어 제법 그럴싸한 타월로 팔려온 이놈은

의정부에서 조카 둘 안아주고 닦아주며 잘 살다

인천 셋방으로 이사 온 이래

목욕한 딸아이 알몸을 뽀송뽀송 감싸주며

수천 번 젖고 다시 마르면서

서울까지 따라와 두 토막 걸레가 되었던

20년의 생애,

더렵혀진 채로는 버릴 수 없어

거덜 난 생 위에 비누칠을 하고 또 삶는다

화염 속에서 어느덧 화엄에 든 물건

쓰다 쓰다 놓아버릴 이 몸뚱이

 

성장

|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새벽 강에 시린 몸을 한번 뒤채고는 오리처럼 곧 순한 머리를 돌려 반짝이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솟구쳐 오르기 2

| 김승희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힘없는 개구리가 바위 밑에서

자그만 폭약처럼 튀어 나가는 것이나

빨간 넝쿨장미가 아파아파 가시를 딛고

불타는 듯이 잠벼락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나

민들레가 엉엉 울며 시멘트 조각을 밀어내는 것이나

검은 나뭇가지 어느새 봄이 와

그렁그렁 눈 같은 녹색의 바다를 일으키는 것이나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삶은 무게에 짓뭉그러진 나비 알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존재는

무서운 사과 한 알의 원죄의 감금일 뿐

죄와 벌의 화농일 뿐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뺄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

建木 :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 친다.

 

물방울, 송곳

| 정병근

 

이 기억을

모두 잊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시간이

어찌 지금만일 수 있으리

 

물방울이 맺힌다

한 방향으로만 걸어온 기억이

마지막 시간을 쥐어짜고 있다

올 데까지 온 기억의 장렬한 최후

 

결심을 끝낸 물방울이 떨어진다

뒷물방울이 앞 물방울의 목을 친다

바닥에 부딪쳐 산산조각 나는 머리통

 

똑, 똑……

맨몸을 던져 바위를 뚫는

저 집요한 기억의 송곳

 

선술집

| 고은

 

기원전 이천년쯤의 수메르 서사시 '길가메시'에는

주인공께서

불사의 비결을 찾아나서서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하늘에서 내려온

터무니없는 황소도 때려잡고

땅끝까지 가고 갔는데

 

그 땅끝에

하필이며 선술집 하나 있다니!

 

그 선술집 주모 싸두리 가라사대

 

손님 술이나 한잔 드셔라오

비결은 무슨 비결

술이나 한잔 더 드시굴랑은 돌아가셔라오

 

정작 그 땅끝에서

바다는 아령칙하게 시작하고 있었다

 

어쩌냐

 

엄마

|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붙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눈길

| 이청준

 

오랜만에 고향집에 내려와 내일 아침에 바로 떠날 생각을 하는 나를 지배하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부채의식이다. 나는 스스로 어머니에게 진 빚도 없고, 그러기에 갚을 빚도 없다고 생각한다. 마을 개간 사업으로 마을에서 몇 채 남지 않은 어머니의 집 지붕을 개간하고자 하는 어머니의 소망을 애써 무시하는 매몰참도 바로 자신이 단정한 부채 없음에 대한 실천이다. 그러나 눈길에 대한 아내와 어머니의 대화를 엿듣게 되면서, 나는 자기 안에 숨기려 그렇게 노력했던 원죄와 만나게 된다.

먹고살기 위해 원래 살던 큰 집을 팔아 버리고, 행여라도 타지에서 공부하는 아들놈이 그 사실에 실망할까 봐 어머니가 보인 모성. 자식이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는 이미 팔린 집에서 나를 기다리시고, 자식이 어색해 할까 봐 옷장만은 방에 그대로 둔 채 언제나처럼 나를 맞아 주시고 하룻밤을 따뜻하게 재워 주신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흰 눈으로 덮인 길을 어머니는 아들을 바래다 주기 위해 큰길까지 동행하신다. 버스에 태워 주고 돌아오는 길, 그 허한 길을 어머니는 아들이 남긴 눈 발자국에 자신의 발자국을 채움으로써 달래신다.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 받고 살거라…라고 눈물로 읊조리시며.

 

| 김광규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고

나의 형의 동생이고

나의 동생의 형이고

나의 아내의 남편이고

나의 누이의 오빠고

나의 아저씨의 조카고

나의 조카의 아저씨고

나의 선생의 제자이고

나의 제자의 선생이고

나의 나라의 납세자고

나의 마을의 예비군이고

나의 친구의 적이고

나의 나의 적이고

나의 의사의 환자고

나의 단골집의 손님이고

나의 개의 주인이고

나의 집의 가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들이고

아버지고

동생이고

형이고

오빠고

조카고

아저씨고

제자고

선생이고

친구고

적이고

환자고

손님이고

주인이고

가장이지

오직 하나뿐인

나는 아이다

과연

아무도 모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그 굽은 곡선

| 정현종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태백산행

|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성에꽃

| 최두석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각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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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황영찬